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2시 제주시 김만덕기념관 만덕홀. '제주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 공청회가 열렸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수소트램 사업에 대해 전문가와 도민이 마주한 자리였다. 단상 위에서는 장밋빛 '미래의 제주'가 펼쳐졌다. 관광객 수요, 탄소중립 교통수단, 지역경제 회복이라는 익숙한 키워드들이 연이어 쏟아졌고 '제주형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수식어도 덧붙여졌다. 이날 발표된 핵심 교통수단은 '트램(Tram)'이다. 도로 위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운행되는 노면 전차로 지하철보다 건설비가 저렴하고 정시성이 높아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대중교통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일반 트램과 달리 도가 도입을 검토 중인 수소트램은 수소 연료전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이용상 한국철도문화재단 이사장은 "수소트램 역세권 주변에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사업 추진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익 대전광역시 철도정책과장도 "도시철도 건설은 단순한 교통망 확충을 넘어 도로와 교량, 교각 등 기반시설을 함께 개량하고 개선함으로써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69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20위에서 7계단 떨어졌다. 매해 공개되는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이긴 해도 나라 밖에서 이렇게 바라본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 더구나 같은 아시아권 경쟁국인 홍콩은 3위, 대만이 6위, 중국도 16위로 한참 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정치 혼란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순위 하락은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 드러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은 위기 신호다. ‘기업 효율성’ 부문 순위가 23위에서 44위로 21계단 곤두박질하며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 안정성 순위도 지난해 50위에서 바닥권인 60위로 내려앉았다. IMD 순위는 각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지를 평가한다. 올해 ‘기업 효율성’ 성적표는 한국의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데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 활동과 관련해 생산성(33→45위), 노동시장 유연성(31→53위), 경영
1500만명의 사상자를 낸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전쟁을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전쟁이었다고 진절머리를 냈다. 그러나 ‘전무’한 것은 맞았지만 ‘후무’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30년 만에 밝혀졌다. 1945년 히틀러의 자살로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제2차 세계대전은 그야말로 미증유의 대참사였다. 제1차 세계대전의 희생자가 군인(600만명)과 민간인(900만명)을 합쳐서 1500만명이었던 반면 불과 3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제2차 세계대전은 군인과 민간인을 합친 사망자가 무려 4900만명에 달했다. 이 전쟁의 참상과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그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규모도 그에 걸맞게 엄중해야만 하고 또한 그랬으리라고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뉘른베르크 재판’으로 상징되는 전범 재판의 과정과 결과는 우리의 일반적인 기대와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뉘른베르크 국제 군사 재판’에 전범으로 기소된 나치 전범은 고작 24명에 불과했고, 사형선고를 받아 처형된 인물도 달랑 8명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지하벙커 속에서 히틀러와 함께 마지막 순간(영화 속)을 보낸 나치 핵심 중의 핵심 인물들이다. 나머지는 각각의 징역형에 처했고, 그나마 3명은
"그 많던 야자수는 다 어디 갔나요?" "다 뽑았대요. 그런데 또 심는대요." 제주시 탑동로를 걷던 관광객과 상인의 대화다. 제주시는 지난 3월부터 이 곳 가로수도 심어졌던 워싱턴야자수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방향을 틀었다. 지금 탑동로에서는 야자수를 다시 심는 '재식재' 작업이 한창이다. 그 사이 도민 혈세 3억원 가까이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사실 워싱턴 야자수가 제주와 인연을 맺은 건 오래다. 1982년부터 제주도내 주요 도로와 관광지에 심어져 그동안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이색 풍경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한때 3500여 그루가 도내 곳곳에서 자라 제주의 또 다른 상징이 되기도 했다. 아열대 식물인 워싱턴 야자는 멕시코, 북아메리카의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 콜로라도주 등지에 주로 분포한다. 줄기는 하나로 곧고 원기둥 모양이며 회갈색이 난다. 잎은 꼭대기에 빽빽이 나며 부챗살처럼 돼 있다. 수명은 80~250년 이상이고 추위에 비교적 강해 제주지역 등에서 노지월동이 가능하다. 최대 25m 이상까지도 자라 제주 곳곳에 심어진 워싱턴 야자들도 20m를 훌쩍 넘는 크기로 자랐다. 바람에 대한 저항성이 아주 강한 편인 수종으로
하룻밤과 낮, 거의 스무 시간을 지그시 눈을 감고서 주무시는 어머니. 그 앞에 엎드러져서 “어머니, 미안허우다. 나가 그자 ‘침 바끄지(뱉지) 맙서, 밥 흘리지 맙서’ 허멍 존다니(잔소리)만 해연..., 어머니한티 입에 맞는 음식 하나 못 해드리멍 그냥 ‘밥 먹읍서! 살려도랜만 허지 말앙 입을 벌립서. 밥 먹는디 죽는 사름 보십디강!’ 허멍 큰 소리만 지르곡, 반찬이 어신 건 생각을 못 핸 예.... 죄송허우다, 어머니! 제발 눈 뜹서게. 나가 영 빌엄수게....”라면서 답답한 마음에 어머니의 눈꺼풀을 뒤집으려고 하자, “야이, 무사(얘가 왜 이래)?”라면서 내 손을 강하게 밀치신다. 아, 우리 어머니가 괜찮으시구나. 힘이 여전하시구나. 살아나셨구나! “어머니, 이제랑 일어납서. 어머니 그추룩 아끼는 상추를 어떤 머리 검은 쥐(사람)가 막 뜯어감수게!”. 그러자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눈을 살며시 뜨시더니, 내 얼굴을 두 세 번 쓰다듬으신다. 그러고선 ‘너는 왜 이리 예쁘냐’는 듯한 표정으로 다정하게 웃으시곤 다시 눈을 감으신다. ‘아, 이렇게 세상을 떠날 수도 있겠구나’하는 마음에 애간장이 다 녹아든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것은 불효뿐이구나. 언제나
11일 코스피지수가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을 회복했다. 4월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여파로 2300선까지 떨어졌던 지수가 두달 만에 25% 넘게 올랐다. ‘코스피 5000’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약 8% 상승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부양 의지와 글로벌 자금 유입이 맞물린 결과다. [※참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13일 코스피지수가 2900포인트 아래로 내려앉았지만, 중동 정세 불안에 기인한 하락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취임 8일차에 거래소를 찾은 것부터가 강한 부양 메시지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개편도 추진하기로 했다. 배당 성향이 35% 이상이면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서 분리해서 과세하는 방안이다. 한국 상장기업의 배당 성향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낮다. 2014~2023년 중국 기업들의 평균 배당 성향이 31%인데 한국은 26%에 머물렀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중간배당으로 생활비를 보조받을 수 있게 하
영화 ‘다운폴’이 2004년 유럽에서 개봉했을 때 일부 관객의 거센 비난과 항의에 직면한다. 전체적으로 히틀러를 광기에 휩싸인 ‘악마’로 묘사하기는 했지만, 몇몇 장면에서 보여준 히틀러의 ‘인간적’인 면모에 관객들이 분노했다. 영화 속에서 히틀러는 자살하기 전날 에바 브라운과 순애보 같은 결혼식을 올린다. 여비서 드라우틀 융에에게 유언장 구술을 마치고, 부관들에게 자신의 시신처리에 관한 마지막 지시를 하고, 최측근들과 질식할 듯한 침묵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최후의 만찬’을 마치고 ‘주방 아줌마’들을 찾아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일일이 손잡아 주고 감사인사를 전하고, 끝까지 자신을 ‘모셨던’ 이름 없는 사람들에게도 감사와 작별의 인사를 전한다. 이 장면들만 떼어놓고 보면 범인(凡人)이 흉내 내기 어려울 만큼 대단히 품위 있고 인간적인 장면들이다. 히틀러의 손을 잡은 사람들 모두 눈시울을 적신다. 히틀러는 순도 100%의 악마로 ‘낙인’찍어 역사 속에 ‘봉인’해 놓아야 한다고 믿는 많은 관객이 이 장면들에 거부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세계 역사에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악마적 권력자나 전쟁광이 명멸했지만 그들에게도 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창문을 열어 보니 새들이 전봇줄에 앉아서 우리 집을 쳐다보고 있다. 세상에! ‘이때다’하고, 파도 소리가 대문을 넘어온다. 새삼 우리가 참 좋은 집에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아들의 요청에 따라 손자들을 돌보아주러 미국으로 들어가신 지 17년. 아버지를 그 땅의 공원묘지에 장례하던 날 내 손을 부여잡고서 한국으로 돌아오신 어머니는 그새 23년을 이곳 보목마을 바닷가 섶섬이 보이는 곳에서 살아오셨다. 이중섭 화백이 1951년 1월부터 1년간 가족이 단란하게 살았던 초가집, 지금의 이중섭 거리 중간쯤의 고갯마루에서 그렸을 것으로 보이는 바로 그 ‘섶섬이 보이는 풍경’ 앞에서 말이다. 어머니가 처음 머무셨던 우리 집은 서귀포에서 가장 처음 지어진 아파트 그 이름도 따스한 남양맨션이었다.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마련한 집은 그만큼 기쁘고 행복한 곳이었다. 더욱이 싱글이었던 주인이 아주 저렴하게 팔아준 곳이어서 마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운수 좋은 집이기도 하였다. 게다가 맹자의 어머니께서 아들을 위해 세 번을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의 종착지처럼 바로 초등학교가 이웃해 있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을 놀이터 삼아 마음껏 뛰놀
6월 4일 오전 6시21분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대통령의 ‘1호 행정명령’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신설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7시30분부터 2시간20분 간 TF 첫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 방향으로 ‘실용적 시장주의’를 내세웠다.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덧붙였다. 증시에 안도감이 퍼지면서 코스피지수는 허니문 랠리로 4~5일 이틀간 6.6% 넘게 올랐다. 외국인이 2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원·달러 환율도 1358원선으로 내려가며 비상계엄 선포 이전인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로써 대통령 취임 첫날 주가가 하락하는 징크스가 17년 만에 깨졌다. 대통령 취임 당일 코스피지수가 상승 마감한 것은 17대 이명박 대통령(2008년 1.34%) 이후 처음이다. 기획재정부는 5일 비상경제대응TF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논의에 들어갔다. 최근 경제상황은 이 대통령이 “모든 영역에서 복합위기”라고 진단할 정도로 심각하다. 내수침체의 골이 깊은 데다 경제의 버팀목
히틀러는 분명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 전 유럽과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또 누군가를열광하게 만든 인물이다. 가치중립적으로 말하자면 ‘인물은 인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영화 ‘다운폴’이 생생하게 재현해주는 히틀러의 마지막 14일간의 영상기록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54세라는 나이보다 최소한 10년쯤 조로(早老)한 모습에, 파킨슨병에 걸려 한 손을 떨어대며 ‘노염’을 잘 타는 그는 권총으로 생을 마감한다. 장례식도 없이 대충 파놓은 구덩이 속에 던져져 휘발유 불에 타는 둥 마는 둥 세상과 하직한다. 1927년 오스트리아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가 「인류의 별의 순간들(Sternstunde der Mensch heit)」이라는 책에서 ‘미래세계의 운명을 바꿀 만한 위대한 결정이나 사건이 이뤄지는 특별하고 짧은 순간’을 은유적으로 ‘별의 순간(슈테른슈툰데·Sternstunde)’이라고 칭해 많은 독어권 국가들 독자들에게 환영받았다. 히틀러도 그가 승승장구하던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 당시의 정치평론가들로부터 별의 순간을 잡은 사내로 일컬어졌던 인물이다. 츠바이크의 「인류의 별의 순간」이라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 3일 오전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아래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 제주남초등학교에는 서서히 불이 들어왔다. 투표 사무원과 정당 참관인, 선거 관계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5시 30분이 되자 본격적인 투표 개시 준비가 시작됐다. 참관인을 대상으로 한 안내와 주의사항 전달, 투표지·도장·투표함 점검까지 모든 절차가 빈틈없이 이어졌고, 투표함 봉인 작업도 그 일부였다. "이건 봉인함을 잠글 열쇠입니다.", "이건 투표함에 부착할 개폐 방지 스티커입니다." 투표 사무원은 준비물 하나하나를 직접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현장은 긴장 속에서도 질서와 투명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오전 5시 59분. 투표관리인의 개시 선서가 낭독되면서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본 투표가 시작됐다. 그러나 평온했던 분위기는 채 한 시간도 유지되지 않았다. 오전 6시 48분 한 남성 A씨가 삼도2동 제2투표소에 도착해 신분증을 제시하며 투표를 시도했다.그러나 선거인명부에는 이미 지난달 30일 사전투표를 마친 이력이 명확히 기재돼 있었다. 투표 사무원이 이를 설명하자 A씨는 "내가 한 게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고, 아무 말 없이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경제성장률 통계 산출기관인 한국은행마저 끝내 5월 29일 올해 0%대 전망 대열에 합류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지난 2월 1.5%로 내다봤던 것을 불과 석달 만에 0.8%로 거의 반 토막 낸 것은 충격적이다. 앞서 14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8%로 반토막 낸 바 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수정 과정도 놀랍다. 지난해 8월까지 2.1%로 전망했던 것이 석 달 만인 11월 1.9%로 내려갔다. 다시 석달 뒤인 올해 2월 1.5%를 거쳐 이번에 0.8%로 추락했다. 3개월 새 0.7%포인트, 6개월 새 1.1%포인트, 9개월 새 1.3%포인트가 깎였다. 경제가 1.0% 미만 성장에 머문 것은 1998년 외환위기(-4.9%),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 팬데믹(-0.7%) 등 세차례뿐이었다. 정책 대응이 미흡한 측면도 있었지만, 핵심 요인은 대외환경 악화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발 관세전쟁 충격 등 대외 요인 때문만이 아닌 오랜 내수 침체에다 비상계엄 선포·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불안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난해 2분기 마이너스 성장(-0.2%) 이후 3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