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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세계시선(詩選)'(48) 황무지/ 타로 효코(Taro Hokkyo, 法橋太郎)

황무지(신인 시인에게) - 타로 효코(法橋太郎) 시인

 

계절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고층 빌딩 숲속의 보이지 않는 황무지. 예를 들면, 자동차 배기음으로 시작되었지. 이른 아침 지하층을 걷는 쓸쓸한 발소리. 보이지 않는 비밀의 방에는 노인, 병자, 시체가 숨겨져 있어. 지폐의 조용한 배포. 배수로로 흐르는 깨끗한 하수. 보이지 않는 방사선. 불쌍한 감정. 단락된 동작. 이 지구상에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고 건물만 아름답게 보여. 황무지. 나의 삶과 죽음은 둥둥 떠다닐 만큼 가벼워졌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날이 밝았다. 기차는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달렸어. 내가 알고 있던 지구는 빠르게 노화되었지. 세계가 균형을 회복하려고 노력함에 따라 지폐의 밀도는 증가했어. 미친 트럭이 지나갔지. 시간이 왜곡되었어. 세상의 기둥은 똑바로 서 있지 않아. 시는 어떻게 솟아오를까? 새로운 단어의 불타버린 대지. 황무지. 시인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외부 사물에 모방한다. 시에 대한 반항은 눈에 띄지 않는 잡초 밑에 있는 잡초와 같다고 감히 말한다.

 

말로, 유연하고 우뚝 솟은 야생화를 흉내 내봐. 진심으로 말을 전하려고 하면 풍부한 물이 쏟아져 나오고, 네가 밟는 푸른 풀은 더욱 푸르러진다. 잎은 흙을 따라 낮게 퍼지며 이슬과 서리를 견뎌내지. 말들만 보이는 역청길 옆에서도 땅을 꿰뚫는 풀 한 포기가 되어라. 바람이 피부를 자르는 면도날처럼 나뭇잎을 날리게 하라. 너의 더러운 냄새나는 말에 너의 피가 흐르게 하라. 거기를 강과 강바닥이라고 부르라. 추위를 견디는 불을 지피라. 불에 비친 얼굴들 사이에서 부드럽게 말해보라. 빛이 밝게 빛나게 하라.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것을 깊이 믿으며 강물의 흐름을 거슬러 원류로 가라.

 

THE WASTELAND - To the new poet

(By Taro Hokkyo)

 

The season was beginning to disappear. An invisible wasteland amidst a forest of skyscrapers. For example, it began with the sound of car exhaust. The sound of lonely footsteps in the early morning walking on the basement floor. Old people, sick people, and corpses hidden away in invisible secret rooms. The quiet distribution of paper money. Clear sewage flowing into a culvert. Invisible radiation. The poor feelings. Short-circuited actions. Nothing has changed on this earth, only the buildings look beautiful. The wasteland. My life and death have become so light that they float away.

 

The day dawned as if nothing had happened. The train ran as regularly as a heartbeat. The earth I had known aged rapidly. The density of paper money increased as the world tried to regain its equilibrium. A crazy truck drove by. Time was distorted. The pillars of the world did not stand straight. How does poetry soar? A new scorched earth of words. A wasteland. The poet imitates his own inner world to external things. I dare to say that the rebellion against poetry is like a weed at the foot of a conspicuously unnoticeable weed.

 

Words, imitate the supple, towering wildflowers. When you sincerely try to convey words, there is abundant drinking water spilling out, and the green grass you step on becomes even greener. The leaves spread low along the soil and withstand the dew and frost. Be a stalk of grass that pierces the ground, even from the side of a bituminous road where only a string of words can be seen. Let the wind blow its leaves like razor blades that cut the skin. Let your blood run through your foul-smelling words. Call there a river and a riverbed. Build a fire that endures the cold. Speak softly among the faces reflected in the fire. Let the light shine brightly. Go to the headwaters against the current of the river, believing deeply that nothing is impossible for us.

 

◆ 타로 효코(Taro Hokkyo, 法橋太郎) = 1963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1985년 와세다대학에 입학했으나 병약하여 1989년 와세다대학을 중퇴하였으며 1998 일본 레키테이 신에이상(Rekitei Shinei Award)을 받았다. 2021 아랍 황금별상(Arab Golden Planet Award)를 받았으며 아랍권에서 문학박사를 받았다. 2023년에 알바니아에서 그의 시가 발표되었고 2024년에는 방글라데시의 Daily Global Nation과 인도 사만탈랄 바브나(Samantalal Bhabna)에 게재되었다. 또한, 알제리와 그리스에서도 소개되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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