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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미션 (4)

가브리엘 신부는 남미 과라니족 선교의 ‘미션’을 현장에서 담당하는 신심 깊은 인물이다. 하나님의 가르침과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언감생심 200여년간 스페인의 침략과 만행에 치를 떠는 과라니족들을 개종하겠다고 나설 수는 없을 터다.

 

 

과라니족은 가브리엘 신부의 전임자도 십자가에 묶고 머리에 가시면류관을 씌워 이구아수 폭포로 밀어 넣었다. 가브리엘 신부는 그야말로 목숨을 내어놓은 결사대 선교자다.

 

그는 과라니족의 숲속에 혼자 들어가 과라니족이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오보에를 연주한다. 순교를 작정한 듯한 모습이다. 오보에의 황홀한 선율 덕분이었는지 가브리엘 신부는 전임자처럼 이구아수 폭포로 끌려가는 대신 그들의 마을로 안내된다.

 

가브리엘 신부가 속한 ‘제수이트(Jesuit)’ 교단은 기독교 역사에서 참으로 많은 논란을 야기한 곳이다. 1517년 교황청에 반기를 든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의 횃불을 들고 이른바 ‘구교’와 ‘신교’의 피비린내 나는 종교전쟁을 시작한다.

 

로욜라와 사비에르는 1540년 전통적 가톨릭을 수호하기 위해 기도와 봉사, 고행을 강조하는 새로운 기풍을 주창하며 제수이트 교단을 결성한다. 루터나 로욜라, 사비에르나 똑같이 구교의 타락 문제를 제기했는데, 묘하게도 제수이트 교단은 교황청의 수호자 역을 자임하고 신교 탄압의 선봉에 선다. 그래서인지 제수이트 교단은 대단히 전투적이다. 

 

모든 제수이트 단원은 혹독한 수련기간을 거쳐야 했고, 교육과 훈련을 마친 제수이트 단원들은 다음과 같은 끔찍한 서약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는 이교도, 프로테스탄트, 자유주의자들을 목매달고, 불태우고, 쇠약하게 하며, 끓여죽이고, 채찍으로 치고, 가죽을 벗기고, 산 채로 매장해 죽일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의 종교적 대의(大義)를 달성하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의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제수이트 교단 단원들의 서약은 결의에 그치지 않고 액면 그대로 실행에 옮겨진 모양이다. 프랑스에서 제수이트 교단은 프랑스 인구의 7분의 1을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데 성공했다.

 

1572년엔 성 바틀로뮤 축제에 모인 개신교를 총공격하기 시작해 무려 2개월간 프랑스 전역에서 노인과 어린아이를 가리지 않고 개신교도 7만여 명을 집단학살하기도 했다. 

 

 

프랑스뿐만 아니다. 유럽 전역에서 제수이트 교단은 종교개혁 세력을 박멸한다는 ‘대의’에 따라 5000만여명이라는 믿기 어려운 인명을 앗아간 것으로 기록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종교적 대의는 남미로 넘어가 5000만명 이상의 원주민 학살의 근거가 됐다.

 

제수이트 교단은 그 이후 아시아 선교에도 선봉에 나서 인도와 일본, 중국에까지 들어온다. 조선시대 기독교가 ‘야소교(耶蘇敎)’로 알려진 것도 중국에 진출한 제수이트 교단 때문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추기경 알타미라노는 자신도 한때는 제수이트 교단 소속이었노라고 묘한 표정으로 커밍아웃한다. 제수이트 교단을 버린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커밍아웃하는 그의 표정으로 짐작건대 제수이트 교단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선적 믿음에 회의를 느낀 모양이다.

 

추구하는 대의가 무엇이든, 그리고 그 대의가 아무리 숭고한 것이라 해도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항상 문제적이다. 모두에게 재앙으로 돌아온다.

 

로욜라와 사비에르 신부의 믿음과 제수이트 교단의 대의 자체에 시비를 걸 필요는 없겠지만, 그들이 가리지 않고 택한 선교의 수단과 방법은 그들을 죄악에 빠지게 하고 모두를 재앙으로 몰고 간다. 가리지 않고 동원되는 수단과 방법은 대개는 정의롭지 못한 것들이다.

 

 

며칠 전 신문 기사를 보다가 어느 당의 유력한 대선주자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민생을 살리겠다는 웅장한 포부를 밝혔다는 사실을 접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왠지 가슴이 덜컹한다. 

 

제수이트 교단을 앞세운 구교 세력은 프랑스 개신교도 7만명을 학살해 프랑스 인구 7분의 1을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소식에 교황청은 축제에 빠졌다고 전해진다. 그럼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면 목표 달성에 성공한 걸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이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은 아마도 거의 없을 듯하다. 어느 세미나에서 영국 경제학 교수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채택할 수 있는 ‘완전고용 달성’과 ‘경제성장’의 비책(秘策)을 공개했던 것이 떠오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국에 새로운 최신식 교도소 수십곳을 건설하고, 전 국민의 30%를 온갖 이유로 수감하고, 국민의 10%를 교도관으로 채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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