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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9)

기회가 왔다하여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대단히 촉박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어떻게 할까? 기회가 없으면 기회를 만든다. 기회가 생기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기회가 오면 곧바로 기회를 빌린다. 곳곳에서 수원(水源)을 얻는다. 일이 모두 순조롭게 이루어 낸다. 적은 노력으로 많은 효과를 거둔다. 사반공배(事半功倍)다!

 

우둔한 사람은 어떻게 할까? 정반대이다. 기회가 코앞에 있는데도 보지 못한다. 잡지 못한다. 두 눈 멀쩡히 뜨고 좋은 기회를 헛되이 보내버린다. 오히려 무리하게 일하다가 벽에 부딪치고 만다.

 

진(晉) 문공(文公, BC697~BC628)은 즉위하자마자 온힘을 다하여 민중을 훈련시켰다. 이듬해에 문공은 그들을 쓰려 하자 자범(子犯)(★)이 말했다. “진나라는 여러 해 동안 전란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백성은 여전히 무엇이 의(義)인지 모르고 여태껏 평안히 살면서 즐겁게 일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자 문공은 외교활동을 강화하고 주(周) 양왕(襄王)(★★)을 호송해 귀국시킨 후 복위시켰다 ; 자기 나라로 돌아온 후 적극적으로 백성을 위하여 이익을 도모해 백성은 점차 생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생계에 만족하게 되었다.

 

오래지 않아 문공은 또 군대를 일으키려고 하자 자범이 말했다. “민중은 아직 무엇이 믿음(信)인지를 모릅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믿음의 효용을 선전할 만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러자 문공은 원(原)나라를 정벌하면서 3일 이내에 항복시키지 못하면 철군하겠노라고 약속하였다. 3일 후에 문공은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켜 30리 밖으로 철군하면서 국내외에 그의 성실함을 알리고 신뢰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그런 행동의 영향은 대단하였다. 진나라의 상인은 장사하면서도 폭리를 취하지 않았고 판매 가격, 생산지 등을 명확히 표시하였다. 노인이나 어린이조차도 속이지 않을 정도로 상도의를 지키며 장사하였다. 진나라는 보편적으로 믿음과 명예를 지키는 훌륭한 풍속이 형성되었다. 그렇게 되자 문공이 물었다. “지금은 군대를 일으켜도 되겠지?” 자범이 답했다. “백성은 아직도 귀천 존비의 예의를 알지 못합니다. 공경(恭敬)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이에 문공은 대규모로 열병하면서 예의(禮儀)의 위엄을 나타내었고 법무관을 설치해 관원을 관리하였다. 그렇게 하니 백성은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습관이 돼 다시는 의심하거나 염려하지 않았다. 이제야 군대를 일으켰다. 성복(城濮 : 옛 지명, 현 산동성 견성鄄城 서남쪽 지역)에서 일전을 벌여 초(楚)나라를 곡읍(谷邑)으로 철군케 하고 송(宋)나라에 가했던 포위망을 풀었다. 진 나라는 한 번의 전쟁으로 패자가 되었다.

 

 

시기(기회)에는 3가지가 있다 : 첫째 사기(事機), 둘째 세기(勢機), 셋째 정기(情機)다. 무슨 말인가?

 

사정은 늘 변화한다. 자기에게는 불리하고 적에게는 유리한 때가 있게 마련이다. 그때에는 변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이것이 사기다 ; 형세가 힘(역량)에 대비해 변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기에게는 유리하나 적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때 곧바로 적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둘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 세기다 ; 인심의 향배가 변하기도 한다. 인심이 변할 때 자기에게 유리한 전환점을 찾아야한다. 이것이 정기다. 간단하게 말하면 어떤 사건이 변하는 시기가 사기요, 형세가 변화하는 시점이 세기요, 인심이 변화하는 시기가 정기라 이해하면 된다.

 

자, 이제 장수(張綉, ?~207)와 조조(曹操)의 전투를 한 번 보자.

 

조조가 장수를 토벌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병사를 거느리고 철군하였다. 장수가 기뻐하며 몸소 군사를 거느리고 조조를 추격하였다. 책사 가후(賈詡, 147~223)가 장수에게 말했다. “추격하지 마십시오. 추격하면 반드시 지게 됩니다.” 장수는 가후의 말을 듣지 않고 군대를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 조조와 교전하였다. 결과는? 대패였다.

 

패전하고 돌아오는 장수에게 가후는 곧바로 권했다. “빨리 말을 돌려 추격하십시오. 다시 교전하면 반드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장수는 난처해하며 말했다. “이전에 당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아 이런 지경에 빠졌소. 이미 싸움에서 패하였는데 어찌 또 추격하라는 말이오?” 가후가 말했다. “이미 전투의 형세가 변했습니다. 지금 빨리 추격하면 반드시 승리를 거둘 것입니다.” 장수는 가후의 말을 듣고 급히 패잔병들을 모아 추격하기 시작하였다. 결과는 대승을 거두어 돌아왔다.

 

승리하고 돌아온 장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가후에게 물었다. “내가 먼저 정예병을 거느리고 철군하는 조조의 군대를 쫓으려 할 때 그대는 분명 실패할 것이라고 하였소 ; 내가 패전하고 돌아온 후 패잔병을 모아 승전한 조조의 군대를 습격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하였소. 어째서 정예병은 실패하고 패전한 군사가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이오?”

 

가후가 말했다. “이해하시기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장군께서는 군사를 잘 부리지만 조조의 적수는 될 수 없습니다. 조조의 군대가 철군할 때 조조는 분명 자신이 군대의 맨 뒤에서 행군했을 것입니다. 우리 군대가 정예병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적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군대가 패전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처음에 조조가 공격하다가 나중에 갑자기 군대를 돌렸습니다. 후방에 어떤 혼란이나 사고가 발생했기에 급히 회군한 것이 분명합니다. 주군의 추격병에게 승리를 거둔 후에 조조는 분명 무장을 간편하게 하고 황급히 후방으로 달려갔을 겁니다. 비록 우리 쪽을 향하여 군대를 남겨두고 방비하게 하였으나 남겨진 장병은 장군의 적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장군께서 패잔병을 모아 추격했어도 크게 이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상황의 변화든 형세의 변화든 인심의 변화든 모두 사태가 변화하는 양상이다. 고정돼있지 않다. 변하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다. 참가자의 상호작용으로 출현한다. 그렇기에 실제 업무 중에 관찰하는 안목을 배워야한다. 시기에 맞춰 움직이고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실행하는 법을 배워야한다.

 

★ 호언(狐偃, BC715~BC629), 성은 희(姬), 호(狐) 씨, 자는 자범(子犯), 진(晉)문공(文公)의 외삼촌으로 진나라 중신이다. 구범(舅犯), 구범(咎犯), 구범(臼犯)이라 부르기도 한다.

 

★★ 주(周)양왕(襄王) 희정(姬鄭, ?~BC619), 주(周)혜왕(惠王)의 아들로 동주(東周) 군주다. BC651~BC619 재위하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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