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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돈괘(遯卦)

 

돈(遯)은 은퇴, 도피다. 도망쳐 숨다 뜻이다. 음기가 자라나고 양기가 숨는 것을 대표한다. 소인이 생장하고 군자가 멀리 사라진다. 풍설이 난무하기 시작하니 현사는 은퇴한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핍박받아 하직하는 사람이 생겨나기도 하고 도주하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소인을 만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소인은 막기 어렵다.

 

사람은 살다보면 소인을 만나게 된다. 이른바 소인이라 함은, 음험하고 교활하며 본심을 헤아리기 어려운 사람을 가리킨다. 소인은 정도 의리도, 믿음도 덕도 없다. 권모술수에 능하다. 자주 중상모략 한다. 가장 비열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고 개인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함정을 파고 덫을 놓으며 쌍방을 부추겨서 시비를 일으킨다. 농간부리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지껄인다. 헛소문을 퍼뜨리고 말썽을 일으키고 터무니없이 날조한다. 말은 달콤하게 하면서 속으론 늘 남을 해칠 생각만 하고 타인을 팔아먹는다. 이 모두가 소인의 특기이고 절기다.

 

무릇 소인은 윗사람의 호오를 열심히 연구한다. 아무 때나 윗사람의 희로애락의 ‘청우계’를 관찰한다. 윗사람의 말과 안색을 살펴보고 그 의중을 헤아려 비위를 맞춘다. 순종하며 환심을 산다.

 

『주역』은 우리에게 말한다 : 산이 높으면 하늘은 뒤로 물러선다. 산이 아무리 높아봐야 하늘에 닿을 수 없다. 소인을 멀리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소인을 증오하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아무 엄격하게 행동하면서 소인이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게 하라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 늘 있는 소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첫째, 가능한 한 소인에게 미움을 사지 말라.

 

소인은 불쾌하게 만들 필요조차 없다. 소인은 타인의 약점을 들춰내는 데에 유달리 능하다. 지극히 조그마한 은원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복수하려고 벼른다. 그렇기에 차라리 군자에게 미움을 살망정 소인에게는 미움을 사지 말라. 일단 소인에게 찍히면 귀찮은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唐) 왕조 명장 곽자의(郭子儀)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안사의 난’이 평정된 후 공이 크고 권력이 세진 곽자의는 소인의 질투를 받지 않기 위하여 무척 조심하고 신중하였다. 한번은, 곽자의가 병을 얻자 관원 노기(盧杞)가 병문안을 왔다. 그는 역사에 명성이 자자할 정도로 간특한 소인이었다. 용모가 추하여 당시 사람들은 그를 반송장으로 취급하였다. 그래서 그를 보면 입을 가리고 킬킬 웃어대지 않는 부녀자가 없을 정도였다. 곽자의가 그가 찾아왔다는 문지기의 말을 듣고는 곧바로 가족에게 얼굴을 내밀지 말고 피하라고 하고는 자기 혼자 객실에서 손님을 맞았다. 노기가 떠나자 집안사람들이 병상에 모여들어 곽자의에게 물었다.

 

“병문안을 온 모든 관원들 앞에서는 우리에게 피해있으라고 하지 않으셨는데, 어찌하여 저 사람이 왔을 때는 우리에게 숨어있으라고 하셨는지요?”

 

곽자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희가 모르는 게 있다. 저 사람의 생김새만 추한 게 아니다. 내면도 음험하기 그지없다. 그대들이 그를 보고 실소를 참지 못하여 웃음소리를 내게 되면 저 사람은 분명 마음속에 원한을 품는다. 저 사람이 권력을 잡게 되면 우리 가족은 재앙을 피하기 어렵게 되기에 그랬다.”

 

나중에 노기가 재상이 되자,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이전에 자기를 비웃거나 멸시하였던 사람들을 모두 없애버렸다. 유독 곽자의만은 존중하였다.

 

소인에게 미움을 사지 않으면 우리 자신이 불필요한 갈등과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둘째, 군자는 소인과 다툴 수 없다.

 

어째서 군자는 소인과 다툴 수 없는 것인가? 소인은 도덕규범을 무시하고 상례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소인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교활한 소인이 델포이(Delphi) 신탁이 가짜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서 다른 사람과 내기하였다. 약속된 날짜에 그는 참새 한 마리를 겉옷 속에 숨겨서 왔다. 신전에 들어서서 신 앞에서 자신의 품속에 있는 물건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신에게 물었다. 소인은 신이 자신의 품속에 있는 참새가 죽었다고 하면 산 채로 신 앞에 내놓을 것이고 살았다고 말하면 참새를 몰래 죽여서 신 앞에 내놓을 심산이었다. 신은 그의 졸렬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간사한 계략을 알아채고는 그에게 말했다.

 

“이놈. 잘난 체 하지 말거라. 물건이 내 품속에 있지 않느냐. 죽었는지 살았는지 네가 말하면 될 일이 아니더냐!”

 

소인은 덕성도 없고 신의도 없다. 목적을 달성하려 양아치와 같은 수단을 총동원한다. 군자는 동일한 상례로는 소인과 다툴 수가 없다. 그렇기에 군자는 소인을 이기기 어렵다.

 

셋째, 군자의 도로 소인을 대하면 된다.

 

어쩔 수 없이 소인과 정면으로 맞붙어 싸우게 된다면 군자의 도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 자기를 해하려는 소인을 대할 때는 절대 그 사람이 썼던 방법으로 그 사람을 다스리려 해서는 안 된다.

 

소인이 당신을 모해하는 과정은 그 본성이 폭로되는 과정이다. 군자의 도로 소인을 대하면 모두가 당신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을 인정하는 과정이 된다. 대중은 모두 스스로 시비를 판단하는 표준을 가지고 있다. 인심은 저울이다. 소인은 불의를 저지르기에 언젠가는 모두가 그의 낯짝을 간파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시장을 잃게 되고 길바닥에 나온 쥐새끼마냥 숨을 곳이 없게 된다.

 

넷째, 소인을 멀리하라.

 

먼저, 소인을 멀리하면 효과적으로 우리를 이용하려는 소인을 피할 수 있다. 소인은 근거가 전혀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서 시비를 부추긴다. 소인이 떠들어대는 말을 듣지 말고 소인의 미혹에 빠지지 않으면 된다. 소인이 이용하려고 하는 바를 피하면 된다. 그러면 자신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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