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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한우섭이 본 제주찰나(40.끝] '천재도 재수가 좋아야 한다' ... 혼자 힘으로 안되는 세상일

 

소개할 작품은 화면상에 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상처의 흔적을 표현한 작품이었다. 장지를 여러번 겹친 바탕을 만들고 장지의 표면을 거친 붓으로 비비고 짓이기고 일그러뜨린 바탕에 퇴색된 갈색의 느낌으로 채색한 그림이었다.

 

한지 자체의 물성을 이용하여 평평한 표면 위에 한지 자체가 짓이겨지고 일그러진 입체적인 상처와 흔적을 표면적으로 드러낸 작품인데 내 의도가 우연히 잘 드러난 실험작품이라 애착이 간다.

 

친구가 여러 작품들 중 구입할 그림을 선정해달라 해서 이 애착이 가는 작품을 권유했더니 그 친구가 바로 그 자리에서 작품을 가져갔다. 감사의 기억으로 이 작품을 소개한다.

 

오늘부로 이 연재를 끝내는 날이라 이렇게라도 이 귀한 지면을 통해 다시금 그 친구의 호의에 감사를 전해보려 한다.

 

작가들이 보통 개인전이나 기타 전시에 참여하여 발표한 작품들이 팔리는 경우는 보통 친한 지인들이나 가족들이 구입해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팸플릿이나 전시를 보고 아트 딜러나 화랑에서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용케도 작품이 눈에 띄어 인생이 바뀌는 축복받은 작가들도 많다.

 

적은 예산으로 전시를 치르는 경우는 홍보도 미미할 수밖에 없기에 그만큼 운도 따라야 그림을 팔 수가 있는 기회도 생긴다. 예전 친구가 천재도 재수가 좋아야 한다는 말이 일견 일리가 있음을 깨닫는다. 세상일은 혼자 힘으로는 안되는 일이 거의 절대적이다. 인연생 인연멸 하는 까닭이다.

 

작가 스스로 자기가 그린 그림이 맘에 들고 감상자들도 좋아하는 그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리고 나면 늘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평생 맘에 드는 작품 하나를 그리는 것이 작가들이 갖는 꿈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작가 등용문이라는 통념이 있어 국전 중앙일보 동아일보 공모전이 그 역할을 했었다. 나는 이유가 있어 대학때부터 철저하게 공모전 출품을 안했다. 지금은 젊을 때 치기어린 어리석은 생각으로 후회가 되는 면도 없지 않지만 이미 때늦은 일이라 어쩔 수 없다.

 

그리고 과거에는 보통 개인전을 짧게는 5년이나 10년에 걸쳐 작업에 천착하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 성과를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하는게 다반사다. 오랜 화업을 이어나가고 학벌이나 지위를 갖춰야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가 있는 풍토였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1년에 한번씩 또는 그 이상 개인전을 치르는 작가도 많다. 학연.지연등에서 벗어나 자기색깔과 자기만의 밀도를 중시하며 많은 발표를 통해 인지도를 확장시키는 풍토가 만연하다. 그만큼 다양한 발표의 장과 환경이 형성되어 있고 젊은 작가들의 역량도 우수해서 그럴 것이다.

 

어느게 낫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 스스로의 선택이며 작가 스스로가 자신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많은 공모전과 많은 아트페어가 열려 작품을 공공연하게 팔 수 있는 환경과 공간이 많아지고 있다. 내가 2006년에 참여한 개인전 형식의 단체 부스전은 그 신호탄들이었던 것임을 지나보면서 알게 된다.

 

무수한 공모전의 난립, 전지구상으로 연결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 지자체들의 문화 콘텐츠 개발 및 문화활동의 저변확대와 활성화 등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미술시장의 활성화와 더불어 작가의 작품 판로 개척과 예술의욕 고취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국제적 미술시장의 유입도 그렇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독창성으로 무장한 젊은 작가들이 발굴되고 그 위상이 빛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도 참 다행한 일이다.

 

춥고 배고픈 예술가란 말이 옛날 이야기로 들릴 정도로 예술적 환경이 좋아지긴 하였지만 슬프게도 현실은 아직도 춥고 배고픈 예술가는 늘상 존재한다.

 

아쉬운 점은 미술의 대중화 속에 대중적 취향을 너무 의식하다보면 작가의 작품의 기원과 예술적 방법론 작품성보다는 표피적, 시각적 화려함에 경도되거나 치중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대중적 일반적 인식을 뛰어넘지 못하는 작품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 오류와 착각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하는 것도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옥석을 가려가는 선진문화로의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예술가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예술보다 삶이 먼저다’ 라는 말이 그 예다.

 

그러나 오랜시간과 고민을 들여 고통스럽게 창작하는 예술가들은 단순히 물질적 궁핍이나 결핍 때문에 자기의 잠재적 무한능력을 쉽게 돈과 바꾸고자 하지 않는다. 속물적 근성의 발로라는 경계에서 흔들리는 자신과 타협하기에는 무언가 아쉬울 수 있겠다.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시절이다. 돈은 분명 삶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중요한 가치들도 많다.

 

돈을 부정하는 것도 옳다고 할 수 없지만 돈을 신봉하는 것도 옳지 않다. 모든 건 조화와 균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정반합도 그렇고 중도 중용의 삶도 그렇다.

 

많은 작가들이 자기 그림을 들고 많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아트페어에 나가 자기작품이 팔린 걸 자랑삼아 온라인 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는 것을 보면서 시대의 변화를 절감한다. 그러나 전국을 떠돌아 다니는 보부상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실 내가 판단하고 얘기할 자격은 없지만 거대한 흐름의 변화에 편승해야 한다는 그 조급함들이 약간은 우려스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용기들이 도리어 부러움으로 다가오는 것도 현실적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다. 그 용기와 도전도 부럽고 시각적 완성도와 아이디어와 센스도 부러운 게 솔직한 나의 심경이다.

 

나를 채찍질하는 마음과 함께 선·후배 작가들에게 말한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없는 날개짓으로 높이 비상들 하라.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생존의 치열한 싸움터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작품에 올인하고 총알도 많이 만들어라. 그 전업정신으로 물질적 결핍에 연연하지말고 열정으로 미래에 밝고 빛나는 더 큰 그림을 그려 한발 한발 이기고 나아가라.

 

어떨 때는 자신감있게 승부사적 비즈니스적 기질을 발휘하라.

 

나에게는 그런 점이 부족하고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시대를 읽고 자신이 어느 시점에 와 있는지 냉철히 판단하고 배울 것은 배우고 공부하라. 배우되 지나치게 경도되거나 한쪽으로 쏠리지는 말아라.

 

고향에 돌아오자 귀한 만남의 인연으로 내 작품을 사 주는 이들이 꽤 된다. 참 감사하다. 그 빚진 마음이 있어 좀 더 나은 그림으로 보답하고 싶고 작품 발표도 좀 더 정리된 구상으로 보여주고 싶은데 이 또한 구태의연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변화를 두려워 말고 습식과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나를 잘 아는 지인의 말처럼 '머리로 그리기 어려우면 손으로 그려라'라는 충고의 말이 더 와닿는 시절이다.

 

한발 내딛기 힘든 마음의 경계 안에서 바깥의 유혹보다 내면의 내실을 다지고 현실과 시대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에 걸맞는 나만의 그 무엇을 되돌아보며 찾아가고 중심을 바로잡아가고 잃지 않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하겠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명료하고 구체적이다. 보이지 않는 것은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과 생각에 따라 현실은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 고뇌와 번민이 오히려 자신의 나약하고 부족한 성정을 타파하고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된다. 본질의 자신을 믿고 당당하고 자신있게 용기있게 열정을 갖고 도전하길 바랄 뿐이다.

 

한해가 또 무심히 지나간다. 누구에게는 멋진 한해였을 것이고 누군가에는 아쉽고 힘들고 아픈 한해였을 것이다. 겨울은 삼한 사온이 반복된다. 추워도 계속 춥지는 않은 법이다. 하루하루 순응하고 참고 버티다 보면 따뜻한 봄이 도래할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자신과 무관한 부정적 에너지에 휘둘리지 말고 힘을 내길 바란다. 고통이 도약의 발판이 되길 바란다.

 

얼마전 카톨릭 신자이신 나의 둘째 형님과 대화중에 주신 영적 말씀을 고이 간직하며 이글을 마무리한다.

 

‘하느님 과거는 하느님의 자비에 맡깁니다.

현재는 하느님의 사랑에 맡깁니다.

미래는 하느님의 섭리에 맡깁니다.’- 성 아우구스티노[고백록]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빛이 되기를 바라며 모든 이들이 자신이 빛임을 알기를 바란다.

 

모든 것에 감사하다.

 

그동안 오만과 교만, 무지한 자신을 돌아보게 해준 이 영광스러운 연재코너에 감사하며 응원과 격려를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더 나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바란다. 새롭고 설레는 변화와 비상을 꿈꾸며... <끝>

 

** 그동안 한우섭의 '제주찰나'를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이누리>는 새해에도 더 좋은 콘텐츠, 더 나은 연재물로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편집자 주>

 

☞한우섭은? = 제주제일고,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나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담묵회 창립회원, 아티스트그룹 '정글' 회원, 민족미술협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노원미술협회 회원, 디자인 출판 일러스트작가, 한강원 조형물연구소 디자이너, 서울 제주/홍익조형미술학원 원장, 빛 힐링명상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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