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향인 대포마을의 어르신이 돌아가셨는데, 서귀포의료원에서 일포를 한단다. 모처럼 고향 분들을 뵙겠구나 싶은 마음에, 장례식인데도 반가운 마음이 저만치 앞서 걸었다. ‘98세를 사시다 가신 고인의 사진이 편안해 보인다’라며, 함께 간 언니도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는 눈치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언니의 단짝 친구인 고명딸을, 발바닥에 먼지 하나 묻지 않도록 곱게만 키우셨다. 사람도 너무 아끼면 하늘이 질투라도 하시는 걸까? 그 귀한 딸이 40대에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장례식장은 그다지 무겁지 않은 분위기였다. 아니, 상주의 표정과 문상객들의 인사로 보아, 호상(好喪)인 듯하였다. 복을 누리며 별다른 병치레 없이 오래 사신 분이시니 그럴 만도 하였다. 오랜만에 뵙지만 낯설지 않은 동네 분들이 우리를 보자마자 이구동성으로 어머니의 안부를 물으신다. 가슴이 뭉클하게 따사롭고 정다웁다. “니네가 맻 성제고(몇 형제니)?”라고 묻는 삼춘은 알 동네에서 이웃해 살았던 춘자 어멍이시다. 몰라서 물으시는 게 아니라 그만큼 반가운 마음을 담아서 하시는 말씀이다. 대포마을은 중심에 향사(리사무소)를 두고, 동서남북으로 동동네, 섯동네, 알동네, 웃동네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리
끝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소비가 급랭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촉발한 글로벌 관세전쟁 쇼크가 겹친 결과다. 이로써 우리나라 경제는 네분기 연속, 사실상 1년간 ‘제로(0) 성장’을 했다. 최근 1년의 분기별 성장률을 보자. 지난해 2분기 –0.228%→3분기 0.1%→4분기 0.066%를 거쳐 올해 1분기 –0.24%다. 성장률이 네분기 연속 0.1%를 밑돈 것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다. 가히 ‘저성장 쇼크’다. 1960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이 이렇게 장기간 0.1% 이하에 머문 적은 없었다. 2022년 4분기(-0.452%)에 민간소비 감소와 수출 증가세 둔화가 겹쳐 역성장했다. 하지만 곧바로 2023년 1분기(0.44%)에 반등해 지난해 1분기(1.3%)까지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2020년 1분기(-1.286%)·2분기(-2.74%) 연속 경제가 뒷걸음쳤다. 그러나 3분기(2.209%)에 반등한 뒤 4분기(1.574%), 2021년 1분기(1.543%), 2분기(1.344%) 등 네분기에 걸쳐 1~2%대 성장을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
1945년 4월 30일 자살하기까지 마지막 14일간을 베를린 시내 지하방공호인 퓌러붕커 속에 머물렀던 히틀러는 자신의 비참한 말로를 오로지 ‘남 탓’으로 돌리며 평소의 발작이 극한으로 치닫는다. 히틀러의 모습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슬픈 일이다. 히틀러는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개전은 전세계를 말아먹는 유대인들의 음모 때문이었으며, 유대인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한 ‘성전(聖戰)’이 패전으로 몰린 것은 ‘계몽’되지 못한 일부 무지몽매한 독일인과 휘하 장군들의 무능 탓으로 돌린다. 몇차례에 걸친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으로 ‘사막의 여우’라 불리며 연합군을 떨게 했던 아프리카 전차부대 사령관 에르빈 롬멜(Erwin Rommel) 장군을 비롯한 ‘유능하지만 계몽되지 않은’ 장군들을 대부분 처형하거나 숙청해 버린 터라 ‘계몽은 됐지만 무능한’ 장군들만 남은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영화 속에서 소련군이 무풍지대를 달리듯 베를린 시내까지 진격한 것도 소련군과 내통한 ‘반국가적인’ 베를린 시민들의 탓으로 돌려 그 바쁜 와중에도 친위대를 동원해 그들부터 처형한다. 휴전협상파인 하인리히 힘러(Heinrich Himmler) 장군에게 처형명령을 하달하고
'리콜(recall)'의 뜻은 제조업체가 결함이 있는 상품을 회수하여 소비자에게 교환하거나 수리 또는 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또 다른 의미는 유권자가 선출한 선거직 공무원이 위법행위나 직권남용 등의 행위를 할 경우에 임기를 마치기 이전에 유권자의 손으로 직접 그 지위를 박탈하는 '선거직 공무원 소환'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국회나 사법부에서 대통령이나 국무위원, 법관 등 고위 공직자들의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중대한 비위에 대하여 책임을 물어 그 지위를 상실케 하는 탄핵(impeachment)과는 다르다. 소환의 주체는 유권자이며, 그 대상은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된 공무원이다. 일정수의 유권자 투표로 발의하며, 투표 결과에 의하여 그 공무원의 지위가 결정되며, 절차와 방법은 각각 국가마다 다양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헌법' 제2장 제13조는 '소환은 선거직 공무원을 제거하기 위한 유권자의 권한이다'라고 규정하여 유권자의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선거직 공무원들이 소환된다. Recall is the power of the electors to remove an elective officer.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에 쏘아올린 관세폭탄에 미국 시장과 국민이 힘들어 못살겠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식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80여일 만에 14%포인트 빠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파월 의장은 일리노이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연준이 반세기 동안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예상보다 훨씬 높은 관세로 고용과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증시에 개입하는 ‘연준 풋’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나스닥은 3.07% 급락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13~15일 미국 성인 1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2.0%에 그쳤다. 1월 20일 대통령 취임 직후 조사(56.0%) 대비 14%포인트 급락했다. 긍정평가는 취임 이후 최저치였고, 부정평가는 52.0%로 절반을 넘어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도발한 관세전쟁은 주된 공격 대상인 중국의 반격보다 시장의 역
지하방공호에 들어간 지 며칠 만에 히틀러는 마지막 ‘희망회로’마저 끊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끔찍한 소식을 접한다. 그의 파시즘 ‘깐부’였던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1945년 4월 28일 애첩 클라라 페타치(Clrara Petacci)와 함께 이탈리아를 탈출하려다 밀라노에서 반정부 게릴라에 체포돼 총살당했다는 소식이다. 무솔리니의 최후는 정말 끔찍했다. 그의 시체는 마을 주유소 대들보에 거꾸로 매달려 내걸렸다. 그곳에 주민들이 몰려와 시체에 침을 뱉고 몽둥이찜질을 해댔다. 소련군에게 체포되면 무솔리니가 당한 봉변이 고스란히 자신과 애인 에바 브라운의 몫이 될 것을 직감한 히틀러는 4월 29일 유언장을 작성하고 그다음 날 에바 브라운과 함께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괴벨스를 비롯한 부관들이 히틀러 부부의 사체를 담요에 말아 허겁지겁 방공호 밖으로 메고나와 구덩이를 파고 던져놓고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른다. 잠깐 묵념이라도 하려는데 소련군의 포격에 천지가 진동하자 모두 서둘러 방공호로 튄다. 그렇게 히틀러는 에바 브라운과 구덩이에 팽개쳐진 채 온전히 타지도 못한다.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소식을 접한 일본의 ‘전범 수괴’ 도조 히데키(東英機)
우리나라 법조계는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면서 일반 국민들이 접근을 어렵게 만들어 그들만의 세계에서 독점적으로 논의한다. 그 중에는 '추상적 규범통제'와 '구체적 규범통제'가 있다. '규범통제'는 사법부(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입법부(국회) 혹은 행정부가 제정한 하위규범이 상위규범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위반되는 경우 그 효력을 상실케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헌법 제107조 제2항이 '명령 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이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를 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111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 헌법재판소의 '법원의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재판이 전제가 되어야' 대법원은 명령이나 규칙이 법률위반 여부를 심사하고, 헌법재판소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었는지 심사하게 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헌법체계는 '구체적 규범통제'를 의미하며, 재판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위헌이나 위법이라 할지라도 심사할 수가 없다. # 헌법을 위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무효 이에 비하여 '추
요즘 들어 어머니의 치매증세가 몹시 깊어지는 듯하다. 섬망 증세가 있으신 듯, 20여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자주 찾으신다. “니네 아방은 어디 가시니? 밥이나 먹어점신가 이? 아방은 밥에 촘지름을 듬박허게 뿌령(참기름을 충분하게 뿌려서), 독새기 두 개만 깨엉 잘 저서주민(달걀 두 개만 깨서 잘 저어드리면), 호루 종일 밭갈쇠영 굳짝 일을 허는디(하주 종일 밭 가는 소와 함께 계속 일을 하는데)...”. 아버지가 저렇게 걱정이신 건, 그만큼 보고 싶은 그리움이 사무치신 게다. 워낙 체격이 좋으신데다가 술 담배를 안하시던 아버지는 남편을 여의고서 밭 갈 일이 태산인 우녁집에서 부탁을 해오면, 우리집 일을 제쳐놓고 새벽같이 소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해가 중천에 떠오를 쯤 우녁집 아지망이 마련해 놓은 점심 구덕을 펼치면, 까만 꽁당보리밥에 된장과 풋배추가 들어 있었다. 이 밥으로 어떻게 허기를 때우고서, 사래 긴 저 돌짝밭을 저녁까지 갈아치울 것인가? 아버지는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당신이 들고 간 보자기를 펼치셨다. 거기에는 어머니의 정성으로 반질거리는 참기름과 계란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얼굴이 화안해진 아버지는 밥에다 참기름과 계란을 넣고, 배추를 손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전략은 병 주고 약 주는 식이다. 처음에 아주 큰 것 100을 내놓으라고 심하게 겁박한다. 상대방은 물론 주변국과 국제사회도 너무 심하고 엉뚱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밀어붙인다. 그러다가 밀고 당기며 통첩 시한에 임박하거나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난 뒤 양보하거나 크게 인심을 쓰듯 ‘절반만 가져갈 테니 내놓으라’고 한다. 상대방은 ‘우리가 애써 절반을 지켰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국제 법규와 관례를 무시한 무례한 요구를 한 트럼프를 원망하기는커녕 되레 고마워하면서. 이번 상호관세 부과 계획도 마찬가지다. 지구촌 70여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윽박질렀다. 그러다가 정착 발효 당일인 9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원래 없던 관세 10%를 부과하는 것임에도 많은 국가들이 24~46%의 상호관세를 당분간 피하게 됐다며 안심했다. 트럼프는 상호관세 부과 발효 전날까지 “건강해지려면 쓴 약도 들어야 한다”며 강행할 태세였다. 미국 내에서 트럼프더러 국정에서 “손을 떼라(Hands Off)”고 외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발이 심했다. 미국은
영화 ‘다운폴’은 히틀러가 베를린 총리 관저 지하 82m 깊이에 구축한 ‘총통 방공호’에서 보낸 그의 마지막 14일간의 모습을 재현한다. 히틀러의 마지막 타자(打字) 여비서였던 트라우들 융에(Traudl Junge)의 증언을 기반으로 제작했다 하니 작가나 감독의 상상만은 아닌 듯하다. 트라우들 융에는 1942년부터 히틀러를 가장 지근거리에서 관찰한 사람이다. 벙커 속에서 자살한 날 히틀러가 구술하는 유언장을 타이핑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니 히틀러의 모습을 가장 생생하게 증언할 수 있었을 듯하다. 그 여비서가 증언한 히틀러의 모습은 영화가 보여준 그대로다. 장군과 참모들을 세워놓거나 앉혀놓고 손을 떨어가면서 끊임없이 일방적으로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지시한다. 그 와중에 누군가 용기를 내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의견이나 의문을 제기하면 그의 전매특허인 분노의 ‘샤우팅’을 터뜨린다. 샤우팅 한방으로 모든 참모들을 ‘입틀막’ 해버린다. 그러나 기이한 것은 장군과 참모들 어느 누구도 밖에서 모여 자기들끼리 히틀러의 독선과 독단을 성토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모두 히틀러의 ‘지적 우위’와 통찰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다. 난폭한 독재자이기보단 17~18세기 유럽의
제주도와 한국에너지공단 제주지역본부, 제주도 사회복지협의회는 올해 처음으로 ‘제주지역 사회복지분야 시설 진단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도내 사회복지시설의 에너지 사용 실태를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발굴한 뒤, 관련 지원사업과 연계함으로써 실질적인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진단 대상은 사회복지법 제2조 제4항에 따라 설치된 제주지역 내 사회복지시설이며, 참여를 원하는 시설은 제주도 사회복지협의회에 공문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신청 마감은 오는 25일(금)까지로, 최종 선정은 각 시설의 규모, 에너지 효율 개선의 파급 효과, 그리고 대상자의 다양성(노인, 영유아, 장애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루어진다. 진단은 전기, 열(난방), 건축, 재생에너지 등 네 개 분야로 나뉘어 전문적으로 진행되며, 소요되는 비용은 전액 한국에너지공단이 부담한다. 진단 항목은 시설의 규모나 현황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다. 진단 결과는 정부 및 유관기관의 지원사업과 연계되어 실질적인 시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활용되며, 아울러 수집된 데이터는 지자체의 에너지 복지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도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