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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87)

모택동은 말했다.

 

“마땅히 남은 용기로 적을 끝까지 쫓아야 하느니, 허명을 쫓다만 초패왕을 배워서는 안 되리니.”

 

화근을 철저히 없애버리고 상대에게 쉴 기회를 주지 않는 책략은 너 죽고 나 사는 전쟁 중에는 필요하다.

 

그러나 평화로운 시대에서 결사항쟁은? 상대를 사지에 몰아넣어야 마음이 후련해진다면? 상대는 최후의 발악을 할 수 밖에 없다. 궁지에 몰린 쥐가 어떻게 할까? 자기도 불필요한 손실을 입게 된다.

 

궁지에 몰린 짐승은 결사적으로 반항한다. 겹겹이 포위된 짐승은 사투를 벌이기 마련이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짐승에게는 용맹이라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사투를 벌인다. 대자연의 한 현상에 불과할까? 아니다. 정치계나 상업계에서도 자주 보인다.

 

그물 한쪽을 벌려 놓듯이 빠져나갈 길을 열어주는 책략이 필요하다. 상대를 끝까지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송(宋) 인종(仁宗, 1022~1063 재위) 때에 재상 부필1)은 단주(澶州) 상호하(商胡河)부터 육탑거(六漯渠)를 뚫어 섬서(陝西)를 가로 지르는 옛 수로로 물을 끌어드리려 했다.

 

평소에 부필을 싫어하던 대명부(大名府, 현 북경)유수 가창조2)가 몰래 내시 무계륭(武繼隆)과 결택해 사천관(司天官) 두 명에게 명했다. 조정의 관리가 모여 있을 때를 기다려 궁전에서 경성의 북방에 수로를 뚫어서는 안 된다고 항의하라고 했다. 뚫으면 황상의 용체가 편찮게 된다고 항의하라는 말이었다.

 

며칠 후 사천관 두 명이 무계륭의 취지를 받들어 황상에게 상소하였다. 황후와 황상이 함께 나와 정무를 보도록 요청하였다.

 

사지총(史志聰)이 상소문을 재상 문언박3)에게 전하자 문언박이 읽은 후 품속에 넣었다. 문언박은 조용하게 사천관 두 명을 불러 말했다.

 

“일월성신, 풍운기색의 변화는 당신들이 말 할 수 있는 것이요. 그것이 당신들의 직책인 까닭이요. 그런데 어째서 얼토당토않은 소리로 국가대사에 간여하려는 것이요? 당신들이 범한 죄는 멸족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소.”

 

사천관 두 명은 두려움에 떨었다. 문언박이 또 말했다.

 

“당신 둘이 분별없고 어리석어서 그런 것이니 오늘은 당신들을 치죄하지 않겠소.”

 

두 사람이 돌아간 후 문언박은 상소문을 동료에게 보여주었다.

 

부필 등은 대단히 분노했다.

 

“노비들이 어찌 이처럼 대담하다는 말이오. 제멋대로인데 어찌 그들을 참수하지 않는 것이오?”

 

문언박이 말했다.

 

“그들을 참수하면 일이 공개되지 않겠소. 궁궐이 불안하게 될 것이오.”

 

오래지 않아 대신들이 육탑거 방위를 측정하러 사천관을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문언박은 상소를 올렸던 사천관 두 명을 선택해 파견하였다. 두 사람은 그들이 예전에 저질렀던 죄를 물을까 두려워 육탑거를 경성의 동북으로 고치고 정북으로 향하지 않게 했다.

 

이것이 압력을 가한 후 그물 한쪽을 벌려 놓듯이 빠져나갈 길을 열어주는, 무력으로 위협하는 방법이다. 이 책략을 신출귀몰하게 운용한 이가 있었으니 송나라 조정4)이다.

 

송나라 고종(高宗) 때 유예5)는 산동에 방을 붙여 천하의 백성에게 ‘황상’에게 약물을 올리라고 방자하게 요구하였다. 태감 풍익(馮益)은 공교롭게도 날아다니는 비둘기를 수매하러 사람을 보내니 산동지역에 많은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사주(泗州)지주 유강(劉綱)이 그 상황을 조정에 보고하였다. 추밀사 장준6)이 황제에게 풍익을 참수해 유언비어를 없애야 한다고 상주하였다.

 

조정도 이어 상주하였다.

 

“풍익의 일은 확실히 애매한 바가 있기는 하지만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일은 국가 전체와 관련되어 있기에 조정에서 소홀히 하여 처벌하지 않는다면 밖에 있는 사람들은 황상께서 그를 파견했다고 여기게 됩니다. 성덕에 손상을 입힐 것입니다. 잠시 그의 직무를 해제하시어 외지에 임직케 한 후 백성의 의혹을 말끔히 없애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종은 기꺼이 허락하고 풍익을 절동(浙東)으로 보냈다. 장준은 조정이 자기와 맞서고 있다고 생각하여 대단히 화가 났다. 조정이 말했다.

 

“자고이래로 나쁜 자를 처벌하려고 급히 일을 진행하면 그들을 서로 결탁하게 만들어 오히려 큰 재앙을 불러오게 됩니다. 완급을 조절해 그들 간에 서로 헐뜯게 만들면 공격하지 않고도 스스로 무너지게 됩니다. 현재 풍익이 죄를 범했다고 그를 없애버리면 천하의 사람들이 손뼉 치며 쾌재를 부를 것입니다. 그러나 그를 죽여 버리면 여러 태감들은, 황제가 한 사람을 죽였다면 두 사람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태가 발생할 것이 두려워 풍익의 책벌을 경감시키려고 힘써 도모할 것입니다. 풍익을 폄적시켜 그들 경사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에 보내는 것이 황제의 존엄을 손상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풍익 자신도 받을 처벌이 가볍다고 보고 애써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의 동당도 그가 폄적 당하니 기회를 틈타 자신이 승진하려 애쓸 것이 분명합니다. 어느 누가 그가 다시 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겠습니까? 만약 우리가 힘써 그를 내쫓으면 그의 동료들은 반드시 그 때문에 우리를 두려워하게 되고 서로 더욱더 긴밀하게 결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들을 깨뜨릴 방법이 없게 될 것입니다.”

 

장준은 조정의 분석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부필(富弼, 1004~1083), 자는 언국(彦國), 낙양(洛陽) 사람으로 북송(北宋)의 명재상, 문학가이다.

 

2) 가창조(賈昌朝, 997~1065), 자는 자명(子明), 진정부(眞定府) 획녹현(獲鹿縣)〔현 하북 석가장(石家莊)시 녹천(鹿泉)구 획녹진〕 사람이다. 북송(北宋)의 재상, 훈고학자, 문학가, 서화가이다.

 

3) 문언박(文彦博, 1006~1097), 자는 관부(寬夫), 호는 이수(伊叟), 분주(汾州) 개휴(介休, 현 산서 개휴시) 사람으로 북송(北宋) 때 유명한 정치가, 서화가이다.

 

4) 조정(趙鼎, 1085~1147), 자는 원진(元鎭), 호는 득전거사(得全居士), 해주(解州) 문희현(聞喜縣)〔현 산서 문희예원(聞喜禮元)진 부저(阜底)촌〕 사람으로 남송(南宋)의 저명한 정치가, 문학가, 재상이다.

 

5) 유예(劉豫, 1073~?), 자는 언유(彦游), 영정군부성(永静軍阜城, 현 하북 영정永静현)사람으로 금(金)나라가 키워준 괴뢰 황제다.

 

6) 장준(張浚, 1097~1164), 자는 덕원(德遠), 세칭 자암선생(紫岩先生), 한주(漢州) 면죽현(綿竹縣, 현 사천성 면죽綿竹시) 사람으로 남송(南宋)의 명신, 학자다. 서한(西漢) 유후(留侯) 장량(張良)의 후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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