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1 (수)

  • 구름많음동두천 3.3℃
  • 흐림강릉 5.2℃
  • 구름많음서울 5.0℃
  • 흐림대전 5.2℃
  • 구름많음대구 7.8℃
  • 구름많음울산 9.1℃
  • 구름많음광주 7.3℃
  • 구름많음부산 12.4℃
  • 구름많음고창 6.6℃
  • 구름많음제주 10.3℃
  • 구름많음강화 4.5℃
  • 흐림보은 3.5℃
  • 구름많음금산 6.0℃
  • 구름많음강진군 8.2℃
  • 구름많음경주시 9.2℃
  • 구름많음거제 8.1℃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친구가 가지고 있는 뜻은 대단히 넓다. 부모나 형제자매처럼 간단하지 않다. 친구는 잃음과 동시에 다른 친구를 얻을 수 있다. 가정처럼 보호하는 데에 진력할 필요가 없다. 일단 교류하고 공통의 사상이 뜻하지 않게 통하게 되면 친구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동료와 같이 작업 환경을 돌아보지 않아도 된다. 인사 관계도 필요치 않다. 겹쳐 엇갈리는 일환이 없기에 더 쉽게 서로 자신의 업무, 가정, 그리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 친구는 가깝기도 하지만 멀어질 수도 있다.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피차간에 변화막측한 올가미를 가지고 있다.

 

친구는 가까울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동성 간에는 손과 발 같은 형제처럼 될 수 있다고 한다. 이성 간에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렇다. 그것이 친구의 가장 높은 경지다. 그런데 피차간에 그러한 경지에 도달한다면 친구라고 부를 수 없지 않는가. 새로운 어휘를 가지고 형용해야 옳다 보지 않는가.

 

친구가 되는 과정에는 3가지 구성 요소가 필요하다. 물론 다른 요소도 필요하겠지만 여기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만 이야기하려 한다. 바로 우의(우정), 좋아함, 사랑이다.

 

우의(우정)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를 맺는 기본적 요소다. 사람 사이의 교류, 사업 관계, 동료 관계, 모임 관계를 포함한다. 친구는 단지 그중의 일부분만을 뽑아내어 초기의 주춧돌을 형성한다. 좋아함은 어떤 사람 혹은 사물이 될 수 있다. 친구도 그중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요소를 뽑아내 연속되는 연결체로 삼는다. 사랑은 친구 중의 결과다. 남녀의 사랑, 장유의 사랑, 재화의 사랑, 능력의 사랑, 감상의 사랑을 포함한다. 여기에 이르면 이미 친구 사이의 관계가 끝이 나고 새로운 관계 유형이 형성된다.

 

두 사람이 서로 만난 이후 이야기를 나눠봐서 의기투합하면 친구라 부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친구는 단지 깊지 못한 교제일 따름이다. 그때 두 사람 사이에는 그저 어떤 방면이나 혹은 국한적인 몇 가지 방면에서 인식의 일치를 볼 뿐이다. 혹은 성격적인 면에서 서로 간에 어느 정도 가깝거나 경모하는 것일 따름일 수 있다. 그것은 일방적인 친구일 뿐이다. 상대방의 배경을 그리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서로 간에 계속 교류하려는 바람을 갖게 된다. 이것이 친구를 사귀는 처음 단계다.

 

장래에 다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어쩌면 다음 교류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에 더 광범위한 부분을 이해하는 상황에서 느낌이 좋지 않으면 더 이상 교류하지 않게 된다. 아니면 그저 서로 알고 지내는 친구로 지낼 뿐이다. 어쩌면 오로지 함께 먹고 마시고 노는 친구로,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없는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장래에 어떻게 진행되느냐를 봐야 한다.

 

계속해서 접촉하는 과정에 교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다. 이것이 동료 중에서 친구가 되는 확률이 많은 이유다. (물론 동학, 어릴 때 같이 놀았던 벗을 포함한다) 피차간에 늘 만나면서 서로 쉽게 교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근 후에 함께 할 기회도 비교적 많기에 그렇다. 이것이 좋은 친구가 형성되는 과도기 단계다.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좋은 친구로 발전되는 것은 모두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해를 통해서 천천히 상대방의 더 많은 장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사람이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인정(감정), 인지상정이다. 최초의 단계에서는 누구라도 자신의 가장 우수한 면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런데 교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은 적어지고 더 점점 상대방의 단점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이때에 자신의 마음속에 차지하는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따져보게 된다. 상대방의 결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가늠하게 된다. 상대방의 결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친구와 계속해서 교류해 나간다.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면? 정반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은 분명하다.

 

이때 둘 사이의 관계는 새로운 높이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이후의 교류 과정에서 빈번하게 교류하던 빈도는 감소하게 된다. 친구 사이는 이것저것 죄다 말하면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털어놓을 이야기가 적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러한 덤덤함은 그저 형식일 뿐 감정적인 것은 아니다. 쌍방이 이미 상대방의 단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쌍방의 우의(우정)가 여전히 고정적으로 존재하는 가장 견실한 기초가 된다. 이때가 되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좋은 친구라고 부를 수 있게 된다.

 

옛 사람이 말했다.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기가 단술과 같다.”1)

 

좋은 친구 사이에 서로 만나는 시간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말은 아니다. 앞서 얘기한 친구 사이의 담담함은 쌍방이 더 이상 털어놓을 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담담함이란 사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과정이다. 털어놓을 이야기가 있다면야 친구 사이에 계속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되지 않겠는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 교류는 친구 사이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일단 만나서 털어놓을 이야기가 있으면 서로 만난 시간이 길든 짧든 상관이 없다. 시간이 무슨 그리 중요하겠는가.

 

좋은 친구가 된 후, 더 깊이 사귀게 되면 좋은 친구라는 형식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지기(知己)’다. 하나는 ‘남녀의 사랑’이다. 그런데 대부분 친구 관계는 역시 보통 친구와 친한 친구로 맺어진다.

 

지기는 친구의 최고 경지다. 남녀의 사랑을 초월한 가장 깊은 우의(우정)의 경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으로 이해하는, 말을 안 해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다. 서로 속으로 잘 알고 있어 밝히지 않는 묵계다. 우리의 세계는 바로 이렇다. 결국 가장 진귀한 것은 소수다. 우리는 흔히 이야기한다.

 

“물건은 흔치 않을수록 귀한 법이다.”

 

진정한 우정도 별반 다름없다.

 

또 이야기 한다.

 

“막역한 친구는 구하기 어렵다.”

 

‘지기’가 어디 쉬우랴!

 

어떻든 간에 우리는 한 평생 살면서 친구가 없을 수는 없다. 친구가 있어야 영원히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친구를 선택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

姤卦 ䷫ : 천풍구(天風姤) 건괘(乾: ☰)상 손괘(巽: ☴)하

 

구(姤)는 여자가 건장하니, 여자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姤,女壯,勿用取女.)

 

「단전」에서 말하였다 : 구(姤)는 만남이니, 부드러운 음이 굳센 양을 만난 것이다. “여자를 취하지 말아야 함”은 더불어 오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이 서로 만나 만물이 모두 빛나고, 굳셈이 중정(中正)을 만나 천하에 크게 행해지리니, 구(姤)의 때와 뜻이 크도다!

 

[傳]

 

구괘(姤卦䷫)는 「서괘전(序卦傳)」에 “쾌(夬)는 결단함이다. 결단하면 반드시 만남이 있기 때문에 구괘(姤卦)로 받았으니, 구(姤)는 만남이다”라고 했다. 결(決)은 판가름함이다. 물건은 결단하여 판가름하면 만나 합함이 있으니, 본래 합했으면 무슨 만남이 있겠는가? 구괘가 이 때문에 쾌괘의 다음이다. 괘됨이 건괘(☰)가 위에 있고 손괘(☴)가 아래에 있다. 두 몸체로 말하면 바람이 하늘 아래에 다니니, 하늘 아래는 만물이다. 바람이 다님에 경유하고 접촉하지 않음이 없으니 만나는 상이고, 또 한 음이 아래에서 처음 생겨 음이 양과 만나기 때문에 구괘가 됐다.

 

1) 君子之交淡如水,小人之交甘若醴.(『명심보감(明心寶鑑)·교우편(交友篇)』)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관련기사

더보기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