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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41)

초나라에 어떤 사람이 아주 귀한 검 한 자루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그 칼을 지니고 강을 건너던 중에 실수로 그만 검을 강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깜짝 놀라 급히 뱃전에 칼자국을 내어 표시하였다.

 

“칼이 떨어진 곳은 바로 여기다.”

 

배가 닿자 칼자국을 새겨 놓은 뱃전에서 물속으로 뛰어들어 칼을 찾았다. 아무리 표시해 두었다 한들 배가 움직여 강기슭에 닿았는데 강물에 빠뜨린 칼을 다시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그 유명한 각주구검(刻舟求劍)이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어떤 상황에서 얻은 경험은 실제이기는 하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적용하는 것이 달라야한다는 뜻을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초나라 사람이 뱃전에 표식을 해둔 것은 실제 상황과 맞다. 당시 상황에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당시 실제 상황과 임무와 부합된다. 그런데 형세와 임무가 변하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실제에서 얻어진 경험이라 할지라도 변화된 상황에서도 고지식하게 적용한다면? 뱃전에 새겨둔 기호와 다를 바 무엇이 있겠는가. 웃길 따름이다.

 

시대와 대면한 현실의 연관성이 떨어진다면, 아무리 깊은 기호를 새겼다하더라도 아무리 좋은 경험이었다 하더라도 헛수고가 된다. 헛일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일을 처리할 때 무조건적으로 옛 것이나 옛 사람을 따르지 않는다. 일시적인 달콤함을 도모하지도 않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실질적인 효과를 얻으려 한다. 시대를 따른다.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진(秦) 효공(孝公)은 상앙(商鞅)을 기용해 변법을 실행하려 했지만 세상이 자기를 비평할까 염려되었다. 그래서 상의하려고 여러 대신을 모아놓자, 볼만한 토론대회가 됐다.

 

상앙이 첫머리에 요지를 밝히듯이 말했다.

 

“의혹이 풀리지 않은 어정쩡한 행위는 명예롭지 못하오. 의혹이 풀리지 않은 어정쩡한 일은 공적이 있을 수 없소. 일반인을 뛰어넘는 행위는 본래 세속의 반대에 부딪치기 쉽소. 독특하고 식견 있는 계책은 일반인에게 중상 받게 되는 건 당연하오. 어리석은 사람은 이미 완성된 일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법이오. 지혜로운 사람은 미래의 일을 예견할 수 있소. 시작함에 있어 결코 백성과 더불어 일을 도모하려 해서는 아니 되오. 백성과는 일을 성사시킨 즐거움을 더불어 향유하는 데에 그쳐야 하오. 훌륭한 품성을 갖춘 사람은 세속에 휩쓸려서는 아니 되오. 위대한 공적을 쌓을 수 있는 사람은 대중과 함께 도모해서는 아니 되오. 그렇기에 국가를 강성하게 만들려면 성인은 옛 제도를 따라서는 결코 아니 되는 법이오. 백성을 편하게 만듦에 있어서도 옛 예교를 준수할 필요는 없소.”

 

감룡(甘龍)이 말했다.

 

“옳지 않소! 성인은 민속을 고쳐 교화하지 않는 법이오. 지혜로운 사람은 옛 법을 고쳐 나라를 다스리지 않는 법이오. 민중에 따라 교화하여야 힘들이지 않고 성공할 수 있소. 옛 법에 따라 통치하여야 하오. 그래야 관리가 습속에 따라 다스려지고 백성인 편안하게 되는 것이오.”

 

상앙이 말했다.

 

“감룡이 말하는 것은 세속의 말이오. 일반인은 옛 세속에서 일시적인 안위를 탐하고 ; 학자는 옛 견식에 구애되는 법이오. 이 두 부류는 관리가 되거나 법을 수호하는 것은 되오. 하지만 옛 법 이외의 새로운 사물을 논의하게 해서는 안 되오. 삼대(三代)가 다른 예교를 가지고 각각 천하를 다스렸소. 오패(五霸)는 서로 다른 법률로 각각 패업을 달성하였소. 지혜로운 사람은 새로운 법을 만들 수 있는 법이오. 어리석은 사람은 옛 법에 제약을 받을 뿐이오. 총명한 사람은 능히 예교를 고칠 수 있소. 어리석은 사람은 예교에 구속될 뿐이오.”

 

두지(杜摯)가 말했다.

 

“새로운 법의 이익이 옛 법보다 100배 이익이 없으면 법을 바꿔서는 아니 되오. 새로운 그릇의 기능이 옛 그릇보다 10배 이상이 되지 못하면 그릇을 바꿔서는 아니 되는 법이오.”

 

상앙이 말했다.

 

“세상을 다스리는 데에는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요. 나라를 이롭게 하는 데에 옛 제도를 본받을 필요는 없소. 상탕(商湯), 주무(周武)가 옛 제도를 따르지 않고도 천하를 통치하였소. 하걸(夏桀), 상주(商紂)는 새로이 예교를 바꾸지 않아 망국에 이르렀소. 옛 제도를 반대하는 것이 비난을 받아서는 아니 되는 것처럼 옛 예교를 준수하는 것도 너무 찬양해서는 안 되는 법이오.”

 

효공이 말했다.

 

“상앙의 말이 맞소.”

 

이에 변법을 실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상앙이 말한 바가 무엇인가? 도리에 맞는가? 부국강병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찬술이요, 개인이 사업을 어떻게 성공시키는가에 대한 훌륭한 건의가 아닌가?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발전된 미래를 만들 수 있는가?

 

만약 지난 경험과 교조(도그마)에 매달려 헤어나지 못한 채 자기의 조그마한 혜택을 고수하면서 오랫동안 사회의 커다란 흐름 밖에 고립돼 있다면 낙오될 수밖에 없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세상흐름을 읽지 못하고 시대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찌 큰일을 할 수 있겠는가?

 

땅바닥에 동그라미 하나 그려 놓고 감옥으로 삼아서야 되겠는가. 제자리걸음만 하다보면 열린 세상이 어디 보이겠는가. 시대는 시대마다 추구해야할 시대정신이 있다. 시대와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 상앙(商鞅) : 약 BC395~BC338, 성은 희(姬), 공손(公孫) 씨, 이름은 앙(鞅), 위(衛)나라 돈구(頓丘)[하남성 안양(安陽)시 내 양장(梁莊)진] 사람이다. 전국시대 정치가, 개혁가, 사상가, 법가 대표인물이다. 위(衛)나라 국군(國君)의 후예다.

 

○ 감룡(甘龍) : 성은 감(甘), 이름은 용(龍), 진 효공(孝公) 때 명신이다. 『상군서(商君書)』, 『사기(史記)』, 『전국책(戰國策)』에 변법을 반대한 인물로 기록돼 있다. 진(秦)나라 세족이다.

 

○ 두지(杜摯) : 전국시대 진(秦)나라 사람으로 위(魏)나라를 멸하는 데에 공을 새워 좌사공(左司空)이 됐다. 진나라 수구파의 대표인물이다. BC356년에 효공이 상앙을 중용해 변법을 실행하려 할 때 감룡 등과 더불어 변법을 반대하였다.

 

○ 상탕(商湯) : 약 BC1670~BC1587, 즉 성탕(成湯)이다. 성은 자(子), 이름은 명리(名履), 고서에는 “탕에게는 일곱 가지 이름이 있다”라고 했다 : 탕(湯), 성탕(成湯), 무탕(武湯), 상탕(商湯), 천을(天乙), 천을탕(天乙湯)〔은허(殷墟) 갑골문(甲骨文)에는 성(成), 당(唐) 대을(大乙) ; 종주(宗周) 갑골과 서주(西周) 금문에서는 성당(成唐)이라 돼있다)이라 불렀다〕 하남 상구(商丘) 사람으로 계(契)의 제14대 손이다. 주계(主癸)의 아들, 상(商) 왕조의 개국 군주다.

 

 

○ 주무(周武) : 주무왕(周武王, ?~BC1043), 성은 희(姬), 이름은 발(發)〔서주(西周) 청동기(青铜器) 명문에는 일반적으로 무(珷)라 돼있다〕, 주나라 문왕(文王) 희창(姬昌)과 태사(太姒)의 둘째아들이다. 기주(岐周, 현 섬서 기산岐山) 사람, 서주 왕조의 개국 군주로 19년간 재위하였다. 정처는 읍강(邑姜)이다.

 

○ 하걸(夏桀) : 걸(桀, ?~BC1600), 성은 사(姒), 하후(夏后) 씨, 이름은 계(癸), 일명 이계(履癸), 시호는 걸(桀), 역사에서는 하걸(夏桀)이라 부른다. 발(發)의 아들로 하 왕조 마지막 군주다. 유명한 폭군이라 전한다. 52년간 재위(하·상·주 단대 연구에 따르면 BC1652~BC1600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도읍은 침심(斟鄩, 현 하남성 낙양洛陽)으로 정했다고 전한다.

 

○ 상주(商紂) : 제신(帝辛, ?~BC1046?), 성은 자(子), 이름은 수(受, 또는 수덕受德), 상 왕조 마지막 군주다. 제을(帝乙)의 작은 아들로 역사에는 ‘주(紂)’, ‘상주왕(商紂王)’이라 부른다. 하상주 단대 연구에 따르면 30년을 재위했다고 한다(BC1075~BC1046).

 

○ 각주구검(刻舟求劍) : 초(楚)나라 중에 강을 건너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검이 배에서 물속으로 떨어지자 곧바로 배에 기호를 새기며 말했다. “이곳이 내가 검을 떨어뜨린 곳이다.” 배가 멈추자 기호를 새긴 곳에서 물속으로 들어가 찾았다. 배는 이미 전진하였고 검은 움직이지 않았으니 검을 구하는 것이 이렇다면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옛날 법으로 그 나라를 다스리면 이와 마찬가지다. 때는 이미 지났으나 법은 바뀌지 않았으니 이것으로 다스린다면 어찌 어렵지 않겠는가? (『여씨춘추(吕氏春秋)·찰금(察今)』)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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