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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한상범이 본 제주찰나(31)] 역사를 통해야만 결국 현재의 나를 아는 것

2017년 9월 서울민족미술인협회 회원전이며 기획정기전인 ‘2017 조국의 산하전’ 전시 출품작이다. 세종문화예술회관 광 갤러리(광화문역사 내)에 전시했던 작품이다.

 

민미협은 역사가 오래된 단체이면서 미술쪽에서도 시대와 역사를 통해 민중미술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중요한 단체다. 당연히 대학때 관심은 있었지만 분명한 역사적 통찰이 없던 나로서는 적극적으로 참여를 못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난뒤 뒤늦게 민미협 회원가입을 하게 되었고, 이 전시를 통해 처음 회원으로 참여한 작품이다.

 

조국의 산하전이라는 제목처럼 이 그림은 한반도를 분할하여 3단구성으로 되어 있다. 상단에는 북한땅을 중간에는 남한바다를 하단에는 우산 쓴 아이를 그려놓아 조국의 미래가 암울함을 전체적으로 검붉은 톤을 배경으로 처리하였다.

 

중간에는 2014년 뒤집혀 침몰한 세월호를 실루엣으로 표현하였고 하단에는 방패같은 우산 쓴 아이를 그려넣어 세월호 침몰로 죽은 아이들의 영령을 위령하는 의미와 함께 당시 노란색 리본이 상징하듯 노란색으로 인물을 처리하였다.

 

불확실한 세계, 암울한 미래세계를 암시하는 장치로서 어린아이를 등장 시킨 것이다.

 

상단의 북한 땅엔 핵미사일 실험과 발사로 인해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이미지로 핵미사일과 핵폭발의 장면을 그려 넣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북한도 여전히 전쟁의 위협과 불안을 전지구적으로 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때의 그림과 지금의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겠다.

 

‘2017 조국의 산하전’은 당시 4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2017 조국의 산하전'을 개최하면서 나온 보도자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당시의 시대상황을 엿볼 수 있다.

 

투쟁과 눈물로 얼룩진 현장을 그림으로 함께 했던 민미협의 이번 전시회는 여태껏 전시회와는 좀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촛불집회에서도 서울민미협은 그림, 조형 등 여러 형태의 미술로 시민들과 함께 했습니다. 시민들과 힘을 합쳐 9년만에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게 되어 무척 기쁜 일이지만, 그동안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회원들이 많이 지친 면도 있습니다. 비단 저희만 힘들었겠습니까? 절대 다수의 국민들 모두가 힘들었죠. 그래서 이번 서울민미협 '조국의 산하전'에서는 작가들이나 관람객들 모두 어깨에서 힘을 빼고 편안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작가들이 꾸준히 작업해 온 작품들로 전시회를 엽니다."

 

민족미술인협회 서울지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성봉 작가가 이번 전시회에 대해 이렇게 소개를 한다.

 

"'조국의 산하전'은 벌써 20여 년째 민미협과 서울민미협이 주최해 온 행사로 매 시기마다 주요 이슈가 되는 사안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해 12월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다'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현실참여적 그림으로 비판과 풍자의 메시지를 꾸준히 던져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특별한 주제가 없다. 꼭 주제를 이야기하라면 회원들끼리, 그리고 길을 걷다 우연히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들여 놓은 시민들의 어깨를 서로 두드려주면서 "그동안 고생 많으셨지요? 이제 우리 힘 냅시다"라고 이야기를 건네는 전시회다."

 

처음에는 나도 이 취지에 맞춰 가볍게 작품을 해볼려고 했는데 결국 나한테는 ’조국의 산하‘라는 제목이 주는 무게감이 만만치 않았고 처음 민미협 회원이 된 나로서는 현실 풍자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다보니 이 땅에서 벌어지는 참담하고 비극적이고 슬픈 모습들이 벌어지는 조국의 산하가 그림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촛불집회도 있었다. 그 이면에는 광기어린 인간의 욕망과 탐욕, 그리고 선량한 국민들의 박탈감, 좌절감과 분노가 있었다.

 

나는 87년 학번이다. 당시는 6.29선언이 있던 해로 대학초년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그당시 거의 수업을 거부하고 시대의 좌절감을 데모로서 집단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했던 세대다.

 

학교 대자보에 끊임없이 도배되었던 광주학살의 처참했던 사진과 군부정권의 폭력앞에 무기력하던 시절의 세대다. 그림 그리는 몇몇 의식있는 선배들은 예술가의 시대 참여정신,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걸개그림과 민중미술로 불의에 항거하던 시절이기도 하다.

 

이미 그 전부터 시작된 문화나 역사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 중심에 민미협이 있었다. 나 또한 4.3학살에 관련하여 한라산을 배경으로 죽창을 들고 항거하는 민중의 모습을 티셔츠에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지만 의식적으로 적극적으로 활발히 활동을 하진 못하였다. 약간은 방관자의 태도로 지켜보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무겁고 미안한 마음이 늘 한켠에 있었다.

 

예술가는 역사를 알고 시대를 그려야 하는 숙명도 따라야 한다고 본다. 피카소가 게르니카벽화를 그린것처럼. 케테 콜비츠가 어렵고 힘든 민중들과 함께한 것처럼 그랬던 것일까.

 

이 전시가 이루어지기 몇해 전 문래동에 있던 민미협 사무실에서 민미협 총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예전 대학시절 민미협사무국장이었던 양모 선배와 같이 가게됐다. 간 김에 선후배들과 인사도하고 바로 회원가입을 하였던 것이었다.

 

출판계쪽에 민중미술하던 선배들이 있어서 출판관련 삽화일도 가끔 소개받고 할 때라 자연스럽게 관계가 되어 있었던 영향도 컸었다.

 

당시 선배들을 통해 전국적으로 민미협 회원이 700~800명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사회의 부조리에 맞설 수 있는 힘 있는 단체가 있고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함을 풍자할수 있는 역량있는 분들이 있어 그나마 이 사회가 조화와 견제, 균형을 유지하고 있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대학시절 민중미술로 사회참여적 발언과 용기있는 활동을 하던 사람 좋은 선배들이 기억도 나고, 대학시절 방황하다 좀 더 진보적인 활동을 못한 마음에 빚진 느낌이 있어 민미협회원이 된 것이다. 작가로서 의미가 있는 일이었고 이 작품으로나마 전시에 참여,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를 한 기분도 좋았다.

 

예술가의 작품에 필요한 요소로 보통 작품성, 시대성, 독창성을 중요시한다. 시대성은 작가가 살고 있는 현재를 담을 수밖에 없다. 이는 역사를 돌이켜 현재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각성하고 있음을 얘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사를 통해 결국 현재의 나를 아는 것이다. 모순과 격랑이 점철되는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하고 그속에서 나를 찾음으로서 좀 더 나은 세계, 새로운 미래지향적 사고 또한 궁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인생도 역사도 지나간 결과로서 자기 성적표가 매겨지는 것처럼 사회 국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 또한 정치에는 무관심한 편이지만 이젠 조금씩 관심을 가져야할 거 같다. 공부할 게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은 살아갈수록 자신이 모자라고 부족한 것을 아는 까닭이다. 그래서 가끔은 우울하지만 모자라면 채우고 부족하면 보완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미래의 후손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줘야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림속 우산쓴 아이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아닌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물려줘야 할 것이다.

 

제주도라는 특수한 환경과 역사에도 뒤늦게라도 조금씩 공부를 해나가야 하겠다. 내고향이고 내뿌리인 제주도의 역사를 모르고 잊고 살아왔다는게 뿌끄럽다. 뒤늦게라도 공부가 필요함을 느낀다. 모든게 일천하고 비루하다. 천성적인 나태와 게으름에 기인한 것이다.

 

지금 이슈인 우크라이나 전쟁사태 또한 남일이 아닌 우리 한반도의 현실일 수도 있다. 조그만 불장난이 걷잡을수 없는 화재로 번질 수도 있다.

 

전지구적 질병의 위험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환경파괴, 강대국간의 패권다툼, 경제전쟁, 물가불안, 빈익빈 부익부현상 등 인간이 당면한 문제들이 점점 쌓여가며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전지구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신 바짝차리고 살아야 하는 세상, 욕망 갈망의 축적과 탐욕에 따른 끊임없는 투쟁의 장 속에서

인간의 꿈꾸는 욕망의 좌절이나 박탈감은 분노를 일으킨다.

 

분노는 좌절된 욕구에서 나온다. 욕망을 좌절당한 아이는 격하게 날뛰게 되고 쉽게 증오에 이르는데 증오는 결국 모든 것에 파괴적 영향을 미친다. 그런 세상에 우리 후손들이 살아서는 안된다.

 

이럴 때일수록 좀 더 나은 삶의 변화를 만들고 무수히 많은 시련과 도전에 대처하려는 자발적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세상을 만드려는 용기와 도전이 필요한 때다. 암울한 시대일수록 사랑, 배려, 인정, 수용, 중립성, 비폭력, 기쁨, 평화라는 덕목과 의식이 더욱 더 빛이 나야 한다.

 

개인이든 사회든 나라든, 그렇게 밝고 높고 빛나는 의식과 에너지를 키워 삶이 질적으로 향상, 발전하는 올바른 미래의 여정이 되기를 모두에게 바라본다. 질병, 가난, 전쟁과 투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꿔본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한상범은? = 제주제일고,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나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담묵회 창립회원, 아티스트그룹 '정글' 회원, 민족미술협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노원미술협회 회원, 디자인 출판 일러스트작가, 한강원 조형물연구소 디자이너, 서울 제주/홍익조형미술학원 원장, 빛 힐링명상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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