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녀와 바다의 몸짓
제주도의원 선거 ‘무더기 무투표’ ... 민주당 8명 경쟁 없이 당선
제주도의회 첫 지역구 여성 3선 ... 강성의, 새 역사 쓰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공천 ... 김혜지·강주형·김은정 후보
우리 아니면 적 … 14세기 수도원과 2026년 정치판
민주, 중앙당 총출동 vs 국힘, 선대위 출범 ... 제주 6·3 선거 ‘총력전’ 돌입
제주 본선 대진표 확정 ... 도지사·교육감 3파전, 서귀포 보선 2파전
제주 출신 문성요 국토부 기획실장, 차관급 새만금개발청장 발탁
“이해충돌 해명하라” vs “정치공작” ... 김광수 vs 고의숙 공방전 치열
[포토 제주오디세이] 1983년 이도동 도로(고산동산) 그리고 지금
6·3 제주도지사 선거 본선 구도가 확정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가 각종 지표에서 경쟁 후보들을 크게 앞서며 초반 우세 흐름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의소리·제주일보·제주MBC·제주CBS·제주투데이 등 제주지역 언론 5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실시한 제3차 제주도지사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18일 공개됐다. 조사에서 ‘내일이 제주도지사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위성곤 후보는 55%의 지지를 얻으며 선두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문성유 후보는 21%로 집계됐고, 무소속 양윤녕 후보는 1%에 머물렀다. 위 후보와 문 후보 간 격차는 34%포인트로 오차범위(±3.5%포인트)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특히 이번 결과는 본선 체제 전환 이후 양강 후보 모두 지지세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4월 초 실시된 2차 조사 당시 위성곤 후보는 48%, 문성유 후보는 13%를 기록했는데 약 한 달 반 사이 각각 7%포인트, 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33%에서 17%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본선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관망층 일부가 양측 후보로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령별 흐름에서도 위성곤 후보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위 후보는 40대에서 69%, 50대에서 75%, 60대에서도 57%를 기록하며 중·장년층에서 강한 지지 기반을 확인했다. 문성유 후보는 70대 이상에서 34%, 60대에서 31%, 30대에서 21%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보수·고령층 중심의 지지세를 보였다. 지역별 조사에서도 위성곤 후보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물론 동지역과 읍면지역 전반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으며 지역 구분 없이 우세를 이어갔다. 이념 성향별 응답에서는 위 후보의 확장성이 눈에 띄었다. 보수 성향 응답자 가운데서도 29%가 위성곤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진보 성향 응답자 중 문성유 후보를 선택한 비율은 7%에 그쳤다. 중도층에서도 위 후보는 55%의 지지를 얻어 문 후보(18%)를 크게 앞섰다. 지지층 결집도 역시 강하게 나타났다. 현재 지지 후보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90%에 달했고, 다른 후보로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다만 18~19세와 30대에서는 ‘변경 가능성’ 응답이 각각 23%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위성곤 후보의 ‘대세론’이 더욱 뚜렷했다. 응답자의 71%가 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고, 문성유 후보는 11%, 양윤녕 후보는 1%에 머물렀다. 이번 여론조사는 제주의소리·제주일보·제주MBC·제주CBS·제주투데이 등 제주지역 언론 5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실시됐다. 조사는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제주지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성별과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에 맞춰 할당 추출했다.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8.5%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차 여론조사는 언론 5사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달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실시됐다. 조사 대상은 제주도내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이며 무선전화 안심(가상)번호를 활용한 표본 추출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는 면접원이 직접 응답자를 대상으로 질문하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27.9%를 기록했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4·3의 기억과 평화 메시지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공연이 제주돌문화공원에서 펼쳐진다. 제주4·3평화재단은 오는 30일 오후 3시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예일대학교 여성 아카펠라 그룹 '윔 앤 리듬'과 함께하는 '제주4·3 하모니'를 연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공연은 최근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며 국제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기획됐다. 음악을 통해 세대와 국경을 넘어 4·3의 의미를 공유하고 공감과 연대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연은 3부로 나뉜다. 1부는 예일대 '윔 앤 리듬'의 아카펠라 공연, 2부는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과 백주호, 피아니스트 강한나가 참여하는 협연으로 진행된다. 3부는 제주 북촌마을 4·3 희생터를 배경으로 한 창작극 '당팟 아래 소녀들'을 초연한다. 특히 마지막 무대에서는 4·3을 주제로 한 노래에 해외 연주자와 지역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합창을 선보인다. 재단 측은 "이번 공연이 4·3을 세계와 공유하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 한라산에 이틀간 최고 17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산지와 남부중산간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예보돼 안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20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한라산의 지점별 누적 강수량은 진달래밭 172㎜, 윗세오름 119.5㎜, 한라산남벽 117㎜, 성판악 113.5㎜, 영실 103.5㎜ 등이다. 산지 외 지점은 가시리 52.5㎜, 색달 41.5㎜, 한남 41.5㎜, 와산 37.5㎜, 성산수산 35㎜, 새별오름 31㎜, 송당 29.5㎜, 구좌 27.5㎜, 표선 25.5㎜, 성산 22.9㎜, 서귀포 22.7㎜ 등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제주 산지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남부중산간에는 이날 밤을 기해 호우 예비특보가 발표됐다. 기상청은 제주에 21일 밤까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며, 특히 20일 늦은 오후부터 21일 새벽 사이 산지와 남부중산간에는 시간당 3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강수량은 30∼80㎜며 남부중산간은 100㎜ 이상, 산지는 120㎜ 이상 많은 비가 내리겠다. 북부와 추자도는 10∼60㎜로 예상된다. 이날 오후부터는 바람도 강하게 불겠다. 특히 밤부터 산지·서부·동부에는 순간풍속 초속 20m(산지 초속 25m) 이상 강풍이 불 전망이다. 해당 지역에는 강풍 예비특보가 내려져 있다. 기상청은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으며, 강한 비가 쏟아지는 곳도 있겠으니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 등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또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도로가 미끄럽고 가시거리가 급격히 짧아지는 곳이 있겠으니 교통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더불어민주당 양영식 후보(연동갑)가 유세차 없이 자전거를 활용한 ‘조용한 선거운동’을 펼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양 후보는 21일 “선거 때마다 유세차에서 발생하는 매연과 확성기 소음이 주민들의 일상을 방해하고 정치에 대한 피로감과 혐오를 키우는 것 같아 늘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며 “시민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직접 듣는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자전거 선거운동을 선택한 양 후보는 “유세차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1500만 원 상당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주민 불편을 줄이는 소음 없는 선거운동이 가능하다”며 “예산 절감과 친환경 실천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보여주기식 선거운동에서 벗어나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공감하는 정치문화가 필요하다”며 “조용하지만 진정성 있는 선거운동이 새로운 선거문화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 해상에서 물질을 하던 70대 해녀가 숨졌다. 21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0일 오후 2시 38분께 제주시 구좌읍 앞바다에서 물질하던 70대 해녀 A씨가 물에 빠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동료 해녀들에 의해 구조된 A씨는 심정지 상태에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받으며 닥터헬기를 통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해경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도내 해녀 안전사고는 2021년 17건, 2022년 17건, 2023년 34건, 2024년 22건, 2025년 12건 등 모두 102건이 발생했다. 이 중 심정지 사고가 35건(34.3%)으로 가장 많았고, 어지러움 22건(21.6%), 낙상 18건(17.6%), 익수 8건(7.8%) 등 순이었다. 또 사고자의 78%(80건) 이상이 70세 이상의 고령 해녀였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에서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이 국내 처음으로 수소 생산시설에 직접 공급된다. 제주도는 다음 달 개시 목표로 전력구매계약(PPA·Power Purchase Agreement)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그린수소 생산시설에 직접 공급한다고 20일 밝혔다. PPA는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력을 직접 거래하는 계약이다. 풍력발전기와 수소 생산시설을 계약 단위에서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번 계약으로 행원 연안풍력발전(3MW)이 생산한 전기를 같은 지역에 있는 행원 그린수소 생산시설(3.3MW)에 직접 공급하게 된다. 그간 행원 그린수소 생산시설은 연안풍력발전과 별도 PPA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제도상 한국전력공사 전력을 구매해 왔다. 제주도는 이번 계약으로 전력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수소 생산 단가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이번 사업을 토대로 국내 1호 청정수소 인증에 도전하는 등 제주를 그린수소 산업 선도 지역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달 중 도내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를 대상으로 거래를 중개할 사업자를 공모할 예정이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더불어민주당 연동(을) 강철남 후보는 출·퇴근길 거리 인사, 연동 일대 명함 배부, 주요 행사 참석 등 을 중심으로 21일부터 본격적으로 선거유세활동에 돌입한다. 강철남 후보는 본격 선거유세를 앞두고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교통봉사를 꾸준히 하고 있다. 교통봉사 활동은 신광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2015년부터 시작, 현재까지 선거운동 및 날씨 등과 무관하게 12년째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는 한라초등학교 하교 시간에 교통봉사 활동을 추가로 하며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아이들이 그를 ‘교통경찰관’으로 여기며 건넨 손편지에 큰 힘을 얻고 있다는 강 후보는“동네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함께 하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는 것이 곧 지역의 미래”라고 전했다. 강 후보는 ‘아이들이 안전한 연동’을 목표로, △학교 앞 「AI횡단보도」설치 등, △학교 주변 전선 지중화 및 보행자 중심 안심거리 조성 등 을 비롯하여 ▲도심 내 X형·고원식 횡단보도 확대, ▲「무장애 통합 놀이터」설치, ▲「어린이 과일간식」지원 제도 마련 등 살기 좋은 연동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 국공립 어린이집 6곳 난방 방식이 기존 등유·가스보일러에서 전기로 데운 물을 저장해 사용하는 '축열식 히트펌프'(P2H·Power to Heat)로 바뀐다. 제주도는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한 '수요관리형 축열형 히트펌프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이 사업은 기후에너지환경부 '2026년 지역에너지절약 시설보조사업'의 하나로, 올해 사업비 8억원(국비 3억2000만원, 도비 4억8000만원)을 투입해 도내 국공립 어린이집에 히트펌프와 축열조, 제어 시스템이 결합된 수요 관리 설비를 보급한다. 앞서 도는 지난 2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을 전문 수행기관으로 지정해 도내 국공립 어린이집 45곳의 난방 방식을 전수조사했다. 이 가운데 등유와 가스 보일러를 쓰는 시설을 대상으로 참여 수요를 파악하고 현장 조사를 거쳐 3월 말 6곳을 최종 선정했다. 선정된 곳은 제주시 제주도공관어린이집, 도평어린이집, 밝은뜨락어린이집과 서귀포시 다솜어린이집, 샘어린이집, 토평어린이집이다. 이달 중 전문 공사업체를 선정해 6월부터 맞춤형 설비 제작과 시공에 들어가며, 10월까지 모든 설치를 마무리한다.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겨울철인 11∼12월에는 실제 운영을 통해 난방비 절감 효과를 검증한다. 동시에 가상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와 연계해 전력 수급 상황에 맞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이터도 축적한다. 도는 시범사업 운영 결과를 표준 데이터로 삼아 내년부터 도내 민간 어린이집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한국에너지공단이 주관하는 '사회복지시설 전기화 사업'과 연계해 더 많은 어린이집과 다른 사회복지시설까지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 정치권에서 불거진 ‘복수 당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진보당 제주도의회 비례대표 후보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다른 정당 당적으로 등록돼 있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선 가운데 조국혁신당은 정당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제주도당은 18일 논평을 내고 “비례대표 제도는 정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제도”라며 “복수 당적 상태의 후보를 공천한 것은 정당의 신뢰와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혁신당은 이어 “이번 사안은 단순 행정 착오를 넘어 도민과 당원들의 신뢰를 흔드는 문제”라며 “진보당은 도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 후보 자격 검토 및 적절한 조치 방안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사실을 축소하거나 특정 후보를 감싸는 태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 신뢰를 훼손한 만큼 철저한 검증과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진보당 제주도당은 이번 사안을 ‘허위 당적 등록 피해 사건’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진보당 제주도의회 비례대표 1번 고민정 후보와 김명호 제주도당 위원장은 19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이 가입한 적 없는 정당의 당원으로 등록돼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라며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이중당적 문제가 아니라 본인 동의 없는 허위 당적 등록 여부”라며 “누구든 본인도 모르는 사이 특정 정당 당원으로 등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직선거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여부 등에 대한 법적 검토와 함께 관련자 형사고발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와 수사기관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정당 가입은 헌법이 보장한 정치적 자유의 영역”이라며 “동의 없는 당적 등록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논란은 최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가 고민정 후보에게 현재 진보당 외에도 과거 한나라당(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적 기록이 존재한다고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고 후보 측은 “2016년 민중연합당 가입이 정치 활동의 시작이자 유일한 당적”이라며 다른 정당 가입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민의힘 측에는 2005년 가입 신청 및 당비 신청 기록이, 민주당 측에는 2013년 가입 및 약 7개월간 당비 납부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양당 모두 관련 신청서 원본 등 실물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 후보 측은 가족 확인 결과 역시 본인 명의 가입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 메밀의 가치를 세계에 알려온 농업회사법인 보롬왓이 이달 23일 'Tasty Jeju 메밀' 행사를 연다. 2026 서울푸드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 행사는 제주 대표 식재료인 메밀을 중심으로 제주 식문화의 가치와 현대적 확장 가능성을 국내외 미식 관계자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이자 요리경연대회다. 예선을 거쳐 디저트 부문 5팀, 요리 부문 5팀 등 총 10개 팀이 이날 오후 3시 서귀포시 표선면 보롬왓에서 실력을 겨룬다. 결선 참가팀은 제주 메밀을 활용한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이며, 심사를 통해 'Tasty Jeju 그랑프리' 1팀, 'Tasty Jeju 셰프상' 2팀, 'Tasty Jeju 크리에이티브상' 2팀이 최종 선정된다. 'Tasty Jeju 그랑프리' 수상팀에게는 상금 100만원과 부상이 수여된다. 이는 단순 시상에 그치지 않고, 수상팀이 국내외 정상급 셰프들과 교류하며 제주 메밀의 미식적 가능성을 확장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으로는 싱가포르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Zen'의 셰프 마틴 오프너, 프랑스 디저트 명장 질 마샬, 제주신라호텔 총주방장 정종범, 빈투바 초콜릿 장인 코린 마에그가 참여한다. 심사위원단은 참가팀이 선보이는 제주 메밀 요리를 대상으로 식재료 해석력, 조리 완성도, 창의성, 지역성, 상품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특히 디저트와 요리 두 부문으로 결선이 구성된 만큼, 제주 메밀이 전통 향토 식재료를 넘어 파인 다이닝, 디저트, 로컬 푸드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본 행사에 앞서 심사위원단은 제주 우뭇가사리 채취 현장을 둘러본다. 심사위원단은 제주 해녀의 우뭇가사리 채취 및 건조 과정을 참관하고, 45년 이상 제주 바다를 지켜온 고경애 해녀를 만난다. 행사 당일 오후 1시 20분엔 쁘띠꼬숑의 그림책 클래식 콘서트가, 오후 5시 30분엔 60인의 바이올린 합주가 보롬왓 야외공간에서 펼쳐진다. 오후 2시 10분부터는 코린 마에그의 'From Bean to Bar' 초콜릿쇼가 펼쳐진다. 보롬왓에서 교육실습 중인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베타니고교 졸업생들의 공연도 함께 진행된다. 오후 6시 10분부터는 김창옥 토크콘서트가 열린다. 보롬왓은 이번 행사를 통해 제주 메밀을 단순한 농산물이 아닌, 제주 자연·농업·해녀문화·미식·예술이 결합한 문화 자산으로 재해석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메밀밭과 오름, 바다 식재료, 해녀의 삶, 세계적 셰프들의 미식적 시선이 결합하면서 보롬왓 장소성과 제주 식문화의 고유성이 함께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롬왓 관계자는 "제주 메밀은 제주 농업과 자연,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중요한 식문화 자산"이라며 "이번 요리경연대회를 통해 제주 메밀이 세계적 셰프들의 시선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제주 식재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행사는 요리경연대회를 넘어 클래식 공연, 국제 청년 공연, 토크콘서트가 함께하는 보롬왓형 미식문화축제"라며 "제주 메밀을 중심으로 지역 식재료와 문화예술, 국제교류가 연결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보롬왓은 프랑스에 제주 메밀을 활용한 디저트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주 메밀을 한국적 식재료이자 글로벌 디저트 소재로 확장하고, 제주 농산물과 미식 콘텐츠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모색할 계획이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도가 도지정 자연유산인 '선흘리 동백동산과 백서향', '신흥 동백나무군락' 등 2곳의 주변 건축 규제를 10년 만에 완화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도지정 자연유산 12곳 중 2곳의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허용기준 조정안을 행정 예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도지정 자연유산의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대한 제주도의 건축행위 허용기준 조정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완화 대상인 선흘리 동백동산과 백서향, 신흥 동백나무군락 등 2곳에서는 최고 높이가 평지붕 5m 이하 및 경사지붕 7.5m 이하에서 32m 미만의 제주도 도시계획조례 및 관련 법령에 따른 건축물로 완화된다. 최고 높이 32m 이상의 건축물은 개별 검토한다.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은 자연유산 주변의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자연유산 지정 구역 경계로부터 300m까지 설정된 구역이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주도는 도내 중소제조업체와 농수축산 가공업체가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스마트공동물류센터'가 올 하반기 운영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스마트공동물류센터는 제주시 아라2동 266번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5600㎡ 규모로 건립되며 현재 공정률은 90%다. 1층은 저온 창고, 2층은 상온 창고로, 관리사무실과 휴게실 등이 함께 들어선다. 공산품과 가공식품, 농산물 등을 보관할 수 있으나 수산물과 축산물 원물은 보관 대상에서 제외된다. 물류센터에는 입출고와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창고관리시스템(WMS)과 차량 배차·운송 경로를 최적화하는 운송관리시스템(TMS)이 도입되고, 전동지게차와 전동 팔레트 트럭 등 친환경 이송 장비도 갖춰진다. 운영은 공기관 대행 방식으로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이 맡는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현장을 방문해 "도내 중소기업과 농수축산 가공업체가 자체 창고 없이도 제품을 보관·출하할 수 있도록 공동 물류 거점을 만들었다"며 "공유물류 플랫폼 '모당'과 연계해 이용 기업의 물류비와 운영 부담을 함께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6·3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들 사이에서 ‘이중당적’ 논란으로 선거판이 술렁이고 있다. 일부 후보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복수 정당에 가입된 이른바 ‘유령당원’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제주 정치권 전반으로 파장이 번지는 분위기다. 18일 제주 정치권에 따르면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낸 일부 정당은 최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소속 후보 가운데 복수 정당 가입 이력이 확인된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정당법 제42조는 동일인이 2개 이상의 정당 당원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단순 당적 중복 여부를 넘어 후보자 등록 무효 가능성까지 연결된다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제52조는 정당추천 후보자가 2개 이상의 당적을 보유한 경우 후보 등록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 접수 과정에서 복수 당적이 없다는 확인서와 함께, 문제가 발견될 경우 강제 탈당 조치 등에 동의한다는 서약까지 받아왔다. 그러나 선관위 통보 이후 일부 후보들은 “가입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정 정당의 경우 비례대표 후보 3명이 이중당적 안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고, 당 차원에서 비례대표 후보 전원에게 다른 정당 가입 여부를 긴급 점검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특히 진보당 제주도당은 비례대표 1번 고민정 후보 사례를 공개하며 이번 사안을 ‘유령당원 의혹’으로 규정했다. 진보당에 따르면 제주도선관위는 고 후보가 현재 진보당 외에도 과거 한나라당(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적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고 후보 측은 “2016년 민중연합당 가입이 생애 첫 정당 가입이었다”며 다른 정당 가입이나 활동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실제 확인 결과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는 2005년 10월 가입 신청 및 당비 신청 기록이 남아 있었고, 민주당에는 2013년 10월 가입 신청과 함께 약 7개월간 월 1000원씩 당비가 납부된 전산 기록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측 모두 입당원서 원본이나 자필 서명 등 실물 증빙 자료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 후보 측은 가족 확인과 계좌 거래내역 조회 결과 본인 의사로 정당 가입이나 당비 납부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당은 특히 “두 기록 모두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생성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당시 당내 조직 관리나 경선 과정에서 타인의 개인정보가 무단 활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어 “이는 지난 4월 제주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논란이 된 ‘유령당원’ 문제와 본질적으로 같은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각 정당은 상대 정당을 상대로 후보자의 실제 당원 여부와 등록 경위를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한 정당 관계자는 “당사자 주장처럼 본인 동의 없이 가입됐을 가능성도 있고, 오래전 일이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정당도 후보자도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재 후보자와 해당 정당이 제출한 소명자료를 검토 중이다. 입당원서, 당비 납부 내역, 실제 당원 활동 여부 등 객관적 자료를 종합적으로 확인한 뒤 후보 등록 무효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번 논란은 정당 가입 시스템 전반의 허점과 개인정보 관리 문제까지 드러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도민 누구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특정 정당 당원으로 등록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지방선거 막판 제주 정치권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누범기간에 미성년자를 납치하려 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동부경찰서는 미성년자약취미수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9일 오후 4시 30분께 제주시의 한 빌라 지하주차장에서 귀가 중이던 10대 초등학생 B양을 폭행하고 납치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양은 A씨의 감시를 피해 탈출한 뒤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부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 1시간여 만에 A씨를 긴급체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누범기간 중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제이누리=이정아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송문석 후보가 성평등교육을 중심으로 한 ‘제주형 포괄적 민주교육’ 구상을 발표하며 학교 현장의 인권·민주시민교육 강화를 공약으로 내놨다. 송 후보는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송문석TV’를 통해 성평등 교육 정책 방향을 공개하고 “성평등교육은 특정 이념이나 진영 논리가 아니라 학생들을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기본 교육”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책은 서귀포YWCA와 제주YWCA,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등이 제안한 성평등 교육 과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송 후보는 “선언적 수준을 넘어 학교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는 교육 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성교육이 일회성 교육에 머물렀다고 지적하며, 앞으로는 학생 발달 단계에 맞춘 통합형 교육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존중과 관계 형성, 동의 개념, 디지털 예절, 성별 고정관념 개선 등을 교과 과정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가르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보건과 도덕, 사회, 기술가정, 국어, 진로교육 등을 연계한 ‘제주형 통합 성평등교육 기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 교육 강화 방안도 공약에 포함됐다. 송 후보는 딥페이크와 불법 촬영, 온라인 괴롭힘 등이 청소년 생활공간에서 실제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단순히 하지 말라는 수준을 넘어 왜 폭력인지 이해하고 피해 발생 시 대응 방법까지 배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교육청 차원의 ‘제주 학생 디지털 안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 예방교육과 함께 교사용 대응 매뉴얼, 학부모 안내 자료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학생 참여 중심 프로그램 확대 계획도 내놨다. 성평등 동아리와 학생자치회 캠페인, 또래교육, 토론 수업, 영상 제작 활동 등을 지원해 학생들이 학교 문화 개선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교직원과 학부모 대상 교육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송 후보는 “학교 문화는 학생만의 변화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교사와 관리자, 학부모 모두가 함께 인식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직원 대상 성인지 교육을 실천형 사례 중심 교육으로 개편하고, 학교 관리자 대상 성희롱·성폭력 대응 연수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송 후보는 성평등교육을 제주형 민주시민교육으로 확장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헌법이 담고 있는 평등 가치와 인간 존엄, 제주4·3의 평화·인권 정신을 교육 현장과 연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존중과 관계교육 △디지털 시민성과 성범죄 예방교육 △혐오·차별 예방교육 △민주적 토론과 학생자치교육 △피해학생 보호와 회복 지원 등 5대 영역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육청 내 전담 추진단 구성과 단계별 교육자료 개발, 시범학교 운영, 전 학교 확대, 연례 평가체계 구축 등 추진 로드맵도 함께 공개했다. 송 후보는 “성평등교육은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안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이라며 “차별과 혐오 없는 학교, 민주시민이 자라는 제주교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 1위 국가는? 다름 아닌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나라, 대한민국이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하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로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덕분에 수출 증가율이 높고, 경상수지도 사상 최대다. 주요 거시경제 지표 앞에 ‘사상 최고’ ‘역대 최대’ 수식어가 붙는다. 그러나 고용이나 내수 등 실물 체감경기는 딴판이다. 거시지표와 정반대로 ‘사상 최저’ ‘역대 최장 침체’ 등의 부정적 표현이 지배한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초호황(슈퍼 사이클)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이면이자 한계다. 올해 4월 취업자는 2896만1000명으로 지난해 4월보다 7만4000명 늘었다. 취업자 수는 2024년 12월 이후 16개월 연속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폭은 1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도 63.0%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청년층 취업난이 심각하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18만9000명 늘어난 반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9만4000명 줄었다. 청년층 취업자는 2022년 11월부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저서 「장미의 이름」의 시대적 배경으로 못 박은 시점은 1372년 11월이다. 이 시점으로부터 약 36년 전, 참혹했던 십자군 전쟁(1095~1291년)이 십자군 최후의 보루였던 이스라엘 항구도시 아크레(Acre)가 마침내 함락되면서 사실상 교황청의 패배로 끝난 상태였다. 십자군 광풍이 남긴 것은 교황청 권위를 향한 의문과 쇠퇴였으며, 교황의 절대 권위와 부패에 항거하는 루터의 종교개혁(1517년)의 잉태였다. 「장미의 이름」을 모티브로 삼은 이 영화의 배경 역시 11월 이탈리아 북부 수도원을 짓누르는 음산한 기운만큼이나 을씨년스럽고 불온한 시대였다. 기존의 규범과 가치관은 붕괴했지만 새로운 질서는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도덕적 공백과 혼란을 의미하는 ‘아노미(Anomie)’야말로 14세기 교회가 처한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난세가 되면 항상 자신의 깃발을 높이 세우고 흔드는 온갖 세력이 등장한다. 14세기 교회는 교리의 백가쟁명百家爭鳴 시대라 불릴 만큼 수많은 교단이 난립했지만 사실상 ‘빅4’라 불릴 만했던 4개의 교단이 사상적으로 ‘보수’와 ‘진보’ 진영 싸움을 벌였다. 수도원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베네딕토 교단(
코스피 상승세가 거침이 없다. 지난 1년 새 1000단위 앞자리 숫자를 다섯 차례 바꾸며 6일 7000선을 넘어섰다. 지수 6000을 돌파한 지 47거래일 만이다. 중동전쟁의 불확실성과 고유가 파고도 뚫었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75.2%로 세계 주요국 증시 중 압도적 1위다. 6일까지 최근 1년 기준으로는 188.5% 상승했다. 거의 3배가 됐다. 세계 증시 역사상 보기 드문 기록이다. 코스피 상승 주역은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반도체가 초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큰 한국 증시에 AI 랠리 혜택이 집중됐다.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상법 개정과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도 거들었다. 증시 수급 구조도 달라졌다. 4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1억552만개로 지난해 말보다 693만개 증가했다. 상장지수펀드(ETF)가 급증하며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주가가 오르자 ETF로 자금이 유입되고, 그러자 다시 코스피가 상승하는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자도 지난 4월 순매수로 돌아섰다. 특히 5월 4일과 6일 이틀 연속 3조원을 웃도는 순매수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덕분에 삼
영화에 등장하는 호르헤 수도사(표도르 샬라핀 주니어 분)는 분명 주연은 아닌데 그의 모습은 주인공인 윌리엄 수도사(숀 코너리 분)보다 더욱 강렬하다. ‘신 스틸러’ 정도가 아니라 아예 화면을 씹어 먹는다. 호르헤는 수도원의 자랑인 장서관을 관장하는 수도사다. 요즘으로 치자면 도서관장쯤 되겠다. 호르헤는 용모부터 기괴하다. 족히 80세는 넘어 보이는 노인인데, 시력까지 잃었다. 그런데도 이 노老수도사는 눈동자 없는 ‘눈’을 부릅뜨고 산다. 시력이 없다는 것이 장애와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특별한 능력이라고 과시하는 듯한 느낌이다. 눈동자 없는 눈빛이 그토록 형형熒熒하고 사람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호르헤 수도사의 허옇게 부릅뜬 커다란 눈은 문득 미국 1달러 지폐 뒷면에 그려진 미완성의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빛을 내뿜는 강렬한 눈을 떠올리게 한다. 그 눈은 ‘신의 섭리(Divine Providence)’를 상징한다고 한다. 눈 위쪽에는 라틴어 “ANNUIT COEPTIS”라는 라틴어가 새겨져 있다. 직역하면 ‘신과 함께’인데, 대개 ‘우리가 하는 일(건국)은 신이 승인하신 일이다’란 의미가 깔려 있는 듯하다. 조금 비딱한 시선으로 보면 ‘미국이 무슨 짓을
민주주의가 유린당하고 있다. 민주제의 정당성이 위협받고 있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흥행몰이가 한창인 민주당 경선판에서다. 대한민국 제주가 발원이지만 제주만도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현실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현주소다. 근원은 ‘1인2표’라는 기막힌 술수에서 비롯됐다. 위성곤·오영훈·문대림 3인이 경합한 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이 문제의 현장이다. 오영훈 후보가 탈락하고 위성곤·문대림 두 후보간 결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판을 뒤흔든 의혹이 터졌다. ‘1인 2투표 유도’ 의혹이다. 민주당 광역단체장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 유권자 안심번호 ARS 투표 5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기본 원칙은 ‘1인 1표’다. 그런데 지난 13일 문대림 후보 측은 위성곤 후보 측 보좌진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하면 1인 2투표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논란은 '도긴개긴'이었다. 14일 오후에는 문대림 후보 측 관계자 역시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을 때 권리당원이 아니라고 하면 투표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위성곤 후보 측 보좌진과 문대림 후보 측 관계자 모두
1994년 12월 초의 일이다. 중앙언론사에 재직하며 제주에서 주재기자 신분으로 활동하던 때였다. 그 시절 사무실에 묘한 편지가 배송됐다. 수신인만 적혀 있을 뿐 발송인 이름은 없었다. 내용은 현직 신구범 지사를 겨냥한 제보였다. 그해 구좌읍 이장단협의회의 동남아 여행이 시빗거리였다. “현직 신 지사가 이장단협의회 회장인 신모 이장에게 일화 30만엔을 줘 선거를 앞두고 그를 매수했다”는 내용의 제보가 투서 형식으로 담겨 있었다. 한 곳만이 아니라 여러 언론사로 그런 내용의 편지가 배달됐다. 그 다음해 첫 민선 1기 6·27지방선거가 예고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확인을 했지만 신 지사 측의 답변은 “이장단이 해외시찰을 한다고 할아버지 뻘 친족인 신 이장이 도와달라기에 공금을 지원할 순 없어서 과거 일본 방문 중 친족회에서 ‘활동비나 보태라’며 받은 일본 돈을 개인적으로 드렸다”는 것이었다. 당시 예산엔 도지사의 ‘재량사업비’가 있었지만 그는 예산을 쓰지 않았다. 스스로 사비로 처리했다. 그것도 나중 예기치 않던 구좌읍 관내 교통사고로 여행일정이 취소되자 보탰던 여행경비는 돌려받았다. 더 사안을 확인해보니 그 익명의 투서는 언론사만이 아니라 검찰, 경찰, 행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러닝 메이트' 소리도 안나온다. 한물 간 소리일지언정 그나마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거론도 없다. 하물며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은 찾아보기도 어렵다. 6.3선거 후 출범하는 제주도정의 특별자치 20년을 맞을 도정이기에 더 딱하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또다시 ‘도민주권’과 ‘주민자치’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도민이 주인인 제주”, “주민이 결정하는 행정”을 약속하고 있지만 제주 정치권 안에서는 “이번에도 선거용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냉소도 적지 않다. 실제 제주에서 주민자치 강화는 선거 때마다 반복돼온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약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제주 행정 구조는 여전히 ‘제왕적 도지사 체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면서 자치 기능은 약화됐고, 중앙정부 권한 상당수가 제주도청으로 집중됐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은 주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다. 모두 제주도지사가 임명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모두 의회도 없다. 인사·조직·재정권은 아
전쟁 중에도 총성이 멈춘 순간이 있었다. 1914년 12월 25일 세계1차대전 중인 유럽 전선 곳곳에서 독일군과 프랑스·영국 연합군은 서로 총을 내려놓고 캐럴을 부르며 축구를 했다. 하루짜리 평화였지만 인간이 전쟁 위에서도 멈출 수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우리는 이를 '크리스마스 휴전'이라고 부른다. 2026년 5월 4일 제주 교육감 선거에서도 비슷한 ‘멈춤’이 포착됐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날선 공방으로 치닫던 선거판이 잠시 숨을 골랐다. 이번 선거의 긴장도는 지난달 23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올라갔다. 고의숙 예비후보는 이날 제주시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광수 예비후보를 향해 “제주교육은 결코 성공이 아니다”고 직격했다. 학력 저하, 소통 부재, 청렴도 하락, 재정 문제까지 전방위 비판이 쏟아졌고 “검증된 교육감”이라는 표현까지 “거짓말”이라고 규정했다. 하루 뒤인 24일 김광수 후보 측은 곧바로 반격했다. “교육부 평가 3년 연속 최우수, 공약이행 SA등급, 직무수행 상위권”이라는 수치를 제시하며 “부분 지표로 전체를 왜곡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교육 성과 논쟁’이었다. 하지만 불씨는 더 큰 쟁점으로 번졌다. 전환점
제주 정치권이 또다시 4·3 앞으로 몰려가고 있다. 4·3은 제주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고 함께 아파해야 할 역사다. 그런데 선거만 다가오면 이 역사는 어김없이 정치의 한복판으로 소환된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제78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은 다음달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다. 추념식 자체가 대규모 공적 공간이 되면서 정치권의 시선이 더욱 집중되는 구조다. 더 민감한 대목은 올해 4·3이 단순한 추모의 영역을 넘어 다시 선거 프레임의 중심에 놓이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주요 주자들은 하나같이 4·3의 의미를 말하고, 해결 의지를 강조하고, 자신이야말로 4·3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말만 놓고 보면 모두가 옳다. 문제는 그 말들이 쏟아지는 시점과 방식이다. 추념의 언어가 선거의 언어와 겹치는 순간, 4·3은 기억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수단으로 변하기 쉽다. 오영훈 지사는 현직 프리미엄 위에 4·3 관련 입법과 도정 성과를 함께 얹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만들고 있다. 2022년 도지사 선거 때도 그는 자신이 4·3특별법 개정에 역할을 했고, 추가 진상규명과 정명(正名), 보완 입법, 배·보상 사각지대 해
담쟁이가 뒤덮인 돌벽 한쪽이 덩그러니 서 있다. 초록색 방수포가 뒤덮은 객석 바닥은 이미 원형을 잃었고, 공연을 품던 무대는 무너진 채 흉터처럼 갈라진 흔적만 남았다. 한때는 웃음과 박수로 가득했던 자리에 이제는 공사 차량 자국과 철거 상흔만이 흩어져 있다. 오래도록 서귀포 시민들의 추억을 품어온 서귀포 관광극장은 이제 잔해와 철거의 상처로만 존재한다. 청춘의 기억을 간직한 무대, 가족과 함께한 영화 관람, 동네 아이들이 뛰놀던 객석의 풍경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허물어진 건축물과 그것을 지켜보는 허탈한 눈빛뿐이다. 현장을 찾은 건축가와 시민들은 잇따라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라면 보강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무대를 배경으로 보낸 낭만의 시간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벽체를 손으로 짚으며 "아직 숨 쉬는 건물인데 왜 이렇게 급히 없애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30일 오후 이중섭 거리를 찾은 어린이와 시민, 외국인 관광객들마저 발걸음을 멈췄다. 회색빛 공사판 가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고, 일부는 휴대폰을 꺼내 무너진 흔적을 사진으로 남겼다. 다른 이는 "관광지에 왔더니 왜 철거 현장만 남았느냐"며 의아해했다.
요 몇 년 사이에 민속학이 중국 인문과학계에 새로 각광을 받고 있다. “문학은 사실과 영혼이 서로 부합한 이후의 재현이다”(Honoré de Balzac)라고 하기도 한다. 중국 대륙의 당대 거지 조사 중에 당대 거지의 구걸, 축하, 욕, 오락에 대한 가요(歌謠)를 주의해 수집하면서 “거지 가요는 인류사에서 거지가 생긴 이래 존재하고 전해져 내려오며 발전한 것이다”1) 라고 생각한다. 거지 노래는 이렇다. “선의는 복을 받고 악의는 귀신이 용서하지 않는다네. 부처를 믿으면 착한 일하고, 내가 가난뱅이라는 것을 불쌍히 여기네. 많은 돈을 바라지 않소, 오 푼이면 되오. 당신이 내게 돈을 주면 하늘이 평안하게 보우할 것이외다.” 이것은 남경 계명사(雞鳴寺) 부근에서 ‘무릎 꿇고 앉아서 구걸하는’ 거지들의 노래다. 기도하러 사찰에 가는 사람의 감사를 드리는 마음에 맞추면서 부처를 빌어 구걸하고 있다. “대나무 판을 치면서 거리에 왔네요, 한 길 두 곁채 장사 잘 되네요. 황금 글씨 은 간판, 동쪽에서 줍고 서쪽에서 당기 듯 걸려있네요. 요 며칠 내가 오지 않으니, 상점 주인이 부자 됐다 하네요. 주인이 부자 되면 나도 덕을 보고, 당신은 교자를 먹고 나는 탕을 마시고. 한 번 절하면 금이 오고 두 번 절하면 은이 오고, 마음씨 좋은 주인께 삼 배 하리다. 마음씩 좋으신 분 넓은 도량, 유비 어른 사천에 있네요. 사천에 앉아 있는 한왕 유비가 오니, 3천 6백 세를 살 수 있네요.” 북경 서성구에 늘어선 크고 작은 상점을 돌아다니며 잡기하면서 노래하는 거지의 노래 가사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맞추고 있다. 상대방도 한두 푼을 주면서 거지를 돌려보내어 길하기를 바란다. 거지들을 화나게 만들어 문 입구에서 불손하게 굴면서 손님을 쫓아내게 하지 않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까치 나뭇가지에 앉아 짹짹 울고, 봉황은 짝을 지어 하하 웃네요. 주인은 천지가 밝을 정도로 경사로울 거요, 경사스런 일이 생기는 나의 세 마디 축하를 들어보소. 하나는 부부가 화목하여 금실 좋게 즐겁게 사시고, 둘은 부부께서 부자 되어 참깨가 꽃을 피워 착착 높아지이소, 셋은 오는 해에 귀한 아들 낳아 일찍 용의 알을 품을 수 있기를 바라오이다.” 이것은 안휘 방부(蚌埠) 향촌 거지가 혼례를 축하하며 부르는 노래다. 사람들은 재물을 나누어주고 함께 즐기기를 좋아하는 시기이기에 동냥도 평상시보다는 쉽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으면 거지도 상대를 후회하게 만드는 시를 읊는다. 태현(泰縣)에서 유행하는 시는 이렇다. “형제여 형제여 당신을 축하하오, 집 안과 밖으로 예물이 들어오네요. 축하주 남겨두고 자시지 못하게 하니, 혼자 술 마셔 멍청해졌네요. 멍청해져 길 가다가 강에 빠져, 물에 빠져 죽어 과부만 남겨두게 될 거요.” 이렇게 무뢰한, 불량배 같은 거지의 본성도 철저히 드러내기도 한다. 거지의 정신세계와 가치 관념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자신들이 짓고 노래한 오락성 짙은 즉흥적인 가락보다 더 한 것은 없다. 예를 들어 제남 거지에게서 유행하는 말이다. “집이 있으면 집을 나가고, 집이 없으면 집을 찾아야 하리니. 형제자매가 한 데 뭉치네, 천하의 먹이를 찾아다니는 사람은 한 가족일지니.” 오늘날 개방의 기본 구성원은 대부분 이러한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다. “손은 살아가는 재신, 흔드는 손은 귀중한 재물. 얼굴 두꺼운 게 뭐 두려우랴, 부끄러움 잘 타면 구걸하지 못하는데.” “팔선(八仙)이 동쪽으로 가면 나는 서쪽으로 가고, 한 세상 거니니 유쾌하지 않은가. 2년 3년 밥을 빌어먹어도, 현장(縣長)은 하라 줘도 나는 싫다네.” 주주(株州)와 덕주(德州), 담성(郯城)에서 채록한 가요다. 오늘날 거지의 관치 관념과 심리 상태를 솔직하게 노래하고 있다. 거지의 직업화 추세는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현장이나 대학교수는 그저 고정된 수입밖에 없지 않은가! 호남성 장사 망성(望城)향의 A도시에서 구걸하는 거지는 많으면 매월 천만 원 이상, 적어도 2,3백 수입은 된다. 광주에서는 화교 노인이 거지에서 150만 원 상당의 태환권을 보시하기도 하였다. 서로 비교하면 거지들이 득의양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분배제도의 불공평, 불완전이 거지에게 왜곡된 심리를 조장하고 비정상적인 변태적 심리를 가지게 만들었다. 거지는 다른 직업보다 힘이 덜 들면서도 실제적인 혜택은 많다. 이러한 현상이 거지의 숫자가 늘어나고 직업화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거지의 인문의식 고대에 사인(士人)이 묘사한 거지는 대부분 의식을 해결하지 못하여 길거리를 헤매게 된 원시형 거지다. 최하층 빈민이었다. 중국문학사상 거지를 묘사한 비교적 전형화된 작품은 일반 선집에 수록되지 않은 양웅(揚雄)의 「축빈부(逐貧賦)」이다. 송대 홍매(洪邁)는 『용재속필(容齋續筆)』 15권에서 말했다. “한문공(한유)의 「송궁문(送窮文)」, 유자후(유종원)의 「걸교문(乞巧文)」은 모두 양자운(양웅)의 「축빈부」를 본뜬 것이다. 한유의 「진학해(進學解)」는 동방삭의 「답객난(答客難)」을, 유종원의 「진문편(晉問篇)」은 매승의 「칠발(七發)」을, ……모두 문장에 묘미가 있다. 「축빈부」는 거의 500글자나 된다. 『문선』은 수록하지 않았고 『초학기』에는 100여 자가 수록돼 있다. 오늘날에도 보지 못한 사람사람이 있을 것이다.” ‘축빈부’는 광범위하게 전파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홍매가 초록한 「축빈부」 문장은 다음과 같다 : 양웅이 세속을 벗어나 은거생활을 하였다. 왼쪽은 높은 산이요 오른쪽은 광야다. 담 밖에 이웃인 거지는 빈한하기 한량없다. 예의가 박약하나 여럿이 더불어 살았다. 실망해 지향도 사라지니 빈자(貧者)를 불러 말했다. “그대는 여섯 가지 악습이 있어 황야에 버려진 거요. 용렬한 고용인이 되기를 즐기니 도살하는 징벌이 내려진 것이오.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도 흙과 모래를 가지고 놀게 된 것이오. 모여 사니 이웃이 아닌데도 집이 연이어지게 되었소. 은혜를 깃털처럼 가볍게 대하고 의를 망사처럼 얇게 여기고, 들어가는 데에도 덕이 없고 물러나는 데에도 예의가 없소. 오랫동안 손님으로 머무니 그 목적이 무엇이오. 모든 사람이 비단옷을 입는데 나만 헌 갈옷을 입소. 모든 사람은 쌀과 기장쌀인데 나만 명아주 음식을 먹소. 가난하여 진귀한 보물이나 노리개가 없으니 어찌 접대하고 즐기겠소. 종족의 연회는 즐거운 자리이나 즐기지 못하오. 맨발로 나아가 고용일하고 집에서는 낡은 옷으로 갈아입소. 몸은 각종 노역을 지니, 손과 발은 굳은살이 배겼소. 늘 김매고 북을 주니, 이슬에 몸 젖고 옷 제대로 걸치지 못하오. 친구는 절교하고 관직은 늦어지고 있소. 잘못이 어디에 있는 것이오, 당신 때문이오. 당신을 피하려 곤륜산 정상까지 왔는데 당신은 나를 따라 높이 날아서 하늘까지 왔소. 당신을 피하려 산에 올라 동굴에 숨었는데 당신은 또 나를 따라 높은 등선까지 올랐소. 당신을 피하여 바다에 이르러 둥둥 떠 있는 측백나무 배를 탔는데 당신은 또 나를 따라 잠기는 듯 떠오르는 듯 하고 있소. 내가 가면 당신이 움직이고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당신도 멈추오. 다른 사람은 놔두고 나를 쫓는 까닭은 무엇이오? 이제 당신 떠나주시오, 다시는 오래 머물지 마시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中國的乞丐群落』(劉漢太, 江蘇文藝出版社)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중국 대륙의 연해 도시에 외국인 거지가 등장한 적이 있었다. 역사 기록은 이렇다. “상해에는 거지가 많다. 여러 성에서 온 거지다. 빈곤한 집안 자식들이 생계를 유지하려고 상해에 왔으나 생계를 이루지 못하여 거지로 전락하였다. 외국인 거지도 있다. 모두 상해로 모여들었다. 능력이 박약한 자나 행동거지가 단정치 못한 자가 결국 그런 지경에 빠진 것이다. 서양인에게 구걸할 뿐만 아니라 화려한 저택을 가진 중국인에게도 다가가 구걸한다. 오랫동안 꿇어앉아 구걸하였다. 외국인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습성이 된 나는 파란 눈동자에 금색 머리를 한 거지를 보기만 하면 아무런 인색함 없이 은화를 던져주었다. 보통 거지에게 한 푼 주는 것이 애석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보산로(寶山路)에 성모 예배소가 세운 여학교가 있다. 작은 키에 둥글고 납작한 얼굴, 높은 코, 파란 눈의 여학생이 있다. 서양 옷을 입어도 밉지가 않다. 아침저녁으로 책을 끼고 왔다 갔다 하는데 그 부모는 보흥로 거리에 있는 집에 산다. 여학생의 얼굴과 무척 닮은 거지 부친은 영국인으로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중국에 오래 살았다. 함풍, 동치시기에 미국인 워드(Frederick Townsend Ward, 1831~1862)의 부하였다. ……공부하려고 했으나 정신병을 얻어 할 일이 없어지자 거지로 전락하였다.”1) 중국 대륙에 외국인 거지가 있다는 보도는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만약 외국인 거지가 도시 거리에 나타난다면 중국인은 어떻게 대할 것이며 어떤 느낌을 받을까? 중국민족 전통 심리 및 중국 사회의 현실 이익에서 출발해 노동력 수출이나 경제 무역과 같이 그렇게 서로 거지를 교류하기를 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출국 러시’의 충격 아래에서 ‘현재 거지 러시’가 국경지역에 몰려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 ‘현재의 거지 러시’는 경시해서는 안 되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현실 사회의 문제다. ‘상승세’를 타고 퇴조하지 않는 기세를 유지한다면 즉각 상응하는 긴급하고도 종합적이 치유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중국의 거지가 또다시 국경을 넘는 사태가 벌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당대의 거지의 욕망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정상적인 신분과 지위를 가진 사람조차도 밖에서 황금을 주울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데, 하루하루 되는 대로 살아가는 거지라고 그런 꿈을 꾸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던가? 폐관 쇄국한 지 오래되면 거지라 할지라도 일반인처럼 그렇게 밖에서 떠돌며 안목을 넓혀서, 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제멋대로 쾌락을 쫓는 욕망이 어찌 생기지 않겠는가. 서양 사조와 서양 상품이 대륙 사회생활에 맹렬하게 다가오는 오늘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현실은 가혹하다. 문제가 생기면 시급히 해결해야만 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시의적절하며 강하면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거지와 중국문화전통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런 비정상적인 변태문화 과정을 근본적으로 탐색하고 치유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과 시대적 풍조는 뿌리부터 치료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중국 거지를 고찰하고 연구하는 과정 중의 몇 가지 단상을 가지고 몇몇 다른 시각으로, 겉핥기 관점이지만 ‘거지와 중국 문자(문학) 문제’를 생각해 보자. 거지의 구두문학(口頭文學)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 직업에 따라 각각 특징 있는 속문학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지도 자신만의 구두문학이 있다. 그런 특별한 언어예술을 통하여 거지의 사상, 심리상태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거지들이 그들 내부에서 교류할 때 사용하고 있는 은어를 언어의 사회적 변형이나 도구로만 본다면 어딘지 부족하다. 은어 코드의 문자 의미구성은 특수한 구두 언어예술이라 볼 수 있다. 비정상적인 변태문화를 구성하는 부호의 결합체이기에 그렇다. 예를 들어,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줄거리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구걸하는 이야기 쪽지(판지)를 거지 은어로는 ‘제요패(提搖牌)’라 했다. 사실상 그 쪽지가 사람을 모으고 사람들에게 선행하도록 이끌어 동냥하는 간판이나 다름없다. 황자(幌子), 즉 간판이다. 거지가 길가는 사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한 판지를 내미는 것을 ‘투첩자(投帖子)’라 하고 판지에 쓴 자신의 이야기를 입으로 말하는 것을 ‘배신주(背神咒)’라 한다. 쓴 것이든 쓴 것을 말하든 모두 거짓말로 사람들에게 연민의 정을 유발시켜 동정하도록 만든 관례대로 행하는 주문과 다름없다. 길가는 사람들은 그 주문의 마력에 정복되어 동정하고 보시한다. 그러한 수단은 실패한 적이 없다. 그 마력은 지금까지도 약해지지 않았다. 무슨 까닭일까? 약자를 동정하는 마음과 거지들이 양심을 저버리고 두꺼운 낯가죽으로 그저 재물만 탐하는 심리상태가 예나 지금이나 시종일관 똑같기 때문이다. 염치 불구하고 돈만 밝히기에 던져준 돈을 담는 종이주머니 같은 돈 통을 은어로는 ‘금두(金頭)’라 부른다. 그 물건이 신화 중에 ‘취보분(聚寶盆, 화수분)’이나 ‘마두(魔頭)’처럼 그렇게 재원이 끊이지 않고 돈이 계속 굴러들어오기를 바랐다. 외부인은 알지 못하게 하고 내부인에게는 길한 용어로 은어 코드를 썼다. 한 마디 말에 표면상의 의미와 숨어있는 의미의 두 가지 관련된 뜻이 있는 실로 오묘한 언어다. 깊이 퇴고해 보면 언어 속의 비밀스런 일과 그 심리상태를 세상에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다. 주진(周秦) 이래로 중국은 민요를 수집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집정자에게 ‘풍속을 분별하고 바로잡는’ 데에 활용하도록 했다. 중국 거지역사가 이천여 년이나 되었지만 거지들의 문학을 직접 채록한 사료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전의 대표적인 민요 수집 작품인 『시경』, 『방언(方言)』, 악부시가도 그런 내용은 없다. 지방지의 풍속지 중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청대 말기 황준헌(黃遵憲)이 『인경려시초(人鏡廬詩草)』 제1권 『산가(山歌)』 중 「걸아가(乞兒歌)」가 수록돼 있다. “또 거지의 노래가 있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판을 두드린다. 흥녕(興寧, 산동성 동부에 위치) 사람이 유달리 남보다 뛰어나다. 노랫말을 기록한다. ‘하루는 12시간 뿐, 한 시간에 그저 두세 집, 한 집에서 돈 1문뿐, 하늘이어 하늘이어 정말 가련하여라!’ 비장하고 처량하다. 내가 청부(靑蚨) 100문을 써서 가져오니 기쁘고 위안이 되어 기록할 수 있었다.” 이 「걸아가」는 황준헌이 돈을 주고 사온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청패류초(淸稗類鈔)·걸개류(乞丐類)·상해우외국걸아(上海又外國乞兒)』(中華書局)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사학자 여영시(余英時)는 8편의 논문을 종합하여 『사(士)와 중국문화』를 편찬하였다. 비교적 계통적이며 깊이 있게 역사상 ‘사(士)’ 계층과 중국문화의 관계를 해부하였다. 중국역사상 ‘거지’는 사회단체다. 하층사회 중에서도 작은 층면에 불과하다. ‘사(士)’처럼 중국민족문화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더라도 거지 현상은 난감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거지문화’는 비정상적인 변태문화이면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이다. 이 ‘거지’ 문제는 이전에는 사람들에게 그리 주의를 받지 못했다. 당대에 와서 거지의 직업화가 갈수록 현저해지고 거지 현상이 사회 치안에 해를 끼치면서 관련된 분야와 언론계에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다음 몇 가지 보도를 먼저 보자. 1985년, 광주(廣州)시에 거지 12,662명이 있다. 1987년, 광동(廣東)성에서 유랑하며 걸식하는 사람 29,600명을 수용하고 심사 후 783명이 살인,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색출해 냈다. 1986년, 주해(珠海)시가 유랑하며 걸식하는 사람을 수용한 숫자가 1979년보다 10배나 많아졌다. 1986년, 하얼빈(哈尔滨) 철도 공안부에서 적발해 체포한 각종 형사사건 범죄자 중 30%는 유랑하며 걸식하는 사람이었다. 1980년 이전에 대륙에서 유랑하며 걸식하는 사람 중에서 80%는 살아갈 방도가 없어 고향을 떠나 걸식하는 사람이었다. 현재는,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어 밖에서 떠돌아다니며 걸식하는 사람은 20%이다. 이러한 숫자는 모두 신문 등에서 공개적으로 공표한 사실이다. 『인민일보』(해외판), 『경제참고』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숫자 자체는 당대 중국 거지의 직업화와 범죄화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숫자 뒤에 숨겨진, 반영되지 않은 문제는 사람들이 보기만 해도 몸서리치게 만든다. “밖으로 나가 밖에서 떠돌면, 먹고 자고 입는 것은 걱정 없다네. 한 번 밖에 나가면 모든 것이 풍족하다네. 3년을 밖에서 떠돌고 돌아오면 집을 지을 수 있다네.” 이것은 당대의 거지들이 응얼거리는 노랫말이다. 거지들이 ‘사업에 성공’하여 단맛을 맛보고 실제 혜택을 받은 것에 대한 사실적 묘사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호남 A촌에서 광동에서 구걸하다가 귀향한 사람 중의 약 50%가 집을 새로 지었다고 한다. 1986년 가을에 무한(武漢)시 민정 공안부가 대수용, 대송환을 실행하지 않았다면 황학루(黃鶴樓) 아래에서 중국 거지 역사상 기적적인 ‘전국 거지 대표대회’가 거행되고 전국적인 거지 수령이 선출되었을 것이라 전한다. 이 사실은 여러 보도 매체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현재 거지 구성원을 보면 빈곤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노약자, 장애인 등의 빈민이 아니다. 거지처럼 행동하는 부랑자요 불량배가 다수다. 이러한 여러 가지는 거지가 놀라울 정도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거지는 사회의 공해(公害)로 시급히 종합적으로 정리해야 할 대상이 됐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천부의 나라라 일컬어지는 사천지역에서 온 ‘거지 러시’, 빈곤으로 유명하면서도 역대 여러 왕조의 ‘혁명근거지’라거나 ‘발상지’로 유명한 지역에서 온 ‘거지 러시’, 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까지 전국적인 3년 재해 기간에 동북지방으로 대대적으로 쏟아져 들어간 ‘맹목적인 러시’(盲流潮)를 연상케 한다. 동시에 청대 말기에 침략자의 공격을 방어하려고 ‘폐관 쇄국’해 대문을 걸어 잠근 후 국외로 빠져나가 유랑하는 중국 거지를 떠올리게 한다. 역사기록은 이렇다. “광서 때에 변방을 지키는 관리가 1)이민실변(移民實邊)이라 부르는 이주민들로 변방을 채우는 정책을 상주하였다. 그래서 호북 2)흥국주(興國州)의 빈민 수만 명이 처와 자식들을 인솔해 흑룡강으로 갔다. 담당 관원은 안치할 방법을 전혀 전해 듣지 못했다. 종자도 구비하지 못했고 숙소도 만들지 못했다. 농사를 지으려 했으나 농지가 없었고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여비가 없었다. 이에 거지로 전락해 버렸다. 한참 지나 외국이 부유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시베리아 철도의 궤도를 따라 걸었다. 유럽으로 향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싫어하여 길을 막고 낮은 등급의 기차에 싣고 중국으로 돌려보냈다. 돌아왔어도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자 다시 길을 떠났고 러시아 사람들은 또다시 차에 싣고 돌려보냈다. 돌아오고 나서 수개월 후에 다시 길을 떠났다. 러시아로 간 다음 프랑스로 갈 방법을 모색하였다. 모두 육로로 걸어서 갔다. 선통 신해 때, 서신육(徐新六)이 유럽에서 유학할 때에 파리에서 하루 묵었다. 프랑스 사람과 함께 시내를 여행할 때에 걸식하는 중국 남녀들을 만났다. 고향을 물어보니 흥국주 사람이었다. 지팡이를 짚고 북을 치는 사람도 있었고 칼을 날리며 춤추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남루하였다. 부녀자 중에서 전족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구경하면서 즐긴 후에 곧바로 프랑을 던져주었다. 그것은 나라의 치욕이었다. 천금을 모은 사람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들 중에도 거지 두목과 같은 지도자가 있어 대중의 자금을 모으고 먹여 살렸다. 서양 옷을 입고 경찰과 결탁해 상납하면서 수천 금을 모은 것이다.”3) 이로부터 1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중국 대륙의 거지가 또다시 해외로 나가 걸식하고 있을까? 아직까지 정식적인 보도는 보지 못했지만 중국 민족의식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러한 ‘국가의 수치’ 현상은 나타나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민족의 자존, 자중, 자강, 자애의 전통심리를 크게 손상시키게 될 것이고 미덕이 손상될 것이다. 중국은 아직까지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난민을 내보낸 적이 없다. 위기를 인민에게 뒤집어씌우는 정책이나 관례도 아직까지는 없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이민실변(移民實邊)은 중국 역사상 관방에서 조직한 인구 이주 방식이다. 역대 한족 중앙정권은 ‘둔간수변(屯墾戍邊)’ 정책을 시행하였다. 변방 요지에 군대를 주둔하고 둔전에 참가하는 것 이외에 더 많은 것은 내지에서 변경지대로 이민시키는 것이었다. 군대의 보호 아래 개간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군량을 제공하고 변경 방위를 강화하였다. 이런 형식의 인구 이주는 진한(秦漢) 때부터 줄곧 이어져 내려왔다. 중국의 서북부가 중점 지역이었다. 2) 흥국주(興國州)은 원대(元代)에 설치한 행정 구역으로 현재의 호북성 양신현(陽新縣), 대야시(大冶市), 통산현(通山縣) 지역이다. 주부(州府)는 호북성 양신현에 있었다. 지금은 양신현 흥국진(興國鎭)이다. 송대 태평흥국(太平興國) 연간에 강서성 공현(贛縣) 7향을 나누어 흥국현을 설치하였는데 이곳은 호북성의 흥국주와는 다르다. 3) 『청패류초(淸稗類鈔)·걸개류(乞丐類)·흥국인행걸지구(興國人行乞至歐)』(中華書局)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민간전설 중에 사람들은 현실생활에서 먹기만 하고 일은 하지 않는 거지와 ‘신선 거지 철괴리’를 연결시켜 ‘신선 거지’가 ‘사람 거지’를 교육했다는 전설을 만들어냈다. 전하는 바는 이렇다 : 옛날에 젊은 거지가 한 명 있었다. 먹기만 하고 일은 하지 않았고 도박에 빠져 있었다. 조부가 남겨준 재산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탕진하여 돌아갈 집이 없게 되었다. 길거리에서 구걸하고 밤에는 철괴리의 사당에서 잠을 잤다. 젊은 거지가 먹을 것이 없어 아사하기 직전에 철괴리에게 보우를 기도하자 철괴리의 신력에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도 젊은 거지는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했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던가, 욕망은 한이 없었다. 신선이 되어 한가롭게 노닐 꿈만 꾸었다. 결국 철괴리는 시 네 구절을 읊어주며 가르침을 주었다. “네게 원보를 준들 긁어모으는 데에 게으르고, 관리가 되게 한들 조정에 나가는 데에 나태하구나. 사지를 쓸 노력은 하지 않고 공상에 빠져 있으니, 그저 걸식하면서 쪽박이나 품고 있는 게지.” 나무 우리에 앉아 동냥하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행각도사와 의술을 행하고 약을 팔거나 길흉을 점치며 돌아다니는 도사 이외에 이른바 ‘좌관(坐罐)’하며 동냥하는 도사가 있었다. 도사가 나무 우리〔수롱(囚籠)〕에 앉아서 오심조천(五心朝天, 발바닥 손바닥 정수리가 하늘을 향하는 것)하여 정좌하고는 인체 중요한 부위 가까이에 못을 박아두었다. 못의 끝이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만약 정좌하고 있는 도사가 움직이기만 하면 못의 끝에 닿아 상처를 입게 되는 형태였다. 이렇게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좌선 형태로 앉아 구걸하면서 선남선녀에게 자비심을 내게 만들었다. 못 하나 하나에 가격이 있었다. 두 눈에 가까운 못이 가장 가격이 비쌌다. 나무 우리에 앉아 있는 도사가 가련하다 싶은 사람이 있어 보시를 하겠다면 공덕 명부에 이름을 쓰고 그 가격에 상응하는 못을 빼서 주었다. 일반적으로 구경하는 사람이 많으면 돈을 내는 사람은 줄었다. 반세기 전에 길림성 북산(北山)의 4월 28일 양왕묘(藥王廟) 장날 동안에 약왕묘 북문 밖에서 나무 우리에 앉아 동냥하는 도사가 있었다. 길림 덕원석교(德源石橋)는 그 도사가 동냥해 얻은 돈으로 세운 것이라 전해온다. 재미있는 것은 도사의 그런 동냥 방식은 강호에서 ‘입을 열지 않고’ 구걸하거나 자해하면서 구걸하는 방식과 지극히 유사하다는 점이다. 단지 구걸하는 방식이 거지가 구걸하는 거칠고 저속한 것보다는 조금 고상하다고나 할까. 나무 우리에 앉아 동냥하는 방법은 도가의 ‘좌발(坐鉢)’ 수련 방법에서 발전 변화한 것이다. 『대청옥책(大淸玉冊)』의 기록이다. “좌발의 공력은 사방이 둘러싸인 공간〔환중(圜中)〕에 들어가 목숨 걸고 하는 수련〔공부(工夫)〕이다. 청정을 익히고 신과 형을 단련하며 백일 동안 한 후에야 그친다. 그 공력은 자시, 오시, 묘시, 유시를 이용해 천지의 기를 얻는 묘법에 있다.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 범속을 초월해 성인이 단계에 오르려는 것이다.” 『전진좌발첩법(全眞坐鉢捷法)』의 기록은 이렇다. “좌발이라는 것은 10월 1일에 시작하여, 대중이 모여 겨울을 보내고 새해 정월 중순까지 백일을 채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입당하여 좌발하고 스승의 덕을 참문(參問)하며 규율을 따른다.” ‘나무 우리에 앉는 것’은 ‘좌발’과 탁발 동냥의 결합이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그러나 일정한 ‘좌발’의 공력이 없고 수행에 깊이가 없으면 그렇게 ‘나무 우리에 앉아’ 보시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나무 우리에 앉아’ 동냥하는 것은 탁발하는 것보다 고차원적인 구걸 방식이라 하겠다. 이 모든 것들은 불교, 도교 두 종교가 각각 탁발하고 동냥하는 습속과 강호 사회에서 거지가 구걸하는 방식을 비교하면, 종교가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엘리트문화(雅文化)를 받아들여 융합하거나 전부 수용하는 동시에 하층문화(俗文化)에 미친 영향과 스며든 효과가 더욱 명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런 까닭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역시 종교가 민간에서 기원했다는 데에 있다. 하층문화와 서로 통하고 잘 융합되는 선천적인 매개체를 갖추고 있다. 근원을 보면 둘은 동일한 문화층위에 존재한다. 민족문화의 심층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종교의 발전도 우선 민간 사회와 기본적인 공동체 의식이 있어야 민간사회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상술한 몇 가지 고찰도 거지는 사회단체의 하나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거지문화는 민간문화의 기본 조건이다. 사회 전체 문화 구조 중에서 자체적으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효과도 다양하다. 이 특징을 고찰하고 연구하면 풍속을 바로 잡을 수 있고 거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 이러한 고찰은 상당한 현실적 의미와 과학적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좌환(坐環), 도교(道教) 용어다. 도가에서는 ‘환당(圜堂)’에 들어가 홀로 수련하는 것을 ‘좌환’이라 한다. ‘폐관(閉關)’과 같은 의미다. ‘좌환(坐圜)’, ‘좌발(坐鉢)’이라고도 한다. 전진교(全眞敎)의 중요한 교의 규칙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