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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이괘(頤卦)

 

이(頤)의 본뜻은 턱이다. 파생하여 양육, 봉양의 뜻을 갖는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바쁘게 뛰어다닐 수밖에 없다. 가정을 위하여 바쁘고 부모처자를 걱정하여야 한다. 이 사회에서 모든 가정은 양육을 필요로 한다. 이것들은 우리 자신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한다.

 

세상 경험을 쌓고 살 길을 찾으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사람은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자력갱생하여야 한다. 재부를 창출하여야 한다.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여야 한다. 놀기 좋아하고 일하기 싫어해서는 안 된다. 먹는 것만 밝혀서는 안 된다. 빈들거려서도 안 된다. 가족에게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

 

『주역』은 말한다.

 

“이(頤)는 곧게 하면 길하니, 길러주며 스스로 음식[구실(口實)]을 구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무슨 말인가? 부양하는 일을 점을 쳐서 물으니[정(貞)] 길하다[길(吉)]는 뜻이다. 부양하는 일을 관찰하니 스스로 먹을 것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날은 경제 독립의 사회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여야 비로소 매력을 발할 수 있다. 가정에서도 발언권이나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 그렇기에 자력갱생하여야 한다. 어려움을 견디며 창업하려는 정신을 발양하여야 한다.

 

홍기거(紅旗渠)는 20세기 6,70년대 임주(林州, 원림原林현) 인민이 자력갱생, 간고한 창업 정신, 자강불식, 개척 창신, 단결 협력, 멸사봉공 정신으로 이루어낸 일대의 기적이다. 공정은 1960년 2월에 시작되었다. 수로 건설에 참여한 간부와 민간인은 고된 시공 조건 아래서 태항(太行)산 절벽 위에 험탄 협곡 가운데 자력갱생한다는 일념으로, 고난의 창업 정신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사를 진행하였다. 괴로움을 참고 견디면서 봄여름을 10차례 넘기며 산을 만나면 동굴을 뚫고 협곡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면서 산 1250개를 깎고 수로교 151개를 건설해 터널 211개를 뚫었고 각종 건축물 12408좌를 건조하였다. 파낸 토석으로 넓이 2미터 높이 3미터의 벽을 만들었다.

 

중국의 남북을 이은 것으로 광주에서 하얼빈까지 연결시켰다고 하여야 할까? 인공 은하인 홍기거는 임주 민간인이 자연을 정복하고 자연을 개조한 위업임을 드러내고 있다. 자력갱생이란 무엇인지, 고난의 창업 정신이란 무엇인지, 단결 협력과 멸사봉공의 정신이라 무엇인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위대한 정신이라고나 할까.

 

홍기거는 자력갱생, 고난 창업의 모범이다. 후세에게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인간 은하’로 남겨주었다. 홍기거 정신은 귀중한 정신유산이며 후세에 남겨진 재산이라 할 것이다. 중국인은 말한다. 민족이 대부흥을 향하여 나아갈 때에 민족 역량을 결집시킬 신앙이요 정신이 필요할 것인데 홍기거의 ‘자력갱생, 고난 창업, 단결 협력, 멸사봉공’의 정신은 과거의 세월에 울려 퍼지는 것을 넘어 오늘날 신시대에 떨쳐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중국인은 또 말한다. 노동의 영광은 역대로 중국인이 공인하는 도덕이요 중국인의 전통적인 미덕이며 가장 밑바닥을 이루는, 가장 기본이 되는 사람됨의 진리라고. 그런데 물질생활 조건이 개선되고 불량문화의 영향으로, 사회 분업과 노동 차별이 존재하면서 그 진리를 잊어버리거나 멀리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놀기 좋아하고 일하기 싫어하는 사상과 경향이 생겨났다. 이것은 비정상적인 추세다.

 

노동과 부지런함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비가 오지 않으면 먼지는 없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 힘듦과 피곤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체력, 지력, 땀을 쏟아내야만 노동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노동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노동은 능률을 필요로 한다. 사회 생산력을 높이려면 실제로 노동자는 과학기술 지식을 운용하여 복잡한 노동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꾸준히 배우고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어야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과 동시에 노동의 영예감을 맛볼 수 있다. 부지런히 노동하고 자신의 힘으로 생활해 나가야 아름다운 가정을 이룰 수 있다.

 

부양하는 데에는 물자를 부여하는 양육 이외에 정신 식량을 주어야한다. 그래서 부양하려면 덕을 길러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기름에 위배되면 곧더라도 흉하여 십년이 되어도 쓰지 못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무슨 말인가? 부양은 바르고 스스로 자라는 덕을 길러야 한다. 상구(上九)에서 부양을 구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당하지 않은 수단으로 살 길을 찾는 행위가 극점에 이르렀으니, 엄중하게 이도(頤道)를 어겼기에 그 결과는 반드시 흉험하다.

 

사람이 부양을 구하는 데에는 반드시 중정의 덕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 부양하고 타인을 부양해야 한다. 타인에게 부양을 구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바르게 하고 맑게 하여야 한다. 실제에 근거해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 지름길에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모든 수단을 강구해 타인에게 터무니없이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 효의 요지는 자신의 주관적 노력과 정당한 방법과 경로로 부양하여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부당한 수단으로 타인에게 부양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송나라 사람 유초(游酢)는 해석하였다.

 

“위가 아래를 길러주니 이(頤)의 바름이다. 만약 위에 있으면서 오히려 아래가 부양하면 이는 거꾸로 된 것이다. 이 이효와 사효는 모두 거꾸로 돼있다. 그런데 이효는 사물에 뜻을 두고 있고 사효는 도에 뜻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사효는 이를 거꾸로 했기에 길하고 이효는 행하면 흉하다.”

 

무슨 뜻인가? 백성 민중을 위해야 하고 백성 민중 사이에 부양을 구하는 것은 물질이라는 말이다. 통치자는 피통치자의 부양을 구하는 것에는 마땅히 덕과 의로 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정씨역전(程氏易傳)』은 말한다.

 

“삼효 이하는 몸을 기르는 자이며, 사효 이상은 덕과 의를 기르는 자이다. 임금으로서 신하에게 기름을 의지하고, 윗자리에 있으면서 아래 사람에게 기름을 의지함은 모두 덕을 기르는 것이다.”

 

위가 아래에 부양을 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내용은 사방에 덕과 의를 베푸는 것이다. 바로 『상전(象傳)』의 말과 같다.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나 길함’은 위에서 베푸는 것이 빛나기 때문이다.”

 

이른바 ‘위에서 베푸는 것이 빛나다’는 말은 위에 있는 통치자가 한편으로는 거꾸로 아래에게 부양을 구하는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민중에게 덕과 의를 베푸는 것이다. 고귀한 지위를 벗어던지고 내려가 빈천한 백성과 교류하면서 예의와 겸손으로 대하며 백성을 부양한다는 말이다. 명나라 사람 임희원(林希元)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현인에게 낮추는 마음이 전일하지 않으면, 현인이 선으로 고해주기를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다. 보태주기를 구하는 마음이 계속되지 않으면, 거의 얻지 못했는데도 그치게 된다.”

 

통치자가 백성에게 부양을 구하는 관건은 덕과 의를 베푸는 것이요 어진 이를 예의와 겸손으로 대하는 마음이 한결같아야 하고, 아래에게 사람을 부양하도록 구하려면 끊임없이 절박하게 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부양하는 데에 멈춤이 없게 할 수 있고 스스로 부양하는 데에 잘못이 없게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가정에 대하여 말하면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풍족한 열매를 거둬야 하고 가정의 물자 소비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자녀에게 정신적 재부를 물려줘서 고상한 덕성과 훌륭한 생활 습관을 갖출 수 있게 하여야 한다.

 

기업과 단체에 대하여 말하면, 사원의 생활에 만족을 시켜주는 것 외에도 그들에게 훌륭한 기업문화를 부여해야 하고 단체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사원들에게 진정으로 기업과 단체가 자신들의 두 번째 집으로 여길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아주 만족하게 기업과 단체를 위하여 힘을 다하여 공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국가에 대하여 말하자면, 국가의 모든 것은 국민에게 속해 있다. 국가는 재부를 국민에게서 받은 것이기에 다시 모든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써야 한다. 동시에 덕과 의를 베풀어야 하고 법에 따라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 덕으로 나라를 다스리면서 만민을 감화시켜야 한다.

 

*****

頤卦 ䷚ : 산뢰이(山雷頤) , 간(艮: ☶)상 진(震: ☳)하

 

이(頤)는 곧게 하면 길하니, 길러주며 스스로 음식[구실(口實)]을 구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頤,貞吉,觀頤自求口實.)

 

기르는 곧은 도에 위배되기 때문에 흉하여 십년이 되어도 쓰지 못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 / 기름에 위배되면 곧더라도 흉하여 십년이 되어도 쓰지 못하니, 이로운 바가 없다.(拂頤貞凶,十年勿用,无攸利.)

 

거꾸로 길러주기를 구하나 길하니, 호시탐탐하여 하고자함을 좇고 좇으면 허물이 없으리라.(顚頤吉,虎視耽耽,其欲逐逐无咎.)

 

[傳]

 

이괘(頤卦)는 「서괘전」에 “물건이 모인 뒤에 기를 수 있으므로 이괘로 받았다”라고 했다. 물건이 이미 쌓아 모이면 반드시 길러주어야 하는데, 길러주지 않으면 생존하고 번식할 수 없다. 이괘가 이 때문에 대축괘의 다음이 됐다. 괘가 위는 간괘(艮卦☶)이고 아래는 진괘(震卦☳)이어서 위아래의 두 양효가 가운데에 네 음을 포함하고 있고, 위는 멈추고〔간괘〕아래는 움직이며〔진괘〕, 밖은 충실하고 안은 비었으니, 사람의 턱의 상이다. ‘이(頤)’는 길러줌이니, 사람의 입은 마시고 먹어서 사람의 몸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에, ‘이(頤)’라고 이름을 지었다. 성인이 괘를 만들어서 기르는 뜻을 미룸이 크게는 천지가 만물을 양육하고 성인이 현자를 길러 만민에 미치며, 또는 사람이 생명을 기르고 형체를 기르며 덕을 기르고 사람을 길러주는 데에까지 이르니, 모두 기르는 도이다. 움직이고 쉬는 것을 절제하거나 펴는 것은 생명을 기르는 것이고, 음식과 의복은 형체를 기르는 것이고, 위의(威儀)와 행의(行義)는 덕을 기르는 것이고, 자기 마음을 미루어 남에게 미치는 것은 사람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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