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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톺아보기] 한라산의 방주, 곶자왈 (3)

 

곶자왈은 제주도민의 보물창고

 

과거 제주 사람들은 곶자왈에서는 숯을 많이 구웠다. 숯 굽는 재료로 가시나무류, 밤나무, 산딸나무, 서어나무 등이 쓰였다. 예전 숯을 구웠던 숯 가마터가 곶자왈 곳곳에 남아 있다. 숯 굽기를 위해 설치되었던 숯막들도 함께 볼 수 있다.

 

숯을 굽는 숯가마와 함께 곶자왈에서 발견되는 생활유적으로 옹기 가마터가 있다. 옹기를 굽는 가마를 제주에서는 ‘굴’이라 불렀다. 노란 그릇을 만들던 가마를 ‘노랑굴’, 검은 그릇을 만들던 가마를 ‘검은굴’이라 했다.

 

노랑굴에서는 물허벅과 항아리, 된장독과 같은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검은굴에서는 떡시루, 사발, 대접 등 제사용품을 만들었다. 서귀포시 대정읍 신평리와 구억리, 제주시 한경면 산양리와 청수리 등의 옹기 가마터가 곶자왈 지대에 남아 있다.

 

곶자왈 지대에서의 수렵에 관한 기록은 『탐라순력도』의 「교래대렵」을 통해 알 수 있다. 임금에게 진상하기 위해 사슴, 멧돼지, 노루, 꿩 등을 수렵하였다. 노루를 잡기 위해 ‘노루텅’이라는 100~150cm 높이 함정을 만들기도 했다. 노루텅 흔적은 교래 곶자왈이나 선흘 곶자왈 등에서 발견된다.

 

제주도는 돌이 많아 농사를 지을 토지가 부족했다. 그래서 척박한 곶자왈에 불을 놓고 개간하여 농사지었다. 이를 ‘산전’(山田) 혹은 ‘친밭’이라 한다. ‘산전’이란 나무나 덩굴을 치고 베고, 불태워 만든 밭을 말한다. 사실상 화전(火田)을 의미한다. 곶자왈 토양층이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불 번짐을 막았다. 산전이 남아 있는 곳은 선흘곶자왈, 교래곶자왈, 저지곶자왈, 청수곶자왈 등이다.

 

곶자왈 식물 전문가 송관필 박사에 의하면, 숲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대부분 해발 600m 이하에 분포하다 보니까 목장으로 주로 활용됐다고 한다. 곶자왈은 사철 푸른 나무가 있고 초지에는 풀이 있어 말이나 소를 키우기에 알맞은 장소였다. 곶자왈 등의 방목지에 방목했다가 겨울에 집으로 데려오고 봄이 되면 다시 올려보냈다. 그래서 지금도 도내 곶자왈 곳곳에 잣성(場城)이나 소나 말을 방목했던 흔적이 많다.

 

제주의 허파, 곶자왈

 

고 송시태 박사는 곶자왈 연구뿐만 아니라 곶자왈 보전 운동에도 최선을 다했다. 곶자왈이 청정 지하수를 만드는 공장이라는 사실을 제주 사회에 알렸다. 개인의 노력이 지역사회 지속가능성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이 1년간 1200만 톤을 함양한다. 이 양은 70만 제주도민이 1년간 사용하는 급수량의 14.8%에 달한다. 비가 내리면 평균 42% 빗물이 곶자왈에 저장된다. 빗물을 저장하는 빗물 저장고로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의미다.

 

곶자왈은 쓸모없이 버려진 땅이 아니다. 오랫동안 신비한 생태를 비밀스럽게 간직한 곳이다. 당연히 그 가치를 재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곶자왈은 현재 위기에 처해있다. 1990년대 제주 전체 면적의 26%가 곶자왈이었지만, 최근 1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생태계 보고이자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제주의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의미다.

 

제주도에서는 올해 <곶자왈 보호와 관리를 위한 조례> 전부를 개정하여 곶자왈의 보전·관리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변경, 보호 지역 지정·변경, 보호 지역 내 사유지 매수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곶자왈 생태체험관의 설치·운영, 곶자왈 공유화 사업에 관한 사항, 곶자왈 자연휴식지 지정·관리, 생태계 서비스 지불제 계약 체결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곶자왈 보호 지역 지정을 추진한 지 9년여 기간이 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구체적인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제주 곶자왈의 대부 고 송시태 박사의 도전과 바람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천사나래 주간활동센터 시설장을 맡아 일하며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제주한라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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