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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人 릴레이 법률산책=이용혁 변호사] 현실에서의 법정 ... 주요 소송행위는 '언변'이 아닌 '서면'

“법은 최소한의 도덕규범이다.” 늘상 들어온 말이지만 알쏭달쏭 까다로운 법률 용어가 난무하는 현장에 일반인은 그저 아리송하기만 할 뿐입니다.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죠. <제이누리>가 또 한번 새로운 기획에 나섭니다. 제주지방변호사회와 공동으로 ‘다가가는 법률산책’ 길에 오릅니다. 4인의 변호사가 매주 릴레이로 여러분에게 ‘알고싶은, 알기쉬운 법 이야기’를 전합니다. 알아두면 꼭 필요한 ‘법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천원짜리 변호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드라마가 있다. '변호인', '재심' 같은 영화도 있다. 나아가 '역전재판'이라는 게임도 인기다.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무수한 콘텐츠가 곳곳마다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저마다 인기다.

 

정작 변호사를 콘텐츠로 하는 작품을 즐기진 않는다. 하지만 변호사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유행할 때마다 “진짜 그래?”라는 호기심 어린 질문을 접할 때가 종종 있다. 물론 그 작품들을 보지 못한 입장에서 “뭐 그럴수도 있겠지?”라며 머쓱한 웃음으로 넘어가곤 한다.

 

변호사가 등장하는 콘텐츠가 왜 인기가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막연하게 짐작할 뿐이다. 변호사는 사람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고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 간의 갈등, 역경, 불공정처럼 공감할만 상황이 나와 더욱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 직업이 다른 사람들에게 중요하고 멋지게 비쳐지는 것 같아 괜히 어깨가 으쓱하면서도, 변호사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더해져 책임감을 다잡게 된다.

 

그러나 콘텐츠 안에서의 변호사와 현실, 그리고 법정에서의 변호사는 다른 점이 있다.

 

드라마와 영화, 게임 안에서 변호사가 상대방 주장의 모순을 지적하며 허를 찌르고, 법정에 있는 모든 사람을 휘어잡는 날카로운 언변을 보여줄 때, 사람들이 카타르시스와 희열을 느낀다.

 

그렇지만, 현실과 법정 안의 변호사에겐 그런 언변을 뽐낼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 민사소송법에서는 구술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제도적으로는, 주요 소송행위(소의 제기 등)에 대해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정하고, 변론의 집중과 준비를 위해 준비서면을 제출하도록 정한다.

 

실무적으로도, 같은 시간에 수 개의 사건이 잡혀있는 경우가 많고, 해당 재판부에서 하루에 진행해야 할 사건의 수가 수십 건에 달할 때도 있다. 결국, 출석한 당사자 또는 소송대리인이 하는 모든 발언을 듣고, 기록하며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원활한 소송의 진행을 위해서 당사자 또는 소송대리인은 자신의 주장을 자세하고 명확하게 기재한 서면을 사전에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제출된 서면을 재판장이 사전에 읽어본 후 변론기일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제출한 서면의 내용을 굳이 변론기일에 구두로 자세하게 진술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선임한 변호사는 말 한마디 안하더라’ 혹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재판장이 말도 못하게 했다’며 불만을 터트리곤 한다. 그러나, 당사자를 대리하는 변호사가 당사자에게 해가 될 만한 언행을 할 리가 없다. 재판장 역시 자신의 판단이 당사자들의 권익에 직결되는 사정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자신의 역할에 주어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충실하게 각자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핑계 같은 말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실정이다.

 

내 마음 속의 천불을 어디에도 꺼내놓지 못해 당장 홧병으로 쓰러질 것만 같지만, 속에 있는 말을 하고 말고는 재판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변론기일에서야 법정에 가서 새로운 주장, 혹은 새로운 사실관계를 진술하는 것은 오히려 재판절차를 무의미하게 지연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평생을 살아가며 법원에 올 일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 대다수다. 그러나, 사고나 자연재해와 같이 내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송사에 휘말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변호사를 선임할 때, 이 변호사가 단순히 드라마 또는 영화에서 나왔던 변호사의 모습과 얼마나 닮았는지만을 고려하는 것은 현명한 처세가 아니다. 변호사와 직접적인 상담을 통해 자세한 절차와 대응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받고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선임한 변호사와의 굳건한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분쟁 해결엔 훨씬 바람직한 방법이다. 

 

☞이용혁은?

=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변호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제주도청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에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뒤 제주지방법원 사거리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협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제주지방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 제주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국선변호인/국선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며 공익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지검 청원심의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민로스쿨 특별강연과 제주도 공무원을 위한 특강에도 힘쓰며 지역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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