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이른바 '계엄의 밤'을 둘러싼 오영훈 제주지사의 행적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공백 시간' 논란이 고발 조치로 번져 진실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 지사가 계엄 선포 직후 약 3시간 동안 자택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두고 정치적 책임론이 불거졌고, 이를 둘러싼 논란과 파문은 확산 일로를 걷고 있다. 제주도는 "오 지사가 불법 계엄에 동조했다"는 주장을 퍼뜨려 도청 공직자 전체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일부 인사를 지난 12일 경찰에 고발했다. 피고발인은 제주에서 활동중인 고부건 변호사로 확인됐다. 도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공적 비판을 넘어선 악의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고발 대상인 고부건 변호사는 도가 스스로 배포한 보도자료와 당시 청사 통제 상황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라며 이는 도민으로서의 상식적 비판이라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행정안전부가 전국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12·3 계엄 당시의 가담 여부와 대응 실태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하면서 논란은 지역 차원을 넘어 전국적 관심사로 확산됐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사실관계의 공방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 공직자의 행적을 어디까지 비판할 수 있는지, 그리고 표
제주 골목상권은 경기 침체와 관광 의존 구조, 낮은 창업 생존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소비자들은 '가치소비'와 '경험'을 중시하며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주도는 민간 전문기업과 손잡고 메뉴 개발, 공간 디자인, 위생·시설 개선, 온라인 홍보까지 지원하는 '로컬브랜드 활성화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의 중복성, 예산 투입 대비 지속 가능성, 관광산업과의 연계 효과 등은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제이누리>는 로컬브랜딩이 제주의 상권·관광·문화 전반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앞으로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제주 로컬브랜딩의 또 다른 축은 청년 창업가들이다. 단순히 가게 문을 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 특산품과 문화자원을 상품과 서비스에 녹여내는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들은 감귤·청귤·차·해녀 문화 등 제주만의 자원을 메뉴와 공간에 담아낸다. '제주다움'을 소비자 경험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한 끼 음식을 파는 차원을 넘어선다. 관광객에게는 제주의 스토리를 체험하는 색다른 콘텐츠가 되고, 도민에게는 익숙한 자원을 새롭게 즐기는 방식
'새벽이 둠북 ᄒᆞᆫ 짐 안 ᄒᆞ여 온 메누리 조반 안 준다(새벽에 모자반 한 짐 안 하고 온 며느리에게는 아침밥을 안 준다).' 제주 도내 해안마을, 특히 구좌읍 일대에서 통용되던 속담이다. 예전 제주에서는 새벽 일찍 바다에 가서 ‘둠북(모자반)’ 한 짐 마련해 오지 않는 며느리는 아침밥을 못 얻어먹었다. 그만큼 부지런하고 생활력 강해야 시집살이 제대로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비단 며느리만이 아니라 제주 사람 대부분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한라산, 오름, 바당, 산전(山田), ‘드르팟’ 등을 누비고 다녔다. 누구나 ‘오몽(움직임)’할 수 없을 때까지 일했다. 다행히 농업과 어업, 목축업을 주로 하면서도 부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았다. 제주 여성들의 생업(生業)과 부업을 노래한 제주민요 ‘맷돌 노래’ 가사에서 보면, 제주 신들의 고향인 교래, 송당 큰 아기들은 가죽 감태(짐승 털가죽으로 만든 방한모) 쓰고 ‘피(稗)’ 방아 찧으러 다 나갔다. 피는 일곱 차례 찧어야 모두 벗겨져 비로소 먹을 수 있다. 제주에서는 이를 ‘능그기’라 한다. 예전에는 ‘능그기’ 힘들어서 다들 피 농사를 꺼렸다. 서목골(제주시 서문) 큰 아기들은 돼지 창자 훑으러 도축장으로
제주 골목상권은 경기 침체와 관광 의존 구조, 낮은 창업 생존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소비자들은 '가치소비'와 '경험'을 중시하며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주도는 민간 전문기업과 손잡고 메뉴 개발, 공간 디자인, 위생·시설 개선, 온라인 홍보까지 지원하는 '로컬브랜드 활성화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의 중복성, 예산 투입 대비 지속 가능성, 관광산업과의 연계 효과 등은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제이누리>는 로컬브랜딩이 제주의 상권·관광·문화 전반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앞으로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제주 외식업계의 브랜드 리뉴얼 실험이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을까.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참여했던 점포부터, 올해 상반기 새롭게 지원 대상에 포함된 매장까지, 로컬브랜딩의 현장은 성과와 한계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는 단순한 매출 수치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 경험 확대와 지역사회 기여, 상권 이미지 전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제주의 외식업계는 관광 의존도가 높고 창업 생존율이 낮아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해 왔다. 특히 코로나
"저승사자 복장이 이렇게 멋있어도 되나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에서 걸그룹 '헌트릭스'와 경쟁을 하는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의 한국 전통의상이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사자보이즈 맴버 '애비'는 갓끈을 손가락으로 돌리는 퍼포먼스만으로 '갓끈 걔'('갓끈 퍼포먼스한 그 아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쓰던 '갓'의 주산지는 갓의 주재료인 말총을 얻을 수 있는 말(馬)의 고장 제주다. 제주는 '갓' 뿐만 아니라 '망건(網巾)', '탕건(宕巾)' 등 다양한 관모(冠帽, 옛 벼슬아치들이 쓰던 모자) 공예의 명맥이 이어지는 본고장이다. ◇ "제주 갓은 매미 날개보다 얇다!" 영화 속 사자보이즈는 긴 머리 짧은 머리 상관없이 개성 넘치는 머리 스타일 그대로 갓을 썼지만, 옛날 선비들이 갓을 쓰는 방법은 달랐다. 선비들은 상투를 틀고 이마에 망건을 두른 뒤 그 위에 탕건을 쓰고, 다시 그 위에 갓을 썼다. 갓이든 망건이든 탕건이든 모두 말의 갈기나 꼬리털인 말총을 엮어 만들기 때문에 자연스레 '말의 고장' 제주에서 갓을 비롯한 관모 공예가 발달했다. "탐라(제주) 갓은 매미 날개보다 얇
제주 골목상권은 경기 침체와 관광 의존 구조, 낮은 창업 생존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소비자들은 '가치소비'와 '경험'을 중시하며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주도는 민간 전문기업과 손잡고 메뉴 개발, 공간 디자인, 위생·시설 개선, 온라인 홍보까지 지원하는 '로컬브랜드 활성화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기존 사업과의 중복성, 예산 투입 대비 지속 가능성, 관광산업과의 연계 효과 등은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제이누리>는 로컬브랜딩이 제주의 상권·관광·문화 전반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앞으로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제주 외식업계에 '로컬브랜딩'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가게를 여는 데 그치지 않고 메뉴 개발, 공간 디자인, 위생·시설 개선, 온라인 홍보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원해 점포를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소비자는 음식을 넘어 '제주다움'을 경험하고, 점포는 브랜드로 다시 자리매김한다. 제주도는 지난해 시범사업에 이어 올해 본격적으로 로컬브랜드 활성화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은 소상공인경영지원센터가 운영을 맡고, 외식업 전문기업 CJ프레시웨이와 협업해 진행된다.
해녀들도 엄격한 계급이 있다. 숨의 길이와 잠수 깊이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뉜다. 보통 해녀들은 잠수시간이 보통 1분 이내지만 상군 해녀는 2분 이상 숨을 참고 15m 깊이 이상까지도 내려간다. 이들 상군 중에서 덕망이 높고 기량이 특출한 해녀는 대상군이라 부른다(대상군은 명예직이라 할 수 있다). 중군은 8~10m, 하군은 5~7m 깊이 바다가 일터다. 60대 하군 해녀가 나이를 무기 삼아 40대 상군 해녀의 말을 무시하는 경우는 없다. 허락 없이 1㎝라도 먼저 바다에 들어가면 벌을 받는다. 혹여 금채기를 지키지 않고 바다에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수확 해산물도 상군의 지시에 따라 나누어진다. 김옥순 해녀는 지금도 ‘할망 바당’에서 물질한다. 여기저기 아프다가도 물속에 들어가면 온갖 근심이 사라지고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이제는 다치고 아픈 데가 생겨 바다에 못 나오는 해녀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평대리에는 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87세 고령 해녀도 있다. 제주 해녀는 해양 채집을 통해 경제 활동을 해온 제주 여성들로, 바다 밭의 제한된 공간에서 나이의 많고 적음이나 기술의 상·중·하에 관계없이 생산과 판매 분배를 공동으로 하는 공동체적 특성을
제주 고·양·부 삼성사재단이 창립 100년을 넘어선 지금 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 부담을 안고 있다. 사적 제134호 '삼성혈'을 보존·관리하는 이 재단은 올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쳐 약 5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내년에는 6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이 중 종부세만 46억원 규모다. 운영 재원은 연간 약 2억원의 관람료와 10억원가량의 부동산 임대 수익이 전부다. 재단은 지난해부터 토지를 매각해 세금을 충당했지만 "조선시대 국왕이 하사한 위토를 계속 팔 수는 없다"는 내부 공감대가 강하다. 재단 관계자들은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5년 안에 자산의 상당 부분이 소진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드러낸다. ◆ 종중 불인정에서 시작된 세금 부담 = 삼성사재단의 세금 구조 변화는 2013년부터 본격화됐다. 이전까지 재단은 종중 소유 토지로 분류돼 분리과세를 적용받았다. 분리과세 토지는 세율이 0.07%로 낮고 종부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이 제도 덕분에 연간 재산세 부담은 5000만원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3년 제주시는 재단을 종중이 아닌 비영리사업자로 분류했다. 비영리사업자 소유 토지에는 세율 0.2%가 적용된다. 재단은 곧바로 종중 인정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제주도는 지금 '미래'를 말하고 있다. 드론택시,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위성정보 서비스 등 차세대 미래 산업을 제주에서 실증하고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를 대한민국 산업전환의 테스트베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이에 따라 도는 2022년부터 내년까지 약 593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위성통신망 응용서비스, 정밀지도 구축, 초소형 위성 개발 등의 과제를 추진 중이다. 도는 이를 통해 '차세대 모빌리티 실험장'이자 '우주산업 전진기지'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산업의 청사진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의 인재 지표가 이미 경고음을 내고 있다. 제주대의 지난해 입시 결과를 보면 상위권 수험생의 진로는 명확하다. 의예과(1.04등급), 약학과(1.24등급), 수의예과(1.36등급) 등 의약학 계열이 가장 높은 성적대 학생들의 선택을 받았고, 기계공학과(3.3등급), 전기전자공학과(2.8등급), 화학공학과(3.5등급) 등 이공계는 그 아래에 머물렀다. 수요가 높은 컴퓨터공학이나 통계학 일부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는 낮다. 서울대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된다. 최근 입
한반도에 출가한 해녀 분포를 보면, 동해안 지역이 가장 조밀하며 북서부 해안지대가 그다음 남부 해안지역, 북부 해안지역 순으로 분포되어 있다. 주로 해안지형 및 해저지형, 조류, 풍향 등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일제강점기 일본 출가 해녀 분포 현황 역시 동해안 지역은 없고 태평양 연안에 편재(偏在)되어 있었다. 토지가 척박하여 토지 생산성이 낮고 농가 부업이 활발하지 않았던 제주에서는 해녀 물질이야말로 현금화 비율이 가장 높은 부업이었다. 게다가 생산물 전부가 판매되었기 때문에 현금화 비율이 높다. 감귤 경제가 보편화 되기 전까지만 해도 농촌에서 필요한 현금 대부분이 해녀 소득으로 충당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중국 칭다오에도 80여 명 제주 해녀가 물질 갔었다. 이들은 5월에 칭다오로 가서 8월 추석 전에 고향에 돌아왔는데, 당시 소학교 교사 봉급이 40원이던 시절 무려 평균 300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다. 1970년 두 달간 독도 물질을 마치고 오면서 김옥순 해녀는 50만~60만 원 정도를 벌어 왔다. 그 돈으로 600평 밭을 샀는데, 지금도 그곳에서 농사짓고 있다. 1970년 국민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은 9만 원이다. 라면 5봉지가 100원이던
1970년 당시 23살 제주도 구좌읍 평대리 해녀 김옥순씨는 결혼한지 한 달 만에 독도로 물질을 갔다. 신랑 역시 결혼 직후 군에 바로 입대했다. 당시 독도에는 전복이 많아 어른 주먹만큼한 전복을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울릉도는 오징어, 독도는 문어’이던 시절이라, 가끔 동해안 마을 잔칫상 단골 메뉴인 대왕 문어도 잡았다. 이름에 글월 문(文)이 들어갈 만큼 무척추동물 중 지능이 가장 높고, 뇌와 신경조직이 발달했으며, 시력이 좋아 바다의 유인원이라고도 했던 ‘북태평양 대왕문어’는 ‘참 문어(왜문어)’보다 몸집이 커서 ‘대문어’, ‘대왕문어’ 혹은 살이 물러 ‘물 문어’라고도 불린다. 대왕문어는 수심 150m에 서식하며 최대 길이 2m, 무게는 30kg까지 달한다. 수심이 깊은 독도 인근 바다가 대왕문어의 좋은 서식처다. 문어 다리에 발달한 원형 발판은 아주 힘이 세고 세 가지 근육이 있어 무엇이든 잡으면 진공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사냥할 때 다리를 우산처럼 펼치는데,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그래서 대왕문어를 잡을 때는 반드시 2인 1조로 작업해야 한다. 먼저 한 해녀가 문어 정수리를 내리쳐 죽이고 나면, 다른 해녀가 뒤로 돌아
현대에 와서는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제주에 와서 별도로 하객을 접대하는 것을 ‘두불 잔치’라고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아내 고향인 경기도 안성에서 아내 친척과 우리 쪽에서는 부모님과 가까운 친척만 올라가 결혼식을 하고 제주에 내려와 이곳 하객들을 모시고 다시 잔치했다. 요즘도 이런 경우가 많다. 일각에서는 그간 뿌린 부조를 거둬들이려고 그런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요즘에야 편하게 서로 계좌로 받기도 하지만, 그전에는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결혼하면 축하해 주고 싶어도 그러질 못했다. 이래저래 축하도 받고 부조금도 받을 겸 해서 서울에서 결혼식하고 제주 내려와 ‘두불 잔치’하는 풍습이 생겨났다. 다른 지역에서는 집안을 대표하는 장남에게 몰아 부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아는 상주가 여럿일 경우 모든 상주에게 나눠 부조한다. 그러니 부담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일 난 집에 가서 큰아들에게만 부조하려 했는데, 가서 보니 두 번째 아들 얼굴이 보여 그냥 올 수 없었다.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서로 협력하면서 사는 작은 공동체였다. 나중에 도움받을 수도 있고, 이 친구하고도 뭘 할 수도 있고 이 친구하고도 뭘 할 수 있는데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