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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톺아보기] ᄃᆞᆺ(혹은 도새기) 잡는 날 (3)

 

현대에 와서는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제주에 와서 별도로 하객을 접대하는 것을 ‘두불 잔치’라고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아내 고향인 경기도 안성에서 아내 친척과 우리 쪽에서는 부모님과 가까운 친척만 올라가 결혼식을 하고 제주에 내려와 이곳 하객들을 모시고 다시 잔치했다. 요즘도 이런 경우가 많다.

 

일각에서는 그간 뿌린 부조를 거둬들이려고 그런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요즘에야 편하게 서로 계좌로 받기도 하지만, 그전에는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결혼하면 축하해 주고 싶어도 그러질 못했다. 이래저래 축하도 받고 부조금도 받을 겸 해서 서울에서 결혼식하고 제주 내려와 ‘두불 잔치’하는 풍습이 생겨났다.

 

다른 지역에서는 집안을 대표하는 장남에게 몰아 부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아는 상주가 여럿일 경우 모든 상주에게 나눠 부조한다. 그러니 부담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일 난 집에 가서 큰아들에게만 부조하려 했는데, 가서 보니 두 번째 아들 얼굴이 보여 그냥 올 수 없었다.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서로 협력하면서 사는 작은 공동체였다. 나중에 도움받을 수도 있고, 이 친구하고도 뭘 할 수도 있고 이 친구하고도 뭘 할 수 있는데 내가 그 정도 관계가 된다, 생각하면 부조 줄 수밖에 없다. 내가 살면서 이 사람을 또 만날 수도 있는데, 이번에 할까 말까 하다가 부조 못 하면, 시간 지나 너무 미안할 수도 있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다르다. 떠나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살면서 언젠가는 마주칠 수 있는 사람은 부조할 정도의 관계가 될 수 있다. 부조금 5만원 없어도 살 수 있다, 마음 편하게 이렇게 하는 거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 문순덕 원장의 실제 경험담이다.

 

이러한 ‘안팎 부조’와 ‘겹 부조’는 개인 대 개인 간 이루어졌다. ‘개인 부조’라고도 한다. 제주도의 ‘겹 부조’ 문화는 한동안 허례허식으로 비난받았다. 사실을 알고 보면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는 같은 마을에 살지 않고 일부가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에 살 경우, 그만큼 상부상조의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에 내가 부조를 받았을 수도 있다. 이는 제주도에만 있는 ‘모둠 벌초’에서도 잘 나타난다. 일정한 날짜에 각지에 흩어져 사는 친족들이 함께 모여 행하는 ‘모둠 벌초’는 혈족들이 한동네가 아니라 이 동네 저 동네 흩어져 거주함에 따라 나타난 문화이다.

 

 

제주도 혼인 관행은 1960년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잔치 준비하고 손님을 맞이했다. 신식혼례가 정착된 뒤에도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고 손님맞이 했으며, 잔치 전날 연로하신 친척 어른들께 돼지고기 석 점의 ‘괴기반’을 돌리는 풍습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결혼 전문 예식장과 예식 전용 호텔이 생기면서 이제는 가문잔치를 보기 힘들다.

 

통혼권이 넓어져 마을 중심 내혼이 사라졌고, 예식장이 늘면서 사돈인사나 폐백 등 모든 예식과 하객 접대가 하루 만에 끝난다. 하객 인사를 마친 신랑·신부는 신혼여행을 떠난다. 다만 사돈네가 육지에 있거나 직장이 서울이면 서울에서 예식을 올리고 제주에선 잔치만 하는 ‘두불 잔치’ 풍습이 아직 남아있다. 게다가 이제는 돼지를 집에서 도축하면 불법이다. 그래서 이젠 그 좋던 ‘추렴’이 사라졌으며 아울러 ‘ᄃᆞᆺ 잡는 날’ 의미도 없어졌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천사나래 주간활동센터 시설장을 맡아 일하며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제주한라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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