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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한상범이 본 제주찰나(29)] 자연과 인간이 아름답게 평화롭게 공존하는 제주도

지난달 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전시 후 막을 내린 '찾아가는 미술관 첫 번째 칠성통' 기획전시에 출품된 작품이다. 오늘도 마지막 작품 철수와 남은 정리를 하고 들어왔다.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은 작품도록에 이렇게 기록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고향 제주에 다시 입도해 들어온 나의 빛나는 하루하루는 서울에서의 생기 잃고 팍팍한 생활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 감사함의 원천은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아름답고 충만한 제주의 하늘과 바다와 땅 그리고 사람들... 각자지만 모두가 연결된 하나의 모습으로, 주어진 모든 것들이 찬란히 빛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아름답게 평화롭게 공존하는 환상의 섬. 그 빛나는 제주도를 그린다"

 

확연히 그렇다. 그런데도 몇주간 나의 상태는 이 그림을 제작했을 때 충만했던 기분과는 많이 다르다. 혼이 나간 듯한 넋나간 내자신을 본다. 왜그럴까를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사실 내 삶은 많이 변했다. 부족한 내자신에 대한 참회와 감사도 하는 삶으로의 변화도 왔고, 그런 삶속에 좋은 일도 감사한 일도 많아지고... 가깝게 나를 지켜본 아내가 인정할 정도니까 참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그 충만함이 사라져 버린 느낌이 생겨 많이 당황하고 있는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최근 다사다난한 일 때문인지 '번아웃'현상처럼 밑도 끝도 없는 무기력이 몰려온다. 화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예전 술을 많이 마실 때 겪었던 우울증과 비슷한 상태 같다. 그런데 뭔가 더 깊은 본질적인 것이 빠진 듯한 느낌!!

 

분명 나이지만 감사하고 신나게 열심히 살아왔던 그런 나를 잃어버린 느낌!!

 

"이게 뭘까?"라고 생각하며 몇주간 지속되는 이 불쾌하고 불안한 느낌의 정체를 찾으려 지금도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자다가 깨면 '아 이렇게 모든 걸 두고 빈손으로 가는게 삶이구나'라는 생각이 한달넘게 계속되고 있다. 내일이면 괜찮으려나, 아니면 이 글을 쓰다보면 뭔가 정리가 되려나 싶고, 혹여 생기가 다시 돌아와서 무거움이 걷히고 모든 것에 감사함이 다시 충만해질까를 혹시나 하고 기대해보며 혼란스럽지만 용기 내 넋두리같은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조금 전까지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들과 함께 전시철수를 마치고 아는 술집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선배 한분이 내 안좋은 상태를 보고 먼지에 대한 얘기를 한다. 우리는 먼지일 뿐이라고...

 

그래서 캔자스의 더스트 인 더 윈드(DUST IN THE WIND)를 틀어본다.

 

여전히 정리는 되지 않지만 선배의 말에 공감은 많이 간다. 공감에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고민을 해본다. 초심을 잃은 것인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예전처럼 나도 모르게 무언가에 내가 만든 억지를 쓰고 있던 것은 아닌가, 부질없이 지나간 아무것도 아닌 무언가에 신경이 곤두서서 저항과 억지힘을 쓰고 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 싶어 캔자스의 바람속의 먼지를 검색해본다.

명곡인만큼 익숙한 노래가 흘러 나온다.

 

I close my eyes

눈을 감습니다

Only for a moment and the monent's gone

아주 잠시 동안, 그러면 그 순간은 지나가 버립니다

All my dreams

내 모든 꿈이

Pass before my eyes, a curiosity

바로 내 눈앞에서 사라집니다.

Dust in the wind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

All they are is dust in the wind

모두가 바람 속의 먼지랍니다

 

이 노래는 캔자스 초기 단원이자 기타 연주자였던 케리 리브그렌(Kerry Livgren)이 쓴 곡이다. 미국 원주민 인디언들의 시를 모아놓은 시집에 '우리는 그저 바람 속의 먼지입니다'란 구절과 구약성서에 '모든 것이 헛되도다'란 두 구절이 생각나면서 단숨에 가사를 써서 15분 만에 만든 노래라고 한다.

 

(2절)

Same old song

똑같은 노래입니다

Just a drop of water in an endless sea

끝없는 바다의 한 방울 물에 불과하죠

All we do

우리가 하는 모든 게

Crumbles to the ground, though we refuse to see

부서져셔 땅 위를 뒹굴죠, 우리는 보려 하지 않지만 우리가 하는 모든 게

Dust in the wind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우린 모두 바람 속의 먼지랍니다

(3절)

Now don't hang on

이제 매달리지 마세요

Nothin' lasts forever but the earth and sky

땅과 하늘 외에 영원한 건 없습니다

It slips away

그저 사라져 버립니다

And all your money won't another minute buy

당신이 가진 모든 돈으로도 단 1분도 더 사지 못합니다

Dust in the wind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우린 모두 바람 속의 먼지랍니다

Dust in the wind

바람 속에 흩날리는 먼지

Everything is dust in the wind

모든 것이 바람 속의 먼지랍니다

 

그렇다. 땅과 하늘 외엔 영원한 것은 없다. 매달리지말자. 휘둘리지말자. 정신차리자.

 

모든 게 부질없고 모든 게 헛되지만, 우리는 그걸 인정하려 하지 않는게 문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올라온다. 

 

술집에서도 선배가 말했다. 먼지 같은 자신을 인정하라고...

 

그러니까 일이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아무리 속상해 봤자 소용없으니까, 별거 아니니까 일찌감치 포기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란 의미가 떠오른다. 그런 먼지 같은 존재가 감당하지 못하는 생각으로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아! 역시 억지를 부리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짐을 느낀다. 조금 알았다고 착각하는 교만한 내자신이 무너지는, 감당 못하는 초라한 내자신이 비친다.

 

나 또한 부질없거나 별거 아닌, 이미 지나간 과오와 실수에 묶여 이 감사하고 소중한 순간을 잃어버리고 놓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더 빛나는 에너지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인다.

 

그리고 이 시행착오가 오히려 깊은 성찰의 또 한번의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약간의 홀가분함을 느낀다. 넋두리를 마칠 시점이다.

 

이 주어진 지면에 감사하며 주어진 모든 것에 또한 감사하다. 덧붙여 위 그림을 그렸던 마음이 다시 일어남에 감사하다.

 

산방산 아래 광명사라는 절에 있는 돌에 새겨진 글귀가 불현듯 떠오른다.

 

죽을 때는 재물도 자식도 명예도 권력도 갖고 갈 수 없고 마음의 업보만 따라간다.

 

부질없는 것들을 먼지처럼 여기는 지혜를 가져보자. 그리고 현재 주어진 모든 것을 더 사랑하며 감사하며 다시 한번 마음의 힘을 내보자!!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한상범은? = 제주제일고,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나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담묵회 창립회원, 아티스트그룹 '정글' 회원, 민족미술협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노원미술협회 회원, 디자인 출판 일러스트작가, 한강원 조형물연구소 디자이너, 서울 제주/홍익조형미술학원 원장, 빛 힐링명상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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