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 그 필요성을 알려주는 제주의 교육현장
추모도 책임도 없었다 ... 하귀농협 지게차 참사 논란 확산
제주도 하반기 정기인사 8월 말 단행 ... 조직개편·을지연습 영향
민선 9기 첫 행정시장 공모 ... 제주시장 4명·서귀포시장 3명 지원
JDC 경영기획본부장 공모 ... 1년 넘은 임원 공백 해소?
반도체 초호황 속 ‘고용 쇼크’ … AI 맞춤형 생태계 조성해야
서귀포 범섬·문섬·섶섬, 80만 년 전후 함께 태어났다
효성 해링턴 시행사 대표, 투자사기 이어 횡령 의혹까지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개발신탁통치'가 등장하다
전국 최고 보조금, 전국 최고 충전요금 ... 제주 수소차의 두 얼굴
제주와 서귀포에서 사흘째 열대야가 나타났다. 10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저녁부터 이날 아침 사이 지점별 최저기온은 제주 25.7도, 서귀포 26.4도, 고산 25.3도로 열대야가 발생했다. 열대야는 밤사이(오후 6시 1분∼다음 날 오전 9시)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현상을 말한다. 제주와 서귀포는 지난 7일 올해 첫 발생 이후 사흘째 열대야가 나타났으며, 고산은 이번이 첫 열대야다. 기상청은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밤사이 기온이 크게 내려가지 않아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난 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앞서 전날 오후 6시를 기해 제주시동부에 열대야주의보를 내렸다. 올해 열대야주의보 제도가 신설된 후 제주에서는 처음 발효된 것이다. 열대야주의보는 최고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되고, 밤 최저기온이 기상청장이 정하는 지역별 발효 기준값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열대야가 잦은 제주에서는 밤 최저기온 27도를 기준으로 한다. 기상청은 밤이 돼도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당분간 밤 최저 27도 이상의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으며, 그 밖의 지역에서도 밤 최저 25도 이상을 보이는 곳이 있겠다고 전했다. 또한 낮에는 제주시 북부·동부와 서귀포시 동부를 중심으로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으로 올라 매우 무덥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지난달 제주지역 경매 물건이 9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6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지역 경매 진행 건수는 90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1천14건)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이 중 낙찰 건수는 전체의 20.8%에 불과한 188건으로,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가율은 45.5%를 기록했다. 모두 전국 평균(낙찰률 22.5%·낙찰가율 58.5%)을 밑도는 수준이다. 용도별 경매 동향을 보면 주거시설 경매는 227건이 진행돼 이 중 25.1%인 57건이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51.1%였다. 업무·상업시설 경매는 총 203건 중 36건이 낙찰돼 낙찰률 17.7%를 기록했으며, 낙찰가율은 62%로 나타났다. 토지 경매 진행 건수는 468건으로 전체 경매 물건 중 절반 이상인 51.9%를 차지했지만, 낙찰률은 20.1%(94건)로 매물 적체 상황이 심각했다. 낙찰가율은 전국 17개 시도 중 경남(31.6%) 다음으로 낮은 36.1%로, 여러 차례 유찰된 뒤 낙찰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경매에서 최고 낙찰가 물건은 제주시 노형동 모 주유소로 감정가의 83.2%인 100억원에 매각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제주는 경매 물건이 여러 차례 유찰되는 데다 신규 물건도 꾸준히 유입되면서 전체 경매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농지 비중이 높은 토지 경매시장의 경우 도민 수요 한계와 외지인 투자 여건 악화로 당장 회복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연합뉴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지난달에 공개되자마자 국내 시리즈 1위에 올랐다. 작품 속에서는 교육부 직속 '교권보호국' 소속 감독관들이 학교폭력과 악성 민원, 교권 침해를 단호하게 해결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설정이지만 많은 교사들은 "저런 조직이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왜일까. 최근 제주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지난 4월 말 서귀포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교사가 사용하던 개인 텀블러에서 수상한 액체가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남성의 체액으로 확인됐다. 피해 교사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병가에 들어갔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초 같은 교실에 외부인이 또다시 침입했다. 이번에는 피해 교사가 사용하던 의자에 소변을 보고 달아났다. 병가를 대신해 출근한 시간강사가 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학교 주변 CCTV를 분석해 모 고등학교 재학생 B군을 피의자로 특정했다. 하지만 B군은 경찰 조사에서 "특정 교사를 노린 것이 아니라 교실에 간식이 있어서 들어갔다"며 표적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 입장에서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이 매일 사용하던 교실과 텀블러, 의자가 범죄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공포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첫 사건 이후 CCTV까지 추가 설치했음에도 같은 교실에서 또다시 범행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학교 안전망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의미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은 원인으로 '개방형 학교'를 지목했다. 제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학교 담장을 허물고 지역사회에 학교를 개방하는 정책을 오래전부터 추진해 왔다. 운동장과 체육관은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정문 역시 출입을 막는 구조가 아닌 경우가 많다. 반면 제주도교육청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한다. 학교 시설 상당수가 교육청과 제주도가 예산을 절반씩 부담해 조성됐고, 그 조건으로 주민 개방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읍·면 지역일수록 학교는 사실상 마을 공동체의 중심 공간 역할도 한다. 결국 '열린 학교'와 '안전한 학교' 사이에서 누구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개방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교사와 학생의 안전보다 우선할 수 있는 가치일까. 교권을 위협하는 것은 외부인의 침입만이 아니다. 지난 3일 제주지검 앞에서 제주교사노동조합과 초등교사노동조합은 한 학부모 A씨의 신속한 기소와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A씨는 자녀의 지병이 학교 수업 방식과 반 편성 때문에 악화됐다고 주장하며 제주지역 한 초등학교의 1학년부터 6학년 담임교사 전원과 교장, 행정실장, 교육청 직원 등 모두 10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교직원 7명에게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고, 나머지 3명도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됐다. 반대로 경찰은 A씨가 교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고 "결혼을 훼방 놓겠다"는 취지의 협박성 발언 등을 한 정황을 확인해 지난해 9월 협박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검찰 처분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교사들은 말한다. 무죄를 받아도 이미 상처는 남는다고. 몇 달, 몇 년씩 이어지는 경찰 조사와 검찰 수사 자체가 교사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제주에서는 악성 민원으로 한 교사가 끝내 생을 마감하는 비극도 있었다. 지난해 5월 22일 제주시 한 중학교에서 40대 교사 현승준씨가 교내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중학교 3학년 담임이었던 현 교사는 학기 초부터 무단결석과 흡연 등을 반복하던 학생을 생활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 가족의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이 공개한 메신저 대화에는 "학교는 나와야 한다", "아프면 병원에 들렀다가 학교에 오라", "담배를 줄였으면 좋겠다"는 등 교사의 통상적인 생활지도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학생 가족은 현 교사 개인 휴대전화로 수차례 연락하며 항의했고, 하루 열 통이 넘는 전화가 이어지거나 새벽과 심야에도 연락이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도 반복적으로 민원이 제기됐다. 유족은 현 교사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약 6개월간 수사를 벌인 끝에 학생 가족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반복된 민원이 현 교사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협박죄 등 형사처벌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교육계는 제도의 실패를 지적했다. 교육부는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학교마다 관리자 중심의 민원대응팀을 운영하도록 했지만, 현 교사 사건에서는 악성 민원을 교사 개인이 사실상 홀로 감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제주도교육청 진상조사반도 학교 민원대응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고, 민원 스트레스와 질병 치료를 받고 있던 교사의 건강 상태 역시 적절히 고려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좋은교사운동은 "현승준 교사 순직 사건은 실패한 민원 대응 시스템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고, 교원단체들은 교사가 홀로 민원을 감당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같은 날 제주교원단체총연합회는 최근 대법원이 제주시 한 초등학교 체육관 추락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교사에게 무죄를 확정한 것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건은 2023년 7월 발생했다. 5학년 학생이 체육관 공간 분리용 디바이더에 매달렸다가 약 6m 아래로 추락했고, 1심은 교사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학생들을 교실로 보낸 뒤 체육관을 정리하는 과정까지 교사의 형사책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최근 이를 확정했다. 교사는 결국 무죄선고를 받았지만 확정 판결까지 약 3년이 걸렸다. 그동안 감당해야 했던 심리적 부담과 사회적 낙인은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이처럼 제주에서만 잇따라 드러난 사건들은 학교 현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외부인의 침입부터 악성 민원, 무더기 아동학대 고소, 형사재판까지 교사는 교육보다 자신을 지키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실제 교권 침해는 전국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4월 전국 교원 35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6.0%는 "최근 1년간 교육활동 침해를 직접 경험했거나 동료의 피해를 목격했다"고 답했다. 교권 침해가 일부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현장 전반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현재도 교권 보호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2023년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민원과 과도한 업무 부담 속에서 숨진 사건 이후 학교마다 관리자 중심의 민원대응팀을 운영하도록 했고, 교육지원청에는 지역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해 교육활동 침해 사건을 심의하도록 했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교육활동 침해가 인정되면 학생에게 교내봉사와 출석정지, 전학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고, 학부모에게는 서면 사과와 특별교육 이수, 심리치료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높지 않다. 실제 지난해 5월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현승준 교사 사건은 교권 보호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제주도교육청 진상조사반은 학교 관리자 중심의 민원대응팀이 기대만큼 기능하지 못했고, 민원 스트레스와 질병 치료를 받고 있던 교사의 건강 상태 역시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올해 3월 전국 초등교사 9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민원 발생 시 학교 차원의 적절한 지원을 받았다는 응답은 11.1%에 그쳤다. 교권 보호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실제 활용은 활발하지 않다. 교총이 지난 15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육활동 침해를 경험하고도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72.3%에 달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아서"가 가장 많았고, 행정소송 부담과 학부모의 보복 민원 우려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고의숙 제주도교육감은 취임과 동시에 교권 보호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고 교육감은 교육감 직속 '교육활동보호담당관'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학사와 갈등조정관, 상담사 등을 배치해 교육활동 침해 예방부터 법률 지원, 심리 회복까지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전국적인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경기형 교육활동보호국 신설을 공약했고, 충남교육청도 교권 보호 전담 조직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 역시 교권 보호 전담 조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도 최근 교육부 내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방안을 제안했다. 민주연구원은 응징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교육활동 침해와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 생활지도 분쟁, 피해 교원 회복까지 국가가 통합 관리하는 책임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참교육' 속 교권보호국이 현실에서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조직 하나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행정부서 하나를 신설하는 것만으로는 교권이 살아나지 않는다"며 법률 지원 확대와 국가책임제, 악성 민원 대응,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방지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는 신규 교사가 학부모 민원과 과도한 업무 부담 속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전국적인 교권 보호 논의를 촉발했고 수많은 교사들이 거리로 나와 교육활동 보호 대책을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 서이초 사건 이후 3년이 흘렀지만 교실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제주에서는 교실에 외부인이 두 차례 침입했고, 교사는 무더기 아동학대 고소를 당했으며 학교 안전사고로 수년간 형사재판을 받아야 했다. 현승준 교사는 반복되는 악성 민원 끝에 생을 마감했다.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모두 교사가 교육보다 자신의 안전과 법적 위험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교권은 단순히 교사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문제가 아니다. 학생이 안정적으로 배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육 환경이다. 교사가 두려움 속에서 수업을 한다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사가 범죄 피해를 당해도, 악성 민원에 시달려도, 수년간 재판을 받아도 홀로 버텨야 하는 현실은 이제 끝나야 한다. 교권을 지키는 일은 특정 직업군을 위한 특혜가 아니다. 학교를 학교답게 만드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며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육의 기본 조건이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고의숙 제주도교육감이 취임 후 처음으로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학생 중심 교육과 미래 교육환경 조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고 교육감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도 제2회 제주도교육비특별회계 추가경정예산안과 함께 향후 제주교육 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추경예산은 기존 1조6542억원에서 383억원(2.3%) 증가한 1조6925억원 규모다. 증액 규모만 놓고 보면 전임 교육감 취임 직후 편성됐던 2800억원대 추경과 비교해 크게 줄었지만 재정 여건을 고려해 학생 교육과 필수 시설 투자에 예산을 집중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 교육감은 "시설사업 투자와 이미 진행 중인 사업으로 가용 재원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려운 세수 여건 속에서도 학생과 학교 현장에 꼭 필요한 사업을 우선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추경에서는 신설학교 개교 준비와 학교 안전시설 개선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전체 증액 예산의 절반이 넘는 205억원이 학교 시설사업에 편성됐다. 서빛중학교와 제주첨단초·중학교의 안정적인 개교를 위해 125억원이 반영됐다. 외단열 개선과 다목적체육관 보수, 내진성능 평가 등 안전한 학교 환경 조성을 위한 사업에도 47억원이 투입된다. 여기에 햇빛이음학교 시범사업과 표선중 모듈러 교사 설치 등 교육환경 개선 사업도 포함됐다. 미래 교육 기반 구축에도 예산이 집중됐다. AI 미래융합형 교육실 구축, AI 디지털 활용 과학교육 도구 지원, 교사의 AI 기반 교수·학습 역량 강화 등 교육과정 운영과 ICT 활용 교육 지원에 모두 68억원이 편성됐다.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는 미래형 교육환경 조성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학생 교육활동 지원도 확대된다. 기초학력 향상과 직업·진로교육 강화에 11억원, 제주형 자율학교 운영과 IB 교육과정 연수 확대에 1억원이 반영됐다. 늘봄학교와 방과후학교 운영, 다문화교육 지원, 농어촌 유학 활성화 등 교육복지 분야에도 17억원이 투입된다. 교수학습 지원 분야에는 총 145억원이 편성됐다. 교육과정 운영 여건 개선과 ICT 교육지원, 특수교육, 독서·문화예술교육, 학교폭력 예방 등 학교 현장에서 필요한 사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날 고 교육감은 추경예산 설명과 함께 향후 제주교육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모두가 주인공, 함께 성장하는 제주교육'을 새로운 교육지표로 내세우고 ▲삶의 힘을 기르는 책임교육 ▲모두를 품는 포용교육 ▲평화와 생태의 민주시민교육 ▲미래를 여는 제주다움교육 ▲현장을 지원하는 청렴행정 등 5대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특성에 맞춘 초개별화 교육을 통해 자기주도 학습 역량을 키우는 한편,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학교를 안전하고 존중받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 제주4·3의 역사와 화해·상생의 가치를 교육과정에 담은 제주형 민주시민교육을 확대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생태전환교육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제주형 IB 교육과정 운영과 안정적인 돌봄체계 구축, 학교 지원 중심의 교육행정 체계 전환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고 교육감은 "아이 한 명, 한 명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이번 예산의 의미가 있다"며 "이번 추경을 시작으로 새로운 제주교육의 변화를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겠다. 교육공동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제주교육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시 원도심에 오랫동안 비어 있던 옛 신한은행 건물이 청년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과 창업 지원시설을 갖춘 복합공간으로 새롭게 조성된다. 제주도는 제주시 일도일동 비주택 매입임대 사업이 국토교통부의 '2026년 상반기 특화주택 공모사업' 지역제안형 특화주택 부문에 최종 선정됐다고 7일 밝혔다. 이번 공모사업은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자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됐다. 전국에서는 모두 14개 사업, 1780호가 선정됐다. 제주도는 도심에 방치된 비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청년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해 사업 대상으로 확정됐다. 사업 대상은 제주시 일도일동 1298-1번지 옛 신한은행 건물이다. 현재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의 건물을 매입한 뒤 일부 증축을 거쳐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의 복합시설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완공 이후에는 청년 매입임대주택 61호가 공급된다. 총사업비는 222억 원으로, 국비와 기금 70억 원, 지방비 74억 원, 제주도개발공사 재원 78억 원이 투입된다. 건물 저층부인 1~3층에는 청년과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과 취·창업 지원시설이 들어서고, 4~8층에는 청년 주거시설이 조성된다. 주거와 일자리, 창업 지원 기능을 한 공간에 결합한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다. 사업 대상지는 동문시장과 칠성로, 제주항, 제주시청 등이 가까워 생활과 교통, 상업 인프라 접근성이 뛰어난 입지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청년층의 안정적인 주거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원도심에 방치된 유휴 건축물을 활용해 도시재생 효과도 함께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제주도와 제주도개발공사는 국토교통부 주택 매입 승인과 건물 매입, 설계 및 인허가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2027년 건물 매입과 설계, 인허가를 마친 뒤 2028년 준공과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문창인 제주도 주택토지과장은 "원도심 유휴 건축물을 활용해 청년의 주거와 일자리, 창업을 함께 지원하는 새로운 공공임대주택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청년들이 제주에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원도심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고의숙 제주도교육감은 9일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노트북 대신 입학준비금 지급과 관련 "선거 과정에서 도민들께 약속드린 내용은 큰 기조에서 변함없이 추진하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 교육감은 이날 오전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현금성 지원에 대한 교육부의 페널티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동안 인수위원회가 세밀하게 제주도교육청의 재정 상황과 여러 가지 현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강력하게 권고한 내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인수위에서 현재 재정 여건 등을 볼 때 몇 가지 공약에 대해 좀 시간을 두고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고, 입학준비금 지급 금액도 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민과의 약속은 추진하되 지금 교육청의 재정 여건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감안하면서 속도를 조절하고, 내용에 있어서 수정이 필요하다면 관련 부서장들과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최근 밝힌 페널티 정책은 현금성 지원을 과도하게 하는 교육청에 대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보통교부금 산정에서 최대 100억원까지 삭감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교육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고 교육감의 입학준비금 지급 공약이 어디까지 이행될지 관심을 끈다. 고 교육감은 또 지난해 발생한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교육청 내부에서 진행됐던 감사와 밖에서 제기됐던 내용들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책임 있게 다시 조사해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재조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를 구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에서 여름철 호흡기감염병이 증가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예방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10일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제주지역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은 23주 25.9%, 24주 35%, 25주 31.6%, 26주 41.2%, 27주 33.3%로 5월 24일부터 7월 4일까지 최근 7주 연속 20% 이상의 높은 검출률을 보였다. 이는 전국 평균(23주 18.0%, 24주 25.9%, 25주 24.6%, 26주 25.2%)보다 높은 수준이다. 연령별로 보면 0∼6세 영유아층에서 가장 높은 검출률을 기록했다. 이 바이러스는 발열, 콧물, 인후통 등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급성 호흡기 감염병 원인균이다. 주로 늦은 봄부터 여름철에 유행하는 특성을 보인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최근까지 낮은 검출률을 보였으나, 27주차 제주지역 검출률이 12.5%를 기록해 증가 조짐을 보인다. 질병관리청 감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률은 최근 4주간 1∼2%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미크론 계열 하위 변이인 'BA.3.2'의 점유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여름철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구원은 "여름철 냉방기 사용과 실내 활동 증가에 따른 환기 부족이 호흡기 감염병 확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올바른 손 씻기와 기침 예절, 주기적인 실내 환기 등 기본적인 예방수칙을 준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본격적인 물놀이 철을 맞아 제주에서 안전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10일 오전 11시 49분께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일명 코난해변 앞 150m 해상에서 20대 관광객 A씨가 튜브를 탄 채 떠내려가고 있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A씨는 사고 신고를 전달받은 인근 월정해수욕장 제트스키 구조대에 의해 부상 없이 무사히 구조됐다. 전날 오후 2시 10분께는 제주시 도두이동 사수포구에서 다이빙 중이던 10대 남성이 머리를 돌에 부딪혀 병원으로 옮겨졌다. 비슷한 시각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해상에서는 10대 관광객 2명이 제트스키가 뒤집혀 갯바위에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또 같은 날 오후 3시 9분께에는 중문해수욕장에서 서핑하던 40대 남성이 파도에 휩쓸렸다가 해경과 소방에 구조되는 등 이틀 사이 4건의 물놀이 사고가 발생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절도와 무면허 운전을 일삼고 경찰관까지 다치게 한 혐의로 법정에 선 10대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서범욱 부장판사)는 9일 특수절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으로 기소된 A군(16)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45만원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80시간의 준법운전 교육 수강을 명했다. A군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 사이 주차된 차량 내 금품을 훔치고, 오토바이를 훔쳐 면허 없이 모는 등 절도와 무면허 운전을 여러 차례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4월 전동킥보드를 타던 중 정차 요구를 한 경찰관을 들이받아 다치게 한 뒤 도주한 혐의도 있다. 이날 선고는 총 8건의 사건이 병합돼 내려졌다. 재판부는 "타인의 재산권이나 법규를 가볍게 여기는 태도가 엿보이고, 동종 범행을 반복할 우려도 상당해 보인다"며 "소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책임을 물어야 할 불리한 사정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혐의를 인정하고 법정에서 뉘우치는 태도를 보였고, 일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소년이라 성숙하지 못한 판단과 충동성이 반영된 사정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고 후 "소년이라는 이유로 마지막으로 주는 배려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집행유예 기간은 물론 앞으로도 범죄를 저지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4·3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제주4·3은 쉽게 말할 수 없는 역사였다. 생존자들은 침묵해야 했고, 유족들은 자신의 가족사를 드러내기 어려웠다. 영화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가폭력과 민간인 집단 희생이라는 무거운 주제는 투자와 흥행의 벽을 넘기 어려웠고, 제주4·3은 오랫동안 스크린 밖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4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 TOP10 영화'에서 제주4·3을 소재로 한 영화 '한란'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극장 개봉 이후 국내외 영화제를 거쳐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도 대중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단순한 흥행 성적을 넘어 제주4·3을 다룬 영화가 제주를 넘어 전국과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4·3을 영상으로 처음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은 1989년 KBS TV문학관 '순이삼촌'이다. 현기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국가폭력으로 삶이 무너진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처음 영상으로 옮겼다. 당시만 해도 제주4·3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대였지만, '순이삼촌'은 제주 사회가 품고 있던 상처를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1997년에는 조성봉 감독의 다큐멘터리 '레드 헌트'가 제작됐다. 제주4·3의 진실을 정면으로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았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상영과 배급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제주4·3 영화의 전환점은 2013년이었다. 제주 출신 오멸 감독의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는 토벌대를 피해 동굴로 숨어든 평범한 주민들의 삶을 흑백 화면에 담아냈다. 영웅도 거대한 이념도 아닌,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던 제주 사람들의 삶을 그려 깊은 울림을 남겼다. '지슬'은 제29회 선댄스영화제 월드 시네마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장편영화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제주에서 제작된 독립영화가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으며 제주4·3을 국제사회에 알린 역사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같은 해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비념'은 제주4·3과 강정 해군기지 문제를 함께 조명하며 과거 국가폭력이 현재의 사회적 갈등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지슬' 이후 제주4·3을 정면으로 다룬 장편 극영화는 한동안 나오지 못했다. 제주4·3은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비극이지만 상업영화로 제작하기에는 투자 부담이 컸고,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소재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 공백을 메운 작품이 하명미 감독의 '한란'이다. 배우 김향기가 해녀이자 어머니인 '아진'을 연기하며 제주4·3 당시 토벌대를 피해 한라산으로 몸을 숨긴 뒤 어린 딸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렸다. 정치적 구호보다 가족을 지키려는 인간의 본능과 모성애를 중심에 둔 이 작품은 제주4·3을 보다 폭넓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한란'은 2025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제14회 헬싱키 시네아시아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이어 지난 4일 넷플릭스 국내 영화 1위에 오르며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올해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작품도 관객들과 만났다.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이다. 이 작품은 2020년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공동으로 진행한 시나리오 공모 대상작에서 출발했다. 이후 투자난과 한국 영화산업 침체 속에서도 시민들의 후원과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지원을 받아 완성됐다. 배우 염혜란, 신우빈, 박지빈 등이 출연한 '내 이름은'은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싶어 하는 18세 소년 영옥과 기억을 잃은 어머니 정순이 잊혀진 제주4·3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 '이름 찾기'는 제주4·3의 올바른 이름을 되찾는 '정명(正名)'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개봉에 앞서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됐고, 우디네 극동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누적 관객 21만 명을 돌파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인정받고 있다. 영화는 사회적 관심도 이끌어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15일 서울 용산 CGV에서 김혜경 여사와 함께 시민 165명과 영화 '내 이름은'을 관람했다. 대통령이 제주4·3을 소재로 한 영화를 일반 시민들과 함께 관람한 것은 제주4·3을 대한민국 모두가 함께 기억해야 할 역사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됐다. 이 대통령은 관람 후 "제주4·3은 정말 잔혹한 사건이었다"며 "인간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도 영화를 통해 제주4·3을 기억하려는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달 24일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공연장에서 제21회 제주포럼 부대행사로 '내 이름은' 특별상영회와 정지영 감독이 참여하는 감독과의 대화(GV)를 열었다. 해외 참가자와 국내 관람객, 도민, 관광객들이 함께 영화를 보며 제주4·3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했고, 영어 자막도 제공돼 해외 참가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임문철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영화 '내 이름은'은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작품"이라며 "평화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4·3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24년 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제주4·3을 다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제주4·3의 역사와 기억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현기영 작가는 생전 "3만 명의 희생자는 3만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이어진 제주4·3으로 당시 제주 인구 약 30만 명 가운데 3만 명 안팎이 희생됐다. 그는 이 숫자를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이름과 얼굴, 가족과 삶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제주4·3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화려한 휴가'와 '택시운전사'처럼 제주4·3 역시 다양한 영화로 기억이 이어져야 한다는 바람이었다. '쉰들러 리스트'가 홀로코스트를, '호텔 르완다'가 르완다 집단학살을, '택시운전사'와 '화려한 휴가'가 5·18 민주화운동을 세계와 다음 세대에 알렸듯 제주4·3 역시 다양한 장르와 시선의 영화가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영화는 역사를 가장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예술이다. 교과서보다 오래 남고, 숫자보다 깊게 다가가며, 기록보다 강한 공감을 만든다. 현기영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아직도 스크린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삶이 남아 있다. 이제 제주4·3은 침묵의 역사가 아니라 영화를 통해 세계와 다음 세대에게 이어지는 기억의 역사로 나아가고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전국에서 아동 비중이 가장 높은 제주에서도 저출산 영향으로 아이들이 빠르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맞벌이 가구와 육아휴직 활용은 전국 상위 수준을 유지했고, 초등학생 사교육비는 호남·제주권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호남지방데이터청이 9일 발표한 '호남·제주지역 아동가구 양육 환경 변화상'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제주의 아동 인구는 10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5.5%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인 13.1%보다 높은 수치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하지만 감소세는 뚜렷했다. 2020년 11만6000명이었던 아동 인구는 4년 사이 약 1만2000명 줄었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3%에서 15.5%로 1.8%포인트 감소했다. 아동이 있는 가구 역시 줄었다. 제주의 아동가구는 6만4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22.1%를 차지해 전국 평균(19.2%)보다는 높았지만 2020년보다 5000가구 감소했다. 아동가구 비중도 25.3%에서 22.1%로 낮아졌다. 다만 자녀 수는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다. 아동이 2명 이상인 가구 비율은 51.1%로 전국 평균(46.4%)을 웃돌았고, 가구당 평균 아동 수는 1.63명으로 전남과 함께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문화가구 아동 비율도 5.7%로 전년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양육 환경에서는 양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비율이 86.3%, 한부모 양육 비율은 11.3%로 집계됐다. 특히 다문화가구의 양부모 양육 비율은 72.9%로 호남·제주 지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경제활동 참여도 활발했다. 양부모 가구의 맞벌이 비율은 75.7%로 전국 평균(74.6%)을 웃돌았다. 한부모 여성 취업가구 비율도 84.6%로 호남·제주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육아휴직 사용률도 높은 수준이었다. 0~8세 자녀를 둔 상시근로자 아버지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7.4%로 호남·제주권 최고를 기록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기업 규모별 육아휴직 활용률도 모두 제주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주거 여건은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아동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66.7%로 호남·제주 지역 가운데 가장 낮았고, 아파트 거주 비율도 35.3%에 머물렀다. 대신 단독주택(30.8%)과 연립·다세대주택(28.3%) 거주 비중은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교육비 부담도 적지 않았다. 제주 초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5만원으로 호남·제주 지역에서 가장 많았다. 중학생은 55만2000원, 고등학생은 63만5000원을 기록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초등학생 82.5%, 중학생 74.7%, 고등학생 60.1%로 집계됐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폭염으로 건설 현장 작업이 중단될 경우 일용직 노동자의 소득 일부를 보전하는 전국 최초의 '기후보험'이 제주에서 시행된다. 제주도는 제주경제통상진흥원과 함께 이달 말부터 공공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폭염 대응 기후보험을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기후변화로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복잡한 피해 입증 절차 없이 기상청의 폭염(중대)경보 발령과 현장 작업 중지 여부만 확인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전국 최초의 '지수형 보험'이다. 최근 제주의 폭염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제주지역 폭염특보 발령 일수는 2023년 38일에서 지난해 67일, 2025년에는 80일까지 늘어나며 2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107명에 달했고, 올해도 현재까지 14명이 발생한 상태다. 제주도는 올해 역시 장마가 끝난 뒤 8월부터 본격적인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건설 현장의 안전과 노동자의 소득을 동시에 보호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보험 적용 대상은 제주도와 행정시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비 1억 원 이상 건설현장에서 퇴직공제에 가입한 일용직 노동자다. 오후 1시 이전 기상청의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돼 현장 작업이 전면 중단될 경우 실제 작업이 중단된 시간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된다. 지급액은 시간당 1만7210원이며 최대 4시간, 6만8840원까지 받을 수 있다. 보험금은 기상특보와 현장 작업 중지라는 객관적인 조건만 충족하면 지급된다. 별도의 피해 입증 절차를 최소화해 노동자의 부담을 줄이고, 전용 콜센터도 운영해 보험금 신청과 상담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업 추진을 위해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은 오는 10일 보험사 모집 공고를 내고 이달 하순까지 운영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제주도가 지난 3월 금융위원회가 주관한 상생보험 공모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며 확보한 보험협회 상생기금 9억 원을 기반으로 추진된다. 여기에 도비 1억 원을 추가해 3년간 총 10억 원 규모의 재원으로 운영된다. 제주도는 이번 기후보험이 폭염으로 인한 건설 현장 작업 중단에 따른 생계 공백을 줄이고, 기후위기 시대에 노동자를 보호하는 새로운 안전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 해상에서 남방큰돌고래 두 마리가 각각 숨진 새끼 한 마리씩을 긴 주둥이 등 몸에 올려놓고 다니며 연신 수면 위로 올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9일 다큐제주 오승목 감독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20분께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앞바다에서 국제보호종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남방큰돌고래 새끼 두 마리가 죽은 채 어미 주둥이에 얹혀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2마리의 새끼 돌고래들은 하얀 배가 드러나고 힘없이 몸이 처져 숨진 게 확연히 확인됐다. 축 처진 새끼 돌고래가 물속으로 가라앉기라도 하면, 어미들은 긴 주둥이로 애써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리기를 반복했다. 오 감독은 "처음 포착 당시는 부패가 진행돼 죽은 지 4∼5일 이상으로 추정되는 새끼 돌고래 한 마리를 발견했는데, 뒤이어 조금 더 자란 다른 새끼 돌고래가 죽은 채 추가로 보여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추가로 발견된 새끼 돌고래는 부패가 이제 시작돼 하나의 돌고래 무리에서 두 마리의 새끼가 며칠 간격으로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 감독은 또 "어미 돌고래는 새끼가 죽었더라도 몸에 얹혀 끝내 놓지 못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런 모습이 한 무리에서 한꺼번에 두 마리나 발견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해양쓰레기나 낚싯줄, 폐어구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큐제주가 발견한 죽은 새끼 돌고래는 2024년 3마리, 2024년 9마리, 2025년 5마리 등이다. 올들어서는 지난 2월 15일 안덕면 사계항 방파제 앞 해상과 3월 13일 대정읍 일과리 앞바다에도 숨진 새끼 돌고래가 발견돼 이번 2마리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4마리의 폐사가 확인됐다. 오 감독은 "지금까지 새끼 돌고래의 죽음에 대한 뚜렷한 사인은 알 수 없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가능성, 자연 질병, 기타 질식사 등으로 죽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돌고래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바다에 선박이나 레저용 제트스키 등이 의도적으로 접근해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어 심각하게 뒤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 해상에서 서핑하다 표류한 관광객 1명이 해경에 구조됐다. 9일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9분께 서귀포시 중문색달해수욕장 서쪽 해상에서 서핑하던 40대 관광객 A씨가 먼바다로 떠밀려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경은 A씨가 스마트워치로 신고한 위치를 바탕으로 정밀 수색을 진행, 신고 접수 약 17분 만인 오후 3시 26분께 해안가에서 약 300m 떨어진 해상에 떠 있던 A씨를 안전하게 구조했다. 당시 A씨가 구조된 해역은 강한 너울이 일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A씨는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귀포해경 관계자는 "여름철 해양레저 활동 시 수시로 조류와 해안과의 거리를 확인해야 한다"며 "또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반드시 착용하고 해경 안전 지시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 공설시설에서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공공 장묘서비스가 시작된다. 제주도는 공설 동물장묘시설 '어름비 별하늘 쉼터'가 10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9일 밝혔다. 제주도는 반려동물 장례 수요 증가에 따라 33억9700만원을 들여 시설을 조성했다. 공개모집과 심의를 거쳐 어름비㈜를 민간위탁 운영기관으로 선정했다. 운영기관은 시설 관리와 장례 서비스, 안전관리 등을 맡고 예약부터 장례 절차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 대상은 '동물보호법' 상 반려동물이며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시설은 제주시 애월읍 어름비로에 있다. 화장로 2기와 추모실 2실, 봉안당 350기, 자연장지 등을 갖췄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한때 탄광으로 번영했지만 석유산업이 본격화하면서 버려진 땅 ‘웨스트버지니아’.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에서 보여주는 이곳의 절망적인 무기력과 배출구 없는 분노, 그리고 그들이 오로지 매달리는 광적인 기도의 모습은 음산하고 기괴하다. 영화에서 배경으로 소개하지 않지만, ‘버려진 땅’ 웨스트버지니아의 그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는 1921년 영화 속 그 땅에서 벌어진 미국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노동자 무장 봉기 사건인 ‘블레어산 전투(Battle of Balir Mountain)’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당시 웨스트버지니아의 석탄 광부 1만여명은 자본의 착취와 사설 무장 괴한(우리나라로 치면 백골단)들의 폭력에 맞서 삽자루 정도가 아니라 진짜 총을 들고 봉기했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 미국 내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무장충돌이었고, 여전히 미국 현대사의 감추고 싶어 하는 상처이자 치부로 남아 있다. 자본가들의 편에 선 주州 정부와 보안관들은 광부들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했다. 심지어 민간 비행기를 동원해 사설 공중 폭격까지 감행했다. 결국 연방군과 육군 항공대(전투기)까지 광부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됐다. 우리가 경험했던 ‘5·18 민주화운동’과 너무도
반도체산업이 초호황이고 코스피지수가 ‘9천피’를 오르내리는 불장임에도 고용시장은 냉랭하기 짝이 없다. 특히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취업난은 2021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5년 만에 가장 심각하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5월 취업자 수는 2912만명으로 1년 전보다 4만명 줄었다. 월간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가 급랭했던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1년 5개월 만의 일이다. 반도체 초호황에도 제조업 일자리가 14만명 급감한 탓이 컸다. 괜찮은 일자리로 통하는 제조업 취업자 감소 행진은 벌써 23개월째다. 게다가 5월 감소폭은 4월(-5만5000명)의 2.5배로 커졌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원자재 수급 불안, 수출 차질 등이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산업이 세계적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타고 수출 호조를 주도한다지만 실제 고용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국내 반도체산업이 제조업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수준이다. 특히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년 전보다 25만5000명 감소한 점은 우려를 더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컸던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Devils All The Time·2020년)’는 도널드 레이 폴록(Donald Ray Follock)의 동명 소설을 안토니오 캄포스(Antonio Campos) 감독이 영상으로 옮긴 미국의 ‘버려지고, 격리된’ 지역에 관한 보고서에 가깝다. 원작자인 폴록은 ‘버려진 채 잊힌’ 오하이오주州 남부 ‘노컴스티프(Knockemstiff)’라는 시골 출신으로 30년 넘게 그곳 제지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다 뒤늦게 글을 쓰기 시작한 독특한 작가다. 그렇게 이 작품은 외부인의 시선이 아닌, 내부자의 뼈저린 경험에서 나온 작품으로, 여기엔 화려한 미국에서 소외되고 쇠락한 채 버려져 ‘유령의 땅’이 돼버린 지역의 절망과 무기력, 그리고 분노가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이 ‘늦깎이’ 작가의 첫 작품이 미국 내에서 대단한 반향을 이끌어냈고, 곧바로 캄포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원작자 폴록은 영화에도 직접 참여해 마치 ‘르포’처럼 내레이션이 유독 많은 이 영화에서 본인이 경험한 ‘유령들의 땅’의 절망감을 담담하게 육성으로 전달해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해준다. 영화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1945년)부터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연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인하 지시를 따를 인물로 선택한 케빈 워시 신임 의장 체제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하지만 연준 위원들의 올해 말 금리 수준 전망치(점도표) 중간값은 3.8%로 지난 3월 직전 전망치(3.4%)보다 올라갔다. 연내 금리인상을 아무도 예상하지 않은 3월과 달리 이번에는 18명 위원 중 절반이 최소 1회 인상에 손들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은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올렸다. 바야흐로 세계 경제가 그동안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서 긴축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신호다. 자산 거품을 잉태시킨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고금리 시대’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도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은 중동전쟁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통화정책 기조를 물가안정에 둬야 할 상황에 처했다. 미국과 이란간 종전 합의로 단기적인 원유 공급은 원활해지더라도 원유 생산이 전쟁
민주주의가 유린당하고 있다. 민주제의 정당성이 위협받고 있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흥행몰이가 한창인 민주당 경선판에서다. 대한민국 제주가 발원이지만 제주만도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현실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현주소다. 근원은 ‘1인2표’라는 기막힌 술수에서 비롯됐다. 위성곤·오영훈·문대림 3인이 경합한 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이 문제의 현장이다. 오영훈 후보가 탈락하고 위성곤·문대림 두 후보간 결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판을 뒤흔든 의혹이 터졌다. ‘1인 2투표 유도’ 의혹이다. 민주당 광역단체장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 유권자 안심번호 ARS 투표 5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기본 원칙은 ‘1인 1표’다. 그런데 지난 13일 문대림 후보 측은 위성곤 후보 측 보좌진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하면 1인 2투표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논란은 '도긴개긴'이었다. 14일 오후에는 문대림 후보 측 관계자 역시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을 때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하면 투표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위성곤 후보 측 보좌진과 문대림 후보 측 관계자 모두
1994년 12월 초의 일이다. 중앙언론사에 재직하며 제주에서 주재기자 신분으로 활동하던 때였다. 그 시절 사무실에 묘한 편지가 배송됐다. 수신인만 적혀 있을 뿐 발송인 이름은 없었다. 내용은 현직 신구범 지사를 겨냥한 제보였다. 그해 구좌읍 이장단협의회의 동남아 여행이 시빗거리였다. “현직 신 지사가 이장단협의회 회장인 신모 이장에게 일화 30만엔을 줘 선거를 앞두고 그를 매수했다”는 내용의 제보가 투서 형식으로 담겨 있었다. 한 곳만이 아니라 여러 언론사로 그런 내용의 편지가 배달됐다. 그 다음해 첫 민선 1기 6·27지방선거가 예고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확인을 했지만 신 지사 측의 답변은 “이장단이 해외시찰을 한다고 할아버지 뻘 친족인 신 이장이 도와달라기에 공금을 지원할 순 없어서 과거 일본 방문 중 친족회에서 ‘활동비나 보태라’며 받은 일본 돈을 개인적으로 드렸다”는 것이었다. 당시 예산엔 도지사의 ‘재량사업비’가 있었지만 그는 예산을 쓰지 않았다. 스스로 사비로 처리했다. 그것도 나중 예기치 않던 구좌읍 관내 교통사고로 여행일정이 취소되자 보탰던 여행경비는 돌려받았다. 더 사안을 확인해보니 그 익명의 투서는 언론사만이 아니라 검찰, 경찰, 행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제주의 수소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충전소는 늘어나고, 구매 보조금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올해 처음 시행한 민간 수소승용차 보급사업에는 모집 물량의 두 배가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겉으로만 보면 제주가 전국에서 가장 수소차를 타기 좋은 지역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 제주시 도두동 개인택시조합 LPG충전소 부지에서 도내 두 번째 이동형 수소충전소 상업운영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제주도, 개인택시조합이 함께 구축한 이 충전소는 행원 그린수소 생산기지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공급한다. 판매가격은 기존 함덕 충전소와 같은 1㎏당 1만5000원이다. 제주도는 올해 말 번영로 구간에 이동형 충전소를 추가 설치하고, 내년에는 서귀포시에도 세 번째 충전소를 구축하는 등 충전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수소차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올해 '2026년 수소전기자동차 민간보급사업' 신청 결과 보급 물량은 79대였지만 신청자는 174명에 달해 경쟁률이 2.2대 1을 기록했다. 구매 혜택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제주에서 수소승용차를 구입하면 국비 2250만원과 도비 1700만원 등 3950만원의 보조금을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지난달에 공개되자마자 국내 시리즈 1위에 올랐다. 작품 속에서는 교육부 직속 '교권보호국' 소속 감독관들이 학교폭력과 악성 민원, 교권 침해를 단호하게 해결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설정이지만 많은 교사들은 "저런 조직이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왜일까. 최근 제주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지난 4월 말 서귀포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교사가 사용하던 개인 텀블러에서 수상한 액체가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남성의 체액으로 확인됐다. 피해 교사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병가에 들어갔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초 같은 교실에 외부인이 또다시 침입했다. 이번에는 피해 교사가 사용하던 의자에 소변을 보고 달아났다. 병가를 대신해 출근한 시간강사가 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학교 주변 CCTV를 분석해 모 고등학교 재학생 B군을 피의자로 특정했다. 하지만 B군은 경찰 조사에서 "특정 교사를 노린 것이 아니라 교실에 간식이 있어서 들어갔다"며 표적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 입장에서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
제주4·3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제주4·3은 쉽게 말할 수 없는 역사였다. 생존자들은 침묵해야 했고, 유족들은 자신의 가족사를 드러내기 어려웠다. 영화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가폭력과 민간인 집단 희생이라는 무거운 주제는 투자와 흥행의 벽을 넘기 어려웠고, 제주4·3은 오랫동안 스크린 밖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4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 TOP10 영화'에서 제주4·3을 소재로 한 영화 '한란'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극장 개봉 이후 국내외 영화제를 거쳐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도 대중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단순한 흥행 성적을 넘어 제주4·3을 다룬 영화가 제주를 넘어 전국과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4·3을 영상으로 처음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은 1989년 KBS TV문학관 '순이삼촌'이다. 현기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국가폭력으로 삶이 무너진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처음 영상으로 옮겼다. 당시만 해도 제주4·3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대였지만, '순이삼촌'은 제주 사회가 품고 있던 상처를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국마사회 제주 이전을 향한 제주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제주에서는 유독 '말(馬)'이 자주 등장한다. 한국전쟁 영웅 군마 레클리스, 조선시대 헌마공신 김만일, 퇴역 경주마 보호 문제까지. 얼핏 보면 각각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바로 한국마사회 제주 이전이다. 제주도는 정부가 추진할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 한국마사회를 가장 유력한 유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달 경기도 과천 한국마사회 본사를 찾아 우희종 한국마사회장에게 유치 제안서를 전달했다. 제안서에는 전국 유일의 말산업 집적지라는 제주의 강점이 담겼다. 오 지사는 당시 "제주는 국가 말산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최적지"라며 한국마사회 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위성곤 제주도지사 당선인도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한국마사회 제주 이전을 공식 건의했다. 위 당선인은 "제주는 11년 연속 말산업특구 평가 전국 1위를 기록한 대한민국 말산업 중심지"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현직 도지사와 차기 도지사가 같은 날 한국마사회 이전을 위해 움직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권과 정치적 입장을 떠나 제주 사회가 한국마사회 이전만큼은
고광표 작가의 '돌하르방이 전하는 말'은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문화의 대표인 돌하르방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석상 '돌하르방'을 통해 '오늘 하루의 단상(斷想)'을 전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기를 원합니다. 매주 1~2회에 걸쳐 얼굴을 달리하는 돌하르방은 무슨 말을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가만히 앉앙 보기만 헐거냐 (가만히 앉아 보기만 할 거니) We can't just stand by and watch, can we ☞ 고광표는? = 제주제일고,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대학원과 이탈리아 플로렌스(Pre-Arch)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각, 공공시설디자인,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며 예술가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에 익숙한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Shame and Guilt’ 등 현 시대적인 사회의 표현과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중국 고대 사회에서 ‘거지’〔걸개(乞丐)〕는 단순한 빈곤층을 넘어, 제국의 흥망성쇠를 비추는 거울이자 독특한 하류 문화를 형성했던 존재였다. 중국 거지의 역사는 단순한 빈곤의 기록이 아니라, 왕조의 흥망과 도시 경제의 발전, 그리고 종교적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시대별 흐름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춘추전국부터 한나라까지는 초기 형성기라 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하여 구걸하였다. 초기에는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농토를 잃은 ‘유민(流民)’들이 일시적으로 구걸하는 형태였다. 오(吳)나라의 오자서(伍子胥)가 복수하기 위해 정체를 숨기고 시장에서 퉁소를 불며 구걸했다는 설화가 이 시기 거지의 전형적인 ‘고난’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한나라 때에 수도인 장안 등에 고정적인 빈민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둘째, 당나라 때의 불교의 영향으로 종교와 복지가 결합하였다. 불교가 국교 수준으로 숭상되면서 ‘보시(자선)’ 문화가 정착했다. 사찰 주변에 거주하며 시주를 받는 거지가 급증했다. 국가 차원에서 최초의 구휼기관 ‘병방(病坊)’ 등 빈민과 병자를 수용하는 기관을 운영하여 거지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려고 했다. 셋째, 송나라 때에는 거지가 조직화 되고 직업화 되었다. 송나라에 와서 도시경제가 발달하고 상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거지가 하나의 ‘직업’으로 고착화되었다. 거지 왕〔개두(丐頭)〕이 등장하였다. 거지들이 구역을 나누고 조직을 관리하는 자치 조직이 생겨났다. 이들은 명절이나 경조사에 돈을 받는 대가로 소란을 피우지 않는 등의 규칙을 만들었다. 그리고 상업적 구걸이 성행하였다. 단순히 구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 춤, 기예를 선보이며 돈을 받는 ‘예능형 거지’가 등장했다. 넷째, 명·청나라 때에는 구조화 되었다 문화적 완성을 이뤘다. 엄격한 계급화가 이루어졌다. 거지 조직은 더욱 공고해져서 ‘개방(丐幇)’과 같은 형태가 실질적인 사회 하층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정치적 도구가 되기도 했다.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거지 출신이었던 만큼, 이 시기 거지는 때로 정치적 정보원이나 군사 보조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문학적 상징이 되었다. 이때부터 무협 소설이나 민간 설화에서 거지는 ‘세속을 초월한 고수’나 ‘의로운 무리’로 묘사되기 시작했다. 결국 중국 고대 거지의 역사는 ‘어떻게 하면 굶지 않고 조직적으로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처절한 생존전략의 진화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역사성을 가진 거지는 ‘사회의 지표’ 역할을 하였다. 거지는 한 왕조의 건강 상태를 알리는 신호였다. 중국 고대 정치에서 거지의 등장은 ‘천명(天命)’의 위기를 의미했다. 태평성대에는 거지가 적었고 난세나 폭정기에는 유랑민이 급증하여 거지 떼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거지는 결국 고향을 떠나 유랑하는 ‘유민(流民)’의 종착지였다. 가혹한 세금, 가뭄, 전쟁으로 농토를 잃은 농민들이 도성으로 몰려들어 거지가 되었다. 그렇기에 통치자들은 거지가 너무 많아지면 민심 이반과 반란의 전조로 받아들여 민감하게 반응했다. 종교적인 관점에서는 거지는 시험과 공덕의 대상이었다. 불교와 도교의 확산은 거지에 대한 인식을 ‘사회의 골칫덩이’에서 ‘수행과 자비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도교의 신선설화에 따르면 신선들이 추레한 거지의 모습으로 나타나 사람들의 도덕성을 시험한다는 설화가 많다. 팔선(八仙) 중 하나인 이철괴(李鐵拐)가 대표적이다. 불교 보시(布施)의 방편이기도 했다. 거지에게 적선하는 행위는 개인의 업보를 닦고 공덕을 쌓는 가장 쉬운 길로 여겨졌다. 하층민인 거지는 결국 조직화 되었다. ‘개방(丐幇)’이 그것이다. 무협 소설 속 ‘개방’은 허구지만 실제로 중국 고대에는 거지들의 자치 조직이 존재했다. 송나라와 명나라 시대에는 거지들을 관리하는 ‘개두(丐頭)’나 ‘단주(團主)’가 존재했다. 그들은 구걸하는 구역을 나누고 분쟁을 조정했다. 또한 거지는 정보의 유통망 역할을 했다. 길거리에 상주하는 특성상, 거지들은 성 안팎의 모든 소문을 수집하고 유통하는 ‘바닥 민심의 정보센터’ 역할을 했다. 그런 거지는 ‘비참’과 ‘자유’라는 이면적인 문화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거지는 문학적으로도 두 가지 극단적인 이미지를 가진다. 하나는 비극적 현실이다. 두보(杜甫)와 같은 시인들의 시에서 거지는 백성의 고통을 상징하는 비참한 존재로 묘사된다. 다른 하나는 해탈의 상징이다. 비참함과는 반대로 세속의 명예와 부를 버린, 구속 없는 삶을 사는 ‘자유인’으로 미화되기도 했다. 결국 중국 고대 거지는 제국이 돌보지 못한 그림자인 동시에, 사회 전체의 자비심을 측정하는 척도였다. 그들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시대의 진실을 목격하던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이철괴(李鐵拐)는 도교의 여덟 신선(팔선) 중 가장 파격적이고 상징적인 인물이다. 겉모습은 초라한 ‘절름발이 거지’이지만 속은 깊은, 지혜를 가진 반전 매력의 소유자이다. 이철괴는 처음부터 거지는 아니었다. 원래는 풍채 좋고 잘생긴 도사였다. 어느 날 이철괴는 스승인 태상노군을 만나러 영혼만 몸 밖으로 나가는 ‘유체이탈’ 수련을 떠난다. 제자에게 “7일 동안 내 몸을 잘 지키고, 만약 7일이 지나도 안 오면 화장하라”고 당부하였다. 그런데 6일째 되는 날, 제자의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온다. 마음이 급해진 제자는 하루를 못 참고 스승의 몸을 화장해 버리고 고향으로 달려가 버렸다. 7일째 돌아온 이철괴의 영혼은 타버린 자신의 몸 대신, 근처에서 막 굶어 죽은 절름발이 거지의 시신 속으로 급히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0년이다. 2006년 7월1일 출범한 특별자치도 제주는 대한민국의 제주를 향한 집념의 깃발이다. 그 이면엔 대한민국의 예인선이 되기를 바라는 '제주개발'의 성장사가 있다. 1991년 말 제주개발특별법이란 외피를 걸친 제주호의 항해가 시작된 지도 어언 35년이다. 법과 제도, 구조와 내용으로 제주를 만들어간 변천사를 이제 되짚어본다. 제주개발특별법 탄생에 관여했던 김승석 변호사가 그 일련의 역사를 정리한다. 중단없는 제주의 새로운 전진을 새 연재에서 모색해본다. / 편집자 주 제주도개발특별법(이하, ‘구법’이라 한다)은 2002년 1월26일 법률 제6643호로 전면 개정돼 법의 이름이 "제주도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하, ‘신법’이라 한다)"으로 변경됐다. 신법은 2002년 4월 1일부터 시행하지만, 예외적으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설립 준비를 위한 기구는 이 법의 공포와 동시에 활동을 시작했다. 먼저, 「개정이유」를 살펴본다. 제주도를 국제적인 관광·휴양도시, 첨단지식산업도시 등의 복합적인 기능을 갖춘 국제자유도시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하여 출입국절차를 간소화하고,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및 제주투자진흥지구의 입주기업 등에 대하여 국유재산의 임대·매각에 대한 특례 등을 정하며, 필요시에는 관련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세감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각종 지원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국가의 발전과 제주도민의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이 법은 제주도를 관광·휴양과 비즈니스, 물류·금융 등 다양한 기능이 융합된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복합형 국제자유도시의 조성을 설계하지 않고 있다. 친환경적·관광·휴양 중심의 국제자유도시 개발에 관한 법이다. 이 법 제1조(목적)에 그 제정이유가 함축되어 있다. 제1조 (목적) 이 법은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함으로써 국가발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제주도민이 주체가 되어 향토문화와 자연 및 자원을 보전하고 지역산업을 육성하며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여 제주도민의 복지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다음, 신법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서 구법과 다른 점을 밝혀 보겠다. ①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의 수립·변경 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하에 제주국제자유도시추진위원회를 설치한다(법 제10조). 중앙정부가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② 관광 등의 목적으로 제주도에 체류하기 위하여 제주도에 입국하는 외국인은 법무부 장관이 지정하는 국가의 국민을 제외하고는 사증(visa)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하고, 사증 없이 입국한 외국인은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법 제14조 및 제15조). ③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투자가 등의 편의증진을 위하여 제주도 안에서 외국어로 작성된 공문서를 접수·처리하는 경우에는 외국어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다(법 제20조). ④ 제주도에 설립하는 외국인학교의 입학자격에 대하여는 초·중등교육법에 대한 특례를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초·중등학교 교원의 임용권자는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 등에 불구하고 외국인을 기간제 교원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며, 제주도에 대하여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특별 지원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법 제21조 내지 제25조). 제주도를 교육개방의 전초기지로 설정하여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젊은 영재들을 제주도 안으로 흡인하고, 또 외국의 저명한 학자들을 장기간 제주도에 체류하게 함으로써 국제적 학문이나 기술교류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제주도를 역사적·문화적 공동체로 보지 않고 경제지역의 단위로 보겠다는 시각이다. 나아가 헌법 제31조, 교육기본법 제8조에서 정하는 의무교육의 예외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불평등 문제를 야기하거나 교육이념(교육기본법 제2조)과 상충되는 국적 없는 세계시민을 양성하는 역(逆) 기능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여 진다. 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하고, 또 제주도에 지정되는 자유무역지역에 대하여는 외국인투자기업이 아닌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며, 이들 입주기업에 대하여는 조세 감면의 수혜를 두고 있다(법 제41조·제44조 및 제65조). 이는 기존의 1차 산업 중심의 개발전략을 대폭 수정하여 첨단과학기술의 혁신이나 관광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같은 민간 기업이나 시장부분의 개발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1차 산업의 전면 개방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소홀이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⑥ 투자 촉진전략의 하나로 투자가가 희망하는 지역을 제주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동 진흥지구에 입주한 기업에 대하여는 수의계약으로 토지 등을 임대하거나 매각할 수 있도록 국유재산법 및 지방재정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며, 동 입주기업에 대하여는 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법 등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세를 감면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법 제42조·제45조 및 제65조). ⑦ 제주도를 여행하는 내국인을 위한 면세점 운영의 특례(법 제51조)와 도내 골프장 입장행위에 대하여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세의 일부와 부가금을 면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법 제52조). ⑧ 국가가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할 수 있고, 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국제평화와 협력기구의 유치, 제주평화포럼의 정례화 등을 법제화 한 것(법 12조, 13조)은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구상과 연계시킬 필요가 있어서이다. 국가는 제주도를 2005년 1월 27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 4·3사건의 아픔을 겪은 제주사람들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정부는 평화실천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평화연구소 및 제주국제평화센터 건립, 제주평화포럼 개최 등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세계평화의 섬’의 얼개를 갖췄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경제특구로서의 ‘세계 평화의 섬’은 자유무역항과 자유무역지대의 설치, 국제물류기지의 조성, 전도의 면세지역화 등으로 가시화되어야 하는데, 여기까지는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다. ⑨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을 위한 각종사업과 지정 면세점의 운영 등 각종 수익사업을 행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설립과 운영이 특례를 정하고 있다(법 제72조 내지 제100조). 이로써 제주 개발은 중앙정부의 잣대와 시각에 의해 결정될 운명, 즉 개발신탁 통치에 처하게 됐다. 이후 JDC가 국제자유도시 육성을 위하여 어떠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였는지의 여부, 그리고 공과(功過)에 대하여는 할 말이 많아서 후술하겠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석은? = 제주불교신문 편집인이자 변호사다. 인터넷신문 <제주의 소리> 발행인 겸 대표,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대한문학 제53호 신인문학상을 받은 '나 홀로 명상'(2009년, 불광출판) 수상집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0년이다. 2006년 7월1일 출범한 특별자치도 제주는 대한민국의 제주를 향한 집념의 깃발이다. 그 이면엔 대한민국의 예인선이 되기를 바라는 '제주개발'의 성장사가 있다. 1991년 말 제주개발특별법이란 외피를 걸친 제주호의 항해가 시작된 지도 어언 35년이다. 법과 제도, 구조와 내용으로 제주를 만들어간 변천사를 이제 되짚어본다. 제주개발특별법 탄생에 관여했던 김승석 변호사가 그 일련의 역사를 정리한다. 중단없는 제주의 새로운 전진을 새 연재에서 모색해본다. / 편집자 주 제주도개발특별법의 시행 10년간 예측된 제주경제의 대내외적 여건은 마치 자궁 밖으로 갓 태어난 아이가 잦은 병치레하듯이 그 예측의 범위를 훨씬 벗어나 1992년 이후 급속한 변화가 진행됐다. 특히 1997년 구제금융(IMF) 위기를 겪으면서 제주의 발전 모델은 정부 주도와 신자유주의적 성격이 혼재한 방향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 위기 극복의 수단으로 1998년 제주의 개방화를 통한 외자유치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제주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획기적 조치로써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 방침을 천명했다. 1999년 3월 민선 2기 우근민 도정은 제주도의 미래상(vision)으로 동북아 최고의 사계절 휴양지, 세계를 향한 개방된 출발지, 미래형 친환경적 “Clean Restopia"라는 세 가지의 이상을 제시하고 이를 그릇에 담기 위한 새로운 경제발전의 모델로서 싱가포르, 홍콩 등과 유사한 국제자유도시 건설을 구상한다. 나아가 이를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가칭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개발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의 제정 필요성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도민의 공감대 형성과 역랑 집중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제주경제사회에는 검은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었다. 1990년대 초경 제주도개발특별법의 제정 논쟁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통해 제주사회의 진로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장기 전략을 마련하였으나 1997년 11월 발생한 IMF 사태의 후유증으로 제주의 발전과 성장은 제자리걸음의 상태였다. 여기에다 경제통합의 가속화, WTO의 뉴라운드 협상, 시장개방의 압력, 남북정상회담(2000. 6.)에 따른 남북교류의 증대, 인천의 허브공항, 부산·광양만의 국제자유항 건설이라는 대내외적 환경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어서 우리 제주는 새 천년의 100년을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했다. 그 당시 지방언론에 표출된 여론의 큰 줄기는 향후 10∼20년 국제관광 및 회의의 섬, 평화의 섬, 독특한 문화에 천혜의 환경 보존의 섬, IT(정보·기술)의 섬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근민 도정은 혹시라도 오키나와에 뒤질세라 21세기 제주경제의 비전과 전략을 제주형·복합형 국제자유도시의 건설에 두고 ‘제주도 국제자유도시 개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에 대한 용역’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와 제주도는 1999년 미국의 존스 랑 라살(Jones Lang Lasalle)사에 국제자유도시 타당성 연구용역을 의뢰하였고, 위 회사는 2000년 6월 제주지역은 국제자유도시로서의 잠재력이 크다는 내용의 용역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청정 환경으로 국제휴양지로서의 매력이 크며 지리적으로 동북아시아의 주요 도시들과 연결된 중심적 위치에 있고, 공항 · 항만 · 도로 등을 포함한 양호한 사회간접시설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서 최소의 비용으로 국제자유도시 조성이 가능하며, 인구와 경제규모가 적은 도서지역이어서 다른 지역에 비하여 차별적인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중앙정부의 주도 하에 성안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안)이 도내 일간지에 그 모습을 드러낸 때는 2001년 11월15일 경이다. 2001년 정기국회의 통과를 염두에 두고 밀실에서 은밀히 작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지적을 받았다. 이 특별법(안)이 제주의 토착사회와 지구촌과의 동화적 통합을 실현하고 도민복지를 촉진하기 위한 법률이라면, 당연히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이 필수적이어야 한다. 그러함에도 제주인의 운명을 좌우할 이 특별법(안)이 제주사람들의 공감대 형성 없이 고위직 공무원, 전문가, 여당 국회의원 등의 시각과 잣대에 의해 만들어졌음은 절차적 정의에 어긋난다. 야당인 한나라당 현경대 국회의원의 주최로 공청회가 열려 의견수렴이 있었으나 선박등록특구제도(법 47조)를 신설하고, 국제화 교육환경의 특례를 완전 개방에서 부분 개방으로 전환하는 규제 강화를 보충한 것 외에 당초의 초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 1991년 그 입법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됨으로써 찬반양론이 팽배하게 대립됐던 제주도개발특별법의 제정과정과 대비해 본다면, 2002년 6월 4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집권 여당의 선거 전략적 측면이 엿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당의 날치기 통과가 아니라 여야 공동 발의로 2002년 1월26일 국회를 통과하였다는 점이다. 국제자유도시의 개념을 입법화한 최초의 법률이라는 점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은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보여 진다. ‘국제자유도시’라 함은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 완화 및 국가적 지원의 특례가 실시되는 지역적 단위를 말한다(법 2조 1호).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시행되고 있는 ‘홍콩특별행정기구기본법’(1990.4.4.제정)과 같이 특별행정(자치)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단지 경제활동의 영역과 각종 세금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세계 시장과의 경제통합을 꾀하고 있다. 다른 한편, 제주도내 보존자원의 도외 반출 금지(법 32조 5항), 도내 1차 산업의 생 생산·출하의 조정과 품질검사 등에 대한 법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정(법 50조, 111조 2항)을 두고 있어서 외국 농축수산물의 자유로운 이동과 대비할 때 국제자유도시의 출범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외국인에 대한 무사증 입국을 확대하고(법 14조), 내국인 면세점 운영(법 51조), 대중 골프장 건설의 특례와 이용에 관한 감세조항(법 39조, 52조), 휴양 펜션업의 권장(법 53조) 등의 혁신적 입법은 2002년 하반기부터 실시될 예정인 주5일 근무제와 맞물러 가족단위의 국내외 관광객 유입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게 그 당시의 전문가 예측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이후 우리 사회의 거대 담론이 되었다. 우리가 그렇게 염원했던 이상향, 이어도가 코앞에 닥친 것일까? 아티스트 김영갑의 <이어도의 비밀>에 실린 다음의 글로 필자의 소회를 대변하고 싶다. “도둑도 거지도 대문도 없는 땅에서 살았던 제주 토박이들은 부지런히 일해도 배가 고프고 절약하고 검소해도 늘 부족한 생활에 섬에 태어난 것이 원통하다고 탄식했다. 그렇게 섬을 떠나려 했다. 그러나 떠날 수 없는 이들은 마음속에 이어도의 꿈을 키웠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고단한 삶에 눌려 주저앉는 대신, 이어도라는 꿈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충실하게 현재의 삶을 일궈 나갔다. 그렇게 나는 그들이 누리는 평화로움의 비밀이 바로 이어도였음을 깨달았다. 관광산업이 제주 사람들의 생명산업이 되었다. … 제주사람들은 이제는 이어도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방목장으로 사용되던 드넓은 초원은 골프장으로 변하고 아름다움이 빼어난 중산간 들녘은 리조트와 펜션과 별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제주사람들의 마음에서 이어도는 지워지고 있다. 이 땅에서 제주다움이 사라질수록 제주인의 정체성을 잃어 갈수록 사람들의 기억에서 이어도의 비밀은 잊어지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석은? = 제주불교신문 편집인이자 변호사다. 인터넷신문 <제주의 소리> 발행인 겸 대표,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대한문학 제53호 신인문학상을 받은 '나 홀로 명상'(2009년, 불광출판) 수상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