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5 (월)

  • 흐림동두천 -7.7℃
  • 구름많음강릉 -0.4℃
  • 흐림서울 -5.5℃
  • 흐림대전 -4.0℃
  • 흐림대구 -0.5℃
  • 흐림울산 0.4℃
  • 흐림광주 -0.2℃
  • 흐림부산 2.3℃
  • 흐림고창 -1.7℃
  • 흐림제주 5.7℃
  • 구름많음강화 -6.3℃
  • 흐림보은 -3.9℃
  • 흐림금산 -3.7℃
  • 흐림강진군 0.4℃
  • 흐림경주시 -0.6℃
  • 흐림거제 3.9℃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화가 한상범이 본 제주찰나(14)] 어머니 살아생전 하던 말 "살암시믄 살아진다"

 

지난 9월과 10월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삼다도(三多島)는 그림도(圖)'라는 주제로 열린 섬아트문화연구소 주관 샛보름미술시장에 출품한 작품이다. 소품 4점 중 메인이 되는 그림이다.

 

사실 과거 고향인 제주에서의 내 삶은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다. 미대를 가기위해 제주를 떠나 청년기로부터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오기 전까지 나는 제주가 고향이면서도 지금까지 고향 제주의 자연풍광을 그린 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가슴 한켠에 그런 아쉬움과 회한이 늘 있었다. 이제야 과거의 기억속과는 많이 다르게 변한 고향에 돌아와 제주 천혜의 자연을 소재로 작품을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벼르고 있는 중이다.

 

그런 고향의 풍경인 제주의 땅과 하늘, 바다 ,자연을 표현하고 싶어 항상 어디 나갈 때마다 핸드폰카메라로 심심찮게 눌러대곤 한다. 소개된 이 그림의 풍경과 소재는 어느 흐리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제주공항으로 가는 길에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종려나무들로 기억된다.

 

바람 돌 여자가 많다 해서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

 

거친 바람을 맞는 거리의 이국적인 야자과의 종려나무의 모습은 제주에 살다보면 늘 만나는 익숙한 풍경이다.

 

현재는 제주가 관광지로 많이 개발돼 어두운 밤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예전 어린 시절의 나의 제주 풍경은 맑고 밝고 좋은 날씨보다는 을씨년스럽고 가로등 없는 어두운 밤, 그리고 검은 하늘에는 박쥐와 까마귀들이 떼지어 날아다니고 사람을 삼키는 검푸른 바다와 검은 갯바위 등 온통 어둡고 검고 척박한 땅으로만 기억에 남아있다.

 

어디서건 척박한 땅에서의 삶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고 인고의 삶이 된다.

 

마디마디 바람을 이겨내기 위한 제주의 퐁낭같은 모습의 나무들도 그렇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주름 깊은 고난한 해녀 삶도 그랬다.

 

관광객들이 보는 힐링 차원의 여유로운 시선과 다르게 제주인들의 삶은 어쩔수 없는 치열한 생존의 터전이자 삶과 죽음의 경계가 늘 벌어지는 땅과 하늘, 바다와 함께 맞닿아 있었던 것이다.

 

예전 제주의 그런 환경과 풍경은 나의 기억 속에서 한국화의 먹빛 먹색과도 닮아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언젠가 그런 풍경을 그리고 싶었는데 세차게 바람부는 날 바람에 흔들리는 종려나무의 모습을 보고 감흥이 일어 결국 붓을 든 것이다.

 

언뜻 보면 바람에 날리는 종려나무의 잎사귀는 인간의 머리칼이 어지러이 흩날리는 모습을 연상케한다. 동시에 자연의 바람에 순응하고 지독한 바람을 견뎌내는 자연의 생명력도 내포하고 있다고 보면 좋겠다.

 

그런 인고의 형태가 제주 퐁낭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예전 제주도 해병은 '독새끼'라는 말이 있었듯이 제주에 뿌리내린 사람들 인성 또한 그와 다르지 않을 터이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자연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고향으로 돌아와 나에게 주어진 제2의 삶도 자연에 순응하고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참고 견디며 이겨내는 삶이 되기를 바래본다.

 

불교에서 사바세계란 참고 견디며 사는 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늘 부딪히는 고통과 불행마저 참고 견디다 보면 어느 순간 삶의 지혜가 생기고 순리와 섭리에 순응하는 현명한 지혜의 삶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림에서 종려나무의 먹빛과 먹색의 단순한 실루엣은 외부의 중·담묵 그리고 붓질속에서 나오는 우연한 비백의 배경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사물과 배경이 둘이면서 하나인 빛과 어둠을 동시에 보여준다.

 

한국화는 자연적이고 우연적 즉흥적 사의적 특징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그 특징을 십분 살려 단순하고 간략하게 표현하고자 해본 그림이다.

 

어머니가 살아생전 하던 말이 생각난다. 

 

“살암시믄 살아진다.”

 

오늘도 감사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한상범은? = 제주제일고, 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나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담묵회 창립회원, 아티스트그룹 '정글' 회원, 민족미술협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노원미술협회 회원, 디자인 출판 일러스트작가, 한강원 조형물연구소 디자이너, 서울 제주/홍익조형미술학원 원장, 애월고 한국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배너

관련기사

더보기
31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