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을 맞아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정치학 박사이자 시·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는 강병철 작가의 ‘세계시선(詩選)’입니다. 동·서양 곳곳을 아우르는 나라의 고전과 현대 명시(名詩)를 강 작가의 유려한 문체로 우리 말로 풀어냅니다. 번역이란 새로운 창작물의 재탄생을 통해 문학의 참맛도 엿보게 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애독바랍니다./ 편집자 주
어머니의 나무상자 - 루오치우홍(罗秋红)
시인에게 펜을 들게 하라
죽기 전에 어머니가 지녔던 나무상자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천으로 만든 신발을 나무상자에 두어
어머니가 만든 헝겊 신발을 보전하라
우주의 암호에서, 빛에 대항하여
자유롭게 걷는 것
자신의 성전을 짓게 하라
구부러진 용광로 불길을 위하여
성전을 가질 수 있도록
본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줄자
줄자가 불운을 토해내도록 놔두라
인간의 미덕의 최저 허용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잉크로 구절을 측정하고 세상의 채찍질 당한 흉터를 재기 위해
자, 본연의 맛과 향의 줄자
우주 배경을 가로질러 탐색하네
나무상자의
눈에서 펜의 발자취를
그리고 성전 앞 불더미
9미터의 봉인으로 차단
인간관계의 변덕스러움 [번역=강병철 작가]
母亲的木箱子
(罗秋红)
允许诗人怀揣一支钢笔
望着母亲生前的木箱子发呆。
允许木箱子跟着母亲做的
布鞋奔跑。允许布鞋住进
宇宙密码里,逆着光
自由行走。
让它为佝偻的炉火
搭一座自己的庙堂。
允许庙堂里有
原汁原味的卷尺。
允许卷尺吐出厄运
测量人类道德底线
测量人间墨韵鞭痕。
此刻,原汁原味的卷尺
穿越空间背景,从木箱子
眼神里获得一支钢笔的
探索足迹。
而庙堂前方一堆炉火
用九米的印章,阻隔了
世态炎凉。
Mother’s Wooden Box
(Luo Qiuhong)
Allow the poet to have a pen
In a daze looking at Mother’s wooden box during her life.
Allow the wooden box to run together with the cloth shoes
Made by Mother. Allow the cloth shoes to live
In the code of the universe, against the light
To walk freely.
Let it build its own temple
For the stooped furnace fire.
Allow the temple to have
A tape measure of original taste and flavor.
Allow the tape measure to vomit bad luck
To measure the lowest permissible level of human virtue
To measure verses in ink and whip scars in the world.
Now, the tape measure of original taste and flavor
Traverses space background, obtains the probing
footsteps of a pen from the eyes
of the wooden box.
And a pile of fire before the temple
With the stamp of nine meters, to obstruct
The fickleness of human relationships. (Translated by Zhang Zhizhong)
◆ 루오치우홍(luoqiuhong, 罗秋红)
=1961년생으로 현재 중국 후베이성의 성도인 우한에 살고 있다. 중국시 학회, 후베이성 문인협회와 후베이성 음악가 협회의 회원이다. 그녀의 작품은 《人民日报》《诗选刊》《星星》《光明日报》《延河》《天津诗人》《岁月》《世界日报》《音乐时空》《羊城晚报》등 잡지와 신문에 실렸고, 많은 연간시선집에 포함되었다.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소설《雪儿,你在哪儿》을 출간했다. 또한, 작품집으로 《罗秋红个人作品集》(音乐作品集);其代表作《中国妈妈》荣获原创音乐三等奖,《娘的佛经》被称为神曲,被收入2012年新歌经典合辑。曾获第六届中国当代诗歌奖•新锐奖 등이 있다. 제6회 현대중국시인상 및 신인상(the 6th Contemporary Chinese Poetry Award• New Talent Award)을 받았다. 작품들은 외국어로 번역되어 많은 나라에 소개되고 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