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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타 지자체장과 판이한 행보 ... "왜 청사로 가지 않았나" 질문에 궁색한 해명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은 요동쳤다. 17개 시·도가 일제히 비상 체제로 흔들렸다. 

 

비상계엄령이 발동되던 그 때 제주에서는 도청 본관 출입문이 닫혔다. 밤 11시 17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13분까지다. 이 조치가 단순한 '출입문 통제'였는지, 아니면 '청사 폐쇄'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제주도정은 곧바로 '불법 계엄 동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의 '부재'가 있었다.

 

오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날 저녁 저는 제주에 없었다.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오산에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택으로 이동해 비서실장과 특보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고, 새벽 1시 30분 도청 회의를 소집해 "군·경은 상부 지시가 있더라도 따르지 말라"는 불복 지침을 명확히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였다. "왜 공항에서 곧바로 청사로 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오 지사는 "합법 계엄이었다면 즉각 출근했겠지만 불법 계엄은 무효라고 판단해 자택에서 대응했다. 도청으로 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규정과 맞물려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에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지방자치단체장은 비상근무를 발령해야 한다'는 조항이 분명히 존재한다.

 

홍명환 전 제주도시재생센터장은 "지사가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곧바로 도청으로 가 비상근무 발령을 검토했어야 했다. 즉시 도청으로 향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내란 피의자인 행안부 의도대로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 지적은 오 지사의 행보가 단순히 '자택 지휘가 가능했는가'의 문제를 넘어 비상사태에서 최고 책임자의 책무를 다했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남긴다.

 

 

계엄이 선포됐을 무렵, 상당수 광역단체장들은 '현장 복귀'와 '직접 지휘'를 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계엄 발표 직후인 밤 11시경 시청으로 복귀해 잇따라 비상회의를 주재했고, 자정 무렵에는 '계엄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같은 시각 청사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새벽에 구청장·시의회·시민사회·교육계가 함께하는 연석회의를 시청에서 주도해 "반헌법적 계엄은 무효"라는 공동 메시지를 발표했다. 김관영 전북지사 역시 자정 무렵 청사에서 비상근무와 청사 방호, 연가 통제 등 실무 지시를 직접 내렸다.

 

여기에 김동연 경기지사는 도청 폐쇄 명령을 거부하고 즉각 실·국장 회의를 소집했다. SNS를 통해 '쿠데타적 계엄은 무효'라는 메시지를 대외에 발신했다. 또 외교적 신뢰 회복을 위해 세계 지도자들에게 긴급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일부 지자체장은 계엄 상황 보고를 받자마자 청사로 복귀해 현장을 지켰다는 점에서 공통적으로 '존재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려 했다.

 

반면 김영환 충북지사는 밤 10시 36분 첫 보고를 받고도 0시 48분 도청에 나와 20여 분 회의만 한 뒤 귀가해 '늦장 대처·부실 대응' 비판을 받았고, 이장우 대전시장은 "집에서 보고받고 있었다"고 밝혀 회의 주재 부재가 논란이 됐다. 제주도정의 선택은 이들과 같은 '원격 지휘형'이었다.

 

제주가 특히 곤혹스러운 이유는 '청사 용어' 논란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도정이 배포한 문서에는 '청사 출입문 폐쇄'라는 표현이 적시돼 있었고, 실제로 출입문이 닫혔던 사실도 확인됐다.

 

도정은 "청사 전체 봉쇄가 아니라 일부 출입문 통제일 뿐"이라고 해명했고, 강재병 대변인 역시 "청사 전체 폐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폐쇄'와 '통제' 사이의 단어 차이는 오히려 불신을 키웠다. 지사가 자리에 없었던 그 시각, 문서와 현실의 간극은 여론의 의심을 자극했다.

 

행정·정치적 관점에서 보자면 오 지사의 자택 지휘가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법률상 '지사는 반드시 청사에서만 지휘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고, 보고 체계가 작동하면 자택이나 출장지에서도 지휘가 가능하다.

 

오 지사의 설명대로 "불법 계엄은 무효"라는 논리도 법기술적으로는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위기 관리의 본질은 법적 정합성만이 아니다. 도민이 체감하는 것은 '상징적 리더십'이고, 공직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컨트롤타워의 현존'이다.

 

같은 밤 김동연 경기지사는 도청에서 실국장 회의를 소집하고, 행안부의 봉쇄 요청을 거부하라고 지시하며 대외 메시지를 내놓았다. 오세훈, 박형준 시장의 행보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사례가 제주와 대비되면서 "제주지사는 왜 그 시간 청사에 없었나"라는 질문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오 지사는 "청사 폐쇄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며 논란을 부인했지만 도정이 배포한 문서와 실제 현장 조치가 남긴 혼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도청에 지사는 없었다는 사실이 불신을 더 키운다.

 

현장에서 "단호한 메시지를 보여줬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쏟아졌고, 오 지사는 "군·경에 강력한 지침을 내린 만큼 부족했다고 느끼셨다면 송구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핵심 질문, "왜 청사로 가지 않았는가"는 여전히 남았다.

 

오 지사의 자택은 도청과 멀지 않았고, 그의 설명대로라면 밤 10시 무렵 이미 제주에 도착해 있었다. 자정까지 청사 복귀와 간부 소집, 최소한의 현장 메시지는 물리적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반대로 불필요한 혼선을 막기 위해 '불법 계엄의 무효성'을 이유로 현장 복귀를 미룬 선택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결과다. '자택 지휘'가 남긴 것은 법적 정당성보다는 '리더십의 부재'였다.

 

이번 논란은 가능과 불가능의 문제가 아니다. 자택 지휘는 법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도민들이 위기 상황에서 원한 것은 '가능의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청사에 등불을 켜고 조직을 결속시키는 리더의 존재였다. 같은 시간 다른 단체장들의 대응과 비교할 때 제주가 직면한 비판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에서 비롯된다.

 

다음 위기에서 제주도정이 답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더 빠른 해명이 아니라, 더 빠른 출근이다. "왜 그 밤, 청사에 없었나?"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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