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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미션 (1)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The Mission):1986’은 그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최우수 각본상을 받아 ‘걸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교황청에서 선정한 ‘최고의 종교영화 15선’에도 뽑혔다.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상은 받을 만하다 싶은데 ‘교황청상’은 뜻밖이다. 영화 내용이 남아메리카 기독교 선교 과정에서 있었던 참상을 그리고 있고, 그 와중에 교황이 보여준 모습도 긍정적으로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미션’엔 흥미로운 게 많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그리고 파라과이에 걸친 세계 최대 폭포 이구아수 폭포의 장관을 배경으로 한 전성기의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는 이구아수 폭포만큼이나 압권이다. 이제는 액션배우로 자리매김한 리암 니슨이 보여주는 ‘앳된’ 선교사의 모습은 조금 당황스럽다. 혹시라도 인디오들에게 아내와 딸이 납치당해서 인디오들을 때려잡기 위해 사제 복장으로 이구아수 폭포까지 쫓아온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구아수 폭포의 장관과 폭포음, 그리고 로버트 드 니로의 압도적인 연기 외에 이 영화가 제공하는 또 하나의 압권이 있다면 아마도 그 유명한 음악감독 엔니오 모리코네가 들려주는 영화음악(OST)일 듯하다.

 

그중에서도 ‘넬라 판타지아(Nella Fatasia)’는 ‘나의 환상 속에서’라는 뜻만큼 가히 환상적이다. 남미 밀림 속에 사는 과라니족에게 ‘주님의 자비와 사랑’을 전파하기 위해 떠난 신실信實한 가브리엘 신부는 숲속에서 오보에를 꺼내 ‘넬라 판타지아’를 연주한다. 이 곡의 원제목이 ‘가브리엘의 오보에’인 이유이다. 

 

오보에는 중세 유럽교회에서 연주를 금지한 악기다. 그 음색이 너무 매혹적이어서 교회의 신성함을 훼손한다는 게 이유였다. 과연 물안개 뒤덮인 이구아수 폭포와 장엄한 숲을 배경으로 울려퍼지는 오보에의 음색은 환상적이다. 신 ‘따위’는 있으나 없으나 그만이고,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 천국이다. 천국에 가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고 기도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중세교회에서 연주 금지 악기로 지정할 만하다. 

 

 

결코 서양인들에게 우호적일 수 없는 과라니족 전사들이 숲속에서 들려오는 ‘천상의 소리’에 이끌려 모여들어 가브리엘 신부를 둘러싼다. 설탕물 있는 곳에 모여드는 개미 떼 같다. 모두 자신들을 학살하고 노예로 포획해가는 서양인에 대한 적개심까지 잊어버린 듯 ‘정신줄’ 놓은 표정들이다. 

 

그 와중에 가장 전투적으로 보이는 과라니족 전사 하나가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는지 가브리엘 신부에게 달려들어 ‘마법의 피리’ 같은 오보에를 빼앗아 박살 내 버리고 동료 전사들을 향해 ‘정신 차리라’고 다그치지만 동료들의 적개심은 쉬 돌아오지 않는 기색이다. 

 

오히려 한 전사는 부서진 오보에를 가브리엘 신부에게 돌려주면서 다시 불어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한다. 결국 그들은 친구처럼 가브리엘 신부의 손을 잡고 마을로 데려간다. 가브리엘 신부 선교 성공의 시작이다.

 

오보에 연주를 통한 가브리엘 신부의 ‘선교 성공담’을 전해 들은 추기경은 교황에게 ‘우리에게 오케스트라가 있다면 남미 대륙을 모두 정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한다. 오보에 한 자루로 과라니 부족을 정복했으니 오케스트라 조직 하나면 능히 남미 대륙 전체를 복속할 수 있을 듯도 하다.

 

추기경의 보고가 통했는지 선교회는 과라니족 마을에 악기공장을 세우고, 그 속에서 과라니족은 서양악기를 만든다. 과라니족 합창단은 선교사들이 세운 교회에서 성스러운 ‘아베 마리아’를 벌거벗었지만 가장 경건한 모습으로 합창한다. 이 ‘성공 교회’를 방문한 추기경은 그 모습을 보고 기쁘기 짝이 없다. ‘짐승과 같은 야만인’들이 마침내 하나님의 자식들이 된 듯하고 ‘땅끝까지’ 복음이 전파된 듯하다.

 

 

그러나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고 교황청의 탐욕이 부딪치고 탐욕을 절충한 끝에 과라니족에게 마을을 떠나라는 교황의 명령이 떨어진다. 그 순간, 과라니족은 ‘하나님의 자식’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 난다.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 전하는 교황의 명령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저들의’ 하나님과의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과라니족 전사들은 대포를 앞세우고 최신식 총기로 무장한 포르투갈 정규군에 화살로 맞서면서 짐승처럼 죽어간다. 참으로 보기에 고통스러운 장면들이다. ‘실화’라서 더욱 고통스럽다. 그들의 편에 서서 싸우던 사제 멘도사(로버트 드 니로)도 포르투갈 군대의 집중사격을 받고 쓰러진다. 

 

멘도사가 무심한 하늘을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넬라 판타지아’ 선율이 다시 흐른다. 과라니족을 사냥해 팔아넘기던 서양 오랑캐 멘도사를 과라니족들이 용서하고 ‘우리’와 ‘친구’로 받아들여 주던 순간에도 ‘넬라 판타지아’ 선율이 흘렀었다. 

 

‘하나님에 대한 순명’을 다짐한 멘도사가 마지막 순간 꿈꾸는 세상은 ‘형제님’들이 꿈꾸는 ‘아베 마리아’의 세계가 아니라 모든 탐욕이 사라지고, 탐욕들이 만든 국경도 인종도 종교도 없이 모두 하나가 되고 친구가 되는 ‘환상’의 세계였던 모양이다. 우리 모두의 꿈이기도 하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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