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뱀 신화에 등장하는 이주(移住) 뱀은 바다에서 올라온 ‘바다뱀’이다. 제주도 바다뱀은 실재 바다에 서식하지 않은 신화적 뱀이다. 제주도 당 신화에 등장하는 뱀 신화와 뱀 신앙은 북태평양 바닷길 따라 제주도에 올라왔다. 제주도 바다뱀은 돌함에 실려 바닷가에 표착 형식으로 제주도에 왔다. 마을 당신으로 좌정하여 마을수호신 역할을 해오던 산신이 새로 나타난 뱀신을 공격했다는 신화도 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외지에서 입도한 신들을 다 잘 받아들였다. 그 신들은 지역에 잘 어울리며 제주도 대표 신이 되었다. 제주에는 뱀신 말고도 다양한 토속신이 있다. 문전신(門前神)은 집 안에 들어오는 문에 좌정해 있는 신을 말한다. 집을 지키는 신이라 할 수 있다. 상방(上房) 앞쪽에 좌정한 문신(門神)과 뒤쪽 문에 있는 ‘뒷문전신’이 있다고 한다. 조왕할망(조왕신)도 눈길을 끈다. 불을 피워 밥과 반찬을 만드는 곳인 솥덕은 언제나 따뜻한 곳이다. 조왕신은 솥덕에서 집안 길흉화복을 관장했다. 그런가 하면 ‘정살지신’도 있다. 집 안 출입구인 ‘올레’에 세워진 정주석을 가로지르는 곧은 나무를 ‘정낭’ 혹은 ‘정살’이라고 한다. 정살지신은 이곳에 좌정해 있는 신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관광수도 제주' 구상이 이제 현실화의 갈림길에 놓였다. 워케이션과 의료관광, 4·3 기록관, 탄소중립, 농업 혁신, 자치분권 등 분야별로 굵직한 약속이 제시됐지만 정작 그 앞에는 여전히 높은 벽이 버티고 있다. 장기 침체에 빠진 관광산업,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의료 현실, 치유로 이어지지 못한 4·3 문제 해결,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에너지 전환 정책, 구조적 개선이 어려운 1차 산업, 그리고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한 자치분권 과제. 이재명 정부가 제주를 향해 내놓은 비전은 누구보다 풍부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실행 조치나 신속한 정책 전개는 임기 초반인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물론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모든 과제가 일시에 해결되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유권자들이 기대는 다만 신호탄이다. 선언과 약속은 충분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겠다'는 첫걸음에 대한 기대다. ◆'한국관광 1번지 제주'는 어디로? =제주 경제의 중심축인 관광산업은 2020년대 들어 장기 침체 국면에 빠져 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 수는 1187만명이다. 2023년 1268만명에서 80만명 가까이 줄었다. 회복을 기대했던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의 핵심 과제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다시 한 번 중요 화두로 떠올랐다. 현행 2개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를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등 3개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로 전환하는 이 계획은 각 정당 후보들의 상반된 입장에 따라 향후 추진 동력과 시기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부활 논의는 단순한 지방자치 모델 변경을 넘어 제주도의 독립성과 분권 가치를 둘러싼 상징적 이슈로 자리 잡았다.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는 도-행정시 체제로 광역·기초 행정구조를 통합했지만 행정시가 제주도 산하기관에 머물며 자치에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은 "제주 행정의 독립성과 지역 대표성 강화를 위해 반드시 기초자치단체 복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가 추진하는 개편안은 주민투표를 통해 3개의 기초시와 기초의회를 부활시키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시장·의원을 직접 선출한다는 내용이다. 기초의원 수는 40명 규모로 예상된다. 광역의회 정수는 축소된다. 그러나 ‘제주시를 동·서로 분할’ 하는 구상에 대해 지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주민밀
제주도에는 뱀과 관련한 금기어가 많다. 특히 칠성 본풀이와 토산당 등 뱀 신에 대해 신성시하는 관념이 있어 손가락으로 뱀을 가리키는 등 함부로 건드리거나 사람의 눈에 띄는 일은 좋지 않다고 여겼다. 신앙적 측면에서 뱀은 풍요와 다산, 길흉을 상징한다. 잘 모시면 모신 값을 하고 못 모시면 재앙을 준다고 믿었다. “배염이 집 가지에 ᄌᆞ주 나댕기민 집안에 액운이 싰나”(뱀이 집 처마에 자주 나다니면 집안에 액운이 생긴다), “배염 ᄄᆞ령 죽이민 생살 죄에 걸령 그 사름은 죽은다”(뱀을 때려죽이면 생살 죄에 걸려서 그 사람은 죽는다), “배염을 송끄락으로 ᄀᆞ리치민 송끄락이 썩나”(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그 손가락이 썩는다) 등이 대표적인 금기어다. 제주에서는 “뱀을 때렸던 막대기는 건드리지도 말라”고 한다. 뱀을 때렸던 막대기는 상대해서는 안 될 막된 사람을 비유한 것으로, 그런 사람을 건드렸다가는 어떤 행패를 부릴지도 모르니, 아예 상대하지 말라는 금기 속담이다. 이처럼 뱀을 금기의 대상으로 경원시했다. 뱀을 괴물로 알고 적대시하여 해치면 우환이 따르므로 함부로 다루지 말라고 했다. 예전에 ‘칠성에 걸린 병’은 칠성인 뱀을 죽였거나 죽은 걸 보았기 때문에
제주시 연삼로 22,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회의실. 창밖은 고요했지만 회의실 안에서는 삶의 복잡한 결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오랜 경력을 지닌 고참 직원, 오랜 시간 아이를 품어온 위탁부모, 그리고 이제 막 위탁 홍보 업무를 맡은 신입 사회복지사까지. 각자의 얼굴에는 다른 역할과 시간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이들은 혈연이 아니더라도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이들의 이야기는 '위탁'이라는 단어를 넘어 가족의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는 2003년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아 설립된 제주지역 아동복지 전문기관이다. 제주도와 협력해 위기 아동의 보호와 양육을 지원하고 있다. 수시·상시 위기가정 보호가정을 모집하고 있다. 전문상담과 교육, 일시위탁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현재 센터에는 10여명의 직원이 함께 근무하며 위탁가정과 아동을 연결하는 일을 맡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특히 36개월 미만의 유아는 시설보다 가정에서의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계속 늘고 있지만 이들을 품어줄 가정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센터
제21대 대통령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주 제2공항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제2공항은 개발과 보존, 성장과 공존이라는 상반된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이다. 이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공약 역시 저마다 다른 접근법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모두 제2공항을 언급했지만 '추진'과 '유보', '재검토'로 나뉜 각자의 해석은 제주 유권자들에게 또 한 번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 "도민 결정이 먼저다" … 이재명, 절차 중심 접근 = 이재명 후보는 제2공항 추진에 찬성도, 반대도 아닌 '도민 자기결정권'을 앞세운 입장을 내놨다. 오영훈 도정의 기조와 궤를 같이하는 방향으로 현재 진행 중인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존중하되 '도민의 의견을 최우선하겠다'는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다. 공식 발표에서 이 후보는 제2공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 SNS 메시지와 선대위 발언을 통해 "도민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행정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항 필요성에 대한 판단보다 사회적 합의 과정에 방점을 둔 셈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찬반 양측 모두 뚜렷한 메시지 부족을 지적하고 있
제주시 서광로를 시작으로 본격 시행된 '제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고급화 사업'이 시행 첫 주부터 도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제주도는 전국 첫 '섬식정류장'과 양문형 버스를 도입해 정시성 향상과 환승 편의, 대중교통 이용률 제고를 이끌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 그 자체다. 정류장을 찾지 못해 헤매는 승객, 방향을 혼동한 고령자들의 불편, 중앙차로에서 얽히는 택시와 버스의 정체, 정차 위치를 어긴 버스로 인한 접촉 사고까지. 시민 체감은 "기능은 없고 불편만 늘었다"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제주도는 "조기 안정화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도민 불신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정류장 구조, 예산 배분, 정책 일관성 전반에 대한 구조적 질문이 제기되는 지금 제주형 BRT는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정류장, "깔끔하지만 불편하다"는 역설 = 섬식정류장은 도로 중앙에 섬처럼 조성돼 양문형 버스의 양방향 승하차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실제 시민이 체감한 것은 "깔끔하긴 한데 타기 불편하다"는 역설적인 평가다. 서광로 6개 정류장 중 4곳은 '동광로 방면'과 '노형로 방면'으로 승차 위치가 나뉘어 있어 같은 30
65년 전쯤이다. 결혼하고 처음 시댁에 간 어머니는 마루 위 대들보나 기둥, 처마 밑에 슬며시 나타나는 커다란 뱀을 보고, 너무 놀라 숨이 멎을 뻔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누구도 뱀을 쫓아내려 하지 않았다. 뱀을 위협하거나 죽이려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경외시하며 집안의 소중한 신으로 모시는 듯했다. 그에 더해 시댁 어른들은 ‘분시’(분위기) 모르는 새댁, 어머니에게 뱀에 관한 금기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하나하나 일러주기까지 했다. 어머니가 시집가서 겪은 맨 처음 문화충격이었다. 새마을운동이 본격화되기 이전만 해도 우리 할머니나 증조할머니뿐만 아니라, 많은 제주 사람들은 뱀을 ‘칠성신(七星神)’으로 섬겨왔다. 장독대에 짚가리를 두어 ‘터줏가리’라 하여 신앙했다. 현재는 흔적조차 없지만, 65년 전 할머니네 장독대나 증조할머니네 집 뒤꼍 대나무 숲에는 ‘밧칠성’을 상징하는 ‘칠성눌’이 있었다. 곡식을 저장하는 집안 ‘고팡’에는 ‘안칠성’을 모셨다. ‘밧칠성’은 ‘뒷할망’, ‘뒷할마님’, ‘뒷칠성’이라고도 한다. 집 뒤에 모셔지는 칠성신들 이름이다. ‘칠성눌’ 또는 ‘주젱이’는 집안의 부귀와 재물을 가져다주는 ‘주저리’(일정한 양의 볏짚의 끝을 모아 엮어서
수많은 전사(戰史)가 있지만, 여성해병대 이야기는 40년 가까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94년 8월 10일자 동아일보와 1994년 8월 15일에 발간된 ‘해병 전우 신문’에 보도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1996년에 강기천 장군의 회고록 '나의 인생 여로'에 해병대 여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방송을 탔다. 제7대 해병대 사령관을 역임한 강기천 장군은 여군을 훈련한 당시의 해군 신병훈련소 소장이었다. 공정식 전 해병대 사령관은 자서전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에서 "우리나라 여자 군인 역사는 1948년 간호장교 후보생 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일반 여자 군인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6.25 전쟁 발발 후 해군·해병대에 입대한 해병대 4기 해병 126명이 그 출발"이라며 "육군의 여자 군인이 같은 해 9월 5일 탄생했으니 해군·해병대가 6일가량 빠른 셈"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불행하고 불운한 세대였어요. 나라에 충성하려면 부모 가슴 아프게 하며 총을 들 수밖에 없었고, 부모에게 효도하려면 나라를 저버리고 병역을 피해 도망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였으니까요. 그런데도 저 쓰라린 한국전쟁 당시 우리 소년 소녀 병사들은 위기에 놓인 내
10㎝가 넘는 단차가 있었고, 세면대는 앉은 키로 닿기 어려운 높이에 있었다. 침대는 낮고 불안정했다. 혼자서 씻고, 눕고, 움직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휠체어를 탄 박창수(48)씨는 결국 가족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보낼 수 없는 상태로 여행의 시작부터 막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 불편을 견디는 훈련 같습니다. 시설은 있지만 쓸 수는 없습니다." 이 호텔에 장애인 객실이 있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은 '법적으로 있는’ 수준이었다. 장애인 관광 전문 여행사 ‘휠체어투어’를 운영하는 전성환 대표는 기자에게 "지금 보신 게 바로 이 섬의 무장애 관광의 실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문서로는 장애인 객실이 존재하지만 실제로 휠체어가 돌아가지도 못하는 좁은 구조에, 욕실과 세면대는 여전히 비장애인 기준으로만 설계돼 있어요. 행정 보고서에는 다 갖췄다고 하지만 정작 장애인 입장에서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는 "실제 여행에서는 장애인이 덜 불편한 일반 객실을 눈치 보며 골라 쓰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과 국가인권위 제주출장소가 도내 4성급 이상 호텔 3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객실 '설
제주도가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통해 도내 고도지구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주거지역의 층수 제한을 높이는 선제 조치에 나섰다. 도심 고밀도 개발과 ‘제주형 압축도시’ 구상을 가속화하기 위한 행보지만, 실수요 기반과 시장 수용성, 공공성 훼손 가능성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고도관리 해제 앞두고 층수 완화? 이도·화북 재건축 단지 직격 수혜 = 도는 지난 17일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제1종 일반주거지역의 층수 제한을 5층에서 7층으로, 임대주택은 7층에서 10층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기존 15층에서 25층까지 허용된다. 이는 도가 추진 중인 고도지구 고도제한 해제와 연계된 사전 조치다. 현재 도내 267개 지구에 설정된 고도지구는 1996년부터 주거지역 45m, 상업지역 55m로 높이를 제한해왔다. 도는 오는 2027년을 목표로 248개 지구의 고도제한을 해제하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에 착수한 상태다. 고도제한이 사라지더라도 도시계획조례에 따른 층수 제한이 남아 있다면 고층 개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번 개정은 이 같은 제도 간 충돌을 해소하고자 마련된 정비 성격이 짙다. 직접적 수혜 지역은 재건축이 진행
1950년 9월 1일, 대한민국 해병 3·4기 3000여 명을 태운 해군 상륙함(LST)이 제주항을 출발했다. 목적지는 진해였다. 이 LST에 탄 해병 4기 가운데 126명은 여성이었다. 6·25 전쟁 발발 당시, 대한민국 해병대 병력은 300여 명에 불과했다. 개전 초기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온 인민군의 공세로 인해 병력 증강이 시급했던 국군은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해병대를 모집했다. 그렇게 모인 해병 3·4기 3000여 명 중, 126명의 여성이 국군 최초 여성해병대다. 6‧25 전쟁 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7월, 제주도에 주둔하고 있던 해병대는 모슬포 1대대를 ‘고길훈 부대’로 명명하고 군산 지역으로 이동했다. 8월 중 제주 도내에서 3000여 명의 지원자가 해병 제3‧4기로 입대했다. 이 해병 제4기에 제주 도내 여중생, 미혼 여교사, 육지에서 제주도로 피난 온 여성 합해 모두 126명이 자원 입대했다. 이에는 중학교 교사 1명과 초등학교 교사 약 20명이 포함되어 있었고, 대학생 2~3명과 교사양성소 학생, 나머지는 여중 2, 3학년생이었다. 당시 제주여중, 신성여중, 한림중, 대정중 등에 다니던 2, 3학년 여학생들이었다. 당시 20대 미만 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