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4 (목)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왝 더 독(Wag the Dog) (7)
영화 속 성추문 스캔들 대통령 ... 가짜 전쟁 일으켜 스캔들 덮어
국민 가십에 매몰되면 일어날 일 ... ‘언더 찐윤’ 꼬리가 몸통 흔들어

영화 ‘왝 더 독’ 속 미국에선 대통령이 걸스카우트 소녀를 성추행하는 사건이 터진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12ㆍ3 불법계엄만큼이나 난데없고 황당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비상계엄 추문’을 덮기 위해 집권당과 ‘극우’가 온갖 괴이한 논리를 동원해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백악관은 대통령의 ‘걸스카우트 성추문’을 덮기 위한 작업에 나선다.  

 

 

일을 저질러놓고 눈만 껌뻑이는 대통령을 대신해 백악관 보좌관 에임스가 ‘정치 해결사’ 브린(로버트 드 니로 분)을 긴급 호출한다. 에임스 보좌관은 그를 ‘수리공(Fixit)’이라고 부른다.

폐기처분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어 보이는 ‘정치인’도 브린의 손을 거치면 아쉬운 대로 쓸 만해진다는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브린은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죽은 사람 외에는 모두 살려낼 수 있다는 정치판의 화타(華陀)와 편작(扁鵲)쯤 되는 신의(神醫)임에 분명하다.

브린은 성추문으로 빈사상태에 빠진 백악관에 ‘알바니아’라는 나라와 ‘가짜 전쟁’을 벌이는 수작질을 회생의 비방(秘方)으로 제안한다. 에임스를 비롯한 보좌진들은 겁을 먹거나 어리둥절하거나 반신반의한다. 브린이 ‘순진한’ 보좌관들에게 인내심을 갖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1. 미국인들은 ‘마초’ 기질이 있다. 근육과 힘을 좋아한다. 미국이 누군가와 전쟁을 벌인다면 무조건 열광한다. 걸스카우트? 그런 건 개나 줘버린다. 2. 미국인들은 무지(無知)하다. 더욱 고맙게도 모르는 게 있어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골치 아프게 생각하느니 차라리 죽어버릴 사람들이다.

시시콜콜 따지는 ‘지성’을 혐오한다. 특히나 외국 사정에는 극도로 무식하다. 알바니아가 어디에 붙은 어떤 나라인지 아는 미국인들 거의 없다. 한마디로 대다수 미국인들에게는 ‘뇌’가 없다. 

그러므로 1번과 2번이 합쳐지고, 나도 모르는 알바니아라는 나라와 전쟁이 벌어졌다고 하면 미국인들은 엔돌핀이 치솟으면서 백악관의 선전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대통령을 지지하게 돼 있다. 그제야 백악관 보좌관들도 무릎을 탁 친다. 사실 백악관 보좌관들도 알바니아가 정확히 어디에 붙은 어떤 나라인지 모른다. 그래서 더욱 브린의 비책(秘策)에 믿음이 간다.

이 영화의 감독 배리 레빈슨(Barry Levinson)은 대통령에게 성추행당한 14세 걸스카우트 소녀에겐 온갖 질문을 퍼부으면서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나라나 그 전쟁의 이유를 두고는 아무 것도 궁금해하지 않은 미국의 ‘무(無)지성’과 ‘반(反)지성’을 개탄하고 조롱한다. 레빈슨 감독이 영화 속에서 설정한 ‘알바니아와의 가짜 전쟁’은 사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그레나다(Grenada) 침공’을 조롱한 것이다. 
 

 

웬만한 지도에서는 그 형태를 표시조차 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인구 10만명에 군대가 700명에 불과한 그레나다라는 섬나라에 1979년 쿠데타가 발생해 독재를 타도하고 혁명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레이건 대통령은 ‘그레나다가 쿠바와 연합하고, 그 여파로 남미(南美)에 반미(反美) 혁명이 파급되면 미국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만약’에 또 다른 ‘만약’을 얹는다. 

이를 빌미로 1983년 전격적으로 그레나다에 해병대, 공수특전부대, 레인저, 델타 포스, 그린베레, 네이비 실 등 우리 귀에 익은 미국이 자랑하는 어마어마한 최정예 특수부대 7000명을 투입해 한달 만에 정권을 박살내고 친미 정권을 수립하고 개선했다(19 83년 10월 25일 ~12월 15일). 

그런 식의 ‘가정’이라면 지구상에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나라는 없다. 그 침공의 작전명이 ‘긴급 분노 작전(Operation Urgent Fury)’이었다. 긴급 분노라는 조어가 왠지 ‘발작’이라는 말로 들려 강의 시간에 웃으면 안 되는데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나왔던 작전명이었다. 공식적인 전쟁기간은 약 한달이었지만 실질적으로 그레나다 군을 무력화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일이었다. 

미군 전사자는 19명으로 기록됐지만, 그 중 17명은 자기들끼리 오폭·오발로 인한 사망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미국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그레나다라는 나라를 미국이 박살냈다는 뉴스에 열광했다. 레이건 대통령의 지지도 역시 수직상승해 이 전쟁은 이듬해인 1984년 열린 미국 대선에서 레이건의 재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레빈슨 감독은 황당하기 짝이 없었던 그레나다 침공 전쟁에 아무 생각 없이 열광했던 미국인들의 모습을 영화 ‘왝 더 독’에서 한번만 생각해도 ‘가짜 전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알바니아 전쟁에 열광하고 대통령 만세를 외치는 미국 국민들의 모습으로 재현한다. 레빈슨 감독은 그레나다 침공에 열광하는 미국 국민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과연 ‘뇌’라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러웠던 모양이다.

알바니아와의 가짜 전쟁 소동으로 성추문 대통령을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시킨 브린은 백악관 참모들에게 ‘정치판의 본질’을 일러준다. “몸통에는 머리의 뇌가 있고, 꼬리에는 뇌가 없기 때문에 몸통이 꼬리를 흔들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개의 몸통에 뇌가 없고 꼬리에 뇌가 달렸다면 어떻게 될까.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된다.” 

 

 

브린은 자신이 특별히 뛰어나서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브린 자신은 개꼬리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몸통인 국민에게 뇌가 없고, 개꼬리인 자신에게는 그나마 뇌가 있기 때문에 이토록 간단히 판을 뒤집을 수 있었을 뿐이라는 조롱이다.

한마디로 많은 국민들의 뇌가 안녕하지 못한 덕분에 자신과 같은 ‘스핀 닥터’가 먹고살 수 있다는 말이다. 뇌가 안녕하지 못하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에도 ‘과연 상남자’라고 열광하게 된다.

요즘 내란 특검과 야당의 전당대회가 맞물리면서 소위 ‘언더 찐윤’이라는 이름도 기묘한 개꼬리가 개를 정신없이 흔들어대는 모양이다. 제 1야당의 몸통을 흔들고, 종국에는 나라의 몸통까지 흔들려고 한다. 개꼬리가 흔들어대는 대로 몸통이 이리저리 흔들린다면 그것은 분명 야당의 몸통에도 뇌가 없고, 많은 국민들의 뇌도 그다지 안녕하지 못한 탓일 수밖에 없겠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추천 반대
추천
1명
100%
반대
0명
0%

총 1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