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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명이괘(明夷卦)

 

명이(明夷)는 빛이 사라지다 혹은 빛이 감춰져 있다 뜻이다.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천둥 번개가 한꺼번에 칠 때에는 숨어야 한다. 모습을 나타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천둥 번개에 해를 입을 수 있다. 커다란 어려움이 닥칠 때에는 물러서서 스스로 지켜야 한다. 재능이나 포부를 일부러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해가 나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동요해서는 안 된다.

 

예기(銳氣)와 재주를 모두 드러내 보이면, 지나치게 뽐내며 자신을 과시하면 어떻게 할까?

 

상(商)나라 시기에 주왕(紂王)에게 구금되었을 때에 주문왕(周文王)은 맹목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 자신의 지혜를 은밀히 숨겼다. 자신의 예기를 수렴하고 밖으로 온순한 척 했다. 나중에 안전하게 험지를 빠져나왔을 때 일거에 상나라를 멸하고 주(周)나라를 세웠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알려준다 : 어려운 시기에는 마땅히 도광양회(韜光養晦)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도광양회란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이다.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큰일을 위하여 치욕을 참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일에 칼끝을 거둬야 한다. 재능과 행적을 숨겨야 한다. 조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려 시기가 도래하면 자신의 원대한 포부를 전개하면 된다.

 

군자의 밝은 덕은 해를 입게 된다. 이때에 또다시 전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현명한 방법은 자신의 재능을 수렴하는 것이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비정상적인 시기에는 자신의 포부를 실현시킬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어떤 때에는 포부가 실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생명 또한 지킬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에는 물러서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강자 둘이 서로 싸우면 반드시 한 쪽은 다치게 마련이다.”

 

이 옛 사람의 교훈을 반드시 기억하여야 한다. 불 위에 기름을 부어서는 절대 안 된다. ‘초가삼간 태우는’ 비극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한 발 양보하는 것은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치에 맞고 서로 양보할 수 있다면 다중은 우리가 옳다는 것을 인정할 뿐 아니라 우리가 도량이 넓고 관대하다고 칭찬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뭇사람이 기대하는 바의 훌륭한 경지에 이르게 되리라.

 

1. 양보로 시작하고 승리로 끝내라.

 

양보로 시작하고 승리로 끝내는 것은 인간관계학 중에서 보기 드문, 비단주머니 속의 묘책이다. 위험성 있는 일을 할 때 냉정하고 침착하게 한 걸음을 양보하면 대단히 훌륭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성공의 첫걸음은 자신의 이익과 의도를 절대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타인의 관점과 이익을 존중하고 돋보이게 하는 것이 타인과 합작하는 강력한 법보다. 우리는 자주 이 법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너무 과하게 자신의 요구를 강조하면 타인은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태도를 바꾸는 것은 당연하다.

 

타인을 감동시키려면 타인의 필요에서 착수하여야 한다. 필요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각자 자신만의 호오가 있기에 그렇다. 성심으로 상대방의 진정한 의도를 탐색하여야 한다.

 

특히 우리 계획과 관련돼서는, 타인의 애호에 근거해 일을 진행하여야 한다. 먼저 자신의 계획을 타인의 필요에 맞춰야 우리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타인을 설복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점 중 하나는 교묘하게 상대방의 심리나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유별나게 자신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우위를 점하려 하면 상대방은 오히려 방어하는 데에 주력하게 된다.

 

2. ‘새 병에 묵은 술을 담는’ 방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라.

 

양보는 표면적으로는 한 걸음 물러서지만 실제로는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는 방법이다. 이른바 ‘약탕만 바꾸고 약은 바꾸지 않는’ 방법이다. 즉 형식은 바꾸지만 내용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한 번은, 유명한 희극배우인 후파(侯波)가 공연 중에 말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여관은 방도 좁고 낮을 뿐 아니라 쥐조차도 곱사등이다.”

 

여관 주인이 듣고는 무척 화가 났다. 후파가 여관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그를 고소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후파는 기이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자신의 관점은 결지하면서도 필요 없는 성가심을 피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텔레비전 방송국에 나와 상대방에게 유감을 표하면서 말했다.

 

“내가 일찍이 내가 머물고 있는 여관방의 쥐가 모두 곱사등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잘못한 말이다. 지금 정중하게 고치고자 한다. 그곳에는 곱사등이 쥐는 한 마리도 없었다.”

 

후파의 유감은 분명 정정하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이전의 관점을 견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풍자의 정도도 더 깊고 힘이 있었다.

 

다른 예를 들면,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 앨프레드(Alfred)라는 학생이 있었다. 시를 잘 쓰기로 교내에서 평판이 좋았다. 하루는, 그가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시를 낭송하고 있었다. 찰스(Charles)라는 동학이 말했다.

 

“앨프레드의 시는 책에서 훔쳐온 것이다.”

 

앨프레드는 대단히 화가 났다. 찰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였다.

 

찰스는 생각하다가 대답하였다.

 

“이전에 나는 내 자신이 한 말을 되돌린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틀렸다. 본래 앨프레드의 시는 내가 읽었던 그 책에서 훔쳐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에서 책을 찾아보니 그 시는 여전히 그 책에 있었다.”

 

두 말을 가만히 보면 표면적으로는 다르지만 뜻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가 표절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비웃고 풍자하며 야유하는 정도가 한층 더 강해졌다.

 

이러한 방법은 묘한 점이 많다. 거짓으로 진실을 가릴 수 있고 허로써 실을 살필 수 있다. 반어적으로 옳게 말할 수 있다. 허실이 정해져 있지 않다. 확실한 것은 상대방을 모호하게 만들며 막으려야 막을 수 없는 양보를 함으로서 진일보하는 고도의 기술이며 책략이다.

 

3. “높은 목표를 본보기로 삼으면 적어도 중간 정도의 결과는 얻는다.”

 

우리는 문틀을 넘어서고 계단을 오를 때 다리를 높이 들고 걸음을 낮게 한다. 본능에 가까운 그런 습관은 사교에서도 교묘한 양보 방법으로 응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큰 요구를 하면서 양보하게 만드는 것이다. 위장하여 작은 요구를 성취하는 것이다.

 

먼저 큰 요구를 한다.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으면 다시 작은 요구를 한다. 심리습관과 일반 사유방식에 있어서 상대방이 일단 대폭 양보했다고 느끼게 되면 십중팔구는 작은 요구에 동의하게 된다. 직접적으로 작은 요구를 하는 것과 비교하면 타인의 동의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자주 그런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매일 집에 일찍 돌아오게 하려면? 1시간 씩 텔레비전을 보게 하려면? 아이에게 30분간만 허락한다고 말하면 된다. 아이가 재삼재사 요구하면 당신은 그저 1시간 요구를 들어주면 아이는 더 이상 조르지 않는다. 당신이 이미 양보하였기 때문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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