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수학여행 온 고교생, 호텔 8층서 추락사
[포토 제주오디세이] 1980년 제주시 북초등학교 운동장 그리고 지금 (2)
제주 사람 기질 닮은 제주마 ... 덩치 큰 말도 이기는 서열 '짱'
"민선 지방자치 30년, 제주 특별자치는 신구범의 구상이었다"
한미 무역협상 타결 후 … 기술혁신, 수출 경쟁력 강화가 살 길
여행 간다던 70대 부산역 광장서 분신 사망
언론의 자유 못지않게 사상의 자유가 보장돼야 민주주의 국가다
제주 용담과 서귀포 대정에 국민체육센터 들어선다
관급공사 업체로부터 승용차 받은 제주도 공무원 구속
제주, 남녀공학 특성화 '제주미래산업고' 신설 ... 2027년 3월 개교
아모레퍼시픽그룹 이니스프리의 비영리 법인인 이니스프리모음재단은 6일 '2025 제주 그린어워드' 헤리티지 공로상 수상자에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을, 과학상 수장자에 오홍식 제주 생태 연구자를 선정했다. 서명숙 이사장은 지난 18년간 제주 올레길 437㎞를 순수 민간 주도로 조성하며 제주 도보 여행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서 이사장은 또 '클린올레' 캠페인을 통해 탐방객 참여형 환경 보전 활동을 확산하고, '손심엉 올레' 등 사회적 약자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모두가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제주 관광 모델을 구축했다. 오홍식(제주대 사범대학 생물교육전공 교수) 수상자는 30여년간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제주 고유 생물 보전 연구에 매진하며, 제주의 자연환경 및 생물다양성 보전 기반 구축에 기여해왔다. 오 교수는 한라산·오름·곶자왈·습지 등 제주 주요 생태계 전반을 다룬 240여편의 학술논문 및 정책 연구를 수행했다. 지역 환경보전 정책 수립과 생태 연구의 과학적 근거 마련에 앞장섰다. 서 이사장과 오 교수에게는 각각 상패와 상금 500만원이 전달된다. 그린 크리에이터상은 제주 토종 씨앗 종자 증식과 나눔 활동을 펼쳐온 씨앗 매개자 강나루씨, 해양 생물의 가치를 알리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임형목 감독, 제주 전통 돌담 축조 기술 전승에 앞장서 온 조환진 돌빛나예술학교 교장, 환경교육기업 '초록길벗'의 김영동 대표(싱어송라이터 예혁), 2019년부터 6년간 수중 정화 활동을 하는 사단법인 오션케어 등 모두 5명(팀)에게 수여된다. 상금은 각 200만원이다. 재단은 오는 14일 헤리티크 제주에서 시상식을 연다. 수상자가 모두 무대에 올라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그린 토크'를 진행한다. 또 행사장에서는 당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제주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문화 확산을 위해 제주 농산물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플리마켓(Green존·Grow존)을 운영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제9기 사회협약위원회가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을 2025년 하반기 공공갈등사업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입지 선정 논란과 주민 생존권 충돌 등 갈등이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도내 27건의 공공사업 중 제2공항 사업의 갈등 지수는 300점 만점에 235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내 다른 사업의 평균 갈등 지수는 약 150점 수준으로, 제2공항 사업의 갈등이 단연 높다는 평가다. 제2공항 건설은 2015년 발표 이후 찬반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찬성 측은 관광객 증가, 물류 효율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공항 건설을 지지한다. 반대 측은 농업·어업 등 주민 생계 위협, 자연환경 훼손, 소음·교통 문제, 보상 미흡 등을 문제로 제기한다. 최근 제주환경운동연합 조사에서는 주변 마을 주민 상당수가 사업 추진이 ‘생활권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고 응답했다. 위원회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중점관리대상 지정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조기에 식별하고 조정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도민 의견 수렴과 전문가 자문을 통해 갈등 완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며, 오는 10일 발표 10주년 기념 공식 메시지도 발표할 예정이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지난 10월 제주도가 역대 10월 중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제주지방기상청이 4일 발표한 2025년 10월 기후특성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 전체(제주·서귀포·성산·고산 평균) 평균기온은 21.9도로 평년보다 3.2도 높았다. 10월 초순과 중순 평균기온은 각각 24.7도, 23.7도로 모두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서귀포 지점에서는 지난달 7일, 12일, 14일 일 최고기온이 각각 31.3도, 31.7도, 32.3도로 10월 기준 역대 1∼3위를 차지했다. 제주 지점 역시 13일 일 최고기온이 31도까지 올라 10월 역대 5위를 기록했다. 제주와 서귀포에서는 역대 가장 늦은 열대야도 나타났다. 제주에서는 6일 관측 이래 첫 ‘10월 열대야’를 기록했다.서귀포에서는 6일과 13일 두 차례 열대야가 나타났다. 강수량은 92.3㎜로 평년(91.6㎜)과 비슷했다. 강수일수 역시 7.5일로 평년(6.3일) 수준을 보였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았다. 4일 제주지법 101호 경매법정에서 열린 매각결정기일에서 A 의료법인이 단독으로 응찰해 204억7690만원에 낙찰됐다. 매각 대상은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19개 필지, 2만8000㎡ 규모 부지와 지하 1층·지상 3층 병원 건물 전체다. 감정가 596억5568만4000원에서 네 차례 유찰을 거친 끝에 최종 낙찰가가 확정됐다. A 의료법인은 기한 내 잔금 약 180억원을 납부하면 소유권을 확보하게 된다. A 의료법인은 부산과 서울에서 관절·척추·내과 중심 종합병원을 운영 중이다. 녹지국제병원 건물을 활용해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세부 운영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첫 영리병원 추진 사례로 큰 논란이 됐다. 2018년 12월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을 달아 개설 허가를 내줬다. 이에 대해 녹지제주는 허가 조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제주도는 2019년 4월 의료법상 개원 시한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두 차례 소송 끝에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 소송은 제주도가 승소했다. 개설 허가 취소 소송은 녹지제주가 최종 승소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녹지제주는 병원 건물과 토지를 디아나서울에 매각했다. 디아나서울은 비영리병원 전환을 계획했으나 자금난으로 추진하지 못했다. 이번 경매 낙찰로 녹지국제병원은 새 주인을 맞이하며 비영리병원 전환을 준비하게 됐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제주와 일본 후쿠오카를 잇는 하늘길이 다시 열린다. 티웨이항공이 이 노선에 6년 만에 다시항공기를 띄운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제주도관광협회는 티웨이항공이 오는 12월 20일부터 제주~후쿠오카 노선을 주 4회(화·목·토·일) 정기 운항한다고 6일 밝혔다. 운항 일정은 제주국제공항에서 오전 10시경 출발해 후쿠오카국제공항에 현지 시각 오전 11시 10분 도착, 복귀편은 낮 12시 10분 출발해 오후 1시 20분 제주에 도착한다. 비행시간은 약 1시간 10분이다. 제주도는 이번 재취항을 위해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3월 한국공항공사, 한국관광공사, 제주관광공사, 제주관광협회가 국제노선 회복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6월에는 티웨이항공 일본지역본부와 후쿠오카공항 슬롯 확보 및 운항 일정을 조율했다. 9월에는 한국공항공사와 함께 후쿠오카공항 관계자를 초청해 제주 시찰을 진행했다. 티웨이항공은 이 과정을 거쳐 후쿠오카공항 슬롯을 확보하고 12월 20일 재취항을 확정했다. 후쿠오카는 일본 규슈 지방의 중심 도시다. 비행시간이 짧고 관광지 접근성이 높다. 시내에는 캐널시티, 후쿠오카타워, 오호리공원 등이 있다. 인근 다자이후와 유후인 등 관광지로 이동하기 쉽다. 제주도는 이번 노선 재개가 제주~일본 간 관광객 교류 확대와 도민의 일본 여행 편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티웨이항공은 제주에서 김포, 청주, 대구, 광주 노선과 오사카, 싱가포르, 타이베이, 가오슝 등 국제선을 운항 중이다. 김양보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후쿠오카 직항 노선은 민관 협력의 결과이며 제주~일본 간 관광교류 재개의 계기”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제주~후쿠오카 노선이 한일 교류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항공권은 티웨이항공 공식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에서 예매할 수 있다. 운항 일정은 요일별로 달라질 수 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제주도 지역화폐 '탐나는전' 5% 할인 발행 행사가 조기 종료됐다. 제주도는 지난달 29일부터 진행한 탐나는전 할인 발행 행사가 예산 소진으로 애초 종료 예정일인 11월 9일에서 6일 앞당겨진 3일 오후 3시에 마감됐다고 이날 밝혔다. 전액 국비로 지원된 이번 행사는 도민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도내 탐나는전 가맹점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지난 10월 31일 오후 5시 기준 할인 발행 예산의 58.4%가 소진됐다. 이후 이용자가 빠르게 늘며 11월 3일 기준 소진률은 약 79.6%로 추정된다. 할인 혜택을 받은 이용자는 약 9만 명이다. 도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산 소진에 따른 조기 종료 사실을 탐나는전 앱을 통해 즉시 공지했다. 할인 혜택은 종료됐지만, 기존 13% 포인트 적립은 연말까지 유지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예상보다 빠른 참여로 조기 종료하게 됐다”며 “탐나는전을 통한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 확립을 위해 추가 소비 진작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제주 서귀포시 한 도로에서 탱크로리 차량이 도랑으로 추락한 뒤 실종됐던 운전자가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7시18분쯤 서귀포시 상효동 제8산록교 인근 산록도로에서 휘발유 등을 운반하는 24t급 이동탱크저장소(탱크로리) 차량이 도랑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와 경찰은 차량 주변을 수색했지만 운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6일 오전 7시6분께 사고 현장에서 약 100m 떨어진 다리 아래에서 40대 운전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탱크로리 내부는 비어 있는 상태였다. 유류 유출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하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제주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마을형 축제가 제주시 한경면에서 펼쳐진다. 제주시와 제주관광공사는 오는 8일 제주시 한경면 저지녹색농촌체험장(저지리 산 14-2)에서 마을형 축제 ‘아꼬아 저지리 대공원’을 연다고 6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저지리 마을회, 덤부리협동조합, 저지농촌체험휴양마을, 저지리 생태관광 마을과 제주관광공사 마을 여행 전담 크리에이터가 주민·이주민·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지역 상생형 프로젝트다. 아꼬아 저지리 대공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연·놀이·예술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모아모아 어드벤처(ADVENTURE)’, '종이비행기 부스터 아이템을 자작나무로 만들어 보기', '종이비행기 멀리 날리기 대회', 플리마켓 ‘아꼬아 예술상점’, 먹거리 장터 ‘아꼬아 키친’, 야외 미술 체험 공간 ‘아꼬아 화실’이 운영된다. · ‘모아모아 ADVENTURE’는 행사장 곳곳을 탐험하며 주어진 미션을 하나씩 수행해 나가는 탐험형 체험 프로그램이다. ‘종이비행기 멀리 날리기 대회’는 제주에서 활동 중인 양웅걸 목공예 작가와 자작나무로 직접 비행 아이템을 제작한 후,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는 대회다. 가장 멀리 비행한 참가자에게 제주~김포 왕복 항공권이 제공된다. 모아모아 어드벤처 프로그램과 종이비행기 멀리 날리기 대회는 사전 참여 예약이 우선이다. 일부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행사 참가 신청은 온라인 예약 페이지(www.maeulzip.com) 또는 현장에서 하면 된다. 선착순이다. 자세한 문의는 제주관광공사 글로컬관광팀(064-740-6926)으로 하면 된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제주의 우수한 마을 자원을 활용해 주민소득을 창출하고, 지역 관광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 국가과제인 지역단위 농촌관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마을 여행 전담 여행사 및 크리에이터 등과 함께 다채로운 마을 여행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와 제주국제감귤박람회조직위원회가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일원에서 ‘2025 제주감귤박람회’를 연다. ‘국민과 함께하는 사랑받는 제주 감귤! 세계로! 미래로!’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감귤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감귤 전문 박람회다. 오는 20일 오전 11시 개막식에서는 숨비소리 합창단과 다온무용팀의 축하공연이 펼쳐진다. 또 일본과 중국 감귤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아시아 시트러스 국제학술회의 준비위원회’가 공식 출범한다. 개막에 앞서 감귤농가 300명이 참여하는 개막식 퍼레이드가 열려 감귤산업의 주역인 농민들이 직접 박람회의 문을 연다. 행사기간 5일간 전시·학술·체험·문화·경연이 어우러지는 감귤산업의 종합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대한민국 감귤관, 감귤홍보관, 감귤직거래장, 감귤산업관, 우수감귤 전시관, 농기·자재 전시관, 유관기관 홍보관 7개 전시관 등 160개 부스도 운영된다. 대한민국 감귤관은 재래품종부터 신품종, 품평회 수상작까지 340점의 감귤이 전시된다. 감귤의 역사와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감귤 직거래관에서는 최고 품질의 감귤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 감귤 찜하기·구워먹기·블라인드 테스트·떡메치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상시 운영된다. 또 청년농업인 아이디어 발표대회인 제주 황감제를 비롯해 귤빛가요제, 감귤 디저트 경연대회 등 참여형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감귤풀(Pool) 속 황금코인을 찾는 넘버원 감귤왓은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와 이탈리아의 오렌지 전투 축제를 제주형으로 재해석한 이색 체험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라이브커머스, 감귤 다이닝, 멍때리기 대회, 감귤농업 보드게임, 버스킹 공연, 감귤 경매, 미로원 보물찾기 등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가 연일 이어진다. 국제심포지엄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주제로 한 아시아 시트러스 명사 초청 강연과 국내 연구진의 성과 발표가 이뤄진다. 이어 유통 대응방안 토론회, 전문가 특강, 바이어 상담회를 통한 농가의 판로 개척도 지원한다. 도와 위원회는 관람객 교통 편의를 위한 2개 노선 셔틀버스 운행, 도외 방문객을 위한 숙박 할인, 지역 상생을 위한 인근 관광농원(휴애리, 돌낭예술원, 상효원) 입장권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세부일정과 프로그램별 사전 신청은 누리집(www.jicexpo.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시 도심 도로인 연삼로가 하루 동안 차량 대신 시민들의 발길로 채워진다. 제주도는 오는 3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애향운동장과 연삼로 일대에서 ‘제2회 차 없는 거리 걷기 행사’를 연다고 6일 밝혔다. 이 행사는 당초 지난 9월 27일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천으로 취소된 뒤 두 달 만에 다시 열린다. ‘한 걸음의 건강, 함께 숨 쉬는 푸른 제주’를 주제로 애향운동장을 출발해 한라명동칼국수와 JIBS제주방송을 거쳐 되돌아오는 4㎞ 구간이다. 이 중 500m 구간은 ‘러너존(Runner Zone)’으로 운영돼 걷기와 달리기 참가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다. 행사 당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애향운동장∼한라명동칼국수∼보건소 사거리 서측∼마리나사거리 동쪽 도로는 양방향 전면 통제된다. 응급차량 통행을 위한 비상 차선은 별도로 확보된다. 행사 구간에서는 공연, 체험, 홍보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진행된다. 식전에는 오라동 난타팀과 어린이 댄스 공연이 펼쳐진다. 본 행사에서는 군악대·캐릭터 퍼레이드, 청소년 플래시몹, 버블쇼, 줄넘기·댄스 공연이 이어진다. 패밀리 림보게임, 도로 위 스케치북, 건강 지압판 걷기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과 함께 페이스페인팅, 캐리커처, 건강 홍보관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체험 부스도 마련된다. 또 ‘도민 걷기 기부 캠페인 50억보 달성’ 기념행사와 버스 이용 인증 이벤트,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리필 스테이션’도 함께 운영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걷기와 달리기를 통해 도민의 건강을 지키고, 도심 속 탄소중립 문화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제주 해안에서 중국산 ‘차(茶)’ 봉지 형태로 위장한 마약이 또다시 발견됐다. 최근 두 달 사이 다섯 차례 비슷한 형태의 마약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경찰과 해경이 수사에 착수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4일 오후 4시 40분쯤 제주시 조천읍 해안가 갯바위에서 낚시객이 발견한 마약 의심 물체를 수거해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낚시객은 “바다에서 떠밀려온 중국산 차 봉지를 주워 열어보니 하얀색 결정체가 들어 있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해당 물체가 최근 해양경찰이 포착한 중국산 우롱차 봉지와 동일한 형태로, 간이 시약검사 결과 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무게는 약 1㎏으로, 1회 투약량(0.03g) 기준 최대 3만3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앞서 지난달 15일과 24일에는 경북 포항과 제주시 애월읍 해변에서 각각 케타민 1㎏이, 지난 9월 29일에는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 해변에서 20㎏이 발견됐다. 최근에는 제주항과 조천읍 해안가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마약이 잇따라 떠밀려왔다. 경찰과 해경은 해당 마약이 국내 유통을 위한 것인지, 다른 지역으로 운반 중 바다에 버려진 것인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최재호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정부가 제주를 비롯한 4곳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최종 지정했다. 에너지를 지역에서 생산·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체계를 통해 중앙집중식 전력 공급의 한계를 보완하고 신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5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이날 열린 에너지위원회에서 전남, 제주, 부산 강서구, 경기 의왕시 등 4곳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선정됐다. 지난 5월 최종 후보지 7곳 중 경북 포항, 울산 미포산단, 충남 서산 3곳은 제외됐다. 분산에너지 특구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직접 생산해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다. 설비용량 40MW 이하 발전설비나 500MW 이하 집단에너지 설비 등이 대상이다. 특구 내 사업자는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전기를 판매하고 한국전력과 다른 요금체계도 설정할 수 있다. 이번에 선정된 4곳은 모두 ‘신산업 활성화형’으로 분류됐다. 이는 분산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연계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유형이다. 지역 단위의 전력 자립을 넘어 신산업 기반 구축에 방점을 둔 지정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제주도는 세 가지 모델(V2G·ESS·P2X) 을 모두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도는 가상발전소(VPP) 기반 전기차 양방향 충전(V2G·36㎿), 에너지저장장치(ESS·60㎿), 수요혁신기술(P2X·57㎿) 등을 통해 총 153㎿ 규모의 유연성 자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력계통 안정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화지역에는 비선로 증설 대안(NWAs), 전력·열 전환(P2H) 전용 요금제, 전력수요 관리(DR) 요금제 등 새로운 보상체계도 도입된다. 도민들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전기차를 충전 후 전력망으로 다시 전기를 공급(V2G)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제주도는 이번 사업으로 2913억 원의 투자 유치, 1971명의 취업 유발, 3209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확대 지정은 제주형 에너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결과”라며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2035 탄소중립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에너지위는 ‘제7차 에너지 이용 합리화 기본계획’도 함께 확정했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2029년까지 에너지 수요량과 원 단위를 각각 2억1100만 석유환산톤(TOE), 0.084TOE로 낮추기로 했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많은 데이터센터를 ‘특별관리 대상’ 으로 지정해 전력 효율 지표를 매년 관리하고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 신고 대상에도 포함하기로 했다. 또한 재생에너지로 구동되는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 설비로 인정하고, 전기히트펌프 보급 확대, 에너지 공급자 효율 향상 의무화제도(EERS) 본사업 전환 등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도 병행될 예정이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제주도교육청은 지난달 31일 열린 특성화고 지정·운영위원회에서 가칭 '제주미래산업고' 신설 계획안을 심의해 승인했다고 4일 밝혔다. 신설 학교는 현 제주고 서쪽 부지(제주시 1100로 3213)에 건립돼 오는 2027년 3월 남녀공학으로 개교한다. 학과는 글로벌조리과, 스마트농업과, 디지털·관광콘텐츠과,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과 등 4개 학과로 구성된다. 학년당 4학급, 학급당 20명인 단일 학급 체제로 운영된다. 모든 학과에는 창업 일반과 외국어 교과를 공통 필수과정으로 편성한다. 도교육청은 내달부터 내년 8월까지 교육과정 전담팀을 운영해 학과별 교육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또 내년 3월부터 12월까지 개교지원단을 운영하며 신입생 모집 홍보를 하고 기자재를 확충한다. 내년 8월 고교 전형 세부 계획을 공고한다. 학교 건립 공사는 내년 1월 착공해 2027년 2월까지 교실·실습동·체육관 등 주요 시설 공사를 진행한다. 학교는 지상 3층 규모의 모듈러 교실과 다목적체육관, 4동의 실습동, 급식소, 어울림마당, 운동장 등으로 조성된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저출생과 학령인구 감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직업교육 수요 변화라는 이중 과제 속에서 이번 신설 특성화고는 지역 산업과 미래형 직업교육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역량을 갖춘 전문 직업 인재 양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가 2026년 공공체육시설 사업에 국민체육진흥기금 176억원을 확보했다. 제주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2026년 생활체육시설 확충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국민체육센터 건립 2곳 80억원, 공공체육시설 개보수 23곳 96억원 등 총 176억원의 국비를 확보했다고 5일 밝혔다. 국민체육센터 건립 지원은 제주시 용담동과 서귀포시 대정읍이다. 두 곳 모두 각 40억원씩 정액 지원된다. 용담 국민체육센터는 총사업비 83억7000만원(국비 40억·도비 43억7000만원), 대정읍 시니어형 국민체육센터는 총사업비 80억원(국비 40억·도비 40억원) 규모다. 용담 국민체육센터는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이용률이 낮은 기존 게이트볼장 부지를 활용해 시니어형 체육시설 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이다. 2027년 중순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공체육시설 개보수 사업은 제주도가 5곳(8억3000만원), 제주시 7곳(17억5000만원), 서귀포시 11곳(70억2000만원) 등 23곳에서 이뤄진다. 총사업비는 189억원(국비 96억·도비 93억)이다. 23곳 중 18곳이 전국체전 대비 시설로, 도는 체전 전까지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전국장애인체전 유도경기장으로 지정된 도 유도회관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안전시설을 보수한다. 도 체육회관과 제주복합체육관 노후시설도 안전공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주시는 전국(장애인)체전 경기장인 제주종합경기장 실내수영장·야구장·주경기장 등 노후 체육시설 보수와 조천·우도운동장 우레탄 트랙을 교체해 안전하고 쾌적한 체육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서귀포시는 전국(장애인)체전 개·폐회식장인 월드컵경기장 시설을 보수하고, 강창학경기장 장애인 편의시설을 개선한다. 5개 체육관 노후시설과 수영장·인라인 롤러경기장·테니스장·궁도장 등 11개 경기장도 정비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교육청이 오는 8, 9일 이틀간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2025 제주발명축전'을 연다. 이번 축제는 '상상력 온(ON)! 발명력 업(UP)! 미래를 열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행사장에는 도내 40개 학교가 참여하는 발명체험 부스가 마련된다. 배틀 로봇 대결, 드론 축구, 드론 경주, 고카트 만들기, 메이커(혁신적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것) 강연, 발명 마술 공연 등 다양한 발명·과학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학생과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발명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실외 부스 '상상한 줌-발명의 시작'과 실내 부스 '발명 한걸음-발명의 확장' 2가지 코너로 나눠 '발명! 오토마타 챌린지' 등 9개 프로그램과 '기록을 남기다, 증명을 만들다' 등 29개 프로그램이 각각 운영된다. 또 대한민국발명교육대상 수상자의 발명 마술 공연, 유명 메이커 강사인 최재필과 '메이커 다은쌤'의 강연 등이 펼쳐진다. 이 행사는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이 공동 주최하고 제주학생발명교육연구회가 운영을 지원한다. 제주학생발명교육연구회를 중심으로 제주남초·서귀서초·제주중앙중·성산중·한림중 발명교육센터와 발명특허고인 서귀포산업과학고가 함께 주관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영화 헤이트풀8 속 스미더스 장군(브루스 던 분). 남군 출신인 그가 노구를 이끌고 아무 연고도 없는 황량한 와이오밍주(州)를 헤매다가 눈폭풍을 피해 ‘미니의 잡화점’을 찾아든 이유는 단 한가지밖에 없다. 그의 외아들이 남북전쟁 중에 ‘행불’이 됐는데, 아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와이오밍주라는 풍문 때문이었다. 스미더스 장군은 흑인 몰살로 악명이 높지만 자기 자식에게는 그토록 애틋하다. 선이나 악은 대개 보편적이지 않고 선택적이다. 나에게 천사 같은 ‘엄마’도 누군가에게는 얼마든지 악마가 될 수 있다. 이같은 ‘선택적 사랑’에 아무런 죄의식이나 갈등도 느끼지 못하는 스미더스 장군에게 적개심 가득한 북군 출신 흑인 장교 워런 소령(새뮤얼 잭슨 분)이 점잖게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그 유명한 스미더스 장군님 아니신가? 실종된 아들을 찾아 여기까지 오신 건가?” 스미더스 장군은 적군인 북군 출신에 흑인인 워런 소령을 투명인간처럼 무시한다. 그런 스미더스 장군에게 워런 소령은 능글능글하게 ‘필살기’를 날린다. “사실… 당신 아들이 죽는 모습을 내가 직접 봤다”고 떡밥을 던진다. 당연히 그제야 스미더스 장군은 염치 불고하고 질문을 쏟아낸다. “정말이냐? 어디서?
한국과 미국 간 무역협상이 10월 29일 극적으로 타결돼 일단 관세전쟁의 불확실성은 해소됐다. 협상 타결이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유럽연합(EU)보다 늦었지만 협상의 완성도를 높였다.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1500억 달러는 7월말 첫 협상과 다르지 않다. 다만, 현금 투자를 미국이 요구한 선불이 아닌 ‘연 200억 달러 상한·10년 분할’ 납부로 분산했다. 투자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추진하고, 수익은 원리금 상환 이전에는 양국이 5 대 5로 나누기로 했다. 마스가 1500억 달러는 보증과 대출을 포함한 것으로 우리 기업이 주도한다. 미국은 자동차·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반도체 관세도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적용한다. 의약품과 목재는 최혜국 대우를 받는다. 일본과 비교하거나 큰 틀에서 보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환시장에 충격을 줘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경제위기를 초래할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쌀과 쇠고기 등 민감한 농업 분야 추가 개방도 방어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가 보장한 지위를 잃고, 주요국과 같거나 ‘더 나쁘지
영화의 주인공 격인 현상금 사냥꾼 존 루스(커트 러셀 분)의 행적은 선뜻 ‘헤이트풀’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리기에 애매한 느낌을 준다. 루스는 ‘현상금 사냥꾼’이다. 조금 거친 직업이지만 서부개척시대에 날뛰는 무법자들을 미비한 공권력을 대신해서 잡아들이고 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전문직 직업인일 뿐이다. 존 루스를 좀 더 설명해보자. 대부분의 현상금 사냥꾼들은 자신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붙잡은 현상수배범들을 죽여서 데려가지만 루스의 영업원칙은 법에 규정된 대로 ‘반드시’ 생포해서 데려가 제대로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 영화 전편을 지배하는 ‘남과 북’이나 ‘흑백’의 혐오에 사로잡히지도 않고 오직 자신의 생업에 충실하다. 어찌 보면 ‘악당’은커녕 ‘정의의 사도(使徒)’라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그러나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루스에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헤이트풀한 악당’의 딱지를 붙이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루스는 와이오밍주(州)를 무대로 날뛰는 갱단 ‘도밍그레이’파의 여두목인 데이지를 포획해 압송하는 중이다. 루스는 그 압송 중에 꽤 인상적인 장면들을 연출한다. ■ 장면1. 데이지를 압송해가는 루스의 마차 앞에 루스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흑인 워런 소령(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 23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는 와중에 금리를 낮춰 기름을 부어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430원대를 넘나드는 원ㆍ달러 환율이 오를 위험성도 고려됐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뒤 지난해 11월, 올해 2ㆍ5월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내수 부진과 미국발 관세 부과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자 통화정책 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7ㆍ8월과 10월, 3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시장 불안이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묶은 6ㆍ27 대책, 5년간 135만호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9ㆍ7 대책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정부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15억원 넘는 집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2억∼4억원으로 줄이는 10ㆍ15 대책을 발표했다. 초강력 수요 억제 대책이 나온 지 일주일 만에 한은이 금리를 낮춰 주택담보대출을 부추기면 정책 엇박자 논란을 야기하리란 점도 고려했을 게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국회 국정감사에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담쟁이가 뒤덮인 돌벽 한쪽이 덩그러니 서 있다. 초록색 방수포가 뒤덮은 객석 바닥은 이미 원형을 잃었고, 공연을 품던 무대는 무너진 채 흉터처럼 갈라진 흔적만 남았다. 한때는 웃음과 박수로 가득했던 자리에 이제는 공사 차량 자국과 철거 상흔만이 흩어져 있다. 오래도록 서귀포 시민들의 추억을 품어온 서귀포 관광극장은 이제 잔해와 철거의 상처로만 존재한다. 청춘의 기억을 간직한 무대, 가족과 함께한 영화 관람, 동네 아이들이 뛰놀던 객석의 풍경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허물어진 건축물과 그것을 지켜보는 허탈한 눈빛뿐이다. 현장을 찾은 건축가와 시민들은 잇따라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라면 보강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무대를 배경으로 보낸 낭만의 시간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벽체를 손으로 짚으며 "아직 숨 쉬는 건물인데 왜 이렇게 급히 없애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30일 오후 이중섭 거리를 찾은 어린이와 시민, 외국인 관광객들마저 발걸음을 멈췄다. 회색빛 공사판 가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고, 일부는 휴대폰을 꺼내 무너진 흔적을 사진으로 남겼다. 다른 이는 "관광지에 왔더니 왜 철거 현장만 남았느냐"며 의아해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은 요동쳤다. 17개 시·도가 일제히 비상 체제로 흔들렸다. 비상계엄령이 발동되던 그 때 제주에서는 도청 본관 출입문이 닫혔다. 밤 11시 17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13분까지다. 이 조치가 단순한 '출입문 통제'였는지, 아니면 '청사 폐쇄'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제주도정은 곧바로 '불법 계엄 동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의 '부재'가 있었다. 오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날 저녁 저는 제주에 없었다.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오산에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택으로 이동해 비서실장과 특보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고, 새벽 1시 30분 도청 회의를 소집해 "군·경은 상부 지시가 있더라도 따르지 말라"는 불복 지침을 명확히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였다. "
이쯤되면 거의 여론조작이라 말하는게 나을 듯 싶다.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시점에서다. 연이어 쏟아지는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수치가 오히려 도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도와 도의회, 정당과 연구기관, 나아가 언론사까지 앞다퉈 민심을 계량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제각각이고 질문은 자의적이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나온 조사조차 상반된 결론을 내놓으니 도민의 눈에는 이 과정이 '정치적 셈법에 맞춘 각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주연구원 조사에서는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찬성 46.3%, 반대 3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찬성 응답자의 63%는 내년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찬성이 우세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공개한 여론조사는 정반대였다. 도당 조사에서는 3개 구역안 반대가 43.1%, 찬성이 35.9%로 반대가 더 많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반대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도의회는 다시 별도의 여론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조사는 1500명을 대상으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 인지도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 인지도 ▲선호 구역(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청패류초·걸개류·상해유호북지개(上海有湖北之丐)』 기록이다 : “상해에 호북 출신 거지가 있다. 모두 부인과 남자아이이고 건장한 남자는 없다. 늘 서너너덧이 모여서 시가를 돌아다닌다. 손에는 소라, 북, 구련환(九連環)을 들고 등에는 칼과 갈퀴 등 잡물을 담은 자루를 지고 다닌다. 한 사람은 강회(江淮) 소곡, 예를 들면 「십팔모(十八摸)」, 「십배주(十杯酒)」, 「십송랑(十送郞)」 등을 부르며 손에는 칼이나 갈퀴를 떨구고 한 사람은 북을 치거나 소라를 치면서 박자를 맞춘다. 광서, 선통 사이에 처음 보였고 선통, 신해에 많아졌다. 삼봉고(三棒鼓, 북채 3개를 사용해 연주하는 방법, 삼반고(三班鼓)라고하기도 함)도 구걸하는 도구다. 그 연주법은 3명이 함께 한다. 한 사람은 북을 펼쳐놓고 치는데 북은 움직일 수 있는 대나무 지지대가 있어 열고 닫을 수 있다. 한 사람은 작은 북을 두드리고 한 사람은 징, 소라의 박자에 맞춰 노래한다. 가사는 천한 내용이 많다. 언어는 대개 호북성 지방어이다.” 호북 거지가 삼봉고를 공연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명나라 때 전예형(田藝蘅)은 『유청일찰(留靑日札)』에서 말했다. “오(吳), 월(越) 사이에 부녀자가 북채 3개를 가지고 위아래로 북을 친다. 삼봉고라 한다. 강북 봉양(鳳陽) 남자가 더 뛰어나다. 당나라 때의 삼장고(三杖鼓)가 그것이다.” 이런 곡예 표현 예술은 공연할 때 동전을 새겨 넣은 북채 3개로 차례대로 돌아가며 북을 치면서 노래하는 것에서 이름을 얻었다. 호북, 호남 일대에서 유행하였다. 봉양화고(鳳陽花鼓)에서 변화 발전했다고 전한다. 이 설은 일리가 있다. 역사상 재난이 끊이지 않았고 궁핍하고 낙후된 봉양은 거지가 많이 생겨나 각지로 떠돌아다녔다. 『청패류초·걸개류·봉양인걸식지유(鳳陽人乞食之由)』는 말한다. “강소, 절강 접경지역에 매년 겨울이 되면 봉양 유민이 늘 시내에서 구걸한다. 해마다 흔히 있는 일이 되었다. 그 걸식하는 이유를 헤아려보면 호주(濠州, 봉양부鳳陽府)가 명 태조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전란이 끝난 후 사람이 적어지고 토지가 황폐해지자 강남의 부유한 백성 14만을 이주시켜 채우고서는, 사사로이 귀향하는 자는 중죄로 다스렸다. 부유한 백성이 고향으로 돌아가 성묘하려 해도 방법이 없자 남녀가 거지로 분장해 몰래 고향으로 돌아가 제사지내고 성묘하였다. 겨울에 떠나 봄에 돌아왔다. …… 마침내 강호를 떠돌아다니며 걸식하는 것이 업이 되었다.” 원인을 그 당시 거지 출신 황제 주원장(朱元璋)과 그의 정책으로 귀결시키고 있다. 일리가 있다 싶다. 전기적인 색채가 있다는 것은 맞지만 역대로 그곳에서 거지가 많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궁핍해져서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오랫동안 누적되어 형성된 전통관념, 습속, 지리 문화, 심리상태에 기인한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상술한 전설 자체는 비정상적인 가치 관념을 반영하고 있다. 거지를 천하게 보지 않으려는 관점이 그것이다. 다시 예를 들면 강서(江西) 서창(瑞昌), 구강(九江), 무녕(武寧) 등지에서 유행하였던 ‘용선고(龍船鼓)’〔서창선고(瑞昌船鼓)〕도 원래는 단오 때에 호숫가 지역에서 용주로 강을 건너는 활동 중에 탄생한 오락성 짙은 곡예 종류다. 소라, 북을 치는 반주에 맞추어 말하기도 하고 노래하기도 한다. 청나라 건륭 연간에 대단히 유행하였다. 그런데 봉양화고가 삼봉고가 된 운명과 같이, 용선고도 나중에 점차 현지 거지가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방식 중 하나가 되었다. 『북경민간생활채도』 제13도 「삼봉고도」는 지역 유랑민이 북경에서 삼봉고를 두드리면서 구걸하는 그림이다. 그 제사는 이렇다. “이것은 중국 삼봉고 그림이다. 이 사람은 섬서성에서 북경에 업무차 왔다. 손에 나무 북채 3개를 들고 아래에는 작은 북이 놓여있다. 북채를 북 위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연달아 치면서 노래한다. 여비를 마련하려고 동냥하는 것으로 강호에서 공연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례도 거지가 삼종고를 구걸하는 수단으로 삼아 타향을 떠돌아다녔기 때문에 이런 민간예술 형식이 광범위하게 전파됐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각지의 유사한 곡예 형식이 서로 교류하고 참고하며 융화됐음도 알 수 있다. 우갑골(牛胛骨) 등을 치면서 반주에 맞춰 말하고 노래하며 구걸하는 것도 정통 민간예술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큰 임시성과 무작위성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여러 ‘구걸하는 예술’ 중 반주로 박자를 맞추는 타악기는 민간에서 흔히 보이는 것으로, 이미 거지가 몸에 지니고 다니는 상징이 됐다. 거지의 간판이요 구걸하는 자들의 부호적인 특징이 됐다. 그런 부호적인 특징은 사람들에게 신분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구걸하는 방식이다. 바로 그러한 성질을 기초로 끊임없이 새로운 모양새를 창출하였다. 다음과 같은 보도가 있었다. 음력 돼지해 정월 초하루 아침, 홍콩에서, 차 마시려는 손님이 찻집에 들렸는데 좌석이 하나도 없었다. 손님이 들어차 몸 붙일 데가 없었다. 망설이던 차에 그 지역 큰길 입구에서 전자 확성기를 틀고 하모니카를 불며 구걸하는 절름발이 노인이 보였다. 탁자를 점거해 신춘 차를 마시고 있었다. 10살 전후로 보이는 어린아이 1남 1녀가 흥을 돋우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찜통, 자기접시가 빽빽이 놓여있었다. 먹으면서 흥이나 분위기가 막 무르익고 있었다. 알고 보니 명성이 자자한 ‘전자 거지’가 아닌가. 이웃사람이라 서로 안면이 있었다. 알아본 늙은 거지가 급히 자리를 하나를 비워 차를 마시려는 손님을 앉혔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옆에서 필사적으로 새우를 먹고 있는 소년 3명은 음력설 기간에 구걸한, ‘장사’가 번창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에 30원을 받으며 ‘전자 거지’를 도와주는 동업자가 되어 있었다. 늙은 거지가 최근에 또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고 한다. 크기가 서로 다른 고무통 7개를 가지고 구걸할 때 돌아가면서 두들기니, 고저가 다른 음가를 내면서 아프리카 산림 중에 흑인 부락이 내는 북소리와 비슷하였다. 길 가던 사람들이 기묘한 소리에 이끌려 에워싸서 구경하면서 1원이나 50전을 던져주었다. 수입액이 굉장하여 어린 동료들에게 한 턱 낸다고 하였다. “그들은 정월 초하루부터 초이렛날까지 나를 따라 중환 부두에서 천교 밑까지 구걸하러 다녔지요. 장사가 너무 잘되니 그들에게 상금을 내리는 겁니다요.” 늙은 거지가 말을 꺼내니 엄숙하고 위엄 있는 사장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북을 치면서 구걸하는 유형의 거지가 좋은 구상을 생각해내어,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시키면서 많은 액수를 벌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형태로 변형시켰고 동료들을 고용하여 서로 도우면서 구걸해 좋은 결과를 도출해냈던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굿(의례)은 의례 공간, 집전자(매개자), 대상자(주체), 내용(주제)과 형식(절차별 퍼포먼스) 등으로 이루어진다. 제주에서 행하는 공동체 의례인 본향당(本鄕堂)은 마을 공동의 신당(聖所)인데 일종의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곳이다. 마을신의 이름은 ‘본향’ 또는 ‘본향한집’으로 불리는데 해당마을의 조용한 곳에 좌정하여 마을을 지켜준다. 이 신은 호적, 물고(物故, 재물), 인명과 가축의 보호, 아이들의 생육, 출타하는 사람들의 안전 등 마을의 생명, 재산을 재앙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본향당에서는 정기적으로 굿(의례)을 행하는데 산간지역(목축신)과 해안지역(용왕신)이 산업적인 차이가 있어서 굿 내용이 조금 달라지지만, 전체적으로 의례는 신당(성소:의례 공간), 집전자(심방), 단골(마을 신앙만), 신화(신들의 이야기), 점복(占卜, 예언적 퍼포먼스), 신과 단골의 어울림(난장)으로 의례가 끝이 난다. 먼저 심방은 하늘에 있거나 만물에 깃든 신을 불러들이고, 그 신들을 배불리 먹인 후 무악으로 회포를 푼 뒤 단골 신앙인들이 요구를 제시하고, 신은 이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마을의 닥쳤던 재앙이나 다가올 액(厄)을 미리 막아준다. 이 과정에서 심방은 춤과 사설로 신과 단골 신앙민을 매개하여 신을 즐겁게 하고, 단골 신앙민을 안정케 한다. 굿의 과정은 율동과 음악과 사설이 동원되어 볼거리, 스토리텔링, 신성함, 스트레스 해소 등의 모든 과정이 풀어진다. 굿은 과학기술시대가 아닌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승의례지만, 신당(극장), 제일(祭日, 상영일), 구술(시나리오)과 집전자(큰심방은 감독 및 주연, 작은 심방들은 배우), 몸짓(액션), 다수의 의례 도우미인 소미(小巫, 스텝) 단골 신앙민(관객), 어울림 마당(놀이) 들로 이루어지는 굿의 구조는 오늘날 영화체제와 무척 닮았다고 할 수 있는데 과거 전통시대의 연극·영화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과학기술의 집약된 종합예술로서 무성영화 시대를 거치고, 흑백시대를 넘어 컬러시대, 동시녹음 시대, 컴퓨터 그래픽, 3D 입체영상 등으로 확장되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진보하고 있다. 영화의 구조가 제작사(마을), 감독(집전:큰 심방), 배우(다수의 소미들), 시나리오(신화나 마을 설촌 유래, 사건), 상영관(본향당), 관객(마을 신앙민), 내용에 대한 흥미와 교감(난장), 흥행(단골들의 굿에 대한 평가·소문)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의례와 영화가 시대적으로 큰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요소가 닮았다는 것은 어느 시대건 볼거리, 들을 거리, 풀 거리(욕망의 해소)가 있으며, 의례와 영화가 당대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굿과 영화는 알튀세르가 말하는 이데올로기 국가 장치일 뿐이다. 그러나 이데올로기 기능과는 다르게 굿 의례와 영화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을 말한다면 ‘놀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굿에서의 놀이는 희로애락을 승화시키는 유희적 요소인데 억압된 기분을 푸는 효과를 줌으로써 대중(단골)의 흥미를 유발한다. 영화는 이야기 전개, 액션, 사랑, 비극 등 인간사에서 있음 직한 사건을 통해 흥미를 주고, 관객들을 카타르시스를 통해 감정을 추스른다. 만약에 의례와 영화에 놀이적 요소가 없다면 인간의 욕구들은 경직되거나 숨 막히게 되고, 의례나 영화는 흥행에 실패하게 된다. 놀이는 삶 속의 욕망을 자극한다. 굿 의례가 놀이적 요소를 더욱 많이 도입하는 것은 집전자(무당/감독) 자기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고, 그 능력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었을 때 관객(단골)이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흥행의 문제는 굿 의례나 영화의 존폐에 직접적인 문제가 된다. 굿이 재미없고 영험하지 않다고 단골들이 판단하게 되면 마을굿의 집전자(감독)는 교체되기도 하고, 단골 집안의 굿(상영관)도 다른 심방(감독)에게 뺏기게 된다. 그래서 심방들은 단골 관리를 위해 평소 신경을 많이 쓰고 굿 의례도 노력해 영험다움과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영화 또한 관객들로부터 소외되었을 때 제작자나 감독의 어려움은 굿 의례에서 보는 바와 다르지 않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풍수에서 산천의 국세를 갖춘 명당의 요소를 풍수 용어로 사신사(四神砂)라고 한다. 주택이나 마을 더 나아가 도시를 중심으로 전후좌우에서 가깝게 감싸주는 주변의 산이나 지형지물로 인해 혈장 주변의 포국(布局)이 이루진 것을 가리킨다. 풍수적인 용어로 왼쪽에서 감싸거나 호위하는 지형지물이나 산을 청룡(靑龍), 오른쪽에서 감싸거나 호위하는 산이나 지형지물을 백호(白虎), 맞은편으로 마주 보이는 산이나 지형지물을 주작(朱雀) 또는 안산(案山), 뒤편에서 의지하고 있는 산이나 지형지물을 현무(玄武) 또는 후산(後山)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왼쪽은 좌청룡, 오른쪽은 우백호, 맞은편 즉 향(向)은 남주작, 뒤쪽의 산을 북현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결국 이 말은 뒤로는 산이나 언덕을 의지하고 앞으로는 물을 맞이해야 한다는 배산임수(背山臨水)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좌우로 청룡과 백호, 즉 용호(龍虎)가 기운이 모인 혈장을 감싸안은 형국이 되면 일반적으로 풍수적인 국세(局勢)가 이루어졌다고 하는 것이다. 풍수에서 좌향(坐向)의 개념은 절대방위가 아니라 상대적 방위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용혈사수(龍穴砂水)의 조건, 즉 산(山)의 총칭인 용(龍), 풍수적 조건에 의해 기운이 요긴하게 모인 곳을 혈(穴), 혈장을 감싸거나 호위하는 주변의 지형지물이나 산을 사(砂), 하천이나 호수 등 물줄기를 가리키는 수(水) 등이 지리의 법에 조화되어 땅 기운, 즉 지기(地氣)가 살아 숨 쉬는 형세를 이룬 것을 의미한다. 용맥은 인체의 혈관과 같고 용은 인체의 수족에 비유된다. 산천의 기운이 잘 응결된 명당의 풍수 국세는 치유를 목적으로 한 힐링 풍수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풍수적으로 조화를 이룬 자연의 생태환경을 통해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장소로 활용될 때 생소하게 느껴졌던 힐링풍수가 건강과 행복을 위한 심신 치유의 생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풍경이 수려하고 사세(四勢), 즉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의 요소를 두루 갖춘 소위 명당이라고 하는 곳은 좋은 기운이 흘러와 모이는 밝고 아늑한 땅을 말한다. 산천을 형세나 모양, 기세 등을 위주로 살피는 형기론 관점에서 볼 때, 에너지의 두텁고 엷은 후박(厚薄), 맑고 탁한 청탁(淸濁), 강하고 약한 강약(强弱), 굳세고 부드러운 강유(剛柔) 등 지형과 지세의 특징에 따라 살 곳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풍수는 산천의 조화로운 환경을 선택하거나 입지(立地)의 허실(虛實)이나 장단점을 보완하여 인간의 삶에 자연의 생명력을 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유도하는 기(氣)의 학문이다. 밝은 기운이 잘 모이는 풍수의 명당은 형국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기장(氣場)이 최적의 상태이고 거친 바람을 감추거나 막아주어 기운이 흩어지지 않게 하는 장풍(藏風)의 요소와 좋은 기운이 모이게 하는 취기(聚氣)의 실제적인 효능을 갖추고 있다. 풍수적으로 좋은 곳은 외관상 에너지가 미치는 기장이 좋고 산과 물이 수려하고 수목이 울창하다. 양택이나 음택 등 기운이 잘 모이는 명당을 찾아 구산(求山)을 할 때 산 생김새의 외부적 경관을 중요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참다운 혈(穴)이 있는 곳은 산 생김새가 수려하고 전면이 반드시 열려있다. 사세(四勢)가 반드시 서로 호응하고 바람을 꼭 감추고 온화하며 경관이 훌륭하고 일조량과 온도가 적당한 곳이다. 산 생김새, 즉 본신(本身)은 바로 풍경을 이루는 중요한 성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풍수와 풍경은 교착과 중첩의 관계로서 다방면의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풍수의 이상적인 환경은 주로 산과 물의 구성이며, 그중에 물은 생기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옛 고서인 『수룡경(水龍經)』에도 “혈은 모름지기 산에 있고, 화복은 물에 있다.”, “산은 아내와 같고, 물은 남편과 같으며, 아내가 남편을 따르는 것이 귀하다.”, “무릇 돌은 산의 뼈대이고, 물은 산의 혈맥이 된다.”라는 구절이 있다. 따라서 풍수 환경이라는 것은 모두 산과 물의 배치 관계에 관한 연구이며, 이를 일정한 풍수 공간의 구조에 조합시킨 것을 말한다. 대개 명당의 위치한 주택은 산세가 수려하고 산과 물이 정겹고 한눈에 보아도 편안한 지세에 자리 잡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신영대는? = 대한풍수연구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역술인협회 공인 역학연구원이다. 중문학 박사와 풍수학자로서 ‘제주의 오름과 풍수’, ‘명리학원리대전’, ‘풍수지리학 원리’, ‘전원시인 도연명 시선', ‘흰 구름 벗을 삼아 읽어보는 당시선’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한라산 총서'의 구비전승·지명·풍수 분야와 ‘세계자연유산지구 마을일지 보고서’ 중 풍수 분야 공동 집필자로도 참여한 바 있다. 또 제주도 각 마을 '향토지' 풍수 부문에 공동 집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제주관광대 관광중국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운남(雲南)의 요안(姚安), 대요(大姚), 경안(景安) 등지에서 유행하는 ‘요안 연화락’은 청나라 함풍, 동치 연간에 사천(四川)의 거지가 전래했다고 한다. 강서(江西) 대부분 지역에서 유행하는 ‘강서 연화락’(일명 ‘타(打)연화’)은 강소(江蘇), 절강(浙江)에서 강서로 가서 구걸하던 거지가 전했다고 한다. 호남(湖南) 각지에서 유행하는 ‘연화뇨(鬧)’는 외성의 거지가 구걸하면서 호남으로 흘러들어가 전파했다고 한다. 호남에서 즉흥적으로 작사하고 편곡하는 구걸 형식과 공연 예술은 악곡(樂曲)체와 시찬(詩贊)체로 나뉜다. 형산(衡山) 일대에서 유행하는 형식은 악곡체로, 연창 때에 말을 위주로 하고 노래가 뒷받침 한다. 말을 하면서 압운하고 판을 치면서 박자를 맞춘다. 노래는 친자(襯字)1)나 어기사(語氣詞)를 덧붙이면서 악기로 반주한다. 시찬체는 장사(長沙) 등지에서 유행하였다. 문장식 구조는 ‘수래보(數來寶)’2)와 같다. 1인이나 2인이 연창하고 대나무판으로 반주를 맞춘다. ‘장사 쾌판(快板)’이라하기도 한다. 검양(黔陽)에서 유행하는 ‘연화뇨’는 악곡체에 속한다. ‘흥륭사(興隆沙)’라 부르기도 한다. 『청패류초·거지류·이아칠창연화락이행걸(李阿七唱蓮花落以行乞)』의 기록이다. “거지가 대나무를 3촌 정도, 2쪽으로 잘라 줄로 그 끝을 묶고서는 손가락으로 비틀어 돌리며 소리를 낸다. 노래로 장단을 맞추는데 가련한 거지 신세를 한탄하거나 송축하기도 기도하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연화락’이라하기도 하고 ‘연화뇨’라고하기도 한다. 읊는 내용이 천박하고 비루하며 허황되고 무람없어 거의 다 귀에 거슬리는 말들이다. 소주(蘇州)에 이아칠이 있는데 유독 노래가 뛰어났다. 시내로 들어갈 때마다 상점 앞에서 노래 부르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다. 노래 부르라 초청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러면 당연히 곧바로 영합해 줬다.” ‘연화락’을 하면서 구걸하는 기본 상황과 가지고 다니는 악기 형상은 알 수 있지만 각지에서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북경에는 옛날에도 그런 거지가 있었다. 예를 들어 ‘연귀래이주인(燕歸來簃主人)’이 수집한 『연시부판쇄기(燕市負販鎖記)』의 기록이다. “「연화락」을 부르며 판을 치는 것은 상등 거지다. 황문(黃門), 홍문(紅門)이라는 갖가지 명사를 가지고 있다. 설이나 명절이 올 때마다 각 상점의 문 앞에서 노래한다. 노래가 끝나면 반드시 수백 문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당을 불러 들여 문 앞을 에워싸 시끄럽게 노래하며 열흘 보름이 되도록 그치지 않는다. 이때 십 조(吊) 팔 조를 줘도 떠나지 않는다. 근래에 경찰청에서 움직이니 그런 악풍은 이제는 형체도 없이 소멸되었다.” ‘연화락’이 각지의 민간 곡예 곡종이 된 후에 민국시기에 이르렀어도 관례대로 구걸하는 방식이 계속됐음을 알 수 있다. 북경과 같은 그러한 큰 도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십불환(十不閑)3)하면서 구걸하는 방식 이런 구걸 방식은 늦어도 청나라 강희 연간(1662 ~ 1722)에 이미 북경 등지의 거리와 골목에 출현하였다. 북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민간 예인 회화 『북경민간생활채도』 제24폭, 「소십불한걸개도(小什不閑乞丐圖)」의 제사(題詞)는 이렇다. “이것은 중국 십불한 거지 그림이다. 분말로 밉상을 만들고 나무 상자에 작은 북, 대문 고리를 담아 치면서 노래한다. 동전을 얻으려는 것일 뿐이다.” 이른바 ‘십불한’은 간편하면서 신기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쉽게 움직이면서 공연해서 손님을 모으고 동냥하는 방법이다. 반주를 맞추며 말하기도 하고 노래하기도 한다. 이성진(李聲振)은 『백희죽지사(百戲竹枝詞)』에서 십불한을 ‘봉양부인의 노래(鳳陽婦人歌)’라고 하였다. 일리 있는 말일 수는 있지만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일리 있다는 뜻은 형상, 방식이 ‘봉양(鳳陽)화고(花鼓)’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청나라 말기에 ‘십불한’을 ‘태평가사(太平歌詞)’라 하였다. 나중에 ‘십불한’과 ‘연화락’이 융합해 ‘분분연화락(紛扮蓮花落)’이라 불렀다. 그런 ‘분분연화락’은 바로 『북경민간생활채도』 중의 「소십불한」 이다. 또 청나라 무윤불(繆潤紱)의 『심양백영(瀋陽白詠)』 제14수는 이렇다 : “유등과 달이 서로 눈부시게 빛나며 팔관을 비추네. 반룡이 기예가 무르익으니 싸움에 능란하다. 징과 북 치며 야경을 도니 달구지 떠나고 떠들썩한데다 십불한이 더해지네.” 말미에 평어를 썼다. “원소절 전후의 풍속에 따르면 본토박이들은 잡분, 용등, 사자놀이 등 여러 유희로 봄바람을 다툰다. 교묘한 춤과 맑은 노래는 일시에 각각 최고조에 이르렀다. 또 이른바 십불한을 하는 자가 있는데 품격이 하품이다.” ‘십불한 하는 자’를 ‘용등, 사자놀이 등 여러 유희’의 부류라, 본래 ‘속악, 속기’에 속하는 ‘하품’이라고 하였다. 이 말에서 당시 성경(盛京)의 거지들도 예전처럼 ‘함께 모여 떠들썩하게 즐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십불한을 하는 자’는 거지 부류에 속한 속기와 민속 오락을 기예로 하는 사람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친자(襯字), 운율(韻律)상 규정된 자수(字數) 이외에 가사(歌詞) 또는 가창(歌唱)의 필요에 의해서 덧붙이는 글자다. 예를 들면, 백모녀(白毛女)의 ‘북풍이 불어와 눈꽃이 휘날리네.’ 뜻인 ‘北風(那个)吹, 雪花(那个)飄’에서 ‘나개(那个)’가 바로 ‘친자(襯字)’에 해당한다. 2) 수래보(數來寶), 혹은 수백람(數白欖), 중국 특유의 곡예(曲藝)다. 예술표현 형식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혼자서 하거나 둘이서 함께 하기도 한다. 진행의 방식은 ‘낭독’ 방식이다. 낭독하는 내용은 일이 생기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나 현장에서 순간순간 반응하는 두 가지가 있다. 공연하는 사람은 매구마다 통하는 숫자, 박자, 유머를 적절히 섞는다. 듣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청중을 즐겁게 하는 목적을 가지고 공연한다. 간단히 말해 장타령으로, 두 개의 골판이나 참대쪽에다 방울을 달고 그것을 치면서 하는 타령이라 이해하면 쉽다. 3) 십불한(十不閑, 혹은 什不閑(儿)), 잡기(雜技)의 일종이다. ‘연화락(蓮花落)’에서 발전해 이루어진 것으로 징·북·심벌즈 따위를 한 사람이 반주하면서 노래하는, 설창(說唱)의 한 가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