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제주시대'를 주창했던 고(故) 신구범 초대 민선 제주지사(1942~2023)를 기리는 1주기 추모 학술세미나가 열린다. 신구범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오는 23일 오후 3시 TBN 제주교통방송 공개홀에서 세미나를 연다. '신구범의 삶과 사상, 제주의 자존과 번영을 꿈꾸다'가 주제다. 세미나는 신구범 전 지사의 생애, 그의 업적과 정신을 돌아본다. 그가 재임중 추진했던 정책과 비전이 현재에 미친 영향과 미래로 향한 가늠자였던 점을 반추한다. 양성철 제이누리 대표가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신구범의 삶과 그 여정'을, 민기 제주대 명예교수가 '신구범 지사의 기업가 정신과 제주의 변화'를 주제로 각각 발표한다. 이어지는 종합토론에서는 김상훈 신구범기념사업회 수석부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한경필 전 총리실 국무조정실 본부장, 허정옥 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 강기춘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 강홍균 전 경향신문 기자, 강경구 제주개발공사 마케팅 총괄 등이 패널로 나선다. 신구범 전 지사가 민선 1기 제주지사로 재임하며 추진했던 정책들과 그의 제주 사랑, 자존과 번영을 위한 노력들을 재조명하고, 이를 통해 제주도의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구범 전 제주지사는 오현고를 나와 육군사관학교 4년을 중퇴, 1967년 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자로 입문했다. 제주도 기획관,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 농무관, 국제식량농업기구(FAO) 한국교체수석대표, 농림수산부 축산국장, 농업구조조정정책국장,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YS정부 시절인 1993년 12월 제29대 제주도지사로 취임했다. 이어 첫 민선 지방선거인 1995년 6·27선거에선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돼 31대 지사를 역임했다. 그러나 98년, 2002년 두 번의 제주지사 선거에선 연거푸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후 축협중앙회장을 거쳐 친환경 농업회사법인인 (주)삼무와 전시판매장인 삼무힐랜드를 운영했지만 지사 재직시절 뇌물수수사건에 휘말려 2년여 옥고를 치렀다. 삼무힐랜드는 그의 수감기간 중 문을 닫았다. 축협중앙회장 시절엔 정부의 강제적인 농·축협 통합에 반발, 국회에서 할복사건을 벌여 파란이 일기도 했다. 인생의 굴곡과 고비마다 정면도전을 하며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간다'는 그의 신조를 지켰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제주삼다수와 관광복권,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교역, 제주세계섬문화축제 등이 그의 지사 재직시절 작품이다. 구좌읍 행원리에 조성한 풍력발전단지 역시 그가 주도해 일군 국내 첫 상용풍력발전이다. 그가 민선 1기 제주도정을 이끌던 시절 내건 슬로건은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였다. 그는 2012년부터 1년여간 <제이누리>에 그의 회고록을 '격동의 현장-남기고 싶은 이야기'로 연재하기도 했다. 그 회고를 묶어 펴낸 책 '삼다수하르방, 길을 묻다'(제이앤앤刊)가 그의 마지막 유고다. 지난해 11월2일 아침 유명을 달리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내에서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제주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22일 한국 관광 데이터랩이 발표한 '2024 반려동물 동반여행 현황 및 인식조사'에서 제주가 반려동물 동반여행 희망지역 1위로 선정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혼저옵서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와 관광공사는 지난해까지 조사된 관광지, 식당, 카페, 숙박시설 등 전체 307곳의 운영 여부와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여부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또 신규 업체를 추가해 더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공되는 제주 반려동물 동반 여행 인프라 정보는 '혼저옵서개 E-Book'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도 공식 관광정보 포털인 '비짓제주' 내의 반려동물 동반여행 테마에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신규로 '혼저옵서개' 프로젝트에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는 제주관광공사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참고해 다음달 15일까지 신청서를 작성해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반려동물과 함께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다양한 여행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데이터 관리를 추진할 것"이라며 "반려동물 동반 여행에 적합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도내 업계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은 다음달에 ‘신(新) 탐라순력기행’ 특별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22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탐라순력도에 담긴 조선시대 제주의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살펴보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탐라순력도는 1702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형상이 약 21일 동안 도내 각 고을을 돌아본 일과 여러 행사 장면을 모두 41장의 그림으로 담아낸 화첩이다. 역사적 가치가 높다. 이번 답사는 그 중 ‘목축 경관’과 ‘방어 유적’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목축 경관 답사는 다음달 2일 제주 조천읍 교래리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일대에서 이뤄진다. 제주도 문화재위원인 강만익 강사가 이끌며, 과거 목장의 자취를 살펴볼 예정이다. 방어 유적 답사는 다음달 9일 제주 동쪽 해안가의 연대(煙臺)와 진성(鎭城) 등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의 변성훈 강사가 안내를 맡는다. 두 답사는 모두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운영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 동반도 가능하다. 참가비는 무료다. 각 회차별 정원은 30명이다. 오는 24일 오전 10시부터 박물관 누리집(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다. 박찬식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이번 답사를 통해 탐라순력도 속 역사를 보다 생생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 산간, 중산간, 북부, 남부에 내려진 호우특보가 해제됐다. 제주지방기상청은 22일 아침 7시 동부지역을 제외한 제주에 내려진 호우주의보를 모두 해제한 데 이어 아침 7시 30분 동부지역 특보도 해제했다. 현재 제주에 영향을 주던 비구름대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약한 비가 내리고 있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한라산에는 삼각봉 140㎜, 진달래밭 121㎜, 윗세오름 99.5㎜, 성판악 89㎜ 등 최대 1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한라산 이외 지점도 제주 47.9㎜, 서귀포 26.8㎜, 성산 27.2㎜, 고산 52㎜, 구좌 98㎜, 성산수산 96㎜, 김녕 87.5㎜, 와산 85㎜, 대흘 81.5㎜, 송당 77.5㎜ 등의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기상청은 "비가 내리는 곳에서는 도로가 미끄럽고 가시거리가 급격히 짧아지는 곳이 있겠으며, 특히 산간 도로를 중심으로 매우 짙은 안개가 끼는 곳이 있겠으니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제주 민생토론회에서 논의된 정책들에 대한 후속 조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에 돌입한다고 21일 밝혔다. 도는 민생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22개의 핵심 관리 과제를 선정,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했다. 주요 관리 과제에는 ▲제주신항 개발의 신속 추진 ▲제주 제2공항 건설 ▲제주 상급종합병원 지정 등이 포함됐다. 제주신항 개발은 2019년 이후 답보 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 민생토론회에서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제2공항의 경우, 이번 토론회의 공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대통령이 강력한 추진 의지를 표명하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 두 가지 대규모 인프라 사업은 총사업비만 8조원에 이른다. 특히 제주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대해 대통령은 "임기 내에 반드시 한 곳을 지정하고, 필요한 의료 시설과 장비는 국가가 지원하겠다"고 발언해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관광 분야에서는 제주 제2공항을 중심으로 한 관광형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시범 운영 구역 지정, 크루즈 관광객의 출입국 심사 신속화 등이 과제로 채택됐다. 또 제주 해녀어업 보전과 국립탐라문화유산연구센터 건립도 제주 문화 자원의 관광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선정됐다. 재생에너지 및 신성장 동력 분야에서는 무탄소 대전환,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그린수소 실증 사업 지원,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 수소 생산시설 설치, 전기차 배터리 전주기 체계 구축 등이 선정됐다. 의료 분야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외에도 제주대병원과 서귀포의료원의 기능 보강이 핵심 과제로 포함됐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직접 제안해 대통령의 화답을 받은 '런케이션'도 주요 과제에 포함됐다. 런케이션은 학습(learn)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다른 지역의 대학생들이 제주에서 계절 학기 중 휴식과 학습을 동시에 진행하는 모델이다. 도는 이번 민생토론회를 통해 제주 주요 정책들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인정받고,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교육과 의료 등 정주 여건 개선과 지역 현안의 신속한 해결을 위한 지원이 약속됐다.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 자원과 자연유산 보존의 중요성이 강조됐다고 덧붙였다. 도는 이번 토론회 성과와 후속 조치에 대해 도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모든 과제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오 지사는 이날 주간회의에서 "대통령실이 후속 조치를 직접 챙길 정도로 관심이 크다"며 "핵심 사항을 놓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민생토론회의 성과를 실질적인 정책으로 연결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며 "철저한 준비와 신속한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치계 일각에서는 이번 윤 대통령의 제주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정책들에 대해 "정책이 도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진정한 노력이 없으면 또 다른 '탁상공론'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의회가 제주시의 '오름 불놓기' 행사 폐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도지사의 권한을 넘어선 제주시장의 권한 남용이자 조례 위반"이라는 것이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21일 제주들불축제와 관련한 숙의형 정책 개발 추진 전반에 대해 특정감사를 도 감사위원회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광위는 "제주들불축제 존폐와 관련해 진행된 숙의형 정책 개발 과정에서 제주시장이 권한을 남용하고, 직무상 명령에 불복종하는 등의 문제로 원탁회의 결과가 왜곡돼 들불축제의 주요 콘텐츠가 폐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된 논란은 환경 훼손과 산불 위험을 이유로 축제의 핵심 콘텐츠였던 새별오름에 불을 놓는 '오름 불 놓기' 행사가 폐지된 과정에 대한 감사 요구다. 지난해 10월 원탁회의로 진행된 숙의형 정책 개발 결과에 따르면 187명이 참여한 전자투표에서 50.8%는 오름 불 놓기 행사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41.2%는 폐지해야 한다고 했고, 8%는 유보 의견을 보였다. 이와 함께 시에 제출된 권고안에는 근본적인 변화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담겼다. 문광위는 "제주시는 2024년도 축제를 미개최하고 오름 불 놓기 행사를 폐지하기로 자체 결정하면서 숙의형 정책 개발 결과를 왜곡했다"며 "제주들불축제의 사무 권한이 도지사에게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명백한 권한 남용이자 조례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또 "제주시장은 1억1300만원을 투입한 숙의형 정책 개발 결과를 도지사에게 올해 7월 15일까지 서면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광위는 이날 오후 주민 간담회를 열고, 22일 예정된 제423회 임시회에서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조례안에는 오름 불 놓기 행사의 재현을 포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주시 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제주들불축제를 유지하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당시 강병삼 제주시장은 같은해 10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탄소배출 등 우려가 있는 '오름 불 놓기'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일대에 조성 중인 묘산봉 관광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사업자 측이 일부 부지와 시설 매각 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매각 대금이 인프라 조성에 재투자될 것이라는 사업자 측 입장이지만 이전에 제기된 '공유지 분리매각'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제주도는 최근 '관광개발사업장 개발사업시행 승인(변경) 관련 서류 열람 공고'를 통해 묘산봉 관광단지 조성사업과 관련된 변경계획을 고시했다고 21일 밝혔다. 변경계획에는 콘도, 호텔 등 일부 시설에 대한 처분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대규모 식물원, 야외 정원, 박물관, 공연장 등 관광단지 내 주요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투자 유치 계획도 제시됐다. 사업자인 제이제이한라는 일부 숙박시설을 전문 운영업체에 매각하고, 매각 대금을 다시 관광단지 인프라 조성에 재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480억원을 들여 16만6452㎡ 부지에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식물을 선보일 수 있는 대규모 식물원을 조성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번 매각 계획은 사업자의 공유지 매각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묘산봉 관광단지의 대다수 부지는 과거 북제주군으로부터 평당 2만 9000원에 매입한 공유지로 해당 부지를 매각해 이익을 챙기려는 '먹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는 지난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사업기한을 연장해주며 매각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처분 계획 발표로 논란이 다시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도는 다음달 27일 개발사업심의위원회를 열어 사업자의 변경 계획을 심의할 예정이다. 사업자 측은 해당 계획이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것이라며 매각 대금을 인프라 조성에 재투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도내에서는 공유지에 대한 처분이 결국 행정당국이 땅장사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묘산봉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1997년에 시작됐다. 하지만 재정난과 시행사 변경으로 장기간 지지부진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현재까지 골프장(36홀)과 호텔·콘도(52실) 일부만이 조성된 상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에 5380㎡ 면적의 LPG 충전·저장시설 설치 사업이 추진되자 주민들이 강력반발하고 있다. 사업 진행에 난항이 예상된다. 애월읍 수산리와 장전리 주민 등으로 구성된 LPG 충전·저장시설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21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시가 해당 사업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내린 것을 규탄하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비대위는 "사업 예정 부지 인근은 장전마을 주민들의 영농 활동과 주거 생활권에 속해 있으며 예정지 500m 이내에는 마을 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이 밀집해 있다"며 "1km 내에는 장전초, 어린이집, 음악학원 등 교육시설이 위치해 있는데, 이 시설이 들어서면 주민들의 안전과 생활권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지역이 제주왕벚꽃축제가 열리는 애월읍의 주요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처럼 많은 도민과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에 대규모 LPG 저장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이 시설이 불안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안전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대위는 현재 도내에서 LNG 보급을 위한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가 왜 대규모 LPG 저장시설을 허용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애월읍뿐만 아니라 도내 전역에서 LPG보다 저렴하고 안전한 LNG 보급이 진행되고 있는데 마을 인근에 250톤급 LPG 시설을 설치하려는 행정당국의 결정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 6월 24일 수산리 임시총회에서 주민 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 81표, 찬성 31표로 다수가 해당 시설 설치에 반대했음을 강조하며 "행정당국은 이러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시가 해당 사업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내린 것에 대해서도 비대위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허울뿐인 상생자금이나 안전 대책을 조건으로 내걸고 승인을 결정한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비판했다. 또 "민원조정위원회 회의를 두 번 열었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의 위험성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조건부 허가의 철회를 거듭 촉구한다"며 "주민들의 안전과 생활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산림청이 전국 명품 숲길 5곳을 추천했다. 제주에선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숲길이 포함됐다. 산림청은 21일 올해 가을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오색단풍을 즐길 수 있는 전국의 숨은 명품숲길 5곳을 추천했다. 명품숲길 5곳은 ▲ 경기도 가평군 연인산 명품 계곡길 ▲ 강원도 방태산 아침가리 숲길 ▲ 충남 예산군 백제부흥군길 3코스 ▲ 경남 함양군 상림숲길 ▲ 제주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숲길이다. 제주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숲길은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3㎞ 길이의 숲길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곶자왈 지대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곶자왈은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凹凸)지형이 만들어지면서 나무,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원시림을 이룬 곳을 지칭하는 제주어다. 숲을 뜻하는 제주어 '곳'(곶)과 덤불을 뜻하는 '자왈'을 합쳐 만든 제주 고유어다. 교래 숲길은 화산 폭발로 형성된 독특한 지형을 따라 헝클어진 나무들과 바위들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경관을 제공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자연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휴식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장소로 꼽힌다. 성인 기준 입장료는 1000원이다.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숲길은 제주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명소로 가을철 제주에서 단풍과 더불어 깊어가는 계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이광원 숲길등산레포츠팀장은 "산행하기 좋은 계절을 맞아 이들 명품숲길에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제주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 숲길에서 이색적인 제주만의 자연을 감상하며 가을의 멋진 추억을 만들어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한림항에서 차량이 바다로 추락, 운전자 한 명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 22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밤 9시 10분 제주시 한림항에서 1톤 트럭이 바다로 돌진해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현장에서 80대 남성 운전자를 심정지 상태로 구조해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그 후 제주도내 병원으로 긴급이송했다. 현재 소방당국은 차량에 동승자가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중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휴학을 신청한 제주대 의대생들이 납부한 등록금이 5억7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이들이 유급될 경우 납부한 등록금은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서대문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1, 2학기 동안 서울대를 제외한 9개 국립대 의대에서 휴학을 신청한 학생들이 납부한 전체 등록금은 147억 5700만원에 이른다. 이 중 제주대 의대생들이 납부한 등록금은 1학기 기준 5억 7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제주대는 교육부의 동맹 휴학 불허 방침에 따라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을 보류 중인 상태다. 이에 따라 의대생들이 유급될 경우, 등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학생들에게 큰 금전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주대뿐만 아니라 다른 국립대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전국적으로 의대생들이 낸 등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경우 정부와 학교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유급이 현실화될 경우 등록금 반환 문제로 대규모 소송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교육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제주대 관계자는 "정부와 의대생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대를 비롯한 각 의대는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도내 착한가격업소에게 공공요금을 지원한다. 제주도는 도내 착한가격업소 310곳에 대해 연간 최대 100만원까지 전기 및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을 지원한다고 21일 밝혔다. 도는 상·하반기 각각 최대 50만원을 지원한다. 지난 7월부터 지난달까지의 전기, 가스요금 고지서나 영수증을 제출하면 된다. 다음달 내로 지급된다. 특히 올해 여름은 역대급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이 필수적이었던 만큼 이번 지원이 업소 운영에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서 도는 상반기에도 착한가격업소를 대상으로 최대 50만원의 공공요금을 지원한 바 있다. 이번 하반기에도 동일한 조건으로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도는 공공요금 지원 외에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업소당 매월 상수도 사용료 감면(월 최대 7만 6600원, 55톤까지 감면), 배달업 등록 업체 대상 배달용기 지원, 탐나는전 적립(15%) 지원, 위생 방역 지원 등이다. 이와 함께 도청의 누리집,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착한가격업소 홍보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한편, 도는 올해 상반기 62개 업소를 신규 선정했다. 하반기에도 오는 25일까지 신규 업소를 모집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착한가격업소 선정 기준에서 가격 분야의 배점을 기존 30점에서 50점으로 상향 조정해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방부의 무상사용 약속에도 불구하고 예산 문제로 표류 중인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사업에 종합사격장 건립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비행장과 제주4·3 관련 유적 등이 남아있는 알뜨르비행장 부지에 체육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역사적 상징성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8일 제주도에 따르면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비행장 일대 69만㎡ 부지에 추진 중인 제주평화대공원에 종합사격장과 전지훈련장 등 스포츠타운 건설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평화대공원은 일제강점기 당시 제주도민이 강제로 동원된 중일 전쟁과 태평양 전쟁의 역사를 담은 장소로 평화의 광장, 전시관, 추모관 등을 건립하는 사업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최근 오영훈 제주지사가 평화대공원 부지에 종합사격장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공식화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 지사는 지난 12일 창원국제사격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평화대공원 부지를 활용해 10m, 25m, 50m 경기가 가능한 종합사격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이 논의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국비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도 "88서울올림픽처럼 스포츠와 평화, 화합의 의미를 담아 평화대공원에 종합사격장을 건립할 계획"이라며 "국비 지원 확보를 위해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평화대공원 조성 사업에 체육시설이 포함되자 사업의 성격이 기존과는 다소 달라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봉수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평화대공원은 역사와 평화를 기념하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하며 경제적 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알뜨르비행장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주민들의 농지를 강제로 수용해 만든 비행장으로 1937년 중일 전쟁 당시 일본 해군의 난징 폭격 발진기지로 사용됐다. 태평양 전쟁 말기에는 일본 본토 방어를 위한 결호작전의 일환으로 제주도를 군사 요새화하면서 알뜨르비행장에 해군 비행대의 지휘소와 통신시설을 갖춘 지하벙커가 조성됐다. 이 비행장은 패망 직전인 1945년까지 일본군이 사용했다. 제주4·3 사건 당시 학살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현재 알뜨르비행장의 일부 격납고와 동굴진지는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도는 이 일대에 평화대공원을 조성해 역사적 의미를 기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강 교수는 "제주평화대공원은 역사적 교육의 장으로 본래 목적을 잃지 않아야 하며 제주4·3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 모임 '송악산·알뜨르사람들'을 구성해 평화대공원의 바람직한 조성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도는 평화대공원 부지와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마라해양도립공원 공원계획 변경 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역 결과에 따라 평화대공원과의 연계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 태평양 결7호 작전= 1944년 7월, 사이판이 함락되자 일본 본토가 적의 공습 가시권에 들어가면서 미군의 본토 상륙에 대한 대응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일제는 미군의 상륙 방향을 두 경로로 예측했다. 하나는 사이판과 괌에서 일본 동남부의 오가사와라 제도를 거쳐 태평양을 거슬러 도쿄를 직접 타격하는 경로였다. 또 하나는 필리핀에서 오키나와 열도를 거쳐 서남부 규슈로 상륙하는 루트였다. 규슈 경로가 채택될 경우, 미군은 제주도를 점령한 후 여기에 베이스캠프를 꾸리고 일본 본토를 공격할 가능성이 컸다. 이는 규슈 상륙작전과 일제 최정예 부대인 관동군의 본토 합류를 차단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릴 수 있었다. 1945년 2월 9일, 일제의 방위총사령관은 각 방면군 사령관에게 비밀 작전 명령을 내린다. 이른바 암호명 「결호(決號)작전」이었다. 이름에서부터 결연한 의지가 풍기는 이 작전 중 결1호에서 결6호까지는 모두 일본 영토이고, 제주도만 유일하게 일본 영토 외 지역이었다. 제58군 7만4781명의 병력을 배치하는 '결7호'(決七號)라는 작전명으로 제주도 전 지역을 요새화하는데 사활을 걸었다. 현재는 유명 관광지가 된 성산일출봉을 비롯해 송악산, 서우봉, 삼매봉, 수월봉, 추자도를 비롯한 주요 해안 거점에 동굴진지를 구축했다. 미군 상륙 함정을 공격할 해군 특공대의 소형 함정과 어뢰 등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일본군은 또 제주도 내륙지역 오름에는 복곽진지, 주저항진지, 전진거점, 위장진지 등으로 전술 용도를 구분해 포병기지, 보병기지, 지원부대와 관측소용 동굴진지, 고사포 진지를 구축했다.
산림청·농림부·국가유산청·제주도가 한라산 보전·복원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산림청은 지난 19일 제주도 소통협력센터에서 농림축산식품부, 국가유산청,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와 '한라산 등 세계자연유산 보전·복원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산림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자원 보전·복원 및 산림재난관리를, 농림축산식품부는 세계농업유산과 국가농업유산의 보전관리를 각각 추진한다. 국가유산청은 자연유산 지정구역 보존관리 및 관리협약 사업을, 제주도 세계자연유산본부는 세계유산의 보전관리 및 부처 간 협업을 맡아 수행한다. 산림청은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세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구상나무와 눈향나무, 주목 등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의 보전·복원사업 추진에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최영태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은 물론 제주지역 산림복원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예정"이라며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세계자연유산 보전과 지역상생을 위해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의회에서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 계획의 정교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한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일도1·이도1·건입동)은 제432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행원 3.3㎿ 수소생산 실증사업과 관련한 출자 동의안 논의 중 기존 수전해 방식의 그린수소 실증사업의 고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시설 지원 계획이 자칫 정책적 역량 분산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 계획의 정교화를 촉구했다. 한 의원은 지난 15일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탄소없는 에너지 선도도시 제주' 육성 방안이 기존 수전해 방식의 그린수소 생산에서 바이오가스 기반 그린수소 생산으로 정책이 추가된 점을 지적했다. 그는 태양광·풍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이용한 기존 방식의 그린수소 실증사업이 이미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바이오가스 기반 그린수소 생산 계획이 기술·정책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도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활용한 3.3㎿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사업의 경제성과 기술적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한 결과 보고서가 작성 중이다. 그러나 이번 민생토론회에서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바이오가스 기반 그린수소 생산시설 지원 계획이 발표되면서 기존 사업과의 조율과 정책적 일관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한 의원의 주장이다. 한 의원은 "태양광·풍력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전해 방식의 그린수소 실증사업은 제주를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로 구축하기 위한 핵심 전략사업으로 이에 대한 고도화와 집중적인 정책적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새로운 그린수소 생산 방식의 도입이 기존 수전해 방식과 혼재될 경우, 정책적 혼선이 생길 수 있음을 우려했다. 한 의원은 또 현재 태양광·풍력 발전 신규허가가 잠정 중단된 상태에서 정부의 전력계통 보강 계획이 민생토론회에서 논의되지 않은 점에 대한 아쉬움을 표명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발전과 수소 생산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적, 재정적 집중이 필요하며 제주도민과 의회가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가스 활용 그린수소 생산은 중요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업과의 조화로운 발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한 의원은 "제주가 진정한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바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췄다. 미국이 지난 9월 금리를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는 등의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한국도 늦게나마 합류할 수 있어 다행이다.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필요한데 한은은 치솟는 수도권 아파트값과 급증하는 가계부채 때문에 주저했다. 그러다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 빚 증가와 집값 급등세가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자 마침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장기화한 고금리와 고물가 속 부진의 늪에 빠진 내수가 회복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됐다. 그렇다고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금방 내수가 살아나기는 어려운 구조다. 기준금리가 인하됐으니 기업과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당장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긴 어려워 보인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그동안 예금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는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올려왔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집값 상승을 막아야 한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하지만 오름세는 여전하다. 지난해 서울
영화 ‘돈 룩 업’ 속 재시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의 무지, 무능, 무도한 리더십 아래에서 미국은 거대 혜성 ‘디비아스키’에 속절없이 얻어맞고 종말을 고한다. 애덤 매케이 감독이 보여주는 올린 대통령의 막장 리더십을 지켜보노라면 한가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영화 ‘돈 룩 업’에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대통령이 등장한다. 아무리 영화라고 하지만 세계 패권국이자 민주주의의 요람 또는 보루라는 미국에서 과연 저런 막장 대통령이 선출된다는 게 ‘개연성’이 있을까란 의문이 든다. 영화의 현실적 개연성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관객들은 외면하기 마련인데, 전세계 많은 관객이 돈 룩 업을 진지하게 관람하고 많은 부분 공감한 것을 보면 ‘막장 리더십’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좀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였던 아이작 뉴턴이 남긴 명언이다. 대개의 명언들이 ‘권고’나 ‘명령’으로 돼 있어서인지 뉴턴의 말도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왜 그러실까? 최근 들어 어머니께서 자주 밥을 달라신다. ‘어떠난산디(왜 그런지) 배고프다게!, 무사 영(왜 이렇게) 배고픈고 이? 얼언 박박 털어점져(추워서 덜덜 떨린다). 아무거라도 또똣헌 물에 홑썰 몰앙 도라게(따뜻한 물에 조금 말아서 달라)’라는 어머니가 내 가슴 속을 휘적이며 저민다. 요즘 세상에 배고프다니.... 삶에 허기가 스민다는 건, 그만큼 외롭다는 뜻이 아닐까? 오늘 아침에도 ‘배가 고프다’시는 어머니에게 밥을 두 번 차려드렸다. 먹고 나서 돌아서면 다시 허기가 지는 건 치매의 일종이다. 우리 할머니도 왕할머니도 ‘밥을 안 준다’, ‘배가 고프다’며 아버지의 울분을 자극하신 적이 있다. 배고픔은 일제시대와 4·3, 6·25, 보릿고개 등을 겪은 세대에겐 설움이고 슬픔이며 고통이고 아픔이 아닌가. 처음에는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하시던 아버지도 나중에는 치매임을 알게 되셨지만, ‘배가 고프다’는 치매는 그만큼 슬프고도 가슴아픈 말이리라. 지난 주말에는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온 나라를 기쁨으로 들뜨게 하였다. 무엇보다도 대표작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제주도의 4·3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더 기쁘고 감사했다. 일전에 한 번 읽고서 다
세계는 지금 첨단 전략산업 패권전쟁 중이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산업 등에 국가가 나서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한다. 동시에 법적 제도적으로 국가간 기술 이전과 교역도 규제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경쟁적으로 나서는 첨단산업 국가대항전에서 한국 정부는 보이지 않고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주요국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한국의 보조금은 ‘0원’이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제조기업에 총 527억 달러를 지급하는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을 2022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이기 위해 2023년부터 대표 기업 SMIC에 2억7000만 달러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일본도 연합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 설립에 63억 달러 보조금을 투입했다. 이차전지 산업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기업이 없는 미국은 부품의 50% 이상을 북미지역에서 생산ㆍ조립한 경우 보조금을 지급(인플레이션감축법ㆍIRA)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에 지난해 8억 달러 넘게 지원했다. 일본도 도요타 등 완성차ㆍ부품 업체에 3500억엔 보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사이 정부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사기(史記)』는 중국 고대 왕국으로부터 전한(前漢) 시기까지 중국 1000년 역사를 다룬 책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기술했다. 총 130권 52만6500자에 이른다. 방대한 분량도 그렇지만 『사기』가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역사서의 귀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 마지막 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정치 지도자의 통치 형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눈다. “고선자인지(故善者因之), 기차이도지(其次利道之), 기차교회지(其次敎誨之), 기차정제지(其次整齊之),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 풀이하면 이렇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순리(順理)의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다. 그 다음은 백성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을 단속하여 가지런히 하는 정치다.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더불어 다투는 것이다." 백성을 이해시키고, 스스로 따르게 할 일을 놓아두고, 오히려 백성과 갈등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 행태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자신이 없나? 무에 두려울 게 있다고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가? 이게 우리 존립의 근거인지 도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승리, 민선 1기 제주도지사에 오른 신구범 도정의 출발은 이 슬로건 하나로 함축됐다. ‘경쟁과 자존, 그리고 번영’이란 ‘서브 타이틀’이 붙은 그 슬로건이 던진 화두는 사실 위력적이었다. ‘변방사고’에 머물렀던 제주인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고취했다. 게다가 그 시절 등장한 다른 민선 지방정부가 내세우는 ‘늘푸른~’·‘맑고 아름다운~’·‘행복한 ○○ 건설’ 등의 천편일률적인 구호와는 아예 수준을 달리했다. 관선 지사를 거쳐 53세의 나이에 민선 1기 제주도백으로 오른 신 전 지사의 발상과 구상은 사실 그 시절엔 획기적이었다. 삼다수란 브랜드로 먹는샘물 국내시장에 진출해 현재까지 부동의 1위 상품으로 키워냈고, 지금으로선 금자탑으로 불리는 제주국제컨벤선센터를 만들어냈다. 제주만의 대표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로 기획된 ‘세계섬문화축제’ 역시 신구범 지사시절 작품이다. 제주도가 매해 1천억원에 가까운 로또복권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관광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의 지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8년 민선 2기 제주지사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자 슬로건은 바뀌었다. ‘
3. 중산간이라는 말의 기원 ‘산간(山間)지대’라는 말은 『삼국사기(三國史記,1145(인종 23년)』 「고구려본기」에 보이고, ‘산간(山間)’은 중국 당나라 정사(正史)인 『구당서(舊唐書, A.D.940)』에도 나오는 매우 오래된 용어이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높아 수려한 지역이어서 산지(山地)가 발달해 있어서 페르낭 브로델(P.Braudel)의 말마따나 “산지의 사람들은 넓고 소통이 힘든 공간 속에 파묻혀 있어 대개 경작이 불가능하든지 혹은 아주 힘들어서 문명의 재건에 필요한 접촉과 교환이 어렵다”라고 했다. 그런 곳에서는 삶에 필요한 핵심 물품들을 모두 자체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와 문명, 경제는 모두 후진성과 빈곤함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산지(山地)는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한라산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지만 산지의 규모가 크지 않고, 사면이 바다인 관계로 해안마을이 발달하였으며, 그 한라산과 해안 사이에 초지(草地)와 곶(藪: 2000년대 이후 곶자왈이라는 신생어로 사용)이 형성돼 있어서 고려시대 몽골점령기에는 목장을 동·서 아막의 행정에 의해 운영되었고, 조선시대에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삼읍으 10소장 체계로 나누어서 목장지로 활용되었다. 과거 제주도 ‘준(準)산간지대’라고 할 수 있는 웃뜨르에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이 대륙침략을 위해 1937년부터 축산개발사업을 실시하여 중산간 일대에 100여 개소의 공동목장을 설치한 바 있다(강경선;1998).' 당시 일본제국주의는 비단 말과 소만이 아니라 돼지·닭·양 등 전쟁에 필요한 식량 군수자원이면 모두 규모를 파악하고 장려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중산간 지역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도 않으며, 대개 관행적으로 ‘평야를 제외한 산간지역’ 또는 ‘평야와 산간의 중간지역’ 등으로 혼동돼 사용되는 정도이다. 일본은 중산간 지역에 대한 견해를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산간 지역이라는 용어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사용돼 왔다는 것으로, 본래는 산촌지역과 평지지역의 중간에 위치하는 지역이라는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중산간을 도시근교 및 평지지역을 제외한 중간·산간 공간으로 경지가 소규모이고, 자급자족적이며 복합적 농림업 생산을 주체로 하면서 저밀도 경제활동이 전개되는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또 다른 견해로는 중산간 지역이라는 개념이 극히 최근에 만들어진 용어라는 주장이 있으나, 이미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 제주에서 중산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일본에서도 오래 전에 사용된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장우환;1997). 제주의 풍수적 전통에서는 중산간이라는 지리적 개념이 없었으며, 해안마을을 알뜨르, 산간마을을 웃뜨르로 뭉뚱그려서 불렀다. 동서남북 방위를 중심으로 우(上)알(下), 왼쪽(左), 노든쪽(右)으로 설명을 했지, 중앙은 우주, 왕이라는 중심이라고 해서 지존이기 때문에 중(中)이라는 말을 조심했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산이 많은 지대를 ‘산지(山地)’라 하고, 산골짜기 지역·산골을 말하는 ‘산간(山間)’이라고 하여 매우 오래 전부터 그렇게 불러왔다. 지리적인 의미에서 중산간(中山間)이라면 ‘산간지역의 가운데’라는 말인데 그 기준에 대한 설정이 애매하기 때문에 이 중산간을 설명하려면 그 용어가 성립되기 이전 그 용어가 사용된 변화들을 추적해봐야 할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여러 문헌들을 살펴보게 되면, 어떻게 개념이 형성되었는지 그것의 흐름이 명확하게 다가온다. 단언하면, 중산간이라는 지리적 구분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말이다. 일제는 아시아 대륙의 전진기지로써 제주도를 이용했는데 그 때 한반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토대를 크게 변질시켰다. 일제에게 제주도는 오로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일본의 환상적인 식민지 건설을 위한 군수기지에 불과했고, 제주도의 토지·산림정책을 통해 전쟁 물자 조달을 활성화하기 위한 수탈지로써 생산지를 구분하는 개념으로 중산간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중산간이라는 말이 탄생하기까지 일제 식민지 제주도를 방문한 총독부 촉탁, 일본 기자 등 일본인 학자들의 저서를 보면 그 용어의 맥락을 쉽게 읽을 수가 있다. 1905년에 발행된 『조선(朝鮮)의 보고(寶庫) 제주도(濟州島) 안내(案內)』에서는 대체로 제주도를 탐색하는 관찰자 시점에서 일제식민지 경영의 이로운 점을 파악하고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데, 일제강점 이전의 시기에 제주도를 샅샅이 파악하여 분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여기에 보면 '본도에 있어서 농민이란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벽지에 살고 있으며, 연안의 주민은 반농반어(半農半漁)의 모습이다'라고 하여, 제주도 구역을 산간과 연안으로 나누고 있다. 일본은 1905년까지만 해도 관찰자 시점으로 우리나라의 지리 개념을 사용하여 말하고 있다. 1923년에 발행된 『남국(南國)의 보고(寶庫) 제주도(濟州島)』에서는 '산간부락 쪽은 땅이 척박하다는 것과 음료수 때문에 인구가 적으며, 신탄업(薪炭業, 땔감과 숯굽기)이나 목축업을 겸하고 있다'라고 하여 1923년까지만 해도 여전히 ‘산간’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일본에서 천민들이 사는 마을을 비하해서 부르는 ‘부락’이라는 개념을 그대로 우리에게도 적용하고 있다. 1928년 『제주도 개세(濟州島ノ槪勢)』에서는 농기(農期)와 관련하여 제주도의 지리 구분을 3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산간지대, 중간지대, 해안지대이다. 산간지대는 삼림지대 아래에 위치하며 농경지로서는 가장 높은 지대로 해발 3000척(尺) 내외이고, 산간지대와 해안지대 중간에 위치하는 지대를 중간지대라고 하였고, 온난한 지대로 겨울에도 강설(降雪)이 없는 곳을 해안지대라 하고 있다. 여기에서 산간지대와 해안지대 사이를 ‘중간지대’로 설정하고 있는데 한 개념이 새롭게 도입되면서 중간지대가 설정되고 있다. 1929년 조선총독부 촉탁 젠쇼 에이스케(善生永助)의 『제주도생활상태조사(濟州島生活狀態調査)』에는 농업 토지의 이용을 분류하면서 화전지대의 항목에서 중산간지대 및 중간지대라는 말이 섞여서 나온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삼림지대, 산간지대, 중간지대, 해안지대라는 틀에서 토지의 성격을 신·구(新舊)로 구분하고 있다. 이때부터 중산간지대라는 말이 처음 나온다. 舊 분류 新 분류 해발 삼림지대 삼림지대 600m 이상 삼림 화전(火田)지대 중산간지대, 산간지대 300m 이상 농지 목장지대 중간지대 200m 이상 농지 경작지대 해안지대 200m 이하 농지 1930~38년까지 여덟 번의 제주도 답사와 200일 이상의 제주도 현지 연구로 8년 만에 발간된 마수다 이치지의 『제주도(濟州島)의 지리학적(地理學的) 연구(硏究)』에서도 토지이용상의 지대를 3개 지대 즉, 산간지대, 중간지대, 해안지대라는 개념으로 나누고 있는데 이 지대들이 취락지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1939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제주도세요람(濟州島勢要覽)』에서는 경작지대별 분류나 경지(耕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산간지대, 중간지대, 해안지대로 구분하고 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3개 혹은 4개의 구역으로 상정하고 해발 고도의 높이로 토지이용을 위해 산간지대와 해안지대 사이를 중간지대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띤다. 일제는 태평양 전쟁을 준비하는 방어기지 건설의 맥락에서 전략적으로 구상한 것으로 보이는 분류 방식이다. 같은 맥락에서 제주도 농가 분류 방법을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제주도편(朝鮮半島)의 農法과 農民-濟州島篇)』 에서는 산지부(山地部), 평야부(平野部), 해안부(海岸部)로 나누고 있다. 1935년~1965년 30년에 걸친 제주도에 관한 보고서인 이즈미 세이치(泉靖一)의 『제주도(濟州島)』에서는 자연촌의 독립적인 공동체의 예외로서 ‘중산간(中山間)’이라는 말이 1929년 젠쇼 에이스케(善生永助)가 주장한 이후 다시 등장하고 있다. 또 1942년 7월에 발행된 『문화조선(文化朝鮮)』에 실린 특파기자(特派記者) 미즈시마 유즈루(永島 謙)의 「제주도 일주(濟州島 一周)」라는 글에도 또 다시 ‘중산간지대’라는 말이 등장하고 있다. 기사에 “얼마 없어 아라리(我羅里)라는 중산간지대의 고풍(古風)의 부락에 들어선다”라는 말에서 보듯, 중산간이라는 개념이 일제강점기인 1929·1935·1942년에 점차 성립되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대체로 제주도를 산간지대, 중간지대라고 구분하고는 산간과 해안 사이의 지대를 중간지대로 설정했으나 1929년에 중산간이라는 말이 처음 나오면서 점점 그 용어가 확산되었던 것이다. 발행연도 지리적 용어 출전 저자 1905 산간벽지, 연안 『조선(朝鮮)의 보고(寶庫) 제주도(濟州島) 안내(案內)』 아오야기 츠나타로오(靑柳網太郞) 1923 산간부락 『남국(南國)의 보고(寶庫) 제주도(濟州島)』 朝鮮總督府 全羅南道濟州島廳 1928 산간지대, 중간지대, 해안지대 『제주도 개세(濟州島ノ槪勢)』 朝鮮總督府 全羅南道濟州島廳(추정) 1929 산간지대, 중산간지대, 중간지대 『제주도생활상태조사(濟州島生活狀態調査)』 젠쇼 에이스케(善生永助) 1930~38 산간지대,중간지대,해안지대 『제주도(濟州島)의 지리학적(地理學的) 연구(硏究)』 마수다 이치지 1935 산간지대 중간지대 해안지방 「제주도(濟州島)의 사람과 마을」 미즈키 도라오(水城寅雄) 1939 산간지대,중간지대,해안지대 『제주도세요람(濟州島勢要覽)』 朝鮮總督府 全羅南道濟州島廳 1935~65 중산간지대 『제주도(濟州島)』 이즈미 세이치(泉 靖一) 1939 산지부, 평야부, 해안부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제주도편(朝鮮半島)의 農法과 農民-濟州島篇)』 다카하시 노로루(高橋 昇) 1942 중산간지대 『문화조선(文化朝鮮)』「제주도 일주(濟州島 一周)」 미즈시마 유즈르(水島 謙) 4. 해방 이후 중산간이라는 용어 해방 이후에 ‘중산간지대’라는 말이 언급된 사례를 들면 1949년 4·3과 관련한 것이 있다. <평화일보> 1949년 6월 2일자 「제주 4·3사건의 1년간 진상과 진압소탕전의 경과」라는 글에서, '…… 제2차 중산간지대 총공격 1월 6일 새벽부터 맹공격이 개시되었다'라고 하면서 중산간지대라는 말이 나온다. 또 1965년 발행된 우락기(禹樂基)의 『제주도-대한지지1(濟州道-大韓地誌1)』에 '본도의 종합개발안의 당면과제로서 중산간 부락 150개리를 이어주는 중산간 일주도로의 준공……'이라고 개발 계획을 소개하며 ‘중산간 부락’, ‘중산간 일주’라는 말이 등장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중산간과 부락이라는 개념은 해방 후에 4·3 사건 때 한라산 무장대 토벌시기와 이후 제주도종합개발계획과 함께 등장하면서 오늘날은 웃뜨르 마을들이 어느새 ‘중산간 마을’로 통용되었다. 언어는 행정적인 제도나 정책에 의해서 장려되거나 공익적인 실용성에 따라 편의상 유포되거나 사용된다. 이후 제주도종합개발과 관련한 정책적인 사업에 힘입어 웃뜨르라는 말보다는 중산간이라는 말이 자주 불리게 되었다. 지금은 중산간 마을이라는 말이 보편화되었다. 아름다운 우리의 웃뜨르라는 말이 어느새 역사 속으로 사장(死藏)돼 버렸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참고문헌> 高昌錫 譯解, 「孝烈錄」, 『鄕土文化敎育資料集』, 제주교육박물관, 2011. 고창석·김상옥 역, 『濟州啓錄』, 제주발전연구원, 2012. 김종철, 『오름 나그네3』, 1995. 김현영, 『조선시대의 양반과 양반사회』, 集文堂, 1999. 박병호, 『韓國法制史攷 : 近世의 法과 社會』, 법문사, 1974. 신영대, 『제주의 오름과 풍수』, 백산출판사, 2009. 오성찬 외, 『제주의 마을⑬저지리』, 반석, 1991. 저지리향토사편찬위원회, 『저지리 향토지』, 2021. 정구복, 『古文書와 兩班社會』, 일조각, 2002. 제주도, 『濟州先賢誌』, 1988.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국문학보』 제15집, 1990. 한글학회, 『한국지명총람』16. 제주편 IV.1984.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고광표 작가의 '돌하르방이 전하는 말'은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문화의 대표인 돌하르방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석상 '돌하르방'을 통해 '오늘 하루의 단상(斷想)'을 전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기를 원합니다. 매주 1~2회에 걸쳐 얼굴을 달리하는 돌하르방은 무슨 말을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어느제 오쿠과?" (언제 오시겠습니까?) “When would you like to come?” ☞ 고광표는? = 제주제일고,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대학원과 이탈리아 플로렌스(Pre-Arch)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각, 공공시설디자인,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며 예술가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에 익숙한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Shame and Guilt’ 등 현 시대적인 사회의 표현과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1. 토포필리아 우리는 가장 작은 단위로 집에 살고 있지만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 집은 장소이기에 편안하고, 마을은 보다 넓은 공간이기에 여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지리학자 이-푸 투안(段義孚, Yi Fu Tuan)은 ‘장소는 안전을 상징하고, 마을은 자유를 상징한다’라고 말한다. 사람이 사는 곳인 집(home)이라는 이름을 가진 각각의 공간이 다른 여러 집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마을을 이루는 것이고, 그 마을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끼치게 함으로써 그곳의 특별한 장소감(sense of place)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장소감이란 한 개인이, 자신이 자란 고향, 곧 그 장소를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을 감성의 근원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객지에서 내가 태어난 고향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바로 내가 자란 마을이 주었던 편안함과 자유를 누렸던 만족감에 대한 투사(投射)라고나 할까. 삶의 안정적인 발판이 되는 것으로 제일 우선인 것이 바로 집이며,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서 집을 이루어 사는 공동체 마을, 즉 고향이라는 이유가 그 삶의 자유를 위한 시작이 되는 것이다. 고향은 애틋한 경험과 친밀한 장소이자 애착이 가는 친밀한 공간으로 이푸 투 안은 ‘토포필리아(Topophilia)’라는 독특한 개념을 만들기도 했다. ‘토포필리아(Topophilia)’ 는 그리스어 ‘장소, 땅’을 의미하는 토포스(topos)와 ‘애착, 사랑’을 의미하는 필리아(philia)를 합성하여 ‘장소에 대한 사랑’을 새롭게 개념화했다. 우리는 시간의 그물을 벗어나지 못한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하게 만드는 원인이며 시간 앞에서는 그 무엇도 견딜 재간이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더욱 더 영속성을 꿈꾸면서 힘닿는데 까지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어떤 문명도 퇴락(頹落)하지 않는 것이 없고, 거기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 또한 언젠가는 떠나지 않고 머물 수가 없다. 마치 일월(日月)이나 조석(朝夕)의 작용처럼 우리가 가면 후대가 오고 그들이 다시 우리가 남긴 문명의 바톤을 받고 이끌어 간다. 한 시대의 주인이었던 우리의 시대는 계절의 바람처럼 바뀌면서 시간은 계속 사람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대로 그러하게(自然)’ 한다. 이것이 자연의 본 모습으로. ‘자연(自然)’의 ‘자(自)’ 라는 글자에서 보듯이 ‘스스로’, ‘저절로’라는 두 가지의 뜻이 있는 것처럼 ‘원자(原自), 본자(本自)와 같이 본래(本來), 원래(原來), 우주는 자연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자연은 본래 변화하는 것이 그 속성이라고나 할까.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서 기원(起源)을 중시 여긴다. 아마도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 때문에 내 고향은 어떻게 이루어진 곳이고, 그 뿌리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마르크 블로크(Marc Bloch, 1886~1944)는, 기원(起源)을 두 가지로 말하고 있는데 ‘시작’과 ‘원인’이라는 의미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시작의 의미로 볼 때 기원은 역사적인 사실로써 출발점이라는 말이 되나 ‘출발점을 어떻게 잡느냐’라는 개념 자체의 파악이 특히 힘들고, 또 기원을 ‘원인’으로 본다고 해도 자연과학과는 달리 인문과학에서는 본질상 그 원인을 탐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기원이라는 것이 ‘원인・이유를 설명하는 ’발단’ 혹은 ‘설명하기에 충분한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그 역사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설촌에 대한 탐구는 필요하다. “누구에 의해서 시작되었는가?” 2. 중산간 마을의 성격 용어도 시대의 산물이어서 시대가 만들어 낸다. 용어의 탄생은 전통어(傳統語) 바탕 위에 새롭게 신조어(新造語)가 나오고 필요에 따라 합성어(合成語)와 외래어까지 덧붙여진다. 언어의 탄생은 변화이자 새로움 자체이다. '중산간'이라는 용어는 근대적 개념어이다. 중산간은 곶자왈(곶+자왈)과 마찬가지로 알뜨르와 웃뜨르 사이, 즉 산간지대와 해안지대 사이의 지역을 가운데(中)로 설정하여 중(中)+산간(山間)을 구성해서 만든 합성어인데 옛날에는 없었지만 식민지 정책의 필요에 따라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용어이다. 저지리는 웃뜨르였다. 웃뜨르라는 의미가 산간마을, 외진 마을의 다른 의미였다. 이제는 중산간 마을로 불리면서 어느새 웃뜨르라는 말은 퇴화돼 버렸다. 중산간 마을 저지리(楮旨里)는 ‘저지리’라는 말의 어감에 비해서 해발 고도의 위치가 비교적 높은 곳에 자리한 마을인데 바로 한라산의 장엄한 산세가 지붕처럼 다가오는 한라산 서쪽 마당에 해당한다. 저지리는 동경 126도 20분, 저지리를 누구나 중산간 마을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저지리를 제주도 서북부지역 제주시 한경면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로 생각한다. 사실 저지리만이 아니라 소위 알뜨르에 대비되는 웃뜨르 마을들을 대개 중산간 마을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추세다. 또 서뜨르라는 지리적 개념도 있다. 서뜨르인 애월, 곽지지역에서는 서뜨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웃뜨르라는 말을 쓴다. 이 의미로 봐서는 남서쪽 대정지역에서는 알뜨르에 대비되는 지리 개념으로 웃뜨르라 하고 있고, 제주도 서쪽 애월, 곽지지역에서는 서뜨르에 대비되는 중산간 지대를 웃뜨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중산간이라는 말을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현재 저지리는 한림리에서 남동쪽으로 16km, 한경면 신창리에서 동쪽으로 8km에 이르는 곳에 있다. 저지리에서 남쪽 모슬포까지는 14.5km, 저지리에서 제주시까지는 약 38.5km이다. 과거 대표적인 중산간 마을 저지리는 제주도에서 가장 물이 귀하고 변화가 더딘 곳이라는 평을 받았던 곳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어느 마을보다도 이주 인구가 늘고 있는 가장 변화가 빠른 지역 1순위 마을로 탈바꿈 했다. 한경면 저지리(楮旨里;堂旨)는 해발고도가 130~140m 정도로, 이웃 마을 조수리(造水里;造乎勿, 해발 60~70m)와 그 높이가 두 배 차이가 나고 한경면에서는 한라산 방향 안쪽에 있는 제일 높은 지역이다. 제주도 서북부 지역 마을의 해발고도를 보면, 애월읍의 유수암리(流水巖;今勿德)가 해발 210~250m, 광령2리(有信洞)가 해발 200~220m, 어음2리(於音非) 해발 190~210m, 광령1리(光令)가 해발 150~180m, 해안동(海安, 伊生里)이 해발 190~210m이고, 한림읍 상명리(上明, 牛屯)가 해발 140~150m로 다음을 차지한다. 1997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발행한 『제주도 중산간지역 종합조사』 에 따르면, 해발고도를 이용한 제주도 마을 설정을 0~200m 이하를 해안 마을로, 200m~600m 사이를 중산간 마을, 600m 이상을 산간마을로 구분하였다. 하지만 지리적 구분에도 시간의 역사가 있어서 시대에 따라 다르게 구분돼야 하는데 이 구분대로라면 현재의 많은 제주도 전통마을들이 중산간 마을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 구분은 20세기 이후 새로운 도로망의 개설로 인해 달라진 산업시대의 구분이기 때문에 그 이전 조선시대에 성립된 마을 설촌의 과거 토대와는 한참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제주의 전통 자연마을의 분류는 15~20세기 초까지, 그리고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의 마을의 상황을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산간마을을 웃뜨르, 해안마을을 알뜨르, 혹은 서부 해안 마을을 서뜨르, 그 마을 위 한라산 방향을 웃뜨르라고 불렀던 옛제주인들의 지리적 구분과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산간마을과 해안마을의 중간 마을로써 중산간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성립됐는지 그 역사적 경험을 알아야 제주도 전통마을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있다. 현용준은 중산간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현용준은 중산간의 해발고도, 과거 도로망, 해안 어로활동과 용천수 의존도, 농경지 확보와 화전경작의 차이를 전제로 하여, 해발 100m 미만을 해안마을, 100m 이상~300m 이하를 중산간 마을, 300m 이상을 산간마을로 구분하였다. 현용준의 이 구분을 적용하면, 많은 전통마을들이 해발 100m~300m이기 때문에 오늘날의 중산간 개념의 역사적인 경로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17살 때, 무칠은 걸식하며 돌아다니다 관도(館陶)현 설점(薛店)촌에 이르렀다. 장(張)씨 성을 가진 거인의 집에서 더부살이하며 연 6000문(文)을 받는 고용인이 됐다. 3년을 쉬지 않고 일하다가 예전에 자신을 길러준 백모가 병이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임금을 수령해 돌아가 효도하려 했다. 그런데 어찌 생각이나 했을까, 장 거인은 무칠이 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이용하여 가짜 장부를 들이밀며 다그쳤다. “네 임금은 일찍이 모두 지급하였다. 이게 네 장부이지 않느냐?” 고의로 트집 잡고 있다고 모함하고 하인을 시켜 길거리로 끌고 가 온몸이 멍들도록 타작하도록 했다. 나중에 무칠은 또 수재의 집에서 고용인이 되었다. 어느 날, 그의 누나가 인편에 돈과 편지를 보내왔는데 때마침 무칠이 부재중이라 수재가 대신 받았다. 무칠이 돌아오자 수재가 대신 편지를 읽어주었다. 그가 글을 모른다는 것을 이용해 돈을 보낸다는 말은 빼버렸다. 다른 소식만 알려주고 돈을 몰래 삼켜버렸다. 나중에 누나가 다시 사람을 보내 돈을 받았느냐고 물었을 때에야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재를 찾아가 사실여부를 물으니 욕만 먹었다. 설날 때 수재가 춘련을 써서 무칠에게 붙이라고 하였다. 바람이 불어 춘련을 뒤엉켜 놓으니 엉망이 되었다. 침대 머리맡에 붙인 것은 ‘고양이 개 평안’이고 닭장에는 ‘온 집안이 상서롭게 되라’는 글귀였다. 수재는 대노해 뺨을 때리며 현장에서 임금을 20% 깠겠다고 하고는 꺼지라고 욕을 해댔다. 무칠은 참지 못해 욕을 되돌려 주었다. “너, 이 나쁜 인간! 처음에 내가 글을 모르니까, 나를 속여서 내 누나가 보낸 돈을 몰래 처먹더니, 지금은 내가 글을 몰라 춘련을 잘못 붙였다고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양심이 있기는 한 것이오? 네 그 더러운 돈, 내 더러워서라도 안 받겠소. 네게 줄 테니 뇌물을 쓰든 헛지랄 하든 멋대로 하시오!” 말을 마친 후 돈을 면전에 던져버리고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 무칠을 가장 참지 못하게 만든 일은 나중에 벌어진다. 이모부인 장(張)사장이 무칠이 글을 모른다고 무시한 일이었다. 무칠의 이모부는 전지 몇 무(畝)를 가지고 있었고 두부를 파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모부 집에서 평일에는 맷돌질하고 농번기에는 밭에 나가 농사일을 했다. 1년에 일정한 임금을 받기로 이야기가 됐었다. 연말이 되어 임금을 계산할 때 이모부는 뜻밖에도 가짜 장부를 꺼내며 임금은 이미 지불하여 한 푼도 남아있지 않다고 거짓부렁 하는 게 아닌가. 인정하지 않는 무칠에게 강변하지도 못하게 하였다. 이웃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이모부는 거짓 장부를 내보이면서 똑 같이 말했다. 이웃은 무칠이 손윗사람을 존중하지도 않고 돈만 탐한다고 여기어 무칠의 말은 듣지도 않고 화내면서 가버렸다. 누구를 탓한다는 말인가, 자신이 공부할 기회가 없어 글을 모르는 까닭에 이렇게 되지 않았는가. 이번에는 너무 괴로워 마음병이 생겨버렸다. 병 때문에 마을에 있는 낡은 사찰에서 쓰러졌다. 3일 밤낮 동안 인사불성이었다. 물 한 모금 마실 수조차 없었다. 글을 모르는 고통과 분노는 무칠에게 너무나 깊은 상처를 주었다. 자기 길을 잃고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처하여, 여러 고장을 전전하면서 무칠은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였다. 자신과 닮은 천하의 사람들의 운명을 탄식하였다. 불만을 넘어 분노하게 되었다.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낸다고 하지 않던가. 자신이 글을 몰라 가는 곳마다 무시당한 것처럼 글을 모르는 다른 사람도 똑같이 모욕을 당하지 않겠는가! 문득 한 생각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의학을 일으키자.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자. 글을 몰라 무시당하는 일은 없게 하자. 무칠은 자신의 노력으로 자신의 운명과 닮은 후배들을 구해내자고 맹세하였다. 마음이 정해지자 낡은 사찰에서 뛰쳐나와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머슴살이는 무시당하지 않느냐. 구걸하면서 내 마음대로 하는 것보다 못하지 않느냐. 내가 구걸하고 돌아다닌다고만 보지 마라, 조만간 의학원(義學院)을 지으리라.” 일시에 무가장(武家莊)을 놀라게 하였다. 사람들은 무칠이 미쳤다고 여겼다. 무칠 자신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거지 개인에 대하여 말한다면, 오직 빈 손 두 쪽으로 의학을 일으키는 일이 어찌 쉬울까! 백 년 전 그 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오늘 날에도 사람들은 쉬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기상천외’한, 천진난만하고 어리석은 발상이라 여길 게 분명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상을 추구하고 희생을 아끼지 않는 무칠의 분투아래 마침내 ‘하늘이 내린 중대한 임무’, ‘학문이 발전하는 기운’이 사실상의 장거가 되어 ‘무칠(七)’을 ‘무훈(訓)’으로 바뀌게 했다. 당시에 상금과 포창을 받아 생전에 패방을 세웠다. 죽은 후에는 국사관에 전기를 세울 수 있었다. 더욱이 옛날 남통(南通) 대용(代用)사범학교에는 무훈의 화상이 공자상과 병렬되었다. 진정으로 고아한 사인의 사림에 들어갔다. 개인이 품은 꿈을 실현시키는 것이 어찌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무훈 본인이 모욕을 감내하면서 간고의 노력을 다한 결과였다. 세상의 쓴 맛 단 맛을 다 본 결과였다. 일생의 심혈을 다 쏟아낸 풍상의 결과였다. 사실, 무훈 본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글은 배우지 못했다. 옳을 일과 명예와 절조로 사림에 영광스럽게 뛰어올랐지만, 실상은 종신토록 걸식하면서 살았던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기이한 거지’였다. 쉬이 믿을 수 없을 것은 사실이다. 의학을 일으킨다는 것은 우선 상당할 정도로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학교를 건립할 거대한 자금을 저축하고 모금하기 위하여 무훈이 가장 기본적으로 한 방법은 구걸이었다. 돈을 구걸하기 쉽도록 우선 자신이 광대역을 자처하였다. 왼쪽과 오른쪽 각각 반씩 돌아가며 머리를 빡빡 깎았다.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보시를 쉽게 받기 위해서였다. 무훈은 노래하였다. “이쪽은 깎고 저쪽은 남겼소, 의학을 지으면 걱정할 필요 없소. 이쪽은 남기고 저쪽은 깎았소, 의학을 짓는 것은 힘들지 않소.” 사람들이 ‘의학증(義學症)’에 걸렸다고 하면 그는 노래하였다. “의학증엔 조급함이 없소. 사람을 만나면 예의로 존중하고, 돈을 주면 연명하고, 의학을 일으키면 만년은 변함이 없소.” 돈을 보시하지도 않고 오히려 호통 치는 인색한 사람을 만나면 무훈은 노래하였다. “내게 주지 않는다고 난 원망하지 않소, 내게 밥을 주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요. 강요하지 않소, 억지로 동냥하지 않소, 급할 필요도 없고 두려울 것도 없소. 내가 동냥하고 당신은 선을 행하면 모두가 의학원을 지을 수 있소.” 혹은 노래하였다. “어르신, 삼촌, 화내지 마소, 잠시 화를 멈추면 내가 곧 떠나리다.” 지주가 어쩔 수 없어 돈 몇 푼 쥐어주었다. 구걸해오면 좋은 것은 돈으로 바꿨고 나쁜 것은 골라내 자신이 먹었다. ‘비열한 놈’이라고 비꼬는 사람이 있으면 무훈은 노래하였다. “야채 뿌리 씹네(가난을 견디어 내네), 야채 뿌리 씹어도 나는 배부르니 사람에게 더 요구하지 않네. 남은 밥으로 의학원을 짓네. 토란을 먹네, 토란을 먹어. 불도 물도 필요치 않네, 남은 돈은 의학을 일으키는 데에 어렵지 않네.” 심지어 물을 얻으면 먼저 얼굴을 씻고 난 후 물을 마시면서 노래하였다. “더러운 물을 마셔도 더럽지 않네. 의학을 일으키지 않는 게 더 더럽네.” 조금 많은 돈을 희사하는 사람을 만나면 무훈은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찬가를 불렀다. “난 밥을 구했는데 당신은 선을 행하네요. 의학을 지으면 당신 와서 보세요. 당신은 선을 행하고 나는 대신 일할 뿐, 모두 의학을 짓는 데 도와주네요. 많아도 좋고 적어도 좋아요, 의학을 짓는 데에 돈을 보시하세요. 이름도 날리고 선도 행하면 문창제군(文昌帝君)이 알아서 당신의 자자손손이 팔인교(八人轎)를 타게 만들 거요.”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