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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3)

반드시 기억해둬야 한다. 경솔하게 승낙해서는 안 된다. 승낙한 사람과 승낙을 받은 사람, 두 방면에서 이 문제를 분석해보자.

 

먼저 승낙 받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 타인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인가를 승낙했다고 가정해보자. 분명 특정한 환경 아래서 자기 자신의 이익을 고려하였을 것이다. 어떤 희생을 감수하였을 것이다. 만약 상대방이 너무 쉽게 승낙했다면 그때 상대방이 그 승낙을 실천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려해봐야 한다. 특히 승낙한 특정 정세가 사라진 후에도 상대방은 그런 희생을 감수할 지를 고려해봐야 한다.

 

위(魏) 소왕(昭王) 6년, 진(秦)나라는 조(趙)나라와 함께 위나라를 공격하였다. 승리를 거둔 후 위나라의 업성(鄴城)을 조나라에 나누어주기로 하였다.

 

위나라 왕은 진·조 양국의 위협해오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급히 군신을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였다. 상국(相國) 망묘(芒卯)가 말했다. “왕이시여, 우려하지 마옵소서. 신이 적군을 물리칠 대책이 있습니다.”

 

 

위왕이 다급히 대책을 얘기해 달라고 다그쳤다. 망묘가 말했다. “조나라와 진나라는 본래부터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번 연합은 이익을 얻으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말솜씨가 뛰어난 인물을 조나라에 출사시켜 조왕에게 이해관계를 분명히 밝히십시오. 다시 조왕에게 단맛을 줘 우리와 연합해 공동으로 진나라에 대응하도록 만드십시오. 이후에는 신이 방법이 있습니다.”

 

위왕이 말했다. “좋기는 좋소만, 그대가 이 대임을 맡을 생각이시오?”

 

망묘가 말했다. “이번 일은 신이 나서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신은 장의(張倚)를 추천합니다.”

 

이에 위왕은 장의가 조나라에 출사하는 것에 동의하였다. 출발하기 전에 망묘는 장의에게 이러이러하다고 설명하고 그에 따라 전하라 분부하였다.

 

장의가 조나라에 도착한 후 조왕에게 말했다. “지금 대왕께서는 진나라와 연합해 우리 위나라를 침략하려하고 있으니 우리는 업성 지역을 보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쟁의 실마리를 없애기 위하여 위왕께서 업성을 대왕께 헌납하려하는데 대왕께서 동의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조왕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하면서도 입으로는 물었다. “위왕의 호의는 받아들일 수 있소. 그런데 귀국은 우리에게 무슨 요구가 있는지 알지 못하겠소.”

 

장의가 대답하였다. “사실 무슨 요구가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위나라와 조나라는 대대손손 우호적이었습니다. 원래는 한 나라에서 나왔기에 그렇습니다. 반면에 위나라와 진나라는 대대로 내려오는 원한이 있습니다. 진나라는 범이나 이리처럼 욕심 많고 잔인한 나라입니다. 진나라 병사 또한 흉폭하고 잔악합니다. 위왕의 뜻은 다른 데에 있지 않습니다. 대왕과 영원히 우호적인 국교를 맺고자 할 따름입니다. 대왕께서 우리나라를 중시하신다면 그저 진나라와 단교하기를 원할 뿐입니다. 우리의 업성은 대왕께서 나오셔서 접수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왕께서 심사숙고해 주십시오.”

 

조왕은 완전하고 확실하게 하려고 상국(相國)에게 의견을 물었다. 상국이 대답하였다. “진나라와 연합해 위나라를 공격하려고 군대를 일으키고 대중을 동원한 까닭은 최종적으로 업성을 얻으려는 목적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 군대를 동원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으니 어찌 기꺼이 하려하지 않겠습니까? 대왕께서는 받아들이십시오.” 그래서 조왕은 위나라의 조건에 대답하고 곧바로 진나라와 단교한다고 선언하면서 국경 세관을 폐쇄하고 진나라 사람을 통과할 수 없도록 하라고 명을 내렸다. 그러자 진나라와 조나라 양국은 서로 감정이 틀어져 공개적으로 적대시하게 되었다. 진나라는 위나라를 공격하는 계획을 포기하였을 뿐만 아니라 조나라를 향하여 창끝을 돌렸다.

 

조왕은 기쁜 마음으로 위나라에 사절단을 보내 업성을 접수하려 했으나 망묘는 군대를 거느리고 변경 밖에서 사절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섰다. 사절단은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으나 망묘는 이상하다며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장의를 귀국으로 출사시킨 목적은 업성을 보호하는 데에 있었습니다. 어찌 귀국에게 공손히 넘겨줄 수 있겠습니까? 만약에 정말로 장의가 그렇게 얘기했다면 그가 잘못 알고 틀리게 전달하였을 뿐일 것입니다. 나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조나라 사절단은 의기소침해 귀국한 후 조왕에게 보고하였다. 조왕은 크게 돌랐다. 위나라에게 속았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배신한 위나라를 토벌하려 준비할 때 진나라가 위나라를 끌어들여 함께 조나라를 공격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는 불안에 떨면서 황급히 대신들을 모아 대책회의를 개최하였다. 앞선 상황과는 반대로 위나라에게 5개의 성을 자발적으로 내주고 서로 연합해 진나라에 공동으로 대항하기를 요청하는 지경이 되었다.

 

조나라가 훔치려던 닭은 못 훔치고 공연히 쌀만 한 줌 손해 본 것처럼 본전도 못 찾은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조왕이 원인이었다. 조왕이 너무 탐욕스러웠기 때문이다. “승낙을 쉬게 하는 것은 믿음성이 적은 게 당연하다”(『노자』63장)는 도리를 잊어버렸기에 그렇다.

 

 

허락하는 사람의 각도에서 보면 신용은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걸핏하면 타인에게 아무렇게나 승낙하기도 한다. 어쩌면 당시 분위기 때문에, 아니면 일시적인 충동 때문에 자기 능력으로 해낼 수 없는 일에 쉬이 응답하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에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부담으로 남게 된다. 그런 행위는 아무 의미가 없음은 당연하다. 결과는 필연적으로 주위 사람들의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게 만든다. 자기 또한 피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

 

삼국시대에 화흠(華歆)과 왕랑(王郞)은 동향인으로 한번은 같이 배를 타고 피난길에 올랐다. 어떤 사람이 그들이 탄 배에 동승하기를 원했다. 화흠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왕랑이 말했다. “이 배는 넓고 크오. 어찌 저 사람을 태우지 않는다는 말이오?” 나중에 추격병이 가까워지자 왕량은 안절부절못하고 그 사람을 강제로 배에서 내리게 할 생각을 가졌다. 화흠이 그를 막아서며 말했다. “처음에 내가 생각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소. 이미 타인의 요구를 받아들였으면 그대로 행해야하는 법이요. 어찌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그를 버릴 수 있겠소?” 처음에 약속하였던 대로 그 사람을 배에 태우고 함께 곤경에서 빠져나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그 일로 화흠의 인품이 왕랑보다 고결하다고 판단해 화흠을 더 많이 따랐다.

 

이른바 “쉬운 승낙에는 믿음이 적다”고 한 말을 곱씹어야 한다. 타인의 요구와 부탁에 아무렇게나 승낙해서는 안 된다. 헛된 승낙은 더더욱 안 된다. 신용과 의리를 지키는 사람은 자신의 형상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승낙하지 않는다. 타인에게 승낙하면 반드시 하여야하기 때문이다. 승낙은 책임이요 부담이다. 이제까지 타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호랑이를 타고 있어 내리기가 힘 드는 것과 같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지게 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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