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됐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했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았다. 새로운 나라의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제주에서는 헌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로 민간인 6명이 숨진 사건을 시작으로 제주 사회는 극심한 탄압과 갈등에 휩싸였고, 1948년 4월 3일 무장봉기가 발생하면서 비극은 본격화됐다. 이후 5·10 단독선거를 둘러싼 충돌과 진압이 이어졌고, 헌법이 공포된 7월에도 주민들은 체포되고 고문당했으며 목숨을 잃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헌법은 분명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지키겠다고 선언했지만, 제주도민에게 그 헌법은 너무 멀리 있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초대 대통령 이승만 정부가 출범했다. 이후 제주4·3은 단순한 지역의 무력 충돌이 아니라 국가의 정통성에 도전하는 사건으로 규정됐고, 진압은 한층 강경해졌다. 10월 11일 제주도경비사령부가 설치됐고, 10월 17일 국방경비대 제9연대장 송요찬은 해안선에서 5㎞ 이상 떨어진 중산간 지역을 통행하는 사람을 모두 '폭도'로 간
먼저 ‘노컴스티프’는 원작 소설 작가이자 이 영화의 ‘내레이터’로 참여한 도널드 레이 폴록(Donal Ray Pollock)의 고향이기도 한 실재하는 지명이다. 반면, 콜 크릭은 고유명사라기보다는 미국에 무수히 산재하는 탄광촌의 보통명사에 가깝다. 쉽게 말하면 이름 없는 탄광촌이다. 영화가 분위기나 느낌이 크게 구분되지 않은 이 쇠락한 촌락들을 오가며 전개되다보니 가끔은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작가가 굳이 이 2개의 촌락을 하나의 ‘프레임’에 담으려 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오하이오주의 노컴스티프와 웨스트버지니아의 콜 크릭은 그 사이에 오하이오강(Ohio River)을 사이에 두고 200여㎞ 떨어져 데칼코마니처럼 마주 보고 있는 촌락들이다. 영화의 주인공 윌러드(빌 스카스가드 분)와 아빈(톰 홀랜더 분)은 그 오하이오강을 건너오고, 또 건너가서 똑같은 악마들을 만나고 자신들도 악마가 돼간다. 웨스트버지니아 콜 크릭 출신인 윌러드는 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에 투입돼 악마가 된 인간들의 생생한 모습을 목격한다. 그러나 그곳에 신은 없었다. ‘기도는 반드시 응답받는다’는 복음주의 신앙인 ‘남부침례교’ 모태신앙이었던 윌러드는 악마들이 날뛰는 그 참혹한 전쟁터에
올여름 제주는 유난히 뜨겁습니다. 한낮 체감온도가 35도를 넘나드는 날이 이어지면서, 뙤약볕 아래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들의 안전이 그 어느 때보다 염려되는 요즘입니다. 이에 제주지방우정청은 폭염으로부터 집배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여름철 안전보건 특별대책기간을 운영하여 온열질환 예방과 대응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집배업무정지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집배업무정지권이란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이거나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안전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총괄우체국장의 판단에 따라 집배업무를 일시 정지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체감온도 38도 이상이 하루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옥외 배달업무는 원칙적으로 전면 중지됩니다. 업무가 정지되더라도 등기·소포는 상황에 따라 배달 여부를 결정하고, 일반우편물은 익일 순차 배달로 지연을 최소화하며, 다만 배달이 하루 이틀 늦어질 수 있습니다. 어떠한 배달 일정도 집배원의 생명과 건강보다 우선할 수 없습니다. 온열질환은 초기 대응이 늦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집배원은 즉시 배달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고객 여러분의 작은 배
"제주 여름 피서, 꼭 해수욕장에 가야 하나요?" 협재와 함덕, 이호테우, 중문색달. 여름 제주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은 역시 해수욕장입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모래사장에는 매년 피서객들이 몰리고, 유명 해수욕장 주변은 사람과 차량으로 북적입니다. 그런데 잠깐만요!! 올여름에는 바다 대신 제주 땅속에서 솟아나는 차가운 물에 몸을 담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제주에는 한여름에도 머리가 쨍할 만큼 차가운 '천연 수영장'이 있습니다. 바로 용천수(湧泉水)입니다.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은 여름철 도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물놀이 장소입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나무 그늘 아래 가족들이 자리를 잡고, 아이들은 물속으로 뛰어들며 더위를 식힙니다. 하지만 자신 있게 물에 들어간 것도 잠시, 차가운 물에 놀라 금세 밖으로 뛰어나오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월대천의 여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축제도 열립니다. 오는 18일부터 19일까지 월대천과 수변공원 일원에서는 '2026 제주 수변공원 ESG 축제'가 펼쳐집니다. 월대천에서 연대포구까지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비롯해 생태·환경 체험과 업사이클링 프로그램, 수변 캠크닉, 한여
제주 지역화폐 '탐나는전'이 또 멈춘다. 정확히 말하면 탐나는전 사용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결제액의 10%를 돌려주는 캐시백 적립 혜택이 13일 오후 6시부터 잠시 중단된다. 이유는 익숙하다. 예산 소진이다. 올해 탐나는전 캐시백에 투입된 예산은 425억 원이다. 제주도는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예산이 바닥났다고 설명한다. 실제 탐나는전 이용자는 크게 늘었다. 선물하기와 비대면 결제, 법인구매 서비스가 도입됐고 학생증과 케이패스(K-Pass) 카드도 출시되면서 앱 가입자는 올해 1월 19만7879명에서 6월 45만8714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용자가 늘었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지역화폐가 도민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탐나는전은 2020년 11월 30일 처음 발행됐다. 출시 첫해 발행액은 57억 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4648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22년 4445억여 원, 2023년 3870억 원, 2024년 2746억여 원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약 7301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발행액은 2조3069억 원, 실제 사용액은 2조2478억 원에 달한다. 탐나는전은 이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0년이다. 2006년 7월1일 출범한 특별자치도 제주는 대한민국의 제주를 향한 집념의 깃발이다. 그 이면엔 대한민국의 예인선이 되기를 바라는 '제주개발'의 성장사가 있다. 1991년 말 제주개발특별법이란 외피를 걸친 제주호의 항해가 시작된 지도 어언 35년이다. 법과 제도, 구조와 내용으로 제주를 만들어간 변천사를 이제 되짚어본다. 제주개발특별법 탄생에 관여했던 김승석 변호사가 그 일련의 역사를 정리한다. 중단없는 제주의 새로운 전진을 새 연재에서 모색해본다. / 편집자 주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의 주무 부서인 행정자치부는 2005년 9월경부터 제주자치도의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그 지위와 사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약칭 제주특법법(안)의 작성에 착수한다. 그 요지는 이렇다. 중앙부처는 법률의 체계와 구성 내용을 검토한 결과, 특별자치도의 설치 부분과 국제자유도시 조성 부분을 분리하여 2개의 법률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법률로 규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나아가 법안의 내용은 제주특별차지도 기본계획에 제시된 사항들을 토대로 하되 핵심 산업의 육성 부분은 현재 시행 중인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규정된 내용들을 발전적으로 수용하기로 하였다. 다
우리나라 월간 수출이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산업통상부가 집계한 지난 6월 수출액은 1022억5000만 달러. 독일,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월간 수출 1000억 달러 돌파 기록을 세웠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과 세계 수출 4강 등극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같은 수출 호조세를 반영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로 상향 조정하는 국내외 기관들도 등장했다. 수출 증대와 성장률 상승은 단연 반도체 덕분이다. 6월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99.5% 증가한 448억2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20대 주력품목 중 컴퓨터, 석유제품, 선박, 화장품 등 18개 품목의 수출도 늘었지만, 반도체 비중은 전체 수출의 43.8%를 차지할 정도로 막중하다. 이런 상황에서 6월 29일 발표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원 규모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프로젝트는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이 반도체 생산 규모 확대를 넘어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로봇공학을 산업 역량 강화와 국가 균형발전 전략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친환경 에너지 자
한때 탄광으로 번영했지만 석유산업이 본격화하면서 버려진 땅 ‘웨스트버지니아’.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에서 보여주는 이곳의 절망적인 무기력과 배출구 없는 분노, 그리고 그들이 오로지 매달리는 광적인 기도의 모습은 음산하고 기괴하다. 영화에서 배경으로 소개하지 않지만, ‘버려진 땅’ 웨스트버지니아의 그 음산하고 기괴한 분위기는 1921년 영화 속 그 땅에서 벌어진 미국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노동자 무장 봉기 사건인 ‘블레어산 전투(Battle of Balir Mountain)’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당시 웨스트버지니아의 석탄 광부 1만여명은 자본의 착취와 사설 무장 괴한(우리나라로 치면 백골단)들의 폭력에 맞서 삽자루 정도가 아니라 진짜 총을 들고 봉기했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 미국 내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무장충돌이었고, 여전히 미국 현대사의 감추고 싶어 하는 상처이자 치부로 남아 있다. 자본가들의 편에 선 주州 정부와 보안관들은 광부들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했다. 심지어 민간 비행기를 동원해 사설 공중 폭격까지 감행했다. 결국 연방군과 육군 항공대(전투기)까지 광부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됐다. 우리가 경험했던 ‘5·18 민주화운동’과 너무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0년이다. 2006년 7월1일 출범한 특별자치도 제주는 대한민국의 제주를 향한 집념의 깃발이다. 그 이면엔 대한민국의 예인선이 되기를 바라는 '제주개발'의 성장사가 있다. 1991년 말 제주개발특별법이란 외피를 걸친 제주호의 항해가 시작된 지도 어언 35년이다. 법과 제도, 구조와 내용으로 제주를 만들어간 변천사를 이제 되짚어본다. 제주개발특별법 탄생에 관여했던 김승석 변호사가 그 일련의 역사를 정리한다. 중단없는 제주의 새로운 전진을 새 연재에서 모색해본다. / 편집자 주 제주도는 21세기 비전으로 2002년 4월에 시행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의거, ‘국제자유도시’와 ‘평화의 섬’을 추진 중에 있었으나 국제자유도시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혁신적인 지방자치 및 행정체제의 구축은 시대적 소명으로 떠올랐다. 이에 제주도는 2002년 ‘제주도행정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제주의 여건과 특성을 반영하고 지역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주형 자치모형’을 개발한다.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선정하여 김대중 정부와는 차별화된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강력하게
제주의 수소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충전소는 늘어나고, 구매 보조금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올해 처음 시행한 민간 수소승용차 보급사업에는 모집 물량의 두 배가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겉으로만 보면 제주가 전국에서 가장 수소차를 타기 좋은 지역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주도는 지난해 6월 제주시 도두동 개인택시조합 LPG충전소 부지에서 도내 두 번째 이동형 수소충전소 상업운영을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제주도, 개인택시조합이 함께 구축한 이 충전소는 행원 그린수소 생산기지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공급한다. 판매가격은 기존 함덕 충전소와 같은 1㎏당 1만5000원이다. 제주도는 올해 말 번영로 구간에 이동형 충전소를 추가 설치하고, 내년에는 서귀포시에도 세 번째 충전소를 구축하는 등 충전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수소차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올해 '2026년 수소전기자동차 민간보급사업' 신청 결과 보급 물량은 79대였지만 신청자는 174명에 달해 경쟁률이 2.2대 1을 기록했다. 구매 혜택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제주에서 수소승용차를 구입하면 국비 2250만원과 도비 1700만원 등 3950만원의 보조금을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지난달에 공개되자마자 국내 시리즈 1위에 올랐다. 작품 속에서는 교육부 직속 '교권보호국' 소속 감독관들이 학교폭력과 악성 민원, 교권 침해를 단호하게 해결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설정이지만 많은 교사들은 "저런 조직이 정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왜일까. 최근 제주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지난 4월 말 서귀포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교사가 사용하던 개인 텀블러에서 수상한 액체가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남성의 체액으로 확인됐다. 피해 교사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병가에 들어갔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초 같은 교실에 외부인이 또다시 침입했다. 이번에는 피해 교사가 사용하던 의자에 소변을 보고 달아났다. 병가를 대신해 출근한 시간강사가 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학교 주변 CCTV를 분석해 모 고등학교 재학생 B군을 피의자로 특정했다. 하지만 B군은 경찰 조사에서 "특정 교사를 노린 것이 아니라 교실에 간식이 있어서 들어갔다"며 표적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 입장에서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
제주4·3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제주4·3은 쉽게 말할 수 없는 역사였다. 생존자들은 침묵해야 했고, 유족들은 자신의 가족사를 드러내기 어려웠다. 영화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가폭력과 민간인 집단 희생이라는 무거운 주제는 투자와 흥행의 벽을 넘기 어려웠고, 제주4·3은 오랫동안 스크린 밖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4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 TOP10 영화'에서 제주4·3을 소재로 한 영화 '한란'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극장 개봉 이후 국내외 영화제를 거쳐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도 대중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단순한 흥행 성적을 넘어 제주4·3을 다룬 영화가 제주를 넘어 전국과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4·3을 영상으로 처음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은 1989년 KBS TV문학관 '순이삼촌'이다. 현기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국가폭력으로 삶이 무너진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처음 영상으로 옮겼다. 당시만 해도 제주4·3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대였지만, '순이삼촌'은 제주 사회가 품고 있던 상처를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