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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톺아보기] 너영나영(YOU&I) (1) 제주댁 양지은이 부른 제주민요

 

제주댁으로 잘 알려진 국악 가수 양지은은 TV조선 ‘금요일은 밤이 좋아’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제주 민요 ‘너영 나영’을 불렀다. 이 무대는 제주 민요를 현대 리듬에 맞춰 섬세하게 감정표현을 하여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처음 듣는 제주 민요의 색다름과 청아한 양지은의 음색이 더해져 제주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남녀노소 많은 이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너영 나영’이란‘너랑 나랑' 의 의미를 지닌 제주어로 너와 내가 함께 어울린다는 뜻이다. ‘너영 나영’은 ‘오돌또기’, ‘이야홍 타령’과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제주 민요 중 하나다.

 

“너영 나영 두리둥실 놀구요. 낮이 낮이나 밤이 밤이나 참사랑이로구나.” 여기까진 알겠는데, “백록담 올라갈 땐 누이동생 하더니 한라산 올라가니 신랑 각시가 된다.” 이 대목에선 제주토박이인 나도 자세한 내막을 잘 모르겠다.

 

‘너영 나영’은 노래 앞부분은 원곡의 감성을 살려 편안한 리듬으로 듣는 사람의 마음을 잔잔히 어루만지며, 뒤로 갈수록 사물놀이로 흥을 돋우는 반전 멜로디가 있다. 곡의 서사를 따라 완급을 조절하며 세밀하게 감정선을 전달하는 제주 양씨 양지은의 목소리는 삶에 지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정화 시켜 준다. 그래서 그녀는‘치유의 목소리’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양지은은 데뷔 초기부터 착하고 배려심 많은 언행으로 드라마 여주인공 같다는 평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양지은의 동네 오빠인 송상섭 한림공원 대표는‘우리 착한 지은이’라며 100번도 넘게 칭찬했다. 그도 그럴 게, 1971년 협재리 바닷가의 황무지 모래땅을 사들여 야자수와 관상수를 심어 가꾸어 오늘날 한림공원을 만든 한림공원 창업자 고 송봉규 회장이 치매에 걸려 의식이 혼미한 와중에서도, 양지은의 노랫소리가 들리면 잠시나마 밝은 미소를 되찾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송상섭 대표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예전 동네 귀염둥이 양지은의 목소리와 제주 민요가 지닌 강한 치유력을 확인했다고 한다.

 

일찌감치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고 송봉규 회장은 오랫동안 물심양면 그녀를 지원하며 그녀의 노래를 아주 좋아했다. 실제로 양지은은 ‘한림공원 장학회’로부터 국악 특기 장학생으로 지원받았다. 이처럼 제주 민요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제주인들에게 강력한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재작년 초 가수로 데뷔한 전 예술의전당 대표 고학찬 씨가 노래하게 된 동기를 들어보면, 다들 엄마가 그리워 가슴 뭉클해 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15년 살다 한국으로 잠시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치매로 3대 독자 아들인 나를 알아보지 못하셨습니다. 3일 동안의 짧을 일정을 마치고 떠나야 하는 마지막 날, 혹시나 하여 어머니가 즐겨 부르셨던 제주 민요 ‘이아홍 타령’을 불렀습니다. 그 순간 말도 표정도 멈춰 있던 어머니께서 이 노래를 따라 부르셨습니다.”

 

제주민요 이야홍 노래 듣기

 

치매에 걸려 노모가 3대 독자 아들조차 못 알아보다가, 아들이 제주 민요 ‘이아홍 타령’을 부르는 순간 잠시 기억이 돌아온 듯, 아들과 함께 ‘이아홍 타령’을 불렸다는 사연이다.

 

제주도는 민요의 나라다. 민요는 민중들의 사상, 생활, 감정을 담고 있으며 노동이나 생산 활동과 연관된 생산적 노래다. 제주 민요에는 농사짓기 소리, 고기잡이 소리, 일할 때 부르는 소리, 의식에서 부르는 소리, 부녀요, 동요, 잡요 등이 있다. 특히 제주 민요에는 노동요와 부녀요가 압도적이다. 노동요에는 농사짓기 소리로 ‘검질 매는 소리’가 가장 많고 ‘밭 밟는 소리’, ‘도리깨질 소리’, ‘방아 찧는 소리’ 등이 있다. 고기잡이 소리로 해녀들이 전복을 따러 갈 때 노를 저어가면서 부르는 ‘해녀 뱃소리’가 있다. 그리고 일하며 부르는 소리로 맷돌질하면서 부르는‘고랫소리’, ‘가래질소리’, ‘꼴 베는 소리’, ‘톱질 소리’, ‘방앗돌 굴리는 소리’ 등이 있다. 또 말총으로 망건, 탕건 등을 짜며 부르던 노래도 있다.

 

제주도에서는 주로 여자들이 민요를 불렀다. 주로 집안의 일, 즉 멧돌, 절구를 찧는다던가 말총으로 망건, 탕건 등을 짜는, 이른바 힘이 든다든가 그렇잖으면 심심해서 일할 때 노래했다. 이밖에 야외에 나가 농사일을 한다든지 바다에서 전복을 딸 때도 불렀다. 해녀 노래는 바닷속에서 작업하면서 부를 수도 없으므로, 난바다에 나갈 때까지 배를 저으면서 노래했다.

 

제주 민요는 노동요만 있는 게 아니다. 의식에서 부르는 소리, 부녀요와 동요, 통속화된 잡요 등도 있다. 노동요의 중간중간, 즉 단조로운 노동 중에 사랑과 원한, 시집살이, 집안, 인간관계 등 인생살이 내용도 많다. 제주 노동요를 통해 제주 여성들은 신세를 한탄하거나 삶의 고달픔을 소리로 표현했다.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또 며느리는 며느리대로 말 못 할 서러움을 하소연하는 인정의 노래도 있으며 또 밤이며 낮으로 보고 싶고 기다려지는 사상의 연가(戀歌)도 가지가지가 있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를 그리며 부르는 사무친 노래도 있다. “새야! 저세상 가서 우리 부모 만나, 우리 딸 어디 앉아 울고 있더냐? 우리 부모가 묻거든, 길거리에 앉아 엄마 부르며 울고 있더라고 말해 다오.” 이 세상 그 어느 딸이, 돌아가신 친정엄마 무덤 옆에 당 배추가 아무리 풍성하게 많았어도 북받치고 눈물겨워 하나라도 캘 수 있을까?

 

재작년 <제주 일 노래> 상설공연장에서 만난 부혜미 제주문화원 민요 강사는 “제주인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게 제주 민요”라고 명쾌하게 정의했다. 어머니 한춘자 명창 따라 자연스럽게 제주 민요를 배운 그녀는 제주 민요와 더불어 제주의 신화와 굿 이야기를 노래하며 대중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제주인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는 제주 민요는 세대를 거쳐 제주인의 삶과 역사를 이어 주는 역할도 한다. 민요를 통해 세대 간 교감하고 공감하며, 전통을 계승하게 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정책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제주지식산업센터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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