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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포레스트 검프 (7)

똑똑하긴 하지만 어질지 못한 수많은 인재가 나라 곳간을 털고, 회사 기밀을 팔아넘긴다.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똑똑한 입후보자들이 넘치지만 그들의 행적과 말은 그다지 어질어 보이지 않는다. 덜 똑똑하더라도 참으로 어진 사람들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플라톤은 영원한 고전으로 남은 그의 「국가론」에서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한 국가의 통치를 맡길 만한 ‘현자(賢者)’의 조건을 기술한다.

 

❶현명한 인간이라면 자신의 고귀한 목적을 위해 평생을 바친다. ❷현명한 인간은 학문을 귀하게 여겨 심신을 바로 닦고 야만성을 길들여 사악한 즐거움에 빠지지 않도록 절제한다. ❸현명한 인간이라면 재물을 취할 때도 분에 넘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❹현명한 인간은 세상의 그릇된 찬사에도 휩쓸리지 아니하며, 항상 자신의 세계를 관조하며 산다. ❺현명한 인간은 무질서나 태만이 스며들지 않도록 경계하며 혼란을 예방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IQ가 80에도 못 미치는 검프라는 ‘바보’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 ‘바보’가 살아가는 모습은 묘하게도 플라톤이 기술한 ‘현자’의 모습이다.

 

❶검프는 자신의 진정한 사랑인 제니만을 위해 평생을 바친다. 결코 한눈파는 법이 없다. ❷검프가 학문을 귀하게 여겼는지는 모르겠으나, 검프도 야만적인 성욕을 간직했지만 아무한테나 들이대지 않는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결코 주색잡기와 같은 사악한 즐거움에 빠지지 않는다.

 

❸검프는 새우잡이로 횡재하고 ‘애플’에 투자하여 ‘포천(Fortune)’지 커버스토리를 장식할 정도의 부富를 이루지만, 전사한 옛 친구 버바의 미망인이 기절할 정도의 거금을 증여한다. 그 많은 돈을 다양한 기부로 모두 사회에 환원하고 자신은 살던 집에 그대로 머물며, 운동장 잔디 깎는 일을 한다. 아무런 물욕이 없다.

 

❹검프는 미식축구 선수, 전쟁 영웅, 탁구 국가대표로 명성을 얻지만, 결코 ‘나대는’ 법 없이 어머니와 제니만을 지키며 안분지족安分知足한다. 제니가 떠나고 허허로운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정처 없이 달리는 검프는 그 ‘미스터리한’ 달리기로 일약 매스컴의 스타가 되지만 자신의 달리기에 결코 대중들의 입맛에 맞을 만한 그럴듯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간다. 물욕도 없지만 명예욕도 없다.

 

❺굳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거액의 배당금이 들어오지만 검프는 결코 생활이 흐트러지거나 나태해지지 않는다. 열심히 잔디를 깎고, 단정한 모습으로 정성껏 어머니와 제니의 식사 수발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검프는 아들을 학교버스에 태워 보내고 그 자리에서 아들이 돌아올 때까지 망부석처럼 흐트러짐 없이 기다린다.

 

 

이쯤 되면 소크라테스가 대망(大望)한 인물이 ‘현자’인지 ‘바보’인지 헷갈린다. 어쩌면 한 국가를 맡길 만한 ‘현자’란 곧 ‘바보’인지도 모르겠다. 소크라테스의 말대로라면 검프와 같은 ‘바보’에게 국가를 맡겨야 국가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말일까. 소크라테스가 통치자에게 가장 경계한 것은 명예욕과 물욕인데, 검프는 그것이 없다.

 

‘현자’란 똑똑한 자가 아니라 ‘어진(賢) 자’이다. 어질면서도 똑똑한(明) 자가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현명(賢明)한 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듯하다. ‘어짐’과 ‘똑똑함’은 물과 기름처럼 하나로 섞이기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의 교육도 초지일관 ‘현명함’을 추구한다. ‘어짐’과 ‘똑똑함’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 한다. 그러나 교육이 입시교육으로 변질되고, 치열한 생존경쟁은 어쩔 수 없이 ‘어짐’은 ‘똑똑함’에 자리를 내어주고 구석으로 몰리다 이제는 설 자리조차 없어 보인다. 그렇게 키워낸 우리의 인재들은 모두 대단히 똑똑한 것 같긴 한데 왠지 그다지 어질고 착해 보이지는 않는다.

 

대단히 똑똑하지만 그다지 어질지 못한 수많은 우리의 인재들이 나라 곳간도 털어가고, 회사의 기밀도 팔아넘기는 모양이다. ‘바보’들은 감히 상상도 못할 일들이다. 수많은 사기사건들을 보면 그 ‘똑똑함’들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는 모양이다. 내로라하는 입후보자들의 면면이 참으로 화려하고, 각자 내거는 공약들과 오가는 설전을 보노라면 모두들 참으로 똑똑해 보이는데, 왠지 그 행적들과 뱉어내는 말들이 그다지 어질어 보이지는 않는다. 어쩌면 오직 똑똑하기만 해야지 어질거나 똑똑하면서도 어질어서는 그 자리까지 가기 어려운 세상인지도 모르겠다.

 

소크라테스가 대망하는 ‘현자’의 통치는 영원히 대망으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현자’까지는 언감생심이지만 조금은 덜 ‘똑똑’하더라도 조금 더 어질고 ‘바보’ 같은 사람들이 나랏일을 살폈으면 하는 마음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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