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체육인들의 숙원인 체육고 신설 사업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체육고가 신설되면 사립학교인 남녕고 체육과의 과밀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도교육청은 제주형 체육고등학교 신설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 위해 내년 예산안에 3800만원을 책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도교육청은 협의체를 통해 지역 의견을 수렴하고, 다른 지역 체육고를 견학해 훈련 관련 시설 등을 벤치마킹할 계획이다. 이후 설계와 행정절차 등을 거쳐 2029년이나 2030년에 체육고 설립을 완료할 방침이다.
체육고 신설 후보지로는 고등학교가 없는 지역인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위미초·중학교 관계자와 동문회는 물론 지역 주민들이 체육고 유치에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위미에 체육고를 신설하게 된다면 위미중과 통합운영학교로 묶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합운영학교란 교장 1명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로, 고산중·한국뷰티고가 중·고 통합운영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체육시설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인근에 있는 제주공천포전지훈련센터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2월 도교육청이 실시한 체육 중·고등학교 신설 또는 전환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에서는 사립고인 남녕고 체육과 운영 시스템을 도내 공립학교로 이전하는 안이 최적 방안으로 제시됐다.
도교육청은 이에 남녕고 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 체육고 신설을 추진해왔다.
남녕고의 학년별 체육과 1개 반 정원은 40명으로 과밀학급으로 분류된다. 현재 1∼3학년 116명의 재학생이 육상, 씨름, 골프, 수영, 체조, 레슬링, 볼링, 태권도, 유도, 역도, 복싱 등 11개 종목을 배우고 있다.
내년부터 체육고 설립이 본격화하면 제주도체육회 가맹경기단체 전무이사협의회가 2013년 7월 도교육청을 방문해 체육고 설립을 추진해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한 지 13년 만에 첫발을 내딛게 되는 셈이다.
도교육청은 건의서가 제출된 다음 해 2월 체육고 설립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800억원 이상의 설립 예산과 매년 수십억원에 달하는 학교운영비 확보, 학생 수급 등의 문제로 설립 불가 입장을 밝혔다.
10년이 흐른 뒤 현 김광수 교육감이 예술고와 체육중·고 신설 또는 전환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체육고 설립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한편 김광수 교육감은 이날 기자단과의 차담회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예술고 신설은 음악과와 미술과를 가진 각 학교에서 내놓지 않겠다고 해 포기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