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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人 릴레이 법률산책=이용혁 변호사] 국선변호인의 진심 어린 바람 ...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4항,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형사피고인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헌법상 명시된 권리 중 하나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피고인을 위하여, 국선변호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경우,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다면 법원에서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임한다. 사실, 구속은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인 신체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피의자가 구속되었을 정도라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상황이 대부분이다.

 

본인이 구속될 만큼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피의자는 어떻게든 구속을 면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한다. 여기저기 융통할 수 있는 자금을 모두 동원하여 유명한 형사전문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상대적으로 가벼운 수준의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구속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타인을 해하였거나, 공공의 안녕을 저해하는 그런 범죄가 아니라, 음식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사기범죄, 편의점 내의 물품 절취를 내용으로 하는 절도범죄 등. 높은 확률로 국선변호인이 선임된다.

 

저지른 범죄가 중대하지는 않지만, 일정한 주거지가 없어서, 사회적 유대관계를 확인할 수 없어서, 같은 형태의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질러서,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인신 구속을 해야만 하는 경우이다.

 

이런 사건의 국선변호인으로 지정되어 기록을 검토하면, 피고인은 이미 동종 전과로 수감 생활을 수차례 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경우도 상당하다. 참 감정이 복잡하다.

 

이런 피고인에게는 억울한 사정도, 가벼운 처벌을 원하는 간절함도 찾아보기 어렵다. 특별한 범죄 동기라고 할 만한 사정도 없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진지한 반성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형사 절차에 대하여는 오히려 변호인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내심 ‘교도소를 숙식 제공 시설이라고 여기나’라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이런 괘씸한 사람이 있는지, 이런 사람을 위하여 소모되는 비용과 행정력 낭비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들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평소와 같이, 약간은 느슨한 태도로 맡게 된 국선 사건이었다. 사무적인 태도로 변호인의견서에 들어갈 정상관계를 물어보던 중, 피고인이 자조적으로 뱉은 한 마디가 강렬했다.

 

“내가 뭘 할 수 있겠어요.”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처음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경위부터 시작하여 전과자로 팍팍하게 살아가는 현실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는 도무지 건조하게 듣기 힘들었다. 가족 한 명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여 전과자가 되어버린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변호인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그 결론은 쉽게 내릴 수 없었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피고인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변호인의견서에 꾹꾹 담아 눌러썼다. 일단 당장 변호인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다만, 이 사건 이후 피고인을 대하는 태도에 나름의 변화가 생겼다. 직접 표현하지는 못하더라도, 속으로나마 진심 어린 바람을 전하는 것이다.

 

‘이번 형사재판이 당신의 인생에 마지막 형사재판이 되기를, 이번 수감 생활에서는 출소 후 어떻게 이 사회에 어떻게 적응하여야 하는지 제대로 배울 수 있기를, 그래서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

 

☞이용혁은?

=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변호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제주도청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에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뒤 제주지방법원 사거리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협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제주지방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 제주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국선변호인/국선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며 공익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지검 청원심의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민로스쿨 특별강연과 제주도 공무원을 위한 특강에도 힘쓰며 지역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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