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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주역이 말하는 지혜와 철학(3)

◆ 대유괘(大有卦)

 

대유(大有)는 대단한 풍작, 대풍년이다. 화천대유(火天大有)는 하늘 가운데 붉은 해가 높이에서 비추며 만물에 혜택을 준다. 천하의 모든 사람이 함께 경축한다. 초목이 무럭무럭 자라서 무성하다. 큰 과일이 주렁주렁 열린다. 향기가 날아 흩어져 사방에 진동한다.

 

오만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사업 발전이라는 큰 길에서 가장 금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자고자대, 즉 거만하고 자만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를 잃어버리고 군중을 잃어버린다. 전진할 동력을 잃어버린다.

 

『주역』은 말한다.

 

“어렵게 여기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창업 초기에는 크게 수확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 그때는 더욱 경계하고 방비한다. 지난날을 회상하고 여러모로 앞날을 생각한다. 앞뒤를 재며 출로를 찾는다. 잘못해 굶주릴까 염려하고 실패할까 두려워한다. 교만 떨다가 실수를 저지르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사업이 발전하면서 여러 성취를 얻기 시작하면 더 향유하려 하고 안일한 생활을 하려 한다. 투지를 잃어버리고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자만해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리고 군중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주 쉽게,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노출시키면서 타인에게 약점 잡혀 코가 꿰어 끌려간다. 그러면 당신의 사업은 수포로 돌아간다. 그래서 옛사람은 말했다.

 

“부유함은 본래 허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부유함 때문에 스스로 허물을 만드는 것일 따름이다. 만약 부유함을 향유하면서 어려움을 안다면 허물이 없게 된다.”

 

예전에 갈대밭 옆에 자기 밭을 가지고 있던 농부가 있었다. 갈대밭에는 들짐승이 자주 출몰하였다. 자기 밭의 농작물이 들짐승에게 훼손될까 걱정이 되어서 활과 화살을 들고 밭과 갈대밭 사이 경계지에서 순시를 돌았다. 어느 날도 농부가 밭 주변에서 농작물을 살피고 있었다. 황혼이 지기 시작하는 시간이 되자 피곤을 느껴서, 갈대밭 옆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러다 갈대숲 속에서 갈대꽃이 갑자기 흩날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공중에 둥둥 떠서 이리저리 오갔다. 궁금했다.

 

“이상하다. 내가 갈대를 흔들지도 않았는데, 바람도 한 점 없는데, 갈대꽃이 어찌 흩날리지? 갈대숲에 어떤 들짐승이 움직이는…….”

 

이런 생각이 들자 농부는 더욱 경계의 날을 곧추세우고 몸을 일으켜 갈대숲 속을 들여다보았다. 조금 있으니 숨어있던 호랑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호랑이가 이따금 머리를 젓기도 하고 때때로 꼬리를 흔들기도 하면서 깡충깡충 뛰고 있었다. 기뻐 죽겠다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 듯 보였다.

 

호랑이가 왜 저렇게 마음껏 뛰고 있을까? 농부가 가만히 생각해 봤다. 어떤 짐승 하나를 잡은 게 분명하였다. 사냥을 끝낸 호랑이가 모든 걸 잊어버리고 주위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잊은 채 계속해서 갈대숲에서 뛰어오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농부의 눈에 들게 된 것이고.

 

농부는 은밀하게 몸을 숨겼다. 화살을 활시위에 대고 호랑이가 보인 곳을 조준하고는 다시 뛰어오르기를 기다렸다. 호랑이 몸이 갈대숲 위로 떠올랐을 때 화살을 쏘았다. 호랑이는 처량하고도 날카롭게 울부짖고는 갈대숲 속에 쓰러졌다. 농부가 가만가만 건너가 살펴봤다. 호랑이 옆에 죽은 노루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다.

 

호랑이는 노루를 잡고서는 대단히 기뻐 날뛰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화살을 맞아 죽게 된 것이었다. 즐거움 끝에는 슬픈 일이 생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조심하고 신중하게 일을 하여야 한다. 일시적인 승리에 도취되어서 이성을 잃고 위험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매복돼 있는 재난에 파묻힐 수 있다.

 

거만하고 자만하는 것은 해악이 실로 적지 않다.

 

큰일을 이루고 싶거들랑 자기를 제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자기 언행을 제어하고 자기감정을 추스르며 자기 욕망을 억누르고 자기 상태를 조절하여야 한다. 평온한 마음과 온화한 태도를 유지하여야 한다.

 

시시각각,

“약자는 정서, 기분에 따라 행위를 제어하고 강자는 행동으로 정서를 제어한다.”

라는 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역』은 말한다.

 

“대유는 부드러움이 존귀한 자리를 얻었고 크게 가운데 있으면서 위아래가 응하므로 대유라고 한다. 덕이 건실하며 문명하고 응하여 때에 맞게 행하여진다. 이 때문에 크게 형통하다.”

 

대풍작을 거뒀을 때 유순하고 겸손하여야 한다. 유순하고 겸손할 때만 존귀한 자리에 앉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을 때 위아래 모두 호응한다. 이것이 이른바 ‘대풍년’이다. 이때에는 강건하다. 문치가 흥성한다. 하늘에 순응하고 시기에 맞추어 행동하면 가장 형통하게 된다.

 

유순함은 사람됨의 철학이다. 유함으로 강함을 이긴다는 것은 유순의 지고한 경지를 반영하고 있다. 물은 유순함이다. 그러기에 물이 파고들지 못하는 틈이 없다. 아무리 견고하여도 다 부술 수 있다. 그만큼 힘이 세다. 유순함은 결코 연약함이 아니다. 강건함의 원활한 변통이다.

 

무협소설 『사조영웅전(射雕英雄傳)』 속의 곽정(郭靖)은,

“충직하며 성실하다. 심지에 의협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성격은 순박하고 인정이 두텁다. 말을 잘 듣는다. 소박하고 온화하며 선량하다. 생각이 단순하고 잡념이 거의 없다. 마음씨가 곱고 천성이 너그럽다. 의협의 마음씨, 어진 마음가짐을 지녔다. 관대하게 사람을 대하면서 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을 구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렇듯 곽정의 품성이 고상하기에, 인재가 되는 과정에서 명망 있는 많은 무림고수의 진실한 지도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인품과 덕성은 자신에게 이익이 될 뿐 아니라 후인에게도 이익이 된다. 후인이 인재가 되는 것을 도와주기도 한다.

 

매란방(梅蘭芳)은 선천적으로 재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일찍이,

“조사께서 그에게 먹을 밥도 주지 않았다.”

라고 악평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의 할아버지가 어질고 너그럽게 사람을 대했다. 곳곳에서 여러 사람을 도와주었다. 매란방의 스승 오(吳)선생도 할아버지 살아생전에 사심 없는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결과 매란방은 갑절로 되갚는 무한한 은혜를 입었다. 매란방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내가 이런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역시 선조께서 일생 동안 의기를 중시해 재물을 가볍게 여겼으며, 충직하고 온후하게 남을 대했던 덕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선생님이 제게 준 열정은 바로 그분이 조상님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 때문에 고인을 추념하여 나를 눈여겨보면서 특별히 중시하셨던 것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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