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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포레스트 검프 (3)

신기의 탁구 실력으로 중국을 다녀온 검프는 존 레넌과 함께 출연한 토크쇼에서 이런 말을 던졌다. “중국엔 종교도 없고, 사유재산도 없다.” 자신의 히트곡 ‘이매진(Imagine)’에서 그가 꿈꾸는 이상사회를 ‘종교도 없고, 소유도 없는 세상’이라고 노래했던 존 레넌은 깜짝 놀란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의문이 떠오른다. 모든 종교를 마약으로 규정하고, 사유재산을 제거한 마오쩌둥毛澤東의 혁명은 정말 이상사회를 만들어낸 걸까.

 

 

아스퍼거 증후군의 검프는 초절정의 집중력이라는 천재성을 발휘한다. 동네 악동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검프에게 검프의 유일한 친구인 제니는 “달려라!”고 소리친다. 검프는 그 한마디에 경주마처럼 달리기에 집중한다. 악동들을 따돌리는 것은 물론 대학 미식축구 경기장까지 질주한다.

 

검프의 집중력 높은 달리기는 미식축구 감독의 눈을 사로잡아 검프는 미식축구 명문 앨라배마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자원 입대한 검프는 군대에서도 총기 분해조립이란 한가지 일에 집중력을 발휘한다. 총기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속도는 역대급이다. 부대 기록을 손쉽게 갈아치울 정도다. 

 

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군병원 입원 중에 병원에선 우연히 탁구 라켓을 처음 잡아본다. 탁구 선배는 한가지 원칙을 전한다. “절대 공에서 눈만 떼지 않으면 된다.” 검프는 그 원칙에 충실하게 탁구공에 집중한다. 탁구공에서 절대 눈을 떼지 않는 집중력으로 말미암아 검프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펼쳐졌던 그 유명한 ‘핑퐁외교(1971년)’의 주역이 된다. 검프는 ‘핑퐁외교’의 주역으로 일약 미국의 ‘셀럽’이 된다. 탁구 라켓의 광고모델로 돈을 벌고, TV 토크 쇼에도 초대받는다.

 

1970년만 해도 미국인들에게 ‘금단의 땅’이었던 중국을 누구보다도 먼저 방문했던 검프의 중국 여행담은 걸리버 여행기만큼이나 신기한 것일 수밖에 없겠다. 영화 속에서 검프는 토크 쇼에 ‘무려’ 존 레넌과 더블 게스트로 나선다. 검프는 중국에는 종교도 없고(no religion) 개인들이 소유한 것도 없었다(no possession)고 전한다. 검프의 말을 들은 존 레넌은 할 말을 찾지 못한다.

 

 

존 레넌은 자신의 히트곡이자 명곡인 ‘이매진(Imagine)’에서 그가 꿈꾸는 이상 사회를 ‘종교도 없고, 소유도 없는 세상’이라고 노래했던 인물이다. 검프의 말대로라면 종교를 마약이라고 탄압하고 개인의 소유를 ‘자본주의의 악령’이라고 매도했으며, 1950년대 말 참담했던 ‘대약진운동’, 1960년대 ‘문화대혁명’으로 수천만명이 죽어나갔던 중국이 존 레넌이 꿈꾸던 ‘이상향’이란 이상한 논리가 돼버린다. 존 레넌이 할 말을 찾지 못할 수밖에 없겠다.

 

물론 종교가 수많은 전쟁과 살육과 착취의 명분과 수단으로 동원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통제 안 되는 사유재산의 팽창이 극단적인 빈부격차의 참상을 불러온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얼핏 종교와 사유재산 제도야말로 ‘만악의 근원’처럼 보일 수도 있다. 종교와 사유재산 제도만 사라진다면 그야말로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세상이 도래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였는지 ‘혁명가’ 마오쩌둥毛澤東은 모든 종교를 ‘마약’으로 규정해버리고, 스스로 디자인했다는 인민복에 소유를 상징하는 주머니를 아예 없애버림으로써 사유재산을 제거하겠다는 그의 결기를 보여줬다. 거의 모든 국민이 농민이었던 중국에서 소소한 농기구마저 개인소유를 인정하지 않는 과격한 조치들이 시행됐다. 당연히 그런 과격한 정책들이 작동할 리 없었고 ‘대약진 운동’과 ‘문화 대혁명’은 대참사로 귀결되고 말았다.

 

요즘 ‘아파트값 잡기’와 ‘검찰개혁’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아파트값만 잡히고 검찰개혁만 되면 온 세상이 바로잡히고 살기 좋은 세상이 올 것처럼 너무도 절박하고 거친 말들과 몸짓들로 시끄럽다. 하나의 ‘사회’란 독립된 부분들의 합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다. 손가락 상처 곪지 말라고 약을 먹으면 손가락 상처는 아물었는데 난데없이 소화가 안 되기도 하고 다른 병이 생기기도 하고, 심지어는 죽을 수도 있다. 

 

 

약을 한 알 먹어도 자신의 체질과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인체를 ‘포괄적으로(comprehensive)’ 이해하고 먹어야 하듯, 사회 정책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아마도 종교와 사유재산을 없애버려서 중국에 ‘이상사회’가 오지 않았듯이, 부동산 가격만 잡히고, 검찰개혁만 된다고 우리나라가 ‘살 만한 세상’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손가락이 곪고 썩는 것은 막아야 하겠지만, 아무 약이나 닥치는 대로 써서 오장육부가 상해서야 되겠는가.

 

프랑스 혁명의 열렬한 찬양자였던 역사학자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은 수많은 희생을 치렀던 프랑스 혁명에 대해 “수술은 분명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고 옹호한다. 그러나 난폭한 혁명보다는 점진적인 개혁을 옹호하는 새무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은 ‘혁명’은 차라리 쉽지만 ‘개혁’은 너무도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절절히 설파한다. 제대로 된 ‘개혁’을 할 만한 역량과 기술이 없기 때문에 과격한 ‘혁명’으로 치닫곤 한다는 것이다.

 

마오쩌둥이 혁명가였다면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가였다. 누구나 해머 하나만 쥐여주면 아무것이나 때려부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고장난 물건을 고쳐 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힘으로만 되는 일도 아니다. 지금 부동산 개혁이든 검찰개혁이든 수많은 개혁과제를 맡은 사람들이 인체처럼 정교한 유기체인 한국사회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칼을 잡은 ‘명의名醫’이기를 소망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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