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복수 부대에서 2차 비상계엄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육군에서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복수의 부대가 상급 부대로부터 '지휘관 비상소집 대비' 지침을 지난 4일 전달받았다"며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7일과 시점이 맞물려 의심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해당 지침은 중대장 이상 지휘관을 대상으로 했다. 오는 8일까지 비상소집 가능성에 대비해 휴가를 통제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면, 일반 장병의 휴가는 정상 시행하라는 지침도 함께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소장은 "8일은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다음 날"이라며 "이 시점에 중대장급 이상의 지휘관들에게만 비상소집 준비를 지시한 것은 계엄령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계엄령이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비극적인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정황은 단순한 대비 조치로 보기에는 의구심을 남긴다"고 덧붙였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정부와 군 당국이 즉각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비상계엄령 발동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고, 관련 지침의 배경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군 당국은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군 내부 관계자는 "비상계엄 준비가 아닌 단순한 내부 지침일 가능성이 크다"며 의혹을 일축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추가 제보를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군 내부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는 "2차 계엄 우려 안 해도 된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에서는 계엄령이 선포되면 해병대 제9여단장이 지역계엄사령관으로 임명돼 행정사무를 포함한 모든 지휘·통제권을 장악하게 된다. 계엄법에 따라 지역계엄사령관은 도지사를 포함한 지방 행정기관에 업무를 지시할 수 있다. 불복종 시 처벌할 권한도 가진다. 해병대 제9여단에 '지휘관 비상소집 대비'에 대한 입장을 문의했으나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초래한 정치적 불안정이 국가 외교를 사실상 마비 상태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오전 9시 45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윤석열 내란사태 관련 특별성명 발표'에서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이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혼란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이라며 "대통령의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계엄 선포가 대한민국을 하루아침에 혼란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치, 민생, 경제, 외교, 안보, 통상, 그리고 민주주의의 품격까지 심각한 훼손을 초래했다"며 "경제를 살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30년 전 IMF(1997년 외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들이 결혼반지와 돌반지까지 내놓으며 나라를 살리려 했던 노력을 기억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경제 충격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데,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가 나라를 나락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한미 동맹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며 "미리 통보받지 못한 미국은 이를 심각한 오판으로 평가하며 난처해하고 있다. 이는 한미 연합 작전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국가 신뢰와 외교는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며 "스웨덴 총리의 방한이 취소됐고, 일본 총리의 내년 1월 방한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2·3 계엄령 선포는 대통령 스스로 권력을 유지 또는 더 확장하기 위해서 벌인 반란으로 내란 행위, 그리고 친위 쿠데타"라고 지적했다. 또 "내란 범죄는 불소추 특권의 예외 사항으로, 신속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명확히 하고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지 않으니 필요한 범위 내에서 수사, 체포, 구금, 기소, 처벌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위헌·불법 행위로 주권자의 생명을 위협한 대통령에게 한순간이라도 국정 운영을 맡길 수 없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직무에서 배제하고 그 직의 유지 여부를 우리 국민들의 판단과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6일 오전 9시 30분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지난 계엄령 선포 당일에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 등을 반국가 세력이라는 이유로 고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던 사실, 대통령이 정치인들 체포를 위해서 정보기관을 동원했던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서 확인했다"며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그렇게 체포한 정치인들을 과천의 수감 장소에 수감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것도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불법 계엄이 잘못이라 생각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계속 직무를 수행할 경우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극단적인 행동이 재현될 우려도 큰 만큼 직무 정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다음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발언 전문이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국민의힘 당대표 한동훈입니다. 어젯밤 지난 계엄령 선포 당일에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들 등을 반국가세력이라는 이유로 고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던 사실, 대통령이 정치인들 체포를 위해서 정보기관을 동원했던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서 확인했습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그렇게 체포한 정치인들을 과천의 수감 장소에 수감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것도 파악됐습니다. 앞으로 여러 경로로 공개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제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이번 탄핵에 대해서는 통과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새로이 드러나고 있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군 인사들에 대한 인사 조처조차 하고 있지 않고, 여인형 방첩사령관조차 인사 조치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번 불법 계엄이 잘못이라고 인정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에는 이번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고, 그로 인해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큰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오직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국민만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저는 믿습니다. 제 말은 여기까지입니다.
제주도는 지역화폐 ‘탐나는전’ 포인트 적립 예산이 이달 중 소진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0% 포인트 적립이 중단된다고 6일 밝혔다. 탐나는전 포인트 적립은 연 매출액 10억원 이하 가맹점의 결제금액 10%를 적립해 가맹점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도는 올해 본예산 90억원과 추가경정예산 64억원 등 모두 154억원을 투입하고 2500억원 규모의 탐나는전을 발행했다. 6일 기준 잔여 예산은 약 5억원으로 이달 중 예산이 소진되면 포인트 적립이 중단된다. 소진 시점은 오는 10일경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종료 시점은 탐나는전 앱을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 다만, 도내 착한가격업소 390여 곳에서는 5% 포인트 적립 혜택이 오는 31일까지 지속된다. 도는 올해 탐나는전 최다 이용자(결제액 기준) 상위 5명을 ‘착한 소비왕’으로 선발해 포인트를 차등 지급하고, 이달 한 달동안 30만원 이상 이용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다양한 경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탐나는전 서비스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참여자에게도 포인트를 지급할 예정이다. 이벤트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탐나는전 앱과 고객센터(1600-3971)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내 진보정당들이 "국민의힘은 보수 가치를 내던진 위헌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제주도당, 노동당 제주도당, 제주녹색당은 8일 공동 성명을 내 "국민의힘은 헌법과 법률을 지켜야 한다는 보수정당의 가치를 내던진 위헌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정당은 "국민의힘은 박근혜 탄핵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잠시 회피했으나 비상계엄령으로 밤을 지새우고 불안에 떨었던 국민들의 삶은 헌신짝처럼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민주주의 공화국의 합법 정당으로 존재하려 한다면 임시 회기 탄핵안 표결에 찬성해야 한다"며 "다음 표결에서 어제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위헌적인 비상계엄령, 내란을 방조한 정당으로 윤석열 정권과 함께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지역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친위 쿠데타 시도"로 규정하며 대통령의 체포와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등 제주 노조 대표자 94명은 6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추악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친위 쿠데타를 시도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체포와 구속, 그리고 처벌뿐"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대표자들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라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며 "윤석열과 내란 공범들은 국민을 겁박하며 포고령을 어긴 자를 '처단'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군과 경찰을 불법 동원해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고, 헌법기관인 국회를 유린했다"며 "시민들은 맨몸으로 계엄군과 경찰에 맞서 싸우며 내란 시도를 저지했다"고 말했다. 또 "국민을 군홧발로 짓밟으려던 윤석열 정권의 시대착오적 행태는 국민적 분노를 불렀고, 노동자와 시민들은 거리와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며 "국민의 지지를 잃고 고립된 정권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다"고 강조했다. 대표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국가의 대통령이 아니라 내란 음모의 주범"이라며 "스스로 물러나기는커녕 제2의 비상계엄과 국지적 충돌 같은 비상사태를 계획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끝으로 "민주주의와 시민의 생명,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하루빨리 윤석열 정권을 끝내야 한다"며 "만약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면 그들 역시 내란의 동조자이자 국민의 적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가 한·일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제주도가 참여 예정이었던 '한일해협연안 시도현 교류 지사회의'가 취소됐다. 5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사가현은 오는 7, 8일 이틀간 사가현 우레시노시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일해협연안 시·도·현 교류 지사회의가 한국 측 지방자치단체장의 불참 결정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경남, 부산, 전남과 함께 한국 측 회원으로 매년 이 회의에 참가해왔다. 한·일해협연안 시·도·현 교류 지사회의는 한국의 제주도, 경남, 부산, 전남과 일본의 후쿠오카, 나가사키, 사가, 야마구치현 등 양국 8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다. 1992년 제주에서 첫 회의를 개최한 이후 매년 양국에서 교대로 열려왔다. 특히 제주도는 내년 회의를 주최할 예정이었다. 사가현 야마구치 요시노리 지사는 "회의 취소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부지사 등 실무진이 참여하는 대체 회의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측의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 한 회의 재개 일정은 불투명하다. 도는 한·일해협연안 회의를 통해 관광,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왔다. 특히 도는 일본의 후쿠오카현 등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해양 환경 보호 및 상호 관광 활성화를 논의하는 데 기여해왔다. 하지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한·일 관계가 전반적으로 경색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방정부 간 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는 이번 사태가 양국 지방정부 간 신뢰 관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일본 측과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한일해협연안 시도현 교류 지사회의는 사태가 안정된 후 다시 일정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제주도는 재개 시 적극적으로 협의에 참여해 양국 지방정부 간 우호 관계를 회복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지역은 8일, 대체로 흐리고 곳곳에 비나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8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 지역은 오전까지 가끔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산지에는 시간당 1㎝ 미만의 눈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밤부터 8일 새벽 6시까지 주요 지점의 적설량은 삼각봉 7.3㎝, 사제비 7.2㎝, 영실 6.5㎝, 한라산 남벽 5.2㎝, 어리목 5.1㎝로 기록됐다. 현재 제주에는 강풍특보가 발효 중이다. 바람은 초속 20m 안팎으로 매우 강하게 불고 있다. 새벽 6시 기준 고산에서는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21m에 달했다. 가시리, 마라도, 윗세오름, 제주공항에서도 초속 15m를 넘는 강풍이 관측됐다. 해상에서도 초속 9~16m의 강풍과 함께 물결이 1.54m로 높게 일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침 최저기온은 5~7도(평년 4~7도), 낮 최고기온은 9~12도(평년 12~14도)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1100도로와 5·16도로 등 산간도로에는 살얼음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올해 제주도의 가을은 유난히 따뜻했다. 관측 이래 역대 가장 높은 기온을 보였다. 게다가 비도 자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제주지방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가을철(9∼11월) 제주도 기후분석 결과 올가을 제주도 평균기온은 21.2도, 평균최고기온은 24.3도, 평균최저기온은 18.4도로 모두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확충한 시기인 1973년 이래 역대 가장 높았다. 기상청은 가을철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주변 상공에 고기압성 흐름이 형성되며 강한 햇볕과 우리나라 남쪽으로부터 유입된 따뜻한 공기로 인해 기온이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9월 중순까지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며 제주와 고산에서는 9월 20일 역대 가장 늦은 열대야가 나타났다. 고산에서는 9월 18일, 서귀포에서는 9월 19일 가장 늦은 폭염도 기록됐다. 가을철 제주도 강수량은 555.8㎜로 평년(183.1㎜)의 1.5배에 달했다. 강수일수는 평년보다 13.5일 많은 39.3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9월 19∼21일 제14호 태풍 풀라산에서 약화한 열대저압부 영향으로 제주 산지와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11월 1∼2일에는 제21호 태풍 콩레이에서 변질된 온대저기압 영향으로 제주도 전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11월 1일에 내린 비는 11월 평년 강수량(79.7㎜)의 3배가 넘는 양이었다. 지점별로 보면 제주(238.4㎜), 성산(242.1㎜), 고산(138.4㎜)에서 일강수량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는 2024년 제주도문화상 수상자로 예술 1명, 교육 1명, 언론·출판 1명, 체육 2명, 국내재외도민 2명, 국외재외도민 1명 등 6개 부문 8명을 최종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도는 지난 3일 문화상 심사위원회 회의를 열어 ▲예술부문 현병찬 제주도한글서예사랑모임 이사장 ▲교육부문 서귀포오석학교(단체) ▲언론·출판부문 강영필 제주언론인클럽 상임고문 ▲체육부문 강창용 제주도체조협회장, 홍영옥 대한체육회(대한사격연맹) 국가대표 지도자 ▲국내 재외도민부문 강한일 서울제주도민회 고문, 문봉만 재외제주경제인총연합회 회장 ▲국외 재외도민부문 김병석 루스벨트대(미국 시카고) 교수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현병찬 제주도한글서예사랑모임 이사장은 독자적 서체 개발로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저지 예술인 마을의 사저를 후학들을 위해 기증하고, 1000여점의 작품을 도민사회에 환원하는 등 제주지역 예술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았다. 서귀포오석학교는 성인문해교육, 학력보완교육 등 취약계층 대상 평생교육을 운영해 왔다. 지역 주민들의 사회활동 참여기회를 확대시키는 등 교육복지 증진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영필 제주언론인클럽 상임고문은 언론인으로서 28년간 현장에서 심층취재 및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통해 제주 가치 발굴과 전국화에 앞장섰고, 퇴임 후에도 지역 언론 발전과 언론인 복지, 근무환경 개선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강창용 제주도체조협회장은 도내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헌신했다. 기부활동을 통해 협회발전에 기여하고, 각종 국제·전국대회를 제주에 유치해 제주 체육발전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영옥 대한체육회 국가대표지도자는 사격 지도자로서 선수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했다. 특히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오예진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기여해 제주도 체육발전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았다. 강한일 서울제주도민회 고문은 임원으로서 도민회의 화합과 단결을 최우선해 서울제주도민의 발전에 기여했고, 여러해 동안 도의 발전을 위해 기부하고 재외도민 지원을 위해 노력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봉만 재외제주경제인총연합회 회장은 제주출신 상공인들의 협력과 교류를 위한 글로벌 제주 상공인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기업체 창업자로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았다. 김병석 루스벨트대 교육과 교수는 전 시카고 도민회 회장으로서 ‘찾아가는 탐라문화제’를 유치하고 다양한 전통문화 수업을 개설하는 등 시카고를 비롯한 미주지역에 제주 고유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에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상자 선정은 '제주도 문화예술 진흥 조례'에 따라 각 부문별 전문가 35명으로 구성된 분과위원회와 전체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이뤄졌다. 도지사가 최종 결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18일 오전 10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올해로 63회를 맞는 제주도 문화상은 문화예술 진흥과 지역사회 발전에 공적이 뚜렷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영예로운 상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의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 일정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의 여파로 불투명해졌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5일 오전 제주도청 소통회의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번 주 내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기초자치단체 설치 관련 주민투표 건에 대한 실무 보고가 이루어질 예정이었지만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보고 일정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정부 내 개각 또는 권한대행 체제가 도입될 경우 일정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도는 현재 기초자치단체 설립을 위한 실무 자료를 모두 제출한 상태다. 오 지사는 "행정안전부의 자료 요구에 따라 1차와 2차 자료를 모두 제출하고 장관 보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 자료 요청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탄핵 정국 속에서도 중앙부처와의 협력을 이어가며 정책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오 지사는 "중앙정부와의 소통을 지속하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조속한 상황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계엄령 후폭풍으로 행정안전부 장관 또한 탄핵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려 한다"며 "주민투표가 지연되면 행정 조직 개편과 인사 준비에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연내에 답을 듣기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5년간의 한라산 고도·방위별 수목 분포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식생변화 장기 모니터링을 위한 정량적 기준을 마련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한라산 전역에 걸쳐 고도 100m 간격으로 32개 조사구(각 40×40m)를 설치해 진행됐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측량장비를 활용해 각 수목의 위치, 수종, 굵기 등 개체별 정보를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구축했다. 한라산연구부는 구상나무 50만 그루(고사목 포함)와 눈향나무 45ha의 분포 현황을 지리정보화 했다. 백록담, 영실, 모세왓, 탑궤의 3D 지형자료와 고지대 철쭉군락 정밀정사영상(110ha) 등도 구축했다. 기존 수목 연구들은 대부분 특정지역의 등간격 조사구별 수목현황 전반을 조사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이번 조사는 한라산 전역을 방위와 고도에 따라 구축된 조사구 내 개별 수목 자료를 정량적으로 기록했다. 이번에 구축된 32개 조사구는 중장기적으로 한라산의 산림자원량 파악과 산림 바이오매스의 탄소흡수량 산정 등 생물자원의 가치와 역할을 정량적으로 평가·관리하는데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구축된 자료가 정확한 위치 좌표를 가진 수목 현황인 만큼 위성, 항공, 드론 등 원격탐사 기술과 결합해 한라산 전역의 식생변화 분석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라산연구부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5년 단위 단기 조사와 30년 단위 장기조사를 통해 한라산 식물의 수직적 분포변화를 추적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는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자료 공유 사이트(http://www.jeju.go.kr/unescojeju/inform/hallasan/report.htm)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익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장은 “32개 한라산 수목 조사구를 제주형 프레이밍햄 연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지역 기반 공공연구기관에서 자체 구축한 자료로 장기 지속적 연구와 성과관리가 가능한 만큼, 더 많은 연구자의 참여와 협력을 위해 조사 결과를 GIS 파일 형식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 = 1948년부터 현재까지 3세대에 걸쳐 지속 진행 중인 심혈관 코호트 연구를 말한다. 미국의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햄시 성인 거주자 5209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당 연구 이전에는 고혈압 또는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의 역학에 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나 이 종단 연구를 통해 심장 질환에 관한 현재 일반적인 지식의 대부분이 얻어졌다.
전국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확산되는 가운데 제주에서도 청소년단체들이 제주시청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제주에서는 청소년 56명과 5개 단체로 이뤄진 제주청소년시국선언단이 지난 5일 오후 6시 30분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배워온 것과 너무나도 다른 현실에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배운 대로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한 청소년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석열주의 국가다"며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 등으로 구성된 윤석열정권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를 열고 정권 퇴진을 외쳤다. 이들은 "촛불을 들 시간도 지났다. 촛불보다 더 크고 가열하게 타오르는 횃불을 들어야 한다"며 "윤석열과 김건희, 비상계엄 가담자와 이를 옹호하는 국민의힘이 모두 최후를 맞는 그때까지 횃불을 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울산 태화강역 광장과 대구 동성로, 청주 충북도청 앞, 대전, 강원 춘천·원주·강릉·동해 등전국적으로 촛불집회가 열려 수백명이 집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오영훈 제주지사가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자진해서 퇴진하는 것이 혼란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5일 오전 제주도청 소통 회의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현 정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정상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채택한 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하는 상황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지사는 이어 "이번 계엄 선포는 경제 침체, 수출 문제, 국가 격 추락, 군 신뢰 하락 등 상상할 수 없는 부정적 영향을 초래했다"며 "저를 포함한 민주당 소속 다섯 단체장이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 이유는 퇴진이야말로 국정을 정상화하고 대한민국이 안정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판단에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와 같은 변화가 실현돼 도민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일상으로 조속히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탄핵안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내놓았다. 오 지사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돼 혼란이 최소화될 것"이라며 "국정 질서를 유지하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가장 바람직한 것은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지사는 앞서 민주당 소속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과 함께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전국적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에서도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윤석열 정권 퇴진·한국사회 대전환 제주행동' 주최로 4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앞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900여명이 참석한 이번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휴대전화 플래시와 피켓을 들고 "윤석열은 퇴진하라", "내란 주범 즉각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제주행동 상임공동대표인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포고령에 포함된 표현은 4·3항쟁 당시 제주도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불법 계엄령의 공포를 떠올리게 했다"며 "제주도민이 다시 한 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제주시청 인근 도로를 행진하며 시민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주변을 지나던 자량들은 경적을 울리며 지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제주행동은 이번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제주에서의 집회는 단순히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연대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를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촛불집회는 대규모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제주행동은 "윤 대통령이 내란 행위를 자행했다"며 "국민적 저항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집회는 앞으로도 제주시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전국적인 정권 퇴진 요구의 물결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사람들이 ‘카메라가 장착된 작은 컴퓨터’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요즘은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대한민국에서 45년 만에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도 수많은 시민기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계엄령이 선포된 뒤 국회로 진입하려던 군 버스를 막아섰다.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뒤 군인들이 철수할 때는 “도와주자”며 길을 터줬다. 정부는 무장 군경이 출동하는 상황에서도 긴급재난문자 한통 보내지 않았다. 대신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담화 내용을 SNS와 전화로 알렸다. ‘인간 바리케이드’로 국회 봉쇄를 막은 시민들은 계엄군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전파했다. 대한민국 국민과 세계인들이 이를 지켜보는 상황에서 군이 무력 대응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비상사태가 큰 희생 없이 마무리된 배경에는 명분 없는 계엄령을 몸으로 거부한 시민들이 있었다. 윤 대통령이 주장한 ‘국가위기 상황’에 국민은 동의하지 않았다. 무장한 특수부대원들이 국회에 난입하는 상황이 생중계되면서 실시간으로 여론이 형성됐다. 이처럼 깨어 있는 시민이 사회 이슈와 관련된 현장에서 전파하는 스트리트 저널리즘은 공공 이익을 증진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28일 기준금리를 연 3.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아울러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9%로 낮췄다. 10월 금융통화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의견이 우세했고, 시장도 동결을 예상하는 분위기였다는 점에서 ‘깜짝 금리인하’다. 한은이 두 달 연속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현 경제 상황이 나쁜 데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줄줄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및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한은과 골드만삭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노동ㆍ자본 등 생산요소를 동원해 이룰 수 있는 잠재성장률(2.0%)에도 못 미친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ㆍ미 간 금리 차이는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증시에서 대거 이탈해온 외국인 자금이 더 빠져나갈 수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원자재와 농산물 등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위험도 있다. 올해와 내년 이태 연속 불황이 이어지며 소상공인ㆍ자영업자와 기업들이 힘들
뉴욕시에서 광고 마케터로 일하는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는 가족들을 끌고 충동적으로 주말 이틀 동안 뉴욕시를 탈출계획을 세우고 ‘나는 인간이 싫다’고 지껄인다.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인간 혐오’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간 혐오는 고대 아테네 시대의 소크라테스도 심상치 않다고 미간을 찌푸렸던 고민의 영역이다. 소크라테스의 수제자 플라톤은 그의 저서 「대화(Symposium)」 중 ‘파이돈(Phaedo)’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혐오의 원인을 ‘신뢰의 배신’에서 찾았노라. 전적으로 믿었던 인간에게 실망하거나 배신을 당했을 때 그 반작용으로 인간 자체를 불신하고 혐오하게 된다.” 영화는 아만다가 ‘모태 인간 혐오자’인지 소크라테스의 설명처럼 살아오는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신뢰했던 누군가로부터의 배신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아내 말을 웬만하면 따라주는 영문학과 교수 남편과 사춘기 나이이지만 크게 질풍노도하지는 않는 듯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가족에게 배신당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광고주나 직장상사나 동료로부터 몇번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심하게 뒤통수를 얻어맞았는지도 모르겠다고 짐작할 뿐이다. 영화가 진행되
어제부터 두 눈을 단단히 감고서 작정하신 듯 주무시기만 하는 어머니. 며칠 동안 “허태행씨, 허태행씨, 나를 두고 어디로 갔나?”라고 하시더니, 아버지를 찾아서 꿈 속으로 깊이 들어가셨나 보다. 입에 달고 하시는 말씀이 “나 살려 줍서, 나 살려줍서!”였던 엊그제까지가 행복이었다. 하루 종일 앉아서 끄덕끄덕 조시던 시간이 기실로 선물이었음을 알겠다. 지난주에는 바지에 대소변을 묻히고도 모르시는 눈치였다. 너무 적게 드셔서 그런지, 염소똥 같은 방울 똥이 굴러서 내의 안으로 들어가도 모르시는 거다. 그런 어머니가 너무 가엾어서, 서글퍼서, 내 가슴이 절벽에 눌린 듯 먹먹해 왔다. 비록 기저귀를 차지만 실수하게 될까 봐, 휴지를 몇 장 개켜서 기저귀 위에 놓았다가, 젖으면 다시 갈아 놓으시는 게 습관이다. 기저귀를 아끼려는 마음과 냄새가 나지 않게 하려는 조심에서 나온 당신만의 비결이리라. 동시에 전에 없이 잠꼬대나 헛소리를 자주 하신다. “아기들 밥 멕여사 될 건디....”라고 하시면서 팔을 허공에 대고 휘적인다. 아직도 2남7녀의 입속으로 숟가락이 드나드는 꿈을 꾸시는 걸까? 어쩌면 마음으론 일어나고 싶으신데, 몸이 뜻대로 안 움직이니 그러시는 모양이다. 이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사기(史記)』는 중국 고대 왕국으로부터 전한(前漢) 시기까지 중국 1000년 역사를 다룬 책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기술했다. 총 130권 52만6500자에 이른다. 방대한 분량도 그렇지만 『사기』가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역사서의 귀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 마지막 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정치 지도자의 통치 형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눈다. “고선자인지(故善者因之), 기차이도지(其次利道之), 기차교회지(其次敎誨之), 기차정제지(其次整齊之),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 풀이하면 이렇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순리(順理)의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다. 그 다음은 백성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을 단속하여 가지런히 하는 정치다.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더불어 다투는 것이다." 백성을 이해시키고, 스스로 따르게 할 일을 놓아두고, 오히려 백성과 갈등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 행태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자신이 없나? 무에 두려울 게 있다고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가? 이게 우리 존립의 근거인지 도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승리, 민선 1기 제주도지사에 오른 신구범 도정의 출발은 이 슬로건 하나로 함축됐다. ‘경쟁과 자존, 그리고 번영’이란 ‘서브 타이틀’이 붙은 그 슬로건이 던진 화두는 사실 위력적이었다. ‘변방사고’에 머물렀던 제주인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고취했다. 게다가 그 시절 등장한 다른 민선 지방정부가 내세우는 ‘늘푸른~’·‘맑고 아름다운~’·‘행복한 ○○ 건설’ 등의 천편일률적인 구호와는 아예 수준을 달리했다. 관선 지사를 거쳐 53세의 나이에 민선 1기 제주도백으로 오른 신 전 지사의 발상과 구상은 사실 그 시절엔 획기적이었다. 삼다수란 브랜드로 먹는샘물 국내시장에 진출해 현재까지 부동의 1위 상품으로 키워냈고, 지금으로선 금자탑으로 불리는 제주국제컨벤선센터를 만들어냈다. 제주만의 대표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로 기획된 ‘세계섬문화축제’ 역시 신구범 지사시절 작품이다. 제주도가 매해 1천억원에 가까운 로또복권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관광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의 지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8년 민선 2기 제주지사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자 슬로건은 바뀌었다. ‘
산동성 서북부에 인접한 하북성에 영진(寧津)현이 있다. 그곳에는 오랫동안 ‘궁가항(窮家行)’이라는 명칭의 방대한 개방(丐幇)이 존재하였다. 오랫동안 유지되다가 현 중국 정권이 들어서서야 사라졌다. 통상적으로 궁가항을 ‘염상(捻上)’이나 ‘염자(捻子)’라고 불렀다. 돌아갈 집이 없어 곳곳으로 유랑하며 걸식하는 사람들이 그 조직에 들어갔다. 금전이 생기기만 하면 먹고 마시고 도박에 탕진하였다. 헤프게 다 써버리고 저축하지 않았다. 자신들을 ‘만년궁(萬年窮)’이라 불렀기에 ‘궁가항’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스스로 ‘이정항(理情行)’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사리, 인정을 강구하는 항방(行幇)이라는 뜻이다. 궁가항에는 ‘사념자(死捻子)’, ‘활념자(活捻子)’, ‘간상(杆上)’의 구분이 있었다. 그중 ‘사념자’가 정통이며 소속된 거지가 가장 많았다. ‘사념자’는 속칭 ‘규화자(叫化子)’라는 거지로, 푼돈을 구걸하는 거지였다. 동한(東漢) 말기의 곤궁하기로 유명한 명사 범염(范冉)1), 일명 범단(范丹)을 조사(祖師)로 모셨다고 전한다. 『후한서·범염전(范冉傳)』에 “환제(桓帝) 때에 범염은 내무장(萊蕪長)이 됐는데 모친 조상을 당하여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나중에, “저자에서 점을 치며 살다가 당인(黨人)이 금고를 당하자 조그만 수레에 처자를 싣고 밀고 다니면서 물건을 주워서 살림 비용으로 삼았다. 여관에서 쉬기도 하고 나무 그늘에 의지하여 살기도 했다. 그렇게 10여 년을 살다가 풀로 집을 얽어 머무니 누추한 곳이었다. 때로 양식이 떨어져 궁하게 살면서도 태연하였고 언행과 모습을 바꾸지 않았다. 마을사람들이 ‘시루 속에 먼지가 생기는 범사운(范史雲)이요, 솥 속에 물고기가 생기는 범래무(范萊蕪)라네’라고 노래하였다.” 항방에서 전해오는 조사의 전설을 보면 범염을 나이 차이가 수백 년이나 있는 공자(孔子)와 연결시키고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 당시에 범염이 홀로 방 두 칸짜리 초가집에 살고 있었다. 주의에 49과의 수수깡 다발을 묶어 만든 마당이 있었다. 공자가 양식이 다 떨어지자 제자 자로(子路)를 범염에게 보내어 양식을 꾸어오도록 하였다. 자로가 오니 범염이 물었다. “세상에 무엇이 많고 무엇이 적소? 무엇이 기쁨이고 무엇이 괴로움이요?” 자로가 대답을 못하여 빈손으로 돌아갔다. 공자가 다시 안연(顏淵)을 보냈다. 안연이 대답하였다. “세상에는 사람은 많으나 군자는 적소. 빌릴 때는 기쁘나 갚을 때는 괴롭소.” 그러자 범염이 각각 1아령(鵝翎, 거위 깃)의 관에 쌀과 밀가루를 담아 보냈다. 안연이 가지고 가서 공자에게 건넸다. 관을 뒤집으니 쌀과 밀가루가 쏟아져 나와 산을 이루었다. 일이 끝난 후 공자가 범염을 찾아가 감사를 전하며 말했다. “빌린 쌀과 밀가루를 다 갚을 수 없겠습니다.” 범염이 말했다. “나중에 내 도제들에게 갚으시지요.” 공자가 답했다. “그럽시다! 나중에 내 도제들에게 명심하여 갚으라고 하리다. 문에 대련이 붙여있는 집은 모두 들어와서 구걸해도 되도록 하겠소이다.” 또 다른 전설은 말한다. 어느 날, 범염과 공자가 정오까지 바둑을 두다가 범염이 물었다. “세상에서 어느 것이 가장 귀중합니까?” 공자가 답했다. “당연히 금전이지요.” 범염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소. 세상에 사람이 살아있는 보물이지요. 당신은 돈이 있어도 먹고 싶은 것을 모두 다 사지 못하잖소. 나는 돈이 없어도 내 도제들이 먹을 것을 준다오.” 공자는 머리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사념자’는 한문(韓門), 제문(齊門), 곽문(郭門) 3대 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전해온다. 그리고 『궁가론(窮家論)』에는 관련 전설과 항방 규칙이 기록되어 있다고 전하지만 고찰하기 어렵다. 중일전쟁 기간에 역사학자 영맹원(榮孟源)이 영진현 대류(大柳)진 누자두(簍子頭)2) 유마자(柳麻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염상의 조사는 범염이라 하였고 염상은 공자의 도제에게 외상값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주로 소주양조장, 기름공장, 염전이라 하였다. 50년대 이후 영맹원은 또 대류진의 누자두 낙대개자(雒大個子)를 찾아가 조사하였다. 그는 스스로 유문(柳門)이라 하면서 유문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1982년 6월, 영진현 사무소 직원이 정장(程莊)에 가서 이미 63세가 된 쌍확(雙確)공사 양노원에 머물고 있던 정준복(程俊福)을 찾아가 조사하였다. 정준복은 16세 때에 창주(滄州)에서 궁가항에 가입하였고 곽문의 17대 손이라고 하였다. 이렇듯 사념자 3대 지파 이외에 범문, 유문 2문이 더 있었다. 곽문의 정준복은 창주에서 가입했다는 것을 보면 궁가항 조직은 산동에 가까운 영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적어도 하북성 창주도 활동 지역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념자는 일반적으로 ‘화탑자(花搭子)’, ‘무탑자(武搭子)’, ‘규가(叫街)’ 3부류로 더 나눌 수 있다. 화탑자는 수래보3)로 구걸한다. 노래할 때 소뼈로 만든 악기를 가지고 노래하는데 살랍봉(撒拉棒)이라 한다. 죽판(竹板)을 치는 것은 살봉자(撒棒子)라 한다. 내나무 틀에 사발을 메달아 다니는 것은 살랍계(撒拉鷄)라 한다. 무탑자는 위협해 겁주는 방식으로 구걸하는 형태다. 손에 식칼〔채도(菜刀)〕를 들고 흉부를 치는 것, 살랍분(撒拉笨)이라 한다. 신발 바닥으로 흉부를 치는 것, 잡양자(砸瓤子)라 한다. 낫으로 자신의 앞이마나 정수리를 치면서 선혈이 낭자하게 하는 것, 자파두(刺破頭)라 한다. 규가는 절름발이, 소경, 팔다리 한 쪽이 없는 사람 등 신체장애자가 구걸하는 것을 말한다. 사찰 시장이나 번화한 도시 시장에서 구걸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범염(范冉, 112~185), 단(丹)이라고도 한다. 자는 사운(史雲)이다. 후한 진류(陳留) 외황(外黃) 사람이다. 남양(南陽)에서 번영(樊英)에게 수학했으며, 삼보(三輔)에서 몇 해 동안 마융(馬融)을 스승으로 섬기었다. 환제(桓帝) 때에 내무장(萊蕪長)이 되었지만 어머니 상을 당하여 취임하지 않았다. 나중에 태위부(太尉府)로 불렀다. 시어사(侍御史)로 삼으려 하자 숨어살며 시장에서 점복(占卜)으로 생계를 꾸렸지만 가난했다. 나중에 당고(黨錮)를 당하여 궁핍하게 살면서도 의연했고 언어나 태도도 고치지 않았다. 당금(黨禁)이 풀리자 삼부(三府)에서 여러 번 불렀지만 나가지 않았다. 시호는 정절선생(貞節先生)이다. 2) 개방(丐幇) 중에는 개방 방주라고 불리는 우두머리 이외에 작은 우두머리(소두목)이 있었다. 그런 소두목을 일반인은 ‘누자두(簍子頭)’라 불렀다 모든 개방에서 일정한 지위가 있었다. 3) 수래보(數來寶), 혹은 수백람(數白欖), 중국문화 특유의 곡예(曲藝)다. 예술표현 형식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혼자서 하거나 둘이서 함께 하기도 한다. 진행의 방식은 ‘낭독’ 방식이다. 낭독하는 내용은 일이 생기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나 현장에서 순간순간 반응하는 두 가지가 있다. 공연하는 사람은 매구마다 통하는 숫자, 박자, 유머를 적절히 섞는다. 듣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청중을 즐겁게 하는 목적을 가지고 공연한다. 간단히 말해 장타령으로, 두 개의 골판이나 참대쪽에다 방울을 달고 그것을 치면서 하는 타령이라 이해하면 쉽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청나라 때에는 대체로 현(縣)을 중심으로 다스렸다. 각 지역의 거지를 관리하는 항방의 수령을 거지 두목이라는 뜻인 ‘개두(丐頭)’라 불렀다. 개두는 대부분 암흑가 흑사회(黑社會) 방회(幇會)의 핵심 인물이나 본바닥 건달, 불량배가 맡았다. 아문의 인가를 받았더라도 세력에 기대어 이루어졌다. 패권을 다투는 중에 각종 수단으로 여럿을 굴복시킨 후 자리를 차지하는 이도 있었다. 개두는 이른바 ‘몽둥이(杆子)’를 권력의 상징으로 삼았다. 사실은 구걸할 때 가지고 다니는 타구봉(打狗棒)의 추상적 숭배에 불과하지만 권력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개방에 속한 사람은 몽둥이로 활동하는 사람이라는 뜻인 ‘간상인(杆上的)’이라 불렀다. 방주(幇主)의 ‘몽둥이’는 ‘상방보검’1)과 같아서 개방의 규율인 ‘방규(幇規)’를 위반한 거지를 징치하여 ‘때려죽여도 원망하지 않을’ 정도의 위력을 가졌었다. 신임 방주는 먼저 조사(祖師)와 ‘몽둥이(杆子)’에게 제사를 지내어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명시하였다. 새로 개방에 가입한 거지는 반드시 방주에게 몽둥이를 증송해 관할에 복종을 표시하였다. 사실, 중국전통문화의 배경 속에는 ‘몽둥이(杆子)’는 타구봉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나이〔호한(好漢)〕들이 거의(擧義)하다’는 함의를 가지고 있다. 『사기·진시황기(秦始皇紀)』에 진섭(陳涉)의 봉기를 “나무를 베어 무기로 삼고 장대를 높이 들어 깃발로 삼았다.”라고 기록에서 비롯되었다. 나중에 농민봉기를 ‘장대를 높이 들어 일어났다.’라고 표현하였다. 명나라 때에 녹림이 뜻을 모아 봉기한 사건이나 단체를 ‘납간자(拉杆子)’2)라 한 것도 그러한 표현 습관의 연장이다. ‘간(竿)’이 ‘간(杆)’이 된 것은 글자는 다르나 뜻은 같은 별칭이다. 청나라 때에 경사(京師)에서 활동하는 개방에는 황간자(黃杆子)와 남간자(藍杆子)로 나뉘어 있었다. 만청팔기(滿淸八旗)에서 유래하였다. 황간자는 전문적으로 종실 팔기 중의 거지를 관할한 고급 개방(丐幇)이었다. 황간자 구성원은 팔기 중에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인물이나 시정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는 무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개두는 할 수 없이 그중 권위가 높거나 세력이 큰, 포악하고 고집이 센 왕공 버일러(貝勒)3)가 맡았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거지를 관할할 수 없었다. 황간자 개방의 거지는 평상시에는 길거리에서 구걸하지 않았다. 단오절, 중추절, 연말에 여러 점포를 돌아다니며 구걸하였다. 명절 때가 되면 세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노래 부르고 고판(鼓板)〔박자판〕을 두드리며 다녔다. 노래 부르는 거지는 손등을 위를 향하게 하고 판을 두드리는 거지는 고판을 평평하게 들고 다녔다. 보시하라는 의사표시였다. 점포 문 앞에 다다르면 상점 점원이 나와서 최소한 고액화폐 5매 이상을 머리 위로 높이 들고 공손하게 고판 위에 올려놓았다. 거지가 다섯 구절을 노래하기 전에 보시하는 돈을 꺼내야만 했다. 그런 규칙을 어기는 점포가 있으면 거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났다. 이튿날에는 더 많은 사람이 들이닥쳤고 그 다음날에는 더 많은 거지가 모여들었다. 점포 문을 열 때부터 닫을 때까지 거지 무리는 문 앞을 떠나지 않았다. 못된 장난은 치지 않았지만 돈을 내지 않으면 영업할 방법이 없게 만들었다. 주변 사람과 상점 주인에게 황간자를 잘못 건드리면 화를 초래해서, 사서 고생한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 주는 행동이었다. 그러면 상점 주인은 중재해줄 사람을 초청하여 화친을 청하고 수천이나 되는 돈을 건네야 했다. 적게 주면 끝이 없었다. 더 많은 돈을 방주에게 주고 조정하면 빠르고도 순조롭게 해결이 되었다. 경사(京師)의 남간자는 일반 거지를 관할하는 개두(丐頭)〔거지 우두머리〕였다. 새로 온 거지는 3일 이내에 구걸한 물건을 모두 개두에게 보내야 했다. ‘헌과(獻果)’라고 한다. 헌과가 많으면 많을수록 빛이 났다. 평상시에는 구걸해서 얻는 물건의 20%정도만 떼어 내어 개두에게 헌납하면 됐다. 규정에 따라 개두가 걷는 일반적인 수입이었다. 명절이나 설, 결혼식이 있거나 장례식이 있으면 상점 주인이나 상주는 정액 이외에 더 많은 돈을 개두에게 주었다. 개두는 지역을 관할하는 거지 우두머리였다. 밖에서 온 거지가 관내에서 구걸하려면 지역 개두에게 복종하여야 했다. 상점들도 거지의 소란을 피하려면 많은 돈을 개두에게 뇌물로 주고 표주박 형태의 종이를 얻어서 문에 붙여놓았다. ‘조문(罩門)’이라 한다. 어떤 곳에는 ‘모든 형제는 소란을 피우지 마라.’라는 문구를 써놓기도 하였다. ‘조문’이 붙어있으면 거지는 그곳은 건너뛰고 구걸하러 가지 않았다. 개두가 거둔 돈의 일부를 여러 거지에게 나누어 주기 때문이었다. 그 규칙을 위반하는 거지가 생기면 상점 주인은 개두에게 알려서 조정하고 징치하도록 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조문’이 붙여진 상점에는 다시 가서 소란을 피우는 일은 없었다. 거지가 병이 나거나 죽으면 개두는 의무적으로 적당한 위로금을 주거나 조직에 있는 구성원이 분담하였다. ‘복이 있으면 함께 누리고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감당한다.’라는 ‘고락을 함께 하는’ ‘동고동락’의 의식 중에 실행된 것은, 패주 방식의 봉건 가장 제도였다. 개두는 내부의 권리와 지위를 상징하는 몽둥이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굵고 긴 담뱃대를 늘 사용하면서 거지 내부에서 자신의 신분을 명시하였다. 30년대 초에 여대생 두 명이 거지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상해(上海) 칠백 거지에 대한 사회 조사」를 발표하였다. 그중 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청대에 이르러 거지에게 개두(丐頭)가 생겼다. 대체로 횡포하고 세력이 있어야 자격이 주어졌다. 지방마다 지현(知縣)이 임명하여 파견했는데 구역을 나누어 관할하였다. 개두는 각 구역 내에 있는 거지를 관리하는 절대적인 권위가 주어졌다. 새로 온 거지는 먼저 개두가 있는 곳에 가서 그를 위하여 복무한다고 보고하여야 했다. 매일 수당을 지급하거나 호되게 맞아야 했다. 그가 견뎌내면 그 구역 내에서 구걸할 수 있었다. 개두가 거지가 길에서 구걸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까닭에 매월 상점에서 ‘개연(丐捐, 거지에게 주는 물품)’을 거두고 도장 찍힌 홍색 종이를 건네주어서 문에 붙이면 거지들은 다시는 그곳에 가서 구걸하지 않았다. 그런데 거지에게 돈을 나누어 줄 때에 개두는 자주 이자를 받았고 여전히 거지들을 내버려두어 길거리에서 구걸하게 하였다. 이렇듯 개두는 거지를 통제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거지를 착취하였다. 그런 개두는 세습 되는 까닭에 그들의 권위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여전히 지방에서는 세력이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상해 개방의 대체적인 상황을 알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상방보검(尚方寶劍), 지고무상의 황제를 상징한다. 고대 중국에 황제가 ‘상방(천자가 쓰는 기물을 맡았던 벼슬이나 기구)’에 수장한 검이다. 한(漢)대에는 ‘상방참마검(尚方斬馬劍)’, 명대에는 ‘상방검(尚方劍)’이라 하였다. 황제 어용 검으로 상방보검을 가진 대신은 형을 먼저 집행하고 나중에 보고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것처럼 황권의 권력을 대표하였다. 보검을 보면 천자를 만난 것처럼 하였다. 상급자가 특별히 허락한 권력을 비유하는 성어가 되었다. 2) 나무를 베어 무기로 삼다 : 참목위병(斬木爲兵) ; 장대를 높이 들어 깃발로 삼았다 ; 게간위기(揭竿爲旗) ; 녹림(綠林) : 화적이나 도둑의 소굴을 이르는 말로, 후한 말 왕광(王匡), 왕봉(王鳳) 등 망명자가 녹림산에 숨어 있다가 도둑이 되었다는 데에서 유래한다 ; 납간자(拉杆子) : 패거리를 모아 도당을 만들다, 비적이 되다. 3) 패륵(貝勒), 즉 ‘버일러’로, 본래 부족의 수장을 의미였고 구사(gusa, 旗)의 주인을 의미하였다. 청대에는 친왕(親王), 군왕(郡王) 아래, 버이서〔패자(貝子)〕 위에 있는 세습 작위가 되었다. 경우에 따라 특정 관서의 수장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었다. 명나라 말기에는 한(汗)의 아들, 조카 등을 버일러로 지칭하였다. 청나라 때에는 황제 아래에 친왕과 군왕을 두면서 그다음 지위로 내려가게 되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다에 주목한 특별한 그림 공필화 전통은 현대를 통해서만 제대로 보인다. 현실의 시대 정신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전통은 빨리 사멸(死滅)한다. 전통은 시간적 개념을 넘어서는 지금-시간의 공간에 대한 생동감 있는 적응일 것이다. 당대성이 없는 전통은 고리타분한 골동품과 같다. 전통은 신제품처럼 새롭고 세련되고 신선해야 한다. 지금 세대가 이해하는 미감이 요구되기도 한다. 역시 해석자로서 화가의 몫이 된다. 이미선은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여성 공필화가이다. 비단에 그려지는 까다로운 공필화 기법을 다루는 일은 ‘장인으로서의 작가’라는 개념에 더 어울린다. 그만큼 공필화는 시간과 공력(功力)을 들이는 싸움이기에 집중력과 정확도가 요구됨으로써 장인들의 태도를 쉽게 버릴 수가 없게 만든다. 이미선의 장인적 태도는 이미 중국 원나라 때 영락궁 삼청전에 그려진 대형 벽화<조원도(朝元圖)>의 모사를 통해 오롯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서 담력(膽力)을 키울 수 있었고 장인적 배포는 그때 몸에 밴 것이다. 2024년까지 이미선은 이중섭 미술관, 서울 제주갤러리, 평화센터 등 개인전과 초대전을 통틀어 모두 16회의 경력이 있는 중견 작가로써 성장했고, 지속적으로 한국 공필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작가라는 이름의 인생은 늘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노정(露呈)에 서 있는 것인 만큼, 중국화의 기교로써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기 위한 ‘한묘중기(韓描中技)’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선은 고향(故鄕)이 제주도 서귀포여서 그에게 한국성은 곧 제주 로컬리티가 되며, 제주가 밑바탕이 깔린 한류를 지향하는 것이 그의 미학적인 특질이자 목표가 되고 있다. 제주 아일랜드, 치유의 정원 제주도, 바람마저 울고 가는 외로운 아일랜드. 구로시오 해류(黑潮流)에 스치는 섬의 아픈 기억을 치유하기 위해 화가는 붉은 화산섬의 이름으로 그림을 그렸다. 아름다운 자연 아래 펼쳐지는 풍경은 고난의 연대를 지나 왔던 수많은 제주사람들의 숨비소리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는 ‘들숨 날숨’의 그 파람 소리가 단지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로만 알 뿐, 섬땅에 기록된 지문(指紋)이자 거친 숨결의 역사임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때로 예술은 기억의 환기작용이기도 하여, 아름다움도 고통을 치유하는 하나의 희망이 되기도 한다. 이미선은 지난 2022년 제주 서울 갤러리, ‘제주 아일랜드-치유의 정원’이라는 주제로 공필화의 전통을 제주의 바다를 대상으로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들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일상은 늘 자연에 가까이 있는데, 이미선은 그간 자연의 언저리에서 공존하는 일상의 변화를 담아내기 위해 사물과 풍경들을 즐겨 다루면서 여전히 ‘치유의 정원’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주제로 제주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삶의 중심이 제주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선에게 ‘치유의 정원’은 관람자만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의 인생살이에서 새롭게 보듬어야 할 대상들의 상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그림을 그림으로써 마음이 후련하거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기에 ‘치유의 정원’은 자아의 그늘에 새 빛을 쏘이고, 타자에게도 심리적 위안을 줌으로써 삶에의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선의 그림은 매우 안정적으로 평온하고 고요하다. 잔잔한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 예술의 기능이 복잡한 혼돈 속 일상을 정화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제주 아일랜드-치유의 정원’은 제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과 소재로 구성되었다. 한라산, 오름, 들판, 밭, 섬 속의 섬, 폭포, 바다 등의 정경 아래 소재들은 말, 나비, 밭, 돌고래, 꽃, 탑, 의자 등이 있다. 이미선이 전통 공필화의 기법을 현대적 해석으로 보여준 것은 오름이나 섬, 그리고 한라산의 묘사에서 보여준 면 분할 방식이다. 작은 모자이크처럼 색면을 분할하면서 쌓아가듯 형태를 붙이는 묘사 방식은 제주의 전통 민화에서 전해오는 것이기도 하다. 넓은 면을 채색하면서 작은 블럭과 같이 면분할 방식으로 다른 기법을 동시에 한 화면에 배치하는 것은 칠한다는 것보다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한 화면에서 또 다른 공간 개념들로 다르게 보여주는 것은 마치 암석의 입자 구성과도 같이 구조화된 층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미선이 보여준 소재들 가운데 그가 오랫동안 몰두해온 대상은 바다에 등장하는 나비이다. 나비는 상징적으로 섬과 육지의 매개, 자연과 청정이미지로서 건강한 생태의 증거, 동물과 곤충이 영속적으로 공존할 자유, 몸과 정신의 교감 상태를 말하고 있는 상징이며, 영혼의 매개자로 인식되는 ‘나부(나비)의 신화적 초현실성이기도 하다. 또 나비는 섬 주위를 유영(遊泳)하는 남방 돌고래의 벗인 해녀처럼, 돌고래의 새로운 친구가 되기도 하고, 궁국적으로 제주의 생태적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이때 돌고래와 함께 등장하는 나비는 의인화로 길을 가는 인생의 동반자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동행이 비록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이것을 보는 관람자들은 새로운 기분으로 우리 세계에 대한 신비로운 감정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다를 건너는 나비는 무려 1000km를 날아 육지에 도달하는 제주 왕나비의 전설적인 행보를 먼길(長程)이라는 상징으로 그린 것이다. 부드러움은 억셈을 이길 수 있는데 연약한 날개로 거친 바다 위를 날아오르는 그것의 강렬한 에너지는 생명의 힘이 아닐까? 어쩌면 모든 생명체에게는 개체마다 희망적인 삶의 목표를 관철시키려는 의지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의지는 본능적 생명작용일 것이다. 이미선은 마치 나비가 된 듯이 육지로 나들이 한 것이 어느덧 16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난 2022년 육지 나들이는 새로운 전기(轉機)를 마련하는 일이어서 다른 때보다 의미가 새롭다고 했다. 제주도 자연과 바다가 육지 사람들의 치유의 정원이 된다는 의미가 되면서, 또 그간 해협을 건너지 못했던 여행이기도 했다. “나의 막힌 마음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것은 바다를 건너는 나비와 돌고래의 평화로운 동행처럼 이 동행은 치유를 위한 평화의 길이며, 평화는 결국 인류에게 되돌려 줄 때 진정한 평온이 찾아올 것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제주 아일랜드-치유의 정원’은 세계가 더욱 혼돈으로 치닫는 지금에 바다로 이어진 지구촌의 상처받은 세계시민을 향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평온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가는 작가의 마음이 투사된 돌고래의 나아감을 보여주었다. 여전히 시간은 갈 것이고 사회는 쉬지않고 변화의 바람을 탈 것이다. 돌고래는 약자가 되었고, 멸종 위기로 치닫고 있다. 앞으로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의 예상 앞에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육상의 대지는 황폐해지고 물은 오염되고 있으며, 재난은 끊이질 않고 커져만 간다. 남은 바다는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과 제조물 폐기물에 환경이 병들고 있다. 문명을 창조했던 인간은 그것을 생산한 만큼 버려야 할 것도 총량이 같을 것이다. 기후 열대화는 전지구의 생태를 교란시키고, 식량난과 기후 재앙이 빈번해지고 있다. 인류가 갈길은 더 약한 생물들의 수난으로 이어져 미래가 어둡기만하다. 어쩌면 이제 예술은 우리의 미래인 암울한 시대를 그리야 할 지도 모른다. 돌고래가 길을 잃고 있다면 우리 인간들도 똑 같이 길을 잃고 있을 것이다. 공필화가 이미선은 50대 여성 중견작가로서 동덕여대 회화과, 중국 노신미술대에서 중국화 공필화를 공부하고 경인미술대전 우수상, 제주도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고 제주대 출강, 전업화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다각도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통의 공필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확장시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정통 공필화가로서 제주의 자연을 치유의 정원이라는 개념으로 접근, 아름다운 생태적 자연을 화폭에 담는 그림에 집중하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공필화는 비단에 채색으로 그리는 중국화의 화법이다. 우아하고 화려한 것이 공필화의 특성이기도 하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나라는 채색화는 도화서 화원이나, 서민의 민화에 발달했고 문인화는 양반 사대부가 즐겨 그렸다.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의 섬으로, 공기가 맑고 숲의 향기가 감미로우며, 비단결 같은 바다가 푸르게 열려 있어서 그 곳에 가면 누구라도 지친 일상의 병을 자연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 따라서 그것이 제주도가 치유의 정원이 되는 까닭이고, 그 그림이 마음의 위안이 되는 이유가 아닐까. 마왕퇴, 고개지에게서 비롯되는 공필화 공필화란 역사적으로 볼 때 그 기원은 동기창이 북종화라는 장르로 분류하기 훨씬 이전으로 올라간다. 공필화라는 말이 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공필호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매우 자세하고 정밀하게 그리는 회화 기법으로 외형묘사에 치중하여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세필(細筆)가 화려한 색채를 공들여 사용한다. 화원화가(畫員畫家)나 직업화가들이 그리는 그림으로 사의(寫意)를 중시하는 문인화와는 상대적 개념이기도 하다. 다시말해서 공필화는 채색 중심의 화법인 북종화로 정립되면서 더욱 정교하고 섬세한 경치와 사물을 표현하는 중국화의 표현방법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도화서 화원들의 기록화나 초상화에서 볼 수 있다. 중국 채색화의 전통은 이미 서한(西漢) 시대 마왕퇴 무덤에서 출토된 백화(帛畫)에서 보이는데 미왕퇴 벡화는 말 그대로 비단에 그려진 화려한 채색화이다. 천상세계의 풍경, 무덤주인의 승천, 장례식장의 모습, 지하세계의 풍경 등 T자형 명정(銘旌)에 4가지 장면으로 그려졌다(趙力·院晶京.2020). 또 중국 불화의 시조로 여기는 조불홍(趙弗興), 동진(東晉)의 화가 고개지(高愷之,313~406, 또는 348~409)를 공필화의 초기 화가로 유추할 수 있다. 특히 조불홍의 ‘제자의 제자’에 해당하는 고개지는 화가 이름이 정확히 전하는 작품들을 남겼는데 조식(曺植)과 견씨(甄氏) 부인의 사랑을 그린 <낙신부도(洛神賦圖)>, 여성에게 덕행을 권장하는 <여사잠도(女士箴圖)>와 <열녀인지도(列女仁智圖)> 등 빼어난 채색 인물화가 그것이다. 고개지는 화가이자 미술이론가로서, 『화론(畵論)』, 『위지승류화찬(魏晉勝流畫贊)』, 『화운대산기(畵雲臺山記)』 등을 저술하여 바깥 사물의 형상을 빌려 내면의 정신을 표현한다는 ‘이형사신(以形寫神)’, 그리고 생각을 옮겨서 오묘함을 얻는다는 ‘천상묘득(遷想妙得)’ 이라는 회화이론을 내놓아 중국 회화의 기틀을 다져놓았으며, 공필화의 화가이자 문인화의 시조로도 추앙되고 있다. 이는 형사(形似:사실성)와 정신(情神:사의성)을 하나의 몸체로 보는 그의 관점 때문일 것이다. 고개지의 생각대로 “인물화는 정신의 오묘함을 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눈(阿堵)”에 있다고 하여, 한나라, 위나라의 고졸한 기풍에 반대하면서 정신을 전달하는 것을 중요시 여겨 눈동자를 그리는 일에 힘을 쏟았다(任道斌, 2022). ‘눈은 마음의 창(窓’)이라거나 ‘눈의 정기(精氣)’라는 표현이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프랑스 조각가 로댕이 무엇보다도 눈의 표현을 최고로 중요시 여긴 시각과 일치한다. 공필화는 동양화의 두 갈래의 하나인 남종화에 대비되는 북종화 화풍의 양식에서 그 회화의 발전 과정을 말할 수가 있다. 동기창(董其昌, 1555~1636)은 명나라 말기의 문인이자 화가로서 그의 화론서 『화안(畵眼)』에는 남·북종화의 유래가 나온다. “선가(禪家)에 남종(南宗)과 북종(北宗) 두 종파가 있으니, 당나라 때 처음 나뉘어졌는데 그 사람 출신이 남북이라는 것은 아니다. 북종은 이사훈(李思訓) 부자(父子, 당대의 화가)의 착색산수(着色山水:彩色山水)에서 전해져 송나라 조간(趙幹:오대 남당의 화가)·조백구(趙伯駒:남송의 화가)·조백숙(趙伯驌:남송의 화가)이 되었고, 마원(馬遠:남송의 화가)·하규(夏珪:남송의 화가)에 이르렀다. 남종은 왕마힐(王摩詰:王維:당대의 화가)이 처음으로 선담(渲淡:淡彩)을 사용하여 구연(拘硏)의 법을 일변(一變:한가지 다른 기법을 확립)하였는데 그것이 전해져 장조(張璪,당대 말기의 화가)·형호(荊浩:오대의 화가)·관동(關同:오대의 화가)·동원(東源:오대의 화가)·거연(巨然:오대 북송초의 화가)·곽충서(오대 북송초의 화가)·미가의 부자(米家父子:아버지 米芾(북송대의 화가), 아들 米友仁(남송대의 화가)의 화법에 이르렀고, 이것이 육조(六祖:보리달마. 혜가, 승찬, 도신, 홍인, 혜능) 이후 마구(馬駒)·운문(雲門)·임제(臨濟) 등의 자손이 성하고 북종이 쇠미해진 것과 마찬가지이다.” 화론이란 하나의 양식적 표현 방식이자 창작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화론에는 시대의 상황과 시대정신의 주제와 형식이 따른다. 즉 화론은 그림의 방향, 의미, 화가의 자연관, 사회상, 아비투스 등 세계관을 표현하는 총체적 방식이다. 그래서 화론은 그 시작이 있으나 시대마다 계승되더라도 변형되고 해석이 달라진다. 어제 사람의 뜻이 오늘 사람의 의미가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양식이 시대마다 다르다는 것은 화론이 어떻게 당대에 적응하고 진보하느냐에 따라 소멸되거나 확장되기도 한다. 이미선과 공필화와의 만남 중국 심양의 노신미술대학 쑨언룽 교수는 1996년 당시 유학생 신분이었던 이미선을 “공필(工筆) 인물과 화조화 방면에 재질(才質)이 뛰어났다‘라고 회고하면서 중국화를 그리는데 있어 중요한 세 가지 요소를 당부하였다. 첫째 전통이고, 둘째 삶의 체험이고, 셋째가 작가의 수양(修養)이 그것이다. 창작을 하는 화가에게 있어 지녀야할 이 세 가지 요소는 비단 중국화만의 국한 된 것이 아닐 것이다. 전통은 저마다 자신의 속한 나라의 문화적인 패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고, 삶의 체험은 실존하는 사회적 장소에서의 자신의 삶을 말하며, 수양은 작가라면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최고의 테크닉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이 세 가지 요소 모두가 중첩되는 중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은 서양에 대비되는 동양이라는 공간의 관계틀 속에서 그 문화적 공감대를 같이해온 지 무척 오래됐고, 현재에도 여전히 이웃의 문화적인 소통관계가 유지되는 정서적 공동체(emotional community)로 생각되고 있다. 이미 두 나라는 대륙과 한반도라는 지정학적인 관계로 서로 간 곡절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천 년 역사를 같이 이어오면서 우리의 의식에서는 중국을 멀고도 가까운 나라로 여기고 있다. 이미선이 낯설음을 마다하고 중국행을 택한 것은 오로지 새로운 그림을 찾아 나선 때문이었다. 그에게 새로운 그림이란 단연 중국화였고 중국화를 바르게 알아야 동양의 정신과 한국화의 문화적인 배경도 바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통을 알아야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나름의 의미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이 중국 채색화의 기법인 공필화인데 공필화(工筆畵)는 결이 고운 비단에 매우 정교하게 그리는 중국 채색화의 한 분야로 그 품격이 높으면서도 우아한 것이 특징이다. 앞서 말했지만 중국미술사에서 백화(帛畵), 즉 비단 그림은 이미 2500년 전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 나라 때부터 나타나고 있으며 서한(西漢), 동진(東晉)에 이르러 고개지(顧慨之)의 비단 그림이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어 공필화의 깊은 연원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여사잠도(女史箴圖〉는 군주에게 충성하는 궁중 여인들의 덕행을 널리 알리는 세필(細筆)의 그림으로, 비단 그림이 고고하고 기품이 있는 궁중화의 중요한 분야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D 6세기 서위시대 돈황 막고굴 벽화 <오백강도성불도>, 당나라 장희태자(章懷太子) 이현(李賢, 645~684)의 묘도 벽화 <객사도>, 송나라 염입본(閻立本. ?~673)의 <보련도(步련輦圖)>, <역대제왕도(歷代帝王圖)>, 중당시기 장훤(張萱, 712~781)의 <도련도(搗練圖)>, 원대(元代)의 전진교(全眞敎)의 중심지였던 영락궁 삼청전(三淸殿)의 <조원도(朝元圖)> 등의 벽화가 공필화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회화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조원도> 중의 신선 행렬은 여덟 명의 주요 신선을 중심으로 각종 인물 280명을 그렸다. 다양한 인물의 형상은 그 규모가 매우 크게 그려졌으며, 금분으로 장식하여 원나라 벽화의 웅장한 풍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삼청전의 벽화는 화공인 마군상(馬君祥) 등이 그렸다고 한다. 특히 이미선은 이 영락궁의 벽화에 감화되어 공필화를 수련하고자 2m 이상 크기의 도교 신선 그림을 실제로 세 점을 1년 가까이 모사하여, 화려한 채색의 깊이와 선묘의 유려함을 익힐 수 있었다. 미술의 기본기는 누가 뭐래도 손의 자유로운 표현에 있다. 물론 오늘날에는 머리로만 그리는 개념적인 작업도 성행하지만, 그 바탕에는 형태와 색채, 선묘를 통해 내면적 정신이 살아나야 하는 조형 정신이 녹아있어야 한다. 대상없는 생각만으로 새로움을 찾을 수 없고, 새로움과 상상력은 삶의 경험과 세계에 존재하는 자연,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유추해서 만들어진 변형된 일상의 사물들을 통해서 다시 재발견되는 것이다. 창작은 넓게 보면 재발견이며 해석이고, 재구성이다. 어떤 때는 은유와 반전과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