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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예괘(豫卦)

 

예(豫)는 즐거움, 화기애애하다, 화락하다 뜻이다. 우리는 즐겁게 살아야 한다. 곤란에 처했더라도 쓰러져서는 안 된다. 곤경이 우리에게 고개 숙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적극적, 열성적으로 즐거움, 낙관을 추구하는 인생관을 향락주의와 동등하게 봐서는 절대 안 된다. 진정한 즐거움은 완강하게 필사적으로 싸우는 데에서 온다. 타인을 돕는 데에서 온다.

 

쾌락을 추구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고생을 낙으로 삼는 사람이 있다. 만족할 줄 알고 항상 즐겁게 살며 고생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고생을 낙으로 여긴다. 스스로 기쁨을 느끼며 자기 혼자서 즐기는 사람도 있다. 미소로 참담한 인생을 대면하는 사람도 있다. 묵묵히 희생하는 것을 긍지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부지런히 농사짓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일을 특별히 좋아하여서 거기에 몰두하거나 탐닉하여, 낙이 있으면 고생도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즐거움, 기쁨, 행복은 본래 좋은 것이다. 그런데 과도하게 기쁨을 추구하면 나쁜 것으로 변한다.

 

즐긴다는 것, 즉 즐거움은 양날의 칼이다. 즐기면 즐길수록 유쾌해지는 사람은 성공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즐거움이 슬픔으로 변하는 사람은 실패하게 된다.

 

사람은 영원히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목표를 정하고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원대한 생각을 품어서, 끊임없이 추구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매진한다. 더 멋있는 경지를 향하여 자신을 끌어올리려 한다.

 

『주역』은 사람이 즐거울 때 처음부터 끝까지 고강도의 경계심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냉철하고 맑은 정신을 유지하라고 한다. 굳센 지조로 돌처럼 굴하지 말라고 한다. 시시각각 신중하게 생각하고 명백하게 구별하여서 반성하라 한다. 강건함과 중정을 결단코 유지하라고 한다. 그래야만 영원히 길하고 상서롭게 된다고 한다.

 

『맹자』는 말했다.

 

“순(舜)은 논밭 이랑의 가운데에서 일어났고, 부열(傅說)은 공사장 사이에서 등용됐으며, 교격(膠鬲)은 물고기를 잡고 소금을 굽는 가운데에서 등용되었다. 관이오(管夷吾)는 하급 관리에서 등용됐으며, 손숙오(孫叔敖)는 바다에서 등용되었고, 백리해(百里奚)는 시장에서 등용되었다.”(「告子(下)」)

 

우울하고 곤궁한 환경은 언제나 사람에게 향상심을 가지게 만든다. 안일함과 향락은 방향을 잃게 하거나 사악함에 빠지게 만든다. 물론 극단적인 입장에서 하는 말이기는 하다. 그런데 안락한 환경 속에서 생존하면서 냉철하지 않으면 공을 세우고 업적을 만들기 쉽지 않다.

 

암석 사이에서 자란 나무는 유달리 고아하고도 힘이 있다. 사막 속의 씨앗은 물을 만나기만 하면 재빨리 싹을 피운다. 극지방의 이끼는 오랫동안 메마르고 한랭한 환경 속에서도 의연하게 생존한다. 평범하지 않은 처지는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살게 한다. 순리적인 상황, 우월한 지위, 부유한 재물, 쾌적한 생활은 개인, 가정, 민족 발전의 유리한 조건임에는 분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와 현실 경험은 우리에게 반복해 알려준다 :

 

예부터 귀족의 자식이나 부잣집 아이 중에는 위대한 남자가 적다. 중국 오천년 문명사에서, 명문왕족은 주마등처럼 여러 번 바뀌었다. 가족의 운명이 5대까지 쇠퇴하지 않으면 적절하게 집안을 다스렸다는 미담이 됐다. 만청(滿淸)의 팔기(八旗) 자제가 가장 좋은 사례다. 말 위에서 살던 민족은 날래고 용감하였다. 그런데 통치계층이 된 후 몇 대도 지나지 않아 안락과 향락 속에 빠져들었다. 청 왕조의 멸망도 그에 따랐다.

 

즐거움은 추구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정한 즐거움을 추구해야지 물질적 향락, 이익 도모를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다. 일시적인 향락을 위하여 아무 것도 돌보지 않으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천리와 사람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한다면 그런 즐거움은 죄악이다. 유성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밤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유성은 어느 순간 유달리 환한 빛을 발한다. 눈부시기는 하지만 따라 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추락이다.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지는 추락이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 즐거움, 기쁨이 온다. 각고분투하면 기쁨을 준다. 사심 없는 봉사는 기쁨을 선사한다.

 

즐거움, 기쁨, 행복은 우리 곁에 있다. 기쁨은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 자신의 즐거움을 모두에게 나누어줄 때 우리는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작가 플로베르(Gustave Flaubert)는 말했다.

 

“즐거움은 생명의 온도계와 비슷하다. 기쁨이 많으면 인생의 재미도 더 많아진다.”

 

즐거움은 심신이 유쾌한 상태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즐거움은 개인의 재력, 지위, 명성과 관련이 없다. 즐거움은 많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명예가 뒷받침이 되지도 않는다. 감투나 관직이 도움 되지도 않는다.

 

장포가 맹자를 만나 말했다.

 

“포가 왕을 뵈오니, 왕께서 포에게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포는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 음악을 좋아하심이 심하면, 제나라는 거의 다스려질 것입니다.”

 

훗날 맹자가 왕을 만나 말했다.

 

“왕께서 장포에게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었다는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왕은 눈빛이 달라지며 말했다.

 

“과인이 선왕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의 음악을 좋아할 뿐입니다.”

맹자가 말했다.

 

“왕께서 음악을 좋아하심이 심하면 제나라는 잘 되어 나갈 것입니다. 지금의 음악이 옛날의 음악과 같습니다.”

 

말했다. “얻어 들어볼 수 있습니까?”

 

말했다. “홀로 음악을 즐기는 것과 사람들과 음악을 즐기는 것, 어느 쪽이 더 즐겁습니까?”

 

말했다. “많은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만 못하겠지요.”

 

“신이 왕을 위하여 음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왕께서 이곳에서 음악을 타시는데 백성이 왕의 종과 북 울리는 소리와 피리와 젓대 부는 소리를 듣고서 다들 머리 아파하고 콧대를 찌푸리면서 서로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우리 왕께서 음악을 좋아하심이여, 대체 어째서 우리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하여서 부자지간에 서로 만나지 못하며 형제와 처자가 이산되게 하는가.’ 지금 왕께서 이곳에서 사냥을 하시면 왕의 마차소리를 듣고 깃발의 깃털 장식의 아름다움을 보고는 다들 골치를 앓고 콧날을 찌푸리면서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우리 왕께서는 사냥을 좋아하시면서 대체 우리를 어찌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인가. 부자간에 서로 만나지 못하고 형제와 처자는 헤어져 흩어져 버리나니.’ 이렇게 되는 것은 별다른 이유는 없고 백성과 함께 즐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왕께서 이곳에서 음악을 연주하시면 백성이 그 종소리와 북소리를 듣고 모두가 즐거운 표정으로 기꺼이 희색을 나타내고 서로 이렇게 말합니다. ‘아마 우리 왕께서 질병이 없으신가 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겠는가.’ 지금 왕께서 이곳에서 사냥하시면 백성이 왕의 수레와 말달리는 소리를 들으며 깃과 깃털 장식의 아름다움을 보고는 모두 흔연히 즐거운 표정으로 서로 말합니다. ‘우리 왕께서 요즘 병이 없으신가, 어떻게 저렇게 사냥에 능하실까.’ 이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왕께서 백성들과 함께 즐거워하신다면 왕 노릇을 하실 수 있습니다.”

 

크루프스카야(Krupskaya)가 말했다.

 

“한 개인이 자신이 종사하는 사업을 일단 사랑하게 되면, 그는 사업의 분투와 성공 중에서 최대의 즐거움과 만족을 얻게 된다.”

 

이렇게 살아간다면 조그마한 성취를 거둔 예술가가 될 수 있고 자비로운 사랑을 지닌 어머니나 아버지가 될 수 있다. 죽음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고 부상자를 돌보는 의사가 될 수도 있다. 사랑하는 마음만 충만하다면, 성실하게 봉사하고 착실하게 노동을 한다면 자그마한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세상은 아름답다. 우리가 미소 지으며 세상을 대할 때 우리는 세상을 정복하게 된다. 창업은 간난신고를 거쳐야 하지만 미소로 창업을 대면하면 성공하게 되리라.

 

춘하추동, 흐리나 맑으나 추우나 더우나 미소 짓자. 그러면 친구, 심지어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에게 따스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봄바람에 혜택을 입듯이 영원한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다. 즐거움, 행복은 차례차례 전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豫卦 ䷏ : 雷地豫(뢰지예), 진(震: ☳)상 곤(坤: ☷)하

 

예괘는 제후를 세워 군대를 움직이는 것이 이롭다.(豫,利建侯行師.)

 

상전에서 말하였다 : 우레가 땅에서 나와 떨치는 것이 예괘다. 선왕이 그것을 본받아 음악을 지어 덕을 높임으로써 상제께 크게[은(殷)] 제사를 올려 조상까지도 함께 제사한다.(象曰,雷出地奮豫.先王以,作樂崇德,殷薦之上帝,以配祖考.)

 

정자가 말하였다. 예(豫)란 미리 준비하는 것이고, 느긋이 즐거운 것이다. 일이 준비되어 있으므로 느긋이 즐거우니, 같은 뜻이다.(程子曰,豫者,備豫也,逸豫也.事豫,故逸樂,其義一也.)

 

[傳]

 

예괘는 「서괘전」에 “큰 것을 가지고도 겸손할 수 있으면 반드시 기쁘다. 그러므로 예괘로 받았다”라고 했으니, 대유괘와 겸괘 두 괘의 의미를 이어받아 그 다음 차례가 됐다. 이미 큰 것을 가졌는데도 겸손할 수 있으면 기쁘고 즐거움이 있다. ‘예(豫)’란 편안하게 화합하며 즐겁게 기뻐한다는 의미다. 괘는 진괘(☳)가 위에 있고 곤괘(☷)가 아래에 있으니, 순응하여 움직이는 형상이다. 움직이되 화합하여 따르니, 이 때문에 기쁘다. 구사는 움직임의 주인이 되니 위아래의 모든 음효가 함께 호응하고, 곤괘가 이를 받들어 따른다. 이 때문에 움직이면서도 위아래가 순응한다. 그러므로 화합하며 기뻐한다는 의미가 된다. 내외괘의 형상으로 말하면, 우레가 땅 위로 솟아난다. 양이 처음에는 땅 속에 깊이 감추어져 있다가 움직여서 땅을 뚫고 나옴에 미쳐서는, 그 소리를 떨쳐내어 툭 트여 화합하고 기뻐한다. 그러므로 ‘예(豫)’가 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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