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쾌괘(夬卦)
쾌(夬)는 결(決)의 뜻이다. 일을 하는 데에 결단이 있어야 한다. 과단성이 있어야 한다. 우레같이 맹렬하고 바람같이 신속하여야 한다. 엄격하고 빨라야 한다. 꾸물거려서는 안 된다. 우유부단, 주저주저해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전도를 망칠 수 있다. 청춘을 낭비해 버릴 수 있다. 유사 이래로 큰일을 하는 사람은 일을 처리함에 있어 제때에 결단하였다. 마음 내키는 대로 들 수도 있고 놓을 수도 있었다. 능숙하게 감당해 냈다. 기세 드높게 일을 처리해 천지를 감동시켰다.
우유부단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결단을 내릴까 말까할 때에 왕왕 믿음이 부족하고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
『주역』은 말한다 : 사람이나 일을 제거하려 하면 대중 앞에서 그들의 죄를 선포하고 성심으로 민중에게 호소해 힘을 합쳐 승리를 쟁취하여야 한다. 다만 행동하기 전에 자기 영지에 있는 민중에게 먼저 알려 지지를 얻은 후에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소인은 수가 적기는 하지만 교활하고 간사한 꾀가 많다. 행동하기 전에 완전하게 만들 계책을 세우지 않고서 행동하면 위험이 뒤따른다.
힘이 없으면 절대 소인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
굽지 않은 흙벽돌로는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 없다. 무딘 도끼로는 천년을 자란 나무를 벨 수 없다. 짧은 활로는 높이 나는 봉황을 쏠 수 없다. 유약함으로 강대함을 제거한다? 마음은 있으되 힘이 없다.
『주역』은 말한다 : 소인을 제거하려면 완전하게 준비하여야 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두려워하지 않아야 승리할 수 있다. 감당할 수 없으면서 억지로 행동으로 옮기면 반드시 재난이 닥친다.
『병학정화(兵學精華)』에서 말했다.
“싸워야 할 때를 아는 자와 싸우지 말아야 할 때는 아는 자는 이긴다. 병력이 많고 적음에 따라 용병하는 자는 이긴다. 위와 아래가 함께 하고자 하는 자는 이긴다. 준비한 채로 준비하지 않는 상대를 기다리는 자는 이긴다. 장수가 유능하고 군주가 조종하지 않는 자는 이긴다.”1)
준비한 채로 기다리는 자가 이긴다는 말은 준비한 자가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병법정화』는 또 말한다.
“적군을 알고 아군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하지 않다. 적군을 알지 못하고 아군을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 적군을 알지 못하고 아군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위태롭다.”2)
전투 할 때에는 상대를 이해할 뿐 아니라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만이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면 승부는 반반이다. 상대도 모르고 자신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면? 영원히 승리를 거둘 수 없다. 그렇지 않은가. 상대를 맞아 싸우면서 상대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세 번 숙고한 다음에 행동에 옮겨야 한다. 아니,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더 좋다.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려면 다음 몇 가지에 주의하여야 한다.
첫째, 낙관적이고 자신감이 넘쳐야 하며 자신을 고수하여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승자는 없다. 많은 사람이 승리하고 싶어 한다. 승리한 자는 다른 사람에 비해 좌절 속에서 버텼다.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승리하기 전에 뒷걸음질 친 사람이다.
산은 높고 물을 끊임없이 흐른다. 뜻은 크게 시야는 넓게 정신은 똑바로! 미래에 대하여 자신감이 넘쳐나야 한다. 자신의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있어야 한다.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수영하는 것과 다름없다. 마라톤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낙관적이어야 하고 자신감이 넘쳐야 하며 자기 의지를 고수하여야 한다.
둘째, 위기가 닥쳤을 때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용감하게 새로운 것을 추구하여야 한다. 흥망성쇠를 감내하여야 한다.
창조적인 사유는 사람을 발전시킬 수 있는 최상의 잠재력이다. 확고한 기초를 세우려면 반드시 다른 사유를 하여야 한다.
많은 일들은 대담하게 실행하여야 이룰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비바람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외재적 힘이다.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자만이 가장 깊은 사랑과 가장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셋째, 심리적 소양이 강해야 한다. 굳센 기백과 끈기가 있어야 한다. 괴로움과 고생을 참고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 간의 지능지수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승리를 거두고 싶거들랑, 사업에 성취를 이루고 싶거들랑 먼저 심리적으로 상대를 이겨야 한다. 그리고 굳센 기백과 끈기로 지탱해나가야 한다. 이것은 괴로움과 고생을 참고 견디는 정신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넷째, 바람처럼 빨라야 한다. 시원시원하게 일을 처리하여야 한다. 선명한 개성이 있어야 한다. 비굴하지도 않고 거만하지도 않아야 한다.
일을 처리하는 데에 우레같이 맹렬하고 바람같이 신속하여야 한다. 맺고 끊는 맛이 없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두 가지 위험이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의 명령만 듣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명령을 절대 듣지 않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이 심사숙고를 거쳐서 정보를 다듬은 후에 스스로 결정하여야 한다.
다섯째, 낙천적이어야, 시원스러워야, 사람과 잘 사귀고 협력하여야 한다. 단체정신을 중시하여야 한다. 그래야 개인적인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장악해 낼 수 있다.
얼음을 뚫고 고기를 낚을 때는 엄동설한에 ; 그물을 던져 새를 잡을 때에는 늦은 가을에 ; 적진을 습격할 때에는 야밤에 ; 적을 추격할 때에는 대낮에…….
권투를 보면 주저하거나 충동적일 때 쓰러지지 않던가. 언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가? 시기(時機)에 달려있다. 쌍방의 힘이 막상막하일 때, 승리를 거두는 것은 언제 손을 뻗을 것인가 하는 선택에 달릴 때가 많다.
동진(東晉)의 온교(溫嶠, 288~329)는 표면적으로 역신 왕돈(王敦, 266~324)에게 복종하는 듯하다가 몰래 전쟁 준비를 마친 후 시기가 무르익자 일거에 왕돈을 없애지 않았던가.
결단력을 마음속에 쓴 자는 거반은 승리자가 됐고 결단력을 얼굴에 쓴 자는 거반은 실패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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夬卦 ䷪: 택천쾌(澤天夬) 태괘(兌: ☱)상 건괘(乾: ☰)하
쾌(夬)는 왕의 조정에서 드날림이니, 미덥게 호령하여 위태롭게 여김이 있어야 한다. 읍으로부터 고하고, 전쟁에 나아감은 이롭지 않으며, 가는 것이 이롭다./ 쾌(夬)는 왕의 조정에서 드날려 미덥게 호소하나 위태롭게 여김이 있어야 한다. 읍으로부터 고하고, 전쟁에 나아감을 이롭게 여기지 않으면 가는 것이 이롭다. (夬,揚于王庭,孚號有厲.(或:揚于王庭孚號,有厲)告自邑,不利卽戎,利有攸往.)
[傳]
쾌괘(夬卦䷪)는 「서괘전(序卦傳)」에 “더하면서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터지기 때문에 쾌괘로 받았다. 쾌(夬)는 터짐이다”라고 하였다. 더하기를 끝까지 하다가 반드시 터진 뒤에 그친다. 이치는 항상 더함이 없으니, 더하면서 그치지 않으면 끝내는 터진다. 쾌괘가 이 때문에 익괘(益卦) 다음이 되었다. 괘의 모양은 태괘(☱)가 위에 있고 건괘(☰)가 아래에 있다. 두 몸체로 말하면 못은 물을 모아둔 곳인데 지극히 높은 곳에 올라가 있으니 터지는 상이 있다. 효로 말하면 다섯 양이 아래에 있어 자라나 지극하게 되려고 하고, 한 음이 위에 있어 사라져 다하려고 하니, 여러 양이 위로 나아가 한 음을 결단하여 제거하기 때문에 쾌(夬)이다. 쾌(夬)는 강하게 결단하는 뜻이다. 여러 양이 나아가 한 음을 결단하여 제거하니, 군자의 도가 자라나고 소인이 사라지고 다하려는 때이다.
1) 知可以戰與不可以戰者勝;識衆寡之用者勝;上下同欲者勝;以虞待不虞者勝;將能而君不御者勝;此五者,知勝之道也.(『孫子兵法』「모공(謨攻)」)
2) 知彼知己者,百戰不殆;不知彼而知己,一勝一負;不知彼不知己,每戰必殆.(『손자』「모공(謀攻)」)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