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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1917 (1)

우리에게 거장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아카데미 감독상·작품상을 다툰 작품으로 더 알려져 있는 듯하다. 이 영화는 멘데스 감독의 할아버지가 어린 멘데스에게 들려준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병사 2명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들려준 ‘옛날이야기’답게 무척이나 단순한 서사구조를 띠고 있다.

 

 

프랑스에서 독일군과 대치 중이던 영국군은 독일군이 퇴각한 것으로 판단하고 총공세를 준비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은 영국군을 유인하기 위한 독일군의 계략이었다. 뒤늦게 총공격 중지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부대 사이 통신수단이 모두 끊긴 상태다. 부득이 공격중지 명령을 ‘인편’으로 전달할 2명의 병사를 차출해 전방부대로 급파한다. 그런 상황에 그런 임무라면 차라리 비둘기가 제격일 듯한데, 굳이 병사들을 보낸 이유는 잘 모르겠다.

 

5년간 유럽은 물론 전세계를 난장판으로 몰고 갔던 1차 세계대전(1914~1918년)은 ‘참상’이란 측면에서 가장 끔찍했던 전쟁으로 기록된다. 가히 ‘인류 최대·최악의 전쟁’이다. 2차 세계대전은 1차 세계대전의 후속편 격이다. 영화로 치자면 어떤 2편도 1편을 뛰어넘지 못한다. 1차 세계대전은 전쟁에 동원된 병사 수가 7000만명, 그중 1000만명이 전사했으며, 민간인 사망자 수는 1300만명에 달했다.

 

물론 2차 세계대전의 사상자 수는 1차 세계대전을 뛰어넘어 병사와 민간인을 합쳐 6000만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지만, 1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총인구가 16억명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그 끔찍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20여년 만에 다시 ‘2차 세계대전’이라는 후속편을 제작한 인간들의 ‘치매’가 놀랍기만 하다.

 

영화 ‘1917’은 이 끔찍했던 전쟁의 ‘삽화’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그 분위기만은 생생하게 전달한다. 5년에 걸친 대참사가 막바지로 향해가던 북부 프랑스에서 독일군과 영국·프랑스군이 각각 한없이 이어진 참호 속에서 웅크리고 대치한다. 서로 상대 참호를 향해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하듯 무의미한 포격이나 해대면서 지겹도록 대치할 뿐, 함부로 상대방 참호를 향해 돌격하지도 못한다.

 

 

포격 탓인지 참호와 참호 사이는 나무 한 그루 없는 허허벌판이다. 참호를 나서는 순간 곧바로 상대의 집중사격 표지판이 된다. 또한 포격으로 생긴 깊은 웅덩이 탓에 병사들은 질주할 수도 없다. 이 끔찍한 ‘참호전(Trench Warfare)’은 1차 세계대전의 획기적인 ‘발명품’이었으며, 참호와 참호 사이의 공간을 ‘no-man’s land(인간을 허락하지 않는 땅)’라 불렀다. 사람 키를 넘을 만큼 깊게 파놓은 참호 속이 쾌적할 리 없다. 땅에서 물이 솟아오르기도 하고, 비라도 오면 배수가 신통할 리 없는 참호 속은 물구덩이가 된다.

 

주윤발이 성냥개비 질겅질겅 씹으며 휘날리고 다닌 기다란 코트인 ‘트렌치 코트(trench coat)’는 그 당시 습한 물구덩이 참호(trench) 속 환경을 견디기 위해 병사들이 걸쳤던 치렁치렁한 비닐 우의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끔찍한 참호전을 치르는 병사들의 눈물겨운 생존장비가 요즘 멋쟁이들의 아이템이 된 셈이다.

 

병사들은 그곳에서 길면 한달이 넘도록 기약없는 ‘서식’을 해야 한다. 죽은 병사들의 ‘처리’도 난감한 곳이다. 참호 속의 위생상태가 어떨지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참호 속에 병사들과 거의 ‘동거’하는 쥐들은 전선에 널린 병사들의 시체를 파먹고 영양상태가 양호하며 튼실하고 병사들보다도 활동력이 뛰어나다. ‘참호전’의 환경에서 집단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적에 가깝겠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이 끔찍했던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참호전’ 속에서 발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위 ‘스페인 독감’이다. 이로 인해 최소 2500만명에서 최대 1억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쟁의 사망자 2000만여명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수다. 불결한 참호전 속에서 감염된 각국의 병사들이 1918년 종전과 함께 본국으로 속속 귀환하면서 전 세계 방방곡곡으로 부지런히 바이러스를 나른다. 당시 일본 식민지 조선도 ‘무오년 독감’으로 불린 ‘스페인 독감’으로 10만여명이 사망하는 봉변을 당한다. 아마도 당시 지중해에 함대를 파견했던 일본군이 본국과 조선으로 돌아오면서 퍼뜨린 모양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세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팬데믹의 발병 근원을 확정한다는 것은 대형화재 사건의 정확한 발화지점을 확정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겠다. 14세기 유럽인구 30%가 사망한 페스트의 발병 근원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당시 유럽을 공략하던 몽골 군대의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페스트균이 대량 배양됐다고 추정되긴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모두 ‘인재’란 점이다.

 

‘자연상태’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질병이 인간이 만든 ‘부자연스러운’ 환경 속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쥐를 잡아먹었든 천산갑을 회 쳐 먹었든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생지로 ‘추정’되는 중국 우한 수산물시장에서 인간들이 만든 ‘부자연스러운’ 환경이 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 속처럼 비위생적이고 끔찍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들이 삶의 방식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든 혹은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이나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든 재앙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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