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밤낮이 바뀌어버린 아기처럼 요즘 들어 어머니는 낮에는 달처럼 주무시고 밤에는 해처럼 배회하신다. 엊그제는 거의 하룻밤 하룻낮, 24시간을 주무시기만 하셨다. ‘혹시나….’ 하는 걱정이 불안스레 꿈틀거려서 가만히 어머니 얼굴에 귀를 대보았다. 아무래도 숨결이 너무 약하신 듯하다. 갑자기 덜컥 두려움이 솟구친다. “아고게! 어머니, 얼른 일어 나십서! 저녁때가 다 되어수게!”하고 큰 소리로 깨워본다. 반응이 없으시다. 그 순간 ‘아직은 안 돼!'하는 조급함이 급하게 심장을 두드린다. 얼른 몸을 기울여서 어머니의 눈꺼풀을 뒤집어 본다. 그 순간 “야이, 무사?(얘, 왜 그래)”하면서 거칠게 밀치신다. ‘아고, 더 주무십서, 예! 미안허우다. 어머니가 나만 나둬동(놔두고) 솔째기(살짝이) 아버지한티 가불카부댄(가버릴까 봐)....’이라고 멋쩍게 물러선다. ‘역시, 우리 어머니시네….’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직은 어머니에게 호령할 기운이 남아 있으시다. 오늘은 정오쯤에 일어나셨다. 거실로 나와 당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마당을 쳐다보시더니 한숨을 쉬신다. 더위에 시달리다 못해 머리를 숙인 상추들이 숨을 죽이며 온몸을 늘어뜨리고 있다. 예년보다 급하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관건은 계획이나 방침이 아닌 엄중한 실천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7월 안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의 협업 체계인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구성한다. 세 기관에 분산돼 있는 심리와 조사 기능을 모아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금융당국은 초단기 알고리즘 매매 등 지능적·조직적 불법행위가 증가하는 데 맞춰 인공지능(AI) 감시 체계를 구축해 불공정거래 위험 종목군을 탐지하기로 했다. 거래소의 시장감시 체계도 계좌 기반에서 개인 기반으로 전환한다. 적극적인 행정제재로 불공정거래 행위자를 단 한번으로도 자본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거래소는 현재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계좌를 기반으로 감시 업무를 하고 있다. 이는 감시 대상이 많은 데다 동일인 연계성 파악도 어렵다. 이에 주민등록번호를 가명 처리한 정보를 계좌와 연계하는 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견학 온 걸스카우트 대원 한명을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로 유인해 ‘성추행’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신줄을 잠깐 내려놓은 연예인이 그랬어도 세상이 시끄러울 사건을 대통령이 저질렀으니 그야말로 세상이 뒤집힐 일이다. 대통령이 말 그대로 대형 사고를 치자 모두들 ‘이제 정권은 끝장났다’고 망연자실하고 자포자기한다. 재선(再選)은 언감생심이고 탄핵과 파면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교도소로 직행할 판이다. 그러나 영악한 백악관 여성 보좌관 윈프리드 에임스(Winfred Amesㆍ앤 헤이츠 분)가 전의를 상실한 백악관 참모들을 질타하고 나선다. ‘불가능이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Impossible is not a fact. It’s an opinion)’이라는 무하마드 알리의 불굴의 정신을 일깨운다. 아디다스가 광고 카피로 적절하게 써먹어 유명해진 말이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이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It ain’t over til it’s over)는 불세출의 야구감독 요기 베라(Yogi Berra)의 ‘속단 금물’ 정신을 불어넣는다. 지난해 12월 3일 밤에 어처구니없이 선포
이재명 대통령의 3일 첫 기자회견은 시점과 형식, 내용 모두 직전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됐다. 우선 취임 30일 만에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이른 시간에 회견을 했다. 질문자를 지명하기도 했지만, 기자 명함을 넣은 상자 안에서 무작위로 뽑아 선정했다. 풀뿌리 지역 언론에도 영상으로 질문하도록 했다. 대통령실의 ‘가깝게, 새롭게, 폭넓게’ 콘셉트에 맞게 대통령과 기자단과의 물리적 거리도 가깝게 배치했다. 좌석도 둥그런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배열했다. 이 대통령은 사전 조율 없는 민감한 질문에도 참모진의 도움을 받지 않고 답변했다. 정권 초기 허니문 기간이어서인지 날선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치솟는 서울 아파트값, 라면에 계란 넣어 먹기 부담스러운 생활물가, 시한이 임박한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협상,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검찰을 비롯한 사법제도 개혁 등 현안과 과제가 산적해 있다. 초대 내각 및 검찰 인사 등에 대해 이 대통령은 “시멘트와 자갈, 모래, 물을 섞어야 콘크리트가 된다. 시멘트만 모으면 시멘트 덩어리가 되고, 모래만 모으면 모래더미가 된다”며 진영에 따른 갈라치기가 아닌 ‘통합’ 인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집값 안정 대책과 관련해선
영화 ‘왝 더 독(Wag the Dog)’은 배리 레빈슨(Barry Levinson) 감독의 1997년 작품이다. 레빈슨 감독은 1988년 ‘레인맨(Rain Man)’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고, ‘내추럴(The Naturalㆍ1984년)’ ‘굿모닝 베트남(Good Morning Vietnamㆍ1987년)’ 등의 영화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더스틴 호프먼, 로버트 드 니로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불러 모아 만든 작품이다. 영화의 장르 자체가 ‘블랙 코미디’이자 ‘정치 풍자극’이고 영화의 줄거리도 단순하다면 단순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대단히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어느 날, 재선을 위해 젖 먹던 기운까지 짜내던 대통령(마이클 벨슨 분)이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엉뚱한 사고를 치고 만다. 사고도 사고 나름이지 백악관 견학을 온 걸스카우트 소녀 한명을 데리고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다. 이 황당한 추문이 새어나가고 당연히 재선은 물 건너간 꼴이 된다.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하는 참모진들은 머리를 쥐어짠 끝에 당대 최고의 ‘정치 선전, 홍보 기술자’ 브린(Breanㆍ로버트 드 니로 분)을 ‘해결사’로 초빙한
요즘 들어 어머니의 하루는 오후가 되어서야 시작되는 날들이 많아졌다. 오늘은 애간장과 인내심을 거의 다 태우고 나서, 저녁 7시쯤에 눈을 뜨셨다. 그 사이에 나는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어머니가 눈을 뜨지 않으신다. 어떡하면 좋을까. 아무래도 이번에는 어려우실 듯 하다’는 등의 하소연을 해댔다. 하나마나 한 걱정이라서일까, 아니면 노인들의 잠은 보약과 같아서 그럴까? 한결같이 보내오는 응답이 ‘그냥 주무시게 놔둬라. 잘 만큼 자고 나면 일어나실 게다’라는 소리다. 어머니의 시간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줄을 알면서도, 마치 혼자서 걱정하다가 무슨 일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심정이다. 어쩌면 책임질 일이라도 생길까 싶어서 미리 공유하려는 듯 꼭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아, 나의 이 한없이 나약하고 비겁한 마음을 어찌할거나. 정말로 노인에게는 잠이 보약이다. 기운이 충전되셨나 보다. 어머니는 필요한 만큼 주무셨는지, 슬며시 눈을 뜨셨다. 백설공주가 따로 없지 싶다. 누구나 깊은 잠에 빠져서 눈을 뜨지 않을 때는, 저러다가 깨어나지 하면서도 마음 한 켠으론 의심과 걱정이 스멀스멀 기어나올 것이다. ‘스멀스멀’이란 말이 나왔으니, 평생에 잊히지 않는 일이 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곳곳에서 과거 정부와 다른 행태와 메시지가 보이고 읽힌다. 새 정부 첫 내각 인선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눈이 띄는 부분은 현장을 잘 아는 기업인 출신 전문가들이 대거 기용됐다는 점이다. 경력과 나이를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지명된 배경훈(49) LG 인공지능(AI)연구원장은 한국형 추론 AI 모델 ‘엑사원’ 개발을 이끌었다. 앞서 대통령실에 합류한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출신 하정우(48) AI 미래기획수석과 함께 이재명 정부의 ‘AI 드라이브’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에 지명된 한성숙(58) 전 네이버 대표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네이버를 빅테크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과학기술 분야 수장으로 전문가를 발탁한 적이 있었지만 교수 출신이 많았다. 이번처럼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실전형 전문가들로 관련 부처 라인업을 형성하진 않았다. 요컨대 ‘AI 3대 강국’ 달성, ‘소버린(주권) AI 개발’ 등 새 정부의 핵심 도전 과제를 기업인 출신들의 혁신 역량에 바탕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실용주의에 부합한다. 윤석열 정부에
영화 ‘다운폴’이 보여주는 1945년 나치독일 붕괴의 피날레를 장식한 지하벙커 속 마지막 14일간의 모습은 어쩌면 제2차 세계대전의 신호탄이었던 1939년 폴란드 침공과 점령(1939년 9월 1일~10월 6일) 때 이미 예정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철저하게 전쟁을 준비한 나치독일은 1939년 9월 온갖 트집을 잡아 전격적으로 폴란드로 진격하고, 나름 유럽의 강대국이었던 폴란드를 한달 만에 무너뜨렸다. 히틀러는 폴란드 함락에 도취해 자신감이 충만하고, 곧이어 체코와 슬로바키아 침공에 이어 소련까지 진격해 들어간다. 그러나 사실상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 국력이 뒤졌고, 소련 하나도 압도할 만한 전력이 아니었던 독일이 전 유럽을 석권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구상이었다. 폴란드 점령까지는 미온적으로 대처했던 영국과 프랑스는 히틀러가 체코까지 침공하자 마침내 독일에 선전포고하고 전면전에 나서고, 소련도 독일과의 전쟁에 모든 국력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한두 차례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그 승리가 결국에는 궁극적인 패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승리를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라고 한다. 겉보기에는 남는 장사 같지만 나중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69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20위에서 7계단 떨어졌다. 매해 공개되는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이긴 해도 나라 밖에서 이렇게 바라본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 더구나 같은 아시아권 경쟁국인 홍콩은 3위, 대만이 6위, 중국도 16위로 한참 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정치 혼란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순위 하락은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 드러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은 위기 신호다. ‘기업 효율성’ 부문 순위가 23위에서 44위로 21계단 곤두박질하며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 안정성 순위도 지난해 50위에서 바닥권인 60위로 내려앉았다. IMD 순위는 각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지를 평가한다. 올해 ‘기업 효율성’ 성적표는 한국의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데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 활동과 관련해 생산성(33→45위), 노동시장 유연성(31→53위), 경영
1500만명의 사상자를 낸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전쟁을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전쟁이었다고 진절머리를 냈다. 그러나 ‘전무’한 것은 맞았지만 ‘후무’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30년 만에 밝혀졌다. 1945년 히틀러의 자살로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제2차 세계대전은 그야말로 미증유의 대참사였다. 제1차 세계대전의 희생자가 군인(600만명)과 민간인(900만명)을 합쳐서 1500만명이었던 반면 불과 3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제2차 세계대전은 군인과 민간인을 합친 사망자가 무려 4900만명에 달했다. 이 전쟁의 참상과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그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규모도 그에 걸맞게 엄중해야만 하고 또한 그랬으리라고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뉘른베르크 재판’으로 상징되는 전범 재판의 과정과 결과는 우리의 일반적인 기대와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뉘른베르크 국제 군사 재판’에 전범으로 기소된 나치 전범은 고작 24명에 불과했고, 사형선고를 받아 처형된 인물도 달랑 8명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지하벙커 속에서 히틀러와 함께 마지막 순간(영화 속)을 보낸 나치 핵심 중의 핵심 인물들이다. 나머지는 각각의 징역형에 처했고, 그나마 3명은
하룻밤과 낮, 거의 스무 시간을 지그시 눈을 감고서 주무시는 어머니. 그 앞에 엎드러져서 “어머니, 미안허우다. 나가 그자 ‘침 바끄지(뱉지) 맙서, 밥 흘리지 맙서’ 허멍 존다니(잔소리)만 해연..., 어머니한티 입에 맞는 음식 하나 못 해드리멍 그냥 ‘밥 먹읍서! 살려도랜만 허지 말앙 입을 벌립서. 밥 먹는디 죽는 사름 보십디강!’ 허멍 큰 소리만 지르곡, 반찬이 어신 건 생각을 못 핸 예.... 죄송허우다, 어머니! 제발 눈 뜹서게. 나가 영 빌엄수게....”라면서 답답한 마음에 어머니의 눈꺼풀을 뒤집으려고 하자, “야이, 무사(얘가 왜 이래)?”라면서 내 손을 강하게 밀치신다. 아, 우리 어머니가 괜찮으시구나. 힘이 여전하시구나. 살아나셨구나! “어머니, 이제랑 일어납서. 어머니 그추룩 아끼는 상추를 어떤 머리 검은 쥐(사람)가 막 뜯어감수게!”. 그러자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눈을 살며시 뜨시더니, 내 얼굴을 두 세 번 쓰다듬으신다. 그러고선 ‘너는 왜 이리 예쁘냐’는 듯한 표정으로 다정하게 웃으시곤 다시 눈을 감으신다. ‘아, 이렇게 세상을 떠날 수도 있겠구나’하는 마음에 애간장이 다 녹아든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것은 불효뿐이구나. 언제나
11일 코스피지수가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을 회복했다. 4월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여파로 2300선까지 떨어졌던 지수가 두달 만에 25% 넘게 올랐다. ‘코스피 5000’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약 8% 상승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부양 의지와 글로벌 자금 유입이 맞물린 결과다. [※참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13일 코스피지수가 2900포인트 아래로 내려앉았지만, 중동 정세 불안에 기인한 하락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취임 8일차에 거래소를 찾은 것부터가 강한 부양 메시지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경고했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개편도 추진하기로 했다. 배당 성향이 35% 이상이면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서 분리해서 과세하는 방안이다. 한국 상장기업의 배당 성향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낮다. 2014~2023년 중국 기업들의 평균 배당 성향이 31%인데 한국은 26%에 머물렀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중간배당으로 생활비를 보조받을 수 있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