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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75)

춘추(春秋, BC770~BC476)시기, 안영(晏嬰), 전양저(田穰苴), 양구거(梁丘據) 3명은 제(齊) 경공(景公)이 가장 신임하는 대신이었다.

 

어느 날, 경공이 한밤중에 연회를 열고 술을 마시던 도중에 자작자음하는 것이 다른 사람과 같이 마시는 것보다 흥이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일어나 술자리를 안자(晏子)의 집으로 옮기라고 명했다.

 

안자는 경공이 왕림한다는 말을 듣고는 급히 조복으로 갈아입고서 조정에 나아가는 정식 보고서를 손에 들고 대문 앞에 나아가 경공을 마중하였다. 경공이 마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안자가 뛰어올라가 무슨 국가 대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경공이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밤 밝은 달이 하늘에 걸려있어서 내가 그대와 함께 좋은 술과 안주로 향유하려고 하오. 아름다운 음악도 함께 감상하고.”

 

안자는 듣고는 대답하였다.

 

“정치 외교와 같은 일이라면 신은 참여할 것입니다. 그러나 공과 함께 술을 마실 사람은 공의 곁에 많고도 많습니다. 신은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경공은 화를 내면서 술자리를 전양저의 집으로 옮겼다. 전양저는 갑옷을 입고 창을 든 채로 대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경공이 수레가 도착하자마자 영접하며 물었다.

 

“외적이 침입한 것입니까? 아니면 경내에 무슨 반란이라도 일어났습니까?”

 

경공은 그저 함께 술 마시며 즐기러 왔다고 하자 전양저는 안자와 같은 이유로 거절하였다.

 

경공은 안자와 전양거 집에서 무안당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술자리를 총신 양구거의 집으로 옮겼다. 양구거의 집에 도착하니 양구거가 왼손으로 거문고를 거머쥐고 오른손에 장대를 잡고는 노래 부르며 영접하는 게 아닌가. 경공이 감탄하며 말했다.

 

“오늘 저녁은 정말 즐겁게 술 마실 수 있겠구나. 안자와 사마(司馬, 전양거, 대사마에 봉했다)가 없다면 누가 국가를 보위하겠는가? 양구거가 없다면 누가 나와 함께 인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겠는가?”

 

예부터 상사와 함께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단체에 큰 공헌을 한 사람이 아니라 상사에게 친구로 대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양구거는 외교담판에 능하지도 않았고 출정해 승리를 거둘 수도 없었지만 안자나 사마 전양거처럼 경공의 신임을 받은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인류는 권력을 중심으로 하는 군체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권력을 잡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었다. 이른바,

 

“천하에 왕의 땅이 아닌 곳이 없고 왕의 신하가 아닌 사람이 없다.”1

 

라고 하는 것은 왕의 지고무상의 권력을 형용하는 말이다. 지금은 황제나 왕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크고 작은 직장에 상사는 존재한다.

 

상사란 한 직장의 우두머리요 핵심인물이다. 지휘하고 관리, 배치하는 중심이요 직장 안에서 모든 자리를 조정, 결정하는 중심축이다. 상사가 우리를 판단하는 관점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호감을 가지고 있거나 총애할 수도 있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여길 수도 있다. 어쩌면 자기 친구처럼 대할 수도 있고 자신의 적이라 여길 수도 있다.

 

상사에게 자신을 친구처럼 여기도록 만들려면 일에 성적을 내야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교류하면서 겸허하여야 한다. 개성이 드러나는 것은 결점이 아니지만 상사의 합리적인 건의조차 무시하게 된다면 위험하다. 고개를 쳐들고 누가 뭐래도 평소처럼 자기 식으로 하고,

 

“내가 일만 잘하면 상사가 나를 알아줄 것이다.”

 

라는 마음을 가진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사소한 부분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상사는 그래도 상사다. 상사가 우리를 보는 관점에 따라 우리 미래와 운명을 결정될 수도 있다. 지내다보면 삶에 있어 가장 큰 법은 헌법이 아니라 간법(看法, 보는 법, 견해)일 경우가 많다. 상사가 당신을 좋지 않게 보고 있다면 당신은 성실하게 대해야 한다. 만약 가능하다면 환경을 바꾸어 자기 발전을 도모해도 무방하다.

 

당신이 상사와 개인적인 교류를 하는 데에 알랑거리기 싫고 그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반드시 기억해둬야 할 말이 있다 : 

 

“완전한 자유를 가진 사람은 없다.”

 

직장에서 기반이 확고하기를 바란다면 상사의 높은 평가와 신임을 받아야 한다. 당신의 능력을 상찬하도록 하여야 한다. 당신의 사람됨과 처세 방법을 인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당신을 친구처럼 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상사와 좋은 관계를 맺는 기초다. 상사와 유쾌하게 만날 수 있다면 사업에 있어 요점을 캐치할 수 있고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온 하늘 아래가 왕의 땅이 아님이 없으며 온 천하 사람이 왕의 신하 아님이 없다.(溥天之下,莫非王土.率土之濱,莫非王臣.)(『시경(詩經)』「소아(小雅)·북산(北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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