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지키게 하는 사람들이 법을 어긴다면 시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까. 최근 제주에서는 경찰과 해양경찰이 잇따라 법을 위반해 적발되는 일이 발생했다. 불과 한 달여 사이 드러난 사건들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법 집행기관의 공직기강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가장 최근인 지난 29일 제주경찰청 소속 40대 행정관이 제주시 조천읍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정지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시 제주경찰은 도내에서 음주·약물운전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었다.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조직 내부에서 음주운전 적발자가 나온 셈이다. 그보다 앞선 지난달 20일에는 제주시 한림항 인근에서 현직 해양경찰관이 허가 없이 바다에 들어가 문어를 잡다 동료 해경에게 적발됐다. 해당 수역은 해양레저 활동 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곳이지만 이 해경은 허가 없이 입수해 갈고리로 문어를 포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과태료 처분을 받고 감찰 대상이 됐다. 이 같은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범죄 혐의로 기소돼 징계 절차를 밟은 제주경찰청 소속 경찰관은 모두 41명이다. 이 가운데 음주운전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뇌물수수와 직
민선 9기 위성곤 제주도정이 출범한 지 한 달이 됐다. 새로운 도정은 늘 기대를 안고 시작한다. 첫 한 달은 앞으로 4년의 방향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위성곤 지사 역시 취임과 동시에 '도민과 함께! 미래를 만나는 제주'를 내걸고 민생경제 회복과 행정 혁신을 약속했다. 한 달 동안의 행보만 놓고 보면 분주했다. 지난 1일 취임한 위 지사는 첫 행정명령으로 '민생경제 상황실' 설치를 지시했다. 도민 생활과 직결되는 경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후 실국별 업무보고를 받으며 AI 산업 육성, 기후경제, 민생경제 회복 등 핵심 정책을 점검했다. 10일에는 민생경제 상황실이 본격 가동됐다. 카드 매출과 관광객, 소비지표 등을 분석해 지역경제를 상시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같은 날 2차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하며 민생 지원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11일에는 첫 민선9기 타운홀미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위 지사는 제2공항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성산읍 주민들의 토지담보인정비율(LTV) 제한 문제를 언급하며 특별보증 지원 검토와 민원창구 설치를 약속했다. 이어 공직기강 특별감찰을 실시하고, 행정시장 공개모집과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지난 22일
"제주를 대한민국 관광의 관문으로 만들겠습니다." 제주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과 부산 등 다른 지역까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해 대한민국 전체 관광시장 규모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위성곤 제주지사는 지난 18일 제주를 방문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을 직접 건의했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제주를 대한민국 관광의 관문으로 만들고 외국인 체류기간을 늘려 국가 전체 관광 소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을 취재해 온 기자의 눈에는 한 가지 의문이 먼저 떠오른다. 과연 지금 제주가 더 넓은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난 21일 오후 7시께에는 제주시 노형동 한 주거지에서 함께 생활하던 미등록 중국인 두 명이 말다툼 끝에 서로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30대 남성이 먼저 흉기를 휘둘렀고, 50대 남성이 맞대응하면서 두 사람 모두 다쳤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긴급체포됐고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서귀포에서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30대 중국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지난해 10월 강제출국된 뒤 올해 3월 일반 선박을 타고 서귀포 해안으로 다시 입국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됐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했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았다. 새로운 나라의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제주에서는 헌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로 민간인 6명이 숨진 사건을 시작으로 제주 사회는 극심한 탄압과 갈등에 휩싸였고, 1948년 4월 3일 무장봉기가 발생하면서 비극은 본격화됐다. 이후 5·10 단독선거를 둘러싼 충돌과 진압이 이어졌고, 헌법이 공포된 7월에도 주민들은 체포되고 고문당했으며 목숨을 잃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헌법은 분명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지키겠다고 선언했지만, 제주도민에게 그 헌법은 너무 멀리 있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초대 대통령 이승만 정부가 출범했다. 이후 제주4·3은 단순한 지역의 무력 충돌이 아니라 국가의 정통성에 도전하는 사건으로 규정됐고, 진압은 한층 강경해졌다. 10월 11일 제주도경비사령부가 설치됐고, 10월 17일 국방경비대 제9연대장 송요찬은 해안선에서 5㎞ 이상 떨어진 중산간 지역을 통행하는 사람을 모두 '폭도'로 간
제주 지역화폐 '탐나는전'이 또 멈춘다. 정확히 말하면 탐나는전 사용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결제액의 10%를 돌려주는 캐시백 적립 혜택이 13일 오후 6시부터 잠시 중단된다. 이유는 익숙하다. 예산 소진이다. 올해 탐나는전 캐시백에 투입된 예산은 425억 원이다. 제주도는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예산이 바닥났다고 설명한다. 실제 탐나는전 이용자는 크게 늘었다. 선물하기와 비대면 결제, 법인구매 서비스가 도입됐고 학생증과 케이패스(K-Pass) 카드도 출시되면서 앱 가입자는 올해 1월 19만7879명에서 6월 45만8714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용자가 늘었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지역화폐가 도민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탐나는전은 2020년 11월 30일 처음 발행됐다. 출시 첫해 발행액은 57억 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4648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22년 4445억여 원, 2023년 3870억 원, 2024년 2746억여 원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약 7301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발행액은 2조3069억 원, 실제 사용액은 2조2478억 원에 달한다. 탐나는전은 이제
제주의 수소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충전소는 늘어나고, 구매 보조금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올해 처음 시행한 민간 수소승용차 보급사업에는 모집 물량의 두 배가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겉으로만 보면 제주가 전국에서 가장 수소차를 타기 좋은 지역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 제주시 도두동 개인택시조합 LPG충전소 부지에서 도내 두 번째 이동형 수소충전소 상업운영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제주도, 개인택시조합이 함께 구축한 이 충전소는 행원 그린수소 생산기지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공급한다. 판매가격은 기존 함덕 충전소와 같은 1㎏당 1만5000원이다. 제주도는 올해 말 번영로 구간에 이동형 충전소를 추가 설치하고, 내년에는 서귀포시에도 세 번째 충전소를 구축하는 등 충전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수소차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올해 '2026년 수소전기자동차 민간보급사업' 신청 결과 보급 물량은 79대였지만 신청자는 174명에 달해 경쟁률이 2.2대 1을 기록했다. 구매 혜택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제주에서 수소승용차를 구입하면 국비 2250만원과 도비 1700만원 등 3950만원의 보조금을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지난달에 공개되자마자 국내 시리즈 1위에 올랐다. 작품 속에서는 교육부 직속 '교권보호국' 소속 감독관들이 학교폭력과 악성 민원, 교권 침해를 단호하게 해결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설정이지만 많은 교사들은 "저런 조직이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왜일까. 최근 제주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지난 4월 말 서귀포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교사가 사용하던 개인 텀블러에서 수상한 액체가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남성의 체액으로 확인됐다. 피해 교사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병가에 들어갔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초 같은 교실에 외부인이 또다시 침입했다. 이번에는 피해 교사가 사용하던 의자에 소변을 보고 달아났다. 병가를 대신해 출근한 시간강사가 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학교 주변 CCTV를 분석해 모 고등학교 재학생 B군을 피의자로 특정했다. 하지만 B군은 경찰 조사에서 "특정 교사를 노린 것이 아니라 교실에 간식이 있어서 들어갔다"며 표적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 입장에서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
제주4·3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제주4·3은 쉽게 말할 수 없는 역사였다. 생존자들은 침묵해야 했고, 유족들은 자신의 가족사를 드러내기 어려웠다. 영화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가폭력과 민간인 집단 희생이라는 무거운 주제는 투자와 흥행의 벽을 넘기 어려웠고, 제주4·3은 오랫동안 스크린 밖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4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 TOP10 영화'에서 제주4·3을 소재로 한 영화 '한란'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극장 개봉 이후 국내외 영화제를 거쳐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도 대중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단순한 흥행 성적을 넘어 제주4·3을 다룬 영화가 제주를 넘어 전국과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4·3을 영상으로 처음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은 1989년 KBS TV문학관 '순이삼촌'이다. 현기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국가폭력으로 삶이 무너진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처음 영상으로 옮겼다. 당시만 해도 제주4·3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대였지만, '순이삼촌'은 제주 사회가 품고 있던 상처를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국마사회 제주 이전을 향한 제주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제주에서는 유독 '말(馬)'이 자주 등장한다. 한국전쟁 영웅 군마 레클리스, 조선시대 헌마공신 김만일, 퇴역 경주마 보호 문제까지. 얼핏 보면 각각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바로 한국마사회 제주 이전이다. 제주도는 정부가 추진할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 한국마사회를 가장 유력한 유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달 경기도 과천 한국마사회 본사를 찾아 우희종 한국마사회장에게 유치 제안서를 전달했다. 제안서에는 전국 유일의 말산업 집적지라는 제주의 강점이 담겼다. 오 지사는 당시 "제주는 국가 말산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최적지"라며 한국마사회 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위성곤 제주도지사 당선인도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한국마사회 제주 이전을 공식 건의했다. 위 당선인은 "제주는 11년 연속 말산업특구 평가 전국 1위를 기록한 대한민국 말산업 중심지"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현직 도지사와 차기 도지사가 같은 날 한국마사회 이전을 위해 움직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권과 정치적 입장을 떠나 제주 사회가 한국마사회 이전만큼은
제주 공직사회가 잇따른 비위 사건으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에 제주시 종량제봉투 판매대금 수억원이 장기간 횡령된 사실이 드러났고, 최근에는 일부 공무원들이 초과근무를 신청한 뒤 실제 업무 대신 체력단련실을 이용하며 수당을 받아온 사실까지 적발됐다. 사건의 내용은 다르지만 도민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같다. "도대체 행정 내부의 감시와 통제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제주시는 공무원 12명이 주말 초과근무를 신청한 뒤 실제 업무를 하지 않고, 청사 내 체력단련실을 이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일부 직원은 2024년부터 같은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근무수당은 도민의 세금으로 지급된다. 정당한 근무 없이 수당을 받은 행위는 단순한 복무 위반을 넘어 공직 윤리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주 공직사회는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비위 사건으로 논란을 겪어왔다. 대표적으로 제주시 종량제봉투 판매대금 횡령 사건은 행정의 허술한 관리 체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담당 직원이 장기간 판매대금을 빼돌렸지만 내부 점검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했고, 감사 과정에서 뒤늦게 문제가
위성곤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쉽지 않은 숙제를 떠안았다. 선거에서는 압승했지만, 도정 운영의 출발선에 놓인 현안들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선택하면 반발이 따르고, 미루면 무능하다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위 당선인은 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63.11%를 득표하며 당선됐다. 제주도지사 선거 역대 최다 득표율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제주도의회 전체 45석 중 34석을 차지했다. 도정과 의회 모두 안정적인 정치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정치 지형이 곧 쉬운 도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압도적 지지를 받은 만큼 책임도 커졌다. 도민들은 이제 위성곤 당선인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결정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위 당선인은 지난 17일 제주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광주·전남, 전북과의 초광역 협력 구상을 밝혔다. 그는 현 정부의 지역발전 방향인 ‘5극3특’을 언급하며 제주가 단독으로 움직이기보다 호남권과 협력해야 정부 지원과 산업 확장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핵심은 해상풍력이었다. 위 당선인은 좌초 위기에 놓인 추자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언급하며 “현재 제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유독 많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제주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은 확연히 달라졌다. 더 이상 제주가 단순한 촬영지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한때 제주 영상물은 아름다운 바다와 유채꽃, 오름을 비추는 데 그쳤다. 이국적인 풍경은 있었지만 이야기는 다른 곳에 있었다. 제주가 있어도 제주 사람은 없었고, 제주 문화는 배경 소품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 제주가 달라지고 있었다. 1999년 개봉한 영화 '연풍연가'는 제주 콘텐츠의 초창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박대영 감독이 연출하고 장동건과 고소영이 출연한 이 영화는 산굼부리와 송악산, 바다와 오름을 담아내며 '제주 감성'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당시 제주가 보여준 것은 풍경이었다. 제주 사람들의 삶과 문화는 화면 뒤편에 머물렀다. 2003년 방영된 SBS 드라마 '올인'은 제주 콘텐츠의 또 다른 분기점이었다. 이병헌과 송혜교, 지성이 출연한 이 작품은 섭지코지를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만들었다. 드라마 세트장은 수년간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당시만 해도 제주는 이야기의 중심이기보다 아름다운 배경이었다. 드라마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