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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66)

명(明)나라 때 엄숭(嚴嵩)1은 쟁론이 많은 인물이다. 역사의 공과를 얘기하지 않고 개인의 발전만을 가지고 얘기하자면, 도광양회의 능력을 가졌고 권모술수에 능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가정(嘉靖) 중기 때 하언(夏言)2은 조정 중신이었다. 뛰어난 문장을 잘 써서 황제의 신임을 받았다. 그 당시 엄숭은 한림원(翰林院)의 하급 관리 직책에 있었다. 엄숭은 당시에 예부상서 직책에 있던 하언이 동향인 강서(江西) 출신이라는 말을 들었다. 서로 생명부지였던 엄숭은 하언이 강서 동향이라는 관계를 이용해 하언에게 접근하려고 모든 방법을 동원하였다. 엄숭은 여러 차례 하언의 집까지 찾아가 뵙기를 청했지만 매번 쫓겨났다.

 

엄숭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술잔치를 벌여 몸소 하언의 집까지 찾아가 하언에게 참석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하언은 시종 그 동향인을 눈에 두지 않았다. 아무렇게나 핑계대고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엄숭은 하언의 집 앞에 돗자리를 깔고 엎드려서는 자신이 써온 초청장을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갔다.

 

하언은 마침내 감동하였다. 엄숭이 진짜 자신을 공경하고 있다고 여겼다. 문을 열어 엄숭을 일으키고 흔쾌히 술잔치에 참석하였다. 술좌석에서 엄숭은 얻기 힘든 기회를 철저히 이용하였다. 하언을 즐겁게 하려고 모든 재주와 수단을 동원하였다. 하언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준 것은 당연하였다.

 

그때부터 하언은 엄숭을 신임하게 됐다. 엄숭을 예부좌시랑에 발탁하였다. 직접 황제를 위해 일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몇 년 후, 내각수보가 된 하언은 예부상서에 엄숭을 추천하였다. 육경(六卿) 반열에 들게 된 것이었다. 심지어 하언은 자신의 수보 자리를 대신하도록 엄숭을 황제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엄숭은 남다른 속셈을 지닌 인물이었다. 칼끝을 철저히 숨겼다. 인내하며 기회를 엿봤다. 하언에게 여전히 고개 숙이고 귀를 늘어뜨리며 순종하였다. 그러면서 사이사이에 기회를 찾았고 기회를 만들었다. 한꺼번에 하언을 무너뜨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시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기에 여우 꼬리를 감추고 있었을 뿐이었다.

 

가정 황제는 도교에 빠져 있었다. 어느 날, 황제는 향엽관(香葉冠)3 5개를 만들어 아끼는 신하에게 하사하였다. 줄곧 가정 황제의 미신 활동을 반대하였던 하언은 받지 않았다. 반면 엄숭은 황제가 소견할 때를 틈타 향엽관을 썼다. 곁에는 정중하게 가벼운 면까지 씌웠다. 황제는 엄숭의 충성심을 대대적으로 찬양하고 하언에게는 불만을 품었다. 게다가 하언이 쓴 청사(靑詞)4도 황제가 불만을 표시하면서 엄숭이 쓴 청사를 황제가 칭찬하였다. 그 기회를 이용해 엄숭은 청사를 쓰는 데에 전심을 다하며 황제에 영합하였다. 그리고 황제에게 득도한 ‘고인(高人)’을 추천하였다. 황제는 갈수록 엄숭을 아끼게 됐고 하언을 멀리하게 됐다.

 

어느 날, 하언은 황제와 함께 순행을 나가게 됐는데 제 시간에 당직을 서지 않아 황제에게 노여움을 샀다. 황제는 서원(西苑)에서 당직을 서는 대신에게 반드시 마차를 타도록 명령했는데 하언은 요여(腰輿, 작은 수레 일종)에 탔다.

 

몇 가지 일에서 황제가 불만을 품게 됐다. 하언이 더더욱 싫어졌다. 엄중은 시기가 도래했다고 판단이 들자 예전의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는 태도를 확 바꿨다. 황제가 가장 아끼는 도사 도중문(陶仲文)5을 꼬드겨 황제 앞에서 화를 돋우는 말을 덧붙이며 하언에 관한 나쁜 말들을 쏟아냈다.

 

어느 날, 엄숭이 단독으로 황제를 소견할 때 황제가 하언을 언급하면서 둘 사이에 불목한 일이 없냐고 물었다. 황제의 말은 엄숭에게 하언에 대한 건네기 어려운 말을 숨기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엄중은 온몸을 떨면서 바닥에 엎드려 울기 시작하였다.

 

황제는 60여 세가 된 늙은이가 그처럼 마음 아파 우는 모습을 보고, 엄숭이 분명 원통한 일이 있는데도 말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측은지심이 발동해 무슨 일인지 말하라고 재촉하였다. 황제가 연민을 느낀다고 판단한 엄숭은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황제는 측은하면서도 의분을 느껴 엄숭을 안위하였다.

 

“아무 걱정도 말고 할 말 있으면 다 말하시오. 짐이 책임질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마시오.”

 

그제야 엄중은 격려를 받으니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평상시 수집한 하안과 관련된 죄상을 낱낱이 고했다. 지엽적인 것을 덧붙여 과장도 하고 없는 사실을 꾸며도 대면서, 하나하나 빠짐없이 울며불며 하소연 했다. 황제가 듣고는 하언에 대한 불만이 분노로 바뀌었다. 곧바로 모든 관직을 파면하고 엄숭에게 그 자리를 대신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엄숭(嚴嵩, 1480~1567), 자는 유중(惟中), 호는 면암(勉庵), 개계(介溪), 분의(分宜), 강서(江西) 신여(新餘)시 분의(分宜)현 사람이다. 홍치 18년(1505) 을축(乙丑)에 진사가 되었다. 명(明) 왕조의 유명한 권신으로 국정을 20여 년간 농단하였다. 서법에 조예가 깊었고 청사를 잘 썼다.(사실은 타인이 대필) 『명사(明史)』에서는 엄숭은 명대 6대 간신의 한 명으로 열거하고 있다. 희곡과 문예작품, 역사전적을 통해 엄숭의 간신 형상은 민간에 널리 퍼졌다.

 

2) 하언(夏言, 1482~1548), 자는 공근(公謹), 호는 계주(桂洲), 귀계(貴溪, 현 강서江西 귀계) 사람이다. 명(明) 왕조 정치가, 문학가이다. 엄숭(嚴嵩)에게 무고당해 기시(棄市) 당했다가

 

3) 햡엽관(香葉冠), 도사(道士)가 쓰는 모자. 역사서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 향엽관은 “황제가 친히 만들었다. 높은 1척 5, 녹색 직물로 만들고 태극그림으로 수를 놓았다. 팔괘를 수놓은 행황색(杏黄色, light gray, 밝은 회색) 도포(道袍)와 배합되게 하였다. 제복(祭服)이다.”

 

4) 청사(靑詞), 청사(青辭), 녹장(綠章)이라하기도 한다. 도교에서 재초(齋醮)를 거행할 때 상천(上天)에 올리는 주장(奏章) 축문(祝文)이다. 일반적으로 변려체(騈儷體)이고 붉은색 연료로 청색 등지(藤紙)에 쓴다. 형식이 정련하고 문자가 화려하다 ; 재초(齋醮), 양재기복(禳災祈福, 신에게 빌어서 재앙을 멀리하고 복을 구함)하는 일을 당사자를 대신하여 도사(道士)가 제신(諸神)에게 빌어 주는 도교 제례의식이다. 도사가 목욕재계한 다음, 제단을 설치하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부(符)를 가지고 신귀(神鬼)를 핵소(劾召)하며 기원을 드리는 의식이다. 그때 드리는 기원문을 장(章)이라 하고, 글은 재사(齋詞) 또는 청사(靑詞)라고 한다. 기원하는 내용의 길흉에 따라 흉사를 위한 것은 재(齋)로, 길사를 위한 것은 초(醮)로 구별되기도 하나 그 어간에는 엄격한 구분을 짓기가 어렵다. 재와 초는 의식절차에 차이가 있다. 재의 기원문은 재사, 초의 기원문은 청사라고 한다.

 

5) 도중문(陶仲文, 1475~1560), 원명은 전진(典眞), 호북(湖北) 황강(黄岡) 사람이다. 일찍이 부수(符水, 부적과 정화수. 또는 부적을 태운 물로 치료를 하는 술법)를 호북 나전(羅田) 만옥산(萬玉山)에서 받았고 소원절(邵元節)과 벗을 맺었다. 소원절의 추천으로 입조해 부수(符水)로 검을 뿜어 궁중의 요얼(妖孽) 없애서 세종(가정嘉靖)의 신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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