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연동 일대를 이동하고 있는 차량들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31/art_17538541579089_2b1475.jpg?iqs=0.5739886081488645)
"제주엔 사람은 66만명인데 차는 71만대가 넘는다고 해요."
숫자만 보면 차가 넘쳐나는 섬입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제주 지역의 등록 차량 수는 71만6423대에 달합니다. 인구 대비 차량 보유율은 1.07대로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전국 평균(0.52대)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 수치가 말하는 것처럼 제주에 사는 모두가 차를 자유롭게 사고, 등록하고, 운행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제주시 아라동에 거주하는 40대 김모씨는 최근 가족과 캠핑을 다니기 위해 대형 SUV 한 대를 구매하려다 결국 포기했습니다. 차량 구매 자체는 문제없었지만 등록 과정에서 '차고지 증명' 서류가 벽이었습니다. 거주 중인 전셋집에는 전용 주차 공간이 없었고, 인근 공영주차장은 단기 임대만 가능해 서류 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습니다.
차를 등록하려는 도민은 공간이 없어 포기하고, 도로 위에는 수십만 대의 차량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숫자로는 '차가 많은 섬'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차 한 대 등록하기도 어려운 도민의 현실과 제도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온 또 다른 풍경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TS안국교통안전공단 제주본부 내 위치한 차량 종합검사장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31/art_17538537985295_25ab1c.jpg?iqs=0.14963231303546354)
'제주에 등록하지 않은 차량이 제주에서 굴러다닌다'는 말, 단순한 풍문이 아닙니다. 실제로 수만 대에 달하는 차량이 그런 방식으로 제주 도로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TS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정기검사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제주에서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은 차량은 약 23만4000대에 달합니다. 이 중 약 10%인 2만3000여대는 제주가 아닌 서울·경기·충남 등 뭍지방(육지)에서 등록된 차량입니다.
차량 정기검사는 등록지와 무관하게 실운행 지역에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는 해당 차량들이 실제로는 제주에서 상시 운행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수치로 해석됩니다.
송규진 전 제주교통연구소장은 "렌터카 업체들이 차고지 증명 의무를 제외받는 현실에서 도외 등록 차량의 실제 운행 현황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차량으로 가득 찬 제주 성산항 주차장이다. [연합뉴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31/art_17538539334824_427b52.jpg?iqs=0.8614610269241885)
이런 구조는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당시엔 제주에서 등록해 육지에서 타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제주에선 차량 등록 시 취득세가 낮았고, 보험료 할인 등 각종 세제 혜택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특히 렌터카 및 리스업체들이 이 구조를 활용해 제주에 등록만 해두고 전국에서 영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제주 전역에서 차고지 증명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차량을 제주에서 운행하기 위해 오히려 육지에 등록하는 '역반출' 구조가 일반화된 것입니다. 제주에 거주하는 도민들이 지인 주소지나 가족 명의를 빌려 육지에 차량을 등록한 뒤 실제로는 제주에서 운행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차고지 증명제는 본래 차량의 무분별한 증가와 불법 주차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2007년 제주시 동지역의 대형 승용차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중형차 이상, 2019년에는 제주 전역 중형차 이상, 그리고 2022년부터는 경·소형차까지 포함한 전 차종에 대해 제주 전역에서 의무 적용됐습니다.
이 제도는 차량을 신규 등록하거나 소유권을 이전할 때, 실제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음을 서류로 증명하지 못하면 등록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제도의 도입 취지는 명확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곧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특히 청년층, 무주택자, 임대주택 거주자 등에게는 차고지 확보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공영주차장을 임대하려면 연간 45만원을 부담해야 했고, 장기 임대가 불가능한 지역도 많아 차량 구매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이어졌습니다. 이사조차 주차 문제로 망설이는 상황이 벌어졌고, 위장 전입이나 지인 주소지 활용 등 편법 등록도 급증했습니다.
황경수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차고지증명제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교통 질서와 도시 공간의 질서를 위한 제도인 만큼 단속이나 벌칙보다는 도민이 제도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차고 확보가 어려운 구 도심이나 공동주택 지역에는 제도 유예나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주시 노형동 공영주차장. [제이누리 DB]](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31/art_17538545895674_26b824.jpg?iqs=0.8723275574892158)
결국 제주도는 제도 완화에 나섰습니다. 지난 3월 19일부터 개정된 '차고지증명 및 관리 조례'가 시행되면서 배기량 1600cc 미만 차량(예: 아반떼, K3), 경·소형차, 전기·수소차(제1종 저공해차)는 차고지 증명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또 다자녀 가정,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소유 차량도 1대에 한해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 개정으로 기존 제도 적용 대상이던 약 36만7000대 차량 중 71%에 달하는 26만1000여 대가 증명 의무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 등록 시 차고지 확보 문제는 여전히 도민들의 현실적인 제약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주시는 차고지 확보를 유도하기 위해 '자기 차고지 갖기 사업'을 운영 중입니다. 차고지를 일정 기간 주차용도로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조성 비용의 90%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신청 건수는 고작 290건으로 지난해(362건)보다 약 20% 감소했습니다. 신청 후 취소 건수도 4배 이상 증가했고, 조성 후 물건 적치·창고 전환 등 주차 외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났습니다.
![차량 등록 후 번호판을 달고 있는 장면이다. [연합뉴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31/art_17538540482716_6784c3.jpg?iqs=0.10836660763200978)
통계상 제주도의 등록 차량은 71만대를 넘습니다. 하지만 실제 제주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은 약 41만3000여대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등록 차량 수에 렌터카, 법인 명의 차량, 기업 민원용 차량, 장기 미운행 차량 등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71만 대'라는 숫자는 행정상 등록 기준에 따른 총량일 뿐입니다. 실제 주행 중인 실효 차량 수는 약 41만대 내외로 보는 것이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여기에 더해 관광객이 선박을 통해 반입하는 차량과 성수기 렌터카 집중 운행, 상시 운행 중인 법인 차량, 그리고 개인 택배·물류회사 차량까지 감안하면 일시적이거나 간접적인 방식으로 도민이 체감하는 실제 차량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이를 제주 인구(66만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실질 1인당 차량 보유율은 약 0.6대 수준입니다. 등록 기준으로는 전국 1위이고, 실제 운행 차량 기준으로 보더라도 전국 평균(0.52대)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통계 수치와 도민 체감 사이의 간극은 분명 존재하지만 제주가 '차가 많은 섬'이라는 현실 자체는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제주본부 관계자는 "차고지 확보 여건이 어려운 제주 특성과 등록 절차의 현실적 제약이 맞물리며 도외 등록 차량의 실질 운행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단속이나 벌칙 강화보다 도민들이 제도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손상훈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차고지 증명 대상 체류 기간과 등록지 간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도외 등록 차량이라도 일정 기간 제주에서 운행할 경우 차고지 증명 책임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법제도가 개선되어야 제도적 형평성과 실효성이 확보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차고지 증명제. [연합뉴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731/art_17538545043001_3ddd8c.jpg?iqs=0.21306372636361903)
차량 수가 많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렌터카와 법인 명의 차량이 등록 통계에 포함돼 있고, 도외 등록 차량도 수만대가 제주에서 운행 중이며 차고지 증명제를 회피하는 방식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가 많은 섬' 제주. 그러나 그 숫자 위에 쌓인 질서의 이면에는 회피와 편법, 그리고 제도적 불균형이 얽혀 있습니다. 차량 등록 수는 넘쳐나지만 그 숫자에 닿지 못하는 도민이 있고, 수치는 분명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주차장을 확보하라는 제도와, 그 제도를 피할 수밖에 없는 현실 사이에서 우리는 이렇게 묻게 됩니다. 잠깐만요!! 지금의 그 제도, 정말 목적지에 다가가고 있나요?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 <잠깐만요!!>는 <제이누리>만이 아닌 여러분의 생각도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 컷 또는 여러 컷의 사진에 담긴 스토리와 생각해볼 여지를 사연으로 담아 보내주십시오. 저희가 공유의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보낼 곳은 제이누리 대표메일(jnuri@jnuri.net)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