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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29)

그런 책략은 오래지 않아 동진(東晉, 317~420) 때 온교(溫嶠)가 빌려 쓴다. 술을 빌어 일을 야기하면서 이간질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동진시기에 대장 왕돈(王敦)은 역모를 준비하고 있으면서 온교를 단양(丹陽) 영윤(令尹)으로 임명해 특별히 그를 위하여 송별연을 베풀었다. 온교는 자신이 떠나고 나면 왕돈의 군사 전봉(錢鳳)이 왕돈의 면전에서 자신을 헐뜯는 말을 할까 염려돼 송별연을 막을 방법을 찾았다. 송별회 때 전봉이 아직 술을 마시기 전에 온교는 술에 취한 척 전봉의 뺨을 때렸다. 전봉의 두건이 땅에 떨어질 정도로 후려치고는 호되고 꾸지랬다. “너 전봉, 네가 뭔데? 나 온교가 술을 권했는데도 감히 네가 마시지도 않아!” 전봉은 대단히 화가 났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왕돈은 온교가 취했다고 생각해 전봉에게 위로하며 화해시켰다.

 

다음날 전봉이 왕돈에게 말했다. “온교는 조정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함부로 믿을 수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왕돈이 말했다. “온교가 어제 너무 취해서 그대에게 무례를 범한 것이오. 그런대도 그대는 그것 때문에 헐뜯는 말을 하는 것이오. 그건 온교를 무고하는 것이나 진배없소.” 여전히 온교를 철석같이 믿으면서 임지로 떠나보냈다.

 

온교는 일부러 상대방과 갈등이 있다는 것을 공개한 것이다. 상대방이 악의를 가지고 자신을 중상하는 행위를 피하려는 수단이다. 다른 방법도 있다. 상대방과 갈등이 있다는 것을 숨기고 이용해 상대 진영의 단결을 와해시키는 목적을 이루는 방법이다.

 

왕서(王緖)는 평소에 왕국보(王國寶)의 집에 가서 은형주(殷荊州)를 헐뜯는 말을 하였다. 은형주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왕동정(王洞亭)을 찾아가 방법을 묻자 왕동정이 말했다. “간단하오. 당신이 늘 왕서를 찾아가면 되오. 왕서에게 가서 주위의 사람을 다 물러가게 한 후 아무 일이나 마음 내키는 대로 이야기를 나누시오. 그런 시간이 오래되면 왕서와 왕국보는 사이가 소원하게 될 것이오.” 은형주는 그의 방법을 따라 움직였다.

 

하루는 왕국보가 왕서를 만나자 물었다. “그 사람과 무슨 얘기를 그리 나누시오?” 왕서가 대답하였다. “모두 일상적인 이야기들이지요.” 왕국보는 왕서가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얼마 없어 그 둘 사이가 멀어졌다. 두 왕 씨가 은형주를 헐뜯는 말도 더 이상 계속하지 못했다. 이것은 조조(曹操)가 한수(韓遂)와 마초(馬超)를 이간질했던 계책으로 이용하였던 사서에 자주 등장하는 방법이다.

 

한수(韓遂)와 마초(馬超)가 연합해 조조(曹操)와 맞붙었다. 조조의 군대와 앞뒤로 맞서는 상황이었다. 장수 하나가 땅을 떼어주고 화평을 청하자고 제의하였다. 마초의 사신이 조조의 진영을 다녀간 뒤 가후(賈詡)가 조조에게 말했다. “거짓으로 화평을 받아들인 뒤 이간책을 써보는 게 어떻습니까?” 이를 듣고 조조가 한수의 영채(營寨)를 찾아가 옛 벗처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 의심한 마초가 캐묻자 한수는 옛날 경사(京師)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이 그러했으나 마초는 믿지 못했다. 글자를 흘려 쓰고 긴요한 부분을 덧칠한 조조의 글까지 발견되자 의심은 더욱 커졌다. 가후의 계책으로 마초와 한수가 분열해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었다. 조조는 때를 놓치지 않고 공격해 평정하였다.(『삼국지연의』)

 

실제로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현실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어쩌면 기록만 되어있지 않을 뿐 그 빈도는 옛날을 뛰어넘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 신묘함이 옛사람을 뛰어넘는 경우는 많고도 많다.

 

 

모든 일에는 모순(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모순이 생기면 이용하면 된다. 모택동의 『모순론』은 배우기 쉽다. 적과 아의 여러 방면에서 모순을 분석하였다. 갈등을 이용하고 지모를 운용해 모순을 없애는 방법을 이야기하였다. 스스로 모순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고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논했다. 그런 후 산에 앉아 호랑이들끼리 엉겨 붙은 싸움을 구경하고 어부지리를 얻는 방법까지도 이야기하였다. 물론 사람됨은 배우지 말고 단순히 방법론을 배우고 싶거들랑 한 번 읽어보시라. 『삼국지연의』에 묘사된 조조만 효웅인가, 모택동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물이 아닌가.

 

[인물과 용어 소개]

 

○ 원앙(袁盎) :

 

원앙(袁盎, 약 BC200~BC150), 『한서(漢書)』에서는 원앙(爰盎)이라 하였다. 자는 사(絲), 한나라 초기 초(楚)나라 사람으로 서한 때 대신이다. 성정이 강직하고 재능이 많았다고 한다. 담력과 식견이 남달라 한 문제(文帝)에게 중용되었다.

 

○ 휼방상쟁(鷸蚌相爭) : 휼방지쟁(鷸蚌之爭), 어부지리(漁父之利)

 

조(趙)나라가 곧 연(燕)나라를 치러하자 소대(蘇代)가 연나라를 위하여 혜왕(惠王)에게 말했다. “지금 신이 오다가 역수를 지났습니다. 민물조개가 나와 햇볕을 쬐고 있는데 도요새가 그 살을 쪼자 민물조개가 입을 닫아 그 부리를 물었습니다. 도요새가 말했습니다. ‘오늘 비가 오지 않고 내일도 비가 오지 않으면 민물조개가 죽게 돼!’ 민물조개가 도요새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빼지 못하고 내일도 빼지 못하면 도요새가 죽게 돼!’ 둘이 서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부가 얻어 함께 사로잡았습니다. 지금 조나라가 연나라를 친다면 조와 연이 오랫동안 서로 버티면서 대중이 피폐하게 될 것입니다. 신은 강한 진나라가 어부지리를 얻을까 염려됩니다. 그러니 왕께서는 주도면밀하게 계획하시기 바라옵니다.” 혜왕이 말했다. “좋다.” (연나라를 치는 것을) 결국 멈췄다.(『전국책(戰國策)·연책(燕策)』)

 

 

○ 관여지설(管與之說) : 양패구상(兩敗俱傷)

 

(진진(陳軫)이 진왕(秦王)에게 말했다.) 왕께서는 관여(管與)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까? 두 마리 호랑이가 사람 먹겠다고 다투고 있었습니다. 관장자(管莊子)가 찌르려하자 관여가 저지하며 말했습니다. “호랑이는 사나운 동물이며 사람은 맛있는 미끼입니다. 지금 두 마리 호랑이가 사람을 먹겠다고 다투고 있습니다. 작은 놈은 반드시 죽고 큰 놈은 부상을 입을 것입니다. 호랑이가 부상을 입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찌르십시오. 그러면 일거에 두 마리 호랑이를 얻게 됩니다. 호랑이를 찌르는 수고도 하지 않고 두 마리 호랑이를 잡았다는 명성을 얻게 됩니다.” 제(齊)나라와 초(楚)나라가 지금 전쟁을 하려하는데 전쟁을 하면 반드시 패하는 쪽이 있습니다. 패하면 왕께서 군대를 일으켜 그를 구하시면 제나라를 구했다는 이익을 얻게 되고 초나라를 정벌하는 해로움은 없습니다.(『전국책(戰國策)』卷4「진이(秦二)」)

 

○ 순수견양(順手牽羊) : 손이 가는 대로 양을 끌고 간다.

 

좁은 틈이 있으면 반드시 이용하라. 작은 이익이 있으면 반드시 얻으라.(微隙在所必乘,微利在所必得.)(『36계(三十六計)』第12計) : 적이 드러낸 허점이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반드시 이용하고 아군에게 유리한 점은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반드시 때를 놓치지 않고 쟁취한다.

 

○ 혼수모어(混水摸魚) :

 

“물을 흐리게 하여 물고기를 잡다. 내부의 혼란을 이용한다. 약하여 주인이 없으니 이롭다. 수(隨)란 (군자가) 날이 어둠을 향하면 안에 들어가 편안하게 쉬는 것이다.(『주역(周易)』)”(混水摸魚,乘其陰亂,利其弱而無主.隨,以向晦入宴息.)(『36계(三十六計)』第20計) : 물을 혼탁하게 만든다. 흐려 허둥대는 때에 손을 뻗어 물고기를 잡는다. 혼란 중에 승리를 얻는 계책이다. 적의 내부에 혼란이 빚어졌을 때 취약해진 상황과 우왕좌왕하는 틈을 이용해 아군의 의도대로 좇아오게 만든다. “밤이 되면 집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한다” 뜻을 지닌 「수괘(隨卦)」의 ‘수(隨), 이향회입연식(以向晦入宴息)’ 괘사와 취지가 같다.

 

○ 『모순론(矛盾論)』:

 

『모순론』은 1975년 인민출판사에서 출판한 철학 저서다. 작자는 모택동(毛澤東)이다. 모택동 철학의 대표 저작 중 하나로 꼽힌다. 『실천론(實踐論)』을 이어 중국공산당 내부에 존재하는 엄중한 교조주의 사상을 극복하기 위하여 썼다고 한다. 유물변증법을 운용해 중국공산당이 중국혁명을 이끌면서 얻은 실천경험을 총결했다고 평가받는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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