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사람의 협력은 오래된 일로서 양용방의 작품을 보게 되면 재료가 곧 형식이 되고, 사람은 두뇌로서 내용을 만들어 냈다. 낡은 레디메이드가 새로운 의미로 태어난 것이다.
이번 양용방의 'my life'는 만들어진 오브제 혹은 발견된 오브제를 이용한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작품 'Food mark'는 하나의 애벌레 형상인데 숟가락으로 애벌레를 만들었다. 숟가락이 모두 65개인데 현재의 작가 나이를 상징하여 자신이 평생 밥벌레로 살아온 날을 회상하듯, 모든 인간의 생애란 결국 이 밥을 먹기 위해 살아온 존재라는 것을 되새겨준다.
'세상살이'는 일상에서 쓰다 버려진 주전자, 프라이팬, 식기를 다양한 기표로 새겨서 허공에 매달아 인간 세상만사의 삶의 이야기를 되살리려는 의도가 있다. 삶이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다. 그 기물에는 스피커를 통해서 우리 일상의 온갖 소리와 잡음 곧 '세상의 삶의 소리'를 듣도록 했다. 식기들은 밥, 생활, 일상, 먹는다는 인간 의례의 상황들이 소리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겹치게 한다.
'깊은 잠(deep sleep)'은 대야에 잠자는 듯 노루 머리뼈가 흰빛의 물에 잠겨있는 모습이다. 야생에서 힘차게 뛰놀던 노루가 결국에는 인간의 덫에 걸려 가죽은 장식용으로, 고기는 식용으로 쓰였고, 하얀 육수는 일상의 사람들 보신용이 된 희생양의 상징이며, 곧 자연을 아프도록 동정하는 '동물 최후'의 의례가 된다. 결국 그 동정의 이면에는 자연을 거스른 인간의 최후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고발하고 있어야 한다.
'나의 정원(my garden)'은 냄비 뚜껑을 이용한 정원의 연잎이 되었다. 나의 생명을 유지하는 도구가 이제는 연꽃이 된 것이다. 연꽃이 더러운 늪지에서 고고하게 핀다는 의미로 볼 때 하수구가 한때 화려한 생명의 절정의 모습이었다는 반전이 가능하다.
'샤넬 백이 아닙니다(It's not a Chanel bag)'는 소비사회의 꽃이라고 말하는 명품 이미지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자세히 보면 흔한 폐품이 변하여 샤넬 백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산업폐기물로 만든 명품이라는 의미에서 화려한 소비사회가 다시 이 폐품으로 재활용되는 풍자를 보여준다. 샤넬 백의 짝퉁인 샤넬 백, 그것을 구매하기 위해 일을 하는 우리 삶의 슬픈 자본주의가 민낯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자본주의는 소비를 전제로 하는 사회이다. 생산이 있기에 그것을 쓰는 사람들이 있고, 이 둘의 관계는 순환되면서 점점 한쪽으로 집중된다. 소비를 위한 생산이라면 인간 실존을 위한 생명 활동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 범위를 훨씬 넘어서 빈익빈 부익부라는 차이에서 독점이 발생한다. 수요와 공급을 위한 균형을 유지하기보다는 이윤을 위해서라면 공급의 과잉도 불사하여 결국 인플레이션이나 공급부족인 디플레이션이라는 위기를 초래한다.
자본주의는 상품과 화폐로 돌아가는 사회다. 화폐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지불수단이자 유통수단이 되며, 원래 대로라면 상품의 수요와 공급이 화폐의 크기와 같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의 조절이 불가능하게 되면 자본주의는 과부하가 결려 사회적 위기인 공황을 불러온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품격도 화폐로 말하는 사회다. 즉 돈의 가치가 우선시 돼 모든 상품의 소유를 결정하므로 부에 대한 욕망은 화폐를 소유한 크기로 나타난다. 욕망하는 사회에서 고가의 상품을 소유하는 능력은 그 사람의 권력이 된다. 그런 사회에서는 부의 척도가 곧 인간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양용방의 작품 중에 지금의 동시대 욕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대단한 나의 삶(bravo my life)'이 있다. 컴퓨터, 유튜버, 비트코인 등 자본주의 욕망의 상징들로 나타난다. 재료는 실제로 프라이팬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우리 초상이라고 할까. 지금의 우리 현실적인 삶에 대한 알레고리(allegory)로써 풍요와 욕망의 밑바닥을 보는 듯하다.
양용방의 일상에서 발견된 오브제들은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 작품들이다. 이런 아상블라주나 레디메이드라는 개념은 크게 보아 정크아트의 일종이 되는데 오래전부터 하나의 예술 양식으로 자리 잡은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양용방 특유의 위트와 알레고리를 섞어 우리 모두의 my life를 환기하게 시켜주고 있다.
나의 my life는 곧 당신에게도 my life가 되는 것이다. 수많은 당신들은 결국 모두는 주체로서 내가 되고 그럼으로써 my life는 상대적으로 우리 모두를 구성하는 것이 바로 나인 것이다. 모든 존재로서 우리는 끝내 개체라는 존재자가 될 때 my life가 된다.
결과적으로 양용방의 my life는 자신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를 향한 메시지가 되고 있다. 양용 방이 추구하는 예술 언어는 일상에서 찾는 즐거움과 재미이다. 심각하지 않으면서 여운을 남기는 위트와 유머는 양용방 조각의 독특한 풍자(諷刺)정신이 되고 있다.
삶이란 이름답기도 하고, 고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며, 쓸쓸하면서도 뿌듯한 일로 행복해지기도 한다. 어느 인생 구비에서는 억울하여 울다가도 어떤 고개를 넘어서면 환한 태양을 보기도 한다. 늘 비가 오는 날이 없듯이 항상 해가 뜨는 날도 없다. 삶은 날씨처럼 상황이 다르고 여러 사건이 있기에 감정은 천차만별 늘 일렁이는 바다와 같다.
my life는 인생의 희비극적 찬가이자 삶이란 늘 녹녹지 않으면서도 즐거움을 찾아가는 여정이며, 그 기쁨이야말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줄곧 내 곁에 있는 일상임을 일깨워준다. my life는 곧 당신의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모든 삶에는 ’사물과 인간의 협력’이라는 오래된 미래가 있었고, 앞으로는 그 협력이 더욱 가까이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