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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7)

말에 문채가 없으면 오래도록 전하지 못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 있다 ; 침묵은 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두 가지 말은 언뜻 보면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따져보면 언(言, 말)과 행(行, 행동)의 정도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일찍이 위(魏) 명제(明帝, 226~239 재위) 시기에 어떤 사람이 초군(楚郡) 태수 원안(袁安, ?~92)에게 물었다. “이미 돌아가신 내무대신 양부(楊阜, 172~244)는 충언하였고 직간했는데 태수께서는 어찌 그를 충신이라고 칭찬하지 않는가요?”

 

원안이 대답하였다. “양부와 같은 그런 대신은 그저 ‘직사(直士)’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충신이라고 부르지는 못하오. 왜 그가 ‘직사’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는지 아시오? 신하가 된 자로써 군주의 행위에 불합리하거나 규율이 없는 부분을 발견하였다 하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게 있소. 여러 사람들 앞에서 군주의 잘못을 지적해 군왕의 과오를 천하에 전파하면서 반대로 자신은 강직한 선비라는 명성을 얻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오. 이미 고인이 된 사공(司空) 진군(陳群, ?~237)은 학문이나 인품 모두 훌륭하오. 독창적인 식견도 있소. 그런데도 다른 대신과 만날 때 여태껏 황제의 잘못을 논하지 않았소. 그저 10여 차례 상주문을 써 올려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고 어떤 잘못은 고쳐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비평하고 건의하였소. 동료들은 전혀 알지 못했소. 그렇기에 후인들이 그를 덕성이 높고 명망이 큰 현자라 칭찬하고 진정한 충신이라고 부르는 것이오.”

 

말을 잘하는 사람이 능히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실천을 잘하는 사람도 말을 잘한다고 할 수는 없다. 어떤 것이 좋은가? 말은 했으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보다는 행동은 하되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은가?

 

한(漢)나라 문제(文帝, BC180~BC157 재위)가 상림원(上林苑)의 호랑이 우리에서 호랑이를 보고 있다가 호랑이 우리를 관리하고 있던 관원의 말재간을 높이 평가해 상림원 책임자로 발탁하려 하였다. 장석지(張釋之, 생졸 미상)가 나아가 말했다. “폐하께옵서는 강후(絳侯) 주발(周勃, ?~BC169)이라는 인물이 어떻다고 보시옵니까?”

 

문제가 답했다. “지자(智者)이지.”

 

또 물었다. “동양후(東陽侯) 장상여(張相如, ?~BC166)는 어떻습니까?”

 

문제가 답했다. “그 또한 지자이지.”

 

장석지가 말했다. “그 두 명의 지자는 말을 할 때 자주 말문이 막혀합니다. 말을 더듬습니다. 그 어느 누가 저 관원처럼 재잘재잘 청산유수로 말을 합니까? 진나라 때에는 도필리(刀筆吏, 아전衙前을 얕잡아 일컫던 말)를 뽑으면서 누가 얼마나 말을 잘하는 지 말솜씨로 가려냈습니다. 그러자 서로 앞 다투어 말솜씨만 닦고 닦았습니다. 구변으로 유능한지 노련한지를 판단하면서 끝내 사람 됨됨이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나쁜 풍조는 진이세(秦二世, 호해胡亥, BC230 혹 BC221~BC207) 대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이까. 모든 형국이 사분오열 돼 끝내 수습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 저 호랑이 우리를 관리하는 관리의 말주변이 좋다는 것만 보시고 파격적으로 발탁하려 하십니다. 그렇게 되면 천하가 그런 풍조만을 따라 말솜씨 능력만 뽐내려는 지경에 이르게 될까 걱정됩니다. 언변에만 능하고 실제 일을 처리하지는 못하는 사람만 있게 될까 염려됩니다. 윗사람이 하는 대로 아랫사람이 따라하게 되는 것이 이치입니다. 하급 관리는 상급자의 영향을 받습니다. 한번 행해지면 대단히 빨리 파급됩니다. 폐하께서는 신중하게 고려하셔야 합니다.”

 

문제는 그 호랑이 우리를 관리하는 자를 발탁하려는 뜻을 접었다.

 

장석지의 말에 편파적인 면이 없지는 않다. 불공평한 일면도 있다. 그런데 사자가 포효할 줄만 안다면 어떻게 될까? 말벌의 독침보다도 못한 신세가 되지 않겠는가? 장황설만 들어놓고 실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착실하게 일에 몰두하는 것만 못하지 않겠는가? 행동하는 것이 말만 앞서는 것보다 좋다는 이치,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세상에는 오랫동안 글을 읽고 학문에 열중한 사람이 많고도 많다. 심지어 어떤 이는 박사학위를 받은 후 툭하면 거침없이 수만 자에 달하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실제 문제를 해결하라하면 곧바로 안색이 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은 책에 쓰인 대로 경을 읽듯이 융통성 없이 틀에 박힌 대로 하고 배운 것을 실제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찌 큰 인물이 될 것이며 어찌 큰 사업을 이룰 수 있겠는가?

 

여러 상황에서 낮은 논조나 심지어 한 마디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만물을 포용하는 큰 도량, 큰마음을 반영하기도 한다. 송나라 때 왕단(王旦, 957~1017)은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는 바다처럼 그런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송(宋)나라 진종(眞宗, 997~1022 재위)시기에 구준(寇準, 961~1023)과 왕단은 추밀원에서 같이 일했다. 구준은 늘 진종 앞에서 왕단을 공격했지만 왕단은 웃어넘길 뿐이었다. 나중에 구준이 파직돼 아무 일도 없이 전전할 때에 과거를 뉘우치고는 타인에게 부탁해 왕단에게 추천하도록 애썼다. 왕단은 부탁 받은 사람에게 말했다. “국가 관원의 직위를 어찌 청탁할 수 있다는 말이오? 나는 개인의 청탁을 받지 않소.”

 

구준은 체면이 구겨지자 왕단에게 더욱 불만을 품게 돼 만나는 사람들에게 비난을 쏟아내었다. 오래지 않아 구준은 중추원 요직에 발탁되었다. 구준이 진종을 알현할 때 말했다. “만약에 폐하께서 신을 알아주지 않으셨다면 신이 어찌 오늘이 있겠나이까?” 진종은 고개를 저으면서 구준에게 말했다. “그대가 이 직위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왕단이 적극적으로 추천했기에 가능했소.” 구준은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

 

말이나 행동의 적당한 정도나 범위를 파악하는 관건은 시기와 형세를 판단하는 데에 있다. 말을 많이 하여야하는 때에는 대담하게 발언하여야 한다. 말을 적게 해서는 안 된다. 안 그러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하지 못하게 된다. 말을 적게 하여야 할 때는 말을 많이 해서는 안 된다. 말이 많으면 실수하게 된다. 침묵하여야 할 때에는 침묵은 금이라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겨야 한다. 입을 꽉 다물어야 한다.

 

『좌전(左傳)·양공(襄公)25年』 : “『지(志)』(古書)에 이르길 말로써 뜻을 족하게 하고 문(文)으로써 말을 족하게 한다 하였다. 말하지 않으면 누가 그 뜻을 알리오? 말에 문(文)이 없다면 그 행해짐이 멀리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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