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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정괘(鼎卦)

 

정(鼎)은 옛날 조리하는 식기다. 조리하려면 매일 새로운 것을 넣어야 한다. 식사할 때 한 입에 배부를 수 없고 살찔 수 없다. 한 입 한 입 먹어야 한다. 대추를 통째로 삼키면 배탈 난다. 그저 매일 더 많이 먹어야만 천천히 살이 찐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날을 거듭하며 쌓인다. 그렇게 해야만 해박한 학문이 쉽게 드러내지 않게 된다.1)

 

두텁게 쌓였으나 내보내기 어려우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주역』은 말한다.

 

“솥발이 부러져서 공(公)에게 바칠 음식을 엎었으니, 형벌이 무겁다. 흉하도다!”

 

무슨 말인가? 재능이 보잘 것 없는 사람, 지위는 존귀하지만 지혜가 부족한 사람이 큰일을 꾀한다면 분명 능력이 부족하게 된다. 이러한 사람이 큰 임무를 맡게 된다면 재앙이 적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두텁게 쌓아야 하고 천천히 풀어나가야 한다. 분발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진보할 수 있다.

 

축적은 지식을 두뇌에 쌓는 것이다. 발양은 쌓아놓은 지식을 이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축적이 없으면 발양할 게 없다. 축적한 최종 목적은 발양에 있다. 쌓아놓기는 했으나 발양하지 못하면 ‘책벌레’일뿐 세상일에는 어두운 사람이다. 발양하기만을 바라면서도 축적하지 않으면 실제적이지 못한 공상가이다.

 

외국 과학자는 일찍이 인재를 3부류로 나눈 적이 있다. 삼각형 인재, 마름모형 인재, 역삼각형 인재가 그것이다.

 

삼각형(아래는 평평하고 위는 뾰족한) 인재는 기초가 탄탄하고 머리도 똑똑한 걸출한 인재다. 예를 들어 뉴턴, 아인슈타인이 속한다. 마름모형(아래도 뾰족하고 위도 뾰족한) 인재는 기초가 상대적으로 굳지 않고 머리는 똑똑한 인재다. 과학자 대부분이 이 유형에 속한다. 역삼각형(아래는 뾰족하고 위는 평평한) 인재는 기초도 없고 머리도 아둔한 용재(庸才)다.

 

어느 누구도 용재가 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되려는 바람도 지나친 욕심이다. 마름모형 인재가 되려고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마름모형 인재의 특징은 유한한 지식을 축적하여서 최대한도로 발휘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지식이 폭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각종 지식, 신개념이 차례차례로 끝도 없이 생겨나고 있다. 눈이 모자랄 정도다. 다 볼 수 없다. 유한한 시간을 이용해 무한한 지식을 얻으려면 헛수고가 될게 분명하다. 선택적으로 축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 후에 최대한 발양하여야 한다. 치용을 배워야만 비로소 성공의 지름길로 향하여 나갈 수 있다.

 

지식의 축적, 얇으면서 두텁게 발양하는 것은 2가지 층면의 의의를 포괄한다 :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지식을 충분히 이용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개인의 학식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자신의 최종 가치는 자기 성취로 나타난다. 역사상 강자야(姜子牙), 제갈량(諸葛亮)은 정치적 경륜을 가지고 있었고 책을 널리 읽어 학식이 풍부하였다. 만약 군왕을 보좌해 일대의 위업을 이루지 못하고 초야에 묻혀 생을 마감했다면 그들은 그저 위수(渭水) 강가의 어부에 불과할 뿐이요 와룡강 속 은사에 불과할 뿐이다. 그 지명도가 허유(許由), 엄자릉(嚴子陵)을 넘어섰다고는 할 수 없다하더라도 그리도 많은 후인의 존중을 받고 있지 않는가.

 

역사상 학식은 깊지 않으면서도 탁월한 공적을 쌓은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북송의 승상 조보(趙普)는 반부논어(半部論語)했으나 천하를 평정하였다. 학식은 깊지 않으나 자기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양한 인물에 속한다.

 

누구든지 장점 하나는 가지고 있다. 자신의 장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최대한도로 발양하면 성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자신의 특징을 매몰시키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용재에 불과하다.

 

많게 축적하고 널리 발양한다는 것의 다른 측면의 의미는, 선택하여 지식을 얻고 배운 것을 실제로 활용하며 가장 적은 투자로 최대의 생산을 얻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바다처럼 넓은 지식을 쌓으려 한다. 한계가 있는 시간 내에 근본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것을 얻으려 한다.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 목표 지향적인 방향으로 배우면, 장대를 세우면 그림자가 나타나듯이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지식을 활용할 때가 돼서야 그동안 배운 것이 너무 부족했다는 것을 후회하게 된다.”

 

부족하더라도 괜찮다.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되면 보충하면 된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때까지 그렇게 하면 된다. ‘활용’할 때에야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된다. ‘활용’하지 않으면 무엇이 부족한 지 알 수 없다. ‘활용’해야만 가치를 창조할 수 있고 지식의 맹점을 알 수 있다. 지식이 많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라.

 

정(鼎)괘는 다른 의미도 있다 : 물과 불은 표면적으로는 함께 할 수 없다. 그런데 ‘정(鼎)’, 즉 솥이라는 ‘제3자’을 통하면 물과 불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서로 해를 입히지 않는다. 서로 쓸모가 있다. 그렇기에 음식물을 조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한다.

 

“물건을 개혁함은 솥만 한 것이 없다.”

 

이것이 우리가 자주 얘기하는 사람의 능력을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잘 쓴다는 뜻이다.

 

1) 폭넓게 두루 읽고 가려 취하며, 두텁게 쌓되 천천히 풀어 나가라.(博觀而約取,厚積而薄發.)(蘇軾)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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