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주지역 소비자물가의 누적상승률이 12.9%로 나타났다.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30일 팬데믹 이후 제주지역 물가 흐름의 특징을 분석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기 시작한 2021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39개월 간 다른 지역과 대비되는 제주지역 물가 흐름의 특징을 비교·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근 제주지역 소비자물가의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2% 중반대로 낮아졌지만 조사기간동안 누적상승률은 12.9%에 달했다. 2005년 2월 13.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팬데믹 기간 중 소비자물가 누적상승률은 올해 2월 최대 13.7%까지 치솟았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 39개월간 9.8%에 달했다. 근원물가에서 집세(전·월세)를 제외하면 누적 상승률이 11.7%로 더 오른다. 비근원물가 중 식료품은 31.0%, 에너지 가격은 19.8%로 상승 폭이 더 크다. 집세를 제외한 서비스물가의 누적 상승률도 11.7%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비근원물가 누적상승률은 지난 39개월간 23.0%였다. 비근원물가 중 에너지 가격은 2021년 1월과 대비해 2022년 6월 누적상승률이 46.5%까지 치솟았다가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올해 3월 30.1%로 낮아졌다. 식료품 가격의 경우 2021년 이후 상승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2021년 1월과 대비해 올해 3월 19.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 집세 제외 서비스물가 상승률의 흐름을 보면 인플레이션 상승기(2021년1월~2022년 7월)에는 전국 최고, 인플레이션 둔화기(2022년 8월 이후)에는 전국 최저 수준을 보여 등락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컸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생활물가에서는 누적상승률이 20%를 상회하는 고인플레이션 품목의 비중이 유독 높았다. 생활물가 상승률이 큰 품목은 대부분 식료품이었다. 일반 가계와 관광객들이 체감하는 외식비용도 올랐다. 상승률이 크지 않았지만 가격은 전국 평균을 넘어섰다. 이는 팬데믹 이전부터 제주지역의 외식비가 높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백반이나 칼국수, 김밥과 비빔밥, 삼겹살과 자장면 등은 주요 비교 품목 가격이 전국 평균을 뛰어넘었다. 특히 백반과 국수류가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생선회의 경우 누적상승률이 32.6%로 전국 평균 22.1%를 크게 웃돌았다. 더욱이 생선회는 관광객의 선호도가 높아 음식에 대한 체감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송상윤 한국은행 제주본부 경제조사팀장은 "생활물가 중 고인플레이션 품목의 경우 상당 부분이 식료품인 데다, 식료품 중 다른 지역에 비해 누적상승률이 높은 품목이 적지 않다"며 "식료품 지출 비중이 높은 고연령층, 저소득층의 체감물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관광객의 체감물가를 높이는 요인에 대해서는 "농·축·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관광경기에 대한 가격 민감도 완화, 관광객 선호도가 높은 외식서비스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및 홍보 등을 통해 제주지역 고물가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제주도는 제주해녀어업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되는데 기여한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을 명예도민으로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오후 집무실에서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에게 명예도민패와 명예도민증을 전달했다. 최 원장은 제주해녀 어업시스템이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식량농업기구(FAO) 전문위원 현장 자문과 공식 서한 발송 등 세계중요농어업유산 등재를 지원했다. 아울러 도내 해녀들의 애로사항 청취를 위한 간담회 개최 등에도 노력했다. 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응해 수산물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뒷받침하고, 수산물 소비감소 해소를 위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연계해 매월 수산물 할인행사를 여는 등 상생할인 지원을 통해 수산물 소비활성화와 전통시장 매출 증대에 기여했다. 최 원장은 제주연안 수산자원 조성기반 강화와 친환경 양식어업 육성에도 앞장섰다. 제주도는 지난 1971년부터 도정 발전에 공로가 현저하거나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내·외국인을 명예도민으로 선정하고 있다. 올해 지난달 기준 제주 명예도민은 모두 2360명이다. 지역별로 도외 내국인 2214명, 해외동포 24명, 외국인 122명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김광수 제주교육감이 정복을 입은 자치경찰을 학교에 확대 배치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제주에서 학교 내 불법 촬영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이유 때문이다. 김 교육감은 2일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제복 경찰관의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해서 내년에도 가능하다면 자치경찰을 배치하는 학교를 몇 곳 확대하고, 미래에는 학교마다 등하교 안전이나 외부인 출입 등까지도 포함해 안전을 강화하는 시스템으로 가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불법 촬영 사건이 발생한 모 고등학교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정복을 입은 자치경찰이 배치돼 성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과 학교폭력예방교육, 등·하교 시 교통안전 지도 등을 하고 있다. 김 교육감은 다만 "자치경찰은 제주도 소관이라 배치를 확대하려면 도지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학교 안전 시범사업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한다. 추후 교육행정협의회 등을 통해 자치경찰 배치 확대를 논의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교육감은 교내에서 불법 촬영 등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학교 안에서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를 만들고, 제2의 피해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트라우마 치유나 예방 대책 등에 대해서는 교육청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청 성폭력 전담 기구 설치 요구에는 "이미 부교육감을 단장으로 하는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을 구성해 사안을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9∼10월 자신이 다니던 고교와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의 화장실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A군이 구속기소 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또한 지난달에는 제주시 모 중학교 교직원 화장실에 숨어서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교사들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학생 B군이 적발됐다. B군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에 해당해 제주지법 소년부에 송치됐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제주의 과거와 오늘을 조명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 곳곳의 발자취입니다. 21세기인 지금과 1970.80년대의 풍경이 대조됩니다. 그동안 제주는 어떻게 변했고,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제주도청의 기록자료를 매주 1~2회에 걸쳐 여러분들에게 선보입니다./ 편집자 주
오영훈 제주지사가 자신의 선거 공약이었던 '환경보전분담금' 제도에 대해 재차 유보 입장을 보였다. 대신 주요 공영 관광지에 입장료를 도입하거나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오 지사는 2일 제주도청 2층 소통회의실에서 열린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올해까지 관광객 추이를 지켜보며 환경보전분담금을 시행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환경보전분담금 제도 도입이 미칠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환경보전분담금은 제주의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전,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제주도 조례로 정하는 숙박시설 및 차량(렌터카 등)을 이용하는 관광객 등에게 이용 일수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부과하는 분담금이다. 제주도는 지난 3월 환경보전분담금의 도입 근거 마련과 실행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가칭 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의 결과를 공개하고, 제도 실행을 위한 근거 및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관광업계가 환경보전분담금의 도입으로 인해 제주에 들어오는 관광객의 수가 줄어들면 관광산업에 타격을 입게 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를 두고 '입도세'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오 지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환경보전분담금에 대해서는 관광객의 수요 예측과 총량 관리가 필요하다. 관광객 추이를 지켜보고, 정확한 데이터로 전문가들과 의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적으로 주요 관광지별로 입장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산일출봉, 검은오름과 같은 관광지에서 입장료를 받는 것과 같은 방식이 좀 더 확대될 수 있다"며 공영 관광지의 입장료를 도입·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 지사는 지난달 16일 열린 제426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도 "(제도 도입으로 인해) 단순한 관광객 증감만이 아니라 제주도민의 생존권까지 걱정해야 하는 수준으로 갈 수 있다"며 제도 도입에 대해 유보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제주 해상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베트남 국적의 한 선원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3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2분쯤 서귀포항에서 남쪽으로 약 59㎞ 떨어진 해상에서 어선 A호에 타고 있던 20대 베트남 선원 B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동료 선원의 심폐소생술로 미약하게 의식을 회복하던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 헬기를 타고 오전 8시 50분쯤 도내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한편 제주해경청은 올해 헬기로 6명의 응급환자를 이송했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전공의 파업과 경영난 등 악재가 겹친 제주대병원이 결국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제주대병원은 전공의 파업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막대한 의료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30일 밝혔다. 제주대병원의 경우 2010년도부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 매년 의료수익이 전년 대비 최소 6%에서 28%이상 증가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환자 수가 준 데다 최근 전공의 이탈까지 겹치며 올해 재정적자만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임금 체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300억원 규모의 긴급 대출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제주대병원은 장기적인 생존전략 수립·시행을 위한 비상경영TF팀을 발족하고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이는 병원 설립 이후 첫 비상 경영 선포다. 비상경영TF팀은 병원장이 총괄팀장을 맡고, 진료부원장이 수익증대와 의료서비스 강화를 위한 시스템 개선을 책임진다. 공공부원장은 환자의 안전과 의료 질 관리체계 고도화·필수 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한 대응과 제도개선의 역할을 맡는다. 기획조정실장이 비용 절감과 성과관리체계 구축을, 사무국장이 조정 및 실행 등의 분야별로 세부 분과별 TF팀을 진행하게 된다. 제주대병원은 이를 통해 비용절감은 물론 단기적으로는 수익유지, 장기적으로 의료수익 증대 등을 추진한다. 동시에 공공성과 연구활동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예산을 재검토하여 시행 여부와 규모, 지출시기 조정하는 등 긴축재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대병원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외래진료량을 현재 상황으로 유지하고 병상가동률 60%를 목표"라며 "전공의 사태 종료 후 경영 안정화와 반등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해서 그동안 지속되어 온 불합리한 시스템 및 환경을 꾸준히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 전반에 대한 재검토는 당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제주지역 거점병원 및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의 제주대학교병원에 주어진 막중한 소임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대병원은 이와 함께 외부 경영진단용역을 통하여 내·외부 경영환경 및 내부역량을 분석하고 새로운 가치체계 및 중장기 발전전략도 함께 수립할 방침이다. 최국명 병원장은 "제주대학교병원이 도내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도내 유일의 국립대학병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자구노력에 총력을 기울여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과 제주도민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병원이 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주지역 거점 의료기관인 제주대병원이 처음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만큼, 상대적으로 취약한 제주지역 의료에 미치는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제주대병원은 지난해 이미 3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전공의 이탈 사태에 따른 일손 부족과 경영난으로 병상과 수술실을 축소 운영하고, 간호사뿐 아니라 원무과·총무과 등 통상근무자를 대상으로도 무급휴가 신청을 받아왔다. 내과 중환자실 병상수를 20개에서 12개로, 수술실을 12개에서 8개로 축소 운영하고 있다. 간호·간병서비스통합병동은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하기도 했다. 제주대병원 병상 가동률은 현재 54.6%로 지난해 말 70% 대비 15.54%p 떨어졌다. 외래환자 수도 하루 평균 2300여명으로 의료사태 전 1일 평균 2800여명보다 줄었고 수술 건수도 하루 평균 30여 건으로 기존(60~70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오영훈 제주지사가 제주형 행정체제개편과 관련한 행안부의 부정적 반응에 대해 "국무총리실 산하 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영훈 지사는 2일 제주도청 2층 소통회의실에서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를 갖고,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을 바라보는 정부와 도의 온도 차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오 지사는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을 바라보는 행안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은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행안부가 여러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행안부는 17개 시도에 대한 관리 차원에서 일반법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제주도가 개최한 '제주특별자치도 성과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여중협 행안부 자치분권국장은 "새로운 행정체제로 바뀌어야 하는 논리와 근거가 더 보강돼야 할 것 같다"며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오 지사는 "특별자치도 관련해서는 총리실 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볼 필요가 있다"며 "(지원위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중앙부처에서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가 다른 시도와 달리 특별자치도로 출범했기 때문에 강점이 있다"며 "앞으로 제22대 국회가 구성되면 주요 논의를 거쳐 제주도민의 의견이 반영된 구조로 진행할 수 있도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정체제개편을 위한 구체적인 주민투표 날짜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 추워지기 전에는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제주를 대표하는 미식 축제 '2024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Jeju Food & Wine Festival/JFWF)'이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열흘간 제주도내 곳곳에서 열린다. 올해 9회째인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은 제주를 동아시아 미식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기획된 글로벌 미식축제로 도내 조리학과 대학생들과의 협업을 통해 미래 셰프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기획된 문화행사다. 올해는 제주의 식재료를 바탕으로 미쉐린 셰프인 강민철, 권우중, 김도윤, 이충후, 조희숙 등 국내외 정상급 셰프 18명이 참여한다. '제주고메스푼 200'은 방문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특별 메뉴도 선보인다. 맛집 리스트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롭게 시도하는 제주맛집모바일 상품권은 10% 할인가격에 음식구매가 가능하다. 블록체인 인프라기업 이큐비알홀딩스(EQBR)의 NFT와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신뢰성을 높였다. 17일에는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참석하는 코스 와인 디너가 열린다. 유명 셰프 7인이 한자리에 모여 제주의 다양한 맛을 선보이는 '가든디너', 가든디너 초청 셰프들이 요리비법을 직접 전수하며 질의응답과 시식도 가능한 '마스터 셰프 클래스', 제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빵과 디저트류, 커피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디저트 페어' 등도 곁들여진다. 이번 행사는 사단법인 코리아푸드앤와인페스티벌과 한라대가 공동주관하며 제주도와 대한항공, 동원F&B, 현대백화점그룹, 기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The Vin CSR 등이 후원한다. 제주의 맛을 알리는 명예홍보대사로 방송인 윤종신, 강호동, 이서진, 마크테토 등도 제주를 찾는다. 정문선 사단법인 코리아푸드앤와인페스티벌 이시장은 "지금의 관광 트렌드는 미식관광이다. 미식축제는 문화발전을 넘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는 촉매제 역할도 한다. 그러한 사명감으로 9년째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티켓은 JFWF 홈페이지를 비롯해 네이버, 인터파크, 야놀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상세내용은 홈페이지(https://jfwf.kr/)나 인스타그램(@jejufoodandwinefestival)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지역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1명이 연기를 마시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일 오전 7시 59분께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한 6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21분만인 오전 8시 20분께 꺼졌다. 이 화재로 불이 난 집 안에 있던 거주자 60대 A씨가 연기를 마시고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른 주민들은 대피해 다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당초 A씨가 옆집에 있다 나오던 중 연기를 마셨다고 밝혔지만, 추가 조사 결과 집 안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담배를 피우려고 라이터를 켜는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이불에 불이 붙었다"고 소방당국에 진술했다. 소방당국은 발화장소에서 전기적 특이점이 발생하지 않은 점과 거주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5월 초순 연휴 제주가 관광객들로 북새통이 될 전망이다. 어린이날을 낀 황금연휴 기간동안 17만2000여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제주로 몰려온다. 29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다음 달 3∼6일 나흘간의 연휴 기간 국내외 관광객 17만2000여명이 제주를 찾는다. 국내선 항공기와 선박을 통해 들어오는 내국인 관광객은 14만8300여명, 국제선 항공기와 선박을 통해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2만3700여명 등이다. 날짜별로 보면 5월 3일 4만8000명, 4일 4만8000명, 5일 3만6000명, 6일 4만명 등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8671명의 관광객이 찾은 것과 비교했을 때 44.9% 증가한 수치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지난해 5월 4∼5일 궂은 날씨로 인해 항공기 149편, 선박 6편이 결항해 입도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올해 기상악화 등 변수가 없는 한 정상적으로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음달 1일부터 5일 간 중국 노동절을 맞아 유커(游客)들이 제주를 찾는다. 노동절 연휴를 하루 앞둔 30일 제주항에 입항하는 7만7000t급 크루즈 드림호(2222명)를 시작으로 1일에는 국제 대형 크루즈인 코스타세레나호(5260명)와 아도라 매직 시티호(5246명)가 제주를 찾는다. 3일 MSC 벨리시마호(5654명)를 비롯해 4일 드림호, 6일에는 아도라 매직 시티호, 블루 드림 멜로디호(1582명) 등이 기항하는 등 5월 초 국제 크루즈선이 연이어 제주를 찾을 예정이다. 또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항공기 국제노선도 확대됨에 따라 관광협회는 노동절 연휴 기간 중국인 관광객 2만2665여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27일부터 쇼와(昭和)의 날, 헌법기념일, 녹색의 날, 어린이날 등 공휴일과 주말이 함께 몰려 있는 골든위크(~5월 6일)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료카쿠(旅客)들의 제주 방문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일본인 관광객의 경우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하늘길이 정상화하지 않으면서 골든위크 연휴 기간 590여명이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여행사 에이치아이에스(HIS)의 집계에 따르면 크루즈 운항 등으로 일본인 관광객의 제주행 예약이 전년보다 25배 증가해 제주는 해외여행 목적지 중 전년 대비 성장률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늘길이 정상화되면 '원저' 현상과 맞물려 제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렇듯 한·중·일 세 국가의 황금 연휴가 겹치면서 도내 관광업계는 예약률 급증을 반기고 있다. 4월 말과 5월 초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 객실은 1만1890실이 이미 판매되거나 예약이 끝났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5월 1일부터 5일까지 슈퍼위크 기간에는 하루 최대 1500실이 넘는 예약을 기록하는 등 하루 평균 1452객실 예약이 이뤄져 연휴 기준 최다 예약 판매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중학생 제자를 심리적으로 길들여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운 학원 강사가 실형에 처해졌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홍은표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추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 등도 명했다. A씨는 도내 모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던 지난해 7월부터 10월 사이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 B양을 수십차례 간음·추행하고, 휴대전화로 B양을 촬영해 성 착취물까지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재판에서 B양과 좋아하는 감정을 갖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던 피해자를 가족·친구·학교로부터 고립시키는 한편 호감을 사면서 회유하고 압박했고, 결국 성관계를 거부할 수 없도록 길들였다"며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학원 강사로서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함에도 피해자를 단순히 심리적으로 길들이는 것뿐 아니라 성적 접촉을 거부하자 다그치는 등 위력을 사용해 가학적 성적 욕구를 충족했다"며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제주항공이 팝업스토어와 회원 전용 휴식공간으로 구성된 '라운지 제이'(LOUNGE J)의 문을 연다. 제주항공은 오는 3일 제주국제공항 인근인 제주시 도두동 해안도로에 산리오 팝업스토어와 회원 전용 라운지로 구성된 'LOUNGE J'를 오픈한다고 2일 밝혔다. 제주항공이 글로벌 캐릭터 기업 산리오코리아와 협업해 제작한 '제주항공X산리오캐릭터즈' 기획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1층 팝업스토어는 항공사 첫 오프라인 기획상품 판매 공간이다. 헬로키티·마이멜로디·쿠로미·시나모롤·폼폼푸린 등 '제주항공X산리오캐릭터즈' 기획상품을 오직 'LOUNGE J'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LOUNGE J' 2층은 제주항공 회원만을 위한 휴식 공간이다.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조망하며 다양한 음료와 간식을 즐길 수 있는 쾌적한 실내 휴식공간으로 플라잉 산리오캐릭터즈 포토존 등 다양한 즐길 거리도 마련됐다. 제주항공은 특히 지역 상생을 실현하기 위해 1층에 제주 지역업체들의 다양한 기획상품과 특산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이외에도 해안가 옆에 마련된 야외 구역에서는 지역 업체가 참여하는 플리마켓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등 'LOUNGE J'를 지역 상생 경영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LOUNGE J를 통해 고객들이 보다 편하고 즐겁게 제주 여행을 즐기시길 바란다"며 "브랜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제주지역 소상공인 판매 활로 확대를 통한 지역 상생 실현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가 오는 2035년까지 아시아 최초로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기반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탄소중립(Net-Zero) 사회 만들기에 도전한다. 제주도는 1일 오후 한라수목원 잔디광장에서 '에너지 대전환을 통한 2035 탄소중립 비전'을 선포하고 재생에너지와 청정수소를 기반으로 한 탄소중립 달성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도가 전문가 그룹과 에너지 수급 모델을 연구·개발한 결과 2035년 제주지역 탄소 배출량은 600만t으로 추산됐다. 순 배출 '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간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7GW(기가와트) 이상, 그린수소 6만t 이상을 생산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도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추가 구축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고, 그린수소 6만t 이상을 생산해 기저 발전을 화력에서 수소로 100%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도는 단기적으로는 2026년까지 6MW(메가와트) 규모 해상풍력 발전설비를 추가하고 수전해 시설을 15MW 이상 확충한다. 중·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150MW 규모 풍력 발전설비를 구축하고 축산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을 청정수소로 자원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단지를 조성하고 수소 트램과 항만 구축에도 나선다. 아울러 도는 국가 정책에 발맞춰 탄소배출 저감에도 집중한다. 도는 내연차량 등록을 규제하고, 기존 전기차 보급정책과 병행해 대형차량 수소차 전환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정부와 협력해 국가 연구개발(R&D) 실증사업을 통한 수전해 효율 향상으로 탄소를 저감하고 선박·항공을 무탄소 에너지로 전환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2035 탄소 중립 비전 실현을 위한 분산 에너지 활성화 정책 등을 통해 에너지 선도기업이 참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며 "제주가 기후 위기와 에너지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선도 도시가 돼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협박까지 한 30대 남성이 실형에 처해졌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홍은표 부장판사)는 2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38)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 등도 명했다. A씨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고등학생 B양과 성관계를 가지면서 동영상·사진을 촬영하는 등 성 착취물 717개를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또 성 착취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32차례 올린 혐의도 받는다. 지난 1월 피해자가 이별을 요구하자 촬영물을 유포할 것처럼 협박하는 메시지를 보낸 혐의 등도 있다. 재판부는 "신체·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자에게 공포심과 불안감도 심어줘 향후 피해자의 건전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타일러 더든의 ‘파이트 클럽’에 하나둘 모여든 회원들은 각자의 기구한 사연들은 밝히지 않지만 모두 사회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소외된 대중이다. 이들은 ‘파이트 클럽’에서 자기들끼리 맨몸, 맨주먹 격투를 통해 그동안 쌓이고 응어리진 울분을 쏟아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파이트 클럽’의 운영자 더든은 어느날 회원들에게 기존과는 전혀 다른 ‘파이트’ 방향을 제시한다. 지금까지는 자기들끼리 파이트를 했다면 지금부터는 똘똘 뭉쳐서 세상을 상대로 파이트하라고 한다. 더든은 세상과의 파이트에선 폭탄의 사용도 허용한다. 지방흡입 시술을 하는 병원 폐기물 처리장에서 훔쳐온 인간들의 지방으로 제조한 폭탄이다. 철저하게 1대1 싸움으로 제한했던 격투 방식에도 변화를 준다. 이젠 집단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더든은 왜 폭탄을 들고 세상과 싸워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회원들 역시 더든에게 왜 그래야 하는지 묻지 않는다. 이의를 제기하거나 클럽을 탈퇴하는 이들도 없다. 오히려 그들의 눈빛이 용암처럼 이글거린다. 사회에서 소외된 자신들의 설움을 ‘세상’을 향해 토해내기 시작한다. 더든에겐 ‘자본주의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거나 혹은 아예 파괴해 버리겠다는 자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상황이 ‘더 심각하게,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홀로 호황’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중동 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4·10 총선 전에 억제됐던 식품·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6일 장중 한때 1400원을 넘어섰다. 이튿날 한국과 일본 재무장관이 공동 구두 개입에 나서자 1380원대로 내려갔지만, 고환율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1400원대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고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2022년 등 세차례뿐이었다. 고금리 상황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뜩이나 끈적한(sticky) 물가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따른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고금리에도 탄탄한 미국 경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신중해지면서 금리인하 시점은 더 늦어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6일 “물가상승률 2.0%에 대한 확신을 얻기까지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
주인공인 ‘화자(話者)’는 타인의 고통을 ‘눈팅’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잠시라도 잊는 ‘부끄러운 짓’을 하던 중, 자신과 마찬가지의 ‘고통 눈팅족’인 말라(Marla)를 발견하고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치부’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치부를 남들에게 들키기 전까지는 부끄럽지 않다. 그런데 말라는 주인공에게 치부를 들키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말라의 등장으로 느꼈던 수치심은 당연히 말라가 사라지면 같이 사라져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주인공 ‘화자’는 그제야 남들에게 들키지 않은 치부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혼까지 갈아 넣는 노동의 대가로 장만한 ‘이케아’ 가구로 채워 넣은 작은 아파트가 얼마나 부끄러운 것이었는지를 절실하게 느낀다. 남들에게 들키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부끄러울 ‘치(恥)’는 누구에게 들켜서가 아니라 ‘자기 마음(心)’에 ‘귀(耳)’ 기울이면 스스로 알 수 있는 부끄러움이다. 남미 오지로 선교하러 간 사제들은 남미 원주민들이 벌거벗고 산다고 같이 벌거벗지 못한다. 주인공은 결국 이케아로 채워 넣은 안락한 아파트로 상징되는 ‘물질’에 얽매여 살았던 자신의 삶에 수치심을 느낀다. 그는 아파트를 불 질
민심의 회초리는 매서웠다. 4ㆍ10 총선은 야당 압승과 여당 참패로 귀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75석, 여기에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진보당까지 포함하면 192석의 ‘거야’가 탄생했다. 총선에서 표출된 민의는 안정보다 견제와 변화였다. 선거기간 내내 정권심판론이 다른 이슈를 압도했다. 국민의힘이 ‘이(이재명)ㆍ조(조국) 심판론’으로 맞서며, 각종 초대형 공약을 쏟아냈지만 통하지 않았다. 여당의 참패는 집권세력 전체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짙다. 국민은 소통과 타협을 외면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민의힘에 있어서 윤 대통령의 낮은 국정수행 지지도는 구조적 족쇄였다. 이태원 참사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등 국가적 재난과 비극에 책임지는 이가 없었다. 오히려 해병대 외압 수사 의혹 피의자인 전 국방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등으로 무책임 이미지를 키웠다. 고물가와 의정(醫政) 갈등 등 민생 현안 해소에도 실패해 불통ㆍ무능력 이미지를 더했다. 원내 1당이 된 민주당은 스스로 잘해서가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의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이 상당하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사기(史記)』는 중국 고대 왕국으로부터 전한(前漢) 시기까지 중국 1000년 역사를 다룬 책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기술했다. 총 130권 52만6500자에 이른다. 방대한 분량도 그렇지만 『사기』가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역사서의 귀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 마지막 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정치 지도자의 통치 형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눈다. “고선자인지(故善者因之), 기차이도지(其次利道之), 기차교회지(其次敎誨之), 기차정제지(其次整齊之),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 풀이하면 이렇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순리(順理)의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다. 그 다음은 백성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을 단속하여 가지런히 하는 정치다.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더불어 다투는 것이다." 백성을 이해시키고, 스스로 따르게 할 일을 놓아두고, 오히려 백성과 갈등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 행태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자신이 없나? 무에 두려울 게 있다고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가? 이게 우리 존립의 근거인지 도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승리, 민선 1기 제주도지사에 오른 신구범 도정의 출발은 이 슬로건 하나로 함축됐다. ‘경쟁과 자존, 그리고 번영’이란 ‘서브 타이틀’이 붙은 그 슬로건이 던진 화두는 사실 위력적이었다. ‘변방사고’에 머물렀던 제주인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고취했다. 게다가 그 시절 등장한 다른 민선 지방정부가 내세우는 ‘늘푸른~’·‘맑고 아름다운~’·‘행복한 ○○ 건설’ 등의 천편일률적인 구호와는 아예 수준을 달리했다. 관선 지사를 거쳐 53세의 나이에 민선 1기 제주도백으로 오른 신 전 지사의 발상과 구상은 사실 그 시절엔 획기적이었다. 삼다수란 브랜드로 먹는샘물 국내시장에 진출해 현재까지 부동의 1위 상품으로 키워냈고, 지금으로선 금자탑으로 불리는 제주국제컨벤선센터를 만들어냈다. 제주만의 대표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로 기획된 ‘세계섬문화축제’ 역시 신구범 지사시절 작품이다. 제주도가 매해 1천억원에 가까운 로또복권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관광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의 지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8년 민선 2기 제주지사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자 슬로건은 바뀌었다. ‘
새해를 맞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고광표 작가의 '돌하르방이 전하는 말'입니다.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문화의 대표격이나 다름 없는 석상 '돌하르방'을 통해 '오늘 하루의 단상(斷想)'을 전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기를 원합니다. 매주 1~2회에 걸쳐 얼굴을 달리하는 돌하르방은 무슨 말을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경허믄, 이거 호나에 얼마우꽈?" (그럼, 이거 하나에 얼마입니까?) "So, how much would one of these cost?" ☞ 고광표는? = 제주제일고,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대학원과 이탈리아 플로렌스(Pre-Arch)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각, 공공시설디자인,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며 예술가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에 익숙한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Shame and Guilt’ 등 현 시대적인 사회의 표현과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바로 걷는 자는 잘 넘어지지 않는다. 비열한 자를 칭찬하는 것은 선한 자를 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이다. 우리가 평소에 운동을 하는 것은 무언가에 대비하고자 함이며, 생명은 움직임에 의해서 존속된다. 살아있는 것은 부드럽고, 죽은 것은 굳어버린다. 생명활동은 부단하게 움직여 열에너지를 만들며 굳지 않게 살아가려는 것이다. 만사가 그렇듯 하나 이상의 대상과 접촉하면서 부딪치민서 살아가는 것이다. 우주 만물과 자연은 우리를 에워싸고 있으며 공동체 사회도 생명체 개인들이 살아가려고 모여든 인간종의 무리일 뿐 자연적 존재이면서 사회적 존재인 우리는 부딪치며 나아가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2024년 지금 우리 사회는 매우 정치가 탁해서 당장 눈앞의 내일이 불안할 지경이다. 민의와 반대로 가는 지도자가 연일 국민과 다투고 있는 하수의 리더쉽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버티다가 포기한 시민들은 최후의 결단처럼 마치 적자생존에 내몰린 생물마냥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가고 있다. 민주주의 앞에서 해서는 안 될 행위 ‘각자도생'(各自圖生,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한다), 참 기가 막힌 일이다. 풍경화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지금,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는 풍경 앞에서 조난당한 꼴이다. 기대했던 아름다운 풍경은 보이지 않고, 메마른 내천과 밭, 황량해진 숲에는 비비대는 벌레도 재잘되는 새소리도 그친 지 오래고, 도시의 거리는 한숨 소리와 분노, 통탄만 가득하다. 21세기 한국의 사회적 풍경에는 시커먼 먹구름만 잔뜩 끼어있다. 우리는 폭풍우를 몰고 오는 풍경 앞에 서 있다. ◇ 풍경의 3가지 의미 풍경(風景), 혹은 경관(景觀)은 한 마디로 말하면 ‘자연의 모습’이다. 영어 ‘랜드스케이프(landscape)’라고 한다. 1590년대에 네덜란드어 ‘란츠합(landschap)’ 또는 ‘란츠킵(landskip)’에서 차용되다가 1605년에야 영어에 ‘landscape’라는 철자가 도래했다고 기록돼 있다. 여기에서 풍경이라는 말은 세 가지 의미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으로서 ‘풍경화’, 토지로서 풍경(경관), 그것의 인간적 확장으로서의 ‘문화풍경(경관)’이 그것이다. 1) 그림으로서의 풍경 16세기 풍경이라는 단어는 네덜란드에서 '세련된 판에 그림을 덧붙인다'라는 의미로써 회화에 특화된 전문 용어에 불과했다. 그러나 풍경화(landscape painting, landscape art)라는 회화 장르의 용어가 나오기 전에, 풍경을 그린 그림의 태동은 B.C 15세기 미노스 문명에서 풍경의 요소들을 찾을 수 있으며, 또 B.C 30~20년경 리비아의 저택에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의 정원 풍경은 오늘날의 현대회화처럼 경쾌하고 발랄한 색채로 가득하다. 그리고 완벽한 풍경화의 모습은 A.D 1세기 로마 알바니 별장 벽화에 아름다운 전원(田園)의 풍경으로 나타난다. 서양에서 풍경을 그린 그림들은 세계 곳곳에 있으나 독립적인 회화 장르로서 풍경화는 르네상스 시대에 처음 등장했다. 2) 풍경은 경작지 풍경이라는 말의 의미는 크리스토퍼 말로(1564~1593)가 ‘계곡과 언덕과 들판’을 분명하게 독자적인 땅의 모습으로 묘사한 적이 있다. 또 1630년대 존 밀턴(1608~1674)의 시에, 주변의 풍경((landskip)을 살피는 사이에, 황갈색 잔디밭, 회색 휴경지, 새 떼가 모이를 쪼며 돌아다니는 곳. 이라고 하여 눈앞에 펼쳐진 풍경(경관)을 노래하고 있다. 이때 풍경(landscape)은 땅(土地), 또는 경작지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landscape는 ‘land’와 ‘–scape’라는 접미사를 모아 만든 말이다. 이때 land는 용도가 있고 경계선이 그어진 소유권 있는 토지를 가리키는 말이고, –scape는 어떤 단위가 모여서 ‘한 덩어리를 이루는 상황’을 말하는 자격을 뜻하는 접미사이다. 그러므로 원래 풍경의 의미가 회화에서 토지로 바뀌면서, 그것도 ‘농촌의 경작지’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내용적으로 보면 사실상 경치보다는 환경이라는 말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지리학에서는 풍경(경관)을 어떤 물리적, 문화적 특징이 한 곳에 모여 있는 한 덩어리의 토지, 또는 지역이라고 여기므로 이것으로 볼 때 환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황기원, '토지에서 경관으로', 1999년). 3) 문화풍경(경관)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이라는 말은 20세기 초 인류학자 크레뵈스의 영향을 받은 지리학자 칼 사우어가 주창한 말이다. 사우어는 경관의 형태학을 말하면서, 자연경관(natural landscape)과 문화경관의 상관관계를 말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연환경이란 시간이 변화함에 따라 특정 문화를 지닌 인간이 매개체가 되어 인간에 의해 변화되며, 결국 인간에 의해 변화된 자연경관은 문화경관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때의 자연 경관은 인간에 의해 전혀 고쳐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경관으로, 토양, 기후, 지하자원, 해안, 하계망(河系網), 식생 등이다. 이러한 자연경관은 특정 문화를 지닌 집단이 그 지역을 어떻게 경영하는가에 따라 가시적으로 나타나며, 경관은 처음의 자연경관과는 다르게 표현되는데, 바로 이렇게 인간에 의해 달라진 경관을 문화경관이라고 한다. 문화경관은 토지이용, 가옥, 인구분포, 도로망 등 인간이 만들고 인간에 의해 이용되며 경영되는 모든 요소들의 총체적 집합이며 그 지역을 점거하고 있는 인간 집단의 사고, 문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자연경관이 변하는 요소란 다름 아닌 인간의 행위에 달린 것이다. 그것이 원시적 자연이 아닌 인간의 출입이 시작되는 순간 문화경관으로 변해버린다. 제주도 대개의 풍경이 문화경관임을 알 수가 있다. 영국의 역사가 사이먼 샤마(Simon Michael Schama, 1945~)는 “풍경은 자연이기 이전에 문화이며, 숲과 물과 바위에 투사된 심상(心象)의 산물이다”라고 하여 자연을 문화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풍경에 인간 개인의 마음이 투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프리드리히 니체가 “미에는 관능이 깊숙하게 숨겨져 있다"고 말한 것처럼 인간은 사물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있어, 대상이 아름다우면 여러 가지 욕망이 생긴다. 이제 풍경은 자연으로서의 풍경이 아니라 인간과 관계된 문화풍경(경관, cultural landscape)에 다양한 집단들의 경쟁이 일어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거지와 마의(馬醫) 전국시대 때에 제(齊)나라에 있었던 일이다. 가난 때문에 곤경에 빠지자 마을을 돌아다니며 걸식하는 거지가 미움을 샀다. 사람들은 그를 싫어하여 먹을 것을 나누어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게 되자 거지는 전(田) 씨의 마구간에서 말을 돌보는 마의(馬醫, 수의사)의 조수 일을 하면서 연명해 나갔다. 마을 사람들이 거지를 비웃으며 말했다. “마의를 쫓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얻어먹는 게 부끄럽지도 않느냐?” 거지가 답했다. “천하에 거지보다 더 부끄러운 것이 어디 있겠소? 내가 마의를 쫓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어찌 거지보다 못하다는 말이오?” 당시에 마의의 지위는 비천하였다. 봉건사회에서는 역대로 비천한 직업군에 속했다. 마을 사람들이 거지를 싫어해서 먹을 것을 얻지 못하게 되자 마의를 도와 노동하며 입에 풀칠하면서라도 살아가는 것은 원래 훌륭한 일이다. 그런데도 비웃음을 받고 조롱을 받았으니. 그렇다면 그 거지를 다시 길거리로 내몰아 비럭질하며 살아가라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거지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가. 세속의 편견은 가난해 마의를 도우며 살 수밖에 없는 거지를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들었다. 『열선전』 속 거지, 한음생 위진(魏晉)시기에 장안(長安) 위교(渭橋) 아래에 거지 한음생(漢陰生)이 살았다. 늘 거리에 나가 걸식하였다. 시장사람들은 거지를 매우 싫어해서 그에게 똥을 뿌리기도 하였지만 이튿날 한음생이 걸식할 때면 의복은 예전처럼 어떤 오물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관리가 그를 붙잡아다 형벌을 가했지만 한음생은 여전히 시장에서 걸식하였다. 다시 잡아다가 사형을 내리려고 할 때에서야 한음생은 시장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종적이 묘연하였다. 그런데 이전에 한음생에게 똥을 뿌렸던 사람의 집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허물어졌고 10여 명이 죽임을 당했다. 그래서 장안에는 일시에 통속적이 말이 떠돌았다. “거지를 만나거들랑 미주를 주시구려, 집이 망하는 흉사를 피하시게.” 무슨 말인가? 거지를 만나거들랑 먹을 것을 나주어 주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앙을 당한다는 협박(?)까지 하였다. 이 이야기는 『열선전(列仙傳)』에도 보이고 불교 경전인 『법원주림(法苑珠林)』에도 보인다. 민간고사다. 인과응보설을 이용해 세상 사람에게 거지를 무시하지 말라고 경계하고 있다. 어쩌면 정말로 한음생이 암암리에 자기에게 해악을 끼친 사람에게 복수해 살해까지 했을 수도 있을 터이고. 상서령(尙書令), 어린 시절에 구걸했다가 모욕당하다 남북조(南北朝)시기 남조 양(梁)에 유명한 문학가 심약(沈約, 441~513)은 상서령이라는 높은 관직을 역임하였다. 그러나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하였다. 살길이 막막해지자 친구에게 부탁해 쌀 백 곡(斛)을 얻었다. 그러자 집안어른이 모욕을 주었다. 심약은 화내며 얻어온 쌀을 쏟아버리고는 집을 나가버렸다. 심약이 입신출세한 후에는 그 일에 개의치 않았다. 당시 친속에게 먹을 것을 구했을 뿐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지경에 이르지도 않았던 심약이 그런 경멸과 치욕을 받은 것을 보면, 가난해 어쩔 수 없이 길거리에서 구걸할 수밖에 없게 된 거지들이 받았을 냉담과 치욕의 정도를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세속관념은 그랬다. 이와 반대로, 역대로 의롭지 못한 부자를 죽여 빈민을 구제한 많은 의협의 거사가 기록되어 있다. 부자가 되기를 빌고 가난을 없애려는 여러 가지 풍속습관이 형성되었다. 어느 날엔가는 빌어먹어야 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동시에 사람들은 그런 음험하고 악랄하게 사람을 해치는, 편견의 족쇄에 얽매이게 되었다. 그러한 심리는 본래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련히 여기는 마음, 측은지심을 이끌어내어 거지에게 즐거이 베풀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세속관념에 순응해 거지를 부끄러워하고 욕되게 하면서 경멸하는 것이 능사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거지는 슬퍼하기도 하고 탄식하기도 했던 대상으로, 이중 심리의 표상이었다. 중국 민족문화 전통 중 그런 모순된 심리 현상, 모순된 논리 관념은 실제 많고도 많다. 중국의 민족문화는 그러한 기묘하고 특이하게 보이는 모순 상태에서 발생하였고 발전했으며 오랫동안 누적되어 형성되었다. 장(張) 씨 거지, 교묘하게 농짓거리하다 오대시기 후량(後梁)의 마지막 황제 주진(朱瑱)이 권력을 누리던 용덕(龍德) 연간(921~923)에 장함광(張咸光)이라는 거지가 걸식하며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당시에 유월명(劉月明)이라는 거지도 있었다. 그 둘은 걸식하면서 많은 젓가락과 숟가락을 들고 다니는 공통적이 특징이 있었다. 권세가 집에 가서 걸식할 때에 식기를 뺏기게 되면 재빨리 소매에서 다른 것을 꺼내곤 하였다. 부마인 간의(諫議) 온적(溫積)이 개봉부사를 맡고 있을 때 장함광이 부호 가문을 한 집도 빠짐없이 돌아다니면서 자신은 온적에게 의탁하러 간다며 하직인사 하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이 누구 소개로 가는 것이냐고 묻자 장함광이 답했다. “기록을 보자면 이번 거행은 분명 후한 대우를 받을 것이요. 대간에서 만든 『갈산잠룡궁상량문(碣山潛龍宮上梁文)』를 보면 ‘만두는 그릇과 같고 빵은 채와 같다. 제멋대로 유월명 주부를 죽였고 기뻐하며 장함광 수재를 죽였다’라고 하였으니 이와 같다면 분명 환영을 받을 것이다.” 이 말을 듣고는 주변 사람 모두 배꼽 잡고 쓰러졌다. 이것을 보면 당시 거지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구걸하면서 모욕을 당했지만 대부분은 법도를 벗어나는 나쁜 짓은 저지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간혹 이판사판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상점이나 마을에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물론 한음생처럼 그렇게 집을 부숴버리고 사람을 죽여 보복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또한 절박한 상황에서 스스로 지키려고 한 행동이었을 뿐, 구걸하면서 나쁜 길로 빠진 무리는 아니며 불량배나 악한이 참여하지도 않았다. 당시에는 건달이나 불량배도 부끄러움 없이 거지 무리에 끼어들기도 했지만 극소수였다. 실제로 거지의 도리를 지키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총괄적으로 말해, 당시의 역사기록을 살펴보면 나쁜 짓을 저지르며 해악을 끼친 거지의 사례는 극히 적었다. 이 점이 나중에 거지〔걸(乞)〕와 의협〔협(俠)〕을 서로 연결시켜 받들며 지키는 덕의(德義)의 바탕이 되었다. 그리고 더 나중에 거지 구성원이 불량배 범죄 집단으로 전락해, 깃발을 세우고 단체를 결성해 이용하는 조건을 제공하였다. 그런데 이후에는 거지 이름을 빈 집단은 나날이 타락해갔다. 사회 문명 속에서 끊임없이 전이하면서 만연되었다. 떼어 내야 하는 악성 종양으로 변질되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빈곤의 역사와 내재적 모순이 가득한 중국민족의 문화전통을 감안해보면 거지라는 그러한 공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현상, 즉 거지를 없애기에는 손바닥 뒤집듯 하루 이틀에 쉽게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회를 개조하고 사회가 끊임없이 문명으로 향해나갈 수 있도록 촉진하면서, 발전 과정 속에서 총체적으로 고쳐나가야 하는 중대하면서도 종합적인 숙제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인공인 ‘화자(話者)’는 타인의 고통을 ‘눈팅’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잠시라도 잊는 ‘부끄러운 짓’을 하던 중, 자신과 마찬가지의 ‘고통 눈팅족’인 말라(Marla)를 발견하고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치부’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치부를 남들에게 들키기 전까지는 부끄럽지 않다. 그런데 말라는 주인공에게 치부를 들키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말라의 등장으로 느꼈던 수치심은 당연히 말라가 사라지면 같이 사라져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주인공 ‘화자’는 그제야 남들에게 들키지 않은 치부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혼까지 갈아 넣는 노동의 대가로 장만한 ‘이케아’ 가구로 채워 넣은 작은 아파트가 얼마나 부끄러운 것이었는지를 절실하게 느낀다. 남들에게 들키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부끄러울 ‘치(恥)’는 누구에게 들켜서가 아니라 ‘자기 마음(心)’에 ‘귀(耳)’ 기울이면 스스로 알 수 있는 부끄러움이다. 남미 오지로 선교하러 간 사제들은 남미 원주민들이 벌거벗고 산다고 같이 벌거벗지 못한다. 주인공은 결국 이케아로 채워 넣은 안락한 아파트로 상징되는 ‘물질’에 얽매여 살았던 자신의 삶에 수치심을 느낀다. 그는 아파트를 불 질러버리고 모든 물질적 욕망과 단절된 타일러 더든의 ‘파이트 클럽’에 합류한다. 파이트 클럽에서 매일 밤 누군가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으깨지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자신을 학대하면서 부끄럽게 살아온 자신의 ‘참회록’을 쓰는 것 같다. 그곳에서 자신이 정말 욕망해야 하는 것이 ‘이케아 가구’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었다는 것을 알아간다. 성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e), 톨스토이(Tolstoy), 그리고 루소(JJ. Rousseau)의 참회록은 세계의 3대 참회록이라고 불린다. 모두 자신의 치부를 스스로 낱낱이 들추고 고백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느님을 배반했던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톨스토이는 “나는 신을 믿었다기보다는 신을 부정하지 않았을 뿐이며, 신을 믿지 않는 자들이 오히려 나보다 더 지혜롭고, 정직하고 솔직하고 도덕적이었다”며 “나는 그들보다 더 잔인하고, 비도덕적이고 교만했다”고 고백한다. 루소의 참회록은 압권이다. 루소는 거룩한 교육사상을 설파하면서 정작 자신은 변태적인 ‘바바리맨’ 짓을 되풀이하고, 동거녀와 낳은 다섯 아이들을 모두 고아원에 내던져버렸던 치부를 숨김없이 고백한다. 루소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수치심이 죽음보다, 범죄보다, 그 무엇보다 두려웠다. 땅속으로 들어가 질식해 죽고만 싶었다. 억누를 길 없는 수치심이 모든 것을 압도했고, 그 수치심이 나를 뻔뻔하게 만들었다.” 아우구스티누스, 톨스토이, 루소 모두 ‘뻔뻔함’으로 수치심을 감추기를 거부하고 용기를 내어 ‘참회’를 통한 새로운 사람이 되는 길을 택했다. 프랑스 철학자 프레데릭 그로(Frédéric Gros)는 신간 「수치심은 혁명적 감정」에서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꼬집는다. “권력을 쥔 소수 기득권자들의 뻔뻔함과 몰염치, 무례가 이 세계를 점령하며 곳곳에서 ‘수치도 모르는 것들’이란 분노의 외침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들은 수치심을 알지 못하기도 하지만, 성장하지 못한 정신적 유아에 머물러 광적인 자기애로 자기의 무가치함을 자각하지 못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그런 저열함을 타인의 탓으로 쏟아내기에 수치심이 이들의 내면에서 어떤 조심성이나 신중함을 만들어내지도 못한다.” 이는 권력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수치심을 아예 못 느끼거나 그 수치심을 ‘뻔뻔함’으로 뭉개는 개인이나 사회는 질곡에 빠져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윤동주가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부득이 창씨개명을 신청하기 5일 전에 썼다는 ‘참회록’은 아우구스티누스나 톨스토이, 루소의 참회록보다 더 절절하다.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창씨개명을 한 수많은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거나, 느껴도 뻔뻔하게 뭉개는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소망하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윤동주는 혼자 죽도록 괴로워하고 참회한다. 그들의 그런 수치심과 참회가 있었기에 우리에게 독립이라는 혁명이 가능했을 것이다. 영화 속 말라처럼 수치스러운 모습을 들켜도 수치심을 느끼지도 못하든지, 뻔뻔함으로 뭉개는 사람들이 ‘별종’이 아닌 ‘정상인’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말라도 ‘사치스럽게’ 수치심을 느끼는 주인공을 별종 보듯이 한다. 지극히 당연한 참회록을 쓴 아우구스티누스나 톨스토이, 루소, 그리고 윤동주 모두 별종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온갖 부끄러운 모습을 이미 모두 들켜버린 정치인들이 국회의원 선거에 너무도 당당히 나선다. 그들에게는 수치심이라는 것이 아예 없었든지 아니면 수치심을 뻔뻔함으로 뭉개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들에게 열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도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거나 뻔뻔함으로 뭉개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혹시 목욕탕에서 다 같이 발가벗은 것처럼 수치심을 느낄 필요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프레데릭 그로의 말처럼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게 맞다면 참으로 우울한 일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윤동주의 ‘서시(序詩)’가 국민 최애(最愛) 애송시(愛誦詩)라는 것이 왠지 민망한 오늘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