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 문학소녀, 유리천장 깨고 제주교육 수장에 오르기까지
희비 엇갈린 제주 연고 정치인들 ... 전국 무대 최종 성적표 보니
8살에 제주 온 소년, 제주도정 정점에 올라서다
‘1석의 기적’ 조국혁신당, 제주도의회 첫 입성 ... 김혜지 당선인 배출
제주바다에서 길어 올린 삶과 기억, 그리고 에세이
민주당 34석 '역대 최다' ... 제13대 제주도의회 권력지도 완성
변화 보다 경륜 택한 제주 민심 ... 4선 1명, 3선 10명 탄생
고의숙호 제주교육 출항 준비 ... 강봉수 위원장·박희순 부위원장
제주 유일 무소속 당선 ... 김덕홍, 4년 만에 설욕 도의회 입성
공약으로 본 위성곤 제주도정 ... 3000억 추경부터 AI 데이터센터까지
제주 앞바다에서 갓 태어난 새끼 돌고래를 어미 돌고래들이 양옆에서 밀착해 돌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8일 다큐제주와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5시 30분께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관곶 앞바다에서 새끼 돌고래를 가운데 두고 성체 돌고래 2마리가 함께 유영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영상에는 부모로 추정되는 돌고래들이 새끼를 사이에 두고 헤엄치며 유영을 돕고, 새끼가 숨을 쉬기 쉽도록 주둥이나 머리, 등을 이용해 수면 위로 들어 올리는 모습이 담겼다. 연구진은 갓 태어난 새끼 돌고래가 스스로 호흡하고 유영하는 능력을 익힐 수 있도록 어미가 반복적으로 도움을 주는 행동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배냇주름이 선명한 새끼 돌고래가 양쪽 성체의 보호를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이 장시간 관찰됐다. 새끼를 가운데 두고 양옆에서 밀착해 돌보는 과정이 기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냇주름은 새끼가 어미 배 속에 쭈그린 채 성장하며 생긴 줄무늬 형태의 자국이 출산 이후에도 일정 시간 동안 무늬 형태로 남아있는 것을 일컫는다. 다큐제주 오승목 감독은 "최초 발견 이후 30분 넘게 새끼의 호흡과 방향 전환을 돕는 행동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새끼를 낳은 어미의 등지느러미 개체 식별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추가 추적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지역에서 땅에 묻는 생활폐기물이 2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9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2022∼2024년 생활폐기물 발생 처리 현황'에 따르면 제주 하루 평균 생활폐기물 매립량은 2022년 48.7t에서 2024년 24.6t으로 2년 사이 약 49.5% 줄었다. 같은 기간 재활용량은 2022년 765.4t, 2023년 804.8t, 2024년 828.3t으로 매년 늘었다. 제주도는 1회용품 감량 정책, 처리시설 고도화 및 분리배출 생활화에 도민이 적극 참여하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도는 자원순환 처리시설 고도화, 거점 수거 방식, 도민 참여 확대 유도, 1회용품 줄이기 및 다회용기 문화 확산, 통합형 폐기물 처리 기반 구축 등을 통해 2035년 탄소중립 달성과 순환 경제 확대로 이어갈 계획이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도가 북한에 한라봉 묘목과 소나무재선충 약, 신장 투석기 등 1억6000만원 상당 물품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남북협력사업 일환으로 추진된 대북 협력 물품이 중국 다롄항을 경유해 지난달 북한 남포항에 도착했다고 8일 밝혔다. 보낸 물품은 의료기기, 산림방제 약품, 한라봉 묘목이다. 이는 북한 측 조선장애자후원회사와 지난 2월 초부터 진행한 협력을 기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도는 설명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3월 9일 통일부에 구체적인 목록을 정해 대북 반출신청을 했다. 신고 품목은 신장투석기와 소모품들, 한라봉과 묘목, 비닐하우스 시설, 재선충 방제 약재 등이다. 통일부는 이를 검토해 반출 승인을 했고, 지원 물품은 4월 1일 인천항에서 중국 다롄항으로 반출돼 5월 4일 최종적으로 남포항에 도착했다. 다만 지원 물품이 북한에 도착했는지 공식적인 회신은 없었다. 북한 측 협력 단체인 조선장애자후원회사에서 목적에 맞게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도는 추정하고 있다. 제주도 남북협력 사업은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11월 5일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면담을 통해 제주형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북한 감귤보내기 사업에 협력을 요청하면서 본격화됐다. 같은 달 18일에는 다이빙 주한중국대사 면담을 통해 남북한 협력을 위한 중국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지원 요청을 했다. 같은 달 19일 제주도 남북교류협력위원회는 제주형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남북협력기금사업 추진을 의결했다. 지난 2월에는 제주도 대표단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관계관과 남북협력사항에 대해 전반적인 합의를 했다. 협력은 단계별로 진행하되 지속적인 감귤보내기 사업이 이뤄낸 신뢰를 바탕으로 감귤, 의료복지, 그리고 산림 방제를 우선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양돈과 관광산업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었다. 다만 도는 오영훈 지사가 베이징에서 북한 대남공작원인 리호남과 면담했다는 모 언론 보도 내용에 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앞서 1998년부터 2010년까지 감귤 4만8000t, 당근 1만8000t 등 총 6만6000t을 북한에 보내 전국 지자체 남북협력사업의 효시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는 천안함 피격 사태 이후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더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 성격은 당시와 다르지만 2018년과 2021년 등 단발적으로 제주 감귤이 북한에 보내지기도 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 곶자왈의 독특한 지형과 습지를 품은 제주시 동백동산 일대에서 '제13회 람사르습지 동백동산 생태문화축제'가 13∼14일 양일간 열린다. 이번 축제는 동백동산의 뛰어난 생태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습지의 현명한 이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요 프로그램은 람사르습지 생태해설 탐방, 환경 토크쇼, 전통 지식 경연 및 숲속 보물찾기, 마을문화 공연 및 전시, 로컬푸드 장터 등이다. 일부 체험 행사의 경우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축제 기간 방문객 이동 편의를 위해 함덕서우봉해변과 동백동산 습지센터를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운영된다. 동백동산은 곶자왈의 독특한 지형과 사계절 마르지 않는 습지를 품은 생태계의 보고로, 자연 보전과 지역 공동체 상생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꼽힌다. 축제 관련 세부 프로그램 안내 및 사전 예약 등 자세한 사항은 동백동산 습지센터(☎ 064-784-9446)로 문의하면 된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오영훈 지사가 민선 8기 도정 성과를 되짚으며 그동안의 정책 성과가 민선 9기 제주 발전의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8일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열린 '6월 소통과 공감의 날' 행사에 참석해 "민선 8기 동안 추진해 온 주요 정책들이 도민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며 "이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 도정에서도 더 큰 발전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적인 성과로 제주가치돌봄과 통합돌봄, 건강주치의 사업을 언급했다. 특히 "제주가치돌봄 서비스 이용자가 조만간 2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정책이 현장에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상공인 지원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미래 신산업 육성, 재난·안전관리, 보건의료, 농업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축적되고 있다"며 "이 모든 결과는 공직자들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민선 8기 임기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직원들에 대한 감사의 뜻도 전했다. 오 지사는 "6월은 민선 8기를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달"이라며 "도정 곳곳에서 이뤄낸 성과들이 앞으로도 이어져 도민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안전하게 만드는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제주 발전의 주역이었다"며 "도민 안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묵묵히 역할을 다해준 모든 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격려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가재난관리와 재난사고 예방, 제78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제주도민체육대회 및 제주도장애인체육대회 운영, 전국체전·전국장애인체전 공모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로를 인정받은 유공자 23명에게 표창이 수여됐다. 특히 제39회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 119구조견 부문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제주소방안전본부 구조견 '나르샤'가 구조대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행사에서는 올해 제주에서 열리는 제107회 전국체육대회와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의 홍보영상과 공모전 수상작도 소개됐다. 오 지사는 양대 체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전 공직사회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아울러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의 뜻을 되새기고 감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관광공사는 자원순환 실천 문화 확산을 위해 오는 11월 30일까지 걸으며 생활쓰레기와 폐기물을 줍는 환경정화 활동인 '플로깅' 참여 단체에 활동비를 지원한다고 8일 밝혔다. 대상은 '제주플로깅'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1시간 이상 제주도 일원에서 플로깅을 추진하는 10명 이상 단체다. 활동 완료 시 식사비와 플로깅 물품 구입비가 지원된다. 지원금은 1인당 최대 1만원으로 단체별 최대 30만원 한도 내에서 실비로 지급된다. 참여를 희망하는 단체는 플로깅 활동 2일 전까지 지원금 신청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참여자 전원이 제주플로깅 앱에 가입하고 1365 자원봉사 포털에 회원 번호를 등록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알림마당 내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사업에 지원한 도내·외 110개 단체·1974명이 폐기물 약 7t을 수거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발전 사업이 확대 추진된다. 제주도는 탐라해상풍력발전 확장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을 공개하고 19일까지 의견을 받는다고 8일 밝혔다. 탐라해상풍력이 시행하는 이번 사업은 기존 총 30㎿ 발전 규모를 102㎿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기존 3㎿ 규모 발전기 10기에서 8㎿ 규모 발전기 9기가 추가로 설치된다. 신규로 설치되는 발전기 날개의 길이는 100m, 발전기 높이는 해수면에서 130m다. 사업 부지는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금등리 앞 해상이며 면적은 기존 51만5000㎡에서 786만3402㎡로 약 15배로 늘어난다. 사업자 측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거쳐 초안을 작성하고 제주도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제주도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를 거쳐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베네딕토 교단의 모든 정보가 저장돼 있던 수도원의 장서각은 윌리엄 수도사와 호르헤 수도사가 ‘알 권리’ ‘알지 않을 권리’를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잿더미로 변한다. 호르헤 수도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희극편’을 ‘몰라도 되는 정보’ 정도가 아니라 ‘알아서는 안 될 정보’로 분류해 철저히 숨긴다. 반면 윌리엄 수도사는 이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해야 할 정보라고 판단한다 호르헤는 일반인(이하 신자)들은 인식이 미성숙해 ‘희극’을 접하면 타락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 반면, 윌리엄은 일반인들이 희극을 본다고 신을 경건하게 여기는 마음을 잃을 정도로 무지몽매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호르헤와 윌리엄의 격돌을 따라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 시민단체들과 정부가 벌이곤 하는 ‘정보공개’ 논란이 오버랩된다. 정보공개법 제정의 근본 논리는 “알지 못하는 국민은 지배받을 뿐이지만, 정보를 가진 국민은 주권을 행사한다”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명제를 제도화한 것이다. 국가권력의 원천인 국민에게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줌으로써 실질적인 민주사회를 완성하겠다는 철학이 그 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윌리엄 수도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희극편을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것처럼 아직도 ‘블라인드’ 처리돼 있는 ‘한일 청구권 협상’ ‘실미도 사건’ ‘임수경 방북사건’ ‘위안부 합의협상’ 전말을 공개하라 요구하고, 정부는 호르헤 수도사처럼 “다 알려고 하지마, 알면 다쳐”하면서 장서각에 미로를 설치하듯 온갖 법적 바리케이드를 친다. 대통령 기록물법에 ‘지정기록물’ 목록을 만들어 미로를 더욱 정교하게 재설계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보공개를 막는 정부가 정작 인터넷, SNS, 유튜브 등에 범람하는 유해 정보에는 대단히 관대하거나 방임하곤 한다. 때론 민주사회를 와해하는 ‘쓰레기 정보’와 ‘소음’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은 소련에서 ‘알 권리’를 외치다가 1974년 체포돼 서방으로 추방당한다. 그렇게 4년간 캐나다와 미국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언론의 자유’를 만끽한 솔제니친은 1978년 하버드 대학교 졸업식 연사로 나서 충격적인 연설을 한다. 제목은 ‘분열된 세계(A World Split Apart)’였다. 여기서 분열됐다는 것의 대상은 사람들의 정신이다. 조금은 장황하지만 축약하기 조심스러운 명문名文이라 조금 길게 원문 그대로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사람들에게는 ‘알지 않을 권리(right not to know)’도 있다. 이 권리는 ‘알 권리(right to know)’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이다. 이 권리는 신성한 인간의 영혼이 가십거리나 허황된 이야기, 공허한 말장난으로 채워지지 않을 권리를 의미한다. 일을 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이처럼 과도하고 부담스러운 정보의 홍수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 “무엇이든 공개할 수 있는 법적 권리(legal limits)는 넓어졌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인간의 영혼을 타락으로부터 방어해주지는 못한다… 서구 언론은 누구나 모든 것을 알 권리가 있다는 맹신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그것은 허위의 권리다.” 서구 자본주의 사회의 정신적 타락과 언론의 무책임성을 난도질한 이 연설은 당연하게도 당시 하버드 졸업식장에 모인 수많은 서구의 지식인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연일 사설을 통해 솔제니친이 자신들이 그에게 선물한 자유 체제를 배신했다며 그를 ‘시대에 뒤떨어진 중세적 도덕주의자’ 혹은 ‘소련 수용소 수형생활에서 얻은 정신적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치광이’라는 극언을 쏟아부었다. 점잖기로 유명한 뉴욕타임스 사설이 누군가에게 그토록 극악한 비난을 퍼부은 것도 유례없는 일이다. 그러나 인터넷, SNS, 유튜브 들이 쏟아내는 가짜뉴스와 도파민 중독이 사회재앙이 된 오늘, 솔제니친이 제기한 ‘알지 않을 권리’는 병들어가는 서구 현대 자본주의사회 문명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본 위대한 예언임에 틀림없다. 솔제니친이야말로 잠수함 속의 산소 부족을 가장 먼저 느끼고 기절해버림으로써 승조원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잠수함 속 토끼’였던 셈이다. 굳이 솔제니친의 하버드 졸업식장 연설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우리에겐 솔제니친보다 훨씬 앞서서 알지 않을 권리의 중요성을 설파한 퇴계退溪(1501~1570년) 선생의 「자경문自警文」도 있고, 이익李瀷(1681~1764년) 선생의 「성호사설星湖僿設」도 있다. 퇴계는 그의 서재 사방 벽에 “문을 닫고 들어앉아 내면의 주인을 깨우라”고 써붙이고 내 방과 마음에 일체의 잡인들의 잡소리를 들이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아마 퇴계 선생이 살아 돌아온다면 결코 SNS나 유튜브는 하지 않을 듯하다. 조선 후기 상업이 발달하고 온갖 가십과 유언비어, 시정의 온갖 너절한 정보들이 걷잡을 수 없이 범람하기 시작했을 때,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이런 무분별한 정보의 유통이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고 사회를 좀먹는다’고 경고했다. 선생은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인간을 현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질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소음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익이 자주 인용했던 문구가 ‘이목위구耳目爲寇’였다고 한다. 난잡한 정보들을 받아들인 내 귀와 내 눈이 ‘구寇(도적떼ㆍ원수)’가 된다는 말이었던 모양이다. 내 스스로 받아들인 무분별한 정보들이 결국 나의 멀쩡한 생각을 훔쳐가는 도둑과 같거나 멀쩡한 생각을 망가트리는 원수가 된다는 경고였던 듯하다. 요즘으로 치면 ‘~ 안 본 눈 삽니다’의 조선판 버전인 듯하다. 이처럼 알지 않을 권리가 알 권리보다 중요하다는 솔제니친을 뉴욕타임스는 시대착오적인 ‘중세 수도사’이거나 ‘미치광이’라고 매도했다. 하지만 「장미의 이름」을 집필한 움베르토 에코는 알지 않을 권리를 위해 윌리엄 수도사와 죽기살기로 투쟁한 그 중세 수도사인 호르헤 수도사가 정말 미치광이일 뿐인 건지 관객들에게 묻는다. 솔제니친이 미치광이가 아니었듯, 에코는 비록 그 용모는 기괴하지만 호르헤 수도사를 미치광이 취급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미치광이라면 퇴계 이황 선생, 성호 이익 선생 모두 미치광이일 수밖에 없겠다. [본사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주도의회 45석 가운데 34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진보당과 조국혁신당,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이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심의 양당 구도가 굳어지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각각 의석 확보에 성공하며 제주 정치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 결과 제주도의회 의석 분포는 민주당 34석, 국민의힘 8석, 진보당 1석, 조국혁신당 1석, 무소속 1석으로 확정됐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진보당이다. 진보당은 현역 도의원인 양영수 의원이 재선에 성공하며 원내 입지를 지켜냈다. 거대 양당 중심의 선거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지역 기반을 다져온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진보당은 제2공항 문제와 노동·복지 정책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된 목소리를 이어왔고, 이번 선거에서도 도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조국혁신당도 의미 있는 첫 발을 내디뎠다. 창당 이후 처음 치른 제주 지방선거에서 김혜지 당선인을 배출하며 원내 교두보를 확보했다. 특히 민주당 강세 지역인 제주에서 독자 의석을 확보했다는 점은 향후 지방정치 지형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소속 당선 역시 이번 선거의 이변으로 꼽힌다. 제주시 조천읍 선거구에 출마한 김덕홍 당선인은 정당 조직과 지원 없이도 지역 기반과 개인 경쟁력을 앞세워 승리를 거머쥐었다. 무소속 후보의 당선이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거대 정당 중심 정치에 대한 견제 심리와 지역 밀착형 정치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확인됐다. 물론 의석 수만 놓고 보면 민주당의 압도적 우세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은 전체 의석의 75% 이상을 확보하며 사실상 제주도의회를 장악했다. 그러나 진보당과 조국혁신당, 무소속이 각각 의석을 확보하면서 제13대 제주도의회는 양당 일색이 아닌 다양한 정치세력이 공존하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결과가 단순한 1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한다. 민주당 독주 체제 속에서도 소수정당과 무소속이 일정한 지지 기반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향후 제2공항, 환경, 노동, 지역 균형발전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싼 정책 논쟁이 더욱 다채롭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기록되겠지만 한편으로는 진보당과 조국혁신당, 무소속이 거대 양당의 틈새를 뚫고 존재감을 증명한 선거로도 남게 됐다. 양영수·김혜지·김덕홍 당선인은 각각 다른 정치적 색깔과 배경을 바탕으로 제주도의회에 입성하게 된 만큼 향후 의정활동 과정에서 제주 정치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가다 5월 30일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이하 ‘우로반사’) 단체의 몇 회원들은 대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하 ‘평통사’)이 주최한 대전평화발자국 행사 일환으로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 앞을 답사한 적이 있다. 국가 보안 목표 “가” 급이기에 출입 금지라는 살벌한 문구의 경고판이 정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이 곳에서 이틀 후 폭발 사고가 일어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유명을 달리하신 노동자 다섯 분의 명복과 중경상을 입으신 노동자 두 분의 빠른 회복을 빈다. 해당 공장 출입구 앞에 평통사 회원이 ‘양촌 확산탄 공장 반대’ 피켓을 세웠다. 논산 양촌면 임화리 일대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 KDind (한화 기원을 은폐하기 위해 분리된 기압)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확산탄들은 대전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의 추진체 등과 결합되어 무유도탄 천무를 완성한다. 논산과 대전, 충남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 생산업체 논산입주반대 시민대책위원회'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금지된 확산탄을 KDind를 내세워 생산하는 한화의 비인도성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이 글의 초점은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의 폭발이 한화의 제주우주센터, 그리고 군-한화-제주도정 합작 해상발사 등 제주에 어떤 경고를 던지고 있는지 보기 위함이다. 이 글은 또한 제주 뿐 만이 아니라 지자체들이 경쟁하며 뛰어들고 있는 우주산업의 위험에 대한 글이다. # 왜 고체추진체를 주목해야 하는가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은 대한민국 미사일 및 우주 발사체의 핵심 기술인 고체추진체를 연구, 개발하는 곳이다. 고체추진체는 통상적으로 고체 연료를 뜻한다. 주로 알루미늄 같은 금속 분말등의 고체 연료와 과염소산 암모늄 (과염소산염의 일종) 등 산화제를 미리 고체상태로 혼합해두어 액체 연료보다 상대적으로 다루기 쉽고 즉각 주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번 점화되면 제어가 어렵다. 6월 1일 사고가 일어난 곳이 화약세척공실, 즉 고체연료가 묻은 배관과 공구 등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고체연료관련 세번째 사고였다. 각각이 고체 연료 충전 (2018년). 이형(2019년), 세척(2026년)과 관련되었고 세 번의 사고를 통해 최소 1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다. # 우주 시설 관련 해외 폭발 사고 1988년 미국 네바다주 헨더슨의 펩콘(PEPCON) 공장 화재와 폭발은 우주 개발과 관련 되어 있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로 인해 NASA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중단되면서 고체추진제의 산화제로 쓰이는 과염소산암모늄이 소비되지 못하고 이 공장에 대량 비축되어 있었다. 여기에 용접공의 실수로 불이 붙었다. 7차례의 폭발 중 가장 큰 폭발은 규모 3.5의 지진과 맞먹는 수준이었으며, 약 16㎞ 떨어진 곳에서도 건물 피해가 보고됐다. 이는 핵폭발을 제외한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발 사고 중 하나이다. 2명의 직원이 사망하고 37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2003년 브라질 알칸타라 발사장에서는 발사를 사흘 앞둔 위성발사체 1단 고체추진제 부스터의 예기치 않은 점화로 로켓과 발사대가 폭발·화재로 파괴됐고, 기술자 21명이 숨졌다. 여기에는 정전기 방전이 원인으로 추정되었다(조선일보, 2026, 6, 2). 올해 5월 22일에는 미 캘리포니아 가든그로브에 위치한 영국 항공우주 부품 기업 GKN 에어로스페이스 생산 시설에서 유해가스 누출이 있었다. 미 당국은 화학물질이 하천에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벽을 설치하고 인근 지역 주민 4만 명에게 대피를 명령해야 했다. 5월 28일에는 미 블루 오리진 기업의 대형 로켓 엔진 연소 시험 중 폭발 사고도 있었다.(우로반사 성명서, 2026, 6, 1) # 제주 한화우주센터와 고체 엔진 연소 시험장 아래의 두 지도는 제주도정이 옛 탐라대에 한화 시스템의 우주센터(위성공장)를 주축으로 추진하는 하원 테크노 캠퍼스 조감도 및 전략환경영향평가 자료를 기반으로 필자가 몇 포인트들을 강조해 재구성 한 것이다. 우선, 첫번째 지도의 블럭1은 절대보전 지역인 하천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고체, 액체, 엔진 연소 시험장 및 우주용 추력기 시험장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고체 엔진 연소 시험은 고체추진체 연소 시험을 말하며 고체 로켓 모터의 성능을 검증하는 핵심 과정이다. 미국 기지 환경오염 연구자인 팻 엘더는 고체 로켓 모터 시설로 인한 ‘독성 물질과 지역 사회에 미칠 건강 영향,’그리고 ‘환경 오염 또는 폭발 사고, 배출된 오염 물질’을 도표로 각각 정리한 바 있다. 아래는 필자가 그 두 표를 번역한 것이다. 고체 추진체의 산화제로 쓰이는 과염소산 암모늄은 지하수를 통해 8Km 까지 이동할 수 있다. 제주 도정이 제공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의하면 지도상에서 하원 테크노 캠퍼스로부터 강정상수원 보호구역까지는 겨우 4km이다. 팻 앨더의 연구는 서귀포 강정에서 차량으로 불과 15분 거리, 지하수특별관리구역에 추진되는 하원테크노캠퍼스 사업이 하원마을은 물론, 강정, 회수, 법환, 중문 등 인근 지역과 제주에 어떤 재앙을 줄 것인가를 짐작케 한다. <독성 물질과 지역 사회에 미칠 건강 영향> 번역2: <고체 로켓 모터 시설과 관련된 환경 오염 또는 폭발 사고, 배출된 오염 물질>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은 제주녹색당 및 정의당 제주도당과 함께 이 문제를 지적하고 하원테크노캠퍼스 반대, 우주산업 클러스터 반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많은 관심과 연명을 촉구한다. https://campaigns.do/campaigns/1739)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발언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성희= 강정평화활동가이자 비무장평화의섬제주를만드는사람들, 평화의바다를위한섬들의연대, 그리고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의 일원이다.
경찰청이 오는 8일자로 총경급 전보 인사를 단행하면서 제주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지휘부에도 적잖은 변화가 이뤄졌다. 이번 인사 규모는 전국 총경 448명으로 제주에서는 서부경찰서장과 서귀포경찰서장을 비롯해 제주경찰청 주요 부서장 상당수가 새롭게 배치됐다. 우선 윤성근 제주경찰청 경비교통과장이 신임 서부경찰서장으로 발령됐다. 서귀포경찰서장에는 이화섭 대전경찰청 홍보담당관이 임명돼 서귀포 치안을 책임지게 됐다. 제주경찰청 주요 부서장 인사도 함께 단행됐다. 홍보담당관에는 장요한 대구경찰청 치안지도관이 임명됐다. 수사과장은 정태운 부산경찰청 치안지도관이 맡는다. 형사과장에는 길민성 서울경찰청 치안지도관이 발령됐다. 범죄예방 분야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범죄예방대응과 범죄예방계장에는 최지혜 인천경찰청 치안지도관이, 상황팀장에는 한희주 광주경찰청 치안지도관이 각각 임명됐다. 여성청소년과장에는 정인환 서울경찰청 치안지도관이 발령됐고 경비교통과장에는 김준식 서부경찰서장이 자리를 옮겨 업무를 맡게 된다. 반면 제주를 떠나는 경찰 간부들의 이동도 눈에 띈다. 김용태 서귀포경찰서장은 경찰청 본청 교통안전과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김현영 치안지도관은 서울경찰청 수사과로, 문기철 치안지도관은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청소년보호계장으로 각각 전보됐다. 또 조명선 치안지도관은 경기 포천경찰서장, 정집법 치안지도관은 강원 인제경찰서장, 최선식 치안지도관은 충남 청양경찰서장으로 발령됐다. 신은영 치안지도관은 전북 진안경찰서장에 임명됐다. 이광재 제주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전남경찰청 홍보담당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의원 선거에서는 변화보다 경험에 무게를 둔 민심이 확인됐다. 현역 의원들이 잇따라 생환하면서 차기 제주도의회에는 4선 의원 1명과 3선 의원 10명이 포진하게 됐다. 차가 의장 선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제주시 용담1·2동 선거구의 김황국 당선인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 당선인은 경쟁 후보를 따돌리고 4선 고지에 오르며 차기 제주도의회 최다선 의원이 됐다. 제주도의회 부의장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그는 향후 원구성과 의정 운영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3선 의원들도 대거 탄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민구(삼도1·2동), 김대진(동홍동), 양영식(연동갑), 송창권(외도·이호·도두동), 강철남(연동을), 박호형(일도2동) 당선인이 나란히 3선 반열에 합류했다. 정민구 당선인은 시민사회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지역 기반을 다져왔고, 김대진 당선인은 제주도의회 부의장을 역임하며 의정 경험을 쌓아왔다. 양영식 당선인은 민주당 경선 5파전을 돌파한 데 이어 본선까지 승리하며 정치적 저력을 입증했다. 송창권 당선인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아 당내 중심 역할을 해왔으며, 강철남 당선인은 행정자치위원장을 역임하며 행정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박호형 당선인 역시 생활밀착형 의정활동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무투표 당선으로 3선을 확정한 의원들도 눈길을 끈다. 서귀포 남원읍의 송영훈 당선인은 의회운영위원장과 윤리특별위원장을 지내며 의회 운영 경험을 축적했다. 차기 의장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제주시 화북동의 강성의 당선인은 제주도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지역구에서 3선에 성공한 여성 의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차기 제주도의회 최초 여성 의장 탄생 여부와 맞물려 그의 정치적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귀포 대천·중문·예래동의 임정은 당선인 역시 무투표로 3선에 성공했다. 청년정책과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 분야를 중심으로 꾸준한 의정활동을 이어오며 지역 내 입지를 다져왔다. 국민의힘에서는 김황국 당선인 외에도 강충룡 당선인이 3선 의원 대열에 합류했다. 서귀포시 송산·효돈·영천동 선거구에서 승리한 강충룡 당선인은 제11대 제주도의회 전반기와 제12대 제주도의회 후반기 부의장을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그는 제주해양레저체험센터 조성, 새연교 야간관광 활성화, 문화관광벨트 구축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강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3선 중진의 추진력과 예산 확보 능력으로 지역 발전을 이끌겠다"고 강조했고, 결국 약속한 대로 3선 고지에 오르며 정치적 위상을 더욱 높였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위성곤 당선인이 본격적인 도정 준비에 착수하면서 향후 4년간 제주를 이끌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 당선인은 지난 3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19만7897표(63.11%)를 얻어 국민의힘 문성유 후보와 무소속 양윤녕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며 당선을 확정했다. 이는 제주도지사 선거 사상 최고 득표율이자 역대 최다 득표 기록이다. 이번 당선으로 그는 2006년 이후 3번의 도의원 선거, 또 3번의 국회의원 선거에 이어 7전 전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위 당선인이 가장 먼저 내세운 과제는 민생경제 회복이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취임 직후 민생경제 100일 비상대책을 가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이른바 '333 민생프로젝트'를 추진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농어민, 취약계층 지원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또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지역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소규모 공공사업 조기 발주, 지역업체 참여 확대 등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제주의 미래 먹거리 육성도 민선 9기 핵심 과제로 꼽힌다. 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주에서 시작하겠다"고 강조하며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40MW 규모의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제주에 유치하고 제주과학기술원(JIST)을 설립해 미래 산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AI 기반 디지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스마트 물류체계를 도입해 제주 산업구조를 관광 중심에서 첨단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특히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지 않고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미래산업 분야 일자리를 확대하고 청년 창업과 인재 육성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도민이 직접 참여하는 경제 모델 구축도 눈길을 끄는 공약이다. 위 당선인은 1조원 규모의 '도민주권 혁신펀드'를 조성해 신재생에너지와 미래산업, 지역개발 사업에 도민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자본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개선하고 도민이 성장의 결실을 함께 나누는 경제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에너지 정책 역시 민선 9기 제주도정의 핵심 사업으로 전망된다. 위 당선인은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산업을 확대하고, 주민들이 사업 수익을 공유하는 '바람연금'과 '햇빛연금'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이 지역사회에 환원되는 제주형 이익공유 모델을 구축해 탄소중립 선도도시 제주를 만들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교통과 물류, 주거 문제 해결도 주요 공약에 포함됐다. 위 당선인은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로 인한 높은 물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물류등가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육지와 동일한 수준의 물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지원체계를 확대하고 AI 기반 스마트 물류시스템을 구축해 생활물가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읍면지역 이동권 강화를 위한 지역책임택시제와 수요응답형 교통체계를 확대하고 청년·신혼부부·무주택 서민을 위한 기본주택 공급 정책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 균형발전 역시 주요 과제다. 위 당선인은 동부권 신경제생활권 조성과 서부권 신재생에너지·관광산업 거점 육성을 통해 지역별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읍면지역 생활SOC 확충과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제주시와 서귀포시, 도심과 농어촌 간 격차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 당선인 앞에는 적지 않은 과제도 놓여 있다. 가장 큰 현안은 제2공항 갈등 문제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찬반 대립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민선 9기 도정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관광산업 침체와 소비 위축, 고물가와 고금리, 인구구조 변화, 기후위기 대응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위 당선인이 3선 국회의원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장 등을 지내며 쌓은 중앙정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국비 확보와 현안 해결에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 당선인은 당선 직후 "그동안 제주는 대한민국의 변방이었지만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주에서 시작하겠다"며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70만 제주도민만 바라보며 약속한 정책을 하나하나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민선 9기 제주도정이 '민생 회복'과 '미래산업 전환', '에너지 대전환', '도민 통합'이라는 네 가지 과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제주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13대 제주도의회 비례대표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이 제주 정치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부분의 의석을 나눠 가진 가운데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1석 확보에 성공하며 제주도의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4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의회 비례대표 선거 정당득표율은 더불어민주당 49.37%, 국민의힘 32.87%, 조국혁신당 7.22%로 집계됐다. 비례대표 의석 배분 기준인 정당득표율 5%를 넘긴 정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등 3곳뿐이었다. 개혁신당(3.00%), 진보당(3.04%), 녹색당(3.01%), 기본소득당(1.47%) 등은 기준선을 넘지 못하며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최종 의석 배분 결과 민주당은 7석, 국민의힘은 5석, 조국혁신당은 1석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출범하는 제13대 제주도의회 비례대표 의원은 민주당 박지은·임혜주·정다운·고석준·장희순·오경남·강영아, 국민의힘 김효·김태현·이정한·박왕철·김경애, 조국혁신당 김혜지 당선인으로 구성된다. 특히 이번 선거는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구도 속에서도 조국혁신당이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제주에서 군소정당이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한 것은 2018년 지방선거 이후 8년 만이다. 제주 정치사에서 소수정당 비례대표는 2006년 민주노동당 김혜자 전 의원이 처음 배출됐고, 2010년에는 민주노동당 김영심 전 의원과 국민참여당 박주희 전 의원이 뒤를 이었다. 이후 2014년에는 양당 체제가 강화되며 군소정당 당선자가 나오지 못했지만, 2018년 정의당 고은실 전 의원과 바른미래당 한영진 전 의원이 각각 비례대표로 당선되며 존재감을 보인 바 있다. 조국혁신당은 선거 결과 발표 직후 "도민이 만들어준 1석의 기적"이라고 평가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조국혁신당 제주도당은 입장문을 통해 "창당 1년여의 신생 정당이자 소수 정당이 거대 양당 중심 정치구조와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 제주도의회에 진출하게 됐다"며 "이는 단순한 의석 확보가 아니라 다양성과 견제,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도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비록 의석은 1석에 불과하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제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도정과 의회를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결과를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받아들인다"며 "도민이 만들어준 소중한 한 석을 제주 정치 변화의 마중물로 삼아 더욱 겸손하게 도민 곁에서 일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와 국민의힘의 선전 속에서도 조국혁신당이 확보한 단 한 석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절대다수당 체제가 구축된 제주도의회에서 소수정당이 어떤 역할을 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의원 선거 개표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향후 4년간 제주정치를 이끌 제13대 제주도의회 의석지형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우세와 국민의힘의 참패, 그리고 현역 의원들의 높은 생존율이 특징으로 기록됐다. 4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역구 32석을 놓고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7개 선거구를 석권하며 사실상 제주 정치 지형을 장악했다. 여기에 비례대표 7석까지 더해 34석을 확보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의석을 거머쥐게 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구에서 단 3명만 살아남는 데 그쳤다. 비례대표 5석을 추가해도 전체 의석은 8석에 머물러 도의회 내 영향력이 크게 위축됐다. 진보당은 아라동을 양영수 의원이 재선에 성공하며 지역구 1석을 유지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천읍 김덕홍 후보도 승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시갑에서는 민주당 소속 정민구, 강정범, 양영식, 강철남, 양경호, 이경심, 송창권, 장정훈, 강봉직, 김승준 후보가 당선됐다. 국민의힘은 김황국 의원과 이남근 의원만 의석을 지켜냈다. 제주시을 역시 민주당 강세가 이어졌다. 한권, 김기환, 한동수, 박호형, 강성의, 박안수, 김봉현, 강동우 후보가 승리했고, 국민의힘은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서귀포시에서는 오은초, 김대진, 강명균, 임정은, 이경철, 송영훈, 양홍식, 하성용, 한동훈 후보가 당선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강충룡 의원이 유일하게 생환했다.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 현역 의원들의 강한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무투표 당선자 8명을 포함해 민주당 현역 19명이 의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국민의힘과 진보당 현역까지 합치면 지역구 당선자 32명 중 23명이 생존했다. 생존율은 71.8%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 결과 새롭게 도의회에 입성하는 초선 의원은 9명에 그쳤다. 직전 지방선거 당시 14명의 신인이 당선됐던 것과 비교하면 세대교체 흐름은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은 초선 당선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면서 인물난과 조직력 약화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우세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박지은·임혜주·정다운·고석준·장희순·오경남·강영아 후보 등 7명을 당선시키며 최대 몫을 가져갔다. 국민의힘은 김효·김태현·이정한·박왕철·김경애 후보 등 5명을 배출했다. 조국혁신당은 김혜지 후보가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5월 26일 8000을 넘어섰던 코스피가 이틀 만인 28일 장중 8000 아래로 급락하며 한때 7840선까지 밀렸다. 미국이 이란 남부지역을 전격 공습하고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서며 중동전쟁 종식 기대감이 약화한 데다 외국인이 대거 주식을 매도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이날 2조8895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코스피가 7000을 넘은 직후인 7일부터 역대 최장인 1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차익을 실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49조8506억원이다. 하루 평균 3조3233억원 꼴이다. 올해 들어 한국 증시 상승률은 압도적인 1위다. 하지만 그만큼 변동성도 크다. 소수 종목 중심으로 단기간에 급등한 데다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코스피의 절반을 넘는 등 쏠림이 과도해 차익 실현과 투매를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최근 계속 70선 위를 맴도는 것으로 입증된다. 28일 VKOSPI는 전장보다 1.16% 오른 71.60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베네딕토 교단의 모든 정보가 저장돼 있던 수도원의 장서각은 윌리엄 수도사와 호르헤 수도사가 ‘알 권리’ ‘알지 않을 권리’를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잿더미로 변한다. 호르헤 수도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희극편’을 ‘몰라도 되는 정보’ 정도가 아니라 ‘알아서는 안 될 정보’로 분류해 철저히 숨긴다. 반면 윌리엄 수도사는 이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해야 할 정보라고 판단한다 호르헤는 일반인(이하 신자)들은 인식이 미성숙해 ‘희극’을 접하면 타락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 반면, 윌리엄은 일반인들이 희극을 본다고 신을 경건하게 여기는 마음을 잃을 정도로 무지몽매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호르헤와 윌리엄의 격돌을 따라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 시민단체들과 정부가 벌이곤 하는 ‘정보공개’ 논란이 오버랩된다. 정보공개법 제정의 근본 논리는 “알지 못하는 국민은 지배받을 뿐이지만, 정보를 가진 국민은 주권을 행사한다”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명제를 제도화한 것이다. 국가권력의 원천인 국민에게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줌으로써 실질적인 민주사회를 완성하겠다는 철학이 그 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윌리엄 수도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희극편을
성과급 배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정일을 1시간 30분 앞둔 20일 밤 극적으로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로써 최대 100조원대 손실과 반도체 생태계 및 공급망 훼손 등 국가적 경제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컸던 파업 사태의 봉합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반도체 사업성과 10.5%를 상한 없이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반도체(DS) 부문 경영성과급 재원은 40%를 DS 부문 전체에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60%를 사업부별로 나누기로 했다.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뒤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선 교섭에서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합의했다. 잠정 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파업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성과급 논쟁 후폭풍과 함께 우리 사회에 적잖은 숙제를 남겼다. 노사 교섭이 교착에 빠진 것은 반도체 부문 내 사업부별 성과급 배분 문제 때문이었다. 삼성전자 첫 공식 과반 노조의 요구는 영업이익 연동 방식의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제 폐지였다. 적자를 낸 비메모리 사업부도 똑같은 성과급을 줘야 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사측은 반도체 업황의 변동성 우려와 경영 부담을 이유로 반
영화 ‘장미의 이름’은 14세기 중세유럽 수도원에서 호르헤와 윌리엄이라는 당대 최고의 수도사들이 웃음에 관한 서로 다른 정보(information)와 지식(knowledge)을 놓고 벌이는 비극적인 소동극이다. 영화 속 도서관장인 호르헤 수도사는 ‘웃음’은 사악한 것이라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간직하고 있다. 호르헤에게 웃음이란 인간들에게 권장할 만한 것이라고 설파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 ‘희극론’은 끔찍한 불온문서일 수밖에 없다. 호르헤는 당연히 「시학」을 ‘이단의 문서’로 분류해 도서관 가장 깊은 방에 봉인해 버린다. 이는 우리가 다름과 낯섦을 대하는 일반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웃음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은 사악하지 않다’는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한 프란치스코 교단의 윌리엄 수도사가 마침내 그 「시학」을 봉인해제하기 위해 들이닥친다. 웃음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습득한 정보와 지식이 너무 낯설고 다르다. 호르헤와 윌리엄은 서로가 간직하고 있는 웃음의 정보와 지식을 모두 동원하면서 ‘최후의 담판’을 벌인다. 불행하게도 각자 간직하고 있는 정보와 지식에서 한발짝도 벗어날 수 없는 신학계의 거물들은 합의점을 찾을 수 없다. 결국 옥신각신하는
민주주의가 유린당하고 있다. 민주제의 정당성이 위협받고 있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흥행몰이가 한창인 민주당 경선판에서다. 대한민국 제주가 발원이지만 제주만도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현실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현주소다. 근원은 ‘1인2표’라는 기막힌 술수에서 비롯됐다. 위성곤·오영훈·문대림 3인이 경합한 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이 문제의 현장이다. 오영훈 후보가 탈락하고 위성곤·문대림 두 후보간 결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판을 뒤흔든 의혹이 터졌다. ‘1인 2투표 유도’ 의혹이다. 민주당 광역단체장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 유권자 안심번호 ARS 투표 5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기본 원칙은 ‘1인 1표’다. 그런데 지난 13일 문대림 후보 측은 위성곤 후보 측 보좌진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하면 1인 2투표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논란은 '도긴개긴'이었다. 14일 오후에는 문대림 후보 측 관계자 역시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을 때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하면 투표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위성곤 후보 측 보좌진과 문대림 후보 측 관계자 모두
1994년 12월 초의 일이다. 중앙언론사에 재직하며 제주에서 주재기자 신분으로 활동하던 때였다. 그 시절 사무실에 묘한 편지가 배송됐다. 수신인만 적혀 있을 뿐 발송인 이름은 없었다. 내용은 현직 신구범 지사를 겨냥한 제보였다. 그해 구좌읍 이장단협의회의 동남아 여행이 시빗거리였다. “현직 신 지사가 이장단협의회 회장인 신모 이장에게 일화 30만엔을 줘 선거를 앞두고 그를 매수했다”는 내용의 제보가 투서 형식으로 담겨 있었다. 한 곳만이 아니라 여러 언론사로 그런 내용의 편지가 배달됐다. 그 다음해 첫 민선 1기 6·27지방선거가 예고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확인을 했지만 신 지사 측의 답변은 “이장단이 해외시찰을 한다고 할아버지 뻘 친족인 신 이장이 도와달라기에 공금을 지원할 순 없어서 과거 일본 방문 중 친족회에서 ‘활동비나 보태라’며 받은 일본 돈을 개인적으로 드렸다”는 것이었다. 당시 예산엔 도지사의 ‘재량사업비’가 있었지만 그는 예산을 쓰지 않았다. 스스로 사비로 처리했다. 그것도 나중 예기치 않던 구좌읍 관내 교통사고로 여행일정이 취소되자 보탰던 여행경비는 돌려받았다. 더 사안을 확인해보니 그 익명의 투서는 언론사만이 아니라 검찰, 경찰, 행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일방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주도의회 45석 가운데 34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국민의힘은 8석에 그쳤다. 민주당은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위성곤 당선인을 배출했다.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김성범 당선인을 국회로 보내며 제주 정치 지형의 주도권을 사실상 장악했다. 이번 결과를 단순히 "제주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잘한 부분도 있지만 국민의힘이 스스로 무너진 측면이 사실 더 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선거 전부터 조직 정비를 마쳤다. 지난달 6일 제주도의원 선거 32개 전 지역구에 후보를 공천했고, 현역 의원 상당수가 재선과 3선에 성공하며 탄탄한 조직력을 입증했다. 위성곤 후보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1인 2투표' 논란과 '유령당원' 의혹, 오라동 재투표 문제 등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지만 후보 확정 이후 빠르게 당을 수습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연이어 악재를 맞았다. 가장 큰 악재는 당시 제주도당위원장이었던 고기철 후보를 둘러싼 폭행 사건이었다.
'러닝 메이트' 소리도 안나온다. 한물 간 소리일지언정 그나마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거론도 없다. 하물며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은 찾아보기도 어렵다. 6.3선거 후 출범하는 제주도정의 특별자치 20년을 맞을 도정이기에 더 딱하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또다시 ‘도민주권’과 ‘주민자치’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도민이 주인인 제주”, “주민이 결정하는 행정”을 약속하고 있지만 제주 정치권 안에서는 “이번에도 선거용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냉소도 적지 않다. 실제 제주에서 주민자치 강화는 선거 때마다 반복돼온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약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제주 행정 구조는 여전히 ‘제왕적 도지사 체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면서 자치 기능은 약화됐고, 중앙정부 권한 상당수가 제주도청으로 집중됐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은 주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다. 모두 제주도지사가 임명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모두 의회도 없다. 인사·조직·재정권은 아
전쟁 중에도 총성이 멈춘 순간이 있었다. 1914년 12월 25일 세계1차대전 중인 유럽 전선 곳곳에서 독일군과 프랑스·영국 연합군은 서로 총을 내려놓고 캐럴을 부르며 축구를 했다. 하루짜리 평화였지만 인간이 전쟁 위에서도 멈출 수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우리는 이를 '크리스마스 휴전'이라고 부른다. 2026년 5월 4일 제주 교육감 선거에서도 비슷한 ‘멈춤’이 포착됐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날선 공방으로 치닫던 선거판이 잠시 숨을 골랐다. 이번 선거의 긴장도는 지난달 23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올라갔다. 고의숙 예비후보는 이날 제주시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광수 예비후보를 향해 “제주교육은 결코 성공이 아니다”고 직격했다. 학력 저하, 소통 부재, 청렴도 하락, 재정 문제까지 전방위 비판이 쏟아졌고 “검증된 교육감”이라는 표현까지 “거짓말”이라고 규정했다. 하루 뒤인 24일 김광수 후보 측은 곧바로 반격했다. “교육부 평가 3년 연속 최우수, 공약이행 SA등급, 직무수행 상위권”이라는 수치를 제시하며 “부분 지표로 전체를 왜곡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교육 성과 논쟁’이었다. 하지만 불씨는 더 큰 쟁점으로 번졌다. 전환점
제주 정치권이 또다시 4·3 앞으로 몰려가고 있다. 4·3은 제주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고 함께 아파해야 할 역사다. 그런데 선거만 다가오면 이 역사는 어김없이 정치의 한복판으로 소환된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제78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은 다음달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다. 추념식 자체가 대규모 공적 공간이 되면서 정치권의 시선이 더욱 집중되는 구조다. 더 민감한 대목은 올해 4·3이 단순한 추모의 영역을 넘어 다시 선거 프레임의 중심에 놓이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주요 주자들은 하나같이 4·3의 의미를 말하고, 해결 의지를 강조하고, 자신이야말로 4·3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말만 놓고 보면 모두가 옳다. 문제는 그 말들이 쏟아지는 시점과 방식이다. 추념의 언어가 선거의 언어와 겹치는 순간, 4·3은 기억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수단으로 변하기 쉽다. 오영훈 지사는 현직 프리미엄 위에 4·3 관련 입법과 도정 성과를 함께 얹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만들고 있다. 2022년 도지사 선거 때도 그는 자신이 4·3특별법 개정에 역할을 했고, 추가 진상규명과 정명(正名), 보완 입법, 배·보상 사각지대 해
빈자(貧者)가 말했다. “응응. 주인에게 쫓겨나게 되니 말이 많아지고 비웃음 사게 됐구려. 마음에 품은 바를 다 말하려 하오. 옛날에 내게도 조상이 있었소. 현명한 덕을 숭상하여 요임금을 보좌할 수 있었고 법칙 준수를 맹세하였소. 흙 계단 초가집, 조각도 장식도 없는 곳에서 살았소. 말세에 방종해지고 혼미하게 되었소. 탐욕스러운 무리가 많아지고 가난한 자가 부귀를 쉽게 얻게 되었소. 우리 조상을 경시하며 오만하고 방자하게 굴었소. 으리으리한 누각, 화려한 집을 드높이고 술이 흐르는 연못에서 고기를 쌓아 안주 하였소. 홍곡과 같이 높이 날아 멀리 떠나서 그 조정에 처하지 않았소. 내 몸을 세 번 반성하기에 나는 잘못이 없다 말할 수 있소. 당신의 집에 살았던 게 태산 같은 복이었소. 내 큰 덕은 잊고 내 작은 빈한함만 생각하는 게요. 추위와 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습관을 만들 수 있었고, 추위와 더위에 잘못되지 않으니 신선처럼 장수할 수 있었소. 하걸, 도척이 주의하지 않고 무뢰배들이 무례한 짓을 하지 않았소. 모든 사람이 층층이 쌓인 곳에서 살았지만 당신은 홀로 탁 트인 곳에서 살 수 있었소. 모든 사람이 근심걱정 했지만 당신 홀로 우려하지 않았소.” 말을 다 마치고 엄숙하게 바라보았다. 양손을 들었다 내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당신을 떠나 수양산으로 갈 것이오. 고죽의 아들 둘이 나와 동행할 것이오.” 내가 자리를 비켜서서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하였다. “두 번 잘못은 하지 않을 것이오. 의로움을 들었으니 탄복하오. 그대와 오랫동안 살아도 어떤 싫증도 나지 않을 것이오.” 빈자는 떠나지 않고 나와 노닐며 쉬었다. 위 문장은 500여 한자(漢字)로 된 변려문(騈儷文)이다. 이를 빌어 거지와 이웃에 사는 사람의 느낌과 약자에 대한 동정심을 표현하였다. 세간의 빈부 차별에 대한 비평하는 뜻을 표출하고 있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정의가 매우 진진하고 간절하다. 대단히 가치 있는 문장이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마침내 거지와 친구가 되었다. 「축빈부」에서 나타난 사인 학자의 거지에 대한 소박한 동정 심리는 바로 인류가 약자를 동정하는 가장 원시적이며 가장 기본적인 세속의 심리상태다. 거지 사회의 주체는 이미 흑사회의 한 부류가 된 현대에서도, 세상 사람들의 거지에 대한 복잡한 심리 중에도 여전히 그러한 연민과 동정의 심리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인류의 동정심이 없다면 거지들의 여러 사기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할지라도 세상 사람들의 선량하고 순박한 마음을 반복적으로 더럽힐 수는 없을 터이다. 원대 작가 석군보(石君寶)는 당대 백행간(百行簡)의 전기소설 『이왜전(李娃傳)』의 제재를 골라 창작한 잡극 『이아선화주곡강지(李亞仙花酒曲江池)』(간칭 『곡강지(曲江池)』), 같은 제재를 가지고 있는 원대 고수(高秀)의 극 『정원화풍설타와관(鄭元和風雪打瓦罐)』, 명대 설근연(薛近兗, 일설에는 서림徐霖)의 전기 『수유기(繡襦記)』, 주유돈(朱有敦)의 극 『곡강지(曲江池)』 등은 체재, 내용, 줄거리, 인물 형상 등은 바뀌었지만 기녀와 어느 시기에 거지로 전락한 주인공이 서로 지극히 사랑한다는 이야기의 대강은 대체로 변하지 않았다. 이런 전기성 이야기 중에서 작가들은 거지에게 부여한 품성, 인격 형상은 대부분 아름답다. 약자에 대한 동정으로 이야기에 사람의 심령을 울리는 강동을 더해주고 있다. 그 결론은 독자들에게 순응하기 위하여, 독자들의 필연적인 심리 추세에 맞추어 영화부귀를 누리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예를 들어 송원 화본(話本) 『김옥노봉타박정랑(金玉奴棒打薄情郞)』 시작 부분은 이렇게 돼있다. “만약 ‘양천(良賤)’ 두 글자를 세보면 창(娼, 창녀), 우(優, 광대), 예(隷, 종), 졸(卒, 졸병)1) 4가지가 천한 부류라 말할 뿐 거지는 들어있지 않다. 거지는 돈만 없을 뿐 몸에는 허물이 없게 보인다. 예를 들어 춘추시대 때에 오자서가 난을 피하여 오시에서 퉁소를 불며 구걸하였고, 당대에는 정원화가 배우(노래하고 몸을 파는 어린 남자)가 되어 『연화락』을 불렀었다. 나중에 명성을 얻고 부귀를 얻어 비단 이불을 덮고 잘 수 있었다. 이 모두가 보통을 뛰어넘는 거지다. 이런 부류는 사람들에게 천시를 받기는 하지만 창녀, 광대, 종, 졸병하고는 다르다.” 이런 심리상태는 사인과 평민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었던 기본 심리라 하겠다. 이것을 고려하면 『김옥노봉타박정랑』 이야기 중의 늙은 ‘단두(團頭, 거지의 우두머리)’ 김노대(金老大)의 형상과 처지에 대하여 작자는 동정할 만한 색채를 부여하고 있다. 단두를 계승한 김나자(金癩子)는 이야기 중의 ‘도구’가 되어 줄거리를 심화하는 작용을 하는, 김노대의 인격 형상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중요한 인물이다. 여기에서 김나자의 인격 형상은 더 이상 동정을 살만한 약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싫어하는 불량배 형상이다. 두 가지 거지의 형상이 더불어 존재하는 것은 중국거지사에 보이는 역사적인 사실이다. 중국 거지의 타락과 변질, 분화는 송원(宋元)시기에 시작되어 명청(明淸)시기에 완성되었다. 김나자가 선동해 늙은 단주 집 앞에서 소란을 묘사를 한 번 보자. “구멍 난 모자에 홑 윗옷은 묶고 옛 깔개는 낡은 모포로 맞추고 짧은 대나무에 깨진 그릇 매달았다. 아저씨, 아주머니 부르고 부자 어르신 불러재끼며 문 앞에서 슬쩍 보면서 떠들어 댄다. 뱀을 부리고 개와 장난치고 원숭이를 부리며 입으론 각종 재주 부린다. 판을 두들기며 양화를 부르고 욕설 난무해 요란스럽기 그지없다. 벽돌을 부숴 얼굴에 분칠하고 참지 못할 추태를 부린다. 일부 나쁜 놈들이 무리를 이루니 종규(鐘馗)조차도 거둘 수 없다.” 실로 본바닥 건달들이 부리는 난장판이다. 소란을 피우는 거지들도 김노대가 단두로 있을 때에 치부하게 만든 원래 구성원이었다. 이제, 김노대가 입신출세해 사인세력과 혼인을 맺었으나 아사들의 눈에는 여전히 약자로 남아있다. 그 김나자와 여러 거지들의 형상 역시 김노대 이전의 역사 속 모습이요 증거다. 이런 변화는 사인들은 구체적인 거지 개체를 동정하는 것일 뿐 절대로 거지 단체를 동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인문 의식은 서로 모순되면서도 동시성, 호환성이 있어 모순을 해결하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사람과 사건에 따라 구체적으로 구별하면서 대우하고 있다. 작품 제재와 사상의 차이에 따라 거지에게 다른 인격을 부여한다. 이를 빌어 작가의 인문 사상과 처세 관념을 표출하기도 한다. 동시대에 청대 작가가 창작한 『금옥몽(金屋夢)』(속 『금병매(金甁梅)』)과 『걸아행호사,황제주매인(乞兒行好事,皇帝做媒人)』은 다른 사상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창(娼)은 창기(娼妓)다. 현대의 기녀(妓女)와는 다소 다른 점이 있다. 고대의 우(優)는 광대(戱子, 배우)로 모든 것을 다 공연하였다. 예(隷)는 통상적으로 아문(衙門)에서 직분을 행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아역(衙役), 포쾌(捕快, 포리) 등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다. 여기서는 ‘종’이라고 했다. 졸(卒)은 보졸(步卒), 사병(士兵)이다. 여기서는 졸병(卒兵)이라 했다. 고대 시정(市井)에서는 사회 각 계층을 귀천고하에 따라 9개의 등급으로 나누었다. 나중에 사회 분공이 번잡해짐에 따라 다시 나누어 상구류(上九流), 중구류(中九流), 하구류(下九流) 관념이 나타났다. 창(娼), 우(優), 예(隷), 졸(卒)은 하구류(下九流) 등급에 속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요 몇 년 사이에 민속학이 중국 인문과학계에 새로 각광을 받고 있다. “문학은 사실과 영혼이 서로 부합한 이후의 재현이다”(Honoré de Balzac)라고 하기도 한다. 중국 대륙의 당대 거지 조사 중에 당대 거지의 구걸, 축하, 욕, 오락에 대한 가요(歌謠)를 주의해 수집하면서 “거지 가요는 인류사에서 거지가 생긴 이래 존재하고 전해져 내려오며 발전한 것이다”1) 라고 생각한다. 거지 노래는 이렇다. “선의는 복을 받고 악의는 귀신이 용서하지 않는다네. 부처를 믿으면 착한 일하고, 내가 가난뱅이라는 것을 불쌍히 여기네. 많은 돈을 바라지 않소, 오 푼이면 되오. 당신이 내게 돈을 주면 하늘이 평안하게 보우할 것이외다.” 이것은 남경 계명사(雞鳴寺) 부근에서 ‘무릎 꿇고 앉아서 구걸하는’ 거지들의 노래다. 기도하러 사찰에 가는 사람의 감사를 드리는 마음에 맞추면서 부처를 빌어 구걸하고 있다. “대나무 판을 치면서 거리에 왔네요, 한 길 두 곁채 장사 잘 되네요. 황금 글씨 은 간판, 동쪽에서 줍고 서쪽에서 당기 듯 걸려있네요. 요 며칠 내가 오지 않으니, 상점 주인이 부자 됐다 하네요. 주인이 부자 되면 나도 덕을 보고, 당신은 교자를 먹고 나는 탕을 마시고. 한 번 절하면 금이 오고 두 번 절하면 은이 오고, 마음씨 좋은 주인께 삼 배 하리다. 마음씩 좋으신 분 넓은 도량, 유비 어른 사천에 있네요. 사천에 앉아 있는 한왕 유비가 오니, 3천 6백 세를 살 수 있네요.” 북경 서성구에 늘어선 크고 작은 상점을 돌아다니며 잡기하면서 노래하는 거지의 노래 가사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맞추고 있다. 상대방도 한두 푼을 주면서 거지를 돌려보내어 길하기를 바란다. 거지들을 화나게 만들어 문 입구에서 불손하게 굴면서 손님을 쫓아내게 하지 않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까치 나뭇가지에 앉아 짹짹 울고, 봉황은 짝을 지어 하하 웃네요. 주인은 천지가 밝을 정도로 경사로울 거요, 경사스런 일이 생기는 나의 세 마디 축하를 들어보소. 하나는 부부가 화목하여 금실 좋게 즐겁게 사시고, 둘은 부부께서 부자 되어 참깨가 꽃을 피워 착착 높아지이소, 셋은 오는 해에 귀한 아들 낳아 일찍 용의 알을 품을 수 있기를 바라오이다.” 이것은 안휘 방부(蚌埠) 향촌 거지가 혼례를 축하하며 부르는 노래다. 사람들은 재물을 나누어주고 함께 즐기기를 좋아하는 시기이기에 동냥도 평상시보다는 쉽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으면 거지도 상대를 후회하게 만드는 시를 읊는다. 태현(泰縣)에서 유행하는 시는 이렇다. “형제여 형제여 당신을 축하하오, 집 안과 밖으로 예물이 들어오네요. 축하주 남겨두고 자시지 못하게 하니, 혼자 술 마셔 멍청해졌네요. 멍청해져 길 가다가 강에 빠져, 물에 빠져 죽어 과부만 남겨두게 될 거요.” 이렇게 무뢰한, 불량배 같은 거지의 본성도 철저히 드러내기도 한다. 거지의 정신세계와 가치 관념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자신들이 짓고 노래한 오락성 짙은 즉흥적인 가락보다 더 한 것은 없다. 예를 들어 제남 거지에게서 유행하는 말이다. “집이 있으면 집을 나가고, 집이 없으면 집을 찾아야 하리니. 형제자매가 한 데 뭉치네, 천하의 먹이를 찾아다니는 사람은 한 가족일지니.” 오늘날 개방의 기본 구성원은 대부분 이러한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다. “손은 살아가는 재신, 흔드는 손은 귀중한 재물. 얼굴 두꺼운 게 뭐 두려우랴, 부끄러움 잘 타면 구걸하지 못하는데.” “팔선(八仙)이 동쪽으로 가면 나는 서쪽으로 가고, 한 세상 거니니 유쾌하지 않은가. 2년 3년 밥을 빌어먹어도, 현장(縣長)은 하라 줘도 나는 싫다네.” 주주(株州)와 덕주(德州), 담성(郯城)에서 채록한 가요다. 오늘날 거지의 관치 관념과 심리 상태를 솔직하게 노래하고 있다. 거지의 직업화 추세는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현장이나 대학교수는 그저 고정된 수입밖에 없지 않은가! 호남성 장사 망성(望城)향의 A도시에서 구걸하는 거지는 많으면 매월 천만 원 이상, 적어도 2,3백 수입은 된다. 광주에서는 화교 노인이 거지에서 150만 원 상당의 태환권을 보시하기도 하였다. 서로 비교하면 거지들이 득의양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분배제도의 불공평, 불완전이 거지에게 왜곡된 심리를 조장하고 비정상적인 변태적 심리를 가지게 만들었다. 거지는 다른 직업보다 힘이 덜 들면서도 실제적인 혜택은 많다. 이러한 현상이 거지의 숫자가 늘어나고 직업화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거지의 인문의식 고대에 사인(士人)이 묘사한 거지는 대부분 의식을 해결하지 못하여 길거리를 헤매게 된 원시형 거지다. 최하층 빈민이었다. 중국문학사상 거지를 묘사한 비교적 전형화된 작품은 일반 선집에 수록되지 않은 양웅(揚雄)의 「축빈부(逐貧賦)」이다. 송대 홍매(洪邁)는 『용재속필(容齋續筆)』 15권에서 말했다. “한문공(한유)의 「송궁문(送窮文)」, 유자후(유종원)의 「걸교문(乞巧文)」은 모두 양자운(양웅)의 「축빈부」를 본뜬 것이다. 한유의 「진학해(進學解)」는 동방삭의 「답객난(答客難)」을, 유종원의 「진문편(晉問篇)」은 매승의 「칠발(七發)」을, ……모두 문장에 묘미가 있다. 「축빈부」는 거의 500글자나 된다. 『문선』은 수록하지 않았고 『초학기』에는 100여 자가 수록돼 있다. 오늘날에도 보지 못한 사람사람이 있을 것이다.” ‘축빈부’는 광범위하게 전파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홍매가 초록한 「축빈부」 문장은 다음과 같다 : 양웅이 세속을 벗어나 은거생활을 하였다. 왼쪽은 높은 산이요 오른쪽은 광야다. 담 밖에 이웃인 거지는 빈한하기 한량없다. 예의가 박약하나 여럿이 더불어 살았다. 실망해 지향도 사라지니 빈자(貧者)를 불러 말했다. “그대는 여섯 가지 악습이 있어 황야에 버려진 거요. 용렬한 고용인이 되기를 즐기니 도살하는 징벌이 내려진 것이오.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도 흙과 모래를 가지고 놀게 된 것이오. 모여 사니 이웃이 아닌데도 집이 연이어지게 되었소. 은혜를 깃털처럼 가볍게 대하고 의를 망사처럼 얇게 여기고, 들어가는 데에도 덕이 없고 물러나는 데에도 예의가 없소. 오랫동안 손님으로 머무니 그 목적이 무엇이오. 모든 사람이 비단옷을 입는데 나만 헌 갈옷을 입소. 모든 사람은 쌀과 기장쌀인데 나만 명아주 음식을 먹소. 가난하여 진귀한 보물이나 노리개가 없으니 어찌 접대하고 즐기겠소. 종족의 연회는 즐거운 자리이나 즐기지 못하오. 맨발로 나아가 고용일하고 집에서는 낡은 옷으로 갈아입소. 몸은 각종 노역을 지니, 손과 발은 굳은살이 배겼소. 늘 김매고 북을 주니, 이슬에 몸 젖고 옷 제대로 걸치지 못하오. 친구는 절교하고 관직은 늦어지고 있소. 잘못이 어디에 있는 것이오, 당신 때문이오. 당신을 피하려 곤륜산 정상까지 왔는데 당신은 나를 따라 높이 날아서 하늘까지 왔소. 당신을 피하려 산에 올라 동굴에 숨었는데 당신은 또 나를 따라 높은 등선까지 올랐소. 당신을 피하여 바다에 이르러 둥둥 떠 있는 측백나무 배를 탔는데 당신은 또 나를 따라 잠기는 듯 떠오르는 듯 하고 있소. 내가 가면 당신이 움직이고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당신도 멈추오. 다른 사람은 놔두고 나를 쫓는 까닭은 무엇이오? 이제 당신 떠나주시오, 다시는 오래 머물지 마시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中國的乞丐群落』(劉漢太, 江蘇文藝出版社)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중국 대륙의 연해 도시에 외국인 거지가 등장한 적이 있었다. 역사 기록은 이렇다. “상해에는 거지가 많다. 여러 성에서 온 거지다. 빈곤한 집안 자식들이 생계를 유지하려고 상해에 왔으나 생계를 이루지 못하여 거지로 전락하였다. 외국인 거지도 있다. 모두 상해로 모여들었다. 능력이 박약한 자나 행동거지가 단정치 못한 자가 결국 그런 지경에 빠진 것이다. 서양인에게 구걸할 뿐만 아니라 화려한 저택을 가진 중국인에게도 다가가 구걸한다. 오랫동안 꿇어앉아 구걸하였다. 외국인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습성이 된 나는 파란 눈동자에 금색 머리를 한 거지를 보기만 하면 아무런 인색함 없이 은화를 던져주었다. 보통 거지에게 한 푼 주는 것이 애석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보산로(寶山路)에 성모 예배소가 세운 여학교가 있다. 작은 키에 둥글고 납작한 얼굴, 높은 코, 파란 눈의 여학생이 있다. 서양 옷을 입어도 밉지가 않다. 아침저녁으로 책을 끼고 왔다 갔다 하는데 그 부모는 보흥로 거리에 있는 집에 산다. 여학생의 얼굴과 무척 닮은 거지 부친은 영국인으로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중국에 오래 살았다. 함풍, 동치시기에 미국인 워드(Frederick Townsend Ward, 1831~1862)의 부하였다. ……공부하려고 했으나 정신병을 얻어 할 일이 없어지자 거지로 전락하였다.”1) 중국 대륙에 외국인 거지가 있다는 보도는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만약 외국인 거지가 도시 거리에 나타난다면 중국인은 어떻게 대할 것이며 어떤 느낌을 받을까? 중국민족 전통 심리 및 중국 사회의 현실 이익에서 출발해 노동력 수출이나 경제 무역과 같이 그렇게 서로 거지를 교류하기를 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출국 러시’의 충격 아래에서 ‘현재 거지 러시’가 국경지역에 몰려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 ‘현재의 거지 러시’는 경시해서는 안 되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현실 사회의 문제다. ‘상승세’를 타고 퇴조하지 않는 기세를 유지한다면 즉각 상응하는 긴급하고도 종합적이 치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중국의 거지가 또다시 국경을 넘는 사태가 벌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당대의 거지의 욕망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정상적인 신분과 지위를 가진 사람조차도 밖에서 황금을 주울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데, 하루하루 되는 대로 살아가는 거지라고 그런 꿈을 꾸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던가? 폐관 쇄국한 지 오래되면 거지라 할지라도 일반인처럼 그렇게 밖에서 떠돌며 안목을 넓혀서, 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제멋대로 쾌락을 쫓는 욕망이 어찌 생기지 않겠는가. 서양 사조와 서양 상품이 대륙 사회생활에 맹렬하게 다가오는 오늘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현실은 가혹하다. 문제가 생기면 시급히 해결해야만 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시의적절하며 강하면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거지와 중국문화전통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런 비정상적인 변태문화 과정을 근본적으로 탐색하고 치유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과 시대적 풍조는 뿌리부터 치료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중국 거지를 고찰하고 연구하는 과정 중의 몇 가지 단상을 가지고 몇몇 다른 시각으로, 겉핥기 관점이지만 ‘거지와 중국 문자(문학) 문제’를 생각해 보자. 거지의 구두문학(口頭文學)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 직업에 따라 각각 특징 있는 속문학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지도 자신만의 구두문학이 있다. 그런 특별한 언어예술을 통하여 거지의 사상, 심리상태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거지들이 그들 내부에서 교류할 때 사용하고 있는 은어를 언어의 사회적 변형이나 도구로만 본다면 어딘지 부족하다. 은어 코드의 문자 의미구성은 특수한 구두 언어예술이라 볼 수 있다. 비정상적인 변태문화를 구성하는 부호의 결합체이기에 그렇다. 예를 들어,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줄거리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구걸하는 이야기 쪽지(판지)를 거지 은어로는 ‘제요패(提搖牌)’라 했다. 사실상 그 쪽지가 사람을 모으고 사람들에게 선행하도록 이끌어 동냥하는 간판이나 다름없다. 황자(幌子), 즉 간판이다. 거지가 길가는 사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한 판지를 내미는 것을 ‘투첩자(投帖子)’라 하고 판지에 쓴 자신의 이야기를 입으로 말하는 것을 ‘배신주(背神咒)’라 한다. 쓴 것이든 쓴 것을 말하든 모두 거짓말로 사람들에게 연민의 정을 유발시켜 동정하도록 만든 관례대로 행하는 주문과 다름없다. 길가는 사람들은 그 주문의 마력에 정복되어 동정하고 보시한다. 그러한 수단은 실패한 적이 없다. 그 마력은 지금까지도 약해지지 않았다. 무슨 까닭일까? 약자를 동정하는 마음과 거지들이 양심을 저버리고 두꺼운 낯가죽으로 그저 재물만 탐하는 심리상태가 예나 지금이나 시종일관 똑같기 때문이다. 염치 불구하고 돈만 밝히기에 던져준 돈을 담는 종이주머니 같은 돈 통을 은어로는 ‘금두(金頭)’라 부른다. 그 물건이 신화 중에 ‘취보분(聚寶盆, 화수분)’이나 ‘마두(魔頭)’처럼 그렇게 재원이 끊이지 않고 돈이 계속 굴러들어오기를 바랐다. 외부인은 알지 못하게 하고 내부인에게는 길한 용어로 은어 코드를 썼다. 한 마디 말에 표면상의 의미와 숨어있는 의미의 두 가지 관련된 뜻이 있는 실로 오묘한 언어다. 깊이 퇴고해 보면 언어 속의 비밀스런 일과 그 심리상태를 세상에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다. 주진(周秦) 이래로 중국은 민요를 수집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집정자에게 ‘풍속을 분별하고 바로잡는’ 데에 활용하도록 했다. 중국 거지역사가 이천여 년이나 되었지만 거지들의 문학을 직접 채록한 사료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전의 대표적인 민요 수집 작품인 『시경』, 『방언(方言)』, 악부시가도 그런 내용은 없다. 지방지의 풍속지 중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청대 말기 황준헌(黃遵憲)이 『인경려시초(人鏡廬詩草)』 제1권 『산가(山歌)』 중 「걸아가(乞兒歌)」가 수록돼 있다. “또 거지의 노래가 있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판을 두드린다. 흥녕(興寧, 산동성 동부에 위치) 사람이 유달리 남보다 뛰어나다. 노랫말을 기록한다. ‘하루는 12시간 뿐, 한 시간에 그저 두세 집, 한 집에서 돈 1문뿐, 하늘이어 하늘이어 정말 가련하여라!’ 비장하고 처량하다. 내가 청부(靑蚨) 100문을 써서 가져오니 기쁘고 위안이 되어 기록할 수 있었다.” 이 「걸아가」는 황준헌이 돈을 주고 사온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청패류초(淸稗類鈔)·걸개류(乞丐類)·상해우외국걸아(上海又外國乞兒)』(中華書局)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사학자 여영시(余英時)는 8편의 논문을 종합하여 『사(士)와 중국문화』를 편찬하였다. 비교적 계통적이며 깊이 있게 역사상 ‘사(士)’ 계층과 중국문화의 관계를 해부하였다. 중국역사상 ‘거지’는 사회단체다. 하층사회 중에서도 작은 층면에 불과하다. ‘사(士)’처럼 중국민족문화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더라도 거지 현상은 난감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거지문화’는 비정상적인 변태문화이면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이다. 이 ‘거지’ 문제는 이전에는 사람들에게 그리 주의를 받지 못했다. 당대에 와서 거지의 직업화가 갈수록 현저해지고 거지 현상이 사회 치안에 해를 끼치면서 관련된 분야와 언론계에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다음 몇 가지 보도를 먼저 보자. 1985년, 광주(廣州)시에 거지 12,662명이 있다. 1987년, 광동(廣東)성에서 유랑하며 걸식하는 사람 29,600명을 수용하고 심사 후 783명이 살인,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색출해 냈다. 1986년, 주해(珠海)시가 유랑하며 걸식하는 사람을 수용한 숫자가 1979년보다 10배나 많아졌다. 1986년, 하얼빈(哈尔滨) 철도 공안부에서 적발해 체포한 각종 형사사건 범죄자 중 30%는 유랑하며 걸식하는 사람이었다. 1980년 이전에 대륙에서 유랑하며 걸식하는 사람 중에서 80%는 살아갈 방도가 없어 고향을 떠나 걸식하는 사람이었다. 현재는,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어 밖에서 떠돌아다니며 걸식하는 사람은 20%이다. 이러한 숫자는 모두 신문 등에서 공개적으로 공표한 사실이다. 『인민일보』(해외판), 『경제참고』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숫자 자체는 당대 중국 거지의 직업화와 범죄화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숫자 뒤에 숨겨진, 반영되지 않은 문제는 사람들이 보기만 해도 몸서리치게 만든다. “밖으로 나가 밖에서 떠돌면, 먹고 자고 입는 것은 걱정 없다네. 한 번 밖에 나가면 모든 것이 풍족하다네. 3년을 밖에서 떠돌고 돌아오면 집을 지을 수 있다네.” 이것은 당대의 거지들이 응얼거리는 노랫말이다. 거지들이 ‘사업에 성공’하여 단맛을 맛보고 실제 혜택을 받은 것에 대한 사실적 묘사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호남 A촌에서 광동에서 구걸하다가 귀향한 사람 중의 약 50%가 집을 새로 지었다고 한다. 1986년 가을에 무한(武漢)시 민정 공안부가 대수용, 대송환을 실행하지 않았다면 황학루(黃鶴樓) 아래에서 중국 거지 역사상 기적적인 ‘전국 거지 대표대회’가 거행되고 전국적인 거지 수령이 선출되었을 것이라 전한다. 이 사실은 여러 보도 매체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현재 거지 구성원을 보면 빈곤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노약자, 장애인 등의 빈민이 아니다. 거지처럼 행동하는 부랑자요 불량배가 다수다. 이러한 여러 가지는 거지가 놀라울 정도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거지는 사회의 공해(公害)로 시급히 종합적으로 정리해야 할 대상이 됐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천부의 나라라 일컬어지는 사천지역에서 온 ‘거지 러시’, 빈곤으로 유명하면서도 역대 여러 왕조의 ‘혁명근거지’라거나 ‘발상지’로 유명한 지역에서 온 ‘거지 러시’, 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까지 전국적인 3년 재해 기간에 동북지방으로 대대적으로 쏟아져 들어간 ‘맹목적인 러시’(盲流潮)를 연상케 한다. 동시에 청대 말기에 침략자의 공격을 방어하려고 ‘폐관 쇄국’해 대문을 걸어 잠근 후 국외로 빠져나가 유랑하는 중국 거지를 떠올리게 한다. 역사기록은 이렇다. “광서 때에 변방을 지키는 관리가 1)이민실변(移民實邊)이라 부르는 이주민들로 변방을 채우는 정책을 상주하였다. 그래서 호북 2)흥국주(興國州)의 빈민 수만 명이 처와 자식들을 인솔해 흑룡강으로 갔다. 담당 관원은 안치할 방법을 전혀 전해 듣지 못했다. 종자도 구비하지 못했고 숙소도 만들지 못했다. 농사를 지으려 했으나 농지가 없었고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여비가 없었다. 이에 거지로 전락해 버렸다. 한참 지나 외국이 부유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시베리아 철도의 궤도를 따라 걸었다. 유럽으로 향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싫어하여 길을 막고 낮은 등급의 기차에 싣고 중국으로 돌려보냈다. 돌아왔어도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자 다시 길을 떠났고 러시아 사람들은 또다시 차에 싣고 돌려보냈다. 돌아오고 나서 수개월 후에 다시 길을 떠났다. 러시아로 간 다음 프랑스로 갈 방법을 모색하였다. 모두 육로로 걸어서 갔다. 선통 신해 때, 서신육(徐新六)이 유럽에서 유학할 때에 파리에서 하루 묵었다. 프랑스 사람과 함께 시내를 여행할 때에 걸식하는 중국 남녀들을 만났다. 고향을 물어보니 흥국주 사람이었다. 지팡이를 짚고 북을 치는 사람도 있었고 칼을 날리며 춤추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남루하였다. 부녀자 중에서 전족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구경하면서 즐긴 후에 곧바로 프랑을 던져주었다. 그것은 나라의 치욕이었다. 천금을 모은 사람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 중에도 거지 두목과 같은 지도자가 있어 대중의 자금을 모으고 먹여 살렸다. 서양 옷을 입고 경찰과 결탁해 상납하면서 수천 금을 모은 것이다.”3) 이로부터 1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중국 대륙의 거지가 또다시 해외로 나가 걸식하고 있을까? 아직까지 정식적인 보도는 보지 못했지만 중국 민족의식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러한 ‘국가의 수치’ 현상은 나타나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민족의 자존, 자중, 자강, 자애의 전통심리를 크게 손상시키게 될 것이고 미덕이 손상될 것이다. 중국은 아직까지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난민을 내보낸 적이 없다. 위기를 인민에게 뒤집어씌우는 정책이나 관례도 아직까지는 없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이민실변(移民實邊)은 중국 역사상 관방에서 조직한 인구 이주 방식이다. 역대 한족 중앙정권은 ‘둔간수변(屯墾戍邊)’ 정책을 시행하였다. 변방 요지에 군대를 주둔하고 둔전에 참가하는 것 이외에 더 많은 것은 내지에서 변경지대로 이민시키는 것이었다. 군대의 보호 아래 개간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군량을 제공하고 변경 방위를 강화하였다. 이런 형식의 인구 이주는 진한(秦漢) 때부터 줄곧 이어져 내려왔다. 중국의 서북부가 중점 지역이었다. 2) 흥국주(興國州)은 원대(元代)에 설치한 행정 구역으로 현재의 호북성 양신현(陽新縣), 대야시(大冶市), 통산현(通山縣) 지역이다. 주부(州府)는 호북성 양신현에 있었다. 지금은 양신현 흥국진(興國鎭)이다. 송대 태평흥국(太平興國) 연간에 강서성 공현(贛縣) 7향을 나누어 흥국현을 설치하였는데 이곳은 호북성의 흥국주와는 다르다. 3) 『청패류초(淸稗類鈔)·걸개류(乞丐類)·흥국인행걸지구(興國人行乞至歐)』(中華書局)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