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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길 가는 그대의 물음' ... 제주문화 이야기(4) 별의 초상화 ... 수성(壽星)

노인성의 이름은 수성(壽星)인데 수성노인, 남극노인, 남극노인성, 남극선옹(南極仙翁)이라고도 한다. 수성노인을 그린 그림을 일러 수성도(壽星圖), 수노도(壽老圖), 수노인도(壽老人圖), 노인성도(老人星圖), 남극성도(南極星圖, 남극노인도(南極老人圖) 등으로 불린다.

 

우리나라 도교의 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선과 연꽃으로 대표되는 선불(仙佛)사상의 세계관으로 그려진 삼국시대의 고분벽화가 중요하다. 고분벽화들에는 용이나 학을 탄 신인(神人), 별신, 달신, 해신, 대장장이 신, 각종 동물들, 하늘을 나르는 여신, 옥녀(선녀)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한국 도교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도교의 벽화라고 할 수 있다.

 

수노인도 도교적인 장수신앙의 종교화이면서 장르로는 회화이고, 그림의 성격으로는 인물화이면서 초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초상화지만 실재 모델의 얼굴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별을 생각하면서 상상으로 그린 얼굴인 것이다. 그림의 비탕 재료는 종이, 천, 나무판, 회벽이고 물감은 진채(眞彩)와 수묵이다.

 

대체로 수성노인도(壽星老人圖)가 백발에 수염이 길고 구부러진 지팡이를 짚고 있는 패턴으로 보아, 노자, 신선, 산신을 연상해서 복합적인 형상이 만들어졌으며 동아시아 한국, 중국, 일본의 일반적인 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인성은 북두칠성의 북두성군에 대비되는 별로써 남두육성의 상징적인 별이고, 고구려 고분벽화의 남벽에 남극성이 그려지고 그 남극성 위에 남두육성으로 그려졌다. 남극성도(南極星圖)는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남극성을 의인화한 별의 초상화이다. 신선사상을 배경으로 하여 수성신앙(壽星信仰)의 바탕을 둔 신선도의 한 초상의 범주로 말한 수 있다.

 

중국의 도교사상가 갈홍(葛洪, 283~343)의 『신선전(神仙傳)』에는 선인(仙人:신선)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신선이란 몸을 들어 올려 구름 속으로 들어가 날개 없이 날아다니기도 하고, 용을 타고 구름에 올라 천상을 가기도 하고 새, 짐승으로 변하여 구름속을 떠다니고, 강이나 바다에 들어가 명산(名山)을 구경하기도 한다. 또한 원기를 마시고 영지초(靈芝草)를 먹기도 하는데 세상에 들어가 살기도 하지만 알아보는 사람은 없다.”

 

수성(壽星)은 별의 초상화이다. 초상화는 대상이 있어야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 초상화의 시초는 고구려고분변화에서 찾을 수 있는데 4세기 중엽 안악 3호분 묘주 초상과 5세기초 덕흥리 고분의 묘주와 그의 부인 초상화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덕흥리 고분 벽화에는 초상화 말고도 많은 신선들의 다채로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으며, 앞간 북쪽 벽에는 북극성과 북두칠성, 그리고 여러 동물들이 그려졌고, 앞간 남쪽 벽에는 견우와 직녀를 비롯하여 옥녀, 선인, 학, 사슴 등이 그려져 있고, 일상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어서 당시의 천문사상과 사회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앞간 남쪽 벽을 보면 동물의 얼굴을 한 새 위로 남극 노인성이 동그랗게 그려졌고, 그 위에는 생명을 주관하는 남두육성이 그려져 있다. 남극 노인성이라는 별 그림으로는 가장 이른 시기의 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남두(南斗)는 남두성군(南斗星君)이라고 하여 28수 중 두수(斗宿)에 해당한다. 이는 북방현무(北方玄武) 7수 가운데 첫 번째 별자리로, 북두(北斗)와 상대되기 때문에 남두라고 한다. 고대에는 이미 남두 신앙이 유행하였다. 『성경(星經)』에 “남두는 천자의 수명을 주관하고, 또 재상의 작록(벼슬)의 지위로 주관한다(南斗六星 主天子壽命 亦主宰相爵祿之位)”라고 했다. 율곡 이이에 의하면, 이후 이것이 민간으로 전승되어서 “남두는 탄생을 기록하고, 북두는 죽음을 기록한다(南斗注生 北斗注死)”는 시대 담론이 유행하게 되자 도교에서는 이를 흡수하여 남두육성을 신격화하여 인간의 수명을 주관하는 여섯 성군(星君)이 되기에 이르렀다.

 

남극노인성도, 즉 수성도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중국 당나라 때 도상(圖像)이 성립되었으며 우리나라는 조선 초기부터 노인성 신앙이 유행하게 되어 장수의 상징으로써 회갑과 장수를 축원하는 축수용(祝壽用)으로 많이 제작되었다.” 그 형상은 대체로 키가 작고, 이마가 높고 커다란 머리, 긴 수염, 발목까지 덮는 도복(道服)차림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며, 손에는 두루마리 책이나 불로초, 혹은 복숭아, 또는 목숨 壽자를 들거나 장수를 상징하는 것들을 들고 있으며 소나무를 배경으로 해서 그의 주변에는 거북이, 사슴, 학과 같은 장생의 동물과 곁에는 시동(侍童)이라고 할 수 있는 귀여운 동자가 배석하고 있다. 늙음과 젊음이 대비되고 있어 탄생과 소멸의 조화를 꾀하고 있는 사상이 엿보인다.

 

남극노인성은 단독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수성(壽星)〮·녹성(祿星)〮·복성(福星)과 함께 세 명의 삼성도(三星圖)가 함께 그려진다. 대표적인 우리나라 노인성 작품으로는 김명국의 <수노인도>, 김홍도의 <수성도>, 불화나 민화풍의 그림으로도 그려졌다.

 

특히 삼성도는 김홍도의<삼복록수성도(三福綠壽星圖)>가 유명하다. 중국에는 <복록수성도>, 일본에는 <수노도(壽老圖)>가 유명하다. 제주에는 <수노인도>가 있다. 백록 신선사상이 있어 배록담에서 남극노인성을 불 수 있다고 하여 전설적인 장수의 섬이 되고 있으나 그림으로 전해오는 것이 적어서 안타깝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제주사람들이 100살 이상 살았다는 장수 기록이 많은 것으로 보아 남극노인성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노인성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중국 남조(南朝) 양(梁)나라 도홍경(陶弘景, 456~536)은 중국의 도사(道士)이자 의학자(醫學者)로서 그의 『진영위업도(眞靈位業圖)』에서 남극노인을 남극노인단릉상진(南極老人壇陵上眞)이라 칭하고 태극의 왼쪽 자리에 배열하였다. 그 형상은 “항상 백발노인으로 이마가 높고 머리가 유달리 길며 구불구불한 긴 지팡이를 짚고 있다.“라고 전하고 한다. 이 그림을 ”집안에 붙여 놓으면 복을 받고 장수하여 길하다“.라고 했다.

 

원래 하나의 별이었던 남극노인성은 장수신앙이 되고 그 힘이 소재가 되면서 점차 인격신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에 시대를 막론하고 회화와 조각, 현대의 공예품에까지 장수의 상징으로 인기가 있다. 남극노인성의 도상(圖像)은 시대에 따라 개성이 다르게 나타나지만 대체로 평화롭고 자애로운 미소를 가진 나이 많은 신선의 모습이다. 도교의 신선 무리들의 그림 패턴처럼 대체로 자애로운 할아버지 신선의 모습으로 전해 온 것이다.

 

남극노인성은 순전히 작가 상상력에 의한 창작이어서 오랜 시간에 걸쳐 그 형상이 교정되면서 정형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남극노인성이 들고 있는 괴상하게 구부러진 지팡이는 한 나라의 경로 풍습을 반영한 것이다. 동한시대에는 중추(仲秋)의 달마다 경로행사와 노인성 제사를 거행하면서 이때 노인들에게 장수를 기원하며 하사한 것이 왕장(王丈:군주가 내리는 지팡이)이나 특별히 7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비둘기 모양의 머리 장식 지팡이인 구장(鳩杖)이었다. 후한시대에도 경로행사에 지팡이와 노인성에 제사를 지냈던 풍습이 남극노인성 초상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위진시대 이후에는 지팡이 재료가 복숭아 나무로 대체되었고, 그림에도 때에 따라서는 복숭아 열매를 노인성 앞에 별도로 그려넣기도 했다. 복숭아는 약용과일로 전염병 예방과 향균작용이 있어 도교의 치료 의례에 자주 사용되는 과일이다. 복숭아를 들고 있는 남극노인성은 장수 이미지에서 매우 중요한 담론이 된다. 사슴, 거북이, 학의 이미지가 장생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서 신선의 그림에 자주 등장한 것처럼, 복숭아 나무가 귀신을 쫓기도 하는 벽사의 의미가 있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남극노인성의 독특한 형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민간에서는 귀신 쫓을 때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를 사용하는 데 제주에서 이장(移葬)을 할 때 버드나무를 토지신이 해꼬지 못하도록 이장터에 꼽는 것도 도교사상과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수노인도는 한국의 산신, 중국의 노자나 신선, 토지신, 달마상 등 일본에서는 중국과 한국의 영향에 따른 도상이 잘 나타난다. 이는 장수신앙이 동아시아 전역에 폭넓게 도가와 도교 사상의 흐름을 타고 민간신앙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도교의 천관(天官)을 중심으로 벼슬, 명예, 수명 장수를 행복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새해 맞이 연화(年畵)로써 왕실과 민간에 크게 유행하였다. 한국은 문인화, 화원화, 민화에 남극노인성이 다양하게 그려지면서 복된 삶이 명예. 돈, 벼슬, 건강, 장수가 중요한 가치로 잘 드러나고 있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도교의 별들인 복성, 녹성, 수성을 함께 삼성도(三星圖)를 그리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유교, 불교, 도교라는 이름으로 <유불도(儒佛道)>를 말하는 삼교도(三敎圖)로 나타난다. 특히 일본은 중국이나 한국 화풍의 의존도가 높아서 수묵 <수노인도>는 두 나라 풍이 강하게 나타난다.

 

칠성당(서귀읍 서귀리)

남방국(南方國) 노인대성(老人大星)

칠원성군(七元星君 대성군(大星君)

맹장수(明長壽) 시겨줍던(시켜주시던)

어진 신당(神堂) 한집(大王;당신이름)

제주삼업(三邑) 백성에

이 노인성을 우망ᄒᆞ곡(위하고)

일년 ᄒᆞᆫ번(한번) 제(祭)를 지내민(지내면)

맹(命) 엇인(없는) 이 맹(命)을 주고

복(福) 엇인 이 복을 주는.

- 한경면 고산리 여무 45세 김기생님. 진성기 채록

 

제주도 서귀 칠성당 본풀이에서 남극 노인성은 ‘노인성’, ‘노인대성’으로 나타나며 수명을 주는 별로 관념되고 있다. 또 굿 초두에 부르는 초감제에도 ‘노인성’. ‘남방에 노인성’, ‘남방국의 노인성’이 여러 별들과 함께 언급되고 있다.

 

서귀포가 남극노인성이 보이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제주대학교박물관 소장의 <수노인도>를 보면, 종이에 수묵으로 그려졌고, 연한 청색으로 부분 채색이 돼 있다. 손에는 곧은 지팡이를 들고 있고 마치 구름 위에 서 있는 듯한 형상이며, 긴 머리가 위로 솟아 있다. 형상이 입체감 있게 그려진 것으로 보아 전문 화가의 솜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민화에서 전해오는 신선의 도상은 도포를 입고 당나귀를 타고 있는데 노장사상의 유유바적하면서 소일하는 여유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제주대학교 소장의 제주도 민화가 최초의 수집이 제주인지 아니면 육지에서 입수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같은 유형의 화풍이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제주 지역의 민화라고 보기가 어렵다. 또한 지도에 그려진 백록담 도상은 테우리처럼 신선이 사슴을 타고 무리를 이끌고 있는 것이 특이 하다. 전해오는 백록담 설화의 내용을 코믹하게 지도에 그려 놓은 것이다. 또 관료 문인화가 윤재홍의 그림은 지두화라는 점에서 이채로운데 조선 후기에 유행한 백록담의 신선 이야기가 조선사회에 제주도의 담론으로 퍼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남극노인도의 도상이 큰 차이 없이 서로 유사한 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고, 이로써 남극노인성이 하나의 동일 문화권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러 제주와 관련한 시문(詩文)에 남극노인성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타나는 것에 비해 그림으로 수노인도가 남겨지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참고문헌>

이봉호외 옮김, 『도교사전』, 파라아카데미, 2018,

윤열수, 『서민의 삶과 꿈, 그림으로 만나다』, 다섯수레, 2019,

주영현 감수, 『고구려고분벽화』, 조선화보사, 1986.

진성기, 『제주도 무가본풀이 사전』.

최수빈, 「남극노인성 신앙과 위례의 도교적 변형과 발전, 그리고 그 의미」,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 제95집』, 2023.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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