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번의 암도 이겨내고 제주 올레길 첫 100회 완주 … "지구 한 바퀴"
고환율 장기화 … 李 정부, 물가 관리와 달러 가뭄 해소에 힘써야
제주도, 양식장 소수력발전 추진 … 버려지던 배출수가 전기로
"너무도 착한 가격" ... 제주도, 첫 '베스트 착한가격업소' 15곳 선정
우도 사고 피해자 가족 "승합차 미친 듯 돌진해 피할 수 없었다"
<속보>제주 우도 천진항서 승합차 돌진 … 인파 속 2명 심정지
집, 문명 발전으로 초가에서 신소재로 변화하다
제주 우도서 10여명 사상자 낸 렌터카 운전자 긴급체포
[포토 제주오디세이] 1982년 서귀포항 그리고 지금
제주아트센터, 12월부터 8개월간 공연장 휴관
제주도 해안에서 '차'(茶) 봉지에 싸인 마약이 또다시 발견됐다. 이제 16번째다. 27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15분께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안가에서 식물을 조사하던 한 연구원이 우롱차 포장지에 싸인 마약류 의심 물체를 발견했다. 해경은 해당 물체가 최근 제주 해안에서 발견되는 우롱차 포장 형태의 케타민과 유사하다고 보고 간이 시약 검사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9월 29일부터 전날까지 약 두 달간 제주시 제주항·애월읍·조천읍·구좌읍·용담포구·우도 해안가와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 등 모두 16차례에 걸쳐 차(茶)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발견됐다. 제주에서 발견된 마약량은 모두 35㎏에 달한다. 통상 1회 투여량 0.03g 기준 약 117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해경 등은 마약이 주로 발견된 지역인 제주 북부 해안가를 중심으로 집중 수색을 벌이고, 국제 공조를 통해 정확한 마약 유입경로 등을 추적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뒤에서 '윙'하고 굉음이 나더니 '파바바박' 도미노처럼…." 24일 제주 우도에서 10여명의 사상자를 낸 승합차 돌진 사고의 순간을 관광객 A(67·경기)씨는 "내가 최초 목격자고 가장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주시에 있는 한국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그는 "배에서 내려 걸어 나오는데 0.2초의 찰나에 나 아니면 집사람이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승합차가 (우리를) 빠르게 덮쳤다"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A씨는 "나는 다치지 않았지만, 우리 집사람이 가장 먼저 차에 치여 붕 뜨며 쓰러져 다리 골절이 됐다. 그리고 이어서 순간적으로 '파바바박'…. 앞을 보니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정말 '미친 사람'처럼 윙하고 돌진해서 오는데 너무나 순식간에 이뤄진 상황이라 피하려야 피할 수도 없었다. 길어야 몇초도 안 되는 상황에 많은 사람이 다쳤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다 더디게 이뤄진 부상자 구조 과정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헬기가 뜨고 위급한 환자가 먼저 이송되는 건 당연하다" 면서도 "동원할 수 있는 배를 빨리 띄우고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데도 아무리 전화하고 다그쳐도 돌아오는 말은 '여객선이 들어와야 한다'는 엉뚱한 답변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먼저 차에 치인 환자지만 한참 뒤 들어온 배편과 119구급차에 실려 제주시에 있는 병원까지 오후 5시 넘어서야 도착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시각이 이날 오후 2시 47분이지만 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22분으로 이송에만 2시간 35분이 걸린 셈이다. 지난 토요일 제주에 관광차 도착한 A씨 부부는 여행 마지막 코스로 이날 우도에 도착하자마자 사고를 당했다. A씨 아내를 비롯해 이날 사상자 4명의 단체 관광 여행을 담당한 여행사 대표 B씨 역시 참담한 상황에 고개를 숙였다. B씨는 "타지역에서 여러 차량 돌진 사고가 나고 있어 혹시나 했는데 이런 사고가 나 너무나 안타깝다"며 "1년에 많게는 3만명의 관광객이 우도에 여행하도록 도움을 드리고 있지만 이런 대형 사고가 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B씨는 "큰 사고가 난 만큼 우선 제주 여행 코스에서 우도는 당분간 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왔다가 사고를 당하신 분들만 너무나도 억울하게 됐다"고 속상해했다. 제주동부경찰서와 제주도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24일 오후 2시 47분께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에 도착한 도항선에서 나온 60대 C씨의 승합차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약 150m를 질주해 대합실 옆에 있는 대형 도로표지판 기둥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합차에 타고 있던 60대 여성 1명과 길을 걷던 70대 남성 1명, 60대 남성 1명 등 3명이 크게 다쳐 심정지 상태로 소방헬기와 닥터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또 운전자 등 10명이 중경상을 입어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연합뉴스]
제주도가 제주특별법에서 지하수를 공공자원으로 보호하는 내용의 조항을 삭제하려 한다는 논란과 관련해 "지하수 공수화(公水化) 원칙을 확고히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26일 특별자치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중앙정부로부터 포괄적 권한이양 방식을 도입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포괄적 권한이양 방식은 그동안 개별법 조항을 열거해 이양해야 했던 개별 권한이양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 필수사무를 제외한 나머지를 도 조례로 규정할 수 있다. 이양 사무에 대한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도 조례로 규정할 수 있다. 도가 포괄적으로 권한을 이양받음으로써 입법 기간이 단축되고, 구조가 단순하고 개별법 개정 사항을 자동으로 반영할 수 있어서 법령 개정 지연으로 인한 혼선과 불편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지하수 공수화 관련 조항도 제주특별법에서 삭제하고 조례에 명시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우려가 제기됐다. 지하수 관련 삭제되는 특별법 조항은 제주 지하수가 공공 자원임을 명시하고 공공적 관리 원칙을 담은 제377조, 지하수를 취수해 먹는샘물로 판매할 수 있는 대상을 '제주도가 설립한 지방공기업'으로 제한하는 제380조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민구 위원장은 이에 대해 지난 21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회의에서 "이는 공수화 개념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다. 개정안대로 되면 도지사가 도의회 동의를 받으면 일반 기업에도 (먹는샘물 제조·판매) 허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는 이에 대해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조례로 규정하는 사항은 포괄적 권한이양 대상 법률보다 우선적 효력을 가질 수 있도록 입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포괄적 권한이양 방식의 도입 초기에 안정적 정착을 위해 지하수 공수화 정책처럼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필수 조문은 제주특별법에 존치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간 밤에 제주 동문시장에서 불이 났지만 주변 상인들에 의해 진화됐다. 28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새벽 0시 22분께 제주시 이도1동 동문시장 내 한 점포에서 '펑' 소리와 함께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불은 9분 만에 주변 상인들에 의해 꺼졌다. 하지만 점포 내부 9㎡와 냉동고, 집기류 등을 태워 520여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30대 남성 한명이 단순 연기흡입으로 치료를 받은 것 외에 별다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냉동고 인근에서 발화 흔적이 발견되는 등 전기적 요인에 의해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한라생태숲에 보행약자를 위한 무장애 나눔길이 조성된다. 제주도는 총사업비 8억4800만원을 투입해 한라생태숲 수생식물원 부근 약 1km 구간에 보행약자를 위한 무장애 나눔길을 조성한다고 27일 밝혔다. 도는 무장애 나눔길 폭을 1.5m 이상으로 확보해 휠체어의 양방향 통행이 가능토록 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제주 삼나무 간벌목 등 국산 목재를 활용해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안전형 탐방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경사도 최소화, 안전난간 설치 등 보행 안전 요소를 강화해 고령자·장애인·어린이 등 이동약자가 한라생태숲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도는 한라생태숲에 무장애 나눔길이 조성되면 숲해설, 유아숲체험원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 탐방객 대상 상시 개방 등 산림복지서비스 확대와 이용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도는 한라생태숲이 산림복지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26년 녹색자금 지원사업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산림복지 무장애 나눔길’ 조성 분야 복권기금 4억2400만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무장애 나눔길'은 장애인, 고령자, 유모차·휠체어 이용자 등 보행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숲을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하는 보행약자 친화형 탐방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내년 제주 농어촌유학 운영학교가 확대되고, 모든 학생에게 같은 금액의 유학 경비가 지원된다. 제주도교육청은 다음달 2일까지 '함께온제주 농어촌유학'이라는 슬로건 아래 2026학년도 1학기 농어촌유학 학교 유학생을 모집한다고 26일 밝혔다. 대상 학교는 올해 2학기 시범학교 8개교 외에 구좌중앙초, 종달초, 한동초, 대정서초, 무릉초, 수산초 등 6개교가 추가돼 모두 14개교다. 신규 농어촌유학 학교가 희망하는 가구 수는 45가구다. 기존 농어촌유학 8개교에는 37가구가 선정됐다. 내년부터는 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 제주도의 협력으로 모든 유학 가구에 대해 자녀 수에 따라 최소 60만원에서 최대 120만원을 지원한다. 도교육청은 모든 유학 가구에 월 30만~60만원(1인 30만원, 2인 40만원, 3인 50만원, 4인 60만원)을 지원한다. 서울시교육청도 서울지역 유학 가구에 6개월간 동일 기준으로 월 30만~60만원을 지원한다. 도는 서울지역 유학생은 7개월부터, 서울 외 지역 유학생은 1개월부터 동일 기준으로 월 30만~60만원을 지원한다. 시범 기간에는 제주도교육청이 모든 유학 가구에 자녀 수에 따라 월 30만∼60만원을 지원하고, 서울시교육청이 별도로 제주 유학 가구에 같은 금액을 지원하면서 지원금에 차등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유학 형태는 기존 '가족체류형' 외에 '고향품형'이 추가된다. 고향품형은 학부모 중 1인의 고향이 제주이며, 조부모가 거주하는 경우에 신청할 수 있다. 고항품형은 학교의 유치 희망 가구 수와 관계없이 원하는 학교에 배정된다. 농어촌유학 학교 운영 기간은 1년 단위다. 학생의 유학 기간은 6개월 단위이며,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도교육청은 농어촌유학 학생에 대해서는 통학구역을 신축적으로 운영해 농어촌유학 학교가 있는 읍·면지역 어디에서나 거주할 수 있게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인근에 농어촌유학 학교가 있는 경우 양 학교 간 통학구역을 준수해야 한다. 유학생 가정은 기본 통학구역이나 신축적 통학구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주택을 마련해 거주해도 된다. 서울지역 학생은 재학 중인 학교를 통해 서울시교육청에 신청하고, 서울 외 지역 학생은 제주도교육청 누리집 공지사항(https://myip.kr/jUVNo)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정책기획과 전자우편(bon2@korea.kr)으로 제출하면 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 지정 문화유산 주변의 건축행위 등 허용기준이 약 10년 만에 조정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도 지정 문화유산 존자암지를 포함한 150곳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의 건축행위 허용기준 조정(안)을 행정예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은 문화유산 주변의 자연경관·역사·문화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구역 경계에서 300m까지 설정한 구역이다. 이곳에서는 건축물 높이 등의 제한을 받는다. 대상 150곳 중 99곳은 건축행위 허용기준이 완화될 예정이다. 1구역에서 2구역으로, 2구역에서 3구역으로 일부 조정되는 방식이며, 나머지 51곳은 현행 기준을 유지한다. 현재 1구역은 개별검토 및 문화유산위원회 심의에 따라 허가 여부가 결정되고, 2구역은 건축할 수 있는 최고 높이가 설정되는데 문화유산마다 다르다. 3구역은 도시계획조례 등 관련법령에 따라 처리된다. 행정예고 기간은 다음달 16일까지다. 조정(안) 전문은 제주도 누리집(고시·공고)과 도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의견은 공고문에 첨부된 서식을 작성한 후 방문·우편(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569-36)·팩스(064-710-6709)·이메일(mmmi6114@korea.kr)을 통해 세계유산본부에 제출하면 된다. 고종석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2016년 이후 달라진 문화유산 주변 여건을 고려해 보다 합리적인 건축행위 기준을 마련하려는 조정”이라며 “앞으로도 문화유산과 주변 환경을 보호하면서 지역 주민 불편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경찰이 제주 우도에서 렌터카 승합차를 몰다 14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상) 혐의로 긴급체포한 운전자 A(6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26일 신청했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 우려 및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4일 오후 2시 47분께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에서 스타리아 승합차를 몰며 도항선에서 내린 뒤 빠른 속도로 달리며 보행자들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렌터카에 타고 있던 60대 여성 1명과 길을 걷던 70대 남성 1명, 60대 남성 1명 등 3명이 숨졌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제주시는 나중에 진료를 받은 헬기이송 부상자 보호자를 포함해 부상자를 11명으로 집계했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배에서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돌연 '부웅' 하고 급가속해 약 150m를 질주하며 사고를 냈다. 도항선에서 나와 좌회전한 뒤 곧바로 빠른 속도로 달리며 도로를 걷고 있던 사람들을 쳤고, 이후에도 계속 달리다 대합실 옆 도로표지판 기둥을 들이받은 후에야 멈춰 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을 입은 A씨는 사고 당일 오후 9시 34분께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차량 RPM이 갑자기 올라갔고 그대로 차량이 앞으로 갔다"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해 사고 렌터카에 대한 정밀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급발진 등 차량의 결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고기록장치(EDR)를 중점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보한 주변 차량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사고 차량의 후방 브레이크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며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함에 따라 역학조사를 벌여 증거를 수집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급발진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제주행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화물칸 문이 열린 채 제주공항에 착륙한 것이 확인돼 국토교통부가 조사에 나섰다. 26일 국토교통부와 이스타항공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3시 45분께 김포에서 출발한 제주행 이스타항공 ZE217 여객기는 앞쪽 화물칸 문(Cargo Door)이 조금 열린 채 제주공항에 착륙했다. 이 여객기에는 승객 177명이 타고 있었고 항공기 운항 중 여압 시스템(지상에 가까운 기압 상태를 유지하는 장치)에 이상이 없어 승객 안전에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고 여객기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면서 항공기 교체로 인한 지연 운항으로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사고 여객기 다음 연결편이 52분, 그다음 연결편이 114분 지연 운항했다. 국토부는 여압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던 만큼 비행 중에 화물칸 문이 열린 상태였던 것은 아닌 것으로 일단 추정하면서도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국토부 항공운항과 관계자는 "착륙 과정에서 발생한 충격으로 화물칸 잠금장치가 파손돼 문이 열린 것 아닌가 추측한다"며 "만약 운항 중에 문이 열렸다면 감압(비행 중 높은 고도에서 객실 내 기압을 외부와 맞추기 위해 기내 압력을 낮추는 일)이 안돼 항공기 내 승객들이 산소마스크를 써야 하는 등 큰 문제가 발생하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항공기가 뜨자마자 도어 경고등이 점등된 사실은 확인했다"며 "조종사들이 항공기 매뉴얼 등 절차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정비사들이 제대로 정비했는지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현장 블랙박스 확인 결과 운항 전 점검에서는 이상이 없었다"며 "운항 중에는 (화물칸을 비롯한) 문이 열릴 수 없는 구조라 착륙 직후에 화물칸 잠금장치의 부품 때문에 문이 일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기내 여압에 이상 없었고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해명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근로자 복지와 지역 상생을 위한 복합문화센터가 제주시 한림읍 금능농공단지에서 문을 열었다. 제주도는 26일 금능농공단지 복합문화센터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고 이날 밝혔다. 2022년 한국산업단지공단 공모사업에 선정된 금능농공단지 복합문화센터는 사업비 55억원(국비 26억원, 도비 29억원)이 투입돼 전체 면적 1399㎡, 지상 3층 규모로 완공됐다. 센터는 기숙사, 다목적 문화공간, 체력단련실, 음식점 등 복지·주거·문화 기능을 갖춘 복합형 시설이다. 근로자 주거 안정과 문화생활을 한 번에 해결하는 통합 거점으로 설계됐다. 도는 복합문화센터를 중심으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 용지 및 물류 인프라 확충, 규제 합리화, 기술 혁신 지원, 중소기업 경영 지원 등 기업 성장 기반 강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금능농공단지의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할 방침이다. 이날 개소식에는 오영훈 제주지사, 지역 주민, 입주기업 대표 및 근로자, 유관기관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오영훈 지사는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해지므로 기업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입주기업들이 지역사회 성장의 주체가 돼 제주 산업을 견인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태윤 금능농공단지 입주기업체협의회장은 “복합문화센터 공간이 우리 삶에 긍정적 변화와 혁신을 가져다주고, 금능농공단지가 지속가능한 융복합 산업단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시는 무료로 운영되는 공영주차장의 주차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임시 보관소 2곳에 보관 중이던 방치차량 37대를 이달 강제 폐차했다고 27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 7월 10일 개정된 주차장법에 따라 공영주차장 내 1개월 이상 장기 방치된 차량을 강제 견인할 수 있게 되면서 모두 240대를 견인했다. 이 중 178대를 폐차 조치했다. 시는 앞으로도 공영주차장 내 방치된 차량을 견인 및 폐차할 예정이다. 방치차량 강제처리는 읍면동의 현장 확인, 소유자 통보, 견인 및 공시송달, 강제처리 공고 등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전체 과정에는 약 3∼4개월이 소요된다. 임병규 제주시 차량관리과장은 “그동안 공영주차장에 있는 장기 방치차량으로 주차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이 지속돼 왔다”며 “앞으로도 방치차량에 대한 강력한 조치로 주차난을 해소하고, 도시미관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국내 체류 중인 중국인에게 중국산 의약품을 불법으로 판매한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귀포해양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50대 A씨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30대 B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A씨는 2022년 1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챗을 통해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인을 상대로 마약류인 페노바르비탈 성분이 포함된 진통제 등 중국산 의약품을 불법으로 판 혐의를 받는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B씨는 한 차례 의약품 불법 판매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해경은 앞서 지난 5월 불법 의약품을 판매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불법 체류 50대 중국인을 구속 송치하는 과정에서 A씨와 B씨 범죄 사실을 추가로 적발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위챗을 통해 구매한 중국산 의약품을 3∼4배 비싼 가격에 판매했다. 이를 통해 월 200만원 정도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A씨 주거지에서 1만7000정 넘는 의약품을 압수했다. 해경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 보건 향상에 악영향을 끼치는 의약품 불법 판매 행위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감귤데이(12월1일)'를 기념해 서울 봉은사에서 제주 감귤 홍보행사가 펼쳐진다. 제주농협은 제주도·제주감귤연합회·감귤의무자조금 관리위원회와 함께 올해 10주년인 감귤데이를 기념해 다음달 6, 7일 이틀간 서울 봉은사에서 제주 감귤 홍보행사 '너의 꽤 달음을 찾아라'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귤루랄라, 즐거운 제주감귤'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봉은사를 배경으로 뉴진스님(코미디언 윤성호)의 EDM(Electronic Dance Musim) 공연과 가수 비오의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행사 기간 방문객은 제주 감귤 시식 및 품종 소개, 건강 효능 안내, SNS인증 이벤트 등을 통해 감귤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행사장에는 감귤홍보 팝업스토어, 경제통상진흥원의 중·소상공인 우수제품과 감귤을 원료로 만든 가공식품 등으로 구성된 플리마켓이 운영된다. 또 기념행사와 연계해 고향사랑기부 참여 독려활동도 함께 이뤄진다. 제주농협은 현장에서 고향사랑기부제를 안내하고 감귤 등 제주 농특산물로 구성된 답례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감귤데이는 매년 12월 1일로 겨울철 1등 과일 12브릭스 이상, 산도 1% 이하의 고품질 감귤의 의미를 담아 2015년 제정됐다. 소비자에게는 맛있는 감귤을 제공하고 농가에게는 가격지지를 통한 소득안정 기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갑자기 뒤에서 차가 '부웅∼' 하면서 달려오고 사람이 공중에 떴다가 내려갔어요." 3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은 24일 오후 제주 우도 승합차 돌진 사고 현장 목격자는 이같이 말했다. 사고 승합차와 함께 도항선을 타고 들어갔던 그는 "차가 사람들을 그렇게 치고는 그대로 달려가서 전기오토바이 등을 들이받고 멈췄다"며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린다"고 회상했다.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고 승합차는 이날 오후 도항선으로 우도 천진항에 도착한 뒤 배에서 나오면서 좌회전을 했고, 곧바로 급가속하며 사람들을 치면서 약 150m 질주했다. 천진항 도항선 대합실 옆 한 렌터카업체의 폐쇄회로TV 영상을 보면 주변이 있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흩어지고, 승합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와 대합실 외부 계단과 계단 옆에 있는 대형 도로표지판 철기둥을 들이받는다. 승합차는 충격 때문에 뒤쪽이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차 앞쪽 유리창은 산산조각이 났다. 우도에서 렌터카 업체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도항선에서 내린 승합차가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며 "승합차가 충돌하면서 에어백이 엄청 많이 터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전석 쪽은 보질 못했는데 조수석은 창문이 다 깨졌고, 뒷좌석은 문도 열려있었다"며 "사고 피해자들은 차 안팎에 뒤엉켜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상인은 "세상에 이런 날벼락이 어딨냐"며 "비명과 '쿵쿵'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사고 상황을 전했다. 사고 직후 현장은 포탄이 휩쓸고 지나간 듯 어수선했다. 사고 승합차 앞부분은 크게 찌그러졌고 계단은 그야말로 두 동강이 났다. 주변에 주차돼 있던 소형차와 삼륜차도 성한 것이 없었다. 현재 사고 승합차 운전자는 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현장 CCTV 확인 등을 통해 급발진 여부 등 자세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연합뉴스]
제주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이 다음달부터 내년 6월까지 휴관에 들어간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다음달 2일부터 내년 6월 18일까지 전시환경 개선을 위해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을 휴관한다고 26일 밝혔다. 도는 산악박물관 전시환경 개선사업에 총사업비 26억원을 들여 공간을 전면 재구성하고, 새로운 전시 콘텐츠를 도입하는 등 상설·기획 전시실을 새롭게 정비한다. 체험형 전시와 미디어아트 등도 확대할 계획이다. 도는 다음달부터 전시 철거와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내년 1월 공사에 착수해 6월 재개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산악박물관은 2015년 관음사 탐방로 인근에 개관해 한라산 등반사와 제주 산악인 관련 자료 등을 전시해왔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영화에서 설정한 무대장치인 ‘미니의 잡화점’은 평범하지만 특이하다. 영화의 90%가량을 이 좁은 잡화점에서 촬영한다. 얼핏 협소하고 폐쇄된 배심원실에서 모든 장면을 촬영한 헨리 폰다 주연의 클래식 영화 ‘12인의 분노한 사람들(12 Angry Menㆍ1957년)’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70㎜ 영화라고 하면 대개 스펙터클한 영화를 기대하지만, 좁아터진 잡화점에서 일관하는 ‘헤이트풀 8’은 전혀 스펙터클하지 않다. 대신 70㎜ 필름 덕분에 좁은 잡화점의 구석구석까지 ‘원 샷’으로 잡으면서 디테일한 장치들이 현장감 있게 전달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그 좁은 잡화점에서의 2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와이오밍주(州) 허허벌판에 자리 잡은 미니의 잡화점에 살인적인 눈폭풍을 피하기 위해 서로 목적이 다른 ‘헤이트풀’한 악당들이 모여든다. 흑인과 백인, 멕시칸이 서로 혐오하고, 현상수배범과 현상금 사냥꾼이 서로를 죽일 기회만 엿본다. 당연히 누구도 원치 않지만 피할 수도 없는 딱한 상황이다. 눈폭풍이 지나갈 때까지는 불편한 동거를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 최소한 상대방이 먼저 총을 뽑아들기 전까지는 적당히 자신의 본모습과 속마음을 감추고,
원ㆍ달러 환율의 1400원대 중후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11월 17일까지 평균 환율이 1415.5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394.97원)보다 높다.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이고,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15분의 1 수준인데도 환율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전에는 통상 주가가 하락하면 환율이 오르고, 거꾸로 환율이 오르면 주가가 하락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가가 상승하는데도 원화가치는 하락(환율 상승)한다. 단순히 미국 달러화가 강세라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최근 고환율의 원인은 국내 경제주체들이 해외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국내 외환시장 수급 구조가 변화한 데에 있다. 개인과 기관의 해외주식 투자와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하면서 달러화 수요가 외환시장 공급을 초과해 환율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2016년 약 100조원이던 해외 운용액을 올해 580조원으로 늘렸다.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2020년 152억 달러에서 지난해 1161억 달러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현상금 사냥꾼 존 루스(커트 러셀 분)가 생포한 현상수배범은 현상금 1만 달러가 걸린 ‘미친 데이지(Crazy Daisy)’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악명 높은 ‘여자 무법자’다. 크레이지 데이지라는 라임이 훌륭하다. 결과론적이지만 이 ‘미친 데이지’는 존 루스가 아무리 현상금에 욕심이 나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될 현상수배범이다. 물불 안 가리는 ‘미친 악당’은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다. 더욱이 미친 데이지는 와이오밍주州를 무대로 도적질을 하고 다니는 ‘미친 5인조 갱단’ 도밍그레이(Domingray)파의 부두목이다. 미친 데이지 뒤에는 ‘미친 도밍그레이파’가 있으니 현상금 1만 달러에 목숨 걸지 않은 다음에야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지나가야 할 수배범이다. 예상대로 도밍그레이 갱단의 나머지 4명의 미친 무법자들이 미리 ‘미니의 잡화점’에 들이닥쳐 주인과 식솔들을 모두 죽여 버리고 루스가 호송하는 미친 데이지를 구출하기 위해 기다린다. 도밍그레이파는 두목인 조디(채닝 테이텀 분)를 비롯한 5인조 갱단이다. 타란티노 감독이 갱단을 5인조로 설정한 것이 흥미롭다. ‘5’라는 숫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균형과 완성을 상징하는 숫자다. 아마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손가락이 5
사회에 첫발을 내딛거나 의욕적으로 활동할 20ㆍ30대 젊은 나이에 일을 하지도,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그냥 쉰다’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쉬었음’으로 분류된 20대가 40만2000명, 30대는 33만4000명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아예 구직을 포기한 채 쉬고 있는 2030세대 청년들이 73만6000만명이라는 얘기다. 특히 그냥 쉰다는 30대 인구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는 비단 개인의 어려움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비경제활동인구는 총 258만명이다. 1년 전보다 13만5000명 늘었다. 모든 연령대에서 쉬었음 인구가 늘었는데, 특히 3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대 쉬는 인구가 지난해보다 4000명(증가율 1.0%) 늘어난 사이 30대는 2만4000명(7.7%) 증가했다. 그냥 쉰다는 30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만 해도 15만5000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17년 사이 2.15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20대(1.98배), 40대(1.62배) 쉬었음 인구 증가 속도보다 가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담쟁이가 뒤덮인 돌벽 한쪽이 덩그러니 서 있다. 초록색 방수포가 뒤덮은 객석 바닥은 이미 원형을 잃었고, 공연을 품던 무대는 무너진 채 흉터처럼 갈라진 흔적만 남았다. 한때는 웃음과 박수로 가득했던 자리에 이제는 공사 차량 자국과 철거 상흔만이 흩어져 있다. 오래도록 서귀포 시민들의 추억을 품어온 서귀포 관광극장은 이제 잔해와 철거의 상처로만 존재한다. 청춘의 기억을 간직한 무대, 가족과 함께한 영화 관람, 동네 아이들이 뛰놀던 객석의 풍경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허물어진 건축물과 그것을 지켜보는 허탈한 눈빛뿐이다. 현장을 찾은 건축가와 시민들은 잇따라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라면 보강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무대를 배경으로 보낸 낭만의 시간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벽체를 손으로 짚으며 "아직 숨 쉬는 건물인데 왜 이렇게 급히 없애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30일 오후 이중섭 거리를 찾은 어린이와 시민, 외국인 관광객들마저 발걸음을 멈췄다. 회색빛 공사판 가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고, 일부는 휴대폰을 꺼내 무너진 흔적을 사진으로 남겼다. 다른 이는 "관광지에 왔더니 왜 철거 현장만 남았느냐"며 의아해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은 요동쳤다. 17개 시·도가 일제히 비상 체제로 흔들렸다. 비상계엄령이 발동되던 그 때 제주에서는 도청 본관 출입문이 닫혔다. 밤 11시 17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13분까지다. 이 조치가 단순한 '출입문 통제'였는지, 아니면 '청사 폐쇄'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제주도정은 곧바로 '불법 계엄 동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의 '부재'가 있었다. 오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날 저녁 저는 제주에 없었다.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오산에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택으로 이동해 비서실장과 특보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고, 새벽 1시 30분 도청 회의를 소집해 "군·경은 상부 지시가 있더라도 따르지 말라"는 불복 지침을 명확히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였다. "
이쯤되면 거의 여론조작이라 말하는게 나을 듯 싶다.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시점에서다. 연이어 쏟아지는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수치가 오히려 도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도와 도의회, 정당과 연구기관, 나아가 언론사까지 앞다퉈 민심을 계량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제각각이고 질문은 자의적이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나온 조사조차 상반된 결론을 내놓으니 도민의 눈에는 이 과정이 '정치적 셈법에 맞춘 각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주연구원 조사에서는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찬성 46.3%, 반대 3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찬성 응답자의 63%는 내년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찬성이 우세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공개한 여론조사는 정반대였다. 도당 조사에서는 3개 구역안 반대가 43.1%, 찬성이 35.9%로 반대가 더 많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반대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도의회는 다시 별도의 여론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조사는 1500명을 대상으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 인지도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 인지도 ▲선호 구역(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중국의 전통 의약학(醫藥學)은 역사가 유구하다. 집단주의적 관념(인체의 각 부분이 전체 유기체를 구성하는 정합(整合)된 것으로 보는 관념), 변증론치(辨證論治)1), 예방과 치료의 결합(예방치료)에 뛰어나다. 현재 보이는 상(商)대 복사(卜辭) 중의 현존하는 질병에 대한 기록은 500여 항목이나 된다. 서주(西周) 때에는 의학이 ‘천관총재(天官冢宰)’에 속했다. 식의(食醫), 질의(疾醫, 내과), 양의(瘍醫, 외과), 수의(獸醫) 등 여러 과가 있었다. 의사는 의정(醫政)을 모두 관리하였다. 이후에는 민간에서 사의(私醫)가 명성을 떨쳤다. 『사기·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의 기록을 보면 춘추시대 때에 진월인(秦越人, 편작)이 내과 수술에 능했고 대하의(帶下醫, 부인과), 소아과, 이목(耳目) 비병(痹病)의 등을 겸했다. 모두 “각지의 인정 풍속에 맞추어 진료 과목을 바꾸었다.”(隨俗爲變) 전통 중의학은 민간에서 생겨났기에 역대로 유방랑중2)이 강호를 떠돌아다니면서 의술을 행하고 약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였다. 중의학은 가전(家傳) 풍습이 있다.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인연이 생기면 의약 기술을 배우거나 관련 지식을 얻는 경우도 있었다. 옛날 약방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전문적인 한의사가 아니라 대부분 의약 지식이 있어 질병을 진단하고 약을 조제하였다. 이러한 중국민족문화 중에서 그러한 의약학 문화전통이 존재하기 때문에 의술을 행하고 약을 팔면서 구걸하는 거지 부류가 생겨난 것도 기이한 일은 아닐 터이다. 약방에서 약을 조제하는 사람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약을 캐고 약을 심으며 약을 만드는 약농(藥農), 약공(藥工)도 거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었다. 가전비방을 배운 사인이나 관리도 생활이 곤궁해져 초라하게 되거나 환란에 빠지게 되면 자기 기술을 펼치면서 걸식하거나 돈을 버는 것은, 그저 길거리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동냥하는 거지보다는 그나마 용이하기도 하였고 떳떳하기도 하였다. 『후한서·방기전(方技傳)』 기록을 보자 : 곽옥(郭玉)이라는 광한(廣漢) 낙성(雒城) 사람이 있었다. 그의 부친은 부수(涪水)에서 고기를 자주 낚았기에 부옹(涪翁)이라 불렸다. 민간에 은거하며 구걸하면서 질병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침술로 치료해 줬다. 나중에 『침경진맥법(針經診脈法)』을 저술하여 제자 정고(程高)에게 전해주었다. 정고도 은거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공명도 쫓지 않았다. 곽옥은 어릴 적부터 정고를 따라다니며 방진(方診, 처방과 진찰) 육징(六徵)3)의 기술과 ‘음양의 변화를 헤아릴 수 없다(陰陽不測)’의 법술을 배웠다. 나중에 궁중의 태의승(太醫丞)이 됐을 정도로 의술이 뛰어났다. 그럼에도 그는 어질었고 자신의 재능을 뽐내지 않았다. 빈천한 하층민에게도 전심전력으로 병을 치료하다가 임지에서 죽었다. 곽옥의 부친은 의술을 행하며 구걸하였다. 곽옥도 명성을 얻어 관리가 됐으면서도 여전히 가풍을 지키며 가난한 병자를 멸시하지 않았다. 인품과 의술 모두 뛰어났다. 적어도 한(漢)대에 이르면 중국 민간에 의술을 펼치며 구걸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을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송대 소박(邵博)의 『소씨문견후록(邵氏聞見後錄)』 29권 기록을 보자 : 정사보(鄭師甫)는 종아리에 부스럼이 났다. 물이 들어가자 너무 부어서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다. 거지가 귀지로 부스럼에 바르자 하룻밤 사이에 물이 흘러나오고 부스럼도 완치되었다. 책에는 너무 간단하게 30여 자의 기록밖에 없고 정사보의 자술이기에 그 거지에게 어떤 포상금으로 사례했는지도 서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술된 상황을 보면 의술을 행하며 구걸하는 거지라 판단할 수 있다. 명대 황희수(黃姬水)의 『빈사전(貧士傳)』 하권 『왕규(王逵)』의 기록을 보자 : 왕규의 자는 지도(志道), 전당(錢塘) 사람으로 한쪽 발을 절었다. 집안이 가난하여 하루 세 끼니를 잇기가 어려워서 약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나중에 계속해 약을 팔 수 없자 점을 쳐주면서 살아갔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사람을 위하여 근심을 덜어주고 곤란을 해결해 주었다. 이처럼 왕규는 약을 팔면서 구걸하였을 뿐 아니라 점술을 이용하여 걸식했음을 알 수 있다. 두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던 거지였다. 고대에 강호에서 의술, 점술, 점성술, 관상을 봐주는 것을 ‘방기(方技)’라 하였다. 『사기·창공전(倉公傳)』에 “방기에 뛰어나고 능히 병자를 치료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한서·예문지』는 말한다. “방기(方技)라는 것은 모두 생명을 살리는 기술이니, 왕이 설치한 관직 가운데 하나인 직무다. 태고에 기백(岐伯), 유부(俞跗)가 있었고 중세에는 편작(扁鵲), 진화(秦和),……한이 흥하자 창공(倉公)이 나타났다.”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모두 강호 방기 중의 의술이다. 나중에 강화 사회에 네 가지로 나뉘었는데 그중 하나가 의술을 행하고 약을 파는 부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변증론치(辨證論治), 각종 증상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치료를 결정한다는 한의학 이론이다. ‘증(證)을 변별하여 치료를 논한다’는 뜻으로, 한의학에서 질병을 인식하고 치료하는 기본원칙이다. 한의학에서는 병명에 관계없이 우선 증(證)을 살핀다. 증은 증후군(證候群)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환자로부터 얻은 정보들, 즉 질병의 원인이나 부위·성질·신체적 여건 등의 증후군을 종합적으로 살핀 후 치료를 한다는 이론이다. 변증시치(辨證施治), 변증론치(辯症論治)라고하기도 한다. 2) 주방랑중(走方郎中), 떠돌이 의생(醫生), 주랑중(走郎中), 유방랑중(游方郎中), 영의(鈴醫), 초택의(草澤醫), 주의(走醫)라고도 한다. 옛날 유학(遊學)하며 의술을 행하고 약을 팔며 사방을 주유했던 사람을 가리킨다. 3) ‘방진(方診)육징(六徵)’은 의방(醫方), 진법(診法)과 3음3양(三陰三陽)의 맥상(脈象)을 판별하는 의법(醫技)이다. 육미(六微)〔육징(肉徵)〕에 대해 청대 심흠한(沈欽韓)은 《양한서소증(兩漢書疏證)》에서 말했다. “육미(六微)는 3음3양(三陰三陽)의 맥후(脈候)다.” 《소문(素問)》 《육미지대론편(六微旨大論篇)》에 요지암(姚止庵)의 해제에 말했다. “하늘에는 육기(六气)가 있고 사람에게는 3음3양(三陰三陽)이 있어 상하가 상응한다. 변화는 여기에서 생겨나고 질병은 여기에서 일어난다. 그 뜻이 지극히 미묘하기에 육미지대론(六微旨大論)이라 하였다.” ‘육미(六微)’는 의도(醫道)를 가리킨다. ‘육미(六微)’는 ‘육징(六徵)’이라하기도 하는데 여섯 가지 징후를 가지고 병을 진단하는 법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세기 제주도는 초가와 돌담으로 이루어진 마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재료가 필연적으로 제주 마을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시대변화는 제주 환경의 역할을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대체했는데, 더이상 옛 환경을 유지하지 못하는 섬은 새로운 형태의 관광으로 변형된 마을 경관으로 태어났다. 역사는 언제나 그랬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러고 있으며, 아마 내일도 그럴것이다. 섬의 얼굴은 처음과 달리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모든 존재하는 것이 그런 것처럼 초가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고 우리도 사라져 갈 것이다. 몸에 털이 없어진 인간은 옷이 필요해서 풀로 옷을 만들었고, 소빙하기에는 동굴에서 살다가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태양을 가리는 집이 필요했다. 초가는 초기 인류의 집 재료인 셈이다. 인간에게 진보란 사회적 발전의 지표가 되는 상황을 만나는 것이다. 풀잎, 동물 가죽, 제조된 옷의 속도처럼 동굴, 초가, 너와집, 기와집, 시멘트, 철제, 유리 등은 문명의 발전 속도에 비례했다. 그 가운데 1980년대까지 비교적 원형이 많이 남아있었다. 초가가 적어도 60대 이상의 연령층에게는 매우 익숙한 집 형태일 것이다. 대게 초가의 추억이라고 하면 한마디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초가는 오래된 형식의 집이었다. 초가를 이용한 집은 정주(定住)가 시작된 신석기시대부터 유래한다. 제주의 초가는 순수한 자연재인 풀(草:띠(茅)), 흙, 돌, 나무로 만든 풍토재(風土材)이다. 화산섬이라는 특성이 돌을 중심에 두고 초가를 이루었다. 15세기에 유배 왔던 충암 김정(金淨, 1486~1521)이 처음 제주 초가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사람이 사는 집은 띠(茅)로 엮어서 매지 않고, 새(茅)를 지붕에 나란히 펴서 깔고는 가로로 눌러 단단하게 한다.' 따라서 우리가 아는 초가지붕에 바둑판 모양으로 매는 띠줄은 훨씬 뒤의 방식이었다. 또한 16세기 초 집안에는 관리의 집 외에는 온돌을 놓지 않았는데 방은 구덩이를 파서 돌로 메꾼 다음, 그 위에 흙을 발라서 마르면 건초를 깔고 잠을 잤다. 기와집이 매우 드물어서 대개 관청마저 초가를 덮었다. 올래는 바람을 막기 위해 돌담을 쌓아서 매우 좁은 것이 몰아치는 바람과 눈을 막기 위해서였다. 제주 초가는 적어도 2000년대 초까지 겨우 잔재가 남아 있었고, 지금은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사라진 가옥이 돼버렸다. 그렇지만 지금은 초가지붕은 없지만, 그 형태를 알 수 있는 돌집이 남아있다. 돌집은 초가의 뼈대로써 1960년대에는 띠 가는 것이 번거로운 초가 대신, 양철 지붕이나 그 위에 콜타르를 칠한 지붕이 간간이 나타났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국가재건 시책으로 시멘트 국산화에 힘입어 평슬래브 주택이 양산화되기 시작했다. 필요한 석회석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 쌍용양회를 비롯하여 현대, 한일, 동양 등 여러 개의 시멘트 공장을 건설하여 자급자족을 넘어 수출까지 하는 상황이 되었다(김석윤, 2014). 그야말로 한국은 시멘트 천국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제주의 축담이나 돌담도 시멘트가 결합한 담장이 등장하였고, 1970년대 초부터는 농촌지역에 남은 초가들을 대부분 개량하여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꿨다. 1970년대는 주거의 측면에서 볼 때 새마을 운동이 일어나 농촌 취락구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근대 주거문화를 주도하던 시기였다. 지금 제주의 농촌은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 중이다. 농촌의 전통 마을은 사라지고, 반(半)도시화가 되면서 농촌의 경관은 점점 상실하고 있다. 전통 농업이 쇠락하면서 농가(農家)라는 개념이 무색할 정도로 농촌은 소도시가 되고 있다. 마을 한 가운데에 1980년대부터 등장한 연립주택이 들어서 있고, 아파트나 빌라, 밭 가운데에 새롭게 전원주택이라는 개념으로 곳곳에 건립되고 있다. 새마을 운동과 더불어 농촌의 초가는 틀만 남겨둔 채 현대식으로 개량되었다. 화장실은 실내로 가 있고 부엌은 싱크대로 바뀌었으며, 식사 또한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뀌었다. 모든 것의 생활방식이 도시화돼 편리해졌다. 변화는 운동의 요소이며 필연적인 결과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말을 마치자마자 주머니에서 풀잎을 꺼내 입속에 넣고 씹으면서 두 팔을 벌려 혼자서 동굴 앞을 막아섰다. 동굴 속의 바람소리가 가까워졌다. 이윽고 황색 머리에 푸른 몸, 머리에는 짧은 뿔, 사람 넓적다리만한 커다란 뱀이 바람과 함께 동굴 밖으로 나와서는 거지 두목을 보자마자 몸을 휘감았다. 머리를 곧추세우고 숨을 내뿜으니 윙윙 울렸다. 거지 두목은 당황하지 않고 느긋하게 눈을 감고 계속해서 입속에 넣고 씹고 있던 풀의 즙을 내뿜으며 막아섰다. 거대한 뱀은 머리는 밑으로 내렸지만 둘둘 감은 몸에 힘을 더했다. 다른 거지들이 풀잎을 건네자 거지 두목은 풀잎을 씹으면서 뱀에게 수결을 해보였다. 거대한 뱀은 다시 머리를 쳐들고 힘을 더 냈으나 거지 두목은 풀의 즙을 내뿜으면서 아랑곳 않고 막아섰다. 뱀은 지쳤는지 다시 머리를 내렸다. 그렇게 세 차례를 반복하자 거대한 뱀은 견디지 못하고서 거지 두목의 몸에서 떨어져 꿈틀꿈틀 기어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거지 두목과 사왕이 악전고투를 하는 사이에 다른 거지들은 남아있던 뱀들을 모조리 잡아 바구니에 담았다. 모두가 기뻐하며 사찰 앞까지 돌아왔을 때 거지 두목의 얼굴이 점점 부어오르더니 얼마 없어 귀와 눈, 입, 코 모두 평평해졌다. 급히 다른 거지들을 불러 한꺼번에 풀잎을 씹어 즙을 얼굴에 뿜게 하였다. 풀의 즙을 뿜으니 얼굴이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다. 거지 두목에게 어째서 커다란 뱀은 잡지 않고 동굴 속으로 돌려보냈느냐고 물으니, 별일 아닌 듯 답했다. “뱀의 왕, 사왕이오. 내가 만약 사왕을 죽이면 사방의 사왕들을 불러들이는 것이오. 그러면 나 또한 온전치 못하게 되오. 내가 어제 여기에 와서 주술로 뱀을 모았소. 그래서 남산의 뱀들이 오늘 여기에 다 모인 것이오. 이번에 뱀을 모두 잡았으니 이후에 주변 5리 이내에는 5년 동안 뱀의 우환은 없을 것이오. 하지만 나도 몇 년 동안은 여기에 오지 못할 거요. 사왕이 복수하려 할 테니까.” 남병(南屛) 효종(曉鐘) 비정(碑亭)의 오른쪽 돌계단에 사람이 앉으려고만 하면 얼굴이 붉게 부어오르고 뼛속까지 농이 앉았다. 거지 두목을 청하여 살펴보게 하였다. 거지 두목이 찬찬히 살펴본 후 말했다. “그 아래 돌 사이에 끼어서 나오지 못하는 독사가 있을 거요. 나오지 못하니 틈새로 독을 뿜어대는 거요. 사람이 그때에 마침 그곳에 앉으니 중독되는 것이오.” 돌을 치워서 살펴보니 과연 돌 틈 사이에 뱀 한 마리가 끼어있었다. 다시 돌을 치우니 큰 붕어마냥 돌에 눌려 뱀이 납작하게 되어있었다. 거지 두목이 말했다. “그것은 살무사요. 그곳에서 몸이 나오지 못하고 동굴로 돌아가지도 못했던 거요.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잡혔겠지요.” 말을 마치자마자 뱀을 잡아 바구니에 넣었다. 사람들이 독사를 잡아 무엇에 쓸 거냐고 물으니 약방에 판다고 답했다. 여러 가지 뱀은 각기 다른 약용 가치가 있었다. 독성이 쌘 뱀일수록 약효도 좋았고 가격도 높았다. 돈 때문에 그렇게 모험하는 것이었다. 사찰 앞에 주민들 모두 거지가 뱀을 잡아주는 은덕에 감격하였다. 돈을 모아 술을 마련해 대접하니 여러 거지들이 환호하며 실컷 마셨다. 그러고서 주머니에서 풀잎을 꺼내 주인에게 사례로 건네면서 말했다. “이 풀로 해독할 수 있소. 뱀에게 물리거나 벌에게 쏘이거나, 심한 정저(疔疽), 독창에 씹어서 바르면 얼마 없어 완쾌되오. 하지만 아무렇게나 남용하지는 마시오.” 말을 끝내고서는 뱀을 담은 바구니를 들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돌아갔다. 상술한 부류의 거지는 강호에서 뱀을 부리며 기예를 팔거나 뱀약을 팔면서 구걸하는 거지와는 다른, 실질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부류다. 뱀을 잡아 돈으로 바꿔 생계를 유지하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뱀을 부리는 민간 잡기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고증하기가 쉽지 않다. 뱀을 부리며 구걸하는 방식은 송나라 때 서현(徐鉉)의 『계신록(稽神錄)』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모(毛) 씨 성을 가진 거지는 안륙(安陸) 사람으로 술안주로 독사를 즐겨 먹었다. 산동성과 강서성 일대를 돌아다니며 시중에서 뱀을 부리며 구걸하였다. 10여 년 넘게 구걸하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파양(鄱陽)에서 온 땔나무를 파는 사람이 황배(黃培)산 아래에서 야숙하는데 꿈속에 한 노인이 나타나 말했다. “네게 뱀 한 마리를 보낼 터이니, 강서에서 뱀을 부리는 모 씨라는 거지에게 가져다 줘라.” 강서에 가서 땔나무를 다 팔았을 때 뱃전에 똬리를 튼 하얀 뱀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만져보았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꿈속에서 노인이 한 말이 떠올랐다. 노인의 말에 따라 저녁에 뱀을 들고 시중에 가서 뱀을 부리는 모 씨 거지를 찾아서 건네주었다. 모 씨 거지가 손으로 만지려고 할 때 뱀이 피할 사이도 없이 손가락을 물었다. 거지는 큰소리를 내지르며 땅에 쓰러져서는 숨을 거두었다. 오래지 않아 거지의 시신이 부패돼 버렸고 뱀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전기적인 이야기는 믿을 수 없다. 다만 늦어도 송나라 때에 이르면 뱀을 부리며 구걸하는 거지가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명대 유원경(劉元卿)의 『현란편(賢欒編)』 기록이다. 오중(吳中)에 늙은이가 처음에는 집안이 가난해 뱀을 부리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 맏아들은 밥을 구걸하고 둘째아들은 개구리를 잡았으며 셋째아들은 ‘연화락’을 불렀다. 가족 전체가 거지였다. 나중에 점차 부유해지자 어느 날 그는 아들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이전에는 너무 가난하여 집안을 일으키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생활이 나아졌으니 반드시 직업을 바꾸어 문학을 공부하여야겠다. 그렇게 해야만 온 가족이 좋은 명성을 듣게 될 것이다.” 집안에 사숙을 지어 선생을 초대하여 아들 셋에게 공부를 가르쳤다. 반년여가 지나자 선생이 갑자기 아들 셋 모두 하루가 다르게 학업이 향상됐다고 과장하였다. 늙은이는 잔치를 베풀고 이름난 유학자를 초빙하여 직접 시험을 치르도록 하였다. 이름난 유학자가 셋째아들에게 대우(對偶) 문장을 시험보자며 먼저 첫 문장을 제시하였다. “잇달아 버들개지 날린다.” 셋째아들이 대구를 만들었다. “늴리리 연화락 부르네.” 둘째아들에게 제시하였다. “살구나무 나뭇가지의 끝에 흰 나방 날아가네.” 둘째아들이 답했다. “파란 버들나무 아래서 청개구리 잡네.” 마지막에 맏아들에게 “구중궁궐에 문무 양반 관원이 배열해 있네”에 대한 대구를 답하라 하니, “십자가두에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준 부모를 부르네”라고 답했다. 늙은이는 아들 셋이 제출한 대구를 보고는 이상하다 여겼다. 자신이 이전에 뱀을 부리며 구걸하던 그런 수단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어찌된 일인가. 이상은 송나라와 명나라 때에 뱀을 부리며 구걸하던 거지의 사례다. 다음은 청나라 때의 일이다. 전해오는 바는 이렇다. 청대 건륭 4년(1739)에 풍(馮) 씨가 사람들과 어울려 항주의 서호를 유람하고 있었다. 정자사(淨慈寺) 앞에서 피부가 가마무트름하고 짧은 구레나룻이 난, 몸에 포대를 걸고 있는 거지를 만났다. 뒤에는 대나무 바구니를 든 수십 명의 거지가 뒤따랐다.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남병산(南屛山)에 뱀 잡으러 간다고 하였다. 풍 씨는 젊었기도 했고 호기심도 많아 그들을 뒤쫓아 갔다. 사찰 서쪽 산간의 평지 깊은 곳에 다다르니 동굴이 하나 있었다. 동굴 입구는 1척여로 동물이 자주 출입한 듯 둘레가 반들반들하였다. 거지가 절뚝거리며 동굴 앞으로 가 주문을 외우고는 울컥, 입 안 가득 무엇인가 물고는 동굴 입구를 향하여 내뱉었다. 동굴 안쪽에서 우르르 소리만 들려왔다. 그때 뒤따라갔던 거지들은 좌우로 배열해 있었다. 각자 준비해서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간 풀잎을 꺼내어 입에 넣고 씹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동굴 속에서 수많은 뱀들이 밀물이 밀려들 듯이 기어 나왔다. 오초사, 먹구렁이, 뱀장어, 그리고 유혈목이, 살무사 종류였다. 그 형상은 게처럼 생긴 것도 있고 잉어처럼 생긴 뱀, 신발처럼 생긴 뱀, 호랑이 머리에 뱀의 몸을 한 거, 머리는 뾰족하고 몸은 넓적하지만 길이가 몇 촌이 되지 않는 뱀, 저울대처럼 가는 뱀, 몽둥이처럼 짧은 뱀, 주사처럼 붉은 뱀, 남색처럼 푸른 뱀, 청동처럼 녹색인 뱀, 분처럼 하얀 뱀, 흑과 백이 반반인 뱀 등등 두려울 정도로 괴이하였다. 줄서있던 거지들이 씹고 있던 풀잎 즙을 손에 바르고 씹다 남은 풀잎 찌꺼기로 콧구멍을 막았다. 그런 후에 각자 뱀들을 잡아서는 가지고 왔던 대나무 바구니에 담았다. 뱀들을 거의 다 잡아넣었다 싶었을 때 갑자기 굴속에서 쏴쏴 비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거지 두목이 모두에게 말했다. “사왕(蛇王)이 온다. 빨리 피해!”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