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지역문화지수 상위권을 유지하며 지역 문화정책의 성과를 재확인했다. 반면 전체 예산에서 문화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30일 발표한 '2023년 지역문화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서울, 경기, 세종, 대구 등과 함께 지역문화지수 상위권에 올랐다. 지역문화지수는 각 지자체의 문화정책, 문화자원, 문화활동, 문화향유 등 4개 영역 36개 지표를 종합해 산출한 지수다. 도는 문화정책 분야에서 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조사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가 지원한 문화사업 비율은 2020년보다 10.2%포인트 상승한 66.4%, 문체부의 '문화가 있는 날' 기획사업 건수는 17% 증가한 평균 5.5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문화예술법인·단체 수, 무대예술 전문인력 수 등 문화인력 관련 지표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제주에서도 문화기획자 및 전문인력 양성과 예술기관 확대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제주를 포함한 광역단체의 전체 예산 대비 문화예산 비중은 1.75%로 0.3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전국적인 추세로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같은 비율이 0.15%포인트 줄어든 1.93%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문화환경취약지역을 지정해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기초지자체 245곳을 대상으로 3년 단위로 시행된다. 문화정책부터 문화향유까지 각종 통계를 집계한 공신력 있는 조사로 평가받는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문체부의 통계 누리집 ‘문화셈터’(stat.mcs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중산간도로 확장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지역 내륙 교통망 개선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고, 2024년 제1차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및 통과 사업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회의에서 제주 중산간도로 확장 사업이 예타를 최종 통과했다. 해당 사업은 중산간 지역과 제주시 도심 간 연결을 강화하고 교통 혼잡 해소와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추진돼 왔다. 기재부는 "중산간도로 확장을 통해 도심과 중산간 지역 간 접근성을 높이고, 관광지와 주거지를 연결하는 교통 효율성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사업의 구체적인 예산 규모와 시행 시점 등은 향후 기재부, 국토교통부, 제주도 간 협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예타 신규 대상 사업으로는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인천 송도8공구 연장 ▲포천∼철원 고속도로 ▲장봉도∼모도 연도교 ▲장흥댐·주암댐 도수관로 연계 등이 선정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지난해 추진된 재정사업에 대한 심층평가 결과도 발표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효과가 아직 뚜렷하지 않아 성과 기반 배분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산학연-지역연계, 관광 인프라 지원 사업군은 일부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평가 결과를 토대로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고, 제도 개선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주가 정기 크루즈의 준모항으로 운영되면서 첫 항차 탑승객으로 제주도민과 재미동포 34명이 확정됐다. 제주도와 크루즈 준모항 운영 대표여행사인 크루즈제주닷컴은 다음 달 1일 서귀포 강정항에서 출항하는 아도라매직시티호(Adora Magic City) 첫 승객 34명이 확정됐다고 30일 밝혔다. 탑승객은 제주도민 32명과 재미동포 2명으로 구성됐다. 아도라매직시티호는 강정항을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 가고시마, 중국 상하이를 거쳐 다음 달 6일 다시 제주로 귀항하는 일정이다. 기항지가 3곳인 5박 6일 일정 상품 가격은 1인당 195만원이다. 기항지 2곳을 경유하는 4박 5일 상품은 165만원이다. 크루즈제주닷컴은 연말까지 아도라매직시티호의 강정항 25항차에 대해 항차당 25객실(약 50명)을 배정받아 승객을 모집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객실 수는 추가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덕윤 크루즈제주닷컴 대표는 "현재는 도민 위주지만 6월 이후부터는 다른 지역 예약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며 "연말까지 제주 준모항을 이용하는 전체 승객의 약 70%가 도외 지역 탑승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아도라매직시티호는 13만5500톤급 대형 크루즈선이다. 객실 2125실을 보유하고 있다. 승객 정원은 5246명, 승무원은 1400명 규모다. 중국 국영기업 아도라크루즈가 2023년 자체 건조했다. ‘준모항’은 모항처럼 승객이 승·하선할 수 있는 항구를 뜻한다. 아도라매직시티호의 선적항은 상하이다. 후쿠오카와 가고시마는 기항지로 분류된다. 해양수산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제주도는 제주 준모항 운영을 계기로 올해 68억원을 투입해 크루즈산업 활성화에 나선다. 무인 자동출입국심사대 38대 도입, 대형 크루즈 전용 승강로 설치, 무장애 관광 인프라 구축 등이 주요 사업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경찰이 말없이 걸려온 112 신고 전화 속 위급 상황을 간파하고, 수화기를 두드리는 신호로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를 구조했다. 피해 여성은 교제폭력 상황에 놓여 있었다. 경찰은 현장 출동 후 무사히 보호 조치했다. 30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8시 112치안종합상황실로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은 담당 경찰관은 신고자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단순 오신고로 넘기지 않고, 위급 상황일 수 있다고 판단해 신중하게 대응했다. 경찰관은 "위험한 상황이면 수화기를 두 번 두드려달라"고 요청했고, 이어 전화기 너머로 '똑똑' 하는 두 번의 소리가 들렸다. 위기 상황을 확신한 경찰은 즉시 위치 추적을 시도했고, "버튼을 한 번만 더 눌러달라"고 재차 요청하자 신고자는 다급하게 수차례 버튼을 누른 뒤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긴급출동(코드제로)을 발령한 경찰은 추적된 위치로 출동해 신고자를 안전하게 보호했다. 피해자는 20대 여성 A씨로 남자친구와의 다툼 후 교제폭력을 당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울고 있던 A씨를 안심시키고, 신속히 가족에게 인계해 안전을 확보했다.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무응답 신고라고 해서 단순 종료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위급한 상황에서는 말이 아닌 신호 하나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주저하지 말고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다음달 2·3일 제주시 관덕정 광장과 제주목 관아에서 야간 개장 ‘귤림야행’의 버스킹 ‘귤림별곡’과 정기공연 ‘귤림풍악’을 연다고 30일 밝혔다. 귤림야행은 5월부터 10월까지 제주목 관아 및 관덕정 일원에서 야경산책, 야간공연, 버스킹, 수문장 교대의식, 체험 등을 총망라한 전통문화 복합행사다. 다음달 2일 관덕정 광장에서는 봄에 어울리는 가볍고 상쾌한 느낌의 ‘귤림별곡’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제주 토박이와 이주민으로 구성된 ‘행복한 밴드’는 구성원 각자의 개성을 살린 화음과 함께 행복을 주제로 노래한다. 3일 첫 정기공연 ‘귤림풍악’에서는 무속에 바탕을 둔 제주 고유의 민속극인 입춘굿 탈놀이와 영감놀이가 펼쳐진다. 귤림풍악은 제주목사가 귤밭에서 풍악을 즐기는 탐라순력도의 귤림풍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야간공연 프로그램이다. 공연에 앞서 제주 관덕정 광장에서는 조선시대 수문장 교대의식을 재현한 볼거리와 전통무예 시연이 이뤄진다. 제주목 관아 야간 무료 개장 ‘귤림야행’ 운영시간은 오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월·화 제외)다. 매월 첫 주 금·토요일에는 버스킹, ‘귤림풍악(정기공연)’, 수문장 교대의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자세한 내용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목관아팀(064-710-6717)으로 문의하면 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교육 목적에 한해 사용해야 할 교비회계 자금을 학내 법적 분쟁 소송비로 지출한 제주한라대 총장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교육과 관련된 지출이라는 이유만으로 교비 사용을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사립학교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성훈 제주 한라대 총장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10일 확정했다. 김 총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대학이 진행한 건축공사 분쟁, 교수 징계, 노사 갈등 관련 소송 등에서 발생한 법률 비용 모두 2억3000여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사학법인의 재정은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로 구분된다. 교비회계 자금은 학교 운영과 교육 목적에 한정해 사용해야 한다. 검찰은 김 총장이 교비를 법인 소송 등에 사용했다며 사립학교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로 2019년 기소했다. 김 총장 측은 당시 교비 사용이 가능하다는 사학진흥재단의 회신과 전문가 자문을 근거로 적법한 집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0년 8월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는 전체 소송비 중 약 7300만원이 교육 목적과 무관하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해당 금액은 교수들이 제기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명예훼손 고소, 노사 갈등과 관련된 소송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교내 건축공사 분쟁과 교수 수업방해금지 가처분 사건에 지출한 약 1억5000만원은 교육과 관련성이 인정돼 무죄로 판단됐다. 2021년 6월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고,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며 김 총장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교비회계의 전용을 금지하는 취지는 사립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 공공성과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교육과 관련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분쟁 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사용하는 것은 남용의 우려가 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감귤나무의 하얀 꽃망울이 터지는 계절, 그 향을 맡으며 아름다움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제주국제감귤박람회조직위원회는 다음달 10일 오전 10시부터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일원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귤꽃계절 소풍’을 연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오는 11월 열리는 ‘2025 제주감귤박람회’의 사전 홍보를 위해 마련됐다. 귤꽃계절 소풍은 오전 10시부터 11시 50분까지 진행된다. 사전 예약한 500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된다. 참가자들은 먼저 감귤꽃 향기가 가득한 3㎞ 코스를 걸으며 제주의 봄을 만끽할 수 있다. '귤꽃계절 길 걷기'는 약 40분이 소요된다. 현장접수 순으로 100명 단위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첫 출발은 오전 10시 10분이다. 걷기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들에게는 ‘하귤청 담기 체험’, ‘감귤꽃 화전, 귤꽃 차 시음’, ‘소원나무 꾸미기’ 등의 특별한 체험 기회가 주어진다. 또 한국생활개선제주도연합회 주관으로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쌀국수’ 시식회도 함께 진행된다. 사전예약은 다음달 8일 오후 2시까지 홈페이지(www.jicexpo.com)를 통해 가능하다. 고문삼 제주국제감귤박람회 조직위원장은 “감귤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하얀 감귤꽃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많은 분과 나누고 싶다”면서 “제주의 봄과 감귤꽃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번 행사에 도민과 관광객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지역 고용시장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신규 채용 감소, 비자발적 실직자 급증, 초단시간 근로자(‘N잡러’) 증가 등 고용 전반에 균열 조짐이 뚜렷하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제주도 고용동향'에서 제주도의 고용률은 68.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15~64세 기준 고용률(OECD 비교 기준)도 72.9%로 2.1%포인트 감소했다. 취업자 수는 39만7000명으로 5000명 줄었고,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70.3%로 하락했다. 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최근 고용 흐름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근속 3개월 미만 임금근로자 수가 7분기 연속 감소했다. 제주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도내 근속 3개월 미만 임금근로자 수 역시 7분기 연속 줄어들어 사실상 신규 채용이 마비된 상태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제주에서는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 이른바 'N잡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불안정한 고용구조 속에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형태로 다수 직업을 병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양질의 일자리 부족 현상이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자영업 부문도 악화됐다. 지난해 도 전체 자영업자 수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30대와 40대 자영업자 비중이 크게 줄었다. 반면 60대 이상 고령 자영업자는 오히려 증가해 고령층이 생계형 자영업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 청년층 고용 상황도 우려스럽다. 제주연구원이 발표한 '제주도 좋은 일자리 지표개발 연구'에 따르면 제주 청년층은 일자리 질적 수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상당수는 졸업을 미루거나 취업 준비 상태로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도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제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6명 중 5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제주한화우주센터 준공과 함께 22개 기업 입주가 추진되고 있어 향후 약 1000명 규모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고용률 하락과 청년층 일자리 불안정은 지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성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보고회에서는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라는 성과와 함께 국가추념일 위상에 걸맞은 대통령 참석 필요성, 안전대책 강화 등 보완 과제도 제기됐다. 제주도는 29일 오전 도청 한라홀에서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 평가 보고회'를 열고, 행사 성과와 보완해야 할 점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는 진명기 제주도 행정부지사를 비롯해 4·3유족회, 4·3실무위원회 관계자, 실국장 및 관련 부서 공무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추념식은 '4·3의 숨결은 역사로, 평화의 물결은 세계로'를 주제로 열렸다. 제주4·3의 역사적 의미를 세계 평화의 메시지로 확장해 알리는 데 주력했다. 특히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염원하는 유족과 도민들의 목소리를 모았다. 이 노력은 이달 11일 유네스코 등재 확정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추념식에는 국회의장과 대통령 권한대행, 주요 정당 대표, 국회의원 등이 대거 참석해 행사의 위상을 높였다. 희생자 사연 소개와 추모 공연은 참가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또 기존 묵념 사이렌 대신 평화의 종 타종을 도입해 새로운 화해와 상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행방불명 유가족 DNA 채혈 부스도 2곳으로 확대해 지난해(38명)보다 두 배 이상의 실적(75명)을 기록했다. 다만 보완이 필요한 점도 지적됐다. 참석자들은 "국무총리 참석이 3년 연속 이어졌지만 국가추념일 위상에 걸맞게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일부 고성 등 부적절한 행동 예방책 마련, 장기적 주차장 확보, 안전대책 강화, 학생들의 자율적 추념식 참여 확대 필요성 등이 제기됐다. 진 행정부지사는 "올해 추념식은 4·3의 전국화·세계화 흐름을 이어가는 중요한 분기점이었다"며 "4·3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고 국민적 공감 속에 추념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평가보고회에서 나온 개선 의견을 차기 추념식 준비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추념식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추념사를 통해 진상조사 연내 마무리, 유해 발굴·유전자 감식 강화, 트라우마 치유센터 건설 지원 등의 의지를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제2공항 예정지 주변 조류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항공기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29일 민주노총 제주본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차 조류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제2공항 반경 13㎞ 이내 149곳의 육상 양식장이 밀집돼 있어 조류 유인 요소가 강하고, 이로 인한 항공기 충돌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환경조사위원회는 겨울 철새인 오리과 새들의 이동이 활발한 지난 2월 4일부터 3월 16일까지 양식장 배출수 주변 25곳을 대상으로 조류 종류와 개체수, 이동 경로를 관찰·기록하는 조사를 진행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새들이 해안선을 따라 저고도로만 이동한다는 국토교통부 주장과 달리 야간에는 내륙 습지 방향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야간 이동이 잦은 오리과 새들이 항공기 이착륙 경로와 중첩되면서 충돌 위험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또 "평상시에는 낮게 나는 새들도 천적 출현이나 소음, 진동 등에 반응해 집단 비행하며 고도를 높이는 경향이 관찰됐다"며 "새들의 이동 특성을 단순 수치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비상도민회의는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양식장 배출수 필터 강화' 대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사료 찌꺼기 제거만으로 조류 유인을 막을 수는 없으며 먹이 냄새 등 다양한 유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조사위원회는 이번 조사에 이어 조류별 주요 먹이 활동, 서식지, 이동 특성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성산 지역 주민과 활동가들의 장기 관찰 자료도 함께 분석할 방침이다. 비상도민회의는 "새들의 서식처를 파괴하면서 추진되는 제2공항 건설은 사람의 안전마저 위협하는 일"이라며 "국토부는 제2공항을 포함한 전국 신공항 건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2026년 지방선거부터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선출이 중단되는 것에 맞춰 제주도교육청이 의회 내 교육위원회 존치와 전문위원실 인력 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도교육청은 내년 6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교육의원 제도가 폐지되는 변화에 맞춰 도의회에 교육위원회 독립 존치와 교육전문위원실 내 교육청 인력 투입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29일 밝혔다. 도의회는 다음 달 '교육의원 및 교육위원회 제도 일몰 대응을 위한 의회운영 방안 연구' 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교육청은 내부 입장을 정리해 도의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위원회는 독립 상임위로 유지돼야 하며 전문위원실에도 교육청 소속 직원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도의회는 ▲행정자치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도시위원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농수축경제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청은 교육의원 폐지 이후 교육위원회가 다른 위원회에 통합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의회 가운데 15곳은 교육위원회를 독립적으로 운영 중이다. 세종시와 광주광역시만 교육 관련 상임위원회를 타 부문과 병합해 운영하고 있다. 세종시는 교육안전위원회, 광주광역시는 교육문화위원회 체제로 운영된다. 교육청은 전문성과 현장 대응 강화를 위해 교육전문위원실에도 교육청 소속 직원을 계속 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시도의회 기준으로 교육전문위원실 21곳 가운데 대부분이 교육청 인력을 포함하고 있다. 전남은 8명 중 7명, 서울은 21명 중 3명이 교육청 출신 인력이다. 김광수 제주도교육감도 최근 도의회 교육행정질문에서 "교육위원회 독립 존치와 전문위원실 인력 투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향후 교육위원회의 운영 방향은 도의회의 연구용역 결과와 이후 조례 개정 논의를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교육위원회 설치 여부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위원회 및 교섭단체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제2조에 따라 도의회 권한으로 결정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의료원이 제17대 명예원장으로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소속 홍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 아라동 갑)을 위촉했다. 홍 명예원장은 의료원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공공병원의 역할 강화를 당부했다. 제주의료원은 지난 24일 의료원 회의실에서 제17대 명예원장 위촉식을 열고, 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소속 홍 의원을 명예원장으로 위촉했다고 30일 밝혔다. 홍 명예원장은 위촉 직후 의료원 주요 업무보고를 받은 뒤, 병원 시설을 직접 순회하며 운영 현황을 파악했다. 이어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홍 명예원장은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현장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의료진에게 감사와 격려를 전했다. 이상훈 제주의료원 원장은 "재활센터 확장, 인공신장실 개소 등 도민 의료서비스 폭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공공병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의료원 관계자는 "향후 명예원장을 중심으로 도민 밀착형 공공의료 서비스 확대 및 병원 운영 개선을 위한 협력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개발공사(JPDC)는 창립 30주년과 어린이날을 기념해 다음달 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삼다수와 함께하는 Kid’s DAY’를 연다고 30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도내 어린이 3000명에게 제주SK FC와 강원 FC 경기를 무료로 관람할 기회가 제공된다. 또 행사 당일 제주월드컵경기장 광장에서는 친환경 스탬프 투어, 용감한 수호자 체험(소방관, 경찰, 해군, 해병 직업 체험), 선수 사인회, 슈팅스타, 판박이 체험 부스, 삼다수보이 등 도내 13개 마스코트 포토존, 삼다수 홍보부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친환경 스탬프 투어, 용감한 수호자 체험, 각종 부대행사 체험 중 4가지 이상을 참여한 어린이는 선착순으로 옥스포드 블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제주삼다수재단 스포츠 꿈나무 장학생인 양지호(제주제일중 3학년) 학생이 축구 경기 시작 전 시축을 한다. 양지호 학생은 '2024 제천 의병 추계 중등 U14 유스컵'에서 최우수 선수로 뽑힌 바 있다. 경기 중에는 제주삼다수 페트병을 사용한 응원 타임과 하프타임에는 댄스타임, 삼다수 3행시 이벤트 등이 이어진다. 아울러 사전 모집을 통해 선발된 어린이들이 경기 중에 심판, 장내 아나운서, 기자, PD로 직접 활동하는 ‘어린이 직업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K리그 첫 시도되는 콘텐츠로, 자세한 활동 영상은 제주SK FC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제주개발공사와 제주SK FC는 지난 28일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사회 발전과 상생을 위한 공동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시내 아라월평초·중학교가 다음달 2일 착공, 2027년 3월 개교한다. 제주도교육청은 가칭 아라월평초·중학교 신축 공사의 공동도급사로 국토건설과 세안종합건설을 선정해 다음 달 2일 착공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아라월평초·중학교는 제주시 월평동 717-2번지 일원에 들어선다. 유치원 5학급, 초등학교 18학급, 중학교 12학급, 특수학급 3학급 등 모두 38학급 규모로 조성된다. 학생 수는 822명 수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교 부지 면적은 2만1100㎡다. 시설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다. 연면적은 1만3459㎡에 달한다. 전체 사업비는 578억원이 투입된다. 제주도교육청은 무사고 공사 추진과 개교 일정 준수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가 이용객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개장 이후 최대 규모인 400명 규모의 신규 인력 채용에 나섰다. 롯데관광개발은 29일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호텔, 식음업장, 카지노를 아우르는 전 부문에서 400명 이상의 신입 및 경력 직원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채용 분야는 프론트 데스크, 컨시어지, 룸서비스, 스파 테라피스트 등 객실관리부를 비롯해, 한식·중식·일식·양식 셰프, 파티셰, 바텐더, 바리스타 등 식음 부문, 플로리스트, 그래픽디자인, 보안 부서까지 다양하다. 카지노 딜러 채용도 포함된다. 롯데관광개발은 "호텔, 식음업장, 카지노 이용객 급증으로 인력 수급이 시급해져 개장 이래 최대 규모의 채용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요 증가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드림타워 그랜드 하얏트 제주의 이달 객실 판매량은 약 4만1000실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이상 증가했다. 예약률은 85%를 기록해 지난해 8월 최성수기(82.6%)를 넘어섰다. 다음 달 황금연휴를 앞두고는 1500실 이상이 일별 판매 완료됐다. 다음 달 전체 예약률도 80%를 넘긴 상태다. 식음 부문에서도 수요 증가가 이어졌다. 대표 뷔페 레스토랑 '그랜드 키친'은 저녁 뷔페 가격 인하(14만원→9만9000원) 이후 이용객 수가 지난해보다 49% 증가했다. 중식당 '차이나하우스'는 22.1%, 한식당 '녹나무'는 17.4% 이용객 증가율을 기록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이번 채용이 단기 대응이 아닌, 장기적인 '상시 고수요 체제' 전환을 위한 인력 확보라고 강조했다. 지원서는 오는 6월 30일까지 공식 채용 홈페이지(careers.jejudreamtower.com), 이메일(jeju.recruit@hyatt.com), 잡코리아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동종 업계 경력자 및 중국어 가능자는 특별 우대된다. 김진희 롯데관광개발 인사총괄 상무는 "호텔, 레스토랑, 골프장, 쇼핑몰 등 다양한 분야의 경력자를 적극 선발하고,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과 언어 교육 지원을 통해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성폭력 피해자 보호·지원기관인 제주 해바라기센터 직원이 2년 넘게 공금과 보조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업무상 횡령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해바라기센터 소속 40대 직원 A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2년 5개월 동안 센터 소속 직원들의 건강보험료 등 명목으로 편성된 공금과 정부 보조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일부 금액을 다시 센터 계좌로 입금했지만 여전히 약 2000만원가량이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최근 센터 측이 일부 직원의 건강보험료가 정상 납부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센터는 관련 사실을 확인한 직후 A씨를 업무에서 배제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지역 4개 공공병원 노동조합이 연대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역 맞춤형 보건의료 체계 구축과 병원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제주대병원, 제주의료원, 서귀포의료원, 제주권역재활병원 노동조합은 29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 공공병원 노동조합 협의체’ 출범식을 열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협의체는 민주노총 소속(제주대병원, 서귀포의료원, 제주권역재활병원)과 한국노총 소속(제주의료원) 조합이 상급단체를 넘어 연대한 것이다. 공공보건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병원 간 협력 체계 구축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협의체는 ▲양질의 공공보건의료서비스 제공 ▲공공병원 간 협력 강화 ▲지역 완결형 보건의료 체계 비전 제시 및 실현 ▲병원 노동자 처우 개선과 역량 강화 등을 추진 과제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제주의 공공의료 시스템 발전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협의체는 제주형 공공병원 협력 모델 마련을 위해 '공공병원 협의체 운영' 관련 조례 제정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제주지역 공공병원 연계 및 협력 강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제주 지역 의료 인프라와 관련해 협의체는 제주시 동부권에 종합병원급 제주의료원을 새로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천단에 위치한 기존 제주의료원은 요양병원 기능 강화를 통해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산남권 유일 종합병원인 서귀포의료원에 대한 지원 확대, 제주권역재활병원 분원 설치 등도 제안했다. 협의체는 병원 노동자들의 과중한 노동강도 문제를 지적하며 "병원 현장 개선과 지속가능한 노동환경 조성을 통해 보다 높은 수준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저출생·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것은 제주 전체의 과제"라며 "1600명 조합원을 대표하는 협의체로서 지역 보건의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서귀포시)과 전종덕 진보당 의원(비례대표)이 협의체 상임고문으로 임명됐다. 전 의원은 출범식에 직접 참석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성남시 중원구)도 상임고문으로 참여해 영상으로 축하 인사를 전했다. 제주도의회에서는 양영식, 홍인숙, 양영수, 현지홍 의원과 고의숙 교육의원이 자문위원으로 임명됐다. 이외에도 송영훈, 이정엽, 김대진, 이승아 의원이 자문위원으로 협의체에 참여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다음 달 황금연휴를 앞두고 제주가 다시 국내·외 관광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항공, 숙박, 렌터카 수요가 전방위적으로 늘어나면서 단순 방문을 넘어 '럭셔리 체류형 관광'으로의 전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제선 항공권 유류할증료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인하되면서 여행 심리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 발권분부터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최대 20% 이상 낮췄다. 이에 따라 해외여행 수요와 함께 제주행 국내선 수요도 크게 탄력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다음 달 1일부터 어린이날인 5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동안 하루 연차만 내면 최장 6일간의 휴가가 가능해지면서 제주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제주도내 여행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가장 강력한 이동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주는 국내·외 고객 모두에게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숙박업계도 제주 특수를 실감하고 있다. 지역 내 주요 특급호텔과 고급 리조트의 황금연휴 기간 객실 예약률은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풀빌라, 스파, 키즈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리조트형 숙박시설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제주 연동 한 호텔 지배인 양모씨(57)는 "숙박과 체험, 휴식을 동시에 추구하는 '럭셔리 체류형' 수요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렌터카 수요는 현재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행 직전 1~2주 사이 급격히 예약이 몰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제주관광공사와 도 자료에 따르면 제주 렌터카 예약의 42%가 여행 7일 전 이내에 이뤄지고 있어 막판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해외 방한 수요도 제주 관광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골든위크(4월 29일~5월 5일), 중국 노동절 연휴(5월 15일) 기간이 겹치면서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맞춰 지역 면세점과 특급호텔, 쇼핑몰들은 다국어 서비스 강화와 함께 외국인 대상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올해 연휴는 국내외 수요가 동시에 제주로 몰리는 중요한 기회"라며 "이 모멘텀을 여름 성수기까지 이어갈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황금연휴가 제주 관광의 단기 특수에 그치지 않고, 질적 전환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관광객 수 증가에 만족하지 말고, 체류형 관광 콘텐츠 강화, 지역 상생 모델 구축, 지속가능성 확보를 동시에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내 중국인 관광 전문여행사 대표 고모씨(52·여)는 "5월 연휴는 억눌렸던 수요 폭발을 넘어 제주관광이 새로운 기준과 기대치를 시험받는 무대"라며 "고객 재방문율을 높이는 품질 경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SK텔레콤 해킹 공격으로 최대 9.7기가바이트(GB) 분량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지역 가입자 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용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이 SK텔레콤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6시 9분 SK텔레콤 보안관제센터는 비정상적인 데이터 이동을 감지했다. 이후 조사 결과 유출된 데이터는 약 9.7GB 규모로 확인됐다. 유출 데이터에는 유심(USIM) 관련 핵심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서 파일로 환산할 경우 300쪽 분량의 책 9000권(약 270만쪽)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8일 밤 과금 분석 장비에서 악성코드와 파일 삭제 흔적을 발견했다. 19일 새벽에는 홈가입자서버(HSS) 데이터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도 확인했다. HSS 서버는 4G 및 5G 가입자의 음성 통화 단말 인증을 담당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현재 제주지역 SK텔레콤 가입자 수는 공식 통계로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SK텔레콤의 전국 가입자 수가 약 2300만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제주에도 상당수 가입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제주지역 가입자 역시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도내 SKT 이용자 김모씨(37)는 "이동통신사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어 신뢰하고 선택했는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통신사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전국 2600여개 T월드 매장에서 유심(USIM)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제주지역 대리점에서도 동일한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가입자들은 유심 교체 및 보안 강화 조치에 적극 참여해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을 권장하는 한편, 추가 해킹 피해 예방을 위한 점검을 지속하고 있다. 최민희 위원장은 "국민 불안이 큰 만큼 SK텔레콤은 유심 교체 물량을 신속히 확보하고, 택배 배송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번호 이동을 원하는 고객에게 위약금을 면제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 구제 대책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올 1분기 제주지역 주택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이 약 8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연세(년세) 계약은 감소하는 추세다. 29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3월 제주지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차 계약 가운데 약 80%가 월세 계약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64.6%), 대전(68.5%), 울산(68.0%), 부산(66.5%) 등 주요 도시들과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주지역은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우려, 공급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월세 중심의 시장 구조가 빠르게 고착화하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보편적이었던 연세(년세) 계약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연세는 1년 치 임대료를 일시불로 지급하는 방식이지만 초기 자금 부담과 임대 리스크 회피 경향이 확산되면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제주시 지역에 등록된 연세 매물은 약 12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60건에 비해 약 23% 감소한 수치다. 거래량도 지난해보다 60%까지 줄었다. 제주 청년참여기구 청년위원 고모씨(29)는 "제주에서는 과거에 주로 쓰였던 연세 방식이 한 번에 큰 금액을 필요로 하는 데다 청년들이 활용할 수 있는 월세 지원이나 대출 제도에도 증빙이 어려워 월세 위주의 매물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8500호 공급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전·월세 대출 지원과 월세 지원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청년 희망충전 월세지원 사업'을 통해 무주택 청년에게 월 최대 2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제주도내 공인중개사 최모현(38)씨는 "제주에서는 빌라와 다세대주택뿐 아니라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도 월세 전환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전세대출 여건 악화, 금리 부담, 보증금 반환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주도내 부동산 전문가 김모씨(62)는 "단기적으로 일부 전세 물량이 나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주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월세 비중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끝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소비가 급랭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촉발한 글로벌 관세전쟁 쇼크가 겹친 결과다. 이로써 우리나라 경제는 네분기 연속, 사실상 1년간 ‘제로(0) 성장’을 했다. 최근 1년의 분기별 성장률을 보자. 지난해 2분기 –0.228%→3분기 0.1%→4분기 0.066%를 거쳐 올해 1분기 –0.24%다. 성장률이 네분기 연속 0.1%를 밑돈 것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다. 가히 ‘저성장 쇼크’다. 1960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이 이렇게 장기간 0.1% 이하에 머문 적은 없었다. 2022년 4분기(-0.452%)에 민간소비 감소와 수출 증가세 둔화가 겹쳐 역성장했다. 하지만 곧바로 2023년 1분기(0.44%)에 반등해 지난해 1분기(1.3%)까지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2020년 1분기(-1.286%)·2분기(-2.74%) 연속 경제가 뒷걸음쳤다. 그러나 3분기(2.209%)에 반등한 뒤 4분기(1.574%), 2021년 1분기(1.543%), 2분기(1.344%) 등 네분기에 걸쳐 1~2%대 성장을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3.374%로 고꾸라진 뒤에도 2009년 1분기 0.264%, 2분기 1.352%, 3분기 3.051%로 튀어 올랐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국난인 외환위기 때에도 충격의 골은 깊었지만 반등과 회복이 뒤따랐다. 환란이 닥친 1997년 4분기(-0.611%)부터 1998년 1분기(-6.714%)·2분기(-0.78%)까지 세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하지만 네분기째인 1998년 3분기(1.957%)부터 4분기(2.493%), 1999년 1분기(3.106%), 2분기(4.338%)에 빠른 속도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과거와 달리 성장률이 1년째 0% 안팎을 맴돌며 반등하지 못한 채 정체·후퇴하는 것은 경제·정치·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저출생·고령화와 혁신 부족에 따른 생산성·효율성 저하로 경제의 기본 실력인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 잠재성장률이 2% 안팎으로 떨어진 데다 외부 요인으로 수출이 휘청일 때 떠받쳐줄 소비·투자 등 내수체력도 약해졌다. 게다가 여야 간 지나친 정쟁 등 정치 불안과 위험수위에 다다른 국가채무 때문에 필요할 때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4월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 경제 상황을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정국 장기화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부과, 대형 산불, 일부 건설현장의 공사 중단 등 악재가 몰아친 것을 빗댄 표현이다. 1분기 역성장과 2분기부터 본격화할 트럼프발 관세폭탄으로 인한 수출 감소를 감안하면 올해 연간 성장률은 1.0%도 위태로워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2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내놓았던 전망치(2.0%)가 석달 만에 반토막 났다. 투자은행(IB) 등 42개 국내외 기관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41%다. JP모건(0.5%) 등 7곳은 1.0%에도 못 미칠 것으로, 골드만삭스 등 3곳은 1.0%에 턱걸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도 기존 1.5% 전망에 대해 5월 대폭 하향 조정을 예고했다. 한국과 미국의 재무·통상 장관이 마주 앉은 ‘2+2 고위급협의’가 24일(현지시간) 열렸다. 이미 25%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철강의 대미(對美) 수출이 급감했다. 상호관세 90일 유예기간에 조선업 협력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을 지렛대로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는 협상 결과를 도출해내야 할 것이다.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와 트럼프발 관세폭탄으로 경제가 자율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 등 가능한 정책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국회는 정부가 상정한 12조2000억원 규모 필수 추가경정예산안부터 신속히 심의 결정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지역화폐 예산 포함과 추경 규모 증액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 재정 투입은 구체적 사업 내역만큼 시점도 중요하다. 필수 추경으로 경제 회생의 마중물을 붓고, 부족하면 조기 대선 이후 2차 추경을 고려하자. 미중 관세전쟁이 계속되는 한 한국의 수출과 경제성장률이 회복되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한미 통상협의에서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함과 더불어 미국 외에 다른 시장에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밀리지 않도록 지원하는 체계도 요구된다. 기업들도 부단한 초격차 기술개발과 현대차-포스코의 2차전지 사업 동맹과 같은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고향인 대포마을의 어르신이 돌아가셨는데, 서귀포의료원에서 일포를 한단다. 모처럼 고향 분들을 뵙겠구나 싶은 마음에, 장례식인데도 반가운 마음이 저만치 앞서 걸었다. ‘98세를 사시다 가신 고인의 사진이 편안해 보인다’라며, 함께 간 언니도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는 눈치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언니의 단짝 친구인 고명딸을, 발바닥에 먼지 하나 묻지 않도록 곱게만 키우셨다. 사람도 너무 아끼면 하늘이 질투라도 하시는 걸까? 그 귀한 딸이 40대에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장례식장은 그다지 무겁지 않은 분위기였다. 아니, 상주의 표정과 문상객들의 인사로 보아, 호상(好喪)인 듯하였다. 복을 누리며 별다른 병치레 없이 오래 사신 분이시니 그럴 만도 하였다. 오랜만에 뵙지만 낯설지 않은 동네 분들이 우리를 보자마자 이구동성으로 어머니의 안부를 물으신다. 가슴이 뭉클하게 따사롭고 정다웁다. “니네가 맻 성제고(몇 형제니)?”라고 묻는 삼춘은 알 동네에서 이웃해 살았던 춘자 어멍이시다. 몰라서 물으시는 게 아니라 그만큼 반가운 마음을 담아서 하시는 말씀이다. 대포마을은 중심에 향사(리사무소)를 두고, 동서남북으로 동동네, 섯동네, 알동네, 웃동네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리
끝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소비가 급랭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촉발한 글로벌 관세전쟁 쇼크가 겹친 결과다. 이로써 우리나라 경제는 네분기 연속, 사실상 1년간 ‘제로(0) 성장’을 했다. 최근 1년의 분기별 성장률을 보자. 지난해 2분기 –0.228%→3분기 0.1%→4분기 0.066%를 거쳐 올해 1분기 –0.24%다. 성장률이 네분기 연속 0.1%를 밑돈 것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다. 가히 ‘저성장 쇼크’다. 1960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이 이렇게 장기간 0.1% 이하에 머문 적은 없었다. 2022년 4분기(-0.452%)에 민간소비 감소와 수출 증가세 둔화가 겹쳐 역성장했다. 하지만 곧바로 2023년 1분기(0.44%)에 반등해 지난해 1분기(1.3%)까지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충격으로 2020년 1분기(-1.286%)·2분기(-2.74%) 연속 경제가 뒷걸음쳤다. 그러나 3분기(2.209%)에 반등한 뒤 4분기(1.574%), 2021년 1분기(1.543%), 2분기(1.344%) 등 네분기에 걸쳐 1~2%대 성장을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
1945년 4월 30일 자살하기까지 마지막 14일간을 베를린 시내 지하방공호인 퓌러붕커 속에 머물렀던 히틀러는 자신의 비참한 말로를 오로지 ‘남 탓’으로 돌리며 평소의 발작이 극한으로 치닫는다. 히틀러의 모습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슬픈 일이다. 히틀러는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개전은 전세계를 말아먹는 유대인들의 음모 때문이었으며, 유대인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한 ‘성전(聖戰)’이 패전으로 몰린 것은 ‘계몽’되지 못한 일부 무지몽매한 독일인과 휘하 장군들의 무능 탓으로 돌린다. 몇차례에 걸친 히틀러 암살 미수 사건으로 ‘사막의 여우’라 불리며 연합군을 떨게 했던 아프리카 전차부대 사령관 에르빈 롬멜(Erwin Rommel) 장군을 비롯한 ‘유능하지만 계몽되지 않은’ 장군들을 대부분 처형하거나 숙청해 버린 터라 ‘계몽은 됐지만 무능한’ 장군들만 남은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영화 속에서 소련군이 무풍지대를 달리듯 베를린 시내까지 진격한 것도 소련군과 내통한 ‘반국가적인’ 베를린 시민들의 탓으로 돌려 그 바쁜 와중에도 친위대를 동원해 그들부터 처형한다. 휴전협상파인 하인리히 힘러(Heinrich Himmler) 장군에게 처형명령을 하달하고
'리콜(recall)'의 뜻은 제조업체가 결함이 있는 상품을 회수하여 소비자에게 교환하거나 수리 또는 보상을 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또 다른 의미는 유권자가 선출한 선거직 공무원이 위법행위나 직권남용 등의 행위를 할 경우에 임기를 마치기 이전에 유권자의 손으로 직접 그 지위를 박탈하는 '선거직 공무원 소환'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국회나 사법부에서 대통령이나 국무위원, 법관 등 고위 공직자들의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는 중대한 비위에 대하여 책임을 물어 그 지위를 상실케 하는 탄핵(impeachment)과는 다르다. 소환의 주체는 유권자이며, 그 대상은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된 공무원이다. 일정수의 유권자 투표로 발의하며, 투표 결과에 의하여 그 공무원의 지위가 결정되며, 절차와 방법은 각각 국가마다 다양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헌법' 제2장 제13조는 '소환은 선거직 공무원을 제거하기 위한 유권자의 권한이다'라고 규정하여 유권자의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선거직 공무원들이 소환된다. Recall is the power of the electors to remove an elective officer.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동물의 화원(畫園), 동물 그림의 정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기획은 9명의 화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중견작가 3명과 청년·신진작가 6명이 동물 주제를 가지고 마련하였다. 동물 그림의 정원이라는 주제에 걸 맞게 모두 포유류나 조류와 같은 동물을 그린 그림들이다. 그래도 동물에 관심이 있는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강부언의 바다는 숨을 죽이고 있다. 무엇인가 기다리는 의아한 분위기이다. 해안에서 고즈넉히 쉬고 있는 백로의 무리들은 순백의 형상이 오늘따라 순수하게 느껴진다. 백로들은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희다. 흰 것은 고고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한한 바다를 바라보는 그들의 앞날에 변해가는 환경의 배반이 짙은 슬픔으로 배어난다. 오승익은 자신의 인생 경험에 말못하는 고통이 있었다. 붉은 색은 그의 감정의 색이다. 강렬한 븕은 색의 한라산 아래 작가의 변신처럼 마소가 침묵 상징이 되고 있다. 살암시민 살아지는 삶은 인고(忍苦)의 언어이다. 그러나 한라산의 아픈 침묵을 깨려는 듯 마음은 어느새 산자락 아래 무겁게 서 있다. 이미선은 남방돌고래의 빠른 유영에서 바다 평원을 구르는 파도에 감기는 동물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돌고래가 화가 자신이 되는 순간 바다는 새롭게 사유하는 공간이 된다. 세상의 비밀은 운동성에 있으며, 만물은 모두 움직이고 생명의 역동은 움직일 때 다시 살아난다. 물결이나 선이나 동작은 서로 연결돼 있어서 그것들의 관계에서만 예술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김산은 만월, 원시림, 물을 통해서 자연은 하나이면서 서로 관계를 맺는 것이 자연의 조화이다. 작가는 자연 자체이면서 자연의 매개자인 백록을 통해, 인간의 염원으로서 오래된 미래의 이상향을 꿈꾸고 있다. 김원재는 신비하게 생각되는 흰 까마귀를 등장시켜 사회 속의 다름과 이질적인 차이에 대해서 고민한다. 우리 사회에서 다름이란 마치 환경에서 천적에게 노출된 것처럼 따돌림되기 일쑤다. 그렇지만 환경은 스스로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으로 그것이 자연과 인생의 생태계와 비슷하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김지훈은 추상을 마치 의식의 흐름인양 보여준다. 새소리를 그려보자는 의도인 것 같다. 세상은 소리로 꼭 차 있다. 인간의 오감 중에 눈은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고, 청각은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린다. 소리는 비가시적이지만 어떤 형태를 선명하게 연상할 수가 있다. 소리의 형태적 표현이 리듬이 되는 데 형태와 색채의 음악성이 바로 그림이 된다. 정재훈은 고양이를 그리고 있다. 얼룩은 고양이의 특성을 나타내지만 유추해보면 삶에서 겪어야하는 수많은 사건이나 공포들의 반영처럼 보인다. 홀로 섬에 있다는 것은 물에 갇힌 존재의 고독으로 보이며, 사회적 환경에서 묻어나는 온갖 얼룩은 그래도 평온과 안정의 숲으로 돌아가려는 자신의 처지를 이겨내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허진혁은 말의 슬픈 눈동자를 통해서 화가의 삶을 들여다본다. 표현의 자유는 방대하지만, 과연 제도, 명예, 삶은 우리 사회로부터 어느 만큼 자유로울 수 있는가? 예술가의 인생은 마치 첩첩산중을 홀로 가는 말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맛닥뜨리는 현실은 맑은 눈동자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게 한다. 존재는 고통이 있지만 그 고통은 자유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희망일 것이다. 유찬우는 뱀과 도마뱀을 그린다. 원래 뱀은 도마뱀에서 진화하여 지금은 종류가 3700종이나 된다. 유찬우의 뱀은 비바리뱀이다. 비바리뱀은 우리나라 제주도에만 존재하는 희귀종으로 북방한계선이 된다. 도마뱀은 토종으로 산야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줄장지뱀과 다르다. 뱀의 상징은 서양에서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악의 화신이지만 제주도에서는 칠성신이 된다. 뱀의 생태적 특성이 집을 지키고 쥐를 퇴치하므로 곡식을 지키는 부자의 상징으로 여기며, 칠성신앙은 모계로 전승된다. 칠성은 말 그대로 북두칠성에서 기원하여 죽음을 관장하여 인간의 목숨과 수명을 관리한다. 사실 선과 악은 인간의 가치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담론이며 도덕 윤리 또한 해당 사회의 셰계관에서 비롯된다. 청사는 신성하고 도마뱀은 약자의 생존전략과 닮았다. 변신은 변화이며, 다른 것으로 전환이고 생성과 소멸은 생태계의 조화일터이다. 선악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중국어 ‘공안(公案)’이란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옛날 관부의 공문서 〔안독(案牘)〕, 심리 용도로 쓴 탁자, 안건이나 사건을 가리키기도 한다. 송대 화본소설과 희곡의 한 부류이기도 하다. 불가에서는 시비를 판단하는 관청의 문서의 뜻을 빌어 선배 조사의 언행 범례를 가리키기도 한다. 청나라 옹정 연간(1723~1735)에 광동성 보녕(普寧)현 지현을 역임했고 나중에 조양(潮陽)현을 겸치한 남정원(藍鼎元)은 탄핵되어 관직을 잃은 후에 자신이 역임했던 시기에 판결했던 안건을 모아 『녹주공안(鹿洲公案)』 상하 2권, 24편을 편찬하였다. 남 씨는 자가 옥상(玉霜)이고 ‘녹주’는 호이다. 『청사고(淸史稿)』의 「순사전(循史傳)」에 그의 전기가 기록되어 있다. 그를 다음처럼 평했다. “도적과 송사 대리인을 잘 다스렸다.” “신처럼 사건을 심리하였다.” “소송사건을 판결하면서 여럿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았고 논하는 데에 엄격하여 흠이 없었다.” 『녹주공안』 내용은 주로 불법을 저지른 아역(衙役)1)이나 소송 대리인 징치(懲治), 호강(豪强) 공격, 도적 숙청, 지방 치안질서 정돈, 미신 타파 등 지방 민사, 형사 사건이다. 여기에서 ‘거지와 공안’이라 제목을 붙인 것은 거지라는 성분이 복잡한 구성원으로 결성된 사회 집합체를 논술하고 그중에서 여러 형사나 민사 범죄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현상을 논술하는 데에 뜻이 있다. 이 단체는, 초기든 타락하여 변질된 이후든, 끊임없이 사회의 정상적인 생활 질서를 해쳤다. 사람들이 의지해 생존하는 사회 환경을 교란하고 손해를 끼쳤다. 나중에는 갈수록 엄중해져서, 결국 공해(公害) 중에서도 큰 재앙이 됐다. 근대 거지 항방(行幇)의 형성을 분계로 삼아 말한다면 이전에는 주로 개별 범죄 위주였으나 이후에는 단체 범죄 위주로 변했다는 특징이 있다. 거지가 모두 개방 한 곳으로 모여들어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은 아니다. 개방 중의 거지가 독단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총결해 보면 위에서 말한 분계선은 존재한다. 여기에서는 고금의 거지 안건 중에서 개인 단독 범죄가 단체 범죄로 변화되는 과정을 가지고 관련 사례를 열거하면서 거지 단체가 사회 범죄의 중요한 번식장소였다는 것을 알아보려 한다. 개방은 불량배들이 모여 범죄를 저지른 가장 큰 악의 축 ― 범죄의 ‘대본영’이었다. 거지가 돈을 돌려주다 물론 모든 거지가 다 나쁜 사람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가난해도 뜻을 잃지 않은 사람은 예부터 많이 존재했다. 효도하려고 걸식하고 부모나 처자식을 먹여 살리려고 구걸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중에 손을 뻗어 재물을 얻었으나 차마 그것 때문에 사람을 해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청대 저인적(褚人荻)은 『견호광기(堅瓠廣記)』 권5에서 『백취쇄언(白醉瑣言)』 중의 ‘거지 환금’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다 : 원충철(袁忠徹)이 사직한 후 사명(四明)으로 돌아가니, 어떤 참정이 찾아와 축하하였다. 나이가 많아 머슴애가 부축해 나왔다. 머슴애는 열두어 살 난 아이로 남루한 옷을 입고 있었다. 기이한 용모로 곁에 서 있었다. 손님과 주인이 앉기를 기다리는데 원충철은 머슴애를 오랫동안 주시하였다. 참정이 물었다. “상보께서 주목하시는데 관상이 위험한 모양이지요?” 원충철이 답했다. “내가 보기에 저 아이가 현귀해질지 아닐지는 참정에게 달린 것 같소이다.” 참정이 말했다. “오늘까지 저 녀석은 무뢰한이었어요. 무슨 부귀가 생긴다는 말은 못하지요!” 원충철이 말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관상을 보면 알 수 있지요.” 나중에 머슴애는 참정의 집에서 제멋대로 굴다가 쫓겨나 결국 악묘(岳廟)에서 기거하고 구걸하면서 살았다. 어느 날, 어떤 부인이 보따리를 들고 악묘에 들어와 오랫동안 악비(岳飛)에게 기도하고 예배하였다. 한참만에야 떠났는데 보따리를 잊어버리고 그냥 놓고 나갔다. 거지가 다가가 열어보니 금은이 가득 들어있었다. 거지는 주인이 찾아올 때까지 숨겨두었다. 얼마 없어 목 놓아 슬피 울면서 보따리를 찾는 부인이 나타났다. 거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꺼내 돌려주었다. 부인은 받자마자 은자를 꺼내 사례하려하자 거지가 말했다. “잘못알고 계십니다. 내가 사례를 받을 생각이 있었다면 어찌 모두 제 것으로 만들지 않고 이렇게 돌려줬겠습니까?” 부인이 상황을 살펴보고 물었다. “누구하고 같이 생활하니?” 거지가 답했다. “저는 무의무탁이라서 거지가 됐습니다.” 그 부인은 잃어버릴 뻔한 돈을 가지고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힌 남편을 위하여 사명 지휘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가던 참이었다. 부인은 거지를 데리고 함께 갔다. 지휘사가 석방시켜주자 본래 자녀가 없었고 본가에도 같이 사는 사람이 없어, 그 거지를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 하고 윤자(胤子)로 삼았다. 그때부터 거지는 현귀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비록 원 모의 주관적 상상과 멋대로 결론을 내린 부분이 섞여있기는 하지만 거지가 돈을 줍고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은 순박하고도 성실한 품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 궁하다고 뜻까지 궁할까. 아무리 가난해도 포부는 변하지 않는다. 의롭지 않은 재물은 탐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한 품격은 모든 사람에게 있을 수는 없다. 영락하여 낡은 사당에서 지내는 거지가 그 일을 해냈다. 이야기의 결말을 보면 거지에 대한 작가의 예찬이 묻어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아역(衙役), 아역, 아속(衙屬). 관아(官衙)에서 부리던 하인이다. 청대(淸代), 각 관청에서 잡역에 종사한 사람이다. ‘토공(土工, 변사자 매장인)’, ‘개두(丐頭, 거지 단속인)’, ‘포갑(鋪甲, 구역 내 순시인)’ 따위를 총칭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번은 정주(鄭州)의 ‘바보(傻子)’가 서주(徐州)의 ‘절름발이(拐子)’의 돈을 훔쳐 공분을 샀다. 개방의 불성문의 규칙에 따르면 장애인은 존중받아야 했다. 더욱이 돈이라면 더 그랬다. 지금 ‘바보’의 행위는 ‘천조(天條)’를 어긴 것이기 때문에 징계를 주지 않으면 이후에는 더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두머리 ‘남양(南陽)제갈(諸葛)’이 졸개에게 눈짓으로 알려 곧바로 ‘바보’의 옷을 벗기고 수색하게 했다. 결국 바지통에서 돈을 찾아내어 ‘절름발이’에게 돌려주었다.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여러 졸개에게 한 사람이 한 대씩 때리게 했다. 등에서 발까지, 층층이 ‘철사장(鐵砂掌)’이 내려 꽂혔다. ‘바보’는 아파 울부짖으며 연신 잘못을 빌었지만 아무 쓸모없었다. 매를 다 맞은 후 바지조차도 입지 못할 지경이 됐어도 여전히 땅에 엎드려 잘못했다고 빌었다. 그때 ‘남양제갈’이 부채를 부치며 말했다. “이후에 통지를 듣지 않는 자는 누구나 이처럼 처리하겠다.” 그때부터 감히 제멋대로 굴거나 ‘세금’을 바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더 무서운 일도 있었다. 인위적으로 불구자로 만드는 것도 부락을 통치하는 방법이었다. 요령을 부리는 거지가 이탈을 기도하면 우두머리는 바른 궤도로 돌리기 위하여 그에게 ‘외과 수술’을 했다. 이 방법은 피해자가 방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행했다. 우두머리가 졸개에게 철저히 준비하게 한 후 사소한 핑계를 가지고 입씨름하다가, 뒤이어 무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팔을 비틀어 꺾거나 복사뼈를 차서 꺾거나 손가락을 잘랐다. 허리에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게 불구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후에 감시를 붙여 치료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되면 피해자는 치료할 돈이 없었기에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했다. 일상적인 삶의 능력을 상실하게 되어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피해자는 우두머리에게 죄를 지어서 몸이 불구가 되면서 다른 사람보다도 더 열등하게 됐으니, 우두머리의 명령을 모두 받아들이고 한계선을 지켜야만 했다. 그렇다. 우매, 야만의 개방 무리 중에서 우두머리가 되고 기반을 확고히 하려면 가장 중요한 수단은 역시 부드러우면서도 ‘폭력’을 쓸 줄 알아야 했다. 예부터 지금까지 개방의 생성, 연속의 역사를 종람해 보면 개방은 문명민족이 개화, 발전하기 이전의 야만적인 군거시대의 ‘환원유전(atavism)’이거나 ‘자아복제’라 할 수 있다. 인류의 조상인, 원시시대의 인류가 살아왔던 야만생활의 풍모를 직접적으로 이해할 기회가 없어서 제대로 알 길은 없지만, 당대 거지 군락의 행태가 원시 야만생활을 직시할 수 있는 형상은 아닐까 싶다. 개방의 거지들은 제때에 즐기자는 방식으로 그럭저럭 되는대로 살아가는데,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흉악무도한 자가 왕이 되었다. 힘이 약하고 무기력한 자는 고분고분 말 잘 들으며 비호할 데를 찾았다. ‘사상이 있는 자’는 대부분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물론 그들은 야만의 시대를 살았던 원시 조상보다는 총명하지만 처음 가졌던 저질의 요소를 계승하였다. 그들은 횡포하고 잔혹한 방주에게 길들여졌다. 일이 생기면 방주의 ‘공단(公斷)’과 비호를 바랐다. “뱀도 머리가 없으면 나아가지 못하고 새도 머리가 없으면 날지 못한다.” “지도자가 없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생물 복합체 관례의 낡고 오래된 폐해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중에는 중국 전통인 ‘청관(淸官)’ 관념의 그림자도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청관’이 정치를 주관하기를 바라고 불성문의 관습법으로 실행하는 기준을 삼기를 즐겨했다. 바로 그 전통문화가 민족자체의 도약을 가로막는 굴레였다. 문명사회의 개방은 원고시대와 당대가 뒤섞여 있는, 몽매시대의 그림자이다. 역사 사실과 현실이 사람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 개방의 역사와 현상은, 몇 천 년 동안 발달된 역사를 걸어온 중국민족이, 현재에는 정체되거나 후퇴된 것으로 보이지만 언젠가는 되돌아 올, 조상의 모습이며 역사의 거울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원나라가 1276년(충렬왕 2) 탐라에 군민총관부(軍民摠管府)를 설치하였다. 이듬해(충렬왕 3)에는 동·서아막(東西阿幕:aimag)을 설립하여 소·말·낙타··당나귀·양을 방목하고 다루가치(達魯花赤)를 파견하여 이들을 감독하였다. 1300년(충렬왕 26)에 동도현과 서도현을 설치하였는데, 대촌현, 귀일, 고내, 애월, 곽지, 귀덕, 명월, 신촌, 함덕, 김녕, 호촌(狐村), 홍로, 예래(猊來), 산방, 차귀 등 15개 현이었다. 이 해에 원나라의 기황후(원래 이 때는 명종의 모후인 유성황후(裕聖王后))가 황실마를 방목하였다. 탐라에는 뱀, 독사, 지내가 많아 만약에 회색뱀을 보면, 차귀신이라고 하여 죽이지 못하게 했다. 고려시대 현촌에 특별한 것은 제주에 없는 동물로 마을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예래현(猊來縣)인 경우 ‘사자 예(猊)’가 있고, 호아현(狐兒縣)은 ‘여우 호(狐)“자를 쓰고 있다. 전승되는 말에 고려시대의 신선사상이 깃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라산을 지키기 위해 선선의 사는 집은 산방(山房)이고, 신선이 거느린 동물들을 쭉 동서로 배열했는데 지명에 호위 무사인 형제(兄弟섬)와 함께 동물로는 말(馬羅島), 호랑이(虎島:범섬), 사자(猊來), 토끼(兔山), 소(牛島), 뱀(遮歸의 신:원래는 蛇歸라는 설이 있다)을 거느리고 있다. 물론 그럴듯한 민간전승의 상상력이다. 그러나 15세기 문헌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맹수가 없다고 했다. 맹수라고 하면 곰, 사자, 호랑이, 늑대 등 사람이나 초식동물에게 사나워서 위협적인 동물을 말한다. 지리학적인 요인 때문에 제주에는 맹수가 없다. 다시 이 기록은 17세기의 문헌 『탐라지(耽羅志)』로 이어지는데, “산무악수(山無惡獸):산에는 사나운 짐승이 없다”라고 하여, 호랑이·표범·곰·승냥이·이리 등 사람을 해치는 짐승이 없고, 또한 여우·토끼·부엉이·까치도 없다고 했다. ‘토산(土産)’ 동물로는 말·소(황소, 흑소, 얼룩소)·사슴·노루·돼지·살쾡이·해달·지다리(너구리)가 있다. 물론 조선시대에는 국영목장이 돼 마·소목장이 성행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세계관의 차이로 동물에 대한 분류체계가 허술하여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누락되었다. 특히 조류는 제주도가 철새 도래지인 까닭에 새의 종류가 매우 많지만, 새들은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까마귀와 백로 정도는 틈틈이 조선시대 시문에 나오기도 하고, 상상의 동물인 용은 바다 용궁의 신이 돼 무소신으로 나온다. 전설의 동물 배도록은 16세기 저서인 『남명소승』에 처음 나온다. 백로에 관한 이야기는 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가 영실의 존자암 노승에게서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임제도 이를 기담(奇談)이라고 하면서도 그대로 기록해 두었다. “여름밤에는 사슴이 시냇가로 내려와 물을 마시곤 합니다. 근래 사냥꾼(山尺)이 활을 가지고 시냇가에 엎드려 엿보니, 사슴 무리가 몰려와서 그 숫자가 백 마리인지 천 마리인지 셀 수 없는 지경인데 그 가운데 한 마리가 제일 웅장하며 털빛이 흰빛이었습니다. 이 사슴의 등 위에는 백발 노옹이 타고 있었고, 사냥꾼은 놀랍고 괴이하게 여겨 감히 범하질 못했으며 뒤에 처진 사슴 한 마리만 쏘아 잡았습니다. 이윽고 노옹이 사슴을 점검하는 것 같더니 한 가락 휘파람을 불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임제가 기록한 이 이야기가 조선시대 내내 한라산 백록담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돼 백록담의 전설로 자리 잡게 되었다. 17세기 바다 생물로는 바다거북(玳瑁)·조개·앵무조개는 우도와 가파도에서 나고, 사향쥐(香鼠)를 비롯하여 전복·모시조개(黃蛤),옥두어(玉頭魚:옥돔)·은구어(銀口魚:은어)·크고 작은 상어들·도어(刀魚:갈치)·고도어(古刀魚:고등어)·멸치(行魚)·문어와 그밖에 생선(生魚:土着魚種)들이 잡힌다. 18세기 문헌에는 조류도 기록하고 있다. 이형상 저술한 『남환박물(南宦博物)』에 들짐승으로는 살쾡이·오소리·돼지·사슴 등이 있다. 여전히 사나운 동물이 없다는 기록은 앞의 문헌과 비슷하다. 이 문헌에서는 날짐승, 즉 조류를 기록하고 있는데 매·꿩·까마귀·솔개·제비·참새·갈매기·백로·두루미·두견새·앵무새·기러기·올빼미·부엉이 등 14종이 언급돼 있고, 황새와 까치는 없다고 전하고, 대형 어류로는 상어·고래·악어(鰐魚)·수달·해달 등이 있다고 한다.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과거 동물의 역사 기록에는 누락된 것도 있고, 이미 멸종된 것들이 있다. 한라산의 사슴은 지나친 진상으로 조선 말기에 멸종되었고, 지금은 그 자리에 노루가 많이 늘어나 있으며, 멧돼지도 자주 사람들에게 목격된다. 뱀 또한 산과 계곡은 물론 민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과다한 농약의 사용 때문에 밭 주변에서는 보기가 어렵다. 버려진 개들은 야생의 들개로 변해 등산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고, 마을. 해변, 길가를 가리지 않고 들고양이들이 쉽게 눈에 띈다. 동물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조류이다. 제주도는 새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새들이 오고 간다. 그런 만큼 계절마다 새들이 다양하다. 제주 토착어로 새들을 통틀어 부르는 용어로 ‘생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날질승은 생이가 된다. 그러나 새를 한 개체로 부를 때에는 생이를 ‘참새’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생이=모든 새'이고, 또한 '생이 하나=참새'가 된다. 제주인들에게 생이는 의미에 따라서 대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인 1928년 일본 학자 모리 타메조(森 爲三)는 제주도 동물을 조사했는데 날개를 가진 동물로는 볼수염박쥐와 대백로, 황로, 큰덤불해오라기, 느시, 찌르레기 등 6종은 미기록이고, 두견새 울음도 들었다고 해서 제주도에 두견새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6종을 합쳐 제주도 조류는 120종이 된다고 했다. 그는 제주도 조류의 특징을 말했는데 조선 반도에는 까치가 많은 데 제주도에는 까치가 한 마리도 서식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까치는 아시아나 취항과 더불어 두 마리 까치를 기념으로 제주도에 가지고 온 것이 화근이 돼 오늘날 제주도에 까치가 늘어나면서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 모리 타메조에 의하면, 제주꿩은 육지의 꿩과 같은 종이고, 노랑딱새도 육지의 흰눈썹황금새라고 한다. 동백나무가 많은 관계로 동박새와 휘파람새가 극히 많다고 했다. 그는 제주도 조류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1)아비류(阿比類):아비, 큰회색머리아비, 논병아리, 검은목논병아리, 뿔논병아리. 2)전혜류(全蹊類):민물가마우지, 가마우지, 쇠가마우지. 3)노류(鷺類): 흑로, 노랑부리백로, 왜가리, 황로, 대백로, 큰덤불해오라기. 4)압안류(鴨雁類):원앙새,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흑부리오리, 황오리, 알락오리, 청머리오리, 쇠오리, 고방오리, 넓적오리, 홍머리부리, 검은머리흰죽지, 흰뺨오리, 흰줄박이오리, 비오리, 바다비오리, 흰비오리, 큰기러기, 고마가리가네(미상), 흰이마기러기, 쇠기러기, 고니. 5)응로류(鷹鷺類):흰꼬리수리, 검독수리, 말똥가리, 솔개, 매, 황조롱이, 물수리, 6)계류(鷄類):꿩. 7)앙계류(秧鷄類):흑두루미, 재두루미 느시. 8)압천조류(鴨千鳥類):댕기물떼새, 흰목물떼새, 꼬마물떼새, 흰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중부리도요, 깝짝도요, 삑삑도요, 붉은어깨도요, 세가락도요, 민물도요, 깍도요, 알라도요, 멧도요. 9)구류(鷗類):검은머리갈매기, 큰재감매기, 갈매기, 괭이갈매기. 10)해조류(海鳥類):바다쇠오리. 11)구류(鳩류):멧비둘기. 12)두견류(杜鵑類):두견새, 뻐꾸기. 13)불법승류(佛法僧類):파랑새, 14)어구류(魚狗類):미야마쇼빙(미상), 청호바새, 물총새. 15)악류(鰐類):큰소쩍새. 16)양연류(兩燕類):칼새. 17)탁목조류(啄木鳥類:딱다구리):제주큰오색딱다구리, 제주쇠오색딱다구리. 18)명금류(鳴禽類):팔색조, 큰종다리, 쇠종다리, 붉은가슴밭종다리, 밭종다리, 노랑할미새, 백할미새, 직박구리, 쇠솔딱새, 흰눈썹황금새, 노랑딱새, 큰유리새, 개똥지빠귀, 노랑지빠귀, 흰배지빠귀, 흰눈썹붉은배지빠귀, 바다직박구리, 유리딱새, 딱새, 고무시쿠이(쇠솔새의 일종), 쇠솔새, 산솔새, 떼까치, 붉은배동고비, 동박새, 밀화부리, 휘파람새, 제비, 제주박새, 제주곤줄박이, 제주오목눈이, 큰부리까마귀, 까마귀, 떼까마귀, 찌르레기, 콩새, 장박새, 섬참새, 제주참새, 붉은뺨멧새, 큰오색딱다구리, 제주맥새, 제주굴뚝새 등이 있다. 제주도 파충류(爬蟲類)는 모리 타메조가 처음 조사했는데 7종이 있다고 하는데, 1)석갈류(蜥蝎類):도마뱀, 흰줄장지뱀. 2)사류(蛇類):유혈목이, 대륙유혈목이, 누룩뱀, 실뱀, 살무사. 본도에는 귀류(龜類)에 속하는 거북, 자라가 서식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 양서류(兩棲類) 또한 모리 타메조가 처음 조사했는데 8종이 있다. 제주도롱뇽, 청개구리, 맹꽁이, 두꺼비, 배붉은두꺼비, 개구리, 옴개구리, 산개구리 등이다. 사진가 서재철의 『제주도 새』(2004)에는 텃새와 철새, 나그네 새와, 길 잃은 새로 분류하고 있다. 서재철의 분류에 의하면, 텃새로는 흑로, 말똥가리, 검독수리, 황조롱이, 매, 꿩, 멧비둘기, 흑비둘기, 큰오색딱다구리, 종다리, 직박구리, 때까치, 딱새, 흰배지빠귀, 바다직박구리, 제주휘파람새, 방울새, 박새, 동박새, 멧새, 노랑턱멧새, 어치, 큰부리까마귀, 까마귀, 참새, 찌르레기 등 26종을 소개하고 있다. 철새로는 여름철새와 겨울철새로 분류하였다. 여름철새는 슴새, 해오라기, 검은댕기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중백로, 중대백로, 쇠백로, 붉은왜가리, 왜가리, 황로, 쇠물닭, 쑥독새, 물총새, 청호반새, 파랑새, 후투티, 제비, 노랑할미새, 알락할미새, 칡때까치, 흰눈썹붉은배지빠귀, 개개비, 흰눈썹황금새, 황금새, 노랑딱새, 큰유리새, 삼광조, 꾀꼬리 등 28종을 소개하고 있다. 겨울철새로는 큰회색머리아비, 아비, 논병아리, 뿔논병아리, 민물가마우지, 가마우지, 먹황새,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저어새, 큰고니, 큰기러기, 쇠기러기, 흑기러기, 고니, 황오리, 흑부리오리, 원앙, 홍머리오리, 알락오리, 쇠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넓적부리, 발구지, 댕기흰죽지, 검은머리흰죽지, 흰뺨오리, 비오리, 재두루미, 흑두루미, 독수리, 괭이갈매기, 재갈매기, 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 큰소쩍새, 쇠부엉이, 물닭, 댕기물떼새, 백할미새, 긴발톱할미새, 황여새, 개똥지빠귀, 떼까마귀 등 45종을 수록하고 있다. 또 나그네새로는 물수리, 흰배뜸부기, 장다리물떼새, 민댕기물떼새, 검은가슴물떼새, 큰왕눈물떼새, 흑꼬리도요, 큰묏부리도요, 마도요, 알락꼬리마도요, 중부리도요, 학도요, 청다리도요, 알락도요, 뒷부리도요, 노랑발도요, 쇠청다리도요, 깝작도요, 꼬까도요, 멧도요, 깍도요, 붉은어깨도요, 종달도요, 흰꼬리좀도요, 좀도요, 메추라기도요, 민물도요, 제비딱새, 쇠솔딱새 등 31종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길잃은새로는 검은머리흰따오기, 쇠뜸부기, 물꿩, 검은머리물떼새, 구레나룻제비갈매기, 홍비둘기, 뮛부리장다리물떼새, 녹색비둘기, 할미새사촌, 노랑머리할미새, 잿빛쇠찌르레기, 검은바람까마귀 등 12종을 소개하고 있다. 정리하면 텃새 26종, 철새는 74종(여름철새 28종, 겨울철새 46종), 나그네새 31종, 길잃은새 12종 등 모두 합쳐 143종이 30년 동안 발로 뛰어 새를 찾아다닌 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도 육상동물상은 시베리아 아구와 만주 아구에 속해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 분포하는 공통의 종들이 많고, 제주도는 동양구에 속하는 종들이 있는데 한라산의 기온 차이에 따른 다른 동물상이 나타난다. 이를 테면 해안저지대나 상록 계곡림에서는 아열대성에 속하는 곤충류나 참개구리, 맹꽁이, 팔색조, 물꿩, 흰날개해오라기와 같은 종들이 나타나며, 한라산 고지대에서는 산굴뚝나비, 가락지나비와 같은, 한대성 곤충류가 서식한다. 특히 이동성이 약한 일부 양서류, 조류, 포유류의 경우는 같은 종이라도 제주도롱뇽, 제주휘파람새, 제주큰오색딱다구리, 제주족제비, 제주동물쥐와 같이 제주 고유의 종이나 아종으로 진화된 동물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제주도가 동무리리적 위치로 인하여 무당개구리, 맹꽁이, 줄장지뱀, 쇠살모사, 누룩뱀의 남방한계선이 되고 있는가 하며, 비바리뱀의 북방한계선이 되기도 한다. 또한 제주도는 이동철새들의 중간기착지, 번식지, 월동지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2008)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