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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공직 입후보 제한 규정 준용 논란에 법 체계도 충돌 ... 선거관리 행정도 엉망

 

"언론인은 투표참관인이 될 수 없다"?

 

제주시선관위가 언론인의 투표참관인 참여를 놓고 위법성을 제기,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법조항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반론은 물론 해당 법조항마저도 임의해석이 가능하고, 다른 법령과 충돌하는 등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제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 추천을 받아 투표참관인으로 이번 대선에서 공정선거 감시에 나섰던 <제이누리> 소속 기자에게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에 따른 경고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본래 입후보 제한을 위한 규정일 뿐 참관인 자격과는 무관하다는 반론이 잇따르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기존 중앙선관위의 해석, 그리고 관련 판례들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이번 경고는 제도적 혼선과 행정 책임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 기자의 참관인 논란 … 경고의 출발은 어디서? = 문제의 발단은 지난 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이누리> 소속 기자는 정당의 추천을 받아 제주지역 투표소에서 참관인으로 활동했다. 투표 진행 전 해당 기자는 중앙선관위에 직접 전화를 걸어 "정당 참관인을 할 때 직업 제한이 있나"라는 질의를 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직업에 따른 제한은 없다"고 구두답변을 했고, 이후 정당은 해당 기자를 참관인으로 추천했다. 선관위는 이를 수리한 뒤 참관인 명단을 확정하고 교육·배치 절차를 진행했다. 당일 기자는 신분증 확인 및 참관인 교육을 이수하고 문제없이 현장에 배치됐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상황은 반전됐다. 제주시선관위는 해당 기자의 직업이 '상시 고용 언론인'이라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경고장을 보내왔다. 근거는 공직선거법 제161조 제7항과 연계된 제53조 제1항 제8호다. 이 조항에 따라 상시 고용 언론인은 선거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으며 이 제한은 참관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기자는 "참관 활동 전·후 두 차례나 선관위에 자격 여부를 확인했지만 모두 '제한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현장에서 자격 검증도 없이 활동을 승인해 놓고 뒤늦게 경고 처분을 하는 것은 절차상 신뢰를 무너뜨리는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 대법원·헌재의 판례 … 상시 언론인은 안 돼, 프리랜서·유튜버는 가능? = 공직선거법 제53조 제1항 제8호는 '상시 고용된 언론인'의 입후보를 제한하고, 제161조 제7항은 이를 투표 참관인 자격에도 준용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조항은 본래 입후보 제한을 목적으로 한 규정으로 선거운동이나 참관 활동과는 법리적 목적과 구조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해당 조항은 공무원 등의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더욱이 언론인을 배제하면서 프리랜서 기자, 1인 미디어 운영자, 칼럼니스트 등은 상시 고용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제한에서 제외된다. 같은 보도 행위를 하더라도 고용 형태에 따라 자격이 갈린다. 투표참관인 활동에 대해 사실상의 언론인 역할을 하고 있는 신생 미디어 매체 활동자들과 달리 유독 상시고용 언론인에게 재갈을 물린 셈이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투표참관인이 아닌 선거운동에 대해서도 언론인에 대한 제한조치에 대해 위헌성을 결론내렸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2016년 6월 선고한 2013헌가1 결정에서 상시 고용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일률적으로 금지한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재판부는 "언론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은 제한할 수 있지만 언론인이 매체를 이용하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정치 활동까지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 결정은 언론인도 개인 자격으로 선거운동과 정치 참여를 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 주체임을 명확히 한 판단으로 이후 언론인의 정치 활동과 자격 제한 해석에 중요한 기준이 되어 왔다.

 

실제 사례도 있다.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고용관계가 없는 칼럼니스트가 정당 추천을 받아 개표 참관 활동을 했고 당시 중앙선관위는 자격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결국 언론인의 역할과 권리를 '고용 여부'에 따라 나누는 현재 구조는 형평성과 제도 신뢰성을 흔들 수 있는 법적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제주지역의 한 변호사는 "직업 제한의 기준은 고용 여부와 형태가 아니라 실제 업무 내용과 사회적 영향력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며 "언론윤리 교육을 받은 상시 고용 언론인은 배제되는데 유튜버는 허용된다는 구조는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허상수 전 제주지방변호사회장은 "정치적 영향력을 이유로 제한하려면 정당 간부·유튜버나 언론역할을 하는 종사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상시고용 언론인만을 특정해 배제하는 것은 형평성 원칙과 기본권 보장,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 "된다더니 이제 안 된다?" … 선관위의 해석 번복과 부실관리 = 이번 사안의 핵심은 선관위의 사전·사후 대응 불일치다. 해당 기자는 참관 신청에 앞서 중앙선관위에 "직업에 따른 제한이 있는가"라고 질의했고 "없다"는 회신을 들었다. 이후 참관인으로 정상 등록돼 현장에 배치됐다. 참관인을 마친 후에도 직업에 대한 제한을 물었고 제주시선관위는 명확하게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후 제주시선관위는 돌연 경고장을 보냈다. 같은 기관이 선거 전과 후에 상반된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이는 행정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모두를 해친다.

 

더 큰 문제는 참관 자격을 확인하거나 검증하는 공식 절차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정당이 추천한 명단은 별도 심사 없이 수리되고, 현장 담당자는 이를 그대로 배치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신뢰보호 원칙과 비례성 원칙 위반 사례로 본다. 선관위 해석대로 투표참관인 자격에 제한이 있다면 당연히 자격 여부를 판단하는 중간절차가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해 사전에 알리고 확인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한 법무법인의 박우근 변호사는 "신뢰보호의 원칙이란 행정청의 공식적 언행 등으로 국민이 합리적으로 신뢰한 행정 상태가 일방적인 변화나 철회로 깨질 경우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윤형윤 변호사는 "참관인 자격 제한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행정기관의 사전 해석을 신뢰하고 절차를 밟은 개인에게 사후적 제재를 가한 것은 신뢰보호 원칙에 반한다"면서 "특히 자격 여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없는 구조에서 선관위가 해석 기준조차 통일하지 못한 채 책임을 전가한 것은 비례성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견해를 밝혔다.

 

◆ "언론인은 이미 처벌받았다?" … 실체 없는 선관위 주장 = 제주시선관위는 본지 기자의 참관 활동에 대해 "언론인이 투표 참관인이 될 수 없다는 판례가 이미 나와 있다"며 경고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특히 선관위는 대구지방법원 2022고합317 판결을 사례로 언급하며 "해당 사건은 언론인에 대한 처벌이 명시된 사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입수한 해당 판결문에 따르면 핵심은 대구의 지방의원 당선자와 모 인터넷신문 발행인이 짜고 당원 모집과 후보지지 등의 활동을 한 것에 대한 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판결은 투표 참관인이 될 수 없는 인터넷신문 발행인 A씨가 참관 활동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이 사안을 직접적 참관 자격 위반에 따른 처벌 사례로 판단하진 않았다.

 

더욱이 양형 이유에서도 법원은 "투표참관인 자격 위반으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죄에 대해 양형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명시했다.

 

이는 현행 법 체계상 '자격 위반'만으로는 실형 또는 벌금 등 처벌 기준이 명확히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제주시선관위가 거론한 해당 사례는 단지 유사하지만 핵심이 다른 사건일 뿐이지 언론인의 참관 활동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처벌한 판례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판결 내용을 정확히 검토하진 않았다"면서도 경고 조치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해 법적 근거와 절차의 부실을 자인한 셈이 됐다.

 

법률 전문가들은 "해당 판결 역시 참관 자격 구조의 모호함을 드러낸 사례"라며 "형사처벌까지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정기관이 판례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경고 처분을 남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논란 …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법조계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선관위의 구조적 과실을 지적하는 쪽은 "검증 시스템의 부실"을 문제 삼고, 반대 입장은 "법에 금지 조항이 있었던 이상 당사자도 숙지했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일부 법률 전문가는 "공직선거법상 제한 조항이 명시돼 있는 이상 해당 기자가 스스로 자격 요건을 확인하고 숙지했어야 했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들은 "언론인은 공정성과 영향력 측면에서 예민한 직군인 만큼 고용 여부와 관계없이 보다 높은 주의 의무가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선관위의 혼선 유발과 이후 경고 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앙선관위 역시 본 사안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제161조 및 제53조 제1항에 따라 상시 고용 언론인은 참관인이 될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관할 선관위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러한 유보적 표현은 위법 여부에 대한 중앙선관위 내부 해석조차 모호하거나 일관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헌법학자는 "법 해석이 일관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은 행정법상 신뢰보호 원칙과 비례 원칙에 위배된다"며 "고의성 없이 이루어진 행위에 대해 사후 처벌을 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 공직선거법 vs 정당법 … 충돌하는 두 법률, 정비 시급 = 이번 논란은 단순한 유권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개의 법률이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하며 충돌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정당법 제22조는 "언론인도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이는 언론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정치 활동과 정당 가입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이다. 1993년 개정 당시 언론인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던 규정이 폐지되면서 확립된 것이다.

 

이 조항은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자기결정권에 기반한 입법 정신을 반영한다. 결국 언론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반면, 공직선거법 제161조 제7항은 제53조 제1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 대해 투표 참관인 자격을 제한하고 있으며, 제53조 제1항 제8호는 ‘상시 고용 언론인’을 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직선거법은 언론인의 선거 참여 제한은 물론 공정선거 감시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쪽 법은 정치 참여를 허용하고 다른 법은 제한하는 이중 구조가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특히 정당 추천에 따라 진행되는 참관인 제도에서는 이러한 충돌이 현장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국민의 권리 행사에 제약을 가하는 구조적 결함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선거 공정성 사이에서 균형 있는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모호한 기준과 해석 충돌이 방치될 경우 자의적 해석이 반복되고 기본권 행사에도 위축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순한 해석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입법부 차원의 정비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간의 정합성 확보, 그리고 참관인 제도의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 각자 따로 노는 중앙.지방 선관위, 책임은 누가? =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절차의 공정성과 국민의 권리 보장을 동시에 책임지는 기관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자격 기준과 해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관련 절차를 안내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냈다.

 

공직선거법 제53조 제1항 제8호 및 제161조 제7항은 언론인의 참관인 자격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해석 역시 중앙·지방 선관위가 사로 엇박자다. 사전 질의와 현장 배치 과정 모두에서 '자격 제한이 없다'고 답변했다가 선거 후엔 위반 통지를 하는 '황당 선거관리'인 셈이다.

 

이 사안에 대해 재자 질의를 받은 제주시선관위 한 관계자는 "선거법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법을 재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선관위로선 현행 법에 명시된 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양해바란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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