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원 일몰제로 제주도의회 의원 정수가 5명 줄어들지만 이를 도의원으로 채워 45명을 유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행정안전부가 폐지 이후 의원 정수를 40명으로 해석함에 따라 국회 법 개정 없이는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다. 16일 제주도선거구획정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의원 정수 40명을 기준으로 선거구 획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특별법에는 제주도의회 의원 정수를 '45명(교육의원 5명 포함)'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행안부는 이 조항에서 '교육의원 5명 포함'이 삭제될 경우 최종 정수는 40명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실제로 제주보다 먼저 교육의원이 폐지된 다른 시·도에서도 같은 수의 의원 정수가 줄어든 전례가 있다. 도는 이에 대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선거구획정위는 정부 주무부처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는 국회다. 의원 정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법 개정이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권고안을 반영해 의원 정수를 조정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다. 도 선거구획정위는 지난 11일부터 오는 19일까지 도와 도의회, 도교육청, 도내 정당 등을 대상으로 교육의원 일몰에 따른 의원 정수 조정 의견을 받고 있다. 도의회는 정수를 45명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의회 행정체제개편대응단이 연구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적정 의원 정수 1순위로 45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구수를 기준으로 한 헌법재판소 인구편차 결정을 적용하면 도의원 45석 전부를 유지하기에는 제주의 인구가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행정체제 개편과 기초의회 출범 논의가 전제된 상황에서 도의회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제주)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용범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다음 달 열린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16일 제주도로부터 제출된 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접수하고, 다음 달 1일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이는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 조례'에 따라 상임위원회 회부일로부터 15일 이내 청문회를 개최해야 하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청문회를 거친 뒤 문광위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작성해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을 통해 오영훈 제주지사에게 제출하게 된다. 김 후보자는 서귀포시 출신으로 남주고와 대구대를 졸업했다. 제주대 대학원에서 관광개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정방·중앙·천지동 선거구에서 3선 도의원을 지낸 바 있다. 이선화 현 ICC제주 대표의 임기는 다음 달 16일 종료된다. 김 후보자가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 임명되면 앞으로 3년간 ICC제주 대표이사직을 맡게 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내년도 생활임금을 시급 1만2110원으로 확정했다. 올해보다 3.5% 오른 수준으로 정부가 고시한 내년도 최저임금보다 17% 이상 높다. 제주도는 16일 생활임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생활임금은 올해 생활임금(1만1710원)보다 400원 인상된 금액이다. 월 209시간 기준 253만990원에 해당한다. 이는 내년도 최저임금 1만320원보다 1790원(17.3%) 높은 수준이다. 생활임금 산정에는 제주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 가계 지출 수준, 공무원 임금 인상률 등이 반영됐다. 위원회는 8개 인상안을 놓고 논의한 끝에 위원 전원 합의로 최종 금액을 확정했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은 도 조례에 따라 공공부문 노동자뿐만 아니라 출자·출연기관, 민간위탁과 공공근로, 국비지원 사업 참여자, 그리고 민간에서 공공 발주 공사·용역 및 하도급에 종사하는 노동자까지 포함된다. 새로운 생활임금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AI 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메타씨앤아이가 서울 강남 본사를 제주로 이전하며 지역 특화형 반도체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을 보탠다. 제주도는 16일 메타씨앤아이가 최근 본사 제주 이전을 확정하고 법인 주소 이전 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메타씨앤아이는 2018년 설립된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이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활용되는 인공지능(AI) 시스템반도체와 초고해상도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저전력 설계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이다. 특히 메타씨앤아이는 지난해 10월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대한민국 파워 혁신기업 30-반도체 섹터'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이어 8번째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2022년에는 제주첨단산업단지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신설해 제주 출신 인재를 채용해 운영 중이다. 최근 매출은 연 100억~150억원 규모다. 도는 이번 본사 이전이 ▲민선 8기 도정의 기업하기 좋은 제주 정책 ▲이재명 정부의 첨단반도체 육성 정책 ▲기업의 지역 인재 양성 및 지방 이전 확대라는 흐름과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도는 메타씨앤아이 이전을 계기로 산·학·관 협력 기반의 첨단 연구개발 특화 반도체산업을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앞으로 도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과 연계해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을 확대하고, 한화우주센터 준공 및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제주권연구본부 설립과도 연결해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청년층을 위한 고품질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고도화를 기대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메타씨앤아이 본사 이전은 제주가 첨단산업 생태계로 도약하는 전환점"이라며 "지역 기업, 연구개발 기관과 협력해 튼튼한 성장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메타씨앤아이는 다음달 1일 도와 지역 특화형 반도체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연말까지 제주 출신 인력을 추가 채용해 이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위기에 처한 제주 어선 선원 8명을 구한 중국해경 대원들이 명예 제주도민이 된다. 제주도는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5 한·중 미래발전 제주국제교류주간' 행사에서 제주 어선 구조에 공헌한 중국 해경 대원 4명에게 명예도민증을 수여한다고 16일 밝혔다. 명예도민증을 받는 중국 해경 대원은 중국해경 직속 제2국 2307함에 근무하는 팡량 정위, 궈펑 보조기사, 우젠웨이 화기통제원, 리즈루이 조타수 등 4명이다. 이번 명예도민증 수여는 지난 5월 서귀포 남서쪽 563km 해상에서 침수된 모슬포 선적 근해연승어선 887어진호(29t) 승선원 8명을 구조한 중국해경의 인도적 활동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해당 해역에 있던 중국 해경 함정이 신속하게 출동해 한국인 선장과 인도네시아인 선원 7명 등 전원을 안전하게 구조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 5월 14일 주제주중국총영사관을 방문, 천젠쥔 총영사를 통해 중국 정부와 중국 해경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오 지사는 "중국 해경의 인도적 구조 활동은 한중 우호 관계와 제주-중국 간 깊은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앞으로도 제주와 중국 간 해양 안전 및 구조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국 해경 대표단은 이날 오 지사와 면담을 갖고, 이어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을 방문해 청장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올해 여름 휴가철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공공와이파이를 대거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16일 지난 7∼8월 제주 공공와이파이 데이터 사용량이 597테라바이트(TB)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한 수치다. 접속 횟수는 4800만회에 달했다. 특히 버스에서 사용된 데이터가 364TB로 전체의 60%를 차지해 이동 중 인터넷 수요가 두드러졌다. 이용자 비중은 관광객이 70%, 도민이 30%였다.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는 중국인이 47%로 가장 많았다. 미국과 일본 관광객이 그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2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30대(22%), 40대(20%), 50대(19%), 10대(16%) 순으로 집계됐다. 장소별로는 버스가 데이터 사용량 1위를 기록했다. 버스정류장, 전통시장, 공영관광지, 해수욕장이 뒤를 이었다. 전통시장 가운데는 동문시장, 관광지 중에는 절물자연휴양림, 해변에서는 함덕해수욕장이 가장 많이 이용됐다. 현재 도는 모두 5949대의 공공와이파이를 운영 중이다. 자체 구축한 3970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신사에서 이관받은 1979대가 포함돼 있다. 유형별로는 버스정류장·공항·관광지 등 고정형이 5026대, 버스·도항선 등 이동형이 923대다. 도는 올해 말까지 전통시장과 테마거리에 151대를 추가 설치하고, 노후 단말기 801대를 교체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전체 설치 대수를 6300대로 확대해 더욱 촘촘한 무선 인터넷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디지털 정보 접근성이 중요한 시대에 공공와이파이는 스마트 도시 인프라의 핵심 요소"라며 "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도민과 관광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이용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달 '제주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 계획 수립 연구 용역'을 마무리한 뒤,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비전을 담아 우주항공청에 클러스터 지정을 공식 건의할 계획이다. 16일 제주도에 따르면 이번 클러스터는 제주의 강점인 위성 제조와 데이터 활용 분야를 특화해 전남(발사체), 경남(위성체), 대전(연구)과 함께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4대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귀포시 하원테크노캠퍼스에는 한화시스템이 조성 중인 '제주한화우주센터'가 다음달 준공된다. 국내 최대 규모 민간 초소형 위성 조립·시험 시설로, 센터가 가동되면 월 4∼8기의 위성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또 제주에 본사를 둔 우주 관련 기업 컨텍은 아시아 최대 규모 민간 우주지상국을 성공적으로 구축·운영 중이다. 현재 9개국 11개 지상국을 보유하고 있다. 연말까지 11개국 15개 지상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내 우주산업 기업과 기관의 종사자는 현재 모두 146명이다. 인재 양성을 위해 한림공업고등학교는 교육부의 '협약형 특성화고'로 지정돼 우주 관련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컨텍과 교육용 우주 수신 안테나 운영 등을 위한 산학협력 협약도 체결했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제주가 가진 위성 제조와 데이터 활용 역량을 토대로 국가 우주산업 발전의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경찰청이 마약 수사 전담팀을 두지 않아 대응 공백이 우려된다.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마약 범죄가 급증하고, 온라인 거래가 전체의 절반에 이를 만큼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대덕구)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마약류 단속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은 7998명으로 이 중 온라인 거래가 47.9%를 차지했다. 불과 3년 전인 2021년(24%)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연령별로는 20대(33.5%)와 30대(22.6%)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텔레그램·다크웹·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비대면 유통·소비 방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박 의원은 "전북·제주·경북·울산·강원·충북·충남·대전·대구·세종·전남·광주 등 전국 12개 시·도 경찰청은 여전히 일선 경찰서에 마약 수사 전담팀이 없어 사실상 지역 단위 대응이 공백 상태"라고 지적했다. 제주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도내에서 검거된 마약사범은 151명으로 2022년 104명보다 45.2% 늘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44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43명, 50대 27명, 30대 20명, 10대도 7명이 포함됐다. 실제 지난해 7월에는 제주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다투던 20대 여성 2명이 경찰에 신고됐다가 마약 구매 대금을 둘러싼 갈등과 투약 사실이 드러나 입건되기도 했다. 연령과 상황을 가리지 않고 마약 범죄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 의원은 "마약 범죄가 사회 전반으로 깊숙이 퍼지고 있다"며 "온라인 감시 시스템 강화와 수사관 증원 등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에서 낙석 사고가 발생해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16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8시 43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봉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소방당국이 출동해 현장 확인 결과, 등산로 서측 약 1㎞ 지점 진진동굴 인근 접근금지 구역에서 70~80㎝ 크기의 암반 2개와 나무 3그루가 상부 약 3m 지점에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즉시 현장을 통제하고 안전선을 설치했다. 서귀포 재난상황실에도 통보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세계자연유산이자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성산일출봉에서 낙석이 발생하면서 방문객 안전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16일 오전부터 현장 점검에 나섰다"며 "현재 관계자들이 현장을 확인하고 있어 구체적인 원인과 추가 안전조치 여부는 더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고무보트를 타고 제주로 밀입국한 중국인 가운데 마지막 1명이 추가로 검거됐다. 이로써 밀입국한 중국인 6명이 모두 붙잡혔다. 제주해양경찰청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30대 중국인 남성 A씨를 긴급체포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중국 남동부 장쑤성 난퉁시에서 다른 중국인과 함께 90마력 엔진이 달린 고무보트를 타고 이튿날 새벽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을 통해 밀입국한 혐의를 받는다. 해경은 추적 수사 중 A씨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하고 소재지를 파악해 이날 오후 1시께 충북 청주시에서 A씨를 검거했다. 현재 해경은 A씨를 제주로 이송하고 있다. 해경 조사 결과 A씨는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화물선에 적재한 화물차에 숨어 배편을 통해 제주를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화물차 운전자인 50대 한국인 남성도 이날 오전 6시 40분께 제주항에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날 붙잡힌 A씨와 함께 밀입국한 다른 중국인 5명(남성 4명·여성 1명)은 앞서 검거됐다. 제주에서 이들을 도운 중국인 여성 조력자 2명도 붙잡혔다. 검거된 중국인 남성 5명 중 3명은 구속됐다. 해경은 조사 과정에서 "중국인 6명이 함께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했으며, 서로 모르는 사이로 중국인 브로커를 통해 돈을 주고 밀입국한 뒤 뿔뿔이 흩어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앞서 제주 해경은 지난 8일 오전 7시 56분께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녀탈의장 인근에서 미확인 고무보트가 있다는 주민 신고를 접수했다.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의 현장 조사 결과 90마력 엔진이 설치된 고무보트에서 용량이 다른 유류통 12개와 구명조끼 6벌, 포장지에 중국어가 표기된 빵을 비롯한 비상식량, 낚싯대 등이 확인됐다. 해경과 경찰, 군 당국이 함께 조사한 결과 간첩 활동 등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연안 지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소비 규모가 지난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 중심의 소비 구조가 뚜렷해지면서 제주가 외국인 해양관광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발표한 '외국인 해양관광 소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연안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쓴 금액은 전체 외국인 해양관광 소비의 24.7%를 차지했다. 이는 부산(42.1%)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이다. 특히 제주도에서 서귀포 지역은 숙박 중심(67.9%), 제주시 지역은 소매·유통 중심(48.2%)으로 소비 구조가 이원화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이 서귀포에서는 체류형 관광을, 제주시에서는 쇼핑과 유통 소비를 주로 즐긴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해양관광 소비는 1조258억원으로 2023년보다 42.3% 증가했다. 이 중 제주가 약 4분의 1을 차지한 셈이다. KMI는 외국인들이 체류와 숙박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제주 역시 성수기 편중을 완화하고 동절기 보완형 콘텐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정희 KMI 원장은 "제주 연안은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쇼핑 수요가 뚜렷이 구분되는 만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며 "K-컬처와 연계한 체류형 콘텐츠를 확대해 제주가 글로벌 해양관광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영화 ‘헤이트풀8(Hateful Eight)’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8번째 작품이다. 타란티노는 클래식 음악 대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순서대로 Op.(Opusㆍ걸작)라는 접두어로 작품번호를 명기하듯 자신의 작품에 일련의 작품번호를 붙인다. 헤이트풀8은 타란티노의 ‘작품번호(Op.) 8’인 셈이다. 영화 ‘장인’이라면 자신의 작품에 대한 그만한 자부심은 가져도 좋을 듯하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877년이고, 공간적 배경은 미국 중서부 와이오밍주(州) 허허벌판이다. 지금도 한반도보다 조금 넓은 면적에 인구는 경기도 평택시 인구에 해당하는 50여만명이이니 1877년에는 거의 황무지라고 해도 무방한 곳이다. 그곳에 미국 북서부의 악명 높은 눈폭풍 ‘블리자드(Blizzard)’가 몰아치는 어느 날 영화가 시작된다. 남북전쟁이 1865년에 끝났으니 전쟁이 끝나고도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시점. 하지만 남북전쟁의 상흔이 여전한 혼란기 속 와이오밍은 미국의 주로 편입되기 이전의 무법천지 구역이다. 그런 위험한 황무지에 ‘미니(Minnie) 잡화점’이 있다. 사막 여행자들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인 존 루스(John Ruthㆍ커트 러셀 분)는 내로라하는 현상금 사냥꾼이다. 살인적인 블리자드가 몰아치는 와이오밍 설원에서 루스가 현상금 1만 달러가 걸린 살인마 데이지 도머그(Daisy Domergue)를 ‘사냥’해 마차에 싣고 호송해 가고 있다. 현상금 사냥꾼에게 현상금이 1만 달러가 걸린 수배범이면 어부가 ‘바다의 로또’라는 밍크 고래 한 마리 잡은 것과 같은 ‘대박’이다. 개선장군처럼 마부까지 딸린 호화로운 육두마차를 전세 내는 호기를 부린다. 그 정도 비용은 곧 받아서 챙길 현상금에 비하면 ‘껌값’이다. 루스의 마차는 살인적인 눈폭풍을 피하기 위해 미니 잡화점으로 향하는 중이다. 눈폭풍에 쫓겨 허겁지겁 설원을 달리는 루스의 마차 앞에 난데없이 북군 장교 정장차림의 한 흑인이 3구의 시체를 포개놓고 의자처럼 깔고 앉아 파이프 담배를 피우면서 루스의 마차를 막아 세우고 ‘히치하이킹’을 한다. 미니의 잡화점까지 태워달라고 한다. 행색과 기세가 범상치 않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마퀴스 워렌 소령(Marquis Warrenㆍ새무얼 잭슨 분)이다. 워렌 소령은 남북전쟁 당시 북군에 소속돼 싸운 장교지만, 지금은 ‘먹사니즘’에 따라 현상금 사냥꾼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워렌의 범상치 않은 출현에 루스는 아연 긴장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천신만고 끝에 5m 자리 초대형 청새치를 낚아 배에 매달고 의기양양하게 항구로 돌아가는 노인의 배로 청새치 피 냄새 맡은 상어 떼들이 집요하게 달라붙어 청새치를 노린다. 노인은 청새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상어 떼와 사투를 벌인다. 노련한 현상금 사냥꾼인 루스는 워렌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천신만고 끝에 잡은 1만 달러짜리 청새치 피 냄새를 맡고 달려든 상어임이 분명하다고 짐작한다. 미니의 잡화점까지 태워달라는 히치하이커 워렌 소령에게 대포 같은 장총부터 들이댄다. 워렌의 현상금 사냥꾼 허가증명서와 시체 3구가 모두 현상수배범이라는 서류를 확인하고, 워렌의 총을 모두 압수하고서야 마차에 동승을 허락한다. 루스와 워렌은 처음 마주친 순간 서로 8개월 전 채터누가(Chattanooga)라는 곳에서 한번 만났던 사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렇다고 루스가 워렌을 8개월 전에 한번 본 ‘구면(舊面)’이라고 신뢰해서 그를 마차에 태워 준 것은 결코 아니다. 루스가 안 태워줘도 그만인 위험한 흑인 현상금 사냥꾼 워렌을 신뢰하고 마차에 태워준 진짜 이유는 오직 ‘링컨의 편지’였다는 것이 차차 밝혀진다. 채터누가에서 만났을 때, 자기와 같은 현상금 사냥 업종에 종사하는 워렌이라는 흑인이 ‘무려’ 링컨과 친구처럼 사사로운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마차에 동승하고 루스는 워렌에게 그 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겠냐고 거의 비굴 모드로 청한다. 워렌이 자못 거만하게 품속에서 꺼내 건네 준 링컨의 편지를 황제의 칙서(勅書)처럼 황송하게 받아들고 읽어 내려가는 루스의 표정은 거의 황홀경을 헤맨다. 채터누가라는 도시는 미국 남부 테네시주에 있다. 1870년대 당시 테네시주는 해방된 흑인들을 도륙하고 돌아다녔던 악명 높은 ‘KKK단’의 본거지와 같은 곳이다. 아마도 워렌은 그 흉흉한 곳에서도 백인들에게 링컨의 편지를 신원보증서나 통행증처럼 내보이며 현상금 사냥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제 아무리 ‘극우’ KKK단도 감히 링컨의 펜팔(penpal)은 건드릴 수 없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링컨 편지의 진위(眞僞)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지만 명확한 감정은 내려지지 않는다. 지난 8월 25일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있었다. 왠지 시장 상인대표가 가게 보호세 뜯어내는 조폭 두목 만나러 가는 듯한 고약한 느낌의 ‘정상회담’이었던 듯하다. 얼마 전 백악관 집무실에서 집단 린치당하고 거의 실신해서 나갔다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꼴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다 싶기도 했던 꽤나 긴장된 외교 이벤트였는데, 예상 밖으로 ‘정상적’으로 마무리된 모양이다. 보호세 인상에 관한 별다른 구체적 합의내용은 없는데, 우리 대통령에게 보낸 ‘신원보증서’와 같은 ‘트럼프의 즉석 친필 편지’가 가장 큰 외교적 성과물로 부각된다. “이 대통령님.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자 지도자다. 당신이 이끄는 한국은 엄청난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나는 여기서 항상 당신과 함께 할 것이다!(President Lee. You are a great man and leader. Korea has a tremendous future with you at the helm. I am always here for you! Best wishes). 세계 극우의 ‘대마왕’이 한국의 친북·친중·좌파 대표에게 발급한 신원보증서가 성조기를 흔들며 ‘메시아’를 기다리던 극우들에게는 기절초풍할 일인 듯하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는 없으니 도대체 국익을 얼마나 갖다 바치고 이런 신원보증서를 받아왔는지 당장 밝히라고 다시금 전의(戰意)를 불태운다. 미국 대통령의 편지 한장이 세계 10대 강국이 됐다는 대한민국을 아직도 이처럼 뒤흔든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서글프다. 우리의 처지는 아직도 링컨의 편지를 신원보증서처럼 소중히 품고 다녀야했던 1877년 흑인 현상금 사냥꾼의 그것인가.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