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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서합괘(噬嗑卦)

 

서(噬)는, (깨)물다 뜻이다. 합(嗑)은 합하다 이다. 서합은 입 안에 물건을 넣고 씹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씹을 때는 입을 움직여야 한다. 입을 벌려야 교류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으며 서로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한 후에야 오해를 풀 수 있다. 막힌, 두절된 것을 없애야만 일을 처리하는 데에 간단하게 할 수 있으며 큰일을 아무 것도 아닌 작은 일로, 중대한 문제는 사소한 것으로 하고 사소한 문제는 끝난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막힘이 생기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막힘, 두절이 생겨 통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때 더 교류하고 더 소통하면서, 간결하면서도 힘차게 단도직입적인 방법을 채택하여 큰일은 작게 만들고 작은 일은 끝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서합(噬嗑)은 형통하니, 옥(獄)을 쓰는 것이 이롭다.”

 

‘씹다’는 말은 소통을 진행하는 것이다. 심리하여 막힘, 두절을 없앨 수 있다.

 

소통은 어디에나 있다. 소통이 있어야만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고 단절을 없앨 수 있다.

 

허베이 어떤 지역에 두 집안이 있었다. 동쪽 집 아기가 놀다가 실수로 손에 들고 있던 자그마한 돌이 담을 넘어 서쪽 집 아주머니의 머리를 때렸다. 서쪽 집에서 여럿이 찾아와 죄를 물었으나 동쪽 집에서는 특별한 어떤 외상도 보이지 않자 예사롭게 대하며 동쪽 집에 사죄하지 않았다. 그러자 원한이 쌓이고 쌓이면서 점점 깊어졌다. 악담에서 돌로, 돌에서 몽둥이를 주고받는 것으로 변했다. 어린애 장난이 인명 피해를 입고 수백만 원을 손실을 입으면서 끝을 맺었다.

 

어떤 회사에 새집을 할당받은 직원이 둘 있었다. 아래층에 살게 된 직원은 기계설계를 하는 지식인으로 신경 쇠약증을 앓고 있어서 불면에 시달렸다. 위층에 배당받은 직원의 집에는 주의산만증이 있는 아이가 살고 있어서 하루 종일 놀랄 정도로 귀를 찌르는 소리를 냈다. 아래층에 사는 직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렸다. 여러 차례 절충했으나 소용이 없자 나무막대기로 천장을 때리기 시작하였다. 한 직장의 두 남자 사이의 전쟁은 한 단계 한 단계 격화되더니 마침내는 위아래 같이 살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한 사람은 병원에 입원하였고 한 사람은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위 두 가지 참극의 원인은 거론할 거리도 안 되는 작은 일이다.

 

사람은 집단성 동물이다. 한 데 살다보면 결국 크고 작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혀도 이빨과 부딪치는 걸 피할 수 없지 않던가. 그렇지만 혀가 이빨에 부딪친다고 하여도 이빨로 혀를 깨물어버리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지 않은가.

 

“한 때의 화를 참으면 두고두고 근심을 면할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가면 근심과 걱정이 그물코처럼 엮어지고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세상이 넓어 보인다.”

 

이런 많은 비원칙의 문제에 있어 이웃 사이에는 참고 양보하는 게 필요하다. 원칙에 관련된 문제라면 또 기율과 법률이 있지 않은가. 반목해 사이가 틀어져서 원수가 될 지경까지 이르게 할 필요가 뭐 있는가? 무기를 들고 상대하면서 수습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돼서는 안 된다.

 

“큰일은 작게 만들고 작은 일은 끝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가끔 헐뜯거나 비방하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부딪치지 않을 수 없는 가까운 이웃 사이에 ‘중재인’이 된 것처럼 현명하게 행동하여야 한다.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면 다음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관점이 다르다. 이것은 사람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지도급 구성원 사이에 많이 발생하고 학술계에서도 빈번하게 생겨난다. 옛 사람이,

 

“지향하는 도가 같지 않으면 함께 일을 도모하지 않는다.”(『논어論語·위령공衛靈公』)

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같은 문제에 다른 관점이 생기는 까닭에 사람 사이에 갈등과 틈이 생긴다. 더 나아가 쌍방이 편견이 생겨나게 되고 서로 공격하게 되면서 공존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둘째, 취미가 서로 다르다. 이런 유의 충돌은 친한 사람 사이에서 생겨난다. 예를 들어 부부 사이, 고부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가정은 한 개인이 살아가는 중요한 장소다. 만약 뜰에 자주 화재가 발생한다면 한 개인은 정력과 주의력 모두 사업이나 자신의 일에 쏟기가 어렵게 된다. 사업에 휘황찬란한 성취를 거둔 사람은 가정의 지지가 있어야 하지 않던가.

 

셋째, 개성에 저촉(모순)된다. 성격, 기질이 다르거나 상반된 사람은 서로 충돌이 생기게 된다. 예를 들어 성격이 급한 사람은 무슨 일을 하던 꾸물거리는 성격이 느린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된다. 성격이 느린 사람은 일을 할 때마다 후다닥 후다닥 처리하는 성질 급한 사람을 원망하게 되기도 한다. 이 두 부류의 사람은 서로 이해할 수 없어 갈등이 생기게 된다.

 

넷째, 오해로 생긴다. 사람이 사람과 함께 지내다보면 주관적으로는 마찰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지만 오해가 생기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뿌리가 깊이 박혀있어 없애기 어려운 오해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자세히 살펴보기만 하면 현실 생활에서 알 수 없을 정도로 각종 오해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섯째, 분쟁으로 생긴다. 생활에서 충돌은 드러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취향이 다른 두 사람 사이의 충돌은 공개할 필요는 없으나 적지 않은 갈등은 격화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왕왕 조그마한 갈등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벼우면 말싸움이 되고 무거우면 주먹질이 오가기도 한다. 더 심하면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는 지경이 이르기도 한다.

 

갈등이 생기는 원인은 많다. 그런데 결국은 편협하고 이기적이며 민감하여 공연히 의심하고 고집불통 같은 인성의 약점에서 기인한다. 사람들은 어떻게 문제를 사고하고 처리할까? 습관적으로 자아에서 출발한다. 평상시에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에 소홀이 한다. 그래서 갈등이 생긴 후에는, 결국 진리는 자기 손에 있다고 여기고 잘못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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