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4人 릴레이 법률산책=한동명 변호사] 형사재판서 공소사실 입장에 따른 형량 차이

 

형사재판의 첫 공판기일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공소사실에 대한 인부’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느냐의 질문 절차다. 재판의 절차진행과 관련하여서는 피고인의 선택에 따라 재판이 간단하게 종결되기도 하고, 증인신문 등의 증거조사 절차 진행이 필요하여 재판이 길어지기도 한다.

 

일반적인 인식처럼 형사재판이라고 하여 피고인이 주로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사실을 모두 인정하더라도 절차상 재판 과정을 통하여 법적인 판단을 받아야 한다. 무죄를 주장하며 진행되는 사건이 전체 형사사건 중의 일부일 뿐이며,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공소사실이 다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고, 본인도 억울한 점이 있어서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 진행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는 판결 결과에서 형량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그렇다면 같은 사건에서 유죄로 판단되더라도, 처음부터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자백하면서 받게 되는 형량과 공소사실에 대하여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다가 받게 되는 형량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 것인가? 물론 현실의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니, 둘 중에 하나의 길을 선택하면 가지 않은 길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컴퓨터 게임처럼 세이브 후 로드(save & load)하며 여러 선택지를 경험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건에서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비슷한 피고인들이 여럿일 때, 각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달리하는 경우 이를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는 있겠다.

 

오래 전에 진행한 사건이다. 사건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외국인 3명이 관광 비자를 받아 제주도를 방문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입국 후 2~3일 정도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가 돈을 잃고, 차량을 렌트해서 교외에 있는 한적한 타운하우스 등지를 돌며 절도행각을 벌였다. 이후 경찰에 피해신고가 접수되어 수사기관에서는 CCTV 등을 확보하여 차량번호, 동선 등을 추적하여 용의자 특정을 하였고, 사전에 출국금지를 해두어서 이들이 관광비자 만료 즈음 제주공항에서 출국하려는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수하물에서는 피해물품인 명품시계 등이 발견되었다.

 

1심에서 피고인 A는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B, C는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였다. 그리고 수하물에서 피해물품인 명품시계가 나온 것에 관하여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모래사장에서 주었다던가, 사건 현장 CCTV에 찍힌 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등으로 변명하였다.

 

1심의 결과는 피고인 A는 징역 2년, 피고인 B와 C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나는 피고인 B의 변호인으로서 2심을 진행하게 되었으며, 교도소에서 피고인 B를 접견하여 진실은 무엇이냐고 가장 먼저 물어 보았다. 그러자 피고인 B는 체념한 모습으로 사실 자신들이 범인이 맞으며 다만 처벌에 대한 두려운 마음에 범행을 부인하였다고 뒤늦게 고백하였다.

 

나는 대한민국에는 ‘괘씸죄’라는 것이 있다고 알려주었다(국경을 초월하여 어느 사회나 표현은 다르지만 비슷한 개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가 보더라도 증거가 확실하고, 명백한 상황인데 피고인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괘씸죄’가 추가로 적용되어 원래 받아야 하는 형량보다 높게 형량을 받는다고. 그리고 피고인 B가 원래 받을 형량은 피고인 A와 같이 징역 2년형 정도였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결국 피고인 B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번의하여,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2심 재판부의 선처를 바라기로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C는 1심과 마찬가지로 범행을 부인하며 무죄 주장을 유지하였다. 결국 2심 재판의 결과는 피고인 B는 징역 3년으로 감형되었고, 피고인 C는 항소가 기각되어 징역 4년이 유지되었다.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도 모두 다르기에 이를 일반화하기에는 어렵겠지만,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다가 유죄가 인정되면 그 판결문의 양형 이유에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점’이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는 점’ 등의 표현이 적혀지면서 피고인이 원래 받을 수 있는 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받게 될 확률이 커진다고 생각된다.

 

대략적인 사실관계가 일치하며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건이라면, 처음부터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재판에 임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도 바람직한 선택이다. /한동명 법무법인 더바로 변호사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관련기사

더보기
4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